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2018 2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9편] 압도적으로 의사결정 하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9편] 압도적으로 의사결정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다. 직접적으로 회사에 여러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하면서 사회적 평가가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일단 매출이 줄어간다. 평시 해 오던 여러 활동들이 중단되거나 취소 되고 있다. 당연 주가는 빠지고, 투자자들과 여러 주주들이 무언가 빨리 대응 해야 한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기관리를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들의 공통적 생각은, 해당 위기에 딱 맞는 적절한 수준의 대응을 통해 해당 위기를 관리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경영자로서 ‘부화뇌동’이나 ‘오버 대응’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수준의 대응을 찾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소모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적절한 수준’의 대응이 해당 위기를 단번에 관리해 버리면 그 보다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적절한 수준’이라 생각했던 대응이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다. 내심 기대했던 대응인데, 그 대응이 결과적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다.

대부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의사결정자는 한번 더 고민한다. 주변에서는 ‘적절한 수준’만 고집하지 마시고, 보다 ‘압도적 수준’의 대응을 고려하시라는 조언을 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리더는 다시 ‘적절한 수준’과 ‘압도적 수준’ 그 중간 어디엔가에서 합의점을 찾으려 애쓴다. 그런 노력이 곧 위기관리라 믿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리 해 결정된 ‘한층 강화된 (중간적) 수준’의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면 아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다시 그런 대응 수준이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다면 이제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위기까지 발생하게 된다. 내부에서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의사결정을 했던 리더의 자격과 역량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보다 압도적으로 대응을 했었어야 했어” “자꾸 찔끔찔끔 대응하다 보니 이 지경이 된 거지” “문제를 해결 할 수준의 배포가 없는 리더야” 같은 내부 평가가 시작되는 것이다. 리더는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압도적 대응’을 조언하거나 주문하는 주변 리더들의 이야기가 자신에 대한 ‘공격’이라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압도적 대응을 계속 주장하는 저 사람들은 분명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틀림 없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제 와서 저들이 주장하는 압도적 대응을 결정하면 저 사람들에게 지는 셈이 되는 걸’이라며 의사결정을 더더욱 지연시키며 주저한다. 결국 위기는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상태로 거대해진다.

시간은 흐르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여러 피해는 계속되고, 내부에서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도래한다. ‘위기를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면, 위기에게 자신이 관리 당한다’라는 말과 같이 극단적으로 악화된 위기가 회사와 의사결정권자인 리더를 관리하게 되는 시점까지 오게 된다.

이정도 시점이 되면 최종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압도적 대응’을 억지춘향식으로 발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상황은 상황대로 이미 악화 되었고, 보호할 수 있었던 많은 자산들이 날아갔고, 어느 정도 지켜낼 수 있었던 기업 명성이나 평판도 죄다 무너져 내린 후다. ‘사후 약방문’ 평가를 받으면서 허망한 ‘압도적 대응’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된다.

많은 위기관리 실패사례들을 보면, 가장 마지막에 내린 의사결정과 그에 의한 대응을 위기 발생 직후 바로 실행했었다면 성공했었을 케이스들이 꽤 많다. 초반에 압도적으로 원점관리를 했었어야 했다. 초반에 리더가 앞으로 나와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어야 했다. 압도적으로 피해자들의 피해를 보상하고, 그들이 놀랄만한 개선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었어야 했다.

문제 중심에 있는 최고위 책임자에게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완전하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리콜을 신속 실시하고, 소비자들에게 다가 갔어야 했다. 문제 제품이나 사업부문을 바로 포기했어야 했다. 문제의 브랜드를 포기해서라도 다른 여러 브랜드들을 살렸어야 했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정보를 스스로 먼저 발표하고 문제를 직접 관리했었어야 했다.

이런 ‘…했어야 했다’는 개념을 잘 들여다 봐야 한다. 왜 그런 대응을 초기에 못했었는지 돌아보라는 이야기다. 다음에는 위기발생 직후 그런 압도적 대응을 빨리 의사결정 할 수 있을지 살펴보라는 이야기다. 압도적 대응이란 해당 위기를 보다 신속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 ‘그 이상’을 의미한다. ‘과하다’ 또는 ‘놀랍다’는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노린다. 이해관계자들이 더 이상 화를 내거나, 손가락질 하기 어렵게 만드는 수준의 대응이다. 압도적 대응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해당 기업의 강한 의지이자, 책임을 표현하는 전략이다. 우리는 압도적 대응의 필요성을 이미 알고 있다.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라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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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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