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41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님도 그러시고, 전문가들도 위기가 발생되면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현장에서도 신속한 대응을 모토로 삼고, 계속해서 신속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신속함이 위기관리의 생명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원래 신속 대응이라는 개념은 재난이나 재해, 그리고 군사작전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이었습니다. 그 개념이 바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도입되어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요. 사실 재난, 재해, 군사작전에서 신속한 대응은 절대적 가치를 지닙니다. 피해를 줄이고 전략적 목적을 빨리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 개념을 조금 더 주의 깊게 해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목적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사건, 사고 등과 관련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히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겠지요. 그와 달리 사회적인 이슈나 점차 변화되어 가는 부정적 상황, 논란 등에 대해서는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절대선은 아닙니다.
그래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신속함이라는 개념과 함께 적시성(timely)이라는 개념이 강조됩니다. 이 적시성은 매우 실현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특정 논란이 생겨 점차 확산되어 가며, 그 양태가 계속 바뀌는 불안정한 상황을 두고 적시성을 결정하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그 누구도 대응에 적절한 타이밍을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신속성이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개념입니다. 일부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사고발생 이후 30분 이내, 1시간 이내, 24시간 이내 등의 대응 활동 시각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가능한 가장 신속하게(ASAP)라며 훈련을 독려하기도 합니다. 빠르게 움직이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적시성을 따져가며 대응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고 간단한 것입니다.
적시성의 실행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적절한 대응 타이밍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지표들이 분석되어야 합니다. 거기에도 신속함이라는 개념은 물론 적용됩니다. 신속하게 다양한 지표들을 발견하여 분석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파악해 가며 대응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는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이나 움직임이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됩니다. 광범위한 매체와 온라인 소셜미디어 여론도 좋은 지표가 됩니다. 전반적 흐름과 함께 추이를 살펴가면서 최대한 전략적으로 효과적인 대응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보통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경험도 부족하고, 지표들을 분석하는 체계도 부실할 수 있습니다. 지표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해석하는 것도 어려워합니다. 따라서 적시성을 결정하는 프로세스에는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은 우수한 조직입니다. 그러나 적시성을 따져 대응 타이밍을 절묘하게 결정해 실행하는 조직은 이상적인 조직입니다. 그 적시성을 따져보면 그 조직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인력, 경험, 지표 분석 체계, 그리고 합리적 의사결정 체계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적시성은 그래서 멋진 개념이자 위기관리 조직 평가를 위한 리트머스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