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22025 0 Responses

기업은 왜 공감에 실패하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부정적인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이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수 요소 중 하나가 ‘공감(共感)’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공감을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라 정의하지만, 상식적 개념으로 공감을 이해하는 것이 더 먼저일 것이다.

특정 상황이 여러 이해관계자에 의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할 때, 기업이 해야 할 첫 번째 대응이란 무엇인가? 왜 다수 이해관계자가 그 상황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런 이해가 바로 공감의 기반이 된다.

이해하지 못한 채로는 공감할 수 없다. 공감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피상적 의미의 실행만 가능하게 된다. 이해관계자들은 그런 연출에는 더욱 공감하지 않는다. 기업이 문제를 모면해 보려고 가식적 대응을 하고 있다며 더욱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진다. 계속해서 다른 공감을 반복 표현하는 기업의 케이스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공감할 수 없다는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평소 경쟁력 있는 기술과 품질 그리고 서비스로 훌륭한 명성을 자랑하던 기업들이 어느 날 부정 이슈나 위기를 마주하게 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인 ‘공감’에는 어이없이 실패하곤 한다. 똑똑한 경영자들은 그 공감이라는 개념에 어색함을 느끼고, 일부는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이해에 기반한 공감 대신 공감적 표현에만 집중하려 한다. 공감에 실패한 여러 기업은 이슈나 위기 발생 시 ‘공감’이라는 것은 별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왜 어떤 기업은 공감에 실패할까?

공감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기 싫어한다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조언에 강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경영진이 있다. 아주 적은 일부는 구체적 상황 정보에 대한 공유를 받고 나서도 기능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상 증상은 이번 글에서 예외로 한다) 이는 개인적인 기능 장애와 관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사실 이런 류의 경영진도 상황을 이해하고, 마음속으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상태에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이라 앞의 경우와는 다르다.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상황 관리 실행이 더 중요하고, 공감이라는 것은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어떻게 보여지는가 보다, 무엇을 해 주는가가 더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각과 주장은 절반의 진실이다.

무엇을 하는가에 관련 있는 상황 관리와 어떻게 보여지는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에 관련 있는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서로 떨어뜨릴 수 없는 한 쌍이다. 어느 쪽이 우선이고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현장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것이다. 왜 적절한 상황 관리와 함께 정확한 공감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나? 거부감을 느끼는 진짜 이유는 뭔가?

그 외에 공감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경영진은 공감하지 못 한다기 보다는 공감 시 예상되는 회사와 자기 개인의 현실적 부담 때문에 공감을 회피하는 경우다. 공감을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더욱 큰 기대를 가지고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자칫 내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까지 될 수 있는데, 스스로 공감해주게 되면 내 자신의 안위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그런 불필요해 보이는 부담을 질 필요가 있겠느냐 한다. 공감하지 않고 또는 공감을 표현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옵션이 무엇인지를 찾게 된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현실적 배경이 존재하는 것이라, 따로 조언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

예측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기업, 조직 구성원, 경영진 대부분이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공감에 실패한다. 공감 능력은 한마디로 예측하는 능력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상황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이런 방향으로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예측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 예측이 실제적이지 않거나, 예측대로 되지 않는 상황과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일부는 절대 하지 않아야 하는 내용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이해관계자들을 자극한다. 사후 어떤 예측을 하며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했는가 물으면 정확한 예측을 하지 않았거나, 잘못된 기대를 했다고 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면 이런 경우는 대부분 상황에 대한 이해를 정확하게 하지 못한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병세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 채 약물치료나 수술을 시작해 버리면, 환자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와 흡사하다.

다시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 보지만, 이 또한 제대로 된 상황 이해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다시 실패로 이어진다. 시간이 가며 추가적으로 더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여기저기 채널을 통해 실행되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는 계속 희박 해진다. 설상가상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기반한 예측 능력이 바로 공감이다. 어느 하나도 생략되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별 준비 없이 커뮤니케이션한다

공감 부족이나 실패로 지적 받게 된 경영진의 경우, 그 빌미를 제공한 커뮤니케이션을 사전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에 대한 주제다. 모든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준비를 필수 전제로 한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절대로 커뮤니케이션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예전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참모들은 준비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로프를 매지 않고 뛰는 번지 점프’에 비유하기도 했다. 준비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슈나 위기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니 커뮤니케이션 에러가 생기는 것이다. 자주 있는 직원 대상 타운 홀 미팅도 경영자가 준비 없이 단상 위에 오르니 항상 문제가 생긴다. 공감하지 못할 메시지를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해서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사전에 예상 질문을 깊이 이해하고, 이해관계자인 직원들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재앙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적절한 준비가 더해졌다면, 그 어려운 직원들의 질문에 회사의 비전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효과적으로 답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직원들을 이해시키고, 자신에 대한 호감도를 일정 수준 형성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감은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순간적 느낌으로 하는 공감은 진짜 공감이 아니다. 물론 그런 류의 공감도 공감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공감 기준으로 보면 권장되는 공감은 아니다. 시간을 가지고, 이해해 보고, 고민해서 공감에 이른 공감이 진짜 공감이다. 준비는 필수다.

사적 커뮤니케이션과 공적 커뮤니케이션 간 확실한 구분을 어려워한다

기업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사적 커뮤니케이션인가 공적 커뮤니케이션인가? 경영진이 거래처나 협력처에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사적인 것인가, 공적인 것인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체 회식 자리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이는 사적인가 공적인가? 거래처와 협력처와 단합대회를 할 때 나눈 커뮤니케이션은 사적인가 공적인가?

대상, 맥락, 주제 그리고 경우에 따라 사적 커뮤니케이션과 공적 커뮤니케이션이 나뉜다고 생각하는 기업 경영진이 있다.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마이크를 잡았을 때는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고, 이후 혼잣말을 하거나 주변 친한 직원에게 하는 대화는 사적 커뮤니케이션에 가깝다는 생각도 한다. 심지어 기자와의 대화에서 비보도 전제하에 나눈 술자리 커뮤니케이션은 사적 커뮤니케이션이라 주장하는 경영자도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업 경영진에게 사적 커뮤니케이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사적 커뮤니케이션을 꼽으라면, 자신의 집에서 가족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이 그나마 안전한 사적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기업 경영진이 대학 동창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회사의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이야기하거나 하는 것도 상당 부분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적 및 공적 커뮤니케이션에 구분을 두는 경영자들이 공감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있어 실수를 저지른다.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르다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무심코 해버리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고 기초적 조언이지만, 책임 있는 기업 경영진이라면,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관된 공감을 표현하고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회사와 함께 자기 자신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철학이 된다.

자사에게 유리한 여론에만 공감한다

공감을 하긴 하는데, 적절하지 않은 여론에만 공감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자신이 공감하지 않는, 공감할 수 없는 여론을 구분한다. 우리 회사를 지지하는 일부 여론이 있는데, 이런 여론에는 정말 진정성 있게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대신 우리 회사를 비판하고 공격성을 나타내는 다른 여론에는 맞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더 나아가 자사 팬덤을 활용해서 자사가 공감할 수 없는 여론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선별적 공감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위험한 습관이다. 대부분의 음모론과 피해자 포지셔닝이 이런 습관에 기인한다. 여론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도 상황에 대한 이해의 핵심 부분이다. 어떤 여론을 진짜 여론이라 판단해 결정하는지에 따라 이슈나 위기 관리 성패가 갈리는 경우도 많다. 사실 기업 이슈나 위기 케이스의 경우에는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여론을 판단하는 데 있어 애매모호한 상황이 흔하지는 않다.

문제는 그런 일반적 기업 관련 여론을 보는 시각이다. 정치권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던 경력을 가진 경영진의 경우 종종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 여론을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분류한다. 기업 경영진에 대한 이슈화가 정치적 배경 때문이라고 본다. 정치권에서 누군가가 우리 회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문제를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정치 세력이 회사를 흔들고 있다고 본다. 그런 조언이 내부에서 다양하게 퍼질수록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은 사라진다. 기업 이슈와 위기 관리에서 매우 위험한 시각이 바로 정치적 시각이다.

당면 이슈의 최종 파급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슈 초기에 지금 같은 결과로 이어질 것을 정확히 알았으면 처음부터 충분히 공감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는 의미다. 만약 이렇게 될 것을 알았다면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최악의 상황과 결과를 설정하고, 그를 방지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라는 조언이 이런 경우에 적용된다. 문제는 정말 자기 회사가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던 것인가다. 알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이 더 컸던 것은 아닐까? 반대로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혹시 상황 분석과 이해 그리고 예측 역량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경우 사후에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기업은 초기에 결과를 알았더라도 끝까지 적절하게 공감하지 않았을 확률이 크다. 사후 주장은 일종의 자기합리화라는 것이다.

공감의 경험이 부족하다

개인적 주제로 내려가서 기업 경영진의 평소 공감 경험과 습관은 아주 중요한 이슈 관리 자산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복잡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 스스로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기반으로 각각의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일리(一理)’를 골라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이 좋다.

특정 이해관계자 시각이 일단 마음에 들지 않고 이해되지 않아도, 일리(一理), 즉 어떤 면에서 그런 대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이치를 찾아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반복하고 그 일리를 찾아 이해하려 애쓰다 보면 공감에 익숙한 경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슈나 위기 관리 이전에도 유용한 평소 습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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