법적 그리고 여론적 취약성이 존재하는 상황. 청문회.
법적 취약성을 적절히 커버하면서 동시에 여론의 합리적 의심까지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
가장 좋은 답변은 이 둘을 동시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법적 취약성 커버에 더 현실적 우선순위를 둘 수 밖에 없음. (둘 다 충족시킬 수 있는 답이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경우일 수도 있음. 풀 길티 선언 이외에는…)
순서에 있어서도 법적 논란이 먼저 해소되어야 여론 관리에 있어서도 여유가 생김. 반대로 여론 관리를 우선 순위에 두게 되면 법적 대응 여지가 상당부분 제한될 수 있음. (풀 길티 선언 후 선처를 구하지 않는 이상)
이런 특수 환경에서 대부분의 답변자가 택하는 포지션은 ‘바보’와 ‘악당’의 양대 포지션 중 ‘바보’의 포지션임. 이 포지션은 유효시 법 및 여론상 비판과 책임을 두루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음.
특히 ‘바보’ 포지션에 의거한 핵심 메시지들은 답변자가 암기 전달하기 비교적 용이하고, 답변자가 최대한 질의자의 의도를 통제할 수 있음.
“아닙니다”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단, ‘바보’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자들이 그 포지션에 대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해가 가능해야 함. 그 이해가 충분히 형성되어야 기술적으로 ‘바보’ 포지션은 공감 받을 수 있음.
문제는 상당히 많은 답변자들이 ‘바보’ 포지션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그 포지션에 대한 상식적, 합리적 이해를 도모하지 못한다는 것임. 무조건 모르쇠나 꼬리 자르기 등등으로 비추어지게 되니 문제.
어제와 같은 청문회에서 어떤 답변이 옳은 것이었냐 하는 질문에는 답이 없음. 그 옳다라는 정의가 어느 편에서 내려져야 하는가에 대한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임.
답변자들의 입장에서 어제의 청문회 답변은 대부분 적절한 것들이었음.
질문자인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별반 임팩트 있는 스턴트가 나오지 않아서 그렇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는 할 수 없겠음. (질문들이 수준 낮았음)
대부분의 청자인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황당할 뿐 별반 기대하던 답이 아니라 실망스러웠을 것임.
청문회란 항상 그런 것이라고 봄. 특히 답변자 입장에서는 실수하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준비된 핵심 메시지에서만 머무르고, 끝까지 체력과 멘탈 관리에만 이상이 없었으면 항상 지지 않은 게임 이라 볼 수 있음.
P.S. 단, 한가지 이번 청문회에서 답변자들에게 아쉬운 점은…논란에 직접 해당하지 않는 일반적 경영 정보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적절한 팩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의 답변들을 한 점임. 전략적 ‘바보’ 포지션은 결코 ‘무능’과 동의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