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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기업과 연예인의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를까?

[The PR 기고문]

기업과 연예인의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를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본적으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다르다. 기업의 이슈관리와 연예인의 이슈관리도 다르고, 각각의 위기관리 또한 그 성격과 방식은 많이 다르다. 단순 설명하면 이슈관리 때에는 이슈관리 주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위기관리 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하다. 잘만 관리하면 소위 말하는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곧 위기가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위기관리는 그와 반대다. 위기관리 주체에게 가용한 선택지의 다양성이 적다. 해야 하는 것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뼈와 살을 도려내는 아픔과 책임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잘해도 본전이다. 본전 건지기라도 할 수 있다면 상당히 운이 좋은 경우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회사나 자신이 망한다. 또는 망하는 계기가 조성된다. 위기관리를 잘하면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는 실제 위기관리에 적용가능한 것은 아니다. 위기가 발생되면 경쟁사에게 오히려 기회가 주어질 뿐이다.

최근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에서 셀럽의 위치에 있는 연예인들이 개인적 이슈를 맞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몇 년 전 미투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학폭(학교 폭력)이 주된 프레임이다. 가끔 연예인 또는 유명인에 관련한 이슈관리 서비스 의뢰가 들어오는데, 기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배경 상, 유명인 개인의 이슈관리 요청은 가급적 응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는 연예인으로 대표되는 개인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 또 어떤 점들이 유사할까? 왜 기업의 대응 방식을 연예인이 따라하면 안 될까? 반대로 왜 기업은 연예인의 대응 방식을 따라하면 위험할까? 그들 간의 차이와 유사점들을 정리해 본다.

맷집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명성(reputation)을 방어하기 위해 이슈 및 위기관리를 한다. 이슈나 위기로 인한 사업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비지니스 연속성을 지켜 나가기 위함은 기본이다. 반면, 연예인은 이미지(image)를 방어하기 위해 이슈 및 위기관리를 한다. 물론 연예인으로서 기존 활동을 얼마나 유지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하는 것은 기업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슈나 위기 시 기업의 명성은 ‘금이 가거나’ 또는 ‘(일부)손상 받는’데 비해, 연예인의 이미지는 ‘깨지거나’ 또는 ‘사라진다.’

기업의 명성은 성과 같아서 일부가 무너지고, 부식이나 침식이 되는 고통을 겪어도 완전하게 무너져 내려 가루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연예인의 이미지는 거울과 같아서 한번의 충격에도 산산조각이 나곤 한다. 유사한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기업과 연예인간에 맷집의 차이는 이 때문이다.

대응 속도가 다르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기업이나 연예인은 공히 신속하게 대응하려 한다. 그러나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연예인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보다 훨씬 길고 소모적이다. 당연히 기업의 물리적 대응 시점이 연예인의 대응 시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늦다.

하지만, 기업은 대부분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의사결정 하는 반면, 연예인은 ‘반응’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대응과 반응은 다르다. 대응은 다양한 상황분석과 로드맵을 숙고한 채 상당한 변수를 통제하려는 실행 방식이다. 반응은 자극에 대한 반사적 실행이다. 당연히 숙고의 과정과 변수 통제의 개념이 적다. 공히 속도는 중요하지만, 항상 빠르기만 한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다양성이 다르다

기업이나 연예인은 공히 상시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연예인의 경우에는 팬)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자사 또는 자신을 담당하는 기자그룹도 존재한다. 기업은 이슈나 위기관리를 할 때 기존의 다양한 미디어 채널들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단순 사과 보도자료로만 그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연예인은 이슈나 위기관리를 할 때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단순화한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채널을 선택한다. 연예인들이 이슈나 위기관리 방식으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 편지를 올린다 거나, 몇 줄 메모를 게시하는 방식이 바로 그 때문이다. 그 외 동일 건으로 언론을 활용해 재 커뮤니케이션 하거나, 여러 미디어 채널을 통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는 않는다. 이는 각자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지만, 상당한 다름이다.

레토릭이 다르다

기업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레토릭을 구사할 수 있다. 사과, 해명, 반박, 무시와 같이 레토릭 전략을 대별할 수 있지만, 그 각각에도 다양한 세부 레토릭이 존재한다. 이는 기업 이슈와 위기의 특성 상 상황과 변수들이 다르고, 대상들이 다양하고, 변수가 연예인 개인보다는 다양하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레토릭이 구조화 다양화된 것이다.

그러나, 연예인의 경우 공통적 레토릭은 단순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많은 것이 사과다. 일부 해명이나 반박도 존재하지만 주를 이루는 연예인의 레토릭은 사과다. 한방에 깨져 버릴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이미지를 재빨리 방어해야 하다 보니, 사과는 거의 필수가 되었다. 사과의 형식 또한 기업의 사과와는 수위와 진정성이 달리 표현된다. 최근 케이스를 보면 연예인들의 사과문은 길고 길다. 사과문이 길면 길수록 진정성을 담보한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기업과 다른 점이다.

피해 상대의 범위가 다르다

어떤 이슈나 위기의 경우이든 그로 인해 피해나 아픔을 호소하는 이해관계자들은 생겨난다. 기업의 이슈나 위기의 경우에는 그러한 이해관계자들의 범위와 다양성은 거대하다. 제품하자의 경우만 해도 직접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의 수는 상당하다. 사건이나 사고의 경우에도 이해관계자의 범위는 연예인의 그것에 비해 크다.

연예인의 이슈나 위기는 기본적으로 연예인 개인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피해나 아픔을 호소하는 이해관계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물론 관심 없던 공중이나, 너무 관심이 많은 팬들까지를 포함한다면 그 규모는 커질 수 있지만, 직접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대상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사람들의 폭발적 관심이 곧 전부 이해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 상대인 이해관계자 규모나 다양성이 적다는 의미는 그들에 대한 원점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는 의미와 통한다. 연예인들이 상대를 찾아가 사과하고, 만나 해명하고, 개인적 관리를 시도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기업은 그런 원점관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 그룹의 성격이 다르다

기업은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집단적 의사결정을 시도한다. 개인기에 의존하려 하지 않는다. 팀, 위원회, 카운슬과 같은 의사결정 그룹이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구성원들이 더 나은 대응 전략과 방식을 모색한다. 외부 조력 그룹과의 협업도 흔한 일이다.

그에 비해 연예인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의사결정을 한다. 일부 기획사 담당 직원들에게 지원을 받거나, 변호사 조력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당 연예인의 판단과 생각이 주다. 즉, 연예인이 이슈나 위기의 발화점이며, 대응 전략과 방식의 결정 주체이며, 이슈나 위기관리의 실행자다. 기업은 집단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반면, 연예인은 개인기를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다르다.

이슈의 복잡성이 다르다

당연히 기업 이슈가 개인인 연예인 이슈 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성격을 띤다. 단순 의사결정에도 매우 다양한 전제와 변수들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 기업 이슈다. 일단 이해관계자 범위와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하나 하나에도 그에 대한 영향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외부 경쟁이나 투자, 규제 등의 변수는 물론이다.

연예인의 경우 발생된 이슈의 성격은 대부분 단순하다. 법적 책임이 있는 이슈,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이슈, 사소한 해프닝 등으로 대별 가능하다. 일단 어떤 이슈가 발생하던, 연예인으로서 지속 활동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응은 기본이다. 이슈가 단순하기 때문에,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도 일견 단순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대부분 정답이 있는 이슈라는 의미다. 기업 이슈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대응 옵션이 다르다

사과 주체의 옵션만 해도 그렇다. 기업에서는 일부 상황에 따라 담당팀의 사과로도 대응 가능한 경우가 있다. 담당 임원도 가능하다. 대표나 오너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대응에 있어 단계가 존재한다. 상황의 중대성에 비추어 옵션을 달리 할 수도 있다.

연예인의 경우에는 혼자 뿐이다. 일부 기획사에서 대리 사과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일단 사과의 주체는 해당 연예인이다. 문제는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경우다. 연예인이 다시 사과를 반복하고, 그것도 모자라 기자회견을 해서 큰 불을 꺼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대응 단계와 옵션이 상당히 단순하다. 연예인이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방지, 완화 가능성이 다르다

기업은 구성원이 매우 많고 다양하다. 그들에 의해 발생되는 위기의 유형이나 빈도도 많다. 사전 방지나 완화 같은 경우에도 스스로 통제하려 애쓰지만, 완전하게 통제 가능한 부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 기업관련 부정 이슈 발생 시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사과하는데, 직원들이 참여한 블라인드에서는 회사와는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 내에서 퉁제 가능한 부분이 사라지며, 통제 불가능성은 극대화되고 있다.

반면 연예인의 경우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제하기만 하면 이슈나 위기의 발생을 방지 또는 완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소속 연예인의 음주운전이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연예기획사도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까봐, 소속 연예인들의 유흥시설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 스스로 준법하고, 스스로 주변을 사리면 상당한 이슈나 위기는 방지되고 완화될 수 있다. 깨지기 쉽지만, 이미지를 유지하기도 어찌 보면 쉽다.

관리 주체의 연속성이 다르다

기업의 위기관리팀은 계속 바뀐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임원들도 몇 년마다 바뀐다. 대표도 마찬가지다. 자사 위기관리 역량이 축적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몇 년 전 경험했던 자사 위기를 실제 깊이 알고 있는 임직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슈나 위기가 매번 새로울 수 있다. 지난 케이스로부터 얻은 인사이트가 사라져 그 다음 케이스에서는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연예인의 경우는 다르다. 자신이 경험한 이슈나 위기에 대한 스스로의 깨달음이 지속된다. 장기간 동안 다양한 이슈를 경험해 본 연예인은 백전노장의 모습을 띤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억이 있다. 문제는 그런 자만심이 더 심각한 이슈나 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서 만드는 연예인들이 그런 류다.

예산이 다르다

위기관리는 예산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기업의 이슈나 위기관리에 할당되는 예산은 연예인의 그것보다는 상대적으로 크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광범위한 어프로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은 일정 수준이 되어야 한다.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이나 시민의식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예산은 필수다.

연예인은 사실 개인이다.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자신과 관련된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쏟아 부을 수 있는 예산은 한정적이다. 가장 큰 위기관리 예산은 아마 로펌 비용일 것이다. 대형 로펌을 고용하는 스타들도 있는 반면,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들을 활용한다. 기획사가 위기관리를 지휘해도 내부 인력들을 활용하여 대응하는 것이 고작이다. 예산의 다름은 이슈 및 위기관리 품질의 차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외 기업과 연예인의 이슈 및 위기관리에 있어 유사점도 몇 가지 된다. 일단 기업이나 연예인 공히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외부로부터의 훈수가 많다는 것은 유사하다. 일종의 비선라인이 존재하여 대응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비슷한다. 구체적 상황정보가 내부에 공유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기업이나 개인 공히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숨김이나 선택적 공유가 대응 방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업 VIP 이슈관리는 스타급 연예인 이슈관리와 성향이 비슷하다. 초기 대응방식에 성패가 갈린다는 것도 비슷하다. 책임자가 물러나면 일단 해결된다는 점도 그렇다.

기업과 연예인의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을 비교하며 차이점과 유사점을 나열한 이유는 실무적 혼동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기업은 절대 연예인의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을 따라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연예인도 기업의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을 모방하다 보면 위험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연예인은 연예인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종교인은 종교인 대로 자신에게 맞는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이 있다. 그간에 기준 없는 혼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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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2017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21편] 윗분들이 좀 배우셔야 할 텐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팀장급들에게 위기관리 교육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습니다. 설명해 주신 사례가 꼭 저희 회사 위기관리 수준이거든요. 임원인 제가 볼 때도 좀 더 윗분들이 위기관리를 배우셔야 한다고 봅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런 말씀을 많은 기업에서 듣습니다. 우리 윗분들이 저런 원칙을 좀 들어야 하는데 하는 이야기들이죠. 저도 예전에는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윗분들이 좀더 관심을 가지셔야 위기관리도 잘 될텐데요” 같은 답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케이스에서 실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자분들과 마주 앉아 논의 하다 보니까 그와는 다른 생각을 점점 하게 됩니다. 제가 만나본 기업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분들 중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없으시거나, 더 나아가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윗분들이 정말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지를 모르셔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분들이야 말로 성공하신 분들이시라 어떻게 해야 위기가 관리 될지에 대해서 사내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실제 일부 실무 임원분들도 위기 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분은 드뭅니다.

결국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알고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그 ‘사정’이 무엇인가에 보다 주목을 하셔야 하겠습니다. 상당한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의사결정권자의 의중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내부 정치적인 변수들도 그 일부일 것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당연히 하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윗선에서 지시한 위기 대응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부서에게도 그 이유는 있습니다. 위기 시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같이 하는 조직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이번 위기가 큰 전환점이 되면 더 좋겠다 생각하는 조직원들도 변수가 됩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나 위기관리 매니저라면 매 위기 케이스 마다 살아 움직이는 그 ‘사정’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그 다음 번에는 보다 나은 위기관리가 가능합니다.

수 많은 다양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 각각이 자기 자신만의 위기관리 전략과 실행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외부인이나 전문가들이 찍어내는 전형적인 위기관리 전략이나 실행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가 됩니다.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할 때에는 의사결정그룹내에 ‘악마의 대변인’과 같은 분을 하나 지정해서 의사결정 과정에 지속적인 장애물을 던지는 역할을 맡기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실제적 사정을 집어 넣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모든 의사결정자들이 다시 한번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해법을 고안해 내게 되는 것이죠. 이 모든 것이 그 ‘사정’을 발견하기 위함입니다.

사내에서 많은 조직 구성원들이 위기관리를 알면서도 못하게 만드는 그 ‘사정’을 최고 의사결정자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사정’을 해결해 주고 그들이 아는 그대로 위기를 알아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일 것입니다.

외부에서는 종종 그 ‘사정’을 이해 못하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에게 “위기관리를 공부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그 조언을 받아들여서 정기적으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교육을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위기관리를 몰라서 못하는 기업은 없어 보입니다. 만약 진짜 전혀 몰랐다면, 그것은 위기관리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었거나, 조직 경영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곳일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어떻게 보면 알아도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그 원인이 바로 위기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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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7편] 부정기사, 어떤 대응 옵션을 택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매체에서 이상하게 연속으로 우리 회사와 관련한 부정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기자 한 명이 우리 회사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만나자고 해도 만나주지도 않고요. 법무쪽에서는 소송을 하라고 하는데요. 여러 옵션들 중에 무엇을 택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런 류의 위기 때문에 고민하시는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여기에서 ‘위기’란 정확하게 어떤 것일까요? 이런 류의 케이스에서 대부분 기업들은 위기의 핵심을 ‘부정기사’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게 보면 위기의 핵심은 해당 기자가 가진 ‘악감정’입니다. 그 핵심을 놓치게 되면 관리도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가장 신속하게 파악되어야 하고, 가장 집중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대상은 그 기자의 악감정입니다. 그 악감정의 뿌리를 면밀하게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악감정에 대한 해소는 그 대상 기업 고위 임원들의 리스닝에서 시작됩니다. 직접 해당 기자를 만나 그 속에 있는 악감정을 들어보고, 가능하다면 그 악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그 악감정의 뿌리가 어디고,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해결책 마련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를 위한 노력은 가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 기자를 둘러싸고 있는 편집국 지인들을 통해서라도 시도는 해야 합니다. 이런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대표이사를 포함해 고위 임원들이 직접적으로 그 악감정 해소 작업에 나서지 않으려 하거나 주저합니다. 악감정을 최초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이지만, 악감정이 생겨버렸다면 빨리 푸는 노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단계로 아무리 악감정을 풀려 해도 풀리지 않고, 그에 기반한 부정기사는 계속되고, 그로 인해 회사가 망가져 간다면 그 때는 기업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언론중재위 제소와 소송이라는 옵션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옵션입니다.

법무부서와 로펌 등을 통해 해당 기사들을 법적으로 분석하고, 언론중재위 제소와 소송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악감정을 가지고 연속 기사를 쓰는 기자는 스스로도 법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스스로도 해당 기업이 소송을 걸어 올 것이라 예상 하고 그에 따라 기사를 조심하면서 주의 깊게 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측에서 기사 속 법적 문제를 찾으려 해도 잘 찾아지지 않는 경우들이 이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일부 기업에서는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해당 기자가 시간적 재무적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적절한 견제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모든 의사결정은 정무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 회사에게 악감정을 품고 부정 기사를 연속으로 쓰는 기자와 완전하게 척을 질 것인가? 적절하게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화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추가 부담이 너무 크므로 부정기사를 그냥 무시하면서 견디는 선택을 할 것인가? 최고의사결정자는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 의사결정을 위해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부정기사들이 지속적으로 양산될 때 결국 우리 회사가 입는 피해 수준은 어느 정도일 것인가? 해당 기자의 악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베팅 할 수 있는 것들과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언론중재위 및 소송을 진행할 때 승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그 기간 동안 추가적인 기자의 부정기사들 양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 해야 할 것인가? 판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호간 악감정을 가지고 충돌하는 상황은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판결로 인해 우리가 최종적으로 취할 수 있는 실제 이익은 무엇인가?

이런 다양한 고민들이 선행되곤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고민에 대한 답은 ‘기자의 개인적인 악감정을 풀어 위기의 핵심을 빨리 제거하는 것’이 비용 및 효과 대비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언론중재위나 소송을 통해 해당 기자에 대한 한풀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위기의 핵심이 관리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판결 결과 기업이 압도적 승리를 했더라도, 이미 수많은 부정기사로 입은 피해는 원상복구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다른 옵션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분하고 원통하고 돈이 아깝고 힘들고 해도 해당 위기의 핵심을 관리하는 것은 해야만 하는 대응입니다. 감정을 버리고 회사를 위해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위기관리는 기자의 악감정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겠습니다. 그것이 평시 위기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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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글로벌 기업들이 왜 위기관리에 실패하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유나이티드 항공이 또 다시 위기를 경험했다. 이번에는 오버부킹을 이유로 이미 기내에 탑승해 있던 승객을 폭력적을 써 끌어 냈다는 논란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인지라 현장의 폭행 장면이 생생하게 전세계로 방영 되었다. 반면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받지 못한 CEO는 너무 급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이내 상황이 전혀 달랐음을 깨달았고, 감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자 여러 번 재차 사과를 구하면서 동분서주 했다.

당연히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CEO는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피해를 입은 베트남계 의사는 폭행과 인종차별 등의 여러 이유를 들어 거액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를 대리하는 최고의 변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며 유나이티드 항공과의 중장기전에 돌입했다. PR업계를 비롯한 수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은 유나이티드의 위기관리가 실패했다고 평한다.

저명한 PR업계지인 PR Week은 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한달 전 유나이티드 항공의 CEO 오스카 무노즈(Oscar Munoz)를 올해의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of the Year)로 선정하기도 했었다. 이런 좋은 평가를 받던 CEO와 회사는 어떻게 이토록 어처구니 없이 위기관리에 실패했을까?

약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이런 신화들이 존재했었다. “글로벌 기업은 한국 토종 기업들 보다 훨씬 위기관리에 대한 마인드가 좋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비롯해 체계가 잘 잡혀 있다” “위기대응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을 꾸준히 받는다” 이런 환상적 이야기 (fairytale)가 여러 글로벌 기업 PR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처럼 통용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에 그 이야기는 정말 환상이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이 제공한 제품으로 인해 수 많은 한국 고객들의 생명이 위협 받는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회사는 십 년간을 침묵하며 위기를 재앙으로 키웠다. 세계적인 리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도 한국 시장에서는 법을 내세우며 맞서던 글로벌 기업도 있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키워오면서 한국을 이해한다 했지만,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죄로 최악의 고통을 받았다. 왜 이들과 같이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글로벌 기업들이 위기 시 어이없는 실패를 자초하는 것일까?

한국이라는 국가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국내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라면 보다 관심 가져야 하는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을 종합 정리해 본다. 왜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서 위기관리에 실패할까?

첫째, 위기 시 로펌에 대한 의지 수준이 너무 높다.

국내 토종 기업들도 그렇지만, 외국기업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위기 시에는 로펌의 이야기를 듣는다. 대형 위기는 항상 법정에서 끝나기 마련이라 이를 대비해서가 아니다. 로펌이 자신들의 위기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항상 믿고 있다. 심지어 위기 시 언론대응에 대한 가이드도 로펌에게 받는다. 리콜이나 QC(Quality Control)같은 이슈에서도 변호사에게 길을 묻는다. 한국 지사의 의사결정 권한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의지 수준이 과도한 기업들이 많다. 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기본에만 머무르는 게 최선은 아니다. 그 기본을 바탕으로 여론과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까지를 케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대부분 크게 실패한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를 들여다 보자. 공통점이 보일 것이다.

둘째, 한국에서 돈을 벌지만, 한국인을 이해하지 않는다.

한국 지사장이 외국인이고 주요 임원들이 외국인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인 지사장을 임명하고 있고, 사내 임원들의 수만 보아도 한국인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졌다. IMF시절에는 이해되던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몰이해가 20년인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면 문제다. “왜 한국 언론은 저렇지?” “왜 한국 소비자들은 그리도 감정적이고 공격적인가요?” “왜 규제기관들은 법에 근거해서 이야기하지 않죠?” 이런 질문들이 글로벌 기업 위기관리 위원회 미팅에서는 아직도 흔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 질문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주요 이해관계자를 이해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어도 성공하기 힘든 도박이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는 해결 될 문제가 없는 게 당연하다.

셋째, 글로벌 본사의 훈수가 너무 많다

글로벌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을 만나보면 항상 ‘컨퍼런스콜’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한다. 시차를 거스르며 집과 회사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컨퍼런스콜 압력은 그 자체가 ‘위기’다. 한국적 시각으로 보면 별 것 아닌 이슈에 대해서도 글로벌 본사에서 일하는 위기관리팀은 큰일이 난 것처럼 관여 할 때가 많다. 각종 질문을 쏟아내고, 자료를 요청하고, 조언을 한다. 물론 큰 원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감사하지만, 현지에서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경영진과 실무자에게는 적용 불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많다는 게 문제다. 사실 본사에 있는 그들도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닌 경우들이 많다. 그들이 현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리는 가이드라인이 적절한지 아무도 검증하지 못한다. “대체 초.쑨.아일.보(Chosun Ilbo)라는 매체가 어떤 곳이야?”라는 질문을 영어로 받아 답변하면서 시작하는 위기관리 미팅이 생산적이기는 힘들다.

넷째, 한국 지사 리더의 의사결정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한국 지사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다.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받아 충실히 그에 따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내 경영을 맡고 있는 리더들이 위기 일수록 중요한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게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사장 자신의 상황 파악과 대응 전략 의견이 본사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주저함과 고민이 있다. 순수하게 로펌에 의지하거나, PR대행사에 의지해서 의견을 정리하는 습관도 그래서 반복된다. 수많은 컨퍼런스 콜과 수백 장의 서면 보고가 진행되기 이전에도 한국 지사장과 본사와의 담판 통화는 중요하다. 상황에 대한 공감대와 대응 전략 및 방향성에 대한 컨펌은 그 대화에서 신속하게 정해져야 도움이 된다. 실무자들끼리 밤을 새우는 컨퍼런스 콜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권한 위임 없이는 위기관리 없다.

다섯째, 위기 시 언어 장벽은 넘기 힘든 해자(垓子)다.

글로벌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번역업체들만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위기관리 실무자들도 실제로 위기대응 시간의 상당부분을 ‘번역 감수’에 할애한다. 기자가 요청한 공식 스테이트먼트를 개발해 번역하고 본사 컨펌 받아 재 수정하고 재 컨펌 요청하고 하면서 하루 이틀이 지나간다. 본사의 컨펌을 득한 공식 스테이트먼트를 한국어로 다시 번역하면 문장 논리나 구성이 엉성하다. 이미 기자들이 정한 데드라인은 수일을 넘겼다. 사용 불가한 메시지들만 남았다. 상황이 다시 진전되거나 변수가 나타나 완전하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처음부터 개발과 번역은 다시 시작된다. 또 시간은 흐른다. 번역이 곧 위기관리다.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해야 좋은 위기관리 매니저란 의미다. 토종 기업들은 결코 이해하기 힘든 해프닝이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을 ‘해자’라 부른다. 위기 시 언어장벽은 성공적 위기관리를 막는 큰 ‘해자’다.

여섯째, 글로벌 원칙이라는 것을 위기관리 실행에 적용한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 회사라서 그렇게 못 합니다.”라는 말은 글로벌 기업 실무자들에게는 어찌 보면 핵심메시지다. 이해가 갈 때도 있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위기관리 실행에 대해 그리 이야기하면 옵션이 줄어든다. 몇 십 년 비슷한 ‘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몇 명은 그 ‘원칙’이 실제 글로벌 본사의 원칙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냥 실무 임원과 실무자들이 그리 ‘믿고 있는 것’들인 경우도 있다.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윤리’를 따지는 기업 실무자도 있다. 순수 ‘저널리즘’을 논하거나, ‘컴플라이언스’를 언급한다. A라는 실행을 당장 하지 않으면 해당 위기가 재앙이 돼버린다 해 보자. 글로벌 회사의 원칙이라며 A실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단순 위기가 재앙으로 악화되었을 때 글로벌 본사는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비록 그런 재앙을 만들었지만, 원칙을 지켰으니 훌륭하다” 할 것인가? 유나이티드 항공사도 최초 자사 직원들에게 그랬으니, 한국 지사도 그렇게 평가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일곱째, 평소 스트릿 파이터가 되길 거부한다

“저희는 외국기업이라 언론관계에 대해서 당당합니다” “오보가 나면 바로 언론중재위로 가거나 소송을 하게 되어 있어요” “기자와 식사를 하거나 술을 같이 하는 것은 저희 컴플라이언스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본사에서도 한국 기자들의 기사는 크게 개념하지 않는 편입니다” “부정적인 기사가 나면 저희는 그냥 맞습니다. 개선의 기회로 삼죠” 한국 토종 기업 실무자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이야기다. 영어만 잘하면 외국기업 가서 실무자를 하고 싶다는 일부 토종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하소연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위로부터 평소에도 별반 적극적인 언론대응 압력이 없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물론 한국 지사장의 캐릭터에 따라 그 대응 압력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 실무자들은 평소 이해관계자 관리에 스트리트 파이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는 게 더욱 정확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관계(relationship)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PR대행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덟 번째, 막연하게 잘되어 있다 믿는다

“글로벌 회사는 원래 위기관리에 철저하죠” 그건 본사의 이야기인 경우가 참 많다. 본사와 한국 지사는 다르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우선 사람이 다르다. 본사에서 훈련 받고 있다면, 지사에서도 동일하거나 더욱 더 로컬 지향적인 훈련이 있어야 맞다. 그들에게 잘 구조화된 수십 년짜리 매뉴얼이 있다면, 한국 지사에도 진출 이후 갈고 닦인 매뉴얼이 있어야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몇 년마다 바뀌는 임원과 실무자들은 5~6년전 자사에게 발생했던 위기 케이스를 잘 모른다. 해당 위기를 관리했던 에이전시 임원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그 때 상황을 설명 해 주는 경우가 있다. 매뉴얼은 수년마다 새로 만들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온데간데 없다. 일부는 본사에서 만든 매뉴얼을 번역해 보유하고 있다. 잘되어 있다는 자신감 자체를 정확하게 다시 돌아보자.

아홉 번째, 마케팅 근육만 강하다

한국에서 글로벌기업들은 본사와 동일한 법인 구조와 경영 목적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시장’으로 본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 시장을 위해 가장 강력한 근육에 먼저 집중한다. 마케팅과 영업이다. 반면에 위기가 발생하면 실행을 해야 하는 근육들은 기본적인 형태만으로 유지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수십 조 매출을 올리고, 한국 시장에서도 수천억 원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 한국 지사가 이런 말을 한다. “저희 홍보팀 예산이 없어요…싸게 해 주세요.” “아시잖아요. 저희 신문에는 광고 안 하는 거요. 광고대행사에서 효과 없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정무감각이나 여론 감각, 이해관계자/언론에 대한 관계 자산 같은 위기관리 기본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크게 잃지 안으려면 먼저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진짜 경영인데 아쉽다.

열 번째, 평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정부, 국회, 시민단체, 언론, 소비자, 각종 단체 및 기간들, 커뮤니티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아주 일부 한번은 가능할 수 있어도 그것을 지속시킬 수는 없다. 급할 때 잠깐 도움을 받고는 이내 사라져 버리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사회 내 이해관계자들이 불편함을 토로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원래 그렇느냐 묻는 이해관계자들도 많다. 다음 위기가 발생하면 그런 나쁜 기억들은 부메랑이 된다. 관계는 투자다. 국내 토종 기업들 중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런 관계 투자를 일관성 있게 해 자산화 한다. 관계에 대한 투자를 범법이라거나,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만 해서는 실제로 자사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길은 영원이 없다. 보다 현명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더욱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못하게 되어 있다’는 말보다, ‘어떻게든 해 나가야죠’ 라는 위기관리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위기관리에 실패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자. 만약 유나이티드 항공과 유사한 사건이 우리 회사 일선에서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들 보다 더 잘 응대할 수 있을까? 그들보다 더 정확한 정보 공유와 입장 정리가 가능할까? CEO가 일선에 나서서 단박에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여러 법적 대응이나 언론 및 여론에 대한 케어에 있어서도 최소한 그들 보다 나을 수 있을까? 신속하게 로컬 차원에서 의사결정 해서 상황을 초기 관리할 수 있을까? 돌아보고 확인해 보는 글로벌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훌륭한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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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기업이 ‘사람’이고 위기가 ‘질병’이라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시끄러운 청와대 발 이슈들이 점차 대기업들에게까지 그 부정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물론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기업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여론적으로 비판 받아야 할 것이 있으면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 옳은 자세다. 현재와 같은 정치권 관련 논란들을 기업이 위기로 정의하는가 여부는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어지러운 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위기관리관(危機管理觀)’에 대해서 비유를 통해 재미있게 정리 해 볼까 한다. 만약 기업을 ‘사람’으로 비유하고, 위기를 ‘질병’으로 비유해 본다면 여러 기업들의 유형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건강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유형

병(위기)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항상 자신에게 어떤 병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건강에 대한 우려도 있다. 병에 걸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각종 건강상식들에 주목은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과 같은 기초적인 건강 노력은 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건강검진을 받지도 않는다. 그냥 마음속으로 건강해야 한다 병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만을 반복한다. 대신 건강을 위한 투자나 노력은 생략하는 유형이다.

이런 기업들이 꽤 있다. 경영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위기가 도처에 깔려있어요”라고 말한다. 다른 직원들의 이야기 속에도 “그런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거거든요. 참 걱정입니다”라는 우려가 담겨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다가올 위기에 대해 아무 실질적인 대비를 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두려운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설마 우리에게 실제 그런 병이 생기겠어 하는 희망에 의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병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치료 하지 않는 유형

이런 사람(기업)은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내게도 이런 병이 찾아 왔군요”하며 이내 잠잠하다.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병이 발견되면 치료를 위해 신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당연할 텐데 그러지 않는다. 참을 만 해서일 수도 있고. 병원에 가는 것이 귀찮거나 두려운 경우도 있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 병이 나아서 내 곁을 떠나겠지 하는 믿음도 엿보인다. 일부는 체념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은 특정 위기를 마주하면서 이는 관리할 수 없는 위기라 생각한다. 일부는 이건 관행이고 너무 오랫동안 이어진 것이라 개선의 여지가 없다. 어쩔 수 없다. 위기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입을 닫고, 언론을 피해 숨는다. 시간이 약이라고 믿는 유형이다.

살기 위해서 일부러 병을 키우는 유형.

정말 아이러니 한 유형이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폭음을 한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과도한 흡연을 한다. 불규칙한 식사와 폭식을 넘나들면서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삶을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주변 의사들이나 건강전문가들이 “당장 담배와 술을 끊어야 살 수 있다” 조언 해도 그 습관을 쉽게 개선하거나 통제하지 못한다.

기업들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하게 각종 기업범죄 및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스스로 자위한다.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해서 돈을 버는 거지, 법을 다 지키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나?’하는 경우다. ‘법이 잘 못되어 있어서 법 자체를 준수하다 보면 우리가 살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실제로 병이 커져 생명을 위협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치명적 수준에 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아는 듯 하다. 따라서 이런 병을 키우는 행위들은 지속되고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면역력이 형편 없는 유형

매 환절기 때마다 감기나 몸살을 앓는 사람 같은 경우다. 면역력이 너무 시원찮아서 찬바람만 불면 누어 있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더운 여름에는 여름대로 더위를 먹어 운신을 못한다. 평소 면역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던가 해야 하는데, 매번 같은 질환을 반복해서 앓는다.

정기적으로 언론에 부정적으로 회자되는 기업들이 이런 유형이다. 사회적 논란이 시작되면 항상 그 주체들 중에 하나로 포함되는 기업들이 있다. 각종 규제나 법적인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사법기관에서 출두명령을 내리면 매번 총수가 얼굴을 보인다. 너무 장기간 동안 이런 문제가 반복되니까, 이제는 이력이 붙는다. 경험치가 높아져서 대응 기술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기술은 면역력과는 거리가 멀다.

대증치료만 하면서 건강하다고 상상하는 유형

진짜 위중한 병은 저 몸 속에 있는데, 열을 내리려고만 노력하는 유형이다. 스스로도 몸 속에 숨어 있는 그 병을 정확히 치료해야 열이 내려가고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 때도 있다. 그러나 일단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대증적인 치료에만 힘을 쓴다.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한다.

기업의 경우 위기가 발생하면 부정적인 기사를 빼려고 여러 노력을 한다. 온라인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는 것을 보고, 이를 관리하려고 여러 기술을 활용한다. 일단 부정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시각만 희석시키면 다행스럽게 해당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몸 속 병의 위중함은 나날이 심각해져 간다. 대증치료만 반복되어서는 더 나아짐이 없다는 것을 결국에는 깨닫게 되는 상황이 온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는 유형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다. 몸에 병이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누구에게 찾아가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매우 답답해 한다. 평소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면 어느 정도 생각이 있을 텐데, 아무런 치료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유형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기업들 중 이런 경우가 꽤 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고, 아래 실무자들에게 “우리도 위기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하겠다”는 지시를 하신 경우다. 갑작스러운 지시에 실무자들은 그 때부터 위기 대응 체계를 공부하려 한다. 위기관리 교과서 맨 앞장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내용을 찾아 낸다. 일단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보자 생각 하고, 여기저기 의뢰 한다. 위기라는 열차는 그 회사를 향해 매초 다가오는 데 위기관리 매뉴얼 작업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급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수준도 아닌 경우다. 몰라서 그렇다.

병이 심각해지면, 여러 주술에 의지하는 유형

병이 생겼다. 결국 자신이 병자가 된 거다. 조용하게 주술사를 찾아간다. 자신이 걸린 병을 굿이나 기도와 정성으로 치료 받고자 한다. 병원을 찾아가지 않고, 아주 오래된 습관 그대로 주술에 일단 의지하고 본다. 가까운 병원에는 가지 않는다. 병은 더욱 더 깊어지고, 주술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기 저기 찾아 다니면서 자신의 병을 고칠 주술사들을 만나는 유형이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비선’ 라인들에 의지하는 유형이 바로 이런 유형이다. 기존에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져 있는 ‘위기관리팀’은 유명무실한 조직이 되어 버린다. 임직원들이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회사 주변에서 위기를 관리한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평가하지 못한다. 실행과 실행이 자주 충돌하고, 위기를 관리 하기는커녕 상황의 불투명성만 커지게 된다.

다른 사람이 걸린 병을 그냥 재미있게 구경하는 유형

자신도 그런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하다. 일부는 자신도 이미 유사한 질병에 걸려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지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병과 싸우는 지 구경만 한다. 평소에 어떻게 건강관리를 한 거냐, 그렇게 병이 온몸에 퍼지도록 왜 치료 하지 않았느냐 등등 평가하면서 한심해 한다. 자신은 과연 어떤 상황인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기업들도 그렇다. 다른 회사들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했었는지 케이스들을 알려고 한다. 그 케이스들을 분석하고 그에 대해 반면교사를 찾겠다고 한다. 관련한 강의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일부 재미있는 위기관리 케이스는 나중에 술자리 안주감으로 기억까지 한다. 그러나, 강의가 끝나면 그 다음 진행해야 할 자사에 대한 적용이나 개선 노력은 하지 않는다. 수 많은 위기들을 구경만 할 뿐,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그에 맞추어 발전시키지는 못하는 유형이다.

어떤 사람(기업)이 진정으로 건강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평소 건강을 위해 여러 이로운 노력들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건강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찾아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면역력을 키우고, 나에게 어떤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진다. 병이 발생한다면 어떤 진단과 치료 프로세스를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 마련해 놓는다.

그러다가 결국 병이 생기면 바로 미리 갖추어 마련된 치료 프로세스를 성실하게 따른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병에 걸리는 지, 왜 걸리는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지속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건강 유지 활동에 실제 적용 한다. 이런 사람(기업)은 건강할 수 밖에 없다. 웬만한 병이 생겨도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빨리 치유가 가능해 진다. 기업도 사람과 같다. 위기라는 병을 관리하는 방식도 큰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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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지진 이후 긴급 재난 문자가 무슨 의미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몇 주간 경북 일대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진의 강도 또한 흔치 않은 수준이지만, 끊임 없이 이어지는 여진의 반복이 유래 없는 공포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더구나 지진이 발생한 지역 주변에 주로 위치해 있는 원전시설과 방폐장 시설, 화학공업 단지, 주요 생산 시설들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와중에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반복하고 있다. 지진발생 이후 몇 분 지나 발송된 때늦은 재난 문자가 타겟이 된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해당 시간이 재난 문자를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었음을 강변한다. 재난 문자 대상과 방식 그리고 신속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몇 번의 강진에 따라 계속되는 때늦은 재난 문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철없이 홈페이지까지 반복 다운되어 버리니 국민안전처는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어져 버린 듯하다.

결국은 지진관련 긴급재난문자를 기상청이 발송 담당하는 것으로 체계를 변환시키면서 해당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그랬어야 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필자도 왜 처음부터 옥상옥(屋上屋)에 사일로(silo)를 만들고 거기에 신속함이라는 압박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최고 우선 가치는 신속이고 정확이다. 일단 신속이 전제되어야 정확이 의미를 가진다. 신속함 없는 정확성이란 평시에는 가치가 있을 수 있어도 위기 시에는 그 가치가 반감된다.

기업에서도 최초 위기 상황을 감지한 직원이 내부 위기관리팀에게 해당 상황을 ‘신속’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툴을 통해 동시에 여러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에게 위기 상황을 판별해 전파하는 체계를 가진다. 그러나 몇몇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활동이 ‘정치적 활동’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평시보다 훨씬 더 복잡한 보고 공유 체계를 고수하기도 한다. 즉, 최초 감지자-상위자-팀장-임원-위기관리팀장 및 위기관리팀 구성원의 단선형 보고 체계를 의미한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신속함’은 실현 불가능하게 된다. 보고의 정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고, 대표이사에게 까지 올라가는 프로세스를 거치므로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같은 단선형 보다는 1보는 감지 판별 후 즉시 동보 전파, 1보부터는 위기관리팀장의 리드하게 상황 파악 및 대응 준비(대표이사 보고 포함)의 단계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상청에게 긴급재난문자 발송 역할을 준 것은 이상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감지 판별 후 1보’ 역할을 기상청에게 부여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국민안전처는 원래부터 기업에서 위기관리팀장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시 ‘긴급재난문자’ 자체로 돌아가보면, 긴급재난문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사전 고지형

첫 번째 유형으로는 ‘예기되는 재난 상황을 미리 고지해 사전 주의와 대비책을 마련하게 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다가오는 태풍에 대한 사전 고지와 그에 대한 안전 주의 사항들을 고지하는 형식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는 긴급재난문자라는 표현보다는 ‘안전 주의 고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신속의 중요성은 다른 유형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장 적다.

사후 고지형

두 번째 유형은 ‘재난 발생 상황을 직후 그대로 전파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유형’이 되겠다. ‘언제 어디에서 강도 몇의 지진이 발생했다. 주변 주민들은 안전에 유의하라’는 긴급재난문자가 바로 그런 유형이다. 이 경우 긴급재난문자를 받게 되는 주민들의 많은 수가 해당 사실을 이미 몸으로 인지하고 경험한 후가 된다. 일부 인지나 경험이 없었던 주민들도 해당 재난 사실을 공유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 유형은 긴급재난문자를 받는 주민들에게 어떤 구체적 활동을 지시하는 역할은 없어 보인다. 이 또한 ‘주의 고지’가 주 목적이 되겠다.

행동 지시형

세 번째 유형으로는 ‘임박한 재난의 피해를 방지 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지시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유형이 진짜 ‘긴급재난문자’라고 볼 수 있다. 지진같이 전조가 특별하게 감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부 불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역별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정 계곡과 하천 등지에 있는 캠핑족에게는 이러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매우 유효하다. “이 문자를 받는 자들은 신속히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구체적 활동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특히 신속함이 생명이다. 폭우로 하천이 범람 해 계곡과 하천인근의 캠핑족을 다 휩쓸고 지나간 뒤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보았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시 민방위본부에서 대피 고지하는 형식도 이런 유형일 수 있다.

이번 국민안전처가 곤욕을 치렀던 긴급재난문자의 유형은 두 번째 ‘사후 고지’ 유형이었다. 그 신속성에 있어서 적적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전 고지’ 유형의 경우 별반 신속성에 있어 비판 받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가끔 “혹서가 지속되는데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자꾸 와서 귀찮아 죽겠네”하는 불평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긴급재난문자의 목적을 생각할 때 큰 의미 있는 불평은 아니다. 안전은 기본적으로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매우 귀찮은 주제일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긴급재난문자 실행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세 번째 ‘행동 지시’ 유형이다. 신속성을 필히 담보해야 하고, 지역 또는 대상을 확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해당 긴급재난문자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지역별 재난 발생 가능 유형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실질적인 적시 적정대상 발송은 불가능해진다. 점증적 재난 상황을 사전에 지역별로 쪼개어 예측할 수 있는 분석 기술도 전제된다. 기존에 해당 지역별로 발생했던 재난 유형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도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나머지 두 유형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와 투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실질적인 긴급재난문자가 실제로 가동 가능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번 ‘사후 고지’ 유형의 긴급재난문자 발송에서도 여러 미숙한 문제와 논란을 일으켰는데, ‘행동 지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실제 유효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긴급재난문자 체계를 다시 한번 처음부터 꼼꼼하게 점검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행동 지시형’ 긴급재난문자 유형의 현실화를 목표로 지역별 상향식 재난 유형 분석과 데이터베이스화가 더욱 정교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런 기준과 대상지역들을 정하고 그 틀을 만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국민안전처라 생각한다.

이제 국민안전처에게는 긴급재난문자 발송 책임이 없어졌다. 활동이 없어졌으니 앞으로는 책임도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지진 시 때늦은 긴급재난문자에 대한 비판은 그 활동주체인 기상청이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판에서 한층 자유로워 진 국민안전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말대로 국가적인 위기관리팀의 팀장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 매뉴얼들이라도 좀 통합하고 상호간 협업 가능한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는 말도 일견 맞다. 하지만, 모든 매뉴얼은 최소한 현 상황에서는 완성 수준에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해서는 실제로 재난 및 위기관리 시뮬에이션을 돌려보면 문제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각 재난 및 위기관리주체별로 자기 영역 싸움과 사일로 경쟁이 발생하는 현장을 그대로 보고 현장에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를 담당해야 할 주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은 기본이다. 정부 문화나 성격상 ‘약속 대련’ 형식의 훈련 및 시뮬레이션을 포기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일정 횟수의 경우 ‘자유 대련’ 형식의 시나리오 없는 시뮬레이션도 일부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매뉴얼을 들고 각종 대피시설이나 대응 장비 및 물자들이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보도를 위해 언론사 기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확인 점검을 왜 국민안전처는 못하는지 모르겠다. 없으면 빨리 채우고, 바뀌었으면 바꾸어 고지하자. 재난이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만 이루어지면 충분하다.

국민안전처는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 재난 시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통신이 불가능해진다면, 전기가 사라진다면, 물이 없어진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상적 생존 물자 보급이 불가능 해진다면 국민안전처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리 고민에 고민을 더해 보자. 재난이 발생한 뒤 이런 이런 최악의 상황이라 제대로 대응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그만하자.

마지막으로 국민안전처 자체를 위한 홍보는 이제 그만하자. 국민안전처가 개발 한 더 나은 매뉴얼과 재난 대응 체계들을 보다 적극 홍보하자. 누구나 안전 매뉴얼이나 행동요령들을 어디서나 손쉽게 다운로드 받고 접할 수 있게 하자. 완전에 가까워진 재난 대응 물자들과 설비들을 홍보하자. 미국이나 일본이 하고 있는 수준을 따라라도 하면서 그들이 홍보하는 형식도 따라 해 보자. 실질적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적시에 하자. 그게 곧 홍보라고 생각하자. 위기관리를 잘하는 것이 국민안전처를 위한 진정한 홍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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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5편] 급하면 누구라도 먼저 뛰어 들어야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회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누구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빨리 위기관리에 뛰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재고 저것 재고 하다가는 시기를 놓치게 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말라는 의미는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시 위기관리 업무를 가장 우선으로 놓고 전사적으로 임직원들이 집중해 신속히 실행하라는 의미로는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내용이 각자 통제되지 않은 사적인 개입을 기반으로 한 위기관리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절대 위험하니 삼가 하시라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통제’ 개념이 그 기반입니다. 무엇이든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통제되고 관제되지 않는다면 위험한 대응 방식입니다.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들도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합니다. 시간적인 통제와 의사결정 전략에 있어 통제가 중요합니다. 자사가 통제할 수 없는 의사결정이라면 그 의사결정 자체가 아무리 멋지다 해도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뿐입니다. 적절한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위기대응에서의 개입 또한 마찬가지 통제가 중요합니다. 사내에서 지정된 위기관리위원회 차원 이외에 통제가 불가능한 부서, 개인의 사적 개입은 경계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위기 시 쏟아지는 언론사 문의에 여러 부서 직원들이 각자 친한 기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해서 자사 해명을 실시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십시오.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온라인은 어떻습니까? 위기 시 자사에게 쏟아지는 온라인상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하나 하나에 대해 수백 명의 직원들이 맞서 여기 저기 각개 전투를 벌이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자신들이 아무리 강력한 온라인 영향력자라고 해도 이런 개인적 개입은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훨씬 더 많습니다.

위기 시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각자 지인 관계인 각종 규제기관장과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관과 홍보담당자들을 건너 뛰어 사적으로 여기 저기에서 개입을 하는 형국은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일단 위기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과 대응 실행들은 ‘일원화’ 되어야 합니다. 공식적으로 지시되지 않았고, 공유되지 않을 실행은 위험하니 삼가 해야 합니다. 아무리 애사심에 기반한 사적 활동이라도 그것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최종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다시 회사가 됩니다. 위기 일수록 임직원의 사적 개입, 비밀스러운 작업(?) 등은 조직적으로 경계해야 하는 주제입니다.

실제로 위기관리 실패 케이스들을 보면 위와 같이 위로는 기업 오너 및 대표이사에서 아래로는 일선직원까지 통제되지 않는 어지러운 사적 개입들이 공히 목격됩니다. 이 때문에 부정 보도를 준비하는 언론사 편집국장과 데스크는 갑자기 수 십 명의 지인들에게 해당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는 어지러운 전화를 받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인정과 인맥에 의지하는 청탁들입니다.

분명히 로펌과 법무팀이 해명자료를 가져오기로 되어 있는데, 규제기관 담당자들에게는 별별 라인으로 전화가 들어옵니다. 그 연락 내용에는 대부분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명 정보들이 들어있지도 않습니다. 규제기관 담당자들은 당황스럽고 짜증만 납니다.

온라인에서는 더욱 더 소란이 커집니다. “이건 회사의 공식입장이 아니고,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며 별별 글들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상 공중들을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비판하고, 폄하 합니다. 서로 감정이 상해 말싸움과 막말이 시작됩니다. 상황이 관리되기는커녕 더 긁어 부스럼을 만들게 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은 중앙에서 통제되는 체계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합니다. 일선에서 아무리 실행 역량들이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중앙에서 적절하게 내려지는 전략에 기반한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메시지들도 일원화 되어야 합니다. 창구도 그렇습니다. 그래야 외부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보았을 때 일사 분란하게 체계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판단하게 됩니다.

그 만큼 또 다른 제2, 제3의 위기 발생 가능성은 줄어들게 됩니다. 기업 스스로 자신이 하고 있는 위기관리를 통제하고 있는 만큼, 대응 전략이나 대응 방식의 전환도 자유자재로 가능해집니다. 어떤 실행이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확연하게 평가됩니다. 여러 면에서 통제되지 않는 사적 개입보다는 통제 하에 있는 체계적 대응이 훨씬 안전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하듯 ‘호떡집에 불 난 것’ 같아 보이는 위기관리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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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4편]창구일원화? 그건 너무 쉬운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창구일원화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강조를 하더군요. 근데 저희는 창구일원화가 잘 되어 있어요. 그게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요. 다른 기업에서는 창구일원화가 그렇게 어려운가 보죠?”

 

[컨설턴트의 답변]

원래 이런 주문이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 했을 때에는 모든 조직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주문이 실제로 현장에서 구현되는가? 구현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불가능합니다. 저도 수 십 년 동안 수 많은 조직들을 지켜 보았지만 하나의 조직이 한 목소리를 내는 현상을 본적이 없습니다. 대표이사와 임원들간에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현실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한 조직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는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차선책으로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것이죠. 기업의 경우 그 창구는 홍보실이 될 것입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고,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되어 버리면 해당 조직에서는 창구를 일원화 해서 대응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평소에도 그러면 좋고요.

홍보실 이외에는 어떤 부서나 임직원이라도 언론의 취재에 응하면 안됩니다.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거나, 회사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이야기 해야 합니다. “저희 규정상 언론으로부터의 문의는 홍보실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홍보실을 통해서 그 질문에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또는 “저는 그 질문에 답변드릴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홍보실을 통해서 답변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류의 답변 방식이 바로 창구일원화 방식입니다.

이런 답변을 아주 쉽게 생각하는 조직도 있습니다. 편하고 쉬울 정도로 규정이 오랫동안 실행되어 왔다면 참 훌륭한 조직입니다. 그러나, 이런 답변 방식을 쉽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조직은 실제로 창구일원화 실행 경험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들입니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창구일원화 훈련을 해 보면 임원들과 직원들 대부분이 쉽지 않다, 어렵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선 창구일원화를 목적으로 정해진 답변을 반복한다는 것이 자연스럽지가 않습니다. 스스로 못 견딜 만큼 부자연스럽습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말을 기자에게 뻔뻔하게(?) 반복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답변이 너무 성의 없어 보입니다. 기자가 화를 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의 바르게 정해진 답변을 반복 반복 반복하는 임직원들이 조직에서는 필요합니다.

대표이사나 기업의 오너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창구일원화에 예외는 없습니다. 종종 대표이사는 그 규정에서 예외가 될 수 있다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 임직원들은 창구일원화를 위해 부단히 고생을 하고 있는데, 대표이사께서는 편안하게 기자들의 전화를 받으시고, 일부 적절하지 않은 답변을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힘들게 만들어 온 창구일원화 원칙은 깨져 버립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관리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따라서 창구일원화에 예외는 없다는 생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하고, 그냥 창구일원화란 쉬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임원들이 있는 조직도 위험합니다. 실제로 기자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이 창구일원화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임원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면, 열에 일곱 여덟 가량의 임원들은 어떻게든 기자에게 답을 줍니다. 아주 미세한 정보의 조각이라도 전달을 하고 맙니다. 이건 자신의 의견이라는 말꼬리라도 붙입니다.

기자와의 심리적 싸움에서 지고, 부적절한 답변들을 하게 됩니다. 오프더레코드를 외치거나, 기자에게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까지 애원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어떤 답을 주었는지 끝까지 잘 모르기도 합니다. 기사나 보도가 나오면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고 변명도 합니다.

이런 상황들은 수 많은 조직에서 발생하는 아주 흔한 실수들입니다. 지속적으로 반복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과 조직들이 설화에 빠집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임직원들을 훈련해야 합니다. 훈련 없이는 실행 할 수 없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통제입니다. 훈련을 통한 창구일원화가 그 기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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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3편] 아주 예전 골치 아픈 기사가 떠 있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아주 예전에 한번 부정적 기사가 하나 있었는데요. 그게 계속 자꾸 재기사화 되어 회사에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자들에게 아무리 설명 해도 자꾸 그 기사를 기반으로 취재를 하거든요. 이 골치 아픈 기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 또한 원점관리 개념에서 접근하셔야 하는 이슈라고 봅니다. 부정적인 기사나 블로그 포스팅이나 각종 온라인 게시물은 몇 가지로 분류 해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내용이 전혀 근거 없고 허무맹랑한 내용이라서 일반인들이 보았을 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있고요. 해당 내용이 심각하게 근거나 실제 팩트에 기반해 있어서 꾸준히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 있습니다.

사실 첫 번째 내용 같은 게시물의 경우에는 어떤 방식이든 관리가 가능합니다. 전혀 근거 없는 기사라면 해당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 언론중재위나 소송을 통해서라도 해당 기사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게시물들도 그런 선상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두 번 째 형태인데요. 이게 고민이신 듯 합니다. 해당 언론사에 직접 접촉 해서 지난 기사이니 온라인에서 좀 삭제 해달라 요청 해 보시기도 했을 겁니다. 블로거나 게시물 게시자를 찾아 읍소를 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원점을 삭제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원점을 그대로 남겨두게 되면, 말씀하신 것처럼 반복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니 골치가 아프게 됩니다. 특히나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아주 오래 전 이야기들이 바로 직전에 발생한 것처럼 다시 되살아 나 반복적으로 회자 되고, 비판이 쏟아지니 회사들이 더 힘들어 집니다. 그렇다고 그런 상황에 대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관리하듯 평생 반복 관리하면서 지낼 수만도 없는 꼴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해당 원점 기사나 게시물들은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법은 어디엔가 있습니다. 되지 않는 이유는 회사 자체에서 그 원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그에 맞는 관심이나 투자를 하지 않을 뿐입니다. 적극적으로 해당 원점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길이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살아나서 회사에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상황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 각각의 상황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산정해 보십시오. 더 이상 그 원점을 그대로 남겨두어서는 안되겠다는 결론이 세워졌다면, 그에 적절한 관심과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형 위기 이후 남겨져 있는 온라인 기사나 게시물들을 사후에 일괄적으로 적절하게 관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여러 기술적 방법을 통해 문제의 원점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다시 살아나서 회사를 괴롭히게 하지 못하게 하려고 여러 방법을 활용합니다.

특히 VIP 관련 위기 시에는 더욱 더 그런 노력이 기해집니다. 일단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에는 VIP관련 내용들 중 자극적이거나 심각한 부정적 내용들은 적극적인 관리 대상이 됩니다. 여러 관계자들과 에이전시들이 모여 대응을 논의하고 관리 실행에 들어가곤 합니다.

이러한 원점관리 노력은 향후 이슈관리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아주 예전에는 종이 신문이나 방송되는 뉴스의 경우 한번 지나가면 일부러 오래 전 종이 신문이나 보도 내용을 찾지 않는 이상 사후 열람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클릭 한번으로 십여년전 기사까지 모두 검색이 됩니다. 소위 말해 ‘전적’을 가지고 이슈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들은 분명 부담이 더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온라인상 기사나 각종 게시물을 지우기만 한다고, 이슈가 관리되거나, 문제가 없었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사과와 해명 한 그대로 개선이 이루어져서 부정적인 상황들이 재발하지 않게 되어야 맞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기업은 바로 그런 기업인 경우입니다. 이미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고, 앞으로 재발되지 않을 개선 노력을 다한 기업에게 그 ‘전적’은 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아주 자극적이거나 치명적인 내용의 것들은 적절히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추후 이슈관리가 덜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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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2편] 이슈대응 미팅에 VIP가 꼭 참석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중요한 이슈가 발생해서,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계속 대응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 자문사들도 불러 같이 조언을 듣고 있는데요. 일단 이렇게 대응안을 일선에서 만들어서 위로 보고하고, 의사결정 받는 게 정상이죠? VIP가 이슈대응 미팅에 미리 참석하실 필요는 없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의 긴급성이나 심각성에 따라 VIP의 이슈대응 미팅 참석 여부는 내부에서 결정하실 사안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적 제약하에 있는 이슈 또는 위기 대응 미팅에서 중요한 원칙은 있습니다. 이는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미팅을 진행하기 위한 하나의 룰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첫째,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자가 이슈 대응 미팅에 있어야 합니다. 꼭 VIP만 한정해 생각하기 보다는 해당 이슈 대응에 있어 핵심에 되는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 해 줄 수 있는 팀장 또는 임원급이 대응 미팅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 일간지에서 자사에 대한 대규모 비판기사를 준비 중이라는 이슈가 떠 올랐다면, 대응 전략과 방식 그리고 예산 등을 그 자리에서 결정해 줄 수 있는 홍보임원이 그 미팅에 처음부터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효과적인 이슈대응이 가능해 집니다.

반면, 이슈 대응 미팅에 일선 대리나 과장급들이 모여 외부 컨설턴트들과 대응 방식을 논의하게 되면, 이슈대응은 상당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반복적이고 중복적인 의사결정 난맥이 벌어지게 됩니다. 의사결정 해 주어야 하는 임원이 최초 그 논의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정보 공유에도 격차가 생깁니다. 그 격차를 해소하려면 다시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때 가서 임원의 생각이나 상황관이 다르면, 최초 대응안은 다시 백지로 돌아갑니다. 대응은 꿈도 못 꾸고 끝이 나지 않는 토론만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둘째,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자가 미팅에 참석하기 어렵다면, 의사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자라도 참석해야 합니다. 당연한 룰입니다. 일선에서 논의 결정한 이슈 대응안을 일단 구두 컨펌 하고, 해당 대응안을 의사결정자에게 성공적으로 브리핑해서 최종 컨펌 받아 낼 수 있는 자를 의미합니다. 권한위임을 받은 팀장급들이 그런 그룹이 되겠습니다.

회사마다 기업문화와 조직체계가 다르다 보니, 이런 책임 있는 대리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들도 꽤 있습니다. 심지어 실무 임원급도 자기 스스로 의사결정 하지 못하는 체계도 있습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컨펌이 항상 필요한 조직인 경우입니다. 그런 조직 체계를 가진 회사라면 더더욱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이슈 대응 미팅에 처음부터 참석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셋째, 성공적 이슈대응을 위해서는 시간표를 가지고 미팅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당 이슈에 대한 대응 실행 개시 시점을 미리 정해 놓자는 것입니다. 이번 이슈 최초 대응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내일 아침 9시에는 개시되어야 한다. 이런 데드라인을 설정해 놓고 역으로 시간을 관리하며 대응 미팅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그 시간적 제한을 기반으로 참석자들이 더욱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일선 미팅을 하고, 2차로 외부자문사 이야기를 듣고, 전체 대응안을 정리해서, 임원에게 보고 하고…결국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최종 컨펌 하고 나서 실행한다? 이게 말이 쉽지, 실제 현장에서는 아주 길고 긴 시간의 허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수일에서 일주일이 넘게 걸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대응 개시 시점에 대한 공감대를 놓고 대응 미팅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 시간표에 따라 절차를 압축하거나, VIP가 직접 참석하거나 해서 시간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이슈대응을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경험된 학습지들이 전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류의 이슈에는 누가 누가 대응 미팅에 참석해서 어떤 대응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 이전 유사 대응 케이스를 기반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지난번과 같은 부서들이 지난번과 같은 대응방식으로 대응하자 이겁니다. 그때 시간이 과도하게 허비되었다면, 그 부분만 극복하자 하면 됩니다.

이슈대응은 직접 해 본 팀이 가장 잘합니다. 실제 경험이 일정 수준 이상 반복되었다면, 그 보다 좋은 팀은 없습니다. 앞에서 말한 권한위임이나 시간관리 등이 의사결정과 함께 물 흐르듯 진행될 수 있습니다. 반면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그렇게 숙련된 팀이 존재하지 않는 곳입니다. 일선 직원들만 이슈대응 미팅에 참석하고, 의사결정은 못합니다. 겹겹이 쌓여있는 보고 절차를 밟고, 형식을 맞추느냐 시간은 계속 허비됩니다. 이슈대응을 잘 하지 못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보다 나은 이슈관리 체계를 향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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