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sis Management

8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오너 위기관리를 위한 십계명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연이어 발생되는 기업 오너들의 다양한 부정 이슈 케이스들을 들여다 보자. 그런 오너 이슈 하나 하나를 보면 그리 낯설어 보이거나 별로 새롭지가 않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고, 간간히 드러나 이미 크고 작은 문제가 되었던 유형들이다.

그 중 일부는 타사 이슈라 자사와는 상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발생했을 수도 있다. 또 일부는 타사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저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무관심으로 일관한 것이 문제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오너에 의해 발생되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위기관리 차원에서 사전 위기관리가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라고 하는데, 과연 오너 위기에도 그런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실제 오너 케이스를 다루어 본 경험에 의하면, 그러한 사전 위기관리는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불가능하다. 즉, 언젠가는 해당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 이후를 대비하며 사내 위기관리 체계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 상책이라는 의미다.

기업 오너와 관련된 위기. 발생하게 되면 즉시 따라야 할 위기관리 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1. 6시간 내에 원점관리하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항상 오너 관련 위기에는 ‘원점’이 존재한다. 그 원점이란 피해를 주장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오너와 회사에 공격적인 불만을 토로하며, 언론을 비롯한 여러 규제기관에게 문제를 제기 확산하고 있는 주체다. 그 원점을 파악한 직후 6시간내에 그 원점을 만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원점이 원하고 바라는 바를 압도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크게 불거진 오너 관련 위기는 오너나 회사가 이 원점관리를 하기 싫어했거나, 피상적으로 했거나, 너무 늦게 실행한 케이스들이다.

  1.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하라

정신이 없다. 문제가 불거져 온라인과 언론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이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고민만 한다. 일단 변호사를 구해야 한다. 오너 위기의 대부분은 결국 법정에서 최종 결론이 난다. 그 이전에 언론을 비롯한 각종 규제기관들이 개입한다. 다양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제대로 검증된 훌륭한 변호사 없이 이 모든 대응 작업을 제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너께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해 미리 준비해야 결과가 좋다. 필히 오너 개인 돈으로 고용해야 한다.

  1. 여론 감각을 극대화 하라

억울하다 하실 것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떠 돈다 분개 하실 것이다. 이때 여론 감각이 필요하다. 일단 실제 재판장에 가기 위해서는 항상 여론의 법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 완벽하게 유죄가 인정되어 버리면, 실제 재판장에서의 무죄 판결도 별 의미나 가치가 없게 된다. 최근에는 여론의 법정이 실제 재판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명심해야 한다. 여론의 법정은 재심(再審)이 없다. 또한 권투경기처럼 12라운드를 KO 당하지 않고 견뎌야 그나마 판정도 기대할 수 있다.

  1. 기자회견이나 사과문에는 필히 원점과의 화해를 명기하라

무조건 사과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머리를 숙이는 연습만으로 완벽하지 않다. 실패하는 기업들은 사과 기자회견이나 사과문에서 미래형 어미를 주로 사용한다. “찾아 뵙고 사과 할 예정이다” “손해 배상을 할 계획이다” 이런 미래형은 좋지 않다. 앞에서 원점관리를 강조했다. 기자회견이나 사과문 공히 완료형 어미를 써야 낫다. “찾아 뵙고 사과 했습니다” ”손해배상을 했습니다”가 훨씬 유효하다. 일부 성공 사례에서는 직접 해당 원점을 기자회견에 초청하기도 했다. 화해를 마쳤던 거다.

  1. 비선라인을 제한하라

오너 스스로 명심하셔야 할 부분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도와주겠다는 지인들이 나타난다. 오너 스스로도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여러 지인에게 연락을 취할 것이다. 전현직 고위 관료나 규제기관장 그리고 정치인들이 일반적 대상이다. “병은 자랑하라”는 말이 있다. 그 병을 알게 된 지인들이 도움을 주거나, 스스로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절제 할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오너 관련 위기는 자랑 할 거리가 아니다. 일단 지인이나 비선이 개입하면 더 일이 꼬인다. 검증된 창구로의 일원화와 극소수 인력으로 수면 위에서 담담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훨씬 깨끗하다.

  1. 오너 개인과 회사 법인을 분리하려 노력하라

가능한 분리해야 산다. 분리하려고 노력해야 예후가 좋다. 오너 때문에 자사 제품 판매가 반 토막 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회사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불매운동 피켓 시위를 하게 하면 안 된다. 사과문의 경우 그 사과문을 발표한 주체를 정확하게 오너 자신으로 명기하자. 실패한 많은 케이스들을 보면 법인이 오너 대신 사과한다. 임직원들이 동시에 대신 사과한다. 오너의 아드님이 대표이사라서 대신 사과한다. 이는 가장 흔한 치명적 실수다.

  1. 오너가 직접 앞에 나서라

무조건은 물론 아니다. 위기 상황의 수준을 잘 판별해 결정하라. 경찰이나 검찰에서 출두 명령이 오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언제 어떤 장소에서 어떤 형식으로 오너가 직접 앞에 나서야 하는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위기관리 전문가나 언론홍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조사기관 출두 때 처음 언론 앞에 나서는가, 아니면 그 이전에 책임을 표명하고 사과하면서 사전에 언론에 나서는가는 전략적인 다름이다. 핵심은 오너께서 직접 앞에 나서는 것이다. 숨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 오너께서 최대한 훈련 받아야 한다

사과 기자회견이나 조사 기관 출두 시 오너께서 하시는 말씀은 매우 중요하다. 얼굴 표정, 머리를 숙이는 방식, 말씀하시는 자세, 그리고 메시지들은 오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핵심 중 핵심이다. 공감을 표현하고,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 하고, 인간미를 극대화해 표현하고, 개선책과 재발방지책을 이야기하는 모든 과정은 훈련되어야 한다. 모든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연출(준비)의 과정이 필요하다. 준비하면 더 낫다.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너의 메시지나 태도가 다시 구설수에 오른다.

  1. 로드맵을 짜라

오너 관련 위기 케이스들을 보면 전형적인 상황 전개 프로세스가 있다. 성공과 실패 케이스들간에는 해당 논란을 어느 단계에서 멈추게 하였는가와 얼마나 이해관계자 개입을 전략으로 제한했는가에 다름이 있다. 문제가 불거지면 바로 향후 발생할 시나리오들을 정리해 로드맵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언론 노출-온라인 확산-원점의 노출-언론과 온라인의 관여 증가-고소 고발-조사기관 개입-정치권 또는 시민단체 개입-법적 다툼과 판결 등 대략적 흐름 사이에도 여러 변수들과 이해관계자 전망들이 있다. 로드맵을 가지고 길을 가는 회사와 로드맵 없이 그 때 그 때 두리번 거리며 길을 가는 회사간에는 큰 다름이 있다. 일단 오너께서 과도하게 불안해 하신다.

  1. 뭐든 신속하게 하라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너 위기관리에서 시간은 독이다. 대응 없이 시간이 흐르면 분명 그 시간은 독이 된다. 예전에는 일간지 마감 시간을 중심으로 위기관리가 흘렀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과 각종 소셜미디어 흐름에 따라 위기관리가 흐른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허비하는 시간은 치명적이다. 입장 정리 못하고, 주저하고, 원점 관리 싫어하고, 메시지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왈가왈부 하는 모든 시간이 독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빨리 대응해야 한다. 평소 관심 가져야 하는 부분이 이 시간관리다. 준비되어 있고,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마가 타있다면 대응 시간은 최소화 된다. 오너가 문제 직후 스스로 나서 전략적 결정을 단박에 하시면 시간은 대폭 줄어든다.

이상의 오너 위기관리 십계명은 실제 대응 시 절대 지켜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전제하고 철저히 준비하라는 의미다. 발생을 미연에 막을 수 없다면, 그 후에라도 잘 관리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하기 보다,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위기관리는 곧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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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1편] 로펌에서 언론 대응하지 말라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장님과 회사 관련해 일부 내부 고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수준으로 사실확인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로펌 자문을 얻어보니 그냥 조용히 언론에 대응하지 말라 하더군요. 회장님께서도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 질것이라고 하십니다. 어떻게 해야죠?”

 

[컨설턴트의 답변]

제가 이해하기로 현재 그 내부고발성 이슈는 추후 법적 판단까지 준비해야 하는 민감한 이슈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언론으로부터 더욱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실 것이고요, 정부 규제기관이나 시민단체로부터도 다양한 개입이 예상되는 이슈로 보입니다. 물론 고객이나 직원 등의 여러 이해관계자들도 그 이슈에 큰 관심을 나타낼 것입니다.

만약 로펌이 정확하게 ‘언론에 대응하지 말라’ 조언 했다면,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소송전략상으로 회장님이나 회사가 논란에 대해 사전에 왈가왈부 않는 것이 더 결과적으로 이로운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너무 자세한 내용들이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목적으로 흘러 나가게 되면, 규제기관들의 추가 개입이 있을 수 있으니 커뮤니케이션을 자제하라는 요청일수도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전략적 침묵’을 조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당연히 그 이유는 확인해 보셔야 하겠습니다.

한가지 그에 더해 내부적으로 점검하셔야 할 것은 과연 법적 최종 판단을 받기 까지 자사가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압력을 감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수개월에서 수년 후로 예상되는 최종 법적 판단까지 ‘침묵’만으로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위기관리를 종종 사각의 링에 올라간 권투 경기로 비유하곤 합니다.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라는 엄청나게 강한(?) 상대의 다양한 공격에 맞서 싸우는 선수를 회장님과 회사라고 비유해 보시죠. 법적 판단이라면 이는 곧 최종 라운드인 12라운드 이후에 내려지는 판정을 의미할 것입니다.

현재 질문해 주신 회사의 상황은 겨우 1라운드를 시작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앞으로 11개의 추가 라운드가 남아 있습니다. 그 이후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남아 있는 모든 라운드 내내 KO당하지 않고 견뎌내야 합니다.

중간 중간 쓰러져 카운트를 받더라도 절대 KO는 당하지 않고 견뎌야 합니다. 그로기 상태가 12라운드 동안 지속된다 해도 일단 KO는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어느 정도 있어야 최종 판정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위기관리 12라운드를 견디기 어려워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최종 라운드까지 가더라도 긍정적인 판정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유효한 펀치를 지속적으로 날리며 상대방에 맞서면서 12라운드를 이끌고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링 밖의 코치가 이렇게 주문 합니다. “어차피 체력적으로 우리가 승산이 있으니 펀치를 날리지 말고, 상대방 주먹을 피해 다니기만 하세요” 다양한 펀치를 날리는 무서운 상대를 피해 다니면서 경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피하는 와중에도 유효한 여러 펀치들을 두들겨 맞게 될 것입니다. KO패 당하지 않으려 애 쓰지만, 여러 번 눈 앞이 아찔해 지기도 하겠죠.

이런 경우 그렇게 기대하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좋은 결과를 기대하려면 12라운드 기간 동안 열심히 전략적으로 맞서 대응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상대방으로부터의 무수히 많은 펀치를 맞고도 견뎌낼 수 있는 맷집도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 ‘위기관리 실행’없이 12라운드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모해 보이지요?

맞습니다. 비록 로펌의 조언이 ‘무시와 무대응’이라 한다 해도, 최소한 유효한 커뮤니케이션 실행은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필요합니다. 최근 여러 케이스들을 보면 여론의 법정을 무사히 지나가기 위한 노력 없이 법정으로 바로 들어가는 기업이나 셀러브리티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론의 법정에서 무참하게 패배한 기업이나 셀러브리티가 실제 법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론의 법정과 실제 법정은 다르다. 실제 법정은 여론의 재판결과에 영향 받지 않는다”고 법조인들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 경험 해 보시면 알게 됩니다. 여론의 재판이 얼마나 혹독한지, 그리고 실제 법정에서 여론의 재판 결과에 반한 판결이 났을 때, 자사가 아무렇지 않게 바로 회복 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위기관리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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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0편] 뻔한 위기, 사전 관리는 어떻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요즘 여기 저기 기업에서 발생되는 위기들을 보면 거의 비슷한 성격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거의 서로 비슷한 문제와 고민들을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위기관리라고 하던데, 어떻게 하면 사전에 그런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사건이나 사고 같은 위기 유형은 사전 위기관리라는 것이 철저한 안전 의식과 규정 준수, 사고 발생 감지 체계 강화 등으로 상당부분 사전관리가 가능합니다. 환경, 품질, 서비스 관련 위기 유형들도 대부분 사전 위기관리 방식은 이와 대동소이합니다.

그러나 최근 여러 기업이 겪고 있는 ‘사회 환경적 위기’에 대한 사전 위기관리는 약간 다른 처방이 필요합니다. 기존 위와 같은 단순 사건, 사고 유형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고, 일단 발생하면 통제 불가능한 부분이 상당수 드러나기 때문에 사후 관리 예후가 그리 좋지 않은 것도 특징이라 할 것입니다.

여러 기업들이 과거와 현재 경험했던 ‘사회 환경적 위기’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전적 처방이 가능합니다. 그 처방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사내 준법 문화’입니다. 기업 오너로부터 일선 직원들에게 까지 강조되는 준법의식과, 법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위기 요소들의 점검 개선은 ‘사회 환경적 위기’ 발생 가능성을 절반 이상 줄여냅니다.

그 다음은 최근 특히 강조되고 있는 ‘여론 감각의 강화’입니다. 기업이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여론에 의해 문제가 지적되는 경우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결국 해당 의사결정이 재앙적 결과로 마무리 되는 경우도 목격됩니다. 만약 기업이 정확한 ‘여론 감각’을 모든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다면 불필요한 ‘사회 환경적 위기’는 또 다시 절반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은 다른 기업들이 경험한 여러 위기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는 활동입니다. ‘타사 반면교사’를 통한 개선점 확인 및 개선 노력이죠.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이 경험한 것과 동일한 위기를 그대로 답습합니다. 그런 면에서 해당 기업이 ‘타사 반면교사’를 한다면, 또 나머지 절반의 ‘사회 환경적 위기’의 발생은 사전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다음은 우리 회사만의 위기 요소에 대한 점검과 개선입니다. ‘자사 위기 요소 진단’을 의미합니다. 앞에서부터 준법 문화 강화, 여론 감각 강화, 타사 반면교사 등을 기반으로 한 위기 요소들을 확인 개선했어도, 우리 회사에게만 발생할 수 있는 특별한 위기 요소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세세하게 확인해 개선 조치한다면 또 상당 부분의 ‘사회 환경적 위기’는 관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의 모든 활동들을 진행 한 뒤에도 돌아봐야 할 것들은 몇 개가 남습니다. 그 중 하나가 ‘기업문화’입니다. 기업 구성원들이 과연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개념, 의지 그리고 공통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가에서도 위기 발생 가능성이 갈릴 수 있습니다. 분명히 위기를 사전 사후적으로 잘 관리 할 수 있는 ‘기업 문화’는 존재합니다.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이 있다면 ‘사회 환경적 위기’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다음 남은 것들이 바로 위기관리를 위한 ‘조직화’와 해당 위기관리 조직의 ‘위기관리 기술 및 역량 개발 노력’입니다. 앞의 모든 필요 조건들이 전제되어 있을 때 비로서 빛을 발하는 처방입니다. 우리가 흔히 들어온, 위기관리 매뉴얼, 위기관리 위원회, 위기관리팀, 교육 및 훈련, 시뮬레이션 등등이 이런 처방의 일환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점은 많은 기업들이 ‘사회 환경적 위기’에 사전적으로 맞선다고 하면서 맨 마지막 노력들로만 위기관리를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상당히 큰 포션인 준법 문화 강화, 여론 감각 강화, 타사 반면교사 및 자사 진단, 기업문화 개선 등은 과감하게 건너뛰고 바로 위기관리 조직과 역량 강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는 분명히 단추를 잘 못 끼우는 순서입니다. “당면한 위기에 대응 하기 위해 우리 실무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이 것뿐이라 당장 이것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실무자들이 합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중요 전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 한, 어떤 노력도 정확한 의미의 위기관리와는 거리가 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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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9편] 우리라면 다를 수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경쟁사가 요즘 골치 아픈 이슈로 고생 하고 있습니다. 계속 헛발질 대응을 하는 거죠. 사실 그 이슈는 업계 전체의 관행 비슷한 것이거든요. 막상 저희에게도 그런 이슈가 똑같이 발생하면 딱히 다른 대응이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 경우 우리가 어떻게 해야 좀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경쟁사나 유사 업종 기업 또는 전혀 다른 업계 기업들에게 발생한 실제 위기 케이스를 분석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교사로 삼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케이스 분석을 아주 체계적으로 해 실제 자사의 위기 요소 진단 기반으로 삼거나, 개선 주제로 공유하기도 합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런 것들은 대단히 발전적인 노력입니다.

이들 기업을 보면 일반적으로 각 케이스를 분석해서 대응전략이나 활동에 대한 장단점을 정리하는 작업을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케이스를 두고 “평소 컴플라이언스 체계에 대한 관심 및 투자 부족”을 문제로 지적 합니다. 잘 된 대응으로 “신속한 로펌 선정과 협업 체계 수립으로 체계적 대응”을 꼽기도 합니다.

이런 분석 보고가 공유되면, 사내에서는 VIP가 위기대응그룹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컴플라이언스 체계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지?” “그 회사나 다른 경쟁사들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는지 조사 좀 해 봐요” “혹시 모르니까 공정위쪽 정통한 로펌을 미리 알아보고,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면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는 또 하나의 강화나 개선 작업이 진행되게 됩니다.

질문하신 바 같이 그 경쟁사도 현재 ‘골치 아픈’ 이슈를 그런 방식으로 내외부 협업을 통해 고민해 대응하고 있으리라 보여집니다. 그러나 그 대응 방식이 제대로 된 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게 문제 같습니다. 질문의 핵심은 우리 회사가 지금 그 회사와 동일한 이슈에 처했을 때 무언가 다른 대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소위 ‘무언가 다른 대응’이 스스로 실행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그 이슈를 관리하고 있는 회사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상당한 논의와 고민을 거쳐 대응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그 어떤 새로운 대응 전략이나 방식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응하는 세부 방식들을 보면 더더욱 다름을 찾기는 힘듭니다.

즉, 일반적 고민으로는 다름을 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나 실무 선에서 어떤 다른 전략과 대응을 고안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정말 다른 대응이 가능해 지려면 그것은 전적으로 ‘VIP의 다른 의사결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유사 이슈에 다른 대응이란 불가능합니다.

만약 VIP의 전혀 다른 의사결정만 새롭게 내려진다면, 실제 해당 이슈에 대한 대응 전략과 실행은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사의 경우 자사 제품 하자로 인한 소비자 피해 주장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소송으로 진실을 따진다는 전략과 대응 실행을 하고 있다 가정해 보시죠. 그 회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비난을 받고 그로 인해 실제 매출에도 타격을 입는 등 부정적 결과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 회사에게 유사한 이슈가 발생하면 어떻게 달리 대응해야 할까 질문 하는 겁니다. 그 때 VIP께서 “우리 회사는 고객이 가장 최우선이니, 고객이 피해를 주장하면, 일단 고객편에 서서 판단합시다”라는 의사결정을 해 주는 거죠. 그렇게만 되면 상당히 다른 대응이 가능해 집니다.

경쟁사는 최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고, 피해 주장 고객에게 법적 대응을 중심으로 가겠지만. VIP가 다른 의사결정을 내린 회사는 오히려 피해 주장 고객을 회사 임원이 만나고, 여러 전문가들과 그 피해에 대해 같이 논의하고, 원인을 함께 규명하는 실행을 하게 될 것입니다.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선의 관점에서 지원 하면서 지속적 대화를 진행하게 되겠지요. 분명 이런 대응 전략과 실행에는 다른 결과가 생산될 것입니다.

모든 다름은 VIP의 큰 의사결정 때문입니다. 그것 없이 실무그룹 차원에서 무언가 창의적 대응 전략이나 방안이 나오기는 힘듭니다. 비슷한 이슈나 위기를 여러 회사가 유사 대응해 공히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 그것 때문 입니다. 즉, 각 회사의 VIP가 모두 비슷한 의사결정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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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8편] 어차피 법정으로 갈 위기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이슈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너무 강하게 나오고 있어요. 언론도 그렇고, 시장에서는 불매운동까지 갈 것 같고요. 이런 경우 어차피 법정에서 책임 유무가 가려질 텐데요. 위기관리 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기업 이슈나 위기는 지금 말씀하신 그 단계들을 정확하게 거치면서 발전 됩니다. 최초에는 ‘원점’이라고 불리는 문제 제기자나 그 그룹이 존재합니다. 그 원점이 얼마나 강력하고, 확산 역량이 있고, 적대적인지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첫 작업입니다.

위기관리의 성패는 그 원점을 초기에 얼마나 잘 관리해서, 그들의 적대감이나 문제 확산 의지를 감소 소멸 시키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이 초기 가용 가능한 모든 기업 역량을 집중해서 해당 원점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그 원점관리 노력이 일부 또는 상당부분 실패해서 해당 문제가 언론이나 온라인을 타게 되면 그 때부터는 거실(living room) 관리가 위기관리의 핵심이 됩니다. 기존에 홍보실에서 생각하는 위기관리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가능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관리하고, 전체 부정기사의 분량이나 부정 수준을 감소 시키는 작업이 되겠습니다.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거실’에서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한 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실에서의 여론을 관리하는데 실패가 있었다면, 그 후 부정적인 영향은 시장을 향하게 됩니다. 문제가 발생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상당기간 팔리지 않게 됩니다. 각종 사회단체들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 불매운동의 희생 기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팔리지 않는 제품들로 인해 리콜과 같은 처지가 되어 버립니다. 실적에 일정 수준 이상의 타격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는 시장에서의 불매 분위기를 관리하려 애씁니다. 그런 여러 노력과 커뮤니케이션이 이 단계에서 위기관리의 핵심이 되겠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법정으로 문제 이슈가 넘어가는 단계입니다. 법적 판단을 받아 보아야 해당 이슈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것이죠. 이렇게 된 경우는 대부분 앞서의 원점관리, 거실관리, 시장관리 노력들이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앞 부분의 실패가 없었다면 문제가 법정으로 넘어오는 경우는 상당수 줄어들게 됩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단계별로 효과적인 대응 실행을 각각 해 내는 것을 위기관리라 합니다. ‘어차피’ 법정에서 끝날 이슈라 하면서 그 이전의 단계 관리들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상황의 진전을 방치하는 것은 위기관리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단계별로 관리해야 할 것을 하나 하나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위기관리입니다.

원점의 활동성을 그대로 놓고, 거실과 시장으로의 이슈 전이를 바라보기만 하면서, 미리 법정에서의 다툼을 준비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위기관리입니다. 그 때 그 때 단계별로 관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어차피’ 결국에는 법정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부정 이슈라고 해도, 원점, 거실 그리고 시장에서의 위기관리 노력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에 따라, 법정에서의 부담도 당연히 줄어 들게 됩니다. A or B or C or D라는 개념이 아니라, A and B and C and D라는 개념을 가져야 위기는 관리 됩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좀 두고 봅시다” “현단계에서는 할 일이 없어 보이고, 법적인 대응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좋겠어요”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 질 겁니다” “우리 책임이 없다는 걸 곧 알게 될 겁니다.” ‘어차피 무얼 해도 법정으로 가게 되는 겁니다 이번 건은…” 이런 이야기들이 내부에서 여기 저기 나오게 되면 이미 위기관리에는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위기관리는 위기 시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하려는 집중적인 노력을 의미합니다. 원점관리, 거실관리, 시장관리, 법정관리 그 각각에 있어서 단계별로 피해를 최소화 시켜 그 다음 단계로의 발전 동력과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려는 노력이 필요 할 것입니다. 위에서 예로든 ‘어차피’라는 태도는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태도로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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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1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7편] 공중이 전혀 이성적이지 못하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우리 제품을 사용하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는 고객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그게 우리 잘 못은 아니라는 게 우리 입장입니다. 고객은 배상을 원하지만, 우리는 법정에서 우리 책임을 따질 생각입니다. 문제는 언론과 온라인인데요. 왜 언론이나 공중이 이성적이지 못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공중은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거나, 과학적 지식이 충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마 기업 내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도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많을 겁니다. 이 논쟁은 ‘옳고 그름’의 이슈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의 이슈입니다. 그러니 그냥 그대로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고객이 자신의 피해에 대해 감정적 대응을 해 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이 또한 이해하셔야 비로서 위기관리가 시작 됩니다. “개인인 고객은 감정적일 수 이다 해도, 기업이 어떻게 감정적으로 그에 대응 하겠는가. 기업은 최대한 이성적이어야 한다.” 이런 말도 들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케이스마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아닙니다.

피해를 입었다 주장하는 고객,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언론이나 공중의 반응이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 한다면, 그것이 바로 위기관리 관점에서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현실을 외면해서는 위기관리가 될 수 없습니다. 그에 반해 맞서 다투려 한다면 더더욱 해당 기업이 입는 피해는 방대해 질 것입니다.

위기관리란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입니다. 만약 위기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예상했던 피해 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었고, 그 피해가 발생한 기간이 상당기간 장기화 되었다면 해당 활동은 위기관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전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피해 주장 고객, 이를 바라보는 언론이나 공중이 이성적이어야 하는가, 감정적이어도 되는가…이런 류의 논의는 위기관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빨리 그 현실을 그대로 이해하고 그 자체를 관리하려는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해당 논란의 핵심인 원점(source)은 무엇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피해를 입었다 주장하는 ‘고객’입니다. 이 살아 움직이는 원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위기관리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고객이 감정적이라고 비난해도 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고객이 주장을 철회하고, 불만을 자제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그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면, 원점인 그 고객에 대한 관리는 분명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순서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관리 실행입니다.

언론과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과, 법적에서 책임을 다투는 것 등은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입니다. 전략적으로 약간의 시차를 두고 거의 동시처럼 보이게 진행 할 수도 있습니다. 수면 위와 아래의 전략을 달리 해 투 트랙으로 위기관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수면 하에서는 원점관리에 집중하고, 수면 위에서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언론과 공중들이 감정적이라는 이야기는 직간접적으로라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이런 현실적 목적 그리고 고민들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일부는 거부감을 느낍니다. 오직 하나의 트랙으로 자사의 입장을 견지하려고만 합니다. 치킨 게임 또는 제로섬 게임에 회사의 운명을 겁니다. 고객과 언론 그리고 공중을 비난합니다.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자는 입장에도 집착 합니다.

얼핏 보면 상당히 그런 대응 전략이 그럴 듯 해 보입니다. 변호사들이나 외부 컨설턴트들도 그런 하나의 트랙 전략을 많이 조언합니다. 위기관리 그 자체가 아니라 대응 방식에 있어 하나의 트랙을 관리하는 게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단순 전략은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문제가 풀리더라도 상당 기간이 지난 후이며, 그 기간 동안 회사는 엄청난 데미지를 입고 나서가 됩니다. 위기관리 목적에 기반하지 못한 실패한 실행입니다.

위기가 지나가면, 그 위기가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 보다 그 위기를 해당 기업이 어떤 식으로 대응했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는 중요한 교훈입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경영자들과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두려워해야 할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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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VIP위기관리,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오너가 촉발시키는 ‘사회적 공분(公憤)’은 왜 이렇게 자주 발생할까? 그리고 왜 그렇게 끊이지 않을까? 기업의 리더라면 사회적 명성을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이 항상 조심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게 되는데, 왜 그런 문제들이 생기고, 바로 사회적 공분으로 연결되어 불과 며칠 만에 파국으로 결론 나 버릴까?

그 이유들 중 하나로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바뀌었다는 것에 주목해 보자. 그 사회의 변화에 따라 미디어들이 바뀌었다. 물론 변화된 미디어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들이 포함된다. 그에 따라 공중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둘러 보면 불과 수년 사이에 상당히 많은 환경이 바뀐 셈이다.

이 엄청난 변화 속에서 회사만 바뀌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owner)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 핵심이 있다.

한국만 이렇게 오너 위기(owner crisis)에 시달리고 있을까? 역사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이런 유사한 위기들이 없었을까? 글쎄다. 사람과 사회가 변화해 나감에 따라 기업도 변화하는데, 어떻게 이런 위기가 한국뿐이겠는가. 기록을 보면 예전 해외 선진국의 그들도 많이 그랬었다.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을 때려 문제가 된 오너들이 한국에서 지탄 받고 있지만, 아주 예전 미국에는 사적으로 고용한 용병들을 사용해 파업하는 광산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한 기업 오너도 있었다. 일본에는 직원들을 도제화한다며 ‘하인’처럼 훈련 시키는 기업들도 아직 존재한다. 역사와 사회와 미디어 환경만 다를 뿐 어디에나 오너 위기란 존재하고 발생한다.

그럼에도 사회와 기업이 발전하고 성숙 되면서 그 횟수나 유형들은 상당 수준 잦아들고 관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한국 기업들도 앞으로는 그렇게 더 나은 방향으로 성숙 될 것이다. 숙제는 그 때까지 걸리는 길고 긴 시간 동안 위기는 계속 될 텐데 기업의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그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다.

오너 위기는 위기 성격상 기업 차원에서 사전에 방지하거나, 완화시키거나 하는 것이 힘들다. 불가능하다. 사내 구조와 문화상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애석하지만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앞으로 그런 위기의 발생을 대비해 미리 대응을 준비해야 할 뿐이다. 아무래도 준비되어 있는 대응은 공분을 관리하며 성공 확률을 높인다.

한국 기업의 오너 위기와 위기관리. 그간 여러 케이스들을 대상으로 공통적인 유사점들과 습관들을 모아 봤다. 물론 이 항목들은 대부분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Don’ts)에 해당한다. 일단 오너 위기관리에서 성공한 케이스 수가 매우 적으니 대부분 따라 하면 안 된다 생각하고 의미를 새기면 좋겠다.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공분은 관리된다.

항상 VIP는 늦게 등장한다.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후 공식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화자(話者)가 자신이 아니다. 항상 놀라는 부분이다. 사내에서는 이를 일종의 의전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누구를 막론하고 문제를 일으킨 자가 가장 먼저 앞에 나와 커뮤니케이션 해야 맞다. 이를 가시성(visibility)이라고 한다.

VIP가 해야 할 사과를 법인이 한다.

당연히 앞에서와 같이 VIP가 늦게 등장하시니 급한 법인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돌리며 ‘대신’ 먼저 사과한다. 법인 조차 늦게 사과하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라는 직원들의 생각은 이해된다. 심지어 오너의 개인적인 성추행 논란에 대해 임직원명의로 사과 한다. 완전한 희극이 된다. 오너는 그 스스로 법인이 아니다. 오너의 실수로 법인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오너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인만 대신 나서서 성공한 오너 위기관리는 없다.

원점관리를 어려워한다.

오너가 만든 문제를 임원들이 가서 풀려 하니 어렵다. 화가 나 있는 이슈 확산자(비서,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들이 오너를 직접 보고 사과 받겠다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임원들에게 교섭권한을 주지도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집 앞이나 직장 앞에서 대기하고 하는 정서적인 접근을 한다. 말로 주고 되로만 갚겠다는 심산인 꼴이 되니 원점은 관리 될 리가 없다. 한편 오너가 지닌 억울함과 흥분을 관리하는 것도 직원들에게는 원점관리가 된다.

최초 홍보실 해명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축소된 채로 진행된다.

사건 현장에 홍보임원이나 홍보팀장이 있지 않았을 때 말이다. 그 당시 주변에 있었던 임원들의 전언을 듣거나, 흥분해 있는 오너의 개인적 상황 설명을 듣고 이를 전하니 대부분 팩트가 아닌 해명이 초기에 진행된다. 예를 들어 “손에 들고 있던 잡지가 상대의 뺨을 스쳤다” “때리긴 했는데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 “정확하게 고환을 찬 건 아니다” “술 취한 여직원을 쉬게 하려 했다” 같은 해명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기자들이 피해자에게 듣고, 경찰에게 듣고,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취재해서 알고 있는 상황보다 형편없이 이해가 적다. 결국 회사는 오너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공범 집단이 되어 버린다. 법인 차원에서는 이를 필히 경계해야 한다.

해명이나 사과 메시지가 일반적이지 않다.

어떤 회사에서는 오너가 홍보팀에게 직접 해명문을 써주기도 한다. 해명문의 핵심은 오너의 의중을 철저하게 반영한다. 내부에서 누가 아무리 “이런 표현은 위험합니다”해도 좀 더 강력한 항변을 원하는 오너의 의중을 거스르기 힘들다. “내가 잘 못했나?” 하는 물음에 “예, 크게 잘못하신 겁니다.” 할 수 있는 임직원이 없으면 해당 메시지는 산으로 간다. 엉뚱한 사과문구에 언론과 온라인 소셜미디어 공중들은 다시 분노한다. 겉잡을 수 없이 긁어 큰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사과가 피상적이다.

어떤 회사 오너는 기자들 앞에 나와 “죄송합니다”라는 핵심 메시지만 수 십 회 반복한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하지 못한 채로 임직원들이 회장과 함께 단체로 머리를 조아린다. 죄송하다는 이야기만 할 뿐 정확하게 누구에게 죄송하고, 어떤 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해를 끼쳤다는 명시가 대부분 흐릿하다. 문제의 원점인 그들에게 먼저 머리를 숙여 사과해야 하는데, 기자들에게 한다. 이 부분은 공히 반복되는 해프닝이다.

“사과했다”하지 않고 “사과 할 것” 또는 “사과합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미래형이다. 기자들도 알고 모든 국민들이 이미 다 알아버린 자초지종인데, 그때 앞으로 나와서 “사과드릴 것”이라는 뒤 늦은 미래 의지를 나타낸다. 기자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사과합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어떤 케이스에서는 자신이 만든 위기에 대해 거래처, 파트너, 투자자들과 주주들에게 사과한다. 이슈확산자(비서,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는 그 자리에 없다. 기자들은 상황과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므로 “이미 사과했습니다”같은 완료형이 옳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개인적으로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하겠다는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 다음은 채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오너의 개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공개사과는 그리 적절하지 않다고 보여진다. 물론 그 사과도 일부 언론에서는 받아 기사화 해 주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법인의 오너로서 정상은 아니다. 아직까지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언론을 통해서 온라인 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적절하다.

사과는 하는데, 개선 의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

최소한 개선의지를 해석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이 사람과 법인이 꼼수를 쓰고 있구나’하는 감을 가지게 하면 안 된다. 해당 이슈의 중대성에 비추어 적절하거나 그를 상회하는 수준의 개선조치라면 위기관리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원점관리에 드는 비용도 그런 기준이 기본이다. 잠시 자리를 떠나 있겠다는 의지라던가, 그냥 말로 해서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겠다는 의지가 투영되면 힘들다.

추가 개입 이해관계자들이 문제인데, 이에 대한 대비도 늦다.

대부분의 오너 위기를 보자. 먼저 이슈확산자(원점)의 활동이 진행된다. 짧은 시기이지만 감지 가능하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미디어발로 기사화 된다. 이후 폭발적으로 확산 된다. 이 또한 감지 가능하다. 법인 차원이나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가 진행된다.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되고,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전직 직원, 이전 피해자, 증언자, 내부고발자)이 나타나서 이슈를 키운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경찰, 검찰, 국세청, 공정위, 노동청, 관세청….등등의 수사권을 가진 규제기관들이 개입한다. NG와 거래처들이 단순 피켓팅을 넘어 소송으로 개입한다. 초기 오너 위기관리를 진행하면서 추후 예상되는 추가적인 이해관계자 개입에 대한 감각과 대비 등이 진행되는 곳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규제기관 조사 대응 때는 반대로 개인 대응이 주를 이룬다.

일부 법인 차원에서 대응이 이루어지는 그룹사들도 있지만. 중견그룹이나 중소기업 오너 위기관리 때는 약간 다르다. 그간 초기에 대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법인이 중심이 되지만,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조사 출두 명령이 떨어지면 오너는 개인적 대응을 시도하곤 한다.

이미 회사에 큰 데미지가 온 상태인데도 해당 조사에 대한 대응은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를 구해 상담을 받는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자문 받는다. 청와대, 국회, 검찰, 경찰, 공정위, 국세청…등등을 망라해서 해당 기관 출신 지인들에게 개인적 SOS를 친다.

국민들의 주목이 이미 생겨버린 이슈에 대해서는 이들도 흔쾌히 나서기 힘든 상황인데도 도와달라 한다. 최초에는 오너의 개인 대응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작해 문제를 풀고 사후 규제기관 대응에는 법인차원의 (협력된) 지원을 받는 것이 정석이다.

문제가 해결되거나, 이슈가 잦아들면 사후 급속 명성관리에 힘쓴다.

보통 이럴 때 사용되는 것이 ‘흔적 지우기’다. 온라인상에서 여러 노력들이 실행된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라?’하는 공중들의 기억을 원하기 때문에 흔적을 지우려 한다. 단기적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을 강화해 보기도 한다. VIP의 이미지를 새롭게 업그레이드 하려고 하는 곳도 있다. 홍보실을 대폭 개편(?)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상당기간 자숙하는 모습이 정석이다. 공중들의 기억을 제대로 지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더 긴 시간, 그리고 더 큰 예산, 그리고 더 지대한 노력이 수반된다. 흔히 공유되는 워렌 버핏의 명언이 있지 않나.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란 세월이 걸리며,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 분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앞으로 다시 20년은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공중들이 그런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다 라고 답변한다. 이는 단순하게 언론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를 철저하게 물샐 틈 없이 완벽하게 틀어 막아버렸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미디어는 통제할 수 없다.

“그럼 일단 위기가 공중들에게 알려진 후에는 어떤 위기관리가 가장 잘 된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렇다. “공중들에게 공분(公憤)이 생기지 않도록 단기간에 이슈를 종결 시키려는 모든 노력을 행한 위기관리가 성공한 위기관리”라고 답할 수 있다.

오너 위기관리에 대한 성공 기준도 마찬가지다. 오너 위기관리에서 오너가 직접 마주하고 관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공분(公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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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새로운 국가재난관리의 체질을 위한 5대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정권이 교체되었다. 새 대통령이 취임했고, 새 총리와 새 정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굳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새로워지고 있다. 국가재난관리체계에도 새로운 메쓰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이전 정부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급조한 국민안전처가 어떤 형태로든 탈바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민안전처가 진행해 온 여러 사업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해당 부처는 일종의 ‘재난관리 홍보처’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완전한 의미의 재난관리 개념과는 거리가 있는 활동들을 상당수 진행했다. 급조된 태생적 한계 때문일 수도 있고, 여러 부처 조직들이 뭉쳐있어 내부에서 한가지 방향을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느렸고, 부정확 했으며, 국민들이 그들의 역량에 의문을 자주 가지게 했다. 일단 새롭게 탈바꿈될 부처이기 때문에 이전 활동들은 그냥 그랬었다 정도로 남겨두자.

숙제는 이제부터다. 필자는 기업 위기관리 워크샵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만약 세월호와 같은 대규모 선박 침몰 사고가 지금 이 시간에 다시 발생한다면 2014년 그 때보다는 훨씬 더 많은 승객 구출을 해 낼 수 있을까요?” 수많은 기업 대표와 임원들은 거의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들이 보기에 정부의 재난관리 역량이 그 때와 지금이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필자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그 때 이후 실제 현장에서 어떤 재난관리 역량의 급성장이 있었는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하에서는 재난관리도 새로운 체질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재난관리 실패가 국가적 비극으로 오래 지속된 것과 같이 앞으로 또 어떤 대형 재난이 새 정부의 생사 또는 성패를 가를지 모른다. 2014년에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치자. 그때는 운이 없었다고 치자. 그 때는 일선 인력들이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었다고 치자. 그러면 지금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운에 기대지 말고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적시에 할 수 있어야 한다. 일선의 인력들은 그때 보다는 훨씬 더 낫게 대응 해 재난을 관리하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국가재난관리 체질에 있어 몇 가지 의견을 정리해 본다.

첫째, 국가재난기관이 어디가 되든 ‘홍보’하지 않게 하라

물론 미국의 FEMA(미국연방재난관리청)에도 커뮤니케이션 예산이 있고, 평시에 커뮤니케이션과 트레이닝 업무가 핵심 업무들 중 하나이기는 한다. 그러니 ‘홍보하지 않게 하라’는 말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국가재난관리 기관이라면 두 가지 큰 커뮤니케이션 주제가 있다.  그 첫째가 국가재난 예방이나 재난관리를 위한 ‘국민행동요령’이다.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한 재난관리 업무의 일환이다. 둘째는 국가재난관리 부처가 어떤 새로운 국가재난관리 체계를 만들었는지, 어떤 투자를 해서 국민의 안전보호에 있어 큰 진일보를 이루었는지 새로운 체계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이는 발전한 국가재난체계를 국민들에게 교육한다는 목적이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그 이외에는 대부분이 말그대로 ‘홍보’이니 자제하라는 것이다. 왜 해당 부처가 잘하고 있는지를 국민들이 알아야 하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부처는 당연하게 일을 잘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부처 홍보가 왜 필요한가 말이다. 또 왜 해당 부처 핵심 고위 공무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특별히 국민들이 알아야 하나? 당연한 것인데. 부처 자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인 ‘홍보’을 하지 말고, 국가재난관리와 국민을 위한 ‘재난 커뮤니케이션’에 열중하라는 것이다.

둘째, 실전 역량으로 말하고, 성과로 입증하게 하라

국민과 새 정부는 국가재난관리 부처에게 지속적으로 물어보아야 한다. 세월호와 같은 대형 선박 사고가 다시 발생한다면, 현재 일선에서 완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이 있는지 물어야 한다. 원전사고가 난다면 어떨까 질문해야 한다. 피해가 광범위한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무엇을 그들이 할 수 있을 것인지 물어야 한다.

그에 대해 국가재난관리 부처는 성실하고 정확하게 답해야 한다. 없는 역량은 없다. 부족한 장비와 물자는 부족하다 해야 한다. 사실 아직 체계가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한 대응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이 그리고 얼마가 필요하고 어떤 로드맵을 따라야 한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에 기반해 국가와 국민은 생존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두어 국가재난관리 부처를 지원 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 실전 역량을 점검하게 하고, 그에 기반한 지원을 통해 실전 역량을 새롭게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간의 지원과 투자를 재난 시 성과로 보답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도 그렇듯, 국가재난관리는 ‘돈’이 한다. 관심만 가지고는 힘들다. 관심만으로는 되는 것이 없다. 국가재난관리 부처는 그 ‘돈’을 달라고 새 정부와 국민들에게 요청해야 한다. 먼저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그전에 그럴 만 해야 한다.

셋째, 컨트롤 타워 타령이나 핑계는 그만하자

우리나라에서는 위기가 발생하면, 사후 평가를 하며 항상 비슷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만들자.” “컨르롤타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를 만들자.” “컨트롤타워가 너무 많았다. 컨트롤 타워를 컨트롤 할 그랜드 컨트롤 타워를 만들자” 이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동일한 지적을 하며 재난관리 주체를 비판한다.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다.

만약 그렇게 컨트롤타워가 문제라면 왜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갖추지 못했을까가 더 문제다. 컨트롤 타워가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국민이나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평소에 무엇을 했느냐가 더 위험한 것이다. 만약 컨트롤타워가 평소 잘되어 있다, 잘 할 수 있다 했다가 실제 재난 발생 시 전혀 역할을 못했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문제는 ‘컨트롤타워’ 자체가 아니다. 컨트롤타워가 중요하다 생각하면서도 컨트롤타워에 대해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는 습관이 문제다. 이전 정부에서는 어땠나? 자신이 컨트롤타워의 수장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고위공무원도 있었다. 컨트롤타워가 정부 조직상 종류가 너무 많아 누가 수장이고 누가 구성원인지 헷갈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종이 매뉴얼이나 조직 규정에만 있는 컨트롤타워가 실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 자체는 ‘미신’이나 ‘병’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재난이 발생하고, 그 관리가 어처구니 없이 진행되면 여지없이 동일한 변명이 나온다. ‘컨트롤타워 부재’가 아주 효과적인 변명인 셈이다. 실제로 문제 있는 의사결정과 대응을 한 많은 관련자들은 컨트롤타워라는 개념만 끌어다 십자가에 못 박으면 되었다. 국민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컨트롤타워에 대해서만 손가락질 하며 욕했다. 그러고는 시간이 흐르면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변명과 손가락질과 욕은 지속 반복되었다. 이 정도 되면 집단적으로 ‘병’에 걸린 셈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다시는 재난 관리 이후 컨트롤타워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 문제가 없도록 살피고 노력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한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그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 창피해” 해야 맞다.

넷째, 대통령이 곧 재난을 관리 한다

대통령에게 침몰하는 선박을 직접 손으로 끌어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전사고나 지진을 몸으로 막아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느 헐리우드 영화처럼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날아오는 운석에 몸을 날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대표나 오너가 빠져있는 위기관리는 그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다. 기업에서도 실제 대표가 일선에 나서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주 깊은 의미가 있다.

만약 위기관리를 ‘시스템’이라는 것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 ‘로봇’이나 ‘기계’들이 맡겨진 일을 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기업의 대표나 국가의 대통령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개념은 그 빛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위기나 국가의 재난이나 공히 ‘사람’이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표, 오너, 대통령의 ‘관심과 관여 그리고 관제’가 매우 중요한 실제 역량으로 빛을 발하게 된다.

재난 시 일선에서 “이건 이래서 어렵습니다” 하는 보고를 들은 대통령은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다. 오히려 “할 수 있는 방법이 뭡니까?”라고 물어 볼 수도 있다. 그래야 재난을 관리하는 일선에서는 “이렇게 이렇게만 지원된다면 할 수 있겠습니다”라는 긍정형 보고가 가능해 진다. “그건 왜 안 되는 건가요?” “그건 누가 해서 그렇게 문제가 된 건가요?”라고 묻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기업 위기나 국가재난관리에서나 발생 초기부터 대표, 오너,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관여해 해결책을 같이 찾아 관제하며 지원 조치했는데도 실패했다면, 그 것은 ‘사람’의 힘으로서 애초 관리가 불가능했던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 정도가 되면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는 논란의 주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반대이기 때문에 항상 발생한다.

마지막 다섯째, 국민이 재난을 관리하는 일선이다.

손가락질 하는 것은 재난관리가 아니다. 컨트롤타워가 문제라며 욕하는 것도 재난관리가 아니다. 재난관리에 실패했으니 VIP가 책임을 지라 주장하는 것도 사실 제대로 된 재난관리는 아니다. 재난관리는 일선에서 국민이 먼저 해야 성공한다.

한 역사학자는 우리의 역사는 정부에 의지해 국난을 극복한 경우보다 국민들이 스스로 일어나 외부의 적과 맞서 싸우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 극복한 경우가 더 많다 이야기한다. 국가재난관리 관점에서도 국민들의 그런 관심과 참여는 매우 중요한 핵심 역량이다. 국가재난관리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중요한 생명과 안전은 일차적으로 누구의 것인가? 국민의 것이고, 내 자신의 것이고, 내 가족의 것이다. 당연히 국가재난관리의 중심은 내 자신이고 우리 가족이 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족이 사는 동네가 자주 침수되는 지역이라면,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에 우리 스스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관심들이 모여 지역 차원에서 홍수 피해를 상당수 감소 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홍수가 발생한다면 우리 가족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생각해 놓아야 한다. 비상식량에 대해 생각하고, 피난 장소와 장비들을 준비해 놓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주말에는 피난을 가보는 연습도 해 보자는 것이다. 준비된 쉘터에서 일정기간 생활하는 방식도 알아 봐야 한다. 쉘터에서 서로간 지켜야 할 예의와 공동생활 규칙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맞다.

국민 스스로 “만약에?”라는 생각을 하면서, 국가재난관리 부처의 체계적 노력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5천만 국민들이 항상 생활 주변에서 ‘재난관리 마인드’를 지니고, 재난관리를 위해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와 연습이 완료되어 있다면, 국가재난관리는 한층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것이 전제된 채로 5천만 국민들은 국가재난관리에 대한 정부의 준비 수준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묻고 확인해야 한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인재(人災)’라고 부르는 국민적 습관을 이제는 버리자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재’ 없는 나라가 된다. 정부는 항상 견제되어야 하고 감시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재난관리 부처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견제 및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상이 새 정부가 주목했으면 하는 새로운 국가재난관리의 체질이다. 이전의 많은 국가재난관리 반면교사에 기반한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새 정부가 경계했으면 하는 습관이 하나 더 있다. 관료 조직에서 윗사람들이 하는 가장 위험한 말이 있다면 그것은 “잘 하세요”라고 한다. 위로부터 대통령에서 국가재난관리 부처장까지 아래 책임 및 일선 직원 들에게 “잘 하세요”하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 하라”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게 맞다. 그냥 “잘 하세요”라고 하니 일선으로 갈수록 중구난방이 된다. 당황스러운 실행들이 여기저기 벌어진다. 재난관리가 이벤트가 된다. 당연히 일사불란은 있을 수가 없다. 이전의 사례들만 봐도 “(나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으니) 잘 하세요”라는 개념이 국가재난관리를 지배했었던 것 아닌가 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필히 국가재난관리를 잘 아는 사람들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우선순위로 놓아 본 경험이 있는 재난관리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무엇과 무엇을 해서 잘해냅시다”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에 대해 정확하게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일선에서도 그러한 구체적 지시에 따른 일사불란 함을 갖추어야 한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들에게 국민이 신뢰를 부여해야 한다. 그들이 못하면 우리가 못하는 것이고 우리가 못하면 그 누구도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평시부터 그들과 가깝게 협업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국가재난관리는 그들의 것이고 그들의 책임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함께 참여해야 한다.

새 정부가 새로운 조직을 갖추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한다. 국가재난관리에 있어서도 그러한 새로운 자세와 철학이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관심과 지원과 투자가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역량과 시스템이 갖추어 지기를 바란다. 국민에게도 새로운 공감과 참여의 기회가 생기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도 성공적 국가재난관리라는 새로운 역사가 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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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기고문] 글로벌 기업들이 왜 위기관리에 실패하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유나이티드 항공이 또 다시 위기를 경험했다. 이번에는 오버부킹을 이유로 이미 기내에 탑승해 있던 승객을 폭력적을 써 끌어 냈다는 논란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인지라 현장의 폭행 장면이 생생하게 전세계로 방영 되었다. 반면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받지 못한 CEO는 너무 급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이내 상황이 전혀 달랐음을 깨달았고, 감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자 여러 번 재차 사과를 구하면서 동분서주 했다.

당연히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CEO는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피해를 입은 베트남계 의사는 폭행과 인종차별 등의 여러 이유를 들어 거액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를 대리하는 최고의 변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며 유나이티드 항공과의 중장기전에 돌입했다. PR업계를 비롯한 수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은 유나이티드의 위기관리가 실패했다고 평한다.

저명한 PR업계지인 PR Week은 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한달 전 유나이티드 항공의 CEO 오스카 무노즈(Oscar Munoz)를 올해의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of the Year)로 선정하기도 했었다. 이런 좋은 평가를 받던 CEO와 회사는 어떻게 이토록 어처구니 없이 위기관리에 실패했을까?

약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이런 신화들이 존재했었다. “글로벌 기업은 한국 토종 기업들 보다 훨씬 위기관리에 대한 마인드가 좋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비롯해 체계가 잘 잡혀 있다” “위기대응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을 꾸준히 받는다” 이런 환상적 이야기 (fairytale)가 여러 글로벌 기업 PR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처럼 통용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에 그 이야기는 정말 환상이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이 제공한 제품으로 인해 수 많은 한국 고객들의 생명이 위협 받는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회사는 십 년간을 침묵하며 위기를 재앙으로 키웠다. 세계적인 리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도 한국 시장에서는 법을 내세우며 맞서던 글로벌 기업도 있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키워오면서 한국을 이해한다 했지만,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죄로 최악의 고통을 받았다. 왜 이들과 같이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글로벌 기업들이 위기 시 어이없는 실패를 자초하는 것일까?

한국이라는 국가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국내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라면 보다 관심 가져야 하는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을 종합 정리해 본다. 왜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서 위기관리에 실패할까?

첫째, 위기 시 로펌에 대한 의지 수준이 너무 높다.

국내 토종 기업들도 그렇지만, 외국기업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위기 시에는 로펌의 이야기를 듣는다. 대형 위기는 항상 법정에서 끝나기 마련이라 이를 대비해서가 아니다. 로펌이 자신들의 위기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항상 믿고 있다. 심지어 위기 시 언론대응에 대한 가이드도 로펌에게 받는다. 리콜이나 QC(Quality Control)같은 이슈에서도 변호사에게 길을 묻는다. 한국 지사의 의사결정 권한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의지 수준이 과도한 기업들이 많다. 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기본에만 머무르는 게 최선은 아니다. 그 기본을 바탕으로 여론과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까지를 케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대부분 크게 실패한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를 들여다 보자. 공통점이 보일 것이다.

둘째, 한국에서 돈을 벌지만, 한국인을 이해하지 않는다.

한국 지사장이 외국인이고 주요 임원들이 외국인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인 지사장을 임명하고 있고, 사내 임원들의 수만 보아도 한국인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졌다. IMF시절에는 이해되던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몰이해가 20년인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면 문제다. “왜 한국 언론은 저렇지?” “왜 한국 소비자들은 그리도 감정적이고 공격적인가요?” “왜 규제기관들은 법에 근거해서 이야기하지 않죠?” 이런 질문들이 글로벌 기업 위기관리 위원회 미팅에서는 아직도 흔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 질문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주요 이해관계자를 이해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어도 성공하기 힘든 도박이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는 해결 될 문제가 없는 게 당연하다.

셋째, 글로벌 본사의 훈수가 너무 많다

글로벌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을 만나보면 항상 ‘컨퍼런스콜’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한다. 시차를 거스르며 집과 회사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컨퍼런스콜 압력은 그 자체가 ‘위기’다. 한국적 시각으로 보면 별 것 아닌 이슈에 대해서도 글로벌 본사에서 일하는 위기관리팀은 큰일이 난 것처럼 관여 할 때가 많다. 각종 질문을 쏟아내고, 자료를 요청하고, 조언을 한다. 물론 큰 원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감사하지만, 현지에서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경영진과 실무자에게는 적용 불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많다는 게 문제다. 사실 본사에 있는 그들도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닌 경우들이 많다. 그들이 현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리는 가이드라인이 적절한지 아무도 검증하지 못한다. “대체 초.쑨.아일.보(Chosun Ilbo)라는 매체가 어떤 곳이야?”라는 질문을 영어로 받아 답변하면서 시작하는 위기관리 미팅이 생산적이기는 힘들다.

넷째, 한국 지사 리더의 의사결정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한국 지사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다.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받아 충실히 그에 따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내 경영을 맡고 있는 리더들이 위기 일수록 중요한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게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사장 자신의 상황 파악과 대응 전략 의견이 본사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주저함과 고민이 있다. 순수하게 로펌에 의지하거나, PR대행사에 의지해서 의견을 정리하는 습관도 그래서 반복된다. 수많은 컨퍼런스 콜과 수백 장의 서면 보고가 진행되기 이전에도 한국 지사장과 본사와의 담판 통화는 중요하다. 상황에 대한 공감대와 대응 전략 및 방향성에 대한 컨펌은 그 대화에서 신속하게 정해져야 도움이 된다. 실무자들끼리 밤을 새우는 컨퍼런스 콜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권한 위임 없이는 위기관리 없다.

다섯째, 위기 시 언어 장벽은 넘기 힘든 해자(垓子)다.

글로벌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번역업체들만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위기관리 실무자들도 실제로 위기대응 시간의 상당부분을 ‘번역 감수’에 할애한다. 기자가 요청한 공식 스테이트먼트를 개발해 번역하고 본사 컨펌 받아 재 수정하고 재 컨펌 요청하고 하면서 하루 이틀이 지나간다. 본사의 컨펌을 득한 공식 스테이트먼트를 한국어로 다시 번역하면 문장 논리나 구성이 엉성하다. 이미 기자들이 정한 데드라인은 수일을 넘겼다. 사용 불가한 메시지들만 남았다. 상황이 다시 진전되거나 변수가 나타나 완전하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처음부터 개발과 번역은 다시 시작된다. 또 시간은 흐른다. 번역이 곧 위기관리다.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해야 좋은 위기관리 매니저란 의미다. 토종 기업들은 결코 이해하기 힘든 해프닝이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을 ‘해자’라 부른다. 위기 시 언어장벽은 성공적 위기관리를 막는 큰 ‘해자’다.

여섯째, 글로벌 원칙이라는 것을 위기관리 실행에 적용한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 회사라서 그렇게 못 합니다.”라는 말은 글로벌 기업 실무자들에게는 어찌 보면 핵심메시지다. 이해가 갈 때도 있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위기관리 실행에 대해 그리 이야기하면 옵션이 줄어든다. 몇 십 년 비슷한 ‘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몇 명은 그 ‘원칙’이 실제 글로벌 본사의 원칙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냥 실무 임원과 실무자들이 그리 ‘믿고 있는 것’들인 경우도 있다.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윤리’를 따지는 기업 실무자도 있다. 순수 ‘저널리즘’을 논하거나, ‘컴플라이언스’를 언급한다. A라는 실행을 당장 하지 않으면 해당 위기가 재앙이 돼버린다 해 보자. 글로벌 회사의 원칙이라며 A실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단순 위기가 재앙으로 악화되었을 때 글로벌 본사는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비록 그런 재앙을 만들었지만, 원칙을 지켰으니 훌륭하다” 할 것인가? 유나이티드 항공사도 최초 자사 직원들에게 그랬으니, 한국 지사도 그렇게 평가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일곱째, 평소 스트릿 파이터가 되길 거부한다

“저희는 외국기업이라 언론관계에 대해서 당당합니다” “오보가 나면 바로 언론중재위로 가거나 소송을 하게 되어 있어요” “기자와 식사를 하거나 술을 같이 하는 것은 저희 컴플라이언스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본사에서도 한국 기자들의 기사는 크게 개념하지 않는 편입니다” “부정적인 기사가 나면 저희는 그냥 맞습니다. 개선의 기회로 삼죠” 한국 토종 기업 실무자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이야기다. 영어만 잘하면 외국기업 가서 실무자를 하고 싶다는 일부 토종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하소연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위로부터 평소에도 별반 적극적인 언론대응 압력이 없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물론 한국 지사장의 캐릭터에 따라 그 대응 압력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 실무자들은 평소 이해관계자 관리에 스트리트 파이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는 게 더욱 정확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관계(relationship)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PR대행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덟 번째, 막연하게 잘되어 있다 믿는다

“글로벌 회사는 원래 위기관리에 철저하죠” 그건 본사의 이야기인 경우가 참 많다. 본사와 한국 지사는 다르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우선 사람이 다르다. 본사에서 훈련 받고 있다면, 지사에서도 동일하거나 더욱 더 로컬 지향적인 훈련이 있어야 맞다. 그들에게 잘 구조화된 수십 년짜리 매뉴얼이 있다면, 한국 지사에도 진출 이후 갈고 닦인 매뉴얼이 있어야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몇 년마다 바뀌는 임원과 실무자들은 5~6년전 자사에게 발생했던 위기 케이스를 잘 모른다. 해당 위기를 관리했던 에이전시 임원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그 때 상황을 설명 해 주는 경우가 있다. 매뉴얼은 수년마다 새로 만들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온데간데 없다. 일부는 본사에서 만든 매뉴얼을 번역해 보유하고 있다. 잘되어 있다는 자신감 자체를 정확하게 다시 돌아보자.

아홉 번째, 마케팅 근육만 강하다

한국에서 글로벌기업들은 본사와 동일한 법인 구조와 경영 목적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시장’으로 본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 시장을 위해 가장 강력한 근육에 먼저 집중한다. 마케팅과 영업이다. 반면에 위기가 발생하면 실행을 해야 하는 근육들은 기본적인 형태만으로 유지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수십 조 매출을 올리고, 한국 시장에서도 수천억 원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 한국 지사가 이런 말을 한다. “저희 홍보팀 예산이 없어요…싸게 해 주세요.” “아시잖아요. 저희 신문에는 광고 안 하는 거요. 광고대행사에서 효과 없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정무감각이나 여론 감각, 이해관계자/언론에 대한 관계 자산 같은 위기관리 기본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크게 잃지 안으려면 먼저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진짜 경영인데 아쉽다.

열 번째, 평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정부, 국회, 시민단체, 언론, 소비자, 각종 단체 및 기간들, 커뮤니티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아주 일부 한번은 가능할 수 있어도 그것을 지속시킬 수는 없다. 급할 때 잠깐 도움을 받고는 이내 사라져 버리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사회 내 이해관계자들이 불편함을 토로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원래 그렇느냐 묻는 이해관계자들도 많다. 다음 위기가 발생하면 그런 나쁜 기억들은 부메랑이 된다. 관계는 투자다. 국내 토종 기업들 중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런 관계 투자를 일관성 있게 해 자산화 한다. 관계에 대한 투자를 범법이라거나,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만 해서는 실제로 자사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길은 영원이 없다. 보다 현명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더욱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못하게 되어 있다’는 말보다, ‘어떻게든 해 나가야죠’ 라는 위기관리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위기관리에 실패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자. 만약 유나이티드 항공과 유사한 사건이 우리 회사 일선에서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들 보다 더 잘 응대할 수 있을까? 그들보다 더 정확한 정보 공유와 입장 정리가 가능할까? CEO가 일선에 나서서 단박에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여러 법적 대응이나 언론 및 여론에 대한 케어에 있어서도 최소한 그들 보다 나을 수 있을까? 신속하게 로컬 차원에서 의사결정 해서 상황을 초기 관리할 수 있을까? 돌아보고 확인해 보는 글로벌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훌륭한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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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기고문]언론 이외의 것들을 더 공부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홍보실이 사내 위기관리팀을 이끈다고 한다. 일부 기획실이나 비서실이 그 기능을 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홍보실의 위치가 그렇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홍보실이 사내에서 가장 먼저 부정 이슈나 위기관련 정보를 접하기 때문이다. 외부 언론이나 여러 정보원들로부터 문제를 감지하는 것이 일상이라는 의미다.

물론 일부 내부적인 이슈나 위기인 경우에는 그 감지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팀이라는 부서별통합체가 운영되고, 정기적으로 내 외부 이슈들을 감지 점검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홍보실이 위기관리팀을 이끌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언론을 상대하여 해당 이슈나 위기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부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슈나 위기를 발견하고, 이를 키우고, 대대적으로 그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이 언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옛적에는 “언론만 잠잠하게 만들어라”는 지시가 홍보실에 자주 떨어지곤 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팀내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 없는 부서가 홍보실이다.

홍보실이 다가오는 이슈나 위기를 방지하기는 힘들다 해도, 해당 이슈나 위기가 수면위로 올라 왔을 때 그 이후 대응에 있어서는 큰 힘을 발휘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홍보실을 위기관리팀 내 좌장으로 여긴다.

그러면 홍보실은 회사의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어떤 역량을 보유해야 할까? 일상적으로 접하고 관리하는 언론에 대한 역량은 물론 기본이 된다. 하지만, 그 역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부 기업 홍보실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여론 감지 및 분석 업무를 같이 실행하기도 한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구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여론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하나의 권력이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할까?

위기관리 관점에서 홍보실은 위기관리팀내 운영자의 역할을 한다.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한다. 위기대응을 위한 내부 토론 진행자 역할도 한다. 위기대응 전략 개발을 위한 전략가 역할도 한다. 경험 쌓인 정무감각으로 구조화된 메시지 메이커의 역할도 한다. 이렇게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그런 역량들은 충분한 것일까?

우선 성공적인 위기관리팀 리더로서 홍보실의 위상이 더욱 더 공고해 지려면 다음과 같은 추가 역량이 필요하다.

첫째, 홍보실은 법을 알아야 한다.

법을 공부하자. 돌아보면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나 위기들 중에서 법과 연관되지 않은 것은 매우 드물다. 기업관련 법도 수 없이 많다. 공정거래관련 한 법도 항시 회사를 괴롭힌다. 세법관련 한 내용들도 위협적이다. 생산 제품과 관련된 각종 법규들도 수두룩 하다. 고객정보와 관련 된 법들, 광고 및 마케팅과 관련 된 법들, 노조와 관련된 법도 알아야 힘이다. 각종 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시각이 있어야 좋다.

위기관리팀내에 법무팀이 있기 때문에 홍보실이 법까지 손을 댄다는 것은 좀 오버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번 위기관리를 해 본 실무자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법무팀으로부터 그리고 때때로 로펌으로부터 홍보실이 원하는 충분한 정보를 얻은 적이 있었나? 일부 얻은 적이 있다면, 그들로부터 제공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있었나? 혹시 우리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보고 알아서 하라 하고 홍보실은 꿀 먹은 벙어리 포지션을 유지한 적은 없었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했다. 성공적인 위기관리 매니져가 되려면 법을 최대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둘째, 홍보실은 재무를 알아야 한다.

재무팀은 뭐하고, 홍보실이 재무까지 챙겨야 하나? 이런 질문도 들어본 적 있다. 그건 월권 아닙니까?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경험 있는 홍보실무자들은 지난 회사의 M&A 과정이나 언론의 실적 취재에 대응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간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문의를 받고 네이버를 들락거렸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뭘 알아야 메시지를 만들어 전달할 것 아닌가? 홍보실장이 이해를 못하겠으니, 재무팀장을 기자에게 연결 시켜주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홍보실 사람들에게 이제부터 MBA 공부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라는 것도 아니다. 재무재표와 일상적으로 회사와 관련해 자주 이슈화 되는 재무 정보들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취재를 하는 기자들은 여러 취재를 통해 해당 재무 관련 정보들을 이해하고 질문한다. 그에 응대하는 홍보실 실무자들이 기자들 보다 모를 이유가 어디 있나? 기자가 이해하는 수준만큼만 일단 공부하자. 그 이상이면 더 좋고.

셋째, 이해관계자들을 연구하자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영향력자들 말이다. 그들을 알아야 실제적인 대응이 가능해 진다. 기업 주변을 둘러보자, 소비자단체들이 있다. 식약처가 있다. 공정위가 있다. 국세청이 있다. 기표원이 있다. 관세청이 있다.  경찰이 있고, 검찰이 있다. 국회가 있다. 이 이외에도 업종마다 회사마다 더욱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관 업무를 하는 팀이 해당 이해관계자들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 내부로 들어가 이해관계자 맵을 함께 그려보고, 대관부서를 인터뷰 해보면 우리가 꼽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상시 관리에는 많은 빈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기업들에서는 어떤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때부터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기표원이 어떤 기관인지 공부 하고, 그들이 이전에 유사한 건으로 내렸던 결정들을 모아 본다. 어떻게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기표원 내 담당자가 누구인지 섭외 한다. 관련해 경험 있다는 로펌을 알아보고 그들을 대응 회의에 참석시킨다. 다 좋다. 하지만, 위기관리팀을 이끄는 홍보실은 해당 이해관계자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은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홍보실이 법을 알고 재무를 알고 이해관계자들은 연구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선 앞에서 이야기 했던 상황들처럼 답답함이 없어진다. 법무나 재무팀에게 정보를 구걸하는 과정이나, 받은 정보를 보고 느끼는 답답함이 사라진다. 더 좋은 것은 법무나 재무팀의 대응 전략과 논리를 홍보실이 재평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들이 전문가니까 그들의 논리가 옳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홍보실이 정무감각을 통해 그들의 최초 논리를 검증할 수 있게 된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 보다 훌륭한 위기관리 체계가 없다.

그 다음 홍보실이 위기관리팀을 제대로 리드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부서들을 제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단 이야기가 된다. 토론이 가능해지고, 특정 부서의 정치적 논리에 치우치지 않게 된다. 각 부서들이 홍보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홍보실이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제시하게 되면 그들은 그 자체를 존중하게 된다. 홍보실이 힘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홍보실이 법과 재무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을 연구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라면, 홍보실이 ‘경영자의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산부서는 생산 언어를 사용한다. 법무부서는 법무 언어를 사용한다. 재무부서는 재무 언어를 사용한다. 인사 부서는 인사 언어를, 마케팅 부서는 마케팅 언어를, 영업부서는 영업 언어를 사용한다. 그것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최고 경영자들은 각 부서들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경영자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전 홍보실을 한번 돌아보자, 스스로 너무 ‘홍보 언어’만 사용하지는 않았나? 그 주제나 내용들이 대부분 ‘언론’에 대한 것들로만 채워지지 않았나? 경영자들이 이해하고 듣고 싶어하는 ‘경영자의 언어’로 경영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 적이 있었나? 그런 모든 것들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홍보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이유로 홍보실을 믿지 못하겠다 하고, 홍보실은 항상 비용만 축내는 부서로 역할을 한정 받은 것은 아닐까? 만약 홍보실이 스스로 ‘경영자의 언어’로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면, 지금과는 달라진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경영(management)이다. 위기관리를 하면서 홍보를 이야기하고, 언론만을 이야기하는 홍보실은 제대로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없고, 제대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 제대로 된 공부와 이해 그리고 이를 통한 위기관리팀내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최고경영자들에게 위기관리를 위해 ‘경영자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일단 그들을 그 언어로 설득하고, 인정 받아야 한다. 그래야 실행 차원에서 더욱 더 효과적인 홍보/커뮤니케이션 언어가 구현 가능해 진다.

일상적으로 기자를 만나고, 모니터링하고, 기사를 수정하고 하는 일로도 야근을 밥 먹듯 하는데, 어떻게 법과 재무 같은 어려운 공부를 하라는 것인가?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연구를 하려면 그것도 예산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홍보실 직원들이 위에서 시키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종종 문제가 되는데, 무슨 여유로 공부를 하나? 말이 쉽지 나이 마흔이 넘어서 공부하기가 어디 쉽나? 등등 홍보실무자라면 많은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홍보실이 스스로를 위해 ‘뜻을 먼저 세우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뜻을 세우고 일관되게 정진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드는 곳’이 홍보실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그렇게 많은 영향력자들을 많이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데 익숙한 부서가 홍보실 말고 또 있을까?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올해부터 공부를 해 보자. 홍보실이 성공해야 회사가 성공한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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