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서 위기나 이슈를 관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 체계가 여론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예전에는 신문, TV, 잡지 등과 같은 전통매체가 당시 발생한 위기상황이나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수년전부터는 온라인상 각종 창구들과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의견들, 주요 이해관계자 접점에서의 이야기들을 포함한 보다 진일보한 여론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다.
위기나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여론을 읽고 이해하려 애쓴다. 경험 많은 전문가와 경영진은 그 여론 속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특히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현재 자사에 대하여 화를 내고 있다면, 그 성냄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필히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는 적절한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여론을 진짜 이해하고 있을까? ‘여론 모니터링’이라는 이 중요한 체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 실행에 적용시키고 있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여론이라는 것이 실제 여론 그대로의 모습인 것일까? 더 나아가 기업의 모니터링 체계는 여론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일까? 기업은 진짜 여론을 분석하고 이해한 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몇 가지 주제를 다루어 본다.
표현되지 않으면 여론 아니다
아무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여론은 일단 공개적으로 적극 표현된 의견으로 한정된다. 이해관계자들이 침묵하는 상황을 여론으로 분석하거나 이해하기는 어렵다. 일부 기업에서는 여론 모니터링 결과물에 대하여 충분하게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자신 또는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여론과 모니터링 된 여론이 다르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 표현되지 않은 의견을 여론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여론으로 볼 의미도 사실 없다.
숨어있는 의견도 여론은 아니다
어떤 기업 경영진은 일반인이 신경 써서 찾더라도 찾기 어려운 특정 커뮤니티에 올라온 포스팅 하나에 주목하며 대응을 심사숙고한다. 그 외 일반적으로 공개 유통 확산되고 있는 의견 보다 그 특정 포스팅 의견 하나가 더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 포스팅을 열람한 불과 수백명의 사람들도 같은 의견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여론은 일단 널리 공개되어 있는 의견을 의미한다. 공개는 되었지만 저 구석에 숨어 독을 품는 의견은 모니터링과 트레킹의 대상일 뿐, 여론으로 정의되기는 힘들다. 그 숨어있는 의견을 여론이라 이해하고 그에 기반해 대응하게 되면, 대다수가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의 모습을 띄게 된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다.
언론이 곧 여론은 아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언론 반응을 여론으로 간주하는 습관이 분명 있었다. 따라서 언론에서 사과하라는 의견을 내면, 기업은 (언론 앞에서) 사과해야만 했다. 언론이 문제를 따지면, 그에 따라 개선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점차 전통 언론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언론 보도 품질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일상화되자, 기업은 더 넓은 공간에서 여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그리고 팬덤의 목소리에 기대는 비율이 점차 높아졌다. 종종 언론의 의견과 그 외 공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기업이 어떤 목소리에 의지해야 하는지가 새로운 전략적 고민 주제가 된 것이다.
여론은 무지(無知)하다
사람들이 특정 이슈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한 채 각자 느낌으로만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다. 그들이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이슈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의견은 큰 의미 없다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와 더불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은 이해를 도모하면 그 사람들은 자사에 대한 비판을 멈출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저토록 무지한 사람들과는 맞서 싸워야 이 이슈관리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여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론은 기본적으로 무지를 기반으로 한다. 자극이나 감정, 느낌이 여론의 최초 기반이다. 신속히 이슈를 관리해 내고 싶다면, 그 무지에 기반한 여론을 존중하고 그 여론을 날 것 그대로 다루는 대응을 해야 한다.
여론은 변덕이 심하다
기업이 중대 위기나 이슈를 관리할 때 스스로 일희일비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여론의 변덕이다. 언론도 그에 따라 춤을 출 때가 많다. 어떤 의견에 주목하는가에 따라 여론이 서로 엇갈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업은 그렇기 때문에 의미 있는 여론 변화를 찾아가며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트레킹 작업을 한다. 이전 여론과 새로운 여론을 비교해 가며, 의미 있는 추이를 살핀다. 자사의 대응에 대한 평가의 의미로도 여론의 변화를 추적한다. 여론의 변덕은 그 자체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그 여론의 변덕을 보며 기업측이 따라 변덕을 보이는 경우 발생한다.
여론은 이해하기 어렵다
여론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을 여론전문가라고 소개하는 사람도 있다. 여론조사 등의 리서치 업무를 오래 해 왔기 때문에 여론에 대해서는 전문가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론은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할 수 있다, 해 보았다, 잘한다는 주장과 실제 당면한 여론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여론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은 더욱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춘다. 대다수 의견에 대한 방향성을 기반으로, 중요 의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뒷받침되게 분석 체계를 운용한다. 실시간 변화하는 여론을 꾸준하게 트레킹하면서 의사결정을 개선, 감안, 강화하는 등 노력을 반복할 뿐이다. 여론은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최선을 다할 뿐이지, 점을 치거나 예언을 하는 식으로 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여론은 긍부정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대부분 여론 모니터링 체계는 현재 여론을 분석하여 긍정과 부정 비율에 주로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위 찬반 비율을 가지고 회사가 관리해야 하는 위기나 이슈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과 부정 여론 비율을 가지고 무슨 의사결정이 가능한가? 위기나 이슈는 일단 부정 여론을 두껍게 깔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미세하게 긍부정 비율이 흔들리는 것도 큰 의미가 없을 때가 많다. 위기나 이슈관리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여론이 왜(why)’에 대한 인사이트다. 그들은 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가? 그 부정적 의견은 왜 발생되었는가? 그 ‘왜(why)’를 깊이 있게 분석해야 해결책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왜(why)’가 기업에게 ‘어떻게(how)’와 ‘무엇(what)’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준다.
그렇게 여론은 항상 답을 준다
여론 속에 답이 있다는 이야기는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슈관리를 위해 여론을 잘 읽다 보면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회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개의 의견, 백 개의 의견, 천개의 의견이 계속해서 비슷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면 그 의견 속에 답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경험 많은 이슈관리 실무자들은 그 방향성에 대한 프레임이 이미 설정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유사 케이스들을 다루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여론 모니터링은 그런 경험 많은 실무자들과 경영진에게 마지막 확신을 주기 위한 작업일 때도 많다. 좋은 모니터링 시스템과 훌륭한 의사결정자들의 조합만큼 완벽한 체계가 없다.
여론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
위기나 이슈대응 회의에서 여론을 조작한다는 표현은 잘 쓰지 않지만, 내심 여론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거나 틀거나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종종 나온다. 홍보실에게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시작하는 기업 위기 및 이슈 상황에서는 기울어진 여론을 반대쪽으로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영진도 그런 불가능성을 알지만, 무엇이라도 해서 여론을 순화시키라는 지시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여론을 대하는 최고경영진의 자세다. 여론을 존경하라고는 조언하지 못하겠지만, 진지한 존중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여론을 두려워하는 것이 회사를 위해서도 좋다. 여론 때문에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기도 했고, 정부와 기업들이 무너졌다. 여론을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무모한 욕심이거나 상상일 뿐이다.
여론은 자주 다루어 보아야 익숙해진다
이 또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특정 위기나 이슈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집중해 들여다보는 여론은 적응하기에도 시간이 걸리고, 이해하는 대에도 도움이 필요하다. 평소 꾸준히 여론을 읽으며 사업을 진행해 왔다면, 보다 신속 정확하게 이해가 가능 해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평소 운용하는 여론 모니터링 체계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면서 완전한 상태로 구동되고 있으면, 위기나 이슈 시 즉각적인 활용이 쉽다. 실무자들도 분석과 트레킹 그리고 보고의 숙련도가 높아져 있게 된다. 여론을 평소에 모니터링하면, 불필요한 위기나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조직 자체가 민감성을 지니게 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정무감각이 성장한다. 기업 자체가 사려 깊게 된다.
이 밖에도 여론에 대한 기업의 이해와 태도의 이야기는 다양하다. 흥미로운 것은 여론에 대한 기업의 태도와 이해의 수준이 위기관리나 이슈관리의 성패를 나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경험적으로도 아주 실전적인 원칙이다. 반면 여론을 폄하하고 잘못 이해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려 하고, 심지어 여론을 마음대로 움직여 보려 하는 기업은 상당히 고통받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아 왔다.
일부 경영진은 기업이라는 곳에는 기업의 목표가 있는 것인데, 여론에 휘둘려서 갈팡질팡하게 되면 어떻게 사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가 하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일단 기업의 목표가 여론에 반하거나 충돌하게 되는 경우라면, 그 기업의 목표는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론이 강력하게 비판하는 사업을 고집 세게 밀어 부쳐서 성공하는 경우 또한 그리 흔하지 않다. 성공한 많은 기업은 여론에게 지지 받으며 사업적으로 성공하려 애써온 곳들이다. 여론은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기업이 살아 숨쉬고 진정으로 성공하기 원한다면, 여론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여론이 이야기해 주는 답을 찾아보아야 한다. 여론이란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만 신경 써야 하는 주제가 아니다. 기업이 여론과 친해질 수록 위기나 이슈가 적어진다. 그리고 위기나 이슈와 마주했을 때 그것들을 더 잘 관리해낼 수 있게 된다. 여론은 우리에게 답을 주는 친절한 교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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