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2025 0 Responses

절대 관리되지 않을 위기?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이슈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많은 클라이언트들의 문의 상담 연락을 받아왔다. 그들 대부분의 공통점은 일단 급하다는 것, 비밀을 준수해 달라고 하는 것, 혼란스럽다고 토로하는 것,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묻는 것 등이다. 그에 더해 이런 이슈나 위기를 관리해 줄 수 있겠는가 하는 실제적 물음이 따라온다.

다양한 케이스를 클라이언트와 함께 고민해 보고, 풀어보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해 보면서, 위기관리나 커뮤니케이션 노력만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 특정 케이스들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영역에 있는 케이스로 연락해 오는 클라이언트에게는 일단 눈 높이(희망하는 결과)를 현실적으로 맞추기를 조언한다. 일부에서는 처음부터 이런 케이스는 관리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정의를 가지고 상담을 해 오기도 한다. 다른 일부에서는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없으니 무엇이라도 해 보자는 마음으로 의견을 듣고 싶어 한다.

여러 케이스 중 다음과 같은 성격의 케이스는 이슈 및 위기관리나 커뮤니케이션 노력으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다. 참고해 보자.

첫째, 기업 범죄 케이스

이는 엄밀하게 따지면, 법적 영역이다. 초반부터 수사기관이 칼자루를 잡게 된다. 기업은 반대로 칼의 날을 잡는다. 당연히 어떤 노력을 해도 기업 쪽이 다치게 된다. 깊은 상처를 어느 정도 감내하고서도 칼날의 방향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바꿀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위기관리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그런 목적으로 운영된다. 즉, 정상적이거나 일반적인 전략과 실행으로만 위기관리가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이런 케이스에서는 수사기관의 판단과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얼마나 해당 기업의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부분의 노력을 집중하는 것 밖에는 다른 수가 없다. 또한 상당히 장기간 그런 노력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어야 겨우 본전을 찾는다. 기업 범죄의 경우는 법의 심판이 곧 위기관리다.

둘째, 중대 위법 케이스

공정거래, 세금, 위생, 약사, 금융, 환경, 재해, 노동, 보안, 안전 등 수많은 법과 규정을 어긴 성격의 케이스는 관리 예후가 그리 좋지 않다. 관련 기업은 대부분 침묵하거나, 최대한 로우 프로파일을 유지하면서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떠나가기를 기대한다. 기업 혼자만의 위법 사실이 드러나는 것 보다는 같은 업계 여럿이 한꺼번에 위법 사실로 알려지는 것이 그나마 나아 보인다. 혼자 맞는 매보다 같이 맞는 매가 덜하다. 이런 케이스는 위법의 이유나 배경, 전후사정과 관련하여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은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침묵을 택한다. 해결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사라지게 하는 것뿐이다.

셋째, 경영진의 일탈이나 구설수 관련 케이스

이 케이스는 문제 발생 주체를 크게 두 성격으로 나눌 수 있다. 오너 또는 오너와 관련된 가족이 문제를 발생시킨 케이스와 그 외 전문경영인을 비롯한 임직원이 일으킨 문제 케이스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전문경영인 및 임직원이 연루된 일탈이나 구설수는 그렇게 큰 이슈나 위기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단기간 상당한 사회적 압력을 받게 되기는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해당 인력에 대한 인사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는 상대적으로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그 문제 주체가 오너 또는 그 가족이라면 케이스의 성격은 완전히 바뀐다. 문제를 발생시킨 측이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한 최고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다면 더 문제는 심각 해진다. 말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것도 없는 기괴한 상황이 이어진다. 실제 케이스들을 돌아보면 공감하겠지만, 성공한 경우를 찾기 어려운 이유가 그 때문이다.

넷째, 의도적이며 상습적인 케이스

상습적이라는 것은 유사하거나 같은 사건이 반복해 일어난다는 의미다. 상습적으로 계속해서 사건이 발생된다면 그 사건에 연관된 기업은 특정한 의도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사 제품의 원산지표기를 계속 허위로 작성해서 문제를 반복 발생시키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 이를 반복하는데 더해 허위인 원산지 정보를 해당 제품 광고에 빈번하게 사용하기까지 하는 기업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런 반복 행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해당 기업은 단순한 실수만을 반복하는 곳이 아니라는 결론에 가까워진다. 상습은 곧 의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케이스에서 위기관리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계속해서 어떤 거짓말이나 변명에 기반해야 할까? 효과가 있을까?

다섯째, 다양한 거짓말과 숨김에 기반한 케이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을 단순 시청자라고 생각하는 기업의 경우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이런 문제를 발생시킨다. 기자나 관계기관이 알 수 없을 것이라 간주하고 다양한 거짓을 커뮤니케이션 한다. 심지어 내부적으로 자문하는 컨설턴트들이나 변호사에게도 사실을 숨기고 상황을 변명한다. 대부분 이런 케이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언론이나 온라인 그리고 수사와 규제기관 등에 의해 실제 사실관계가 드러나게 된다. 숨겨진 것들이 튀어나오고, 꼬리에 꼬리를 문 비난으로 이어진다. 거짓말과 숨김에 기반한 이슈 및 위기관리나 커뮤니케이션은 말그대로 독수독과(毒樹毒果, 독이 든 나무에 열린 독과일)에 해당한다. 나중에 사과하는 것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기본적으로 사과는 위기관리가 아니다.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과 사과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노력이 진짜 위기관리다.

여섯째, 첨예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낀 케이스

기업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케이스를 의미한다. 자사의 정상적 사업 행위에 대해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비판을 하거나 문제를 제기해 온다. 그에 더해 그에 반하는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정반대 비판이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경우다. 기업은 말그대로 사이에 끼인 형국이 된 케이스다. 예를 들면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에게 중국 고객들이 특정 사업과 관련해 민족감정 차원의 비판을 시작했다. 그에 대해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반대 민족감정을 내세워 해당 기업에게 단호하게 대응하라는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여러 아시아 고객들이 서로 다투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여파로 여러 국가에서 자사 제품의 불매운동이 발생되기 까지 한다. 이런 경우 이슈 및 위기관리나 커뮤니케이션은 해당 기업이 일단 포지션부터 잡지 못하기 때문에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어떤 특정 국가 고객을 포기할 수도 없고, 어느 쪽의 편을 들 수도 없고, 외면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다고 점차 이슈가 사라져 버리지도 않는다. 민족감정, 정치, 종교, 젠더, 인종, 역사 등과 관련된 이슈에 관여되지 않기 위해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이 평소 조심하고 민감하게 대처하는 이유다. 일단 발생 후에는 사후 약방문이고, 백약이 무효다.

일곱째, 이미 오래된 상식과 인식을 바꾸려는 케이스

아카데믹하게는 아주 매력적인 주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상식을 이기는 이슈관리는 있을 수 없다. 상식에 기반할 수는 있어도, 상식을 뒤 엎는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창조적(크리에이티브)으로 시도해 보는 경우가 가끔 보이는데, 결과는 의도했던 바와 많이 달라 보인다. 예를 들어, 특정국가 제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는 경우가 그런 케이스다. 이미 오래전부터 해당 국가 제품은 저렴하고, 저품질이며,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상식화 되었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경우다. 담배가 사람 몸에 해롭다는 인식을 바꾸어 보자 하는 것도 그런 경우일 수 있다. 광우병이 별것 아니었지 않나 하며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경우도 비슷한 것이다. 불가능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하겠지만, 일단 우리 세대에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런 장기간 동안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이슈관리에 투자하려는 기업도 찾기 어렵다.

여덟째, 사공이 많은 케이스

일반적으로 연예인이나 사회 셀럽의 케이스가 이런 성격을 띈다. 이슈관리 계약을 하고서는 해당 연예인이나 셀럽을 보고 이슈관리 전략을 짜게 된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다른 사공들이 나타난다. 지인들이 여기저기 개입을 하고,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과, 주변 조력자들이 나타난다. 합의된 이슈관리 전략과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 하나가 개인 매체 역할을 하고, 모두가 자신이 대변인을 자처한다. 해당 연예인과 기획사는 수많은 이야기에 치여 일관된 포지션을 정하지도 못한다. 자극적인 기술자들이 이렇게 저렇게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개입한다. 기업에서는 VIP의 비선라인들이 이와 같다. 흔히 이슈나 위기관리를 선박의 항해에 비유하곤 하는데, 일단 선장과 사공들이 수십 수백명인 배를 상상해 보자. 그것도 거친 파도와 강한 바람에 휩싸여 공중제비 넘는 선박위에 그런 아수라장이 펼쳐진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관리도 불가능 해 진다. 그냥 지속되는 혼란만 존재한다.

아홉째,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케이스

벌어진 상황에 대하여 VIP께서 대응관련 의사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사결정을 실행해야 하는 실무임원과 그룹에게 공유되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 실무그룹이 의사결정 내용과 배경을 이해하고 싶어해도, 누구도 정확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단순하게 보면 의사결정을 하지 않은 것과 다름이 없다. 마음만 급한 실무그룹은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각자 매달린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어떤 의사결정이 있어야 통합되고, 진전되는데, 아무도 의사결정 된 방향이나 지시사항을 알지 못하는 시간이 계속되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진공상태로 넘어가게 된다. 이슈나 위기관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VIP의 실제 의중에 뿌리를 둔다. 이런 경우는 비유하자면, 뿌리 없이 물에 부유하는 물풀과 같은 형국이 돼 버리는 것이다. 의외로 상당수 기업과 조직이 이렇게 내부 커뮤니케이션 단절이나 분실의 기반위에서 이슈관리에 나서곤 한다. 당연히 잘 될 수 없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알고 시작하는 것이다.

열째, 통합 개념이 없는 케이스

상식적으로 기업이 하나의 중대한 목적을 성취하려면, 자사 역량과 조직을 통합해 집중 운영 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대한 목적을 이루려는데, 단순하게 한 부서, 두개 부서에게 지시하고, 그나마 두개 부서가 서로 만나거나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는 방목을 해서는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만약 그렇게 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목적을 진정으로 성취하기 희망하지 않거나, 조직관리가 엉망이라는 시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보면,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통합조직을 VIP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는 열에 한두 케이스 밖에 되지 않는다. 상당수 기업에서 이슈나 위기 대응 시 로펌과 커뮤니케이션 파트가 상호간 소통하지 않는다. 마케팅이나 영업 그리고 기획과 생산이 다 따로 움직인다.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황을 안정시켜야 하는 부서와 담당자들은 대체 상황과 대응전략이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는지 궁금해 한다. 신기한 건, 로펌으로부터 상황과 법적 대응 전략을 보고 공유 받은 VIP는 해당 사항을 커뮤니케이션과 대관 파트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상상하는 현상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커뮤니케이션과 대관 파트에서 실행한 내용을 로펌이 모르고 있다가, 매체를 보고 항의를 한다. VIP께서는 왜 서로 합을 맞추지 않느냐 하시지만, 합을 맞출 조직이나 기회를 만들어 주지는 않으신다. 이런 경우 이슈나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 특정 업무를 실행하는 파트차원의 바쁜 움직임은 있을 수 있지만, 전사적이고 통합적인 목적 달성은 요원하다. 통합 조직을 만들어 대응 고민을 함께 하지 않는 기업, 상당히 많고 흔하다.

이상은 일반적으로 이슈와 위기관리 현장에서 발견되는 현상으로, 관리활동과 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성격의 케이스 유형들이다. 생각보다 많은 케이스들이 이 각각에 해당하거나, 복수 이상의 상황에 해당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도 똑 같은 이상 현상을 없애지 못한다.

일선에서 만나는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그래서인지 어느정도 ‘패배감’에 익숙해 있기도 하다. 어차피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케이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해야 할 것도 없다. 일단 막고 빼고 밀어내고 지우고 수정하고 하는 것이 우리 일이다. 이슈나 위기관리가 뭔 지는 상관없고, 일단 골치 아픈 일만 해결하면 나는 개인적으로 할 일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이 저변이 깔려 있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모든 케이스를 이슈나 위기관리로 해결할 수는 없다. 커뮤니케이션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리 관리가 어려운 케이스에 대한 이해와 그런 이상상황을 극복해 보기 위한 협력적 노력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에 하나씩이라도 새롭게 더 낫게 시도해 보는 마음가짐도 필요해 보인다. 일단 다 함께 무엇을 더 낫게 할 수 있을까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 첫 단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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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025 0 Responses

혁신을 방해하는 위기관리?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는 임원들께서 얼마전 이런 말씀을 하셨다. “위기관리에 대해 알면 알수록 기업내에서는 ‘OOO은 하지 말라’는 주문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될 일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인데, 제가 보기에 이런 접근이야 말로 혁신을 어렵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임원은 “이슈관리, 위기관리 등이 결국에는 혁신 드라이브에 걸림돌이 될 듯합니다. 그렇게 보수적, 수세적이어야 한다면 어떻게 혁신 사업을 시도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 해당 기업에서는 혁신을 경영 화두로 놓고 임원들이 모여 고민하고 있는데, 두 임원의 말을 들으니 정말 위기관리가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사고방식이나 문화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위기관리가 혁신을 방해한다? 위기관리를 위한 조심스러움이 혁신을 더디게 만든다? 민감하게 살피고 돌아보는 기업 문화가 혁신에 방해가 된다? 이런 여러 시각에 대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좀더 적절한 설명을 해봐야 하겠다. 이번 글에서는 위기관리라는 ‘숙제’에 대한 생각과 혁신은 그 ‘숙제’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에 대해 설명해 본다.

위기관리와 혁신에 대한 관계를 논하기 전에 꼭 살펴보아야 할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숙제를 했나?

간단히 말해 위기관리와 혁신에 대한 관계에서는 이 질문이 핵심이다. 위기관리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 정의할 때, 기업과 임원들은 항상 이에 답해야 한다. “숙제는 제대로 했습니까?” 숙제를 미처 다 하지 않았다(못했다)면, 지금은 시급히 숙제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숙제는 하지 않았어도, 더 나은 시험 점수를 위해 새 문제집을 풀 겁니다!” 또는 “더 좋은 곳에 진학하기 위해 유명 강사에게 과외를 받을 겁니다!” 같은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조급해도, 아무리 재미 없어도 숙제는 먼저 하고 다른 것을 하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다시 기억해 보자는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시도하는 혁신은 어떤 모습일지도 생각해 보아야겠다.

둘째, 그 문제를 알고는 있었나?

부정 위기나 이슈가 돼 버린 그 문제에 대해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사후에 하는 질문이다. 평시 그 문제가 존재했는지 회사에서는 알고 있었는가? 회사는 그것이 부정 위기 및 이슈로 발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했는가? 회사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어떤 수준으로 판단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답이 어려우면 큰 문제다. 대부분 이에 답 하기 어려운 기업은 “그런 문제는 (평시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문제가 될 것을 알았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었겠나 반문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이기 때문에 상황상 어느정도 정상참작을 해 달라고도 요청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내부에서 만큼은 그 문제를 평시에 우리가 충분히 파악했고, 평가했고, 주목 했어야 했다는 반성은 꼭 해야 한다.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급한 마음에 계속 몰랐다는 대응만 반복하다 보면, 진짜 혁신을 하고 싶어도 그 기회나 환경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계속해서 자사의 무능함을 토로하는 기업이 무슨 혁신을 하는가 하는 질문이 추가될 것이다. 스스로 문제 파악도 못하면서 대체 어떤 문제를 혁신으로 풀겠다는 것인가에도 답 해 보아야 한다.

셋째, 발생 이전에 문제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이는 대부분 문제 발생 방지를 위한 실질적 법, 규정의 준수 같은 기업의 사전적인 문제 해소 노력을 의미한다. 외부로부터 해킹 당하지 않기 위한 보안체계는 정상적인가? 제품내 유해물질 유무를 판별하는 안전 품질 분석 절차를 제대로 거치고 있는가? 사업장내 재난방지를 위한 규정, 교육, 관리 감독은 적절하게 적용하고 있는가? 여러 안전 점검은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가? 등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평시와 사전에 하고 있었는지는 위기 및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제대로 된, 법과 규정으로 준수하게 되어 있는, 당연히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실제로는 부실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그 기업은 위기나 이슈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없게 된다.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이후 소송에도 대응해야 하고, 배상과 보상에도 큰 출혈을 하게 된다. 꼭 따라야 하는 법과 규정 그리고 기업으로서 당연한 노력들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는 나쁜 명성은 과연 그 기업의 혁신을 위한 노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그 혁신만은 제대로 된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넷째, 이슈 발생 직후 어떤 대응을 했나?

여기부터 위기나 이슈관리라는 생각을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이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미 위기나 이슈관리는 절반이상 실패한 셈이다. 나머지 50점이라도 제대로 받아내려 더욱 열심히 문제를 풀어야 하는 현실만 남았다. 떠들썩해져 버린 이 위기 및 이슈를 두고 회사에서는 어떤 자세와 전략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을까?

운이 좋고, 실질적인 노력을 잘 해서 발생 상황에 잘 대응하고 해결 조치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위기나 이슈관리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제대로 대응이나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여론의 공분을 사서 최악의 상황까지 만들어 버렸다면?

이런 기업이 이후에 스스로 혁신을 이야기한다면, 신뢰할 공중이나 이해관계자가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그 위기나 이슈는 잊혀 질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람들에게 특정 위기나 이슈의 사실관계는 이내 잊혀 질 수 있지만, 해당 기업이 당시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느낌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느낌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 기업은 아무렇지 않게 혁신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다섯째, 사후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약속을 했나?

위기나 이슈관리를 위해 사후 개선 및 재발방지에 천억을 투자하겠다 약속하는 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일부 이해관계자들은 문제가 발생되기 전에 그 투자를 했다면 이런 불행한 사태도 없었을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을 한다. 오너나 대표이사가 책임 지고 자리를 내 놓겠다는 발표를 하는 기업도 있다. 일부 이해관계자들은 지금 그 자리를 내 놓는다는 것이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되 묻기도 한다. 책임을 오히려 회피하겠다는 것 아닌가 묻는다.

위기나 이슈관리를 위해 약속한 것이 무엇이든, 그 약속은 문제해결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만 한다. 기업마다 그 약속을 제시하는 전략과 목표는 다양하겠지만, 핵심은 그 약속이 문제해결에 있어 적절한가 하는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평가다.

만약 적절하지 않은 약속을 이것 저것 제시하며 사회적 반응을 파악하며 대응하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유효하다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진정성, 단호함, 과감함, 신뢰감이 부족해 보이는 기업에게 혁신은 그럼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혁신이라면, 그런 중요한 가치들이 생략되어도 되는 것인가?

여섯째, 마지막으로 그 약속을 진짜 지켰나?

이는 위기 및 이슈관리 실행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 기준이다. 관리 주체인 기업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약속이 단순 거짓말이 되는가? 진실되게 실행되는가? 이 판단과 평가는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그 약속 이행에 주목하고 감시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중요한 숙제가 된다.

만약 위기나 이슈관리를 위해 한 약속을 단순 이벤트로 이해하거나, 공약수준으로 간주해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기존 약속에 대해 재차 실행과 확인을 요구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해당 기업은 점점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의 신뢰 기반을 붕괴시켜 간다.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던 와중에 유사한 위기나 이슈가 재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전의 그것과 같은 수준에서 적절한 상황관리가 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이전보다 훨씬 더 한 사회적 공분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런 기업이 자사 스스로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면, 이를 누가 믿어 줄 것인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대체 왜 그런 기업을 신뢰해야 하는가? 그 기업의 혁신이라는 것에는 왜 환호해야 하는가?

이 모든 것들은 크게 보아 기업이 먼저 해야 할 ‘숙제’다. 이런 프로세스를 제대로 예상하고, 관리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학창시절 꾸준하게 해야 했던 숙제와 같이 지금 해야 할 일을 먼저하고 그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다. 회사 내외부 문제들이 위기나 이슈화 되기 전에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먼저 완전하게 다한 후 혁신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정확하게 이는 순서의 관계도 아니다.)

일부 임원들은 추가로 이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영업 임원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 곧 혁신입니다. ‘혁신’이라는 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이지요. 반면에 위기나 이슈관리는 홍보부문에서 해야 할 일 아닌가요? 다른 실무 임원들이 해야 할 일이라도 보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자신은 혁신을 하고, 홍보부문이 위기나 이슈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 또한 자신들이 스스로 숙제를 하지 않고 있다는 변명으로 보인다. 실무 현장에서 발견되고, 발명(?)되는 여러 문제 요소들에 대한 실무 임원으로서의 ‘숙제’는 어떻게 된 것인가?

그 숙제를 제대로 완결하지 않았다면, 홍보부문이 대신 그 숙제를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인가? 홍보부문이 홀로 위기나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부서라면, 그 외 부서와 관련된 위기나 이슈에 대한 관리 책임은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정상적인 임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위기나 이슈관리는 전사적인 숙제이지, 어느 특정 부서의 역할과 책임으로 해결될 숙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 자신이 담당한 업무분야에 예상되는 모든 문제들을 최대한 관리하려 노력한 임원이라면, 그 다음은 스스로 맷집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조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부여된 숙제를 잘 완성했다며, 그 후에는 인내하고 견디는 노력을 지속하는 위기 및 이슈관리 역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한 후에는 맷집으로 견디라는 조언이다. 흔히 우리가 맷집이라고 하면, 자신의 힘, 정신력, 근육, 신경, 경험, 훈련 등을 그 핵심 구성요소로 본다. 그런 맷집의 기반이 완성된다면, 이는 이후 혁신을 위한 노력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는 성공적인 혁신 노력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위기나 이슈가 회사의 혁신을 위한 노력을 파괴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위기나 이슈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더라도, 위기관리와 이슈관리는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시각으로 대해야 한다. 그것이 혁신을 위한 위기관리관이다. 쉽게 말하자면 찜찜한 것이 위기나 이슈관리의 가장 큰 적이고 위험 신호라고 한다. 많아 보이더라도 숙제는 다 하고 나서 개운한 마음으로 혁신을 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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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대변인론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이슈나 위기 시 더욱 빛을 발하는 기업의 대변인(代辯人,spokesperson)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들인가? 그들은 단순히 기업인으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중립적 입장의 전문가로 보아야 하는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수사학인가? 전략적 사고인가? 아니면 기업에 대한 충성심인가? 기업을 넘어 정치분야, 정부기관, 공공기관의 대변인들은 공히 어떤 역할과 책임을 지는가?

대변인에 대한 이런 다양한 궁금증과 개념을 이번 글에서 정리해 본다. 일선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업과 협업하다 보면, 이 대변인 개념과 기능에 대해 오해하거나, 무관심하거나,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우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현장에서 흔한 대변인에 대한 오해 또한 포함해 정리해 본다. 현장에서는 대변인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 대변인들은 실제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대변인은 기업 오너/대표의 복심이다?

기업내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생각, 의도, 의지 및 전략을 완전하게 파악하는 것은 대변인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대변인이 정치적으로 최고의사결정자들의 복심(腹心)이라면 그보다 좋은 대변인 환경은 없다.

실패한 대변인의 경우 대부분은 자신이 대변하는 최고의사결정자 그룹의 정확한 의중과 그들이 합의한 핵심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메시지는 기업의 메시지라 보기 보다는 대변인 개인의 메시지라고 보아야 한다. 대변인은 개인인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스타일의 대변인은 정확한 의미로의 대변인은 아니다. 개인적인 정치를 하는 사람정도로 볼 수 있다.

대변인은 전략가다?

대변인의 역할은 단순히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배달자의 역할만은 아니다. 만약 그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이 현재 마주한 상황, 맥락, 여론, 환경, 분위기 등에 기반해 판단했을 때 유효하지 않은 것이라면, 대변인은 그 본래 생각을 적절하게 재디자인(재편집)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의사결정자에게 전략적 상황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략적으로 다자인 된 생각과 메시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고 이를 정리해 전달해야 한다.

실패한 대변인의 경우 대부분 자신은 기계적, 기술적인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믿고 이를 그대로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옮기기만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그런 날 것에 대해 반박하고 비판하면, 그런 대변인은 제대로 정리된 답변을 하지 못한다. 성공적인 대변인은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 기획자이며 기획된 것만 전달하는 준비된 전략가다.

대변인은 온전히 기업의 편이다?

물론 기업에 속해 기업에게 급여를 받는 대변인은 태생적으로 기업의 편일 수 있다. 기자들을 비롯한 대부분 이해관계자도 그런 전제에 기반해 대변인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이해한다. 비판자들은 대변인의 메시지 속에 있는 숨겨진 의도와 사실을 캐내려 노력한다. 대변인이 거짓말하거나 최소한 무언가를 숨기고 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변인은 기업 내부에서 외부 시각과 입장에 기반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내 최고의사결정자가 향후 예측가능한 상황을 미리 경험하게 해야 한다. 당연히 대변인은 제3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그 예측 상황에 기반한 입장과 메시지를 새로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실패한 대변인은 대부분 자신이 기업이나 최고의사결정자의 편이라는 사실을 항상 강조한다.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태도에 있어서도 자신이 누구의 편인지를 확인시키고, 이를 활용하려 애쓴다. 맥락이 맞지 않거나, 논리가 부족하거나, 메시지 자체가 부실한 경우에도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이 곧 자기 기업이나 최고의사결정자의 뜻이라 강조한다. 이런 대변인은 결국 기업과 최고의사결정자를 최종적으로 실패하게 만든 이적행위를 했다는 비판을 내외부로부터 받게 된다. 대변인은 누구의 편이라기 보다는 진실과 신뢰의 편인 사람으로 내외부에 비춰져야 한다.

대변인은 레토릭에 능수능란해야 한다?

대변인이 태생적으로 달변이고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경우라면 좋은 자질을 가진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태생적 자질만으로 성공적인 대변인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 태생적 자질을 전혀 가지지 못한 사람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수사학(레토릭)은 태생적 자질보다는 집중적 배움과 연습에 더 중점을 둔다. 무엇을, 어떻게, 왜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복적 배움과 연습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흔히 우리가 립 서비스, 애드립, 창조적 말장난, 궤변 등을 레토릭으로 혼동하고 있는데, 대변인에게 그런 기술은 대부분 잡기술로서, 최대한 경계해야 할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실패하는 대변인은 대부분 잡다한 말 기술로 대변인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을 구성하려 한다. 자신이 나름대로 고안한 창조어를 쓴다거나, 극단적 사례나 문구로 여론을 자극하려 한다거나, 일부는 극적 기법을 활용하여 시(詩)나 연극적인 커뮤니케이션까지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해관계자가 실제로 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자. 대변인은 연예인이나 예능인이 아니다. 말로 돈을 버는 사람도 아니다. 신뢰에 기반하지 않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대변인의 것이 아니다.

대변인도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하나?

대변인의 역할이 기업 메시지의 단순 전달자, 배달자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대변인의 말에 대해서는 대변인이 책임져야 할 것이 없다는 오해를 한다. 대변인의 말은 기업을 대변하는 것임과 동시에 외부를 향한 공식 메시지로서 대변인 개인에게도 다양한 책임과 의무가 부여된다. 그 메시지의 영향에 따라 그에 합당한 책임은 필수적이다. 만약, 그 메시지가 기업 내부에서 합의된 것이 아니라 대변인의 개인적 메시지였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더욱 과중하다. 대변인의 메시지가 단순 말실수를 넘어 사회적 공분을 조성해버리는 결과까지 이어지게 되면, 해당 대변인은 내외부에서 그 역할을 지속 수행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법적 책임이나,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패한 대부분의 대변인은 실제로 존재하는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가능한 벗어나려 한다. 자신의 말은 자신의 말이 아니라 기업의 말이라 강조한다. 자신은 단순한 전달자일 뿐,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항변한다. 하지만, 대변인의 커뮤니케이션 대상인 이해관계자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변인의 말이 문제라면, 그 대변인은 당연히 그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그와 동시에 기업도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경우 기업에서는 ‘이번 논란은 대변인 개인의 문제일 뿐,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유효하지 않다. 성공적인 대변인은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 표현 한조각에도 무한 책임을 진다는 생각과 자세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대변인에게는 말하기 대신 듣는 것도 중요한가?

사실 듣는 것이 말하기 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변인의 역할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변인은 기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기자들이 전하는 정보와 분위기를 통해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하게 리스닝 의미를 너머, 내부적으로 대응 전략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주춧돌을 모으는 과정이 된다. 기자나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듣고, 묻고, 토론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야 진정한 대변인의 역할이 수행 가능해진다.

실패하는 대변인의 경우 우선 기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듣지 않는 척한다. 일부는 기자의 이야기를 자르거나, 못하게 한다. 자사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는 기자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자를 폄훼하거나, 공격한다. 어떤 대변인은 그런 외면과 압박을 대변인의 중요한 기술이라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변인은 듣고 새기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대응전략을 구성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변인은 절대로 기술자가 아니다.

대변인은 통제자다?

대변인은 단순하게 기업과 최고의사결정자의 메시지를 대변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기업 전사 차원에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전반을 컨트롤하고,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만약 이런 통제관리력이 없다면, 대변인은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러 창구 중 하나로 그 위치와 가치가 전락된다. 대변인의 메시지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기타 임원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일선 직원이 정리되지 않은 회사의 생각과 분위기를 여러 루트에 공개한다고 생각해 보자.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굳이 대변인을 거치지 않아도 필요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다면, 그들에게 대변인은 무슨 의미가 될까?

실패한 대변인은 대부분 내부 통제력을 온전히 지니지 못한 스타일이다. 자신의 역할도 단순 대변의 활동에만 국한하기 때문에, 자신의 통제 범위를 스스로 축소한다. 일부 대변인은 스스로도 소위 ‘터진 입은 못 막는다’는 이야기까지 하며, 전사적 통제와 관리는 불가능하다 자조한다. 그러나, 성공적인 대변인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통제에 기반하며, 그 통제력을 완전하게 보유하지 못한 대변인은 대변인이라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권한을 최대한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대변인은 충성심이 있어야 한다?

그 충성심이 누구에게 또는 무엇을 향한 것이냐 하는 게 문제다. 단순하게 무조건 자기 기업이나 최고의사결정자에 대한 개인적 충성심이어야 할까? 아니면, 자신이 속한 기업과 최고의사결정자가 관여한 이슈나 위기관리의 성공을 위한 충성심이어야 할까? 아니면, 순수하게 자신의 개인적인 입신양명 또는 이익을 위한 충성심이어야 할까? 일선에서 여러 대변인이 보여주는 실행과정에서는 위의 다양한 충성심들이 이합집산 하며 기반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해당 대변인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대한 목적 의식을 제대로 세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패한 대부분의 대변인은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목적에 대한 생각을 충분하게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자신의 심중에 정한 목적이 자유롭게 바뀐다. 때에 따라 자신에게 충성하는 대변인의 모습도 나타내게 된다. 마치 자신이 유명인이 된 것처럼 뽐 내거나, 이후를 기약하려 애쓰는 경우도 보인다. 상황에 따라 최고의사결정자만 바라보며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도 있다. 누가 아무리 뭐라 해도 최고의사결정자만 바라보며 충성을 커뮤니케이션 한다. 성공적 대변인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때 항상 이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무엇이고, 어떤 실익을 취해야 하는 것인가를 반복 고민한다. 온전하게 자신보다는 기업 자체를 위해 그리고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충성심으로 일관한다.

이상으로 전략적인 대변인이 갖추어야 할 자세와 역할에 대하여 정리해 보았다. 일선에서 많은 대변인을 만나다 보면,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후배들의 본이 되는 멋진 대변인도 많고, 그 반대로 큰 반면교사를 주는 분과도 같이 일하게 된다. 그분 한 분 한 분은 개인적으로 볼 때는 인간적으로 친근하고, 참 괜찮은 스타일이다. 흔히 우리가 사람이 이상해 말을 저렇게 한다는 선입견과는 다른 현실인 것이다.

그 중에는 대변인의 역할을 자신이 적극 원해서 대변인이 된 경우가 아닌 경우도 있고. 대변인은 되었지만, 대변인으로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공부와 훈련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변인의 자질로서 중요한 수사학, 법 상식, 여론적 정무감각,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와 관계 형성, 내부 정치력 강화, 최고의사결정권자와의 거리, 순발력, 기획력, 관리능력 등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제약이 있더라도 대변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야 한다. 제한된 환경과 자질, 정치적 구도에도 불구하고 자신 스스로 가능한 대변인의 역할을 찾아 충실 수행하는 의무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아무나 대변인이 될 수 있었다면, 나는 대변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직업으로서의 자긍심도 상당부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대변인으로 신뢰와 상식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좋은 대변인이 많아야 좋은 기업도 많아진다. 훌륭한 기업이 많으면, 훌륭한 대변인들도 많아질 것이다. 다 같이 노력하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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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감에 실패하는가?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부정적인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이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수 요소 중 하나가 ‘공감(共感)’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공감을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라 정의하지만, 상식적 개념으로 공감을 이해하는 것이 더 먼저일 것이다.

특정 상황이 여러 이해관계자에 의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할 때, 기업이 해야 할 첫 번째 대응이란 무엇인가? 왜 다수 이해관계자가 그 상황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런 이해가 바로 공감의 기반이 된다.

이해하지 못한 채로는 공감할 수 없다. 공감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피상적 의미의 실행만 가능하게 된다. 이해관계자들은 그런 연출에는 더욱 공감하지 않는다. 기업이 문제를 모면해 보려고 가식적 대응을 하고 있다며 더욱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진다. 계속해서 다른 공감을 반복 표현하는 기업의 케이스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공감할 수 없다는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평소 경쟁력 있는 기술과 품질 그리고 서비스로 훌륭한 명성을 자랑하던 기업들이 어느 날 부정 이슈나 위기를 마주하게 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인 ‘공감’에는 어이없이 실패하곤 한다. 똑똑한 경영자들은 그 공감이라는 개념에 어색함을 느끼고, 일부는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이해에 기반한 공감 대신 공감적 표현에만 집중하려 한다. 공감에 실패한 여러 기업은 이슈나 위기 발생 시 ‘공감’이라는 것은 별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왜 어떤 기업은 공감에 실패할까?

공감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기 싫어한다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조언에 강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경영진이 있다. 아주 적은 일부는 구체적 상황 정보에 대한 공유를 받고 나서도 기능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상 증상은 이번 글에서 예외로 한다) 이는 개인적인 기능 장애와 관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사실 이런 류의 경영진도 상황을 이해하고, 마음속으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상태에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이라 앞의 경우와는 다르다.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상황 관리 실행이 더 중요하고, 공감이라는 것은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어떻게 보여지는가 보다, 무엇을 해 주는가가 더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각과 주장은 절반의 진실이다.

무엇을 하는가에 관련 있는 상황 관리와 어떻게 보여지는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에 관련 있는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서로 떨어뜨릴 수 없는 한 쌍이다. 어느 쪽이 우선이고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현장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것이다. 왜 적절한 상황 관리와 함께 정확한 공감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나? 거부감을 느끼는 진짜 이유는 뭔가?

그 외에 공감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경영진은 공감하지 못 한다기 보다는 공감 시 예상되는 회사와 자기 개인의 현실적 부담 때문에 공감을 회피하는 경우다. 공감을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더욱 큰 기대를 가지고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자칫 내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까지 될 수 있는데, 스스로 공감해주게 되면 내 자신의 안위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그런 불필요해 보이는 부담을 질 필요가 있겠느냐 한다. 공감하지 않고 또는 공감을 표현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옵션이 무엇인지를 찾게 된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현실적 배경이 존재하는 것이라, 따로 조언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

예측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기업, 조직 구성원, 경영진 대부분이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공감에 실패한다. 공감 능력은 한마디로 예측하는 능력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상황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이런 방향으로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예측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 예측이 실제적이지 않거나, 예측대로 되지 않는 상황과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일부는 절대 하지 않아야 하는 내용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이해관계자들을 자극한다. 사후 어떤 예측을 하며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했는가 물으면 정확한 예측을 하지 않았거나, 잘못된 기대를 했다고 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면 이런 경우는 대부분 상황에 대한 이해를 정확하게 하지 못한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병세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 채 약물치료나 수술을 시작해 버리면, 환자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와 흡사하다.

다시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 보지만, 이 또한 제대로 된 상황 이해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다시 실패로 이어진다. 시간이 가며 추가적으로 더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여기저기 채널을 통해 실행되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는 계속 희박 해진다. 설상가상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기반한 예측 능력이 바로 공감이다. 어느 하나도 생략되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별 준비 없이 커뮤니케이션한다

공감 부족이나 실패로 지적 받게 된 경영진의 경우, 그 빌미를 제공한 커뮤니케이션을 사전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에 대한 주제다. 모든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준비를 필수 전제로 한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절대로 커뮤니케이션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예전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참모들은 준비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로프를 매지 않고 뛰는 번지 점프’에 비유하기도 했다. 준비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슈나 위기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니 커뮤니케이션 에러가 생기는 것이다. 자주 있는 직원 대상 타운 홀 미팅도 경영자가 준비 없이 단상 위에 오르니 항상 문제가 생긴다. 공감하지 못할 메시지를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해서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사전에 예상 질문을 깊이 이해하고, 이해관계자인 직원들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재앙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적절한 준비가 더해졌다면, 그 어려운 직원들의 질문에 회사의 비전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효과적으로 답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직원들을 이해시키고, 자신에 대한 호감도를 일정 수준 형성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감은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순간적 느낌으로 하는 공감은 진짜 공감이 아니다. 물론 그런 류의 공감도 공감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공감 기준으로 보면 권장되는 공감은 아니다. 시간을 가지고, 이해해 보고, 고민해서 공감에 이른 공감이 진짜 공감이다. 준비는 필수다.

사적 커뮤니케이션과 공적 커뮤니케이션 간 확실한 구분을 어려워한다

기업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사적 커뮤니케이션인가 공적 커뮤니케이션인가? 경영진이 거래처나 협력처에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사적인 것인가, 공적인 것인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체 회식 자리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이는 사적인가 공적인가? 거래처와 협력처와 단합대회를 할 때 나눈 커뮤니케이션은 사적인가 공적인가?

대상, 맥락, 주제 그리고 경우에 따라 사적 커뮤니케이션과 공적 커뮤니케이션이 나뉜다고 생각하는 기업 경영진이 있다.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마이크를 잡았을 때는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고, 이후 혼잣말을 하거나 주변 친한 직원에게 하는 대화는 사적 커뮤니케이션에 가깝다는 생각도 한다. 심지어 기자와의 대화에서 비보도 전제하에 나눈 술자리 커뮤니케이션은 사적 커뮤니케이션이라 주장하는 경영자도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업 경영진에게 사적 커뮤니케이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사적 커뮤니케이션을 꼽으라면, 자신의 집에서 가족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이 그나마 안전한 사적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기업 경영진이 대학 동창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회사의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이야기하거나 하는 것도 상당 부분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적 및 공적 커뮤니케이션에 구분을 두는 경영자들이 공감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있어 실수를 저지른다.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르다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무심코 해버리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고 기초적 조언이지만, 책임 있는 기업 경영진이라면,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관된 공감을 표현하고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회사와 함께 자기 자신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철학이 된다.

자사에게 유리한 여론에만 공감한다

공감을 하긴 하는데, 적절하지 않은 여론에만 공감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자신이 공감하지 않는, 공감할 수 없는 여론을 구분한다. 우리 회사를 지지하는 일부 여론이 있는데, 이런 여론에는 정말 진정성 있게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대신 우리 회사를 비판하고 공격성을 나타내는 다른 여론에는 맞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더 나아가 자사 팬덤을 활용해서 자사가 공감할 수 없는 여론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선별적 공감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위험한 습관이다. 대부분의 음모론과 피해자 포지셔닝이 이런 습관에 기인한다. 여론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도 상황에 대한 이해의 핵심 부분이다. 어떤 여론을 진짜 여론이라 판단해 결정하는지에 따라 이슈나 위기 관리 성패가 갈리는 경우도 많다. 사실 기업 이슈나 위기 케이스의 경우에는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여론을 판단하는 데 있어 애매모호한 상황이 흔하지는 않다.

문제는 그런 일반적 기업 관련 여론을 보는 시각이다. 정치권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던 경력을 가진 경영진의 경우 종종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 여론을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분류한다. 기업 경영진에 대한 이슈화가 정치적 배경 때문이라고 본다. 정치권에서 누군가가 우리 회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문제를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정치 세력이 회사를 흔들고 있다고 본다. 그런 조언이 내부에서 다양하게 퍼질수록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은 사라진다. 기업 이슈와 위기 관리에서 매우 위험한 시각이 바로 정치적 시각이다.

당면 이슈의 최종 파급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슈 초기에 지금 같은 결과로 이어질 것을 정확히 알았으면 처음부터 충분히 공감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는 의미다. 만약 이렇게 될 것을 알았다면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최악의 상황과 결과를 설정하고, 그를 방지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라는 조언이 이런 경우에 적용된다. 문제는 정말 자기 회사가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던 것인가다. 알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이 더 컸던 것은 아닐까? 반대로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혹시 상황 분석과 이해 그리고 예측 역량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경우 사후에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기업은 초기에 결과를 알았더라도 끝까지 적절하게 공감하지 않았을 확률이 크다. 사후 주장은 일종의 자기합리화라는 것이다.

공감의 경험이 부족하다

개인적 주제로 내려가서 기업 경영진의 평소 공감 경험과 습관은 아주 중요한 이슈 관리 자산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복잡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 스스로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기반으로 각각의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일리(一理)’를 골라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이 좋다.

특정 이해관계자 시각이 일단 마음에 들지 않고 이해되지 않아도, 일리(一理), 즉 어떤 면에서 그런 대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이치를 찾아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반복하고 그 일리를 찾아 이해하려 애쓰다 보면 공감에 익숙한 경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슈나 위기 관리 이전에도 유용한 평소 습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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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을 읽고 있나요?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서 위기나 이슈를 관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 체계가 여론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예전에는 신문, TV, 잡지 등과 같은 전통매체가 당시 발생한 위기상황이나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수년전부터는 온라인상 각종 창구들과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의견들, 주요 이해관계자 접점에서의 이야기들을 포함한 보다 진일보한 여론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다.

위기나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여론을 읽고 이해하려 애쓴다. 경험 많은 전문가와 경영진은 그 여론 속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특히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현재 자사에 대하여 화를 내고 있다면, 그 성냄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필히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는 적절한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여론을 진짜 이해하고 있을까? ‘여론 모니터링’이라는 이 중요한 체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 실행에 적용시키고 있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여론이라는 것이 실제 여론 그대로의 모습인 것일까? 더 나아가 기업의 모니터링 체계는 여론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일까? 기업은 진짜 여론을 분석하고 이해한 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몇 가지 주제를 다루어 본다.

표현되지 않으면 여론 아니다

아무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여론은 일단 공개적으로 적극 표현된 의견으로 한정된다. 이해관계자들이 침묵하는 상황을 여론으로 분석하거나 이해하기는 어렵다. 일부 기업에서는 여론 모니터링 결과물에 대하여 충분하게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자신 또는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여론과 모니터링 된 여론이 다르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 표현되지 않은 의견을 여론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여론으로 볼 의미도 사실 없다.

숨어있는 의견도 여론은 아니다

어떤 기업 경영진은 일반인이 신경 써서 찾더라도 찾기 어려운 특정 커뮤니티에 올라온 포스팅 하나에 주목하며 대응을 심사숙고한다. 그 외 일반적으로 공개 유통 확산되고 있는 의견 보다 그 특정 포스팅 의견 하나가 더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 포스팅을 열람한 불과 수백명의 사람들도 같은 의견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여론은 일단 널리 공개되어 있는 의견을 의미한다. 공개는 되었지만 저 구석에 숨어 독을 품는 의견은 모니터링과 트레킹의 대상일 뿐, 여론으로 정의되기는 힘들다. 그 숨어있는 의견을 여론이라 이해하고 그에 기반해 대응하게 되면, 대다수가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의 모습을 띄게 된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다.

언론이 곧 여론은 아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언론 반응을 여론으로 간주하는 습관이 분명 있었다. 따라서 언론에서 사과하라는 의견을 내면, 기업은 (언론 앞에서) 사과해야만 했다. 언론이 문제를 따지면, 그에 따라 개선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점차 전통 언론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언론 보도 품질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일상화되자, 기업은 더 넓은 공간에서 여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그리고 팬덤의 목소리에 기대는 비율이 점차 높아졌다. 종종 언론의 의견과 그 외 공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기업이 어떤 목소리에 의지해야 하는지가 새로운 전략적 고민 주제가 된 것이다.

여론은 무지(無知)하다

사람들이 특정 이슈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한 채 각자 느낌으로만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다. 그들이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이슈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의견은 큰 의미 없다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와 더불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은 이해를 도모하면 그 사람들은 자사에 대한 비판을 멈출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저토록 무지한 사람들과는 맞서 싸워야 이 이슈관리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여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론은 기본적으로 무지를 기반으로 한다. 자극이나 감정, 느낌이 여론의 최초 기반이다. 신속히 이슈를 관리해 내고 싶다면, 그 무지에 기반한 여론을 존중하고 그 여론을 날 것 그대로 다루는 대응을 해야 한다.

여론은 변덕이 심하다

기업이 중대 위기나 이슈를 관리할 때 스스로 일희일비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여론의 변덕이다. 언론도 그에 따라 춤을 출 때가 많다. 어떤 의견에 주목하는가에 따라 여론이 서로 엇갈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업은 그렇기 때문에 의미 있는 여론 변화를 찾아가며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트레킹 작업을 한다. 이전 여론과 새로운 여론을 비교해 가며, 의미 있는 추이를 살핀다. 자사의 대응에 대한 평가의 의미로도 여론의 변화를 추적한다. 여론의 변덕은 그 자체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그 여론의 변덕을 보며 기업측이 따라 변덕을 보이는 경우 발생한다.

여론은 이해하기 어렵다

여론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을 여론전문가라고 소개하는 사람도 있다. 여론조사 등의 리서치 업무를 오래 해 왔기 때문에 여론에 대해서는 전문가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론은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할 수 있다, 해 보았다, 잘한다는 주장과 실제 당면한 여론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여론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은 더욱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춘다. 대다수 의견에 대한 방향성을 기반으로, 중요 의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뒷받침되게 분석 체계를 운용한다. 실시간 변화하는 여론을 꾸준하게 트레킹하면서 의사결정을 개선, 감안, 강화하는 등 노력을 반복할 뿐이다. 여론은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최선을 다할 뿐이지, 점을 치거나 예언을 하는 식으로 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여론은 긍부정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대부분 여론 모니터링 체계는 현재 여론을 분석하여 긍정과 부정 비율에 주로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위 찬반 비율을 가지고 회사가 관리해야 하는 위기나 이슈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과 부정 여론 비율을 가지고 무슨 의사결정이 가능한가? 위기나 이슈는 일단 부정 여론을 두껍게 깔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미세하게 긍부정 비율이 흔들리는 것도 큰 의미가 없을 때가 많다. 위기나 이슈관리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여론이 왜(why)’에 대한 인사이트다. 그들은 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가? 그 부정적 의견은 왜 발생되었는가? 그 ‘왜(why)’를 깊이 있게 분석해야 해결책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왜(why)’가 기업에게 ‘어떻게(how)’와 ‘무엇(what)’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준다.

그렇게 여론은 항상 답을 준다

여론 속에 답이 있다는 이야기는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슈관리를 위해 여론을 잘 읽다 보면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회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개의 의견, 백 개의 의견, 천개의 의견이 계속해서 비슷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면 그 의견 속에 답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경험 많은 이슈관리 실무자들은 그 방향성에 대한 프레임이 이미 설정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유사 케이스들을 다루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여론 모니터링은 그런 경험 많은 실무자들과 경영진에게 마지막 확신을 주기 위한 작업일 때도 많다. 좋은 모니터링 시스템과 훌륭한 의사결정자들의 조합만큼 완벽한 체계가 없다.

여론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

위기나 이슈대응 회의에서 여론을 조작한다는 표현은 잘 쓰지 않지만, 내심 여론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거나 틀거나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종종 나온다. 홍보실에게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시작하는 기업 위기 및 이슈 상황에서는 기울어진 여론을 반대쪽으로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영진도 그런 불가능성을 알지만, 무엇이라도 해서 여론을 순화시키라는 지시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여론을 대하는 최고경영진의 자세다. 여론을 존경하라고는 조언하지 못하겠지만, 진지한 존중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여론을 두려워하는 것이 회사를 위해서도 좋다. 여론 때문에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기도 했고, 정부와 기업들이 무너졌다. 여론을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무모한 욕심이거나 상상일 뿐이다.

여론은 자주 다루어 보아야 익숙해진다

이 또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특정 위기나 이슈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집중해 들여다보는 여론은 적응하기에도 시간이 걸리고, 이해하는 대에도 도움이 필요하다. 평소 꾸준히 여론을 읽으며 사업을 진행해 왔다면, 보다 신속 정확하게 이해가 가능 해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평소 운용하는 여론 모니터링 체계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면서 완전한 상태로 구동되고 있으면, 위기나 이슈 시 즉각적인 활용이 쉽다. 실무자들도 분석과 트레킹 그리고 보고의 숙련도가 높아져 있게 된다. 여론을 평소에 모니터링하면, 불필요한 위기나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조직 자체가 민감성을 지니게 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정무감각이 성장한다. 기업 자체가 사려 깊게 된다.

이 밖에도 여론에 대한 기업의 이해와 태도의 이야기는 다양하다. 흥미로운 것은 여론에 대한 기업의 태도와 이해의 수준이 위기관리나 이슈관리의 성패를 나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경험적으로도 아주 실전적인 원칙이다. 반면 여론을 폄하하고 잘못 이해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려 하고, 심지어 여론을 마음대로 움직여 보려 하는 기업은 상당히 고통받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아 왔다.

일부 경영진은 기업이라는 곳에는 기업의 목표가 있는 것인데, 여론에 휘둘려서 갈팡질팡하게 되면 어떻게 사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가 하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일단 기업의 목표가 여론에 반하거나 충돌하게 되는 경우라면, 그 기업의 목표는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론이 강력하게 비판하는 사업을 고집 세게 밀어 부쳐서 성공하는 경우 또한 그리 흔하지 않다. 성공한 많은 기업은 여론에게 지지 받으며 사업적으로 성공하려 애써온 곳들이다. 여론은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기업이 살아 숨쉬고 진정으로 성공하기 원한다면, 여론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여론이 이야기해 주는 답을 찾아보아야 한다. 여론이란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만 신경 써야 하는 주제가 아니다. 기업이 여론과 친해질 수록 위기나 이슈가 적어진다. 그리고 위기나 이슈와 마주했을 때 그것들을 더 잘 관리해낼 수 있게 된다. 여론은 우리에게 답을 주는 친절한 교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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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025 0 Responses

사전 준비 vs. 사후 준비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부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처한 기업의 경우, 초기 대응과 그에 연결된 이후 대응 실행 시점이 이해관계자들의 예상보다는 늦다. 그런 ‘늦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상황 발생 직후부터, 상황파악, 상황분석, 대응조직 구성원 집합(취합), 대응방식 논의, VIP의 의견 청취, 실행안 확정, 실행준비, 실행에 걸친 여러 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야 겨우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 발생 이후 바로 대응 실행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사전에 미리 해당 상황을 예상하여, 대응에 대한 준비까지 완료하고, 대응 시점만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문제는 사전에 해당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경우다. 그런 경우 대응 실행 시점은 사전에 해당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했던 기업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 개념은 ‘준비’라 볼 수 있는데, 이 ‘준비’ 개념은 실무진에게 종종 혼란을 주곤 한다. 예상 못했던 부정 이슈나 위기와 맞닥뜨려 혼란스러워진 회사 내부에서 실무그룹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조직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실무그룹에게는 “빨리 대응하라” “뭐라도 하라” “어떻게 든 막으라” “적극적으로 빼라” 등의 급한 주문이 떨어진다. 반면 실무그룹에서는 “무슨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대응 가능합니다.” “우리가 어떤 입장과 메시지를 할 수 있는지 먼저 결정되어야 합니다.” “대응 예산은 얼마나 가능한가요?” 등과 같은 대화가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뭐든 하라!”라는 주문은 실무자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아무것도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 곧 부정 이슈나 위기 상황인데, 그 현실과 무엇이든 하라는 주문 사이에서 곤란을 겪는 것이다. 그에 더해 ‘준비’되어 있는 실무그룹이 왜 이렇게 무력한가?라는 핀잔까지 더해지면 실무그룹은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준비’의 개념을 정리해 본다. 실무그룹은 진짜 쉽게 준비될 수 있는 것일까?

준비는 사전에 하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자면,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된 이후 시작되는 준비는 사실 준비가 아닌 것이 된다. 사후에 하는 준비는 제대로 된 준비가 아닌 것이라는 의미라서다. 위기관리 아포리즘에서도 “진짜 카우보이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고공강하를 하면서 낙하산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해 보아도 사전 준비와 사후 준비의 개념적 차이를 알 수 있다.

대부분 준비 문제는 사전이 아니라 사후에 준비를 시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대응 시점이나 품질은 사전 준비된 그것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일정 시간이 흘러 그때 그때 준비되어진 실행이 반복되면 어느 정도 정상성을 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사후 평가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은 조용하니 시끄러워지면 다시 준비하자?

일단 첫 불은 껐다는 판단이 생긴 의사결정그룹과 실무그룹은 사전 준비가 가능한 시간을 다시 허비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 그렇게 허둥지둥 했으면서도, 조만간 다시 불씨가 되살아 날 것을 예상했어도 그 때가서 보자는 생각을 다시 하는 것이다. 신발 끈을 묶고 있어야, 부저가 울리면 뛰어나갈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상식을 몰라서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이전의 시끄러웠던 경험과 기억을 일단 잊고 싶어하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문제가 스스로 사그라지는 것을 희망하며 조금(일정기간) 지켜보자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운 좋게 이내 소란이 잠잠해지면, 이슈대응을 잘했고, 마무리하자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다시 불씨가 타오르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대응 ‘준비’를 강하게 외치니 문제다. 대응 준비에는 허비나 불필요함은 있을 수 없다. ‘지켜보자’는 준비가 완료된 이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준비했다가 상황이 발생 안되면 어쩌나?

실제로 회사에게 중대 부정 이슈를 예상하고 내부적으로 상당한 준비를 했던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일정 기간 많은 인력과 투자를 투입해 대응을 상정하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응 준비를 다 했다. 운이 좋게 발생을 예상했던 기간이 아무 일 없이 지나자, 사내에서는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준비하고 호들갑 떤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 준비작업을 리드했던 실무그룹과 임원은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다른 한 클라이언트에게는 예상되는 위기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 없는 것이고 과도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하는 실무그룹이 있었다. VIP가 결심하고 지원한 준비 과정에서도 그 실무그룹만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실제 예상했던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대부분 의사결정그룹이 준비된 대로 움직이자, 준비 자체에 부정적이던 실무그룹은 그들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리드하기 보다 따라 움직이는 실무그룹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내부 생각과 우려는 실무그룹에게는 상당히 현실적인 위협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준비’라는 것이 당연하고 아주 중요한 상식이라 이야기하지만, 현장에서 ‘준비’는 상당히 정치적이고 조직역학적 부분이 기반 되는 행위다. 그러한 부담 때문에 실무그룹이 정확하게 리더십을 쥐고 있지 못하다면, 진정한 ‘준비’는 항상 조심스러운 것이 돼 버린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준비하면 물론 좋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범위의 준비가 필요한가는 실무그룹에게 항상 골치거리다. VIP께서 ‘준비하라’는 지시를 하면, 실무그룹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게다가 VIP 께서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상황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으셨다면, 패닉은 더욱 커진다.

어떤 기업 실무그룹은 일단 대규모 대응 매뉴얼 작업을 해야 하겠다 생각한다. 다른 기업 실무그룹은 대응 인력을 강화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기업 실무그룹은 예산을 먼저 확보해야 하지 않는가 하거나, 위기관리를 위한 협력사나 대행사를 구하며 경쟁 비딩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그들 각자에게 그 각각은 ‘(일단) 준비’라는 정의를 가진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의 ‘일단’ 준비는 대부분 소모적일 뿐이다.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상황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준비라는 실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분석이 전제되는 것이 맞다. 정확하게 어떤 이슈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제대로 된 준비도 가능하다. 그 준비의 범위는 실무그룹의 경험과 전례에 따른 수준에 맞추는 것이 좋다.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면, 준비되지 않는 것이고, 그 수준을 넘어선다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준비의 정의는 의사결정그룹이, 준비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실무그룹의 고민에 기반해야 한다.

누가 준비해야 하나?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직내 가치 중 하나는 ‘누가?’라는 행위 주체의 개념이다. ‘누가?”라는 개념 없이는 대응 조직을 편제 할 수 없다. 누구든, 아무나, 관련자들이, 전사적으로 등과 같은 개념은 오히려 대응 조직을 무력화한다. 조직 내에서 이 ‘누가?’의 지정을 하고, 역할과 책임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준비만을 위한 조직내 리더십을 누군가에게 부여해야 한다.

당연히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적절한 직급과 직책의 리더십이 정해지겠지만, 그 리더십에 의한 준비 작업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누가?’라는 질문과 답변의 정리는 중요하다. 먼저 ‘누가?’라는 역할과 책임이 배분되어야, 그 다음에 ‘무엇을?”이라는 실행 전략과 방식이 정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 ‘누가?’라는 계속되는 현장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적절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즉흥적 또는 관례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협조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리더십도 존재한다. 이는 평소 이슈나 위기관리가 비즈니스 실행 우선순위에 있지 않고, 근본적으로 그 속에 부정적 개념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소모적이고, 반복적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아쉬운 리더십은 흔히 목격된다. 이 부분에 주목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투입하는 기업이 보다 나은 대응관리와 준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나?

준비를 했는데도,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준비한 해당 상황이 올해 안에 발생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준비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가?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시 다른 상황이 예상되면, 그건 또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는가? 예산과 인력이 제한되어 있는 현실에서 다른 핵심 업무를 다 제쳐두고 준비하라 하시는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이런 현실적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조언도 위의 것들과 마찬가지다. 가능한 구체적 준비 대상과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라 실무그룹의 경험치에 맞는 준비 범위를 상정하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에 따라 예상되는 준비 기간과 소요 시간을 필히 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특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를 해보면, 이슈나 위기 유형에 따라 준비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A라는 이슈 대응을 준비하게 되면, B라는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크게 패닉에 빠지지 않게 된다. 비슷한 실무그룹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과 책임을 달라진 유형과 실체에 따라 일정 부분 변형하면 되기 때문이다. 수십 개 예상되는 이슈나 위기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다시 수십 개의 대응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핵심은 이런 준비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자산화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준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이상의 여러 조건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실은 종종 상식을 거부한다. 반대로 상식적인 것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결과에는 현실적 이유가 그 기반이 된다.

사전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절대 실무자그룹에 대한 비판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준비라는 개념이야 말로 아주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기본 품질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를 위한 VIP의 관심과 지원, 강력한 리더십의 투입, 정확하고 적절한 역할과 책임의 배분, 실무그룹의 경험에 대한 존중, 성실한 준비실행과 반복이 함께해야 겨우 가능한 경지가 된다. 일개 실무그룹이 준비를 하거나 하지 않고의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사전 준비는 그래서 어렵다고 한다. 상식은 참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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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025 0 Responses

왜 기업마다 위기의 정의는 다른가?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교과서 중 개론서라면 항상 빠지지 않는 부분이 ‘위기의 정의와 유형’이다. 위기가 발생되는 형태를 저자마다의 시각으로 분류해서 정의하고 구별해 놓고 있다. 그 교과서를 읽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위기라고 하는 것이구나 하며 위기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된다. 일부 기업 내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그런 위기 유형들을 모아 자사의 사업분야와 현황에 따라 재분류 해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리해 놓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기업들의 위기관리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바에 따르면, 교과서 내용과 같이 정형화되어 있는 위기유형은 사실 현장에서의 판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떤 기업은 그런 기존의 위기유형 분류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상황을 위기로 정의한다. 어떤 기업은 분명히 위기유형에 정해진 형태의 상황을 맞았음에도 그것을 위기라 정의조차 하지 않는다.

왜 같은 유형의 부정 상황으로 보이는데, 어떤 기업은 그것을 위기라 하고, 또 다른 어떤 기업은 그것을 위기로 여기지 않을까? 왜 기업은 각자 생각과 판단대로 위기를 자유롭게 정의하는 것일까?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어떨 때는 위기로, 다시 어떨 때는 위기로 판단하지 않는 것일까? 왜 기업마다 위기의 정의는 다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사업분야에 따라 위기가 다르다

상식적인 이야기다. 라면을 만드는 기업과 선박을 만드는 기업은 전혀 다른 유형의 위기를 경험한다. 매출 10조원 기업의 위기와 매출 100억원 기업의 위기는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하다. 규제기관에 의해 사업 인허가가 좌우되는 기업과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기업은 서로 다른 위기 기반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과 지방에서 지역 사업을 하는 기업은 각자 생각하는 위기가 다르다.

둘째, 내부 철학과 원칙에 따라 위기가 다르다

같은 부정 상황을 놓고도 어떤 기업은 그것을 부정성이 낮은 수준이라 평가하고, 적극적 위기관리를 하지 않는다. 오래된 업계 관행이라 하거나, 기업의 오래된 전통이라며 그 상황을 위기로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다른 어떤 기업은 앞의 기업이 놀랄 정도로 깐깐하게 부정성을 판단해 같은 상황을 위기로 다양하게 정의한다. 이 기업은 업계관행은 물론, 당연해 보이는 업무 프로세스도 컴플라이언스라는 잣대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재검토하고, 관련된 발생 상황들을 모두 위기라 정의하고 대응한다.

셋째, 사업 전략과 방향성에 따라 위기가 다르다

어떤 기업은 무리해서 더 크게 성장하거나 시장을 넓히겠다는 계획이 없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왠만한 여론의 비판이나 소송, 환경 및 지역단체들의 항의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우리를 죽일 수 없는 고통은 전혀 두렵지 않다’는 식으로 위기를 바라본다. 다른 어떤 기업은 사업을 다양하게 확장해 국내와 글로벌 시장으로 계속 진입시킨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자회사들을 지속 상장하려고도 노력한다. 이 기업은 앞의 기업보다 고객과 시장 그리고 정부 규제기관 등의 눈치를 많이 본다. 자칫 조그마한 논란이나 비판이 사업 확장과 시장진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한다. 이런 기업은 다양한 위기 유형을 정리해 대비하는 위기관리 활동에도 열심을 다한다.

넷째, 기업을 둘러싼 핵심 이해관계자들에 따라 위기는 다르다

일단 B2B(기업 대상 사업) 기업과 B2C(개인 소비자 대상 사업) 기업은 각자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특성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B2B는 굵직하고, 규제관련, 경쟁관련 부정 상황들이 많다면, B2C는 고객과 관련된 다양하고 자잘한 부정 상황들이 흔하다. 고객의 경우에도 국내 고객이 중심인 기업의 위기가 다르고, 해외 고객이 중심인 기업의 위기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별 위기라 볼 수 없는 상황이 해외 특정 국가 고객들에게는 큰 위기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 의사결정자들의 스타일에 따라 위기는 다르다

젊고 진취적인 스타트업 대표의 위기관리 시각과,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고 보수적인 대기업 대표의 위기관리 시각은 전혀 다르다. 그 각자 특징에 따라 위기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위기관리와 관련된 의사결정 모습도 전혀 다르다. 단순하게 감정적 부침이 잦은 스타일의 경영자가 보는 위기와 안정적인 감정상태에서 담담하게 의사결정 하는 스타일의 경영자의 위기가 다르다. (사실, 현장에서는 VIP가 그 상황을 위기라 정의하셔야 비로소 위기가 된다. VIP가 위기라 정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위기가 아닌 것이 된다.)

여섯째, 기존 위기관리 시스템 수준에 따라 위기는 다르다

평소 위기관리를 생각해 보지 않고, 관심이나 투자가 전혀 없던 기업에게는 돌발적 혼돈 상황이 발생되면 이는 곧장 패닉에 빠질 수도 있는 위기가 되 버린다. 흔한 예로, 언론은 그냥 광고를 싣는 곳이라 생각해 담당 기자관리를 등한시했던 기업은, 자사와 관련된 사소한 부정기사에도 큰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그 상황을 위기라 정의하기도 한다. 반면, 위기관리 시스템을 상당수준 갖추고 숙제를 꾸준히 잘 해 왔던 기업은 다른 위기관을 가진다. 앞의 기업이 고통스러워 한 부정 기사 정도는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다. 다양한 대응을 실행해 상황을 관리해 버리기 때문이다.

일곱째, 현재 내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위기는 다르다

리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도, 예를 들어 5년전과 현재의 위기관리는 다를 수 있다. 당시에는 해당 기업이 그 상황을 중대한 고객관련 위기로 정의했고, 선제적이고 파격적인 리콜을 실행했던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후 수년간 계속 사업이 불안했고, 매출은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불행하게도 현재 다시 동일 상황이 발생했지만, 경영진은5년전과 같은 수준의 리콜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에 따라 상황을 달리 정의하고, 부분 A/S를 실시하거나, 문제 사실을 숨기며 적극적으로 위기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관련 상황은 같지만, 대응 가능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덟째, 위기를 반복한 기업인지에 따라 위기는 다르다

특정 위기를 자사의 역사상 처음 경험하는 기업이 내리는 위기에 대한 정의와, 특정 위기를 자주 발생시켰던 기업이 내리는 위기에 대한 정의는 분명하게 다르다. 매번 개선이나 재발방지를 약속했음에도 동일 또는 유사한 부정 상황이 계속 발생되는 기업에게 있어 각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앞의 기업은 교과서 대로 자사의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상황을 큰 위기로는 정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반복적으로 유사한 실수를 거듭한 기업은 그렇게 편하게 위기를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홉째, 사회적 트렌드에 따라서도 위기는 달라진다

사내 직원간 괴롭힘이 발생돼 논란이 되었을 때 기업이 선제적 사과로도 이내 위기관리가 가능했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직장내 괴롭힘이 법적 사회적으로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여러 케이스에서 극단적 비판과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이때 자사에서도 터져버린 직장내 괴롭힘 논란은 앞의 운이 좋았던 기업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사과 커뮤니케이션으로 관리되었던 상황이,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사업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돼 버리는 중대 위기로까지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부정상황도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위기로 정의된다.

마지막, 정확한 이유 없이도 위기는 종종 달라진다

이 부분이 실무자들에게는 가장 어렵고 힘든 위기관리 환경이 될 것이다. 지난번에 이 같은 부정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사내에서 바로 중대 위기로 정의하고 적극 대응과 배상을 해 성공적 위기관리로까지 인정받았던 경우가 있었다 치자. 유사한 부정상황이 발생되어 지난 번 같이 중대 위기로 정의하고 대응하려 하니, 사내적으로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위기대응을 해야 하는 실무자들은 왜 그때와 지금이 다른 지 잘 이해가 가질 않게 된다. 분위기가 그렇게 되어 버렸기 때문에 굳이 구체적 이유나 문제를 제기하기도 불편하게 되어 버렸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별 이유 없이 종종 위기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기도 한다. 희귀한 경우가 절대 아니다.

위기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이나 실무자들은 절대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미리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위기의 유형도 그에 따라 마찬가지라 생각해야 한다. 그때 그때 다르고, 이 회사와 저 회사가 다르다. 이 경영진과 저 경영진이 다르고. 사업적 계획도 조건도 다르고. 이해관계자와 기업의 철학과 원칙도 다르기 때문이다. 전례와 트렌드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심지어 아무 이유 없이도 위기라는 정의는 때때로 달라진다.

이런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이 어찌 보면 위기의 특징이다. 위기란 그런 것이다. 이를 정확하게 먼저 인정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시작할 수 있다. 그래야 모든 것이 계속 변화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최대한 확실성과 예측가능성을 고민해 자사 시스템에 적용시켜 보자 하는 절실한 동기가 생겨나게 된다. 우수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진 기업들은 이렇게 정확한 현상 인정과 그에 기반한 절실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위기가 정형화되어 있고, 자사의 위기에 대한 정의가 언제나 일관되어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하지만, 그런 상상에서 벗어나야 진짜 실행가능한 시스템이 보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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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어떻게 기회가 되는가?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기업 위기관리 현장에서 반복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그 말에는 아주 중요한 단어가 몇개 빠져 있다. 정확하게 다시 표현해보면, ‘우리 회사의 위기는 곧 경쟁사에게 기회’라는 말이 더 맞다.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별로 희망적인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위기를 경험하지 않은 많은 다른 기업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말이다.

본래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이야기는 위기를 경험한 회사가 그 위기로부터의 배움을 통해 더욱 완전한 회사가 되려 노력한다면 곧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핵심은 ‘위기로부터의 배움’과 그 ‘배움의 실천’ 부분이다 그런 경우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이야기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욱 일반적인 의미에서 다른 회사의 위기가 우리 회사의 위기가 되기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를 허비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자기 회사의 위기에만 해당되는 조언은 아니다. 다른 회사들의 위기를 우리가 반면교사 하지 못하고 허비해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조언도 중요하다.

경쟁사 또는 다른 기업들의 위기는 어떻게 우리 회사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시장경쟁적 관점보다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자. 다음은 타사의 위기를 자사의 기회로 만드는 방법들이다.

첫째, 타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위기를 자사내에서 살펴보면 기회가 된다.

빨리 살펴보자. 타사의 위기를 강 건너 불 구경하다가, 우리집도 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자. 저 회사에게서 발생된 위기는 우리 회사에서도 발생될 수 있다. 우리는 저 회사와 다르다는 이야기는 일단 접어 놓자. 저런 유형의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될 수 있는지 빨리 구체적으로 따져보자는 거다. 만약, 우리에게도 저런 위기의 뿌리가 존재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그 뿌리를 분석해 제거하려고 노력해보자. 만약 그렇게 짧은 시간내에 뿌리까지 제거할 수 없다면, 우선 저 회사와 같이 우리에게도 똑 같은 위기가 가시화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라도 준비해 놓자. 그런 준비가 기회를 만든다.

둘째, 타사가 위기관리를 잘했나 못했나를 보면 기출문제가 파악된다.

기출문제를 제대로 알면 시험은 쉽다. 이미 나왔던 문제를 틀리기가 어찌 보면 더 어렵다. 타사가 위기관리 하는 모습을 세세하게 지켜보면 기출문제의 핵심은 간파할 수 있다. 타사가 위기관리를 잘한 경우에는 거기에 답이 있으니, 추후 자사 위기대응에 차용하면 정답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타사가 위기관리를 잘 못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면, 그 이유를 따져보면, 오답에서 멀어질 수 있다. 타사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다양한 비판을 받고 있다면, 그 비판 내용을 깊이 분석해 보자. 이는 합법적인 컨닝이다. 그 비판내용 속에 답이 있다. 기회가 보일 것이다.

셋째, 타사가 얼마나 빠르게 대응했는지를 살피면 기회가 된다.

타사가 어떤 위기대응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제때 대응했는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기업도 사전 준비나 대응 역량의 보유 없이 적시대응을 할 수는 없다. 만약 타사가 적시대응 해서 위기관리를 잘 했다면, 어떻게 그런 적시대응이 가능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회사의 대응 체계나 역량과는 어떤 부분이 다른 지 살펴보자. 반대로 타사 위기대응이 때를 놓쳤다면. 그 걸림돌이 된 체계나 역량은 무엇인지도 알아보자. 자사에게도 그런 걸림돌 프로세스가 있는지 재차 확인해 보면 기회에 닿을 수 있다.

넷째. 위기 시 타사의 리더십은 어땠는지 살펴보면 기회가 보인다.

타사가 위기를 겪고 있을 때 그 회사 VIP는 어떤 움직임과 메시지를 커뮤니케이션 했는지 확인해 보자. 그것이 적절해서 위기관리 전반에 큰 도움이 되었는지 보는 거다. 혹시 VIP의 대응이 어떤 문제를 만들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그 부분을 집중해 살펴보고, 내부적으로 경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자사 VIP께서 그런 내용을 챙기지 않거나, 관심 없어 한다면, 위기관리 실무그룹 차원에서라도 타사와 동일한 전제를 놓고 우리는 어떻게 그들보다 낫게 대응할 수 있을지 따져보자. 그런 차선책 강구가 없는 것 보다는 더 나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다섯째, 타사 내 위기관리를 전담했던 팀에 대해 알아보자.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사람이 없이는 위기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잘된 위기관리에는 항상 제대로 숙련되어 신속하게 움직여준 대응조직이 있다. 반대로 그런 대응조직이 없는 기업의 위기관리는 형편없거나, 이해되지 않는 위기관리의 모습이 보여 지게 마련이다. 타사가 위기관리를 할 때 누가 어떤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보다 실질적인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OO회사니까 잘하지” 하기 보다는 “OO회사에는 이번 위기관리에서 XXX팀과 ###팀이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하더군” 같이 보다 구체적인 정보 파악이 자사 기회 창출에 도움이 된다. 최소한 그들이 쓴 공식대응문건이라도 입수해 분석해 보자.

여섯째, 타사가 위기관리에 활용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살펴보면 기회가 보인다.

경쟁사는 항상 우리보다 잘하고, 투자도 많이 하고,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도 좋고, 화끈하고…이런 부러움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논리를 가지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경쟁사 보다 그런 부분은 잘 못한다 주장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만약 위기대응을 하며 경쟁사가 잘 활용했던 이해관계자들이 있다면, 자사도 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심을 먼저 늘려보자. 투자가 필요하다면 내부 품의를 거쳐 투자를 이제 부터라도 시작해 보자. 반대로 우리가 타사보다 훨씬 이해관계자 네트워크가 좋다면, 그것에 대해 내부에서 의미를 인정받아 보자. 지속 투자와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하면 곧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겠나?

일곱째, 타사의 법적 대응 논리와 컴플라이언스 이슈도 들여다보자.

변호사들은 전례와 그 전례에서 파생된 쟁점들에 대해 큰 의미를 둔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그런 전례 분석과 이해는 아주 중요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라는 것이 없다. 그때 그때 약간씩 다른 전례에서 타사들이 활용했던 법적 대응논리와 실행과정에서 파생된 컴플라이언스 쟁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자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특히나, 실행상 컴플라이언스 쟁점 부분은 평소나 위기관리 시 공히 관심이 집중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타사의 위기에서 배우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 보자.

여덟째, 타사의 위기관리 예산을 감정해 보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해놓자

“우리는 예산이 없어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사후에 아무 의미가 없다. 타사가 실행했던 예산만큼은 자사가 쓸 수 없다면, 비용대비 효과적인 차별화된 대응방안을 미리 고민해 보아야 한다. 내부 규정이나 컴플라이언스, 또는 사업규모와 범위가 달라 타사의 위기관리 예산이 과다했다면, 자사에게 맞는 적절한 위기관리 예산에 대한 감은 아무리 빨리 가져도 이르지 않다. 좀더 깊이 생각해서, 우리도 그 정도 어마어마 한 예산으로 사후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면, 차라리 그런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위기예방활동에 그 일부 예산이라도 투입해 위기 발발을 사전에 제한하자 하는 논의도 생겨날 수 있겠다. 그런 예산 전략도 더 나은 기회를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다.

아홉째, 타사가 반복적으로 유사한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해도 살피자

타사 조직 구성원이 모두 기억상실증으로 고통받고 있어서 유사한 위기를 반복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유사한 위기를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아주 중요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회사가 알면서도 위기관리를 할 수 없었던 그 진짜 이유를 타사인 우리가 바라봐 찾아보자는 거다. 그 회사 구성원들이 아무리 사전 위기관리를 한다고 해도 완전하게 극복할 수 없는 최악의 문제를 자사가 확인해 이해할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에 있을까?

마지막, 타사의 위기를 우리는 경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자

타사 위기관리를 벤치마킹해서 자사가 좀더 나은 위기관리를 해보자가 원래의 핵심은 아니었다. 타사가 경험한 위기와 위기관리를 통해 자사에게 유사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겠다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핵심이다. 아무리 군비가 튼튼하고 강한 군사력을 가졌다고 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과 그 과정을 알게 되었다면, 그 원인과 과정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여러 개선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개선하면 된다. 미리 알아 투자하고, 관리하고, 관제하고, 훈련하고, 준비하게 되면 위기발생 가능성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잘된 위기관리란 많은 사람이 전혀 알지 못하는 위기를 조용하게 관리해 내는 위기관리다. 사전적으로 평시에 체계화해서 관리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 강한 의지가 곧 기회다.

위기는 타인에게 기회일 뿐, 자신에게는 그리 의미 있는 기회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달리 보면, 그렇게 아무것도 얻을 것 없는 위기를 미리미리 살펴 아예 만들지 않겠다 하는 조직의 생각도 필요한 것이다. 자사가 위기를 만들지 않으면, 오히려 그 자체로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경쟁사들에게는 그 나마의 기회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이 경쟁전략에서도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스스로 위기를 만들고 키우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다 경계해 보자. 그것이 경쟁력 확보와 강화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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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와 잡담의 차이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핵심임원들과 미디어트레이닝이나 메시지 워크샵을 진행하면, 각 사별 그리고 이슈별로 다양한 사례와 입장 그리고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유익한 토론을 하게 된다. 때로는 주어진 이슈에 반하는 완전하지 않은 대응 논리 때문에 메시지에 결핍감을 함께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아주 충실한 논리와 팩트를 기반으로 해 구성된 훌륭한 대응 메시지에 같이 놀라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현장에서 주로 고민거리인 메시지 결핍 및 오류 현상에 대해 정리해 본다. 일반적으로는 갑작스럽게 이슈가 발생되면, 기업 내부에서 미처 입장을 적시 정리하지 못하여 메시지 오류가 발생한다고 보기도 하는데. 그 외에 이슈 대응 시 메시지 오류에는 더 많은 이유와 원인이 존재한다.

왜 일부 기업은 언론이 돌발 이슈를 취재하는 경우, 기자보다도 준비되어 있지 못할까? 기자는 이미 해당 이슈에 대한 기사 프레임을 짜서 기업측에 문의하는데, 기업에서는 왜 그 프레임을 이해하기는 커녕 그에 더한 더 심각한 프레임을 스스로 만들어 허둥댈까? 기업은 왜 메시지 전달 대신 기자와 잡담을 하며 소중한 기회마저 놓쳐 버리는 것일까? 왜 그럴까?

첫째, 메시지에 대한 개념정립이 중요하다

기업 대표나 핵심 임원은 스스로 외부와 내부 메시지에 대한 집착을 보다 키워야 한다고 본다. 평시를 넘어 이슈나 위기발생 시 가장 중요한 통제가능자산은 자사의 메시지뿐이다. 이슈나 위기는 기업의 메시지로 관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현재같이 통제가능자산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환경에서, 자사의 적절한 대응 메시지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소중한 이슈 및 위기관리 자산이다.

대표와 임원의 경우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석에서의 메시지와 공석에서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 정무감각을 키워 여론이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선별 강조하는 것, 사소한 메시지라도 기업차원의 것이라면 항상 주의하고, 주의하도록 감독하는 것과 같은 노력은 더욱 강화해야 하겠다. “말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던가, “요즘 기자들은 삐딱하게 말을 해석한다”, “언론에게 어떤 음모가 있어서 우리 메시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식으로 자사의 실수를 감싸기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기업의 메시지를 항상 고민하자

내외부 메시지 전달의 문제를 단순하게 메시징 스킬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더 많이 부딪치는 한계는 당면 이슈에 대하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철학이나 원칙이 부재하다는 문제 때문이다. 기반이 없고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에 메시지를 구성하려고 해도 감이 오지 않는다. 말 그대로 메시징 스킬만 그에 적용해 버리면, 알맹이 없이 화려하기만 한 거짓말이 떠오르게 된다.

최근 현장에서 가장 많은 한계를 드러내는 대표적 내부 이슈는 ‘(사내)차별’, ‘(사내)성별간 갈등’, ‘(사내)세대 차이 및 갈등’, ‘(사내)상하간 커뮤니케이션 단절’ 등이다. 외부이슈로는 ‘ESG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실체)’, ‘갑질 및 불공정 거래 논란’, ‘경영진 불법행위 논란’, ‘우수인력 및 기술 정보 유출 논란’. ‘중대재해처벌법관련 논란’등이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 질문을 하면 경영진은 두가지 답변 스타일로 나뉜다. 장황하게 법 또는 사실관계 설명을 하고, 누구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원칙론적 입장을 메시지로 구성해 전달하는 스타일이 있다. 그 외에는 개인적 생각을 정리해서 기업의 메시지로 보이게 전달하는 스타일이 있다. 그러나, 두 스타일 모두 해당 이슈에 대하여 기업의 부족한 고민의 현황만 드러내 보여줄 뿐이다. 메시지가 없어 메시징을 하지 못하는 형국인 것이다.

셋째, 발전된 정무감각에 기반한 메시징을 지향하자

기업이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대표이사 OOO이 하고 싶은 말을 기업의 입을 빌려 하는 것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기업은 하고 싶은 말 이전에 기업으로서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 따라서,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메시지는 기업 메시지로 적절하지 않다. 자사 이익을 강변하며, 상대를 적대시하는 메시지도 기업 메시지로는 적절하지 않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의 단편적 상황판단에 기반한 메시지도 적절하지 않다.

발전된 정무감각이 기반 된 기업 메시지는 일단 온화하다. 차분하다. 자사보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공감에 기반한 메시지를 더 많이 한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이려 노력한다. 책임을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담는다. 해법을 제시하고 더 나아진 미래를 약속한다. 이런 모든 메시지는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 기반을 벗어나 이해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거나, 당황스럽게 하는 메시지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를 사전에 예상하고 걸러내는 능력이 곧 정무감각이다.

넷째, 끊임없는 공유로 일관성을 유지하자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면 그것은 메시지가 아니다. 기업 내에서 우리가 멋지고 훌륭한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당면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겠다 결심하더라도, 누군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 철학과 원칙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내에서도 훌륭한 철학과 원칙에 기반해 잘 구성된 메시지는 지속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임직원들이 수없이 반복되는 메시지에 평소 이미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

“대표께서 언론 인터뷰나 외부 발표를 통해 전달하신 메시지를 참고하시지요” 당면 이슈에 대하여 딱히 대응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임원에게는 이런 조언을 할 때가 있다. 외부로는 대표께서 상당히 활발하게 자사 메시지를 전달하시는데, 자사 임직원에게는 그에 대해 구체적 설명이 되지 않는 기업이 이렇다. “대표께서 강조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저희 계열사 차원에서는 그에 대한 이해나 실행방안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사후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 깊게 고민하여 구성된 메시지는 필히 공유되어야 한다. 그 반복을 통해 내외부에서 일관성을 갖추어야 한다.

다섯째, 메시지는 시시각각 바뀌면 안 된다

앞에서도 일관성이라는 가치에 대하여 설명 했지만, 기업 철학과 원칙이 조변석개한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절대 안된다. 이슈나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지난 번에는 A 같은 행동과 메시지를 전달한 기업이, 유사 이슈나 위기가 다시 발생하자 이번에는 B 같은 전혀 다른 행동과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해 보자. 유사 이슈나 위기를 가지고 왜 지난번과 이번 간에 다름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답 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자체가 문제다.

기업 내외부를 통틀어 예측가능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직원이 생각하기로 ‘우리에게 소비자관련 이슈가 발생되면 우리 회사는 당연하게 이렇게 대응하고 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할 거야’ 라는 일관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 관계기관, 소비자단체, 정치인, 언론이나 온라인 여론 등도 비슷한 예상을 하며 확신을 가지게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공통된 예측과 기대 그리고 확신이 반복되면, 해당 기업의 이슈나 위기는 점차 관리하기 쉬워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여섯째, 메시지를 체화 해서 보여주는 경영진이 필요하다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위치의 사람들이다. 자신이 구성하고 있는 기업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여러 중요 이슈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면, 이를 꾸준하게 가시화 시킬 수 있는 사람들도 이들이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면서 스스로 대중교통을 고집하는 기업인이 있다. 컴플라이언스를 강조하며 골프나 해외출장을 간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인도 있다. 소비자를 최고로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더욱 가시화하기 위해 소비자들과의 만남을 정기화 하는 기업인도 있을 수 있다.

반면 기업의 메시지와 기업인의 실천에 있어 전혀 다른 갭(gap)을 노려 취재하는 언론도 있다. 예를 들어 안전하게 관리되어 깨끗한 수돗물을 마시자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는 관련 공기업이 있다고 치자. 한 언론이 그 공기업 수십 명 경영진의 자택에서도 실제로 수돗물을 마시는지 취재한다면 어떨까? 그 중 90퍼센트 이상이 시판 생수를 식수로 하고 있다면, 해당 기업의 메시지와 경영진의 실천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돌아보면 언론이 기업이나 조직을 비판하는 보도 상당수가 이런 표리부동 현상에 기반하고 있다. 불완전 메시지와 불완전 체화 현상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일곱째, 메시지를 보면 그 회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맨 앞 조언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기업이 평소 광고나 슬로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상적 메시지는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완전하게 검증된다. 가족과 같은 회사를 주창하는 기업이 실제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환경을 보호해 후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자 주장하던 기업에게 환경 관련한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그 주장도 확연하게 검증된다.

여기에서 핵심은 평시 메시지가 아니라, 그에 기반한 이슈 및 위기 시의 메시지다. 평시 반복 주장하던 메시지들을 부정적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업은 훌륭한 기업이다. 최대한 그 메시지를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기업도 훌륭하다. 최소한 평시 메시지에 대한 돌아봄이 있고, 그에 정렬된 대응과 메시징을 기억하는 것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핵심이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이해관계자들은 상황에 대한 매번 새로운 대응 메시지를 보고 그 회사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메시지가 다시 그 기업을 정의하게 된다.

이렇게 기업의 메시지는 개인의 메시지와는 다른 측면이 다분하다. 기업 철학과 원칙 그리고 정무감각이라는 수준 높은 역량을 기반으로 깊이 고민된 메시지는 큰 가치를 지닌다. 구성원의 수와 다양성으로 인해 해당 메시지의 공유와 반복의 중요성도 개인의 것과 비교하면 훨씬 크다. 공유와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일관성도 아주 중요한 자산이 된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그 안정감이 모여 신뢰를 형성해 주기 때문이다.

지속적 메시징과 그를 체화 한 경영진의 실천이 다시 커뮤니케이션 된다면 더욱 이상적이다. 그런 노력들이 더욱 더 기업 메시지의 가치를 높여준다. 기업의 메시지를 경영 품질의 리트머스라고 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부정 이슈나 위기를 맞은 기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꼼꼼하게 챙겨 분석해 보자. 그 메시지를 보며 그 기업이 현재 어떤 수준인지를 최대한 살펴보자. 메시지의 문제가 단편적으로 메시징 스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메시지의 문제가 숙련되지 않은 화자(spokesperson)의 개인적 부족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해당 기업 메시지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과 원성이 단순하게 음모론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지? 자애롭게 ‘그럴 수도 있지’하며 눈 감아 줄 수 있는 현상인지를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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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025 0 Responses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잘 되고 있나요?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기업과 함께 그리고 그들을 위해 이슈관리에 참여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보면, 어떤 기업은 안정된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다른 어떤 기업은 그렇지 못한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거의 동일한 성격을 가진 이슈인데, 어떤 기업은 안정된 실행을 하고, 왜 어떤 기업은 불안정한 실행을 하게 될까? 심지어 불안정한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업이 훨씬 더 규모가 큰 기업이고, 연륜도 긴 기업인데 그런 현상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

몇 년 전에는 안정되게 이슈를 잘 관리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던 기업이었는데, 최근에는 비슷한 이슈를 아주 불안정하게 핸들링 하고 커뮤니케이션이 들쑥날쑥 하게 된 경우도 보게 된다. 왜 이 기업은 일관성이라던가, 쌓였던 역량이 사라져 버린 것일까?

상대가 있는 이슈관리에서 어떤 기업은 차분하게 합리적 이성적으로 대응 하는데 비해, 다른 어떤 기업은 왜 일희일비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일까? 만만한 상대를 만났을 때에는 압도적으로 상대를 관리해 버리던데, 조금 더 강한 상대를 만나니 왜 스스로 더욱 흔들리고 우와좌왕까지 하게 되는 걸까?

기업 내부에서 만약 이런 이상현상이 발생된다면, 몇 가지 질문을 통해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일종의 진단 킷인데, 이 질문에 대해 적확한 답을 스스로 할 수 없다면, 해당 이슈관리는 제대로 된 트랙에 올라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답을 가지고 있는데도, 이슈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때 그 원인은 실무그룹의 역량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적확한 답을 이미 가지고 있는 의사결정그룹 아래 그런 실무그룹이 존재한다는 건 사실 현실적이지 않다. 그런 의사결정그룹이 평소 실무그룹을 그렇게 방치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이상증상이 보여 질 때 점검해 보아야 할 질문들이다.

첫째, 왜(why)?

기자회견을 해야 한 단다. 그렇다면 그 기자회견은 왜(why)해야 하나? 기자회견 대신에 입장문을 발표하고, 홍보실이 적극 커뮤니케이션하면 왜(why) 안되나? 기자회견을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자회견을 정해진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기자회견에 VIP가 참석하셔야 하는 이유는 무언가? 기자회견에서 VIP가 사과하고 대표에서 물러 나겠다고 커뮤니케이션 해야만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그렇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면 왜 향후 상황이 좋지 않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나?

이슈관리 주체가 스스로 이런 왜(why), 원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할 수 있어야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성공한다. 아주 사소하고, 당연하고, 기본적인 주제라고 해도 왜(why)라는 질문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거대한 댐은 아주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왜 해야 하는 거지? 이 질문과 그에 적절한 답을 찾아야 거대한 댐을 유지해 가며 지을 수 있다.

둘째, 목적이 무엇인가?

전반적으로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현재 당면한 이슈를 관리하여 우리가 다다르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정확하게 그려보아야 한다. 현재 당면한 이슈를 관리해서 궁극적으로 자사가 성취하고 싶은 것이 사업의 정상화인지? 대표이사의 보호인지? 상대측의 괘멸인지? 이탈고객의 최소화인지? 기업 명성의 재확보인지?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현재 이 이슈관리 실행들을 모두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굳이 세네카의 말처럼 “정해진 항구가 없는 배에게는 어떤 바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이슈관리 주체들은 이슈관리 목적을 뚜렷하게 세워 내부 공유하지 못한다. 그냥 이심전심, 당연한 상식, 한마음 한 뜻 이런 개념으로 퉁 친다. 정해진 이슈관리 목적을 내부에서 적극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면서, 수많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는 어떻게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겠나?

셋째, 실익이 무엇인가?

그걸 실행하는 것은 좋다. 무언가를 해야 하고, 어떻게 던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 실행을 통해 자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과 예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상대를 마구 비판하는 기사를 만들어 공격한다? 그렇다면 그런 부정 기사들을 통한 공격으로 자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인가? 새로운 비판 논리를 만들어 온라인 버즈를 극대화한다? 좋다. 그렇다면 그로 인해 자사가 성취할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인가?

실익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실행은 불필요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실익이 아니라, 다른 주변적 요소들만 떠 오른다면 그 실행은 문제다. 가장 대표적 실행이 이런 것이다. “현재 구도에서 왜 상대측을 비방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루머나 유언비어까지 퍼뜨리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VIP가 원하십니다.’ 또는 ‘우리의 속이라도 시원하고 싶어서요.’ 같은 답이 마음 속에 떠오른다면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에이전시의 경우에는 사업적 목적으로 그런 심리나 감정을 대신 충족시켜 주곤 하지만, 근본적 이슈관리 관점에서는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는 현상이다.

넷째, 어떤 최악을 예상하는가? 그 예상은 합리적인 것인가?

최악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기업은 이슈관리 전반에 흔들림이 적다. 최악을 그냥 어렴풋하게 상상하는 기업은 그에 비해 흔들림이 크다. 최악의 상황을 바라보는 기업은 신중하다. 가능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향을 주로 선호한다. 눈 앞의 닭을 잡기 위해 수 백 미터 벼랑에서 닭을 향해 점프하는 늑대가 되지 않으려 많은 것을 그때 그때 재며 달린다. 닭은 못 잡더라도, 내가 죽으면 절대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가지기 때문이다.

최악을 예상하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렇지만 최악을 상상만 하고, 정해 놓지 않으면 바람에 따라 흔들리게 된다. 또한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을 경계하면서 게임을 진행하지 못하게 된다. 마구 여론전을 벌여 난타전을 장기화하다가, 자사와 경쟁사 모두 수사기관 조사를 받고, VIP들이 고초를 치르는 현상은 이런 이유 때문에 반복 발생한다. 최악을 정확히 예상하지 못하면, 중간에 돌아올 수 없게 된다. 관성 때문에 계속해서 끝까지 가야만 되는 상황을 겪게 된다.

다섯째, 원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나?

폭행당한 운전사에게 찾아가 깊이 사과하고 피해를 압도적으로 보상하는 것. 그 피해자인 운전사를 두고 생긴 비판여론 때문에 기자회견을 해서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자와 합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것. 이 둘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둘 다 실행한다면 어떤 것이 우선이어야 할까?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답은 항상 정해져 있다.

문제는 그 정해진 답을 싫어하는 의사결정그룹이 있다는 거다. 원점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불편 해 하고, 싫고, 화가 나서다. 더욱 문제는 그런 의사결정그룹의 순수한(?) 감정 때문에 회사의 상당한 실익이 사라지고, 지속가능성까지 훼손되는 경우다. 원점에 대한 적절한 관리 없이, 성공하는 이슈관리는 극히 드물다. 만약 원점 관리 없이 이슈가 관리되었다면, 그 이슈는 진짜 이슈가 아니었던 것이다. 해프닝이다. 많은 경험상 전략적 원점관리가 생략된 이슈관리 성공은 없었다.

여섯째, 역량을 집중해서 대응하고 있나?

VIP가 이슈관리 대응회의에 참가하고 있는가? 아니면 간접적으로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리고 있나? 이슈관리팀은 제대로 구성되어 있나? 아니면, 관련 부서와 사업부분이 각자도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나? 자문그룹은 통합적으로 꾸려져 지원받고 있나? 아니면, 누가 어떤 자문을 하고 있고, 누가 그 자문을 받아 실행에 연결하고 있는지 서로 모르고 있나? 실무자그룹은 존재하나? 아니면, 누가 대응 실무를 하는지 서로 모르고 있나?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매우 모멸적 표현 중 오합지졸(烏合之卒)이란 말이 있다. 까마귀가 모인 것처럼 질서(秩序) 없이 모인 병졸(兵卒)’이라는 뜻으로, 임시로 모여 규율(規律)이 없고 무질서(無秩序)한 병졸이 이슈를 관리하는 상황을 묘사한 말이다. 그보다 훨씬 더 모멸적이고 위험한 이슈관리 시스템은 ‘중구난방(衆口難防)’과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시끄럽기만 하여 결론이 없고, 짙은 안개속에서 서로 모르며 이슈관리를 하는 느낌이라면 문제라는 의미다.

일곱째, 현재 이슈관리를 통합적으로 누가 리드하고 있는가?

“다 같이 하고 있다”는 답은 오답이다. 위험한 답이다. 전사적, 통합적, 협력적, 보완적 등과 같은 표현도 적절하지는 않다. 대체 누가 현재 이슈관리의 리더십을 쥐고 끌어가고 있는가? 그 딱 한 분이 누구인가? 만약 그 분이 VIP라면, 그 VIP를 중심으로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직접 연결되어 있는가? 중간에 고리나 접합 관절이 있는가? 그에 따라 이슈관리의 모습은 달라진다.

거기에 더해 비선이 있는가? 계속해서 VIP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지시사항을 번복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가? 이슈관리를 리드하고 있다는 부사장은 실질적 권한을 가진 분인가? 아니면, 행정적인 지원 리더인가? 케이스는 아주 다양하지만, 내부 리더십 체계는 몇 가지 형태로 단순 유사하다. 당연히 이슈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리더십 체계가 어떤 형태인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덟째,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과연 어떻게 될까?

모든 이슈에 항상 상시 대응하고, 대응할 때 마다 강력하게 하이프로파일로 대응하고, 매번 끝까지 대응해서 마지막을 장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에 참여하는 데에도 깊은 고민과 전략과 준비가 필요한 것처럼, 중간에 전쟁을 끝내는 것에도 신중한 고민은 필요하다. 아예 처음부터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을 수 있겠지만, 초기에 전략적으로 대응해 전쟁을 조기에 마감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일단 시작한 전쟁이라도 상황을 보다 선제적으로 중단해 버리는 과감함도 의미는 있을 수 있다.

‘무조건’이나 ‘항상’같은 개념은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적절한 개념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의식에 따라, 조건에 따라, 원점의 움직임에 따라, 그 외 여러 순리에 따라 그 때 그 때 이슈관리 방향성을 재고한다는 개념이 보다 유익하다. 대응하지 않는 것도 이슈관리다. 아주 전략적인 고민만 기반이 된다면.

아홉째, 가용할 자산은 얼마나 되나?

사실 이 주제는 논의할 가치도 없는 주제다. 너무 당연해서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는 돈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잃을 게 많은 기업이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잃을 게 없는 (아주 가난하고 취약한) 기업에는 이슈나 위기가 없다. 그냥 재앙뿐이다. 어쩌다가 이슈나 위기가 지나가서 살아 남았다고 해도, 그 후유증으로 고사하는 기업이 태반이다.

잃을 것이 많은 기업이라면, 이슈나 위기관리에 항상 투자를 하려 한다. 그도 사업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이다. 굳이 예산 같은 것만 자산은 아니다. 인력, 전문성, 자문그룹, 팀워크, 리더십, 명성 등이 중요한 자산이다. 가용 자산과 확보가능 자산에 대한 적절한 가늠과 관심이 있는 기업이 이슈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아무 자산도 없는 기업은 그 만큼 힘든 것이 당연하다. 잔인한 이야기 같지만, 현실이다.

마지막, 같은 이슈관리를 반복할 것인가? 개선할 것인가?

맨 땅에 헤딩이라는 시쳇말이 있다. 맨 땅에 헤딩도 한두번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있다. 기업의 어떤 분야도 한번 두 번 그리고 서너 번 경험했다면, 그로 인해 얻은 인사이트가 생기고, 개선이나 강화 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식적인 개선의 사이클에서 열외 되는 분야가 바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 분야인 것 같다. 그 때문에 수십년 된 기업도 별것 아닌 이슈로 고생을 한다. 몇 년 전 겪었던 부정 이슈를 올해 다시 만나곤 한다. 이해관계자들은 그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평소 수 십 수백억을 들여 기업 광고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기부금을 내고, 국가정책에 참여하고, 많은 유명인사들과 언론들을 통해 제3자인증을 받아 놓았음에도. 부정 이슈를 제대로 만나면 바로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본다. 그간 쌓아 놓았던 명성 자산이 오히려 위선적인 이미지로 변질돼 버리기도 한다. 이 이유가 뭘까? 왜 개선이나 역량 쌓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평시에 그 자산 점검과 관리 강화를 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과연 이슈관리를 잘 하게 될까? 아니면 다시 똑같이 땅에 헤딩을 반복하게 될까? 상식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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