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08수(百八手)

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8편] 성공한 위기관리는 아무도 모른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주제와 관련 언론 인터뷰를 할 때 기자가 매번 질문하는 것이 있다. “전문가 시각에서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는 어떤 회사의 것이었습니까?” 사실 위기관리 교과서에서도 다양한 위기관리 성공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고, 왜 각각이 성공적이라 평가되는지 이유도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성공의 이유를 찾아 배우라는 취지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답한다. “진짜 성공한 위기관리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습니다. 즉, 아무도 모르는 위기관리라 진짜 성공적 위기관리입니다.” 이 말은 일단 위기가 발생해 여러 대중에게 알려지고, 대중이 그에 대한 잘잘못을 공개적으로 따지는 상황이 되면 일단 그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는 의미다. 진짜 성공한 위기관리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평가할 수도 없는 것이다.

만약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위기는 발생되어 수면에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 대중에게 넓게 알려지지 않는다. 대중에 의한 공개적 평가와 그들의 다양한 입장조차 형성되지 않는다. 회사의 주변 경영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국 그 상황은 위기라고 정의되기도 어려운 것이 된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위기는 터져 수면위로 떠오른다. 곧 여러 대중에게 골고루 알려지고, 그들 사이에서 부정적 평가와 입장들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회사는 자사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받는다. 이것이 위기다.

사후 그런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여 자사에게 향한 피해를 최소화 그리고 단기화 시켰느냐 하는 것은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에 대한 이야기다. 즉, 시중에서 언급되는 위기관리 성공사례들은 일단 위기가 발생해 알려진 뒤 해당 회사가 자신에게 향한 데미지를 얼마나 잘 관리했는가에 대한 평가다.

물론, 데미지 컨트롤이 의미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 해 대형 위기를 발생시킨 회사가 사후 데미지 컨트롤도 똑같이 못해 피해를 더 키우고 장기화하는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흥미롭게도 위기관리를 못하는 회사는 사후 데미지 컨트롤도 제대로 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 그간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그렇다면, 아무도 모르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위기. 그 수나 빈도는 얼마나 될까? 일선에서 여러 기업들과 위기관리를 진행하며 목격한 바에 의하면, 알려지지 않은 채 관리되어 버리는 위기는 반대로 알려져 관리에 실패한 위기의 수보다 훨씬 많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미처 알려지지 않은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과 실무자들은 많다. 그들이 제대로 된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실행 대응을 하기 때문에 그 위기는 더 이상 커지거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발생 전에 다양하고 끈질긴 위기관리를 진행해 그 위기를 소멸시키는 노력은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많고 상시적인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업 내부에서는 매일 매일이 위기관리의 순간이다. 의사결정 하나 하나가 대부분 위기관리를 위한 것이다. 당연히 실무자의 여러 활동도 위기관리를 위한 실행이다. A라는 기업과 관련하여 상당기간 알려진 위기가 아무 것도 없었다면, A사는 적절하게 위기를 관리해 왔다는 의미다. 반면, B라는 기업의 경우 짧은 기간에도 여러 번의 알려진 위기가 줄을 이었다면, B사는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약간 착각을 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자사 스스로 별반 위기를 관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외부로 알려진 위기가 없는 경우 자사가 위기관리를 잘하고 있다 착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착각이다. 이런 경우는 대중이 해당 기업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적절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의미를 만들지 못한 기업에게는 사실 큰 위기란 있을 수 없다. 그런 기업에게는 위기가 곧 재앙이다. 십년간 아무런 위기가 없었다고 안심하다, 한 순간 위기로 회사와 대표이사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와 같다. 대중의 인지나 이해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던 기업에게 ‘위기’란 없다. ‘재앙’만 있을 뿐이다. 위기관리를 할 체력도 되지 않고, 데미지 컨트롤 할 맷집도 없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이런 상태에서 위기나 위기관리에 대한 자신은 엄청난 착각일 뿐이다.

성공한 위기관리는 정상적 기업에서는 상시적인 것이다. 불철주야 위기를 관리하며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와 실무자들은 수 없이 많다. 그런 노력 때문에 기업은 성장하고, 사회는 발전한다. 그렇듯 위기관리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낯선 것도 아니다.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면 된다. 위기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이번 편이 위기관리 108수 마지막 편입니다. 지난 2년여간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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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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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7편] 위기는 언제에 대한 이야기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 회사에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인지도 모르는 회사가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아주 초보적인 위기관리 마인드와 체계를 가진 회사다. 경영진이 모여 한번만 깊이 있는 고민을 해 보았더라면 최소한의 발생가능 위기에 대해서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 단순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어느 정도 노력해 본 기업에서는 우리 회사에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트나 맵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how) 그런 위기가 발생할지는 일부 모를 수 있지만, 어떤(what)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좀더 나아간 회사들은 해당 위기가 어떤 모습으로 발생될 수 있을 것인지에도 당연히 관심을 투입한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곳들도 있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방법도 고민하게 마련이다. 각각 그 방지책들을 구상하면서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는 기업은 수준이 상당한 기업이다.

어떤 위기가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총체적 개념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그에 더해 각각의 위기 시 회사가 어떤 방향과 프로세스를 가지고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방법론과 역할 배분까지 완성한 기업은 가장 수준 높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준비된 기업이라 부른다.

준비된 기업은 위기 발생에 있어 ‘언제(when)’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여긴다. 어떤(what) 위기가 어떻게(how)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서 있고, 그에 대해 어떻게(how) 대응할 것이라는 계획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나머지 그 것이 언제(when) 발생할 것인지에만 일상적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최상위 수준의 기업들은 항상 환경과 여론에 대한 모니터링의 긴장을 놓지 않는다. 일부 기업들에게 그러한 모니터링은 일선의 상시 단순 업무로만 여겨지지만, 최상위 수준의 기업에서는 해당 모니터링과 정보보고가 경영진의 주요 업무로 승격되어 있다.

중요한 환경 및 여론 모니터링 분석 결과가 일선실무자들끼리 주고받는 이메일에만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의 휴대폰에서 활발하게 실시간 공유되어진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경영진이 말그대로 정무감각을 가지고 환경과 여론을 바라볼 수 있기 위해서는 그런 일상적 모니터링 업무는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상시적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야 위기나 이슈가 언제 발생할 것인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내부나 외부 조직의 민감성이 극대화되어야 위기나 이슈의 발아 과정에 대한 발견과 활발한 공유가 가능해진다. 이미 어떤 위기가 어떻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은 더더욱 정교해지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끝없는 망망대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구역을 설정해 해당 지역 바다의 파도와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과 같은 다름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야 효과적으로 해당 위기가 언제 발생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실패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면, 위에서 이야기했던 많은 사전적 준비와 관심 그리고 투자들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부실했던 경우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후에 ‘우리는 그런 위기를 상상도 못했다’라 이야기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예상은 했지만, 그런 식으로 발생될지는 몰랐다’는 변명을 한다.

또 일부 기업은 ‘처음 경험해 보는 위기라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는 하소연을 한다. 이 또한 기존에 부실했던 관심과 고민 그리고 투자를 고백하는 의미로만 해석될 뿐이다. 위기가 발생한 뒤에 위기관리 방식을 고민하니 어려운 것이다. 위기 발생 이전에 위기관리 방식을 고안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위기관리인데, 그런 준비가 없었으니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모든 것이 준비된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평소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과 고민 그리고 투자를 지속적으로 기울여 보자. 어떤 위기가 발생할지. 어떻게 위기가 발생될지.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위기관리를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보자. 이런 필요한 준비를 갖추고, 때를 모니터링하자.

언제를 알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그 언제를 제대로 넘길 수도 있게 된다. 이전의 많은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위기로 이어지게 될 뻔한 기간을 좀더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노력들이 하나 하나 제대로 이어져야 말 그대로 위기관리라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위기관리는 하루 아침에 뚝 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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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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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6편] 일은 스스로 터지지 않는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이 터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골치 아픈 일이 터져 힘들다고 한다. 일이 터져서 다른 중요한 것들을 할 겨를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렇지만, 한번 다시 생각해 보자. 일이 어떻게 스스로 터질 수 있나?

거대한 사일로가 자기 스스로 폭발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나? 사일로가 갑자기 폭발해 버린 것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 사일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정해진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사일로는 폭발한다. 사일로가 자기 스스로 폭발해 버리지는 못한다.

극단적인 소비자가 회사를 상대로 적대적 행동을 하는 경우도 보자. 그 상황과 소비자 불만이 스스로 알아서 곪아 터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회사에서 먼저 제대로 된 고객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해 터뜨린 일일 것이다. 회사 담당자들이 정확하게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고객만족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직원들이 회사 내부의 문제를 바깥으로 퍼 날라 회사에 큰 데미지를 입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 부정적인 상황이 어느 날 갑자기 알아서 터져버린 것일까? 아마 그 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직원들의 불만과 비판이 여기저기 존재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 즉, 그것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 경영진이나 담당자들이 제대로 정해진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을 터뜨린 것이다.

일은 절대 스스로 터지지 않는다. 일은 누군가 사람이 터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중심은 사람이라 한다. 사람이 위기를 터뜨리고, 사람이 위기를 관리한다.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인가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람 없는 위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기관리라를 필자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아무 것도 대단하거나 어려울 것이 없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그때 그때 하는 것뿐이다. 만약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앞 예의 위기에서는 위험한 사일로 설비에 대해 마땅히 규정에 따라 안전조치를 취하고, 지속적 관리를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안전담당자 개인의 게으름일 수도 있다. 안전관리팀의 총체적 무능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오래된 회사 관행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회사의 부족한 예산과 촉박한 작업 시간 때문에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위기관리가 되지 않을 이유’를 시급히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

마땅히 실행되어야 할 소비자 관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 업무를 담당한 자와 경영진 모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일선 직원 개인의 문제인지, 내부 가이드라인의 문제인지, 경영진 철학이나 원칙의 문제인지, 예산이나 환경의 문제인지를 확인해야 위기는 제대로 관리될 것이다.

직원들의 불만과 해사 행위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든 실행에 있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일개 직원 개인의 돌출 행동 이라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생각과 판단으로는 앞으로 발생할 제3, 제3의 직원문제를 방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런 문제를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 왔다’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적시에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붙인다. 노력은 했지만, 그 노력이 위기발생을 방지하지는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위기관리 정의에 있어 ‘적시에 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함이 미처 갖추어 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또한 사후 위기관리에 있어 지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결정하지 못해 실행과 적절하게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어떤 경우이던, 해당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에는 ‘적시에 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의사결정의 문제인지, 그 이전에 상황판단에 대한 미숙인지, 아니면, 실행 일선의 경험이나 역량이 부족인 것인지, 왜 그 위기관리 업무를 ‘적시에 하지 못하고, 불충분 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리고 그 문제의 이유를 개선해야 맞다.

이런 모든 사전 사후 돌아봄은 바로 사람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그 사람이나 사람들 스스로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 그 후 다같이 ‘지금 현재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했어야 한다. 공유된 필요성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꾸준한 투자와 노력을 적시에 다했어야 위기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 그런 사람의 일들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는 발생된다. 굳이 사람이 위기를 터뜨린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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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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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5편] 모르면서 문제없다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요소 진단을 할 때나, 어떤 이슈가 발생되려 할 때, 심지어 기자가 어떤 문제를 취재하고 있을 때도 관련 질문에 대한 기업측 답이 “그런 문제는 없다”는 경우가 있다. 컨설턴트나 기자들은 그런 기업측의 공식 입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다시 많은 궁금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 저 분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저 분이 해당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단 어떤 이유라도 ‘그런 문제는 없다’는 공식입장은 그 공식입장에 대한 검증을 다시 거치게 된다.

컨설턴트나 기자 모두 ‘아, 회사에서 그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니 문제가 없구나’하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거짓말해 문제를 숨기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당 문제에 대해 모르면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검증해 보려 노력한다.

일단 보충질문을 더 해보면 거짓말하는 경우에는 ‘그런 문제가 왜 없는 가’에 대한 근거나 반박 논리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 작정하고 거짓말하는 경우에는 더욱 준비된 답변이 이어진다. 갑자기 거짓말을 결심한 경우라 해도 훈련 받은 일부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관련 근거나 논리를 제시한다.

문제는 해당 문제를 잘 모른 채 ‘그런 문제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상대적으로 거짓말 때보다 궁하다. “제가 좀 더 확인 해 봐야 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그런 문제는 없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냥 그런 문제는 없습니다. 드릴 말씀이 그것 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의 부족한 답변이 전달될 뿐이다.

어떤 이유 건 실제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기업측이 입는 피해는 동일하다. 통틀어 모든 경우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의도적 거짓말이었는가, 모르면서 아는 척 거짓말 한 것이었는 가만 다를 뿐이다. 기업은 더 큰 문제를 가진 조직으로 보여 진다.

커뮤니케이션 창구도 인간이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부정적 질문을 받게 되고, 내부 문제에 대해 질문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인’이다 그런 문제가 없다 부인하는 이유는 해당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이야기한 뒤 벌어질 상황이 무섭기 때문이다. 인간은 일단 두려움을 느끼면 도망을 간다. 부인하는 커뮤니케이션도 그의 일환이다.

그러나 보다 전략적인 훈련을 받은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질문을 받게 되면 좀더 많은 고민을 한다. 그것도 짧은 시간내 모든 생각을 정리한다. ‘저 질문에 내가 어떤 답을 주어야 할까?’ “저 질문에 언급된 문제가 실재하는 것인가?’ ‘혹시 내가 저 문제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와 같은 초기 판단을 머릿속에서 한다.

그 후에는 ‘내가 그 문제를 인정하면, 그 후에는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까?’ ‘내가 문제를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도 될까?’ ‘어떤 상황이든 거짓말 한 것으로 드러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를 떠올린다.

더욱 훈련 받은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질문자가 어느 정도의 팩트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해당 문제가 제3자에 의해 검증될 수 있는 것인지도 동시에 파악한다. 이와 같은 여러 고민과 확인을 통해 전략적인 대응 메시지를 개발하게 된다.

이런 짧은 시간 동안의 대응 프로세스와 메시지가 초기 이슈 및 위기관리의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 실패한 기업은 대부분 이 초기 질문들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기업들이 초기 대응과 메시지에서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까?

일단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회사 내부의 모든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거나, 그 각각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부서간 사일로도 그 원인에 큰 몫을 차지 한다.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조직내에서 낮은 직책에 있거나, 단순히 스탭 부서로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더 더욱 실패 가능성은 크다.

그 다음 실패 이유는 제대로 대변인의 역량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와 대화하는 방식을 일반인에게 하는 방식으로 하니 문제가 된다. 추측하거나 자기가 모른다 해서 그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모른다. 제3자가 손쉽게 검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거짓말을 하려 하니 문제가 된다.

모른다. 대변인은 이 말이 어렵다. 모른다고 하면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른다. 확인해서 정확하게 알려 주겠다. 그 후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 이런 답변 방식이 제대로 된 대변인의 역량이다. 개인의 추측이나 애드립 그리고 얕은 거짓말로 조직을 해 치지 않아야 한다. 훈련된 대변인은 절대 조직을 해 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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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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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4편] 상상하지 않았던 게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상상할 수 없던 일이 터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실제 위기관리 현장에서 살펴보면 해당 위기는 조금만 돌아보면 ‘상상 가능했던 것’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할까?

일단은 자신이 맞닥뜨린 위기가 생소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 준비가 되지 않았던 원인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설명하는지도 모른다.

명언 중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이 꿈을 크게 가져야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상상할 수 있는 일은 꼭 일어나고, 상상할 수 없던 일도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우선 ‘상상할 수 없었던’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것을 살펴보자. 만약 그 이유가 상상 자체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제대로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발생될 위기를 몰랐을 뿐이다. 반대로 제대로 상상해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면, 그런 일은 발생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핵심은 위기관리를 준비하면서 기업내 위기관리위원회가 얼마나 제대로 된 상상을 오랫동안 해 보았는 지다. 대부분 위기는 상상가능한 범위내에 있으며, 그 범위 내에서 발생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가 없다는 이야기는 수 없이 들었을 것이다. 모든 위기는 이미 발생했던 기출문제라는 비유에도 이제는 익숙할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만 상상했더라면, 해당 위기가 발생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던 경우가 많아 질 것이다. 발생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발생을 억제 차단할 수 있는 방법도 고안 가능 했을 것이다. 그와 함께 해당 위기가 어떤 형식으로라도 발생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도 가능했을 것이다. 절대로 해당 위기는 낯설고, 놀라운 위기가 아니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에서는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었다’ 이야기는 하지 말자. 상상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는 해당 기업이 제대로 된 상상을 해 보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더구나 많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누구라도 뻔히 예상 가능했던 위기에 대해 상상 하지 못했다는 기업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한번 생각해 보자.

이는 위기관리에 대한 전사적 관심과 투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상상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는 평시에 위기관리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도 부정적이다. 더 나아가 그런 관심과 투자를 생략했기 때문에 이번 같은 위기를 발생시킨 것이라는 논리와도 연결되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책임론이다.

진정으로 해당 위기를 자사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누구도 ‘상상해 보지 못한 것’이라면 그 과정을 다시 돌아볼 필요도 있다. 위기에 대한 상상을 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 발생되는 수준의 위기를 상상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실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상상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면 다음부터는 더욱 더 확실한 상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모든 위기관리는 이처럼 위기를 바라보고, 위기에 대해 생각하고,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상상해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각각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살핌과 고민이 있어야 좋은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이 구축된다. 위기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또한 이 과정에 문제가 존재했던 것이다.

제대로 상상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상상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것을 보면 위기관리를 잘 못했기 때문이라며 실행을 주로 탓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보면 잘 못된 위기관리는 실행 이전에 이미 잘 못될 이유의 99%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기관리가 잘 못될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해서도 평시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다는 의미다. 평시에 그런 잘 못될 수밖에 없는 원인들을 하나 하나 고쳐 나가야만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잘 된 실행이 가능해진다. 그런 준비 없이 막상 위기에 맞서 제대로 된 실행이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상해 보고, 위기관리가 잘 못 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 보고 하는 것이 진짜 위기관리다. 진짜 위기관리를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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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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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3편] 이번만 넘기자 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임직원이 모여 앉으면 주어진 상황에 대해 여러 해석과 대응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원칙이나 회사의 철학에 근거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을 피력한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이번 상황은 이런 이런 아이디어로 해결 할 수 있으니 너무 크게 일을 벌일 필요 없다는 자신감도 피력한다.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원칙과 철학을 따르자니 회사의 비용이나 부담이 크고, 아이디어로 해결해 버리자니 사후 후폭풍이나 비판이 두렵다. 적당한 중간 선에서 상황을 관리할 수는 없을까 하는 묘안을 찾는다.

이런 고민의 순간에 전문가들이 나선다. 법적으로 그렇게 큰 부담까지 감수해야 할 수준은 아니니 걱정 말라는 전문가 의견이 들려온다. 여러 케이스를 경험해 본 결과 이번과 같은 경우는 그냥 일부에서 이야기한 아이디어를 통해 상황을 넘기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의사결정자는 마음이 놓이기 시작한다.

법적으로도 큰 문제 없고, 다른 케이스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다니 그러면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의사결정을 한다. 그렇게 해서 상황은 운이 좋게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했던 그 생각이 ‘이번 상황이 넘어갔으니 끝난 것’이라는 마음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라는 지난 생각은 이번 상황만 별 문제 없이 처리되면, 그 후 좀더 시간을 가지고 해당 문제를 개선하고 재발 방지책을 함께 마련해 보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과 고민의 시간이 지나가면 그런 생각은 눈 녹듯 사라진다. 언제 그런 문제가 있었는지 대부분 잊어버린다.

누군가 지난 문제를 언급하면서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한다는 비판이 돌아온다. 위기라는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자꾸 화제를 만들어 위기관리 타령을 하는가 하는 핀잔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번만 넘겨보자. 이번만 모면해 보자. 이번만 어떻게든 해 보자. 위기관리에 있어 이만큼 위험한 생각이 없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이번이 마지막인 듯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 진정성이 드러나게 된다. 이번만 이번만 하는 생각이 기반이 되면 어떤 위기관리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게 된다.

피해 고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번만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을 한다 상상해 보자. 심각한 사과문을 내면서 ‘이번만 좀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상상해 보자. 엄청난 사고 재해 상황을 관리하면서 ‘이번만 좀 어떻게’라는 생각을 하는 위기관리 주체의 얼굴을 떠올려 보자.

모든 사람은 인간이기 때문에 현재의 고통에서 어떻게든 일단 벗어나 보려 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본능이다. 고통 속에서 그 고통을 진지하게 해석하고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단은 벗어나고 보자 하는 본능이 기업 위기관리에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평소 원칙과 철학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앞에서 예로든 의사결정자는 왜 양쪽의 이야기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마음이 흔들렸을까? 그 스스로도 자사의 원칙과 철학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 기반에서 해당 상황과 위기의 핵심을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자가 평소 자사의 훌륭한 원칙과 철학에 기반해 모든 상황을 바라본다면,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은 보다 쉬워진다. 어떻게든 이번만 넘겨보자는 의견을 들어도 고민 되지 않는다. 어떤 회사에서도 원칙과 철학이 ‘위기상황은 어떻게든 넘겨라’이야기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소비자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우리에게는 안전과 위생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직원의 행복은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다’’우리는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뢰와 사랑 받는 회사가 되자’ 이런 기업의 생각이 위기를 관리한다. 그 속에 위기관리 해법이 들어 있다.

위기상황은 기업이 평소 주창하던 원칙과 철학을 그대로 시험하는 순간이다. 그 회사가 소비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실제 소비자 관련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안전과 위생을 중요한 가치라 해 왔던 기업에게 위생과 안전 논란이 발생되면 회사가 그 가치를 기반으로 위기를 관리하는지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번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이야기는 그런 원칙과 철학을 적용하는 중요한 기회를 넘겨보자는 이야기다. 위기관리를 하지 말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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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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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2편]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먼저 챙기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다. 그렇다면 위기를 관리하는데 방해가 되거나, 위기가 관리되지 않게 만드는 상황이나 행동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해야 할 것(Do’s)’에 대한 것이기 보다는 ‘하지 않아야 할 것(Don’ts)’에 대한 것이다.

흔히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업무를 해야 하는 임직원들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물론 당연한 생각이고, 중요한 태도다. 그러나, 조금 더 노력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가 쭉 해 오던 것들이 문제가 되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또한 현재 갑자기 무언가 이상한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계속 그런 이상성이 지속되면 위기가 관리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의 위기관리는 그러한 이상성을 더 이상 지속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이 위해성 때문에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이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해당 제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논란을 넘어 소비자들을 케어하는 위기관리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어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으로 챙기면 된다.

위기에 대응하는 조직적 측면에서도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챙김은 매우 중요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내부나 외부적으로 정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문제는 위기관리 주체가 그런 정보 수요를 적절하게 맞추어 주지 못하는 경우다. 내외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무너지고, 온갖 루머와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정보의 진공상태를 채워 나가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직은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까? 조직 구성원들 스스로 다양한 비공식 창구가 되는 상태는 피해야 한다. 상황에 대해 직원들이 자의적으로 여기저기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 창구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통제의 개념에서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다.

창구일원화가 그에 대한 개념이다. 여기 저기 몰려드는 질문에 대해 모든 임직원이 창구를 일원화할 뿐,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은 하지 않는 전략이다.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싶고, 해명하고 싶고, 억울하고, 답답하더라도,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일원화하며, 자신의 입은 닫는 것이다.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와 실행은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나 대변인 트레이닝에서도 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한 학습이 주된 뼈대를 이루는 이유다.

위기 시에는 어떤 말을 하는가 보다 어떤 말을 하지 않는 가에서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해야 할 말을 하면 위기가 일부 또는 상당부분 관리될 수 있지만, 반대로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하면 위기는 순식간에 재앙으로 악화되는 케이스를 우리는 수 없이 목격해 왔다.

일선에서 경험 해 보면 공감하겠지만,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하다 보면 종종 하지 않아야 할 말을 무의식 중에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막말이나 단순히 엉터리 같은 말이 아니다. 당시 구체적 맥락이나 감정 상으로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적절하지 않게 느껴지는 말이 문제를 일으킨다.

평소에는 중립적으로 별 문제없게 느껴지는 메시지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갑작스럽게 위험한 메시지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제3자가 볼 때 문제라 느끼지 못하는 메시지도 위기의 원점인 상대가 들으면 문제로 느껴지는 메시지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아주 민감한 메시지에 대한 감정과 관리는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하지 않아야 할 말을 먼저 챙겨야 하는 이유다.

위기관리 전반에서 이런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챙기는 역량은 사실 위기 상황에 처해 순간순간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 다양한 훈련과 케이스 분석을 통해 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한 공유된 리스트가 쌓이고, 그 각각에 대한 경계심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상황이나 조직이나 메시지 측면에서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즉각적 시각이 생겨난다. 부단한 인지와 훈련으로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이물감’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이물감은 개인적인 것을 넘어 조직 전반에 공히 공유되는 감각이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알면 해야 할 것을 좀 더 잘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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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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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1편] 공개되면 문제될 대응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필살기(必殺技)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기관리에 기술이나 기교가 크게 의미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위기관리는 시종일관 순리의 흐름 속에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일부 기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만의 특별한 기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위기가 발생된 직후 분위기도 그런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저기에서 위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해 주겠다는 사람도 나타난다. 음모론이나 정치적 술수 때문에 회사가 이 지경이 되었다며 그 실타래를 풀겠다는 사람도 생겨난다.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의사결정권자 주변에도 흔히 ‘비밀스러운’ 사람들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이기 시작한다. 상황의 맥락을 나름 설명하면서 어떤 키맨을 움직이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조언도 한다. 나름 의미 있을 것이라는 창조적 대응을 조언하기도 한다. 심지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도 한다. 위기관리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글쎄다.

그간 현장 경험을 놓고 보면 그런 속삭임이나 비밀스러움이 실제 위기를 관리하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 이유는 이 세상 누구도 잘못을 잘함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누구도 여론을 손 끝으로 움직여 멀리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신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순리와 거리 있는 조언은 항상 문제가 될 대응과 연결된다. 문제 소지가 있는 기술이나 기교를 조언하기 때문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도 문제다. 대응 전략과 방식 지시가 사내 극소수 일부에게 비밀스럽게 하달되는 경우도 문제다. 스스로 방식에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추후 문제가 되더라도 일단 위기는 관리하고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위기관리 목적에 반하는 의견일 수 있다. 위기관리를 위한 대응은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 대신 또 다른 위기를 만드는 대응은 누가 보아도 적절하지 않다.

걸리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으면, 알려지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반론을 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대응 방식을 먼저 찾아 해 보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반론은 적어진다. 구태여 문제 소지가 있는 위기대응에 주로 주목하는 이유를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실무자들이 최근까지 자사만의 오래된 위기대응 기교를 사적 자리에서 은근히 뽐내고는 했다. 압수수색에 대한 자사만의 여러 대응 방식, 문제가 될 증거들을 자사만의 방식으로 관리하는 체계, 주요 임원의 특수한 보안 의식과 보안을 위한 독특한 행동을 자랑하곤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다른 기업 실무자들은 혀를 내 두르며 대단하다 감탄했다. 그들의 대응 하나 하나는 여러 해 동안 그 회사가 경험한 숱한 압수수색과 증거 관리, 보안이라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비밀주의에 기반한 것이었다. 법적 허점과 처벌수위를 분별하여 자사 실익과 비교하는 정교한 체계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듣던 다른 실무자가 그 회사 실무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그런 위기대응 체계가 조폭의 것과 어떻게 다른 지 모르겠습니다. 왜 상장기업이고 떳떳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꼭 그렇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런 지적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떡였다.

자랑하던 실무자는 그런 지적에 “사실 저희도 그런 위험한 대응 방식이 최선일까 항상 고민합니다. 그런데도 회사의 오래된 대응 방식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실무자단에서 거스를 수 없는 거지요.”라 답했다.

절대 문제가 될 위기대응 체계나 방식은 평소에 검토해 하나 씩이라도 없애 나가는 것이 좋다. 문제가 될 것들은 조금만 더 고민하고, 노력해 투자하면 없앨 수 있다. 쉽게 하려 하니 문제가 남는다. 누가봐도 문제될 것 없는 대응 체계와 방식만 가지고 평소 고민해도 위기는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먼저다.

그런 정상적 위기대응 체계와 방식이 수년 수십년 반복되어 정교함을 더하게 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방향이다. 위기관리라고 특별하지 않게, 상황에 처해 순리에 따라 자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나 하나 해 나가는 그런 ‘이상할 것 없는’ 업무라는 생각을 하자. 이상하거나 문제가 될 대응을 조언하는 사람이 이상해 보이는 내부 분위기가 생겨나게 하자. 그것도 하나의 위기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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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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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0편] 기록에 주의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에는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도 미디어가 되었고, 회사에서 도움을 주는 기사나 비서도 이미 미디어다.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미디어고, 회식을 위해 들른 식당의 주인도 미디어다. 누군가가 어디에 서든 나를 지켜보고, 여러 개인 장비를 통해 나 또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기록은 상당한 위험성을 지닌 위기 요소라 볼 수 있다. 물론 기존 회사가 자랑스러워하는 사규나 원칙, 미션, 비전, 밸류 같은 종류의 기록들은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기록이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 외 사적 내부적으로 간간히 공유되어 왔던 문제 소지가 있는 기록이다. 최근에는 그에 더해 제3자들에 의해 진행되는 기록도 큰 위기 요소가 되어 버렸다.

최근 가장 빈번하게 위기요소화 되는 기록은 위기 시 내부 보고 내용, 지시 사항 기록, 위기 대응을 위한 부서별 메신저 기록, 위기 대응 회의 회의록, 회의 당시 개인적 녹취 내용, 민감한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 문자, 통화 기록, 이메일, 내부 게시 내용들이다. 이에 더해 직원들의 블라인드 게시 내용과 같은 비공식적인 기록도 위기요소가 되었다.

그로 인해 다양한 추가 위기가 발생되고 있는 데도, 많은 기업은 위기관리 체계 설계나 실제 대응을 하는 기간 동안 기록에 대한 주의를 크게 기울이지 않는다. 평시 같은 보고 체계와 방식을 고수한다. 각종 문서를 양산하고, 다양한 문자와 메신저를 주고받는다. 지시 사항을 신속하게 내부로 공유하기 위해 다시 취약한 채널과 기록을 이용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구두로 내리는 지시사항까지 녹취 당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런 환경을 접하고, 기록이 남는 커뮤니케이션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려 한다. 위기대응 회의 시나 VIP 면담시에는 참석자의 휴대폰을 외부에 비치하게 한다. 위기관련 보고나 대응 회의 기록을 일체 남기지 않는다. 사후 기록이 남지 않는 특별한 메신저로 대응 지시하고, 일정 기간 후에는 기록 정리를 한다. 이런 세부 조치들로 최대한 기록으로 인한 추가적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다.

물론 그런 고민과 체계의 적용은 그 자체로는 의미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투명성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그런 형식의 대증 치료나 예방 노력은 큰 효과를 거두기 까지는 어렵다. 기록은 아무리 통제해도 만들어 져 남는다. 그리고 사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기록은 어떤 방식으로 든 문제가 된다. 기업 차원에서 기록을 통제할 수 없고, 그 기록의 위해성을 완전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면, 좀 더 근본적인 위기관리 체계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일부 기업에서는 또 이렇게 답한다. 기록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 대응 의사결정이나 실행 조직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부에서라 도 광범위하게 기록이 남는 것을 예방한다 한다. 최소 인력 몇 명만 제한적으로 공유하는 수준에서 위기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실제 위기가 발생되고, 위기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문제를 만든다. 그런 최소 인력을 통한 위기대응 체계가 위기 시 부서별 사일로를 만들고, 대응을 위한 정보와 여러 자산 활용에 걸림돌이 된다. 누군가 무엇을 하는 것은 같은데, 확실하게 누가 무엇을 하는지 서로 알지 못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대응 방식은 기록을 해도 문제없을 내용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또한 원칙에 대한 주제다. 외부로 기록이 공개되더라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시에 고민해 구성한 의사결정 원칙을 위기 시 해당 상황에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 외 사적이거나, 비공식적인 위기관리 기법들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다.

말 그대로 위기 시 자사가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찾아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위기관리 방식이다. 위기 시 자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볼 수 없는 일을 주로 하니 사후에 문제가 된다. 법을 지키는 것은 그 중 기본 중 기본이다. 비윤리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위기대응 방식은 사전에 거르는 체계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스스로 투명 해 져야만 최근 같은 투명한 사회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 스스로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명한 사회 속에서 튀며 문제가 된다. 스스로 불투명한 상태에서 겉모습이나 드러나는 방식만 바꾸어 보아도 자사의 불투명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록에 주의하라는 말은 기록 자체를 없애라는 의미라 기 보다는, 기록되어 문제될 일은 하지 말라는 의미다. 모든 것은 기록을 남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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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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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9편]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자사에게 평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자사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자사를 출입하는 기자, 아주 충성도 높은 일부 고객, 직원과 직원 가족, 사업관계를 유지하는 거래처 및 협력업체 등 정도가 평시 자사에게 관심 가져주는 이해관계자일 것이다.

반면,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해관계자의 수와 범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기업차원에서는 상당히 낯설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시간의 압박을 받아가며 대응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다.

원칙을 가지고 여론을 폭 넓게 바라보려 해도,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여론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은 점점 더 강해진다. 어떤 대응을 결정해 실행하게 되면 지금의 성난 여론이 관리될 것인가도 궁금하다. 이번 대응이 효과가 없으면 그 다음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위기 시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평시 자사에게 향한 여론이‘주관식’ 질문을 하고 있다고 비유하면, 이슈나 위기 시 여론은 자사에게 ‘객관식’ 질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평소 보다는 이슈나 위기 시 여론에 답할 수 있는 선택지가 확실하게 다가온다는 의미다.

또한, 기업 경영진 스스로 건전한 상식에 기반한 건강한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면, 그 객관식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는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이는 경영진이 여론을 그대로 느끼고 읽을 수 있는 역량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입장 바꾸어 생각하기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기 등에 익숙한 경영진이 많다는 것은 큰 위기관리 자산이다.

경영진이 자사에게 발생한 특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처하면, 몇가지로 정리된 여론 대응 선택지와 마주하게 된다. 선택지를 꼼꼼히 보면, 이상적 경영진의 눈에는 답이 쉽게 보인다. 그들에게 여론은 예측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결정이 향후 여론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까지도 미리 예측 가능하다.

반면 여론이 계속 예측 불가능하게만 느껴지거나, 여론의 객관식 선택지를 보아도 영 결정이 어려운 경우는 기업 내 총체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에는 경영진이 여론을 해석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제대로 해석하기 어렵게 만드는 그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중대 변수다.

예를 들어, 상당 수준의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제품 문제에 대해 경영진이 여론을 살펴보거나 예측해 보는 경우다. 의사결정그룹은 여론을 읽는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자발적 리콜을 감수해야 한다는 초기 의견을 세운다.

그러나, 중대 변수가 나타난다. 해당 제품 리콜을 결정하면 올 해 매출과 이익이 초토화되고, 그 여파가 수년을 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이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까지 갈수도 있다. 이런 중대 변수가 대두되면, 해당 경영진은 여론을 그대로 읽고 해석해 내기 어려워진다.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은 옆으로 치워진다. 리콜 대신 수면하에서 A/S를 진행해 보자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그 것이 완벽한 소비자 보호 조치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낸다. 여론 앞의 객관식 해답 찾기에 선택지가 더욱 더 늘어나는 형국이 된다.

일부는 해당 제품 판매를 먼저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다. 일단 문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 후 경영진은 제품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 몇몇을 잘 관리해 보자는 의견을 낸다. 그들에게 상당 수준의 대체제품을 지원해 불만을 관리해 보자는 것이다. 일부는 그와 함께 A/S를 시행하면, 추가 여론 확산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처방을 낸다.

경영진은 그렇게만 잘 되면, 올해 매출과 이익은 보장될 것이고, 대표이사 부담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공유한다. 경영진은 자신이 최선의 위기관리 방안을 찾았다 안도한다. 더 이상 여론 확산만 없게 만들면, 법이나 원칙에서 정한 소비자 보호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부담 느낄 필요도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 추가 문제가 없다면 그 기업에서는 이번 대응을 전략적으로 잘 한 위기관리라 부를 것이다. 반면, 이후 추가 문제가 더 불거지고, 내부 고발이 이어지고, 실제 소비자 피해가 가시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그 기업은 재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 단, 중대 변수들이 문제다. 중대 변수를 이기는 힘은 원칙에서 나온다. 그 때 그 때 여론을 읽고도 좌고우면 하는 이유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위기관리 실패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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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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