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sis

8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오너 위기관리를 위한 십계명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연이어 발생되는 기업 오너들의 다양한 부정 이슈 케이스들을 들여다 보자. 그런 오너 이슈 하나 하나를 보면 그리 낯설어 보이거나 별로 새롭지가 않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고, 간간히 드러나 이미 크고 작은 문제가 되었던 유형들이다.

그 중 일부는 타사 이슈라 자사와는 상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발생했을 수도 있다. 또 일부는 타사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저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무관심으로 일관한 것이 문제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오너에 의해 발생되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위기관리 차원에서 사전 위기관리가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라고 하는데, 과연 오너 위기에도 그런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실제 오너 케이스를 다루어 본 경험에 의하면, 그러한 사전 위기관리는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불가능하다. 즉, 언젠가는 해당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 이후를 대비하며 사내 위기관리 체계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 상책이라는 의미다.

기업 오너와 관련된 위기. 발생하게 되면 즉시 따라야 할 위기관리 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1. 6시간 내에 원점관리하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항상 오너 관련 위기에는 ‘원점’이 존재한다. 그 원점이란 피해를 주장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오너와 회사에 공격적인 불만을 토로하며, 언론을 비롯한 여러 규제기관에게 문제를 제기 확산하고 있는 주체다. 그 원점을 파악한 직후 6시간내에 그 원점을 만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원점이 원하고 바라는 바를 압도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크게 불거진 오너 관련 위기는 오너나 회사가 이 원점관리를 하기 싫어했거나, 피상적으로 했거나, 너무 늦게 실행한 케이스들이다.

  1.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하라

정신이 없다. 문제가 불거져 온라인과 언론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이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고민만 한다. 일단 변호사를 구해야 한다. 오너 위기의 대부분은 결국 법정에서 최종 결론이 난다. 그 이전에 언론을 비롯한 각종 규제기관들이 개입한다. 다양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제대로 검증된 훌륭한 변호사 없이 이 모든 대응 작업을 제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너께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해 미리 준비해야 결과가 좋다. 필히 오너 개인 돈으로 고용해야 한다.

  1. 여론 감각을 극대화 하라

억울하다 하실 것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떠 돈다 분개 하실 것이다. 이때 여론 감각이 필요하다. 일단 실제 재판장에 가기 위해서는 항상 여론의 법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 완벽하게 유죄가 인정되어 버리면, 실제 재판장에서의 무죄 판결도 별 의미나 가치가 없게 된다. 최근에는 여론의 법정이 실제 재판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명심해야 한다. 여론의 법정은 재심(再審)이 없다. 또한 권투경기처럼 12라운드를 KO 당하지 않고 견뎌야 그나마 판정도 기대할 수 있다.

  1. 기자회견이나 사과문에는 필히 원점과의 화해를 명기하라

무조건 사과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머리를 숙이는 연습만으로 완벽하지 않다. 실패하는 기업들은 사과 기자회견이나 사과문에서 미래형 어미를 주로 사용한다. “찾아 뵙고 사과 할 예정이다” “손해 배상을 할 계획이다” 이런 미래형은 좋지 않다. 앞에서 원점관리를 강조했다. 기자회견이나 사과문 공히 완료형 어미를 써야 낫다. “찾아 뵙고 사과 했습니다” ”손해배상을 했습니다”가 훨씬 유효하다. 일부 성공 사례에서는 직접 해당 원점을 기자회견에 초청하기도 했다. 화해를 마쳤던 거다.

  1. 비선라인을 제한하라

오너 스스로 명심하셔야 할 부분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도와주겠다는 지인들이 나타난다. 오너 스스로도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여러 지인에게 연락을 취할 것이다. 전현직 고위 관료나 규제기관장 그리고 정치인들이 일반적 대상이다. “병은 자랑하라”는 말이 있다. 그 병을 알게 된 지인들이 도움을 주거나, 스스로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절제 할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오너 관련 위기는 자랑 할 거리가 아니다. 일단 지인이나 비선이 개입하면 더 일이 꼬인다. 검증된 창구로의 일원화와 극소수 인력으로 수면 위에서 담담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훨씬 깨끗하다.

  1. 오너 개인과 회사 법인을 분리하려 노력하라

가능한 분리해야 산다. 분리하려고 노력해야 예후가 좋다. 오너 때문에 자사 제품 판매가 반 토막 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회사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불매운동 피켓 시위를 하게 하면 안 된다. 사과문의 경우 그 사과문을 발표한 주체를 정확하게 오너 자신으로 명기하자. 실패한 많은 케이스들을 보면 법인이 오너 대신 사과한다. 임직원들이 동시에 대신 사과한다. 오너의 아드님이 대표이사라서 대신 사과한다. 이는 가장 흔한 치명적 실수다.

  1. 오너가 직접 앞에 나서라

무조건은 물론 아니다. 위기 상황의 수준을 잘 판별해 결정하라. 경찰이나 검찰에서 출두 명령이 오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언제 어떤 장소에서 어떤 형식으로 오너가 직접 앞에 나서야 하는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위기관리 전문가나 언론홍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조사기관 출두 때 처음 언론 앞에 나서는가, 아니면 그 이전에 책임을 표명하고 사과하면서 사전에 언론에 나서는가는 전략적인 다름이다. 핵심은 오너께서 직접 앞에 나서는 것이다. 숨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 오너께서 최대한 훈련 받아야 한다

사과 기자회견이나 조사 기관 출두 시 오너께서 하시는 말씀은 매우 중요하다. 얼굴 표정, 머리를 숙이는 방식, 말씀하시는 자세, 그리고 메시지들은 오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핵심 중 핵심이다. 공감을 표현하고,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 하고, 인간미를 극대화해 표현하고, 개선책과 재발방지책을 이야기하는 모든 과정은 훈련되어야 한다. 모든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연출(준비)의 과정이 필요하다. 준비하면 더 낫다.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너의 메시지나 태도가 다시 구설수에 오른다.

  1. 로드맵을 짜라

오너 관련 위기 케이스들을 보면 전형적인 상황 전개 프로세스가 있다. 성공과 실패 케이스들간에는 해당 논란을 어느 단계에서 멈추게 하였는가와 얼마나 이해관계자 개입을 전략으로 제한했는가에 다름이 있다. 문제가 불거지면 바로 향후 발생할 시나리오들을 정리해 로드맵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언론 노출-온라인 확산-원점의 노출-언론과 온라인의 관여 증가-고소 고발-조사기관 개입-정치권 또는 시민단체 개입-법적 다툼과 판결 등 대략적 흐름 사이에도 여러 변수들과 이해관계자 전망들이 있다. 로드맵을 가지고 길을 가는 회사와 로드맵 없이 그 때 그 때 두리번 거리며 길을 가는 회사간에는 큰 다름이 있다. 일단 오너께서 과도하게 불안해 하신다.

  1. 뭐든 신속하게 하라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너 위기관리에서 시간은 독이다. 대응 없이 시간이 흐르면 분명 그 시간은 독이 된다. 예전에는 일간지 마감 시간을 중심으로 위기관리가 흘렀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과 각종 소셜미디어 흐름에 따라 위기관리가 흐른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허비하는 시간은 치명적이다. 입장 정리 못하고, 주저하고, 원점 관리 싫어하고, 메시지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왈가왈부 하는 모든 시간이 독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빨리 대응해야 한다. 평소 관심 가져야 하는 부분이 이 시간관리다. 준비되어 있고,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마가 타있다면 대응 시간은 최소화 된다. 오너가 문제 직후 스스로 나서 전략적 결정을 단박에 하시면 시간은 대폭 줄어든다.

이상의 오너 위기관리 십계명은 실제 대응 시 절대 지켜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전제하고 철저히 준비하라는 의미다. 발생을 미연에 막을 수 없다면, 그 후에라도 잘 관리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하기 보다,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위기관리는 곧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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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9편] 우리라면 다를 수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경쟁사가 요즘 골치 아픈 이슈로 고생 하고 있습니다. 계속 헛발질 대응을 하는 거죠. 사실 그 이슈는 업계 전체의 관행 비슷한 것이거든요. 막상 저희에게도 그런 이슈가 똑같이 발생하면 딱히 다른 대응이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 경우 우리가 어떻게 해야 좀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경쟁사나 유사 업종 기업 또는 전혀 다른 업계 기업들에게 발생한 실제 위기 케이스를 분석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교사로 삼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케이스 분석을 아주 체계적으로 해 실제 자사의 위기 요소 진단 기반으로 삼거나, 개선 주제로 공유하기도 합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런 것들은 대단히 발전적인 노력입니다.

이들 기업을 보면 일반적으로 각 케이스를 분석해서 대응전략이나 활동에 대한 장단점을 정리하는 작업을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케이스를 두고 “평소 컴플라이언스 체계에 대한 관심 및 투자 부족”을 문제로 지적 합니다. 잘 된 대응으로 “신속한 로펌 선정과 협업 체계 수립으로 체계적 대응”을 꼽기도 합니다.

이런 분석 보고가 공유되면, 사내에서는 VIP가 위기대응그룹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컴플라이언스 체계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지?” “그 회사나 다른 경쟁사들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는지 조사 좀 해 봐요” “혹시 모르니까 공정위쪽 정통한 로펌을 미리 알아보고,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면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는 또 하나의 강화나 개선 작업이 진행되게 됩니다.

질문하신 바 같이 그 경쟁사도 현재 ‘골치 아픈’ 이슈를 그런 방식으로 내외부 협업을 통해 고민해 대응하고 있으리라 보여집니다. 그러나 그 대응 방식이 제대로 된 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게 문제 같습니다. 질문의 핵심은 우리 회사가 지금 그 회사와 동일한 이슈에 처했을 때 무언가 다른 대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소위 ‘무언가 다른 대응’이 스스로 실행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그 이슈를 관리하고 있는 회사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상당한 논의와 고민을 거쳐 대응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그 어떤 새로운 대응 전략이나 방식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응하는 세부 방식들을 보면 더더욱 다름을 찾기는 힘듭니다.

즉, 일반적 고민으로는 다름을 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나 실무 선에서 어떤 다른 전략과 대응을 고안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정말 다른 대응이 가능해 지려면 그것은 전적으로 ‘VIP의 다른 의사결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유사 이슈에 다른 대응이란 불가능합니다.

만약 VIP의 전혀 다른 의사결정만 새롭게 내려진다면, 실제 해당 이슈에 대한 대응 전략과 실행은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사의 경우 자사 제품 하자로 인한 소비자 피해 주장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소송으로 진실을 따진다는 전략과 대응 실행을 하고 있다 가정해 보시죠. 그 회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비난을 받고 그로 인해 실제 매출에도 타격을 입는 등 부정적 결과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 회사에게 유사한 이슈가 발생하면 어떻게 달리 대응해야 할까 질문 하는 겁니다. 그 때 VIP께서 “우리 회사는 고객이 가장 최우선이니, 고객이 피해를 주장하면, 일단 고객편에 서서 판단합시다”라는 의사결정을 해 주는 거죠. 그렇게만 되면 상당히 다른 대응이 가능해 집니다.

경쟁사는 최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고, 피해 주장 고객에게 법적 대응을 중심으로 가겠지만. VIP가 다른 의사결정을 내린 회사는 오히려 피해 주장 고객을 회사 임원이 만나고, 여러 전문가들과 그 피해에 대해 같이 논의하고, 원인을 함께 규명하는 실행을 하게 될 것입니다.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선의 관점에서 지원 하면서 지속적 대화를 진행하게 되겠지요. 분명 이런 대응 전략과 실행에는 다른 결과가 생산될 것입니다.

모든 다름은 VIP의 큰 의사결정 때문입니다. 그것 없이 실무그룹 차원에서 무언가 창의적 대응 전략이나 방안이 나오기는 힘듭니다. 비슷한 이슈나 위기를 여러 회사가 유사 대응해 공히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 그것 때문 입니다. 즉, 각 회사의 VIP가 모두 비슷한 의사결정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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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8편] 어차피 법정으로 갈 위기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이슈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너무 강하게 나오고 있어요. 언론도 그렇고, 시장에서는 불매운동까지 갈 것 같고요. 이런 경우 어차피 법정에서 책임 유무가 가려질 텐데요. 위기관리 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기업 이슈나 위기는 지금 말씀하신 그 단계들을 정확하게 거치면서 발전 됩니다. 최초에는 ‘원점’이라고 불리는 문제 제기자나 그 그룹이 존재합니다. 그 원점이 얼마나 강력하고, 확산 역량이 있고, 적대적인지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첫 작업입니다.

위기관리의 성패는 그 원점을 초기에 얼마나 잘 관리해서, 그들의 적대감이나 문제 확산 의지를 감소 소멸 시키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이 초기 가용 가능한 모든 기업 역량을 집중해서 해당 원점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그 원점관리 노력이 일부 또는 상당부분 실패해서 해당 문제가 언론이나 온라인을 타게 되면 그 때부터는 거실(living room) 관리가 위기관리의 핵심이 됩니다. 기존에 홍보실에서 생각하는 위기관리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가능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관리하고, 전체 부정기사의 분량이나 부정 수준을 감소 시키는 작업이 되겠습니다.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거실’에서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한 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실에서의 여론을 관리하는데 실패가 있었다면, 그 후 부정적인 영향은 시장을 향하게 됩니다. 문제가 발생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상당기간 팔리지 않게 됩니다. 각종 사회단체들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 불매운동의 희생 기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팔리지 않는 제품들로 인해 리콜과 같은 처지가 되어 버립니다. 실적에 일정 수준 이상의 타격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는 시장에서의 불매 분위기를 관리하려 애씁니다. 그런 여러 노력과 커뮤니케이션이 이 단계에서 위기관리의 핵심이 되겠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법정으로 문제 이슈가 넘어가는 단계입니다. 법적 판단을 받아 보아야 해당 이슈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것이죠. 이렇게 된 경우는 대부분 앞서의 원점관리, 거실관리, 시장관리 노력들이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앞 부분의 실패가 없었다면 문제가 법정으로 넘어오는 경우는 상당수 줄어들게 됩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단계별로 효과적인 대응 실행을 각각 해 내는 것을 위기관리라 합니다. ‘어차피’ 법정에서 끝날 이슈라 하면서 그 이전의 단계 관리들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상황의 진전을 방치하는 것은 위기관리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단계별로 관리해야 할 것을 하나 하나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위기관리입니다.

원점의 활동성을 그대로 놓고, 거실과 시장으로의 이슈 전이를 바라보기만 하면서, 미리 법정에서의 다툼을 준비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위기관리입니다. 그 때 그 때 단계별로 관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어차피’ 결국에는 법정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부정 이슈라고 해도, 원점, 거실 그리고 시장에서의 위기관리 노력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에 따라, 법정에서의 부담도 당연히 줄어 들게 됩니다. A or B or C or D라는 개념이 아니라, A and B and C and D라는 개념을 가져야 위기는 관리 됩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좀 두고 봅시다” “현단계에서는 할 일이 없어 보이고, 법적인 대응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좋겠어요”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 질 겁니다” “우리 책임이 없다는 걸 곧 알게 될 겁니다.” ‘어차피 무얼 해도 법정으로 가게 되는 겁니다 이번 건은…” 이런 이야기들이 내부에서 여기 저기 나오게 되면 이미 위기관리에는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위기관리는 위기 시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하려는 집중적인 노력을 의미합니다. 원점관리, 거실관리, 시장관리, 법정관리 그 각각에 있어서 단계별로 피해를 최소화 시켜 그 다음 단계로의 발전 동력과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려는 노력이 필요 할 것입니다. 위에서 예로든 ‘어차피’라는 태도는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태도로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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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1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7편] 공중이 전혀 이성적이지 못하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우리 제품을 사용하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는 고객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그게 우리 잘 못은 아니라는 게 우리 입장입니다. 고객은 배상을 원하지만, 우리는 법정에서 우리 책임을 따질 생각입니다. 문제는 언론과 온라인인데요. 왜 언론이나 공중이 이성적이지 못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공중은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거나, 과학적 지식이 충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마 기업 내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도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많을 겁니다. 이 논쟁은 ‘옳고 그름’의 이슈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의 이슈입니다. 그러니 그냥 그대로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고객이 자신의 피해에 대해 감정적 대응을 해 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이 또한 이해하셔야 비로서 위기관리가 시작 됩니다. “개인인 고객은 감정적일 수 이다 해도, 기업이 어떻게 감정적으로 그에 대응 하겠는가. 기업은 최대한 이성적이어야 한다.” 이런 말도 들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케이스마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아닙니다.

피해를 입었다 주장하는 고객,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언론이나 공중의 반응이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 한다면, 그것이 바로 위기관리 관점에서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현실을 외면해서는 위기관리가 될 수 없습니다. 그에 반해 맞서 다투려 한다면 더더욱 해당 기업이 입는 피해는 방대해 질 것입니다.

위기관리란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입니다. 만약 위기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예상했던 피해 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었고, 그 피해가 발생한 기간이 상당기간 장기화 되었다면 해당 활동은 위기관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전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피해 주장 고객, 이를 바라보는 언론이나 공중이 이성적이어야 하는가, 감정적이어도 되는가…이런 류의 논의는 위기관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빨리 그 현실을 그대로 이해하고 그 자체를 관리하려는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해당 논란의 핵심인 원점(source)은 무엇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피해를 입었다 주장하는 ‘고객’입니다. 이 살아 움직이는 원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위기관리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고객이 감정적이라고 비난해도 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고객이 주장을 철회하고, 불만을 자제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그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면, 원점인 그 고객에 대한 관리는 분명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순서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관리 실행입니다.

언론과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과, 법적에서 책임을 다투는 것 등은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입니다. 전략적으로 약간의 시차를 두고 거의 동시처럼 보이게 진행 할 수도 있습니다. 수면 위와 아래의 전략을 달리 해 투 트랙으로 위기관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수면 하에서는 원점관리에 집중하고, 수면 위에서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언론과 공중들이 감정적이라는 이야기는 직간접적으로라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이런 현실적 목적 그리고 고민들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일부는 거부감을 느낍니다. 오직 하나의 트랙으로 자사의 입장을 견지하려고만 합니다. 치킨 게임 또는 제로섬 게임에 회사의 운명을 겁니다. 고객과 언론 그리고 공중을 비난합니다.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자는 입장에도 집착 합니다.

얼핏 보면 상당히 그런 대응 전략이 그럴 듯 해 보입니다. 변호사들이나 외부 컨설턴트들도 그런 하나의 트랙 전략을 많이 조언합니다. 위기관리 그 자체가 아니라 대응 방식에 있어 하나의 트랙을 관리하는 게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단순 전략은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문제가 풀리더라도 상당 기간이 지난 후이며, 그 기간 동안 회사는 엄청난 데미지를 입고 나서가 됩니다. 위기관리 목적에 기반하지 못한 실패한 실행입니다.

위기가 지나가면, 그 위기가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 보다 그 위기를 해당 기업이 어떤 식으로 대응했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는 중요한 교훈입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경영자들과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두려워해야 할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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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VIP위기관리,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오너가 촉발시키는 ‘사회적 공분(公憤)’은 왜 이렇게 자주 발생할까? 그리고 왜 그렇게 끊이지 않을까? 기업의 리더라면 사회적 명성을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이 항상 조심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게 되는데, 왜 그런 문제들이 생기고, 바로 사회적 공분으로 연결되어 불과 며칠 만에 파국으로 결론 나 버릴까?

그 이유들 중 하나로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바뀌었다는 것에 주목해 보자. 그 사회의 변화에 따라 미디어들이 바뀌었다. 물론 변화된 미디어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들이 포함된다. 그에 따라 공중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둘러 보면 불과 수년 사이에 상당히 많은 환경이 바뀐 셈이다.

이 엄청난 변화 속에서 회사만 바뀌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owner)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 핵심이 있다.

한국만 이렇게 오너 위기(owner crisis)에 시달리고 있을까? 역사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이런 유사한 위기들이 없었을까? 글쎄다. 사람과 사회가 변화해 나감에 따라 기업도 변화하는데, 어떻게 이런 위기가 한국뿐이겠는가. 기록을 보면 예전 해외 선진국의 그들도 많이 그랬었다.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을 때려 문제가 된 오너들이 한국에서 지탄 받고 있지만, 아주 예전 미국에는 사적으로 고용한 용병들을 사용해 파업하는 광산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한 기업 오너도 있었다. 일본에는 직원들을 도제화한다며 ‘하인’처럼 훈련 시키는 기업들도 아직 존재한다. 역사와 사회와 미디어 환경만 다를 뿐 어디에나 오너 위기란 존재하고 발생한다.

그럼에도 사회와 기업이 발전하고 성숙 되면서 그 횟수나 유형들은 상당 수준 잦아들고 관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한국 기업들도 앞으로는 그렇게 더 나은 방향으로 성숙 될 것이다. 숙제는 그 때까지 걸리는 길고 긴 시간 동안 위기는 계속 될 텐데 기업의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그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다.

오너 위기는 위기 성격상 기업 차원에서 사전에 방지하거나, 완화시키거나 하는 것이 힘들다. 불가능하다. 사내 구조와 문화상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애석하지만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앞으로 그런 위기의 발생을 대비해 미리 대응을 준비해야 할 뿐이다. 아무래도 준비되어 있는 대응은 공분을 관리하며 성공 확률을 높인다.

한국 기업의 오너 위기와 위기관리. 그간 여러 케이스들을 대상으로 공통적인 유사점들과 습관들을 모아 봤다. 물론 이 항목들은 대부분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Don’ts)에 해당한다. 일단 오너 위기관리에서 성공한 케이스 수가 매우 적으니 대부분 따라 하면 안 된다 생각하고 의미를 새기면 좋겠다.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공분은 관리된다.

항상 VIP는 늦게 등장한다.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후 공식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화자(話者)가 자신이 아니다. 항상 놀라는 부분이다. 사내에서는 이를 일종의 의전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누구를 막론하고 문제를 일으킨 자가 가장 먼저 앞에 나와 커뮤니케이션 해야 맞다. 이를 가시성(visibility)이라고 한다.

VIP가 해야 할 사과를 법인이 한다.

당연히 앞에서와 같이 VIP가 늦게 등장하시니 급한 법인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돌리며 ‘대신’ 먼저 사과한다. 법인 조차 늦게 사과하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라는 직원들의 생각은 이해된다. 심지어 오너의 개인적인 성추행 논란에 대해 임직원명의로 사과 한다. 완전한 희극이 된다. 오너는 그 스스로 법인이 아니다. 오너의 실수로 법인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오너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인만 대신 나서서 성공한 오너 위기관리는 없다.

원점관리를 어려워한다.

오너가 만든 문제를 임원들이 가서 풀려 하니 어렵다. 화가 나 있는 이슈 확산자(비서,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들이 오너를 직접 보고 사과 받겠다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임원들에게 교섭권한을 주지도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집 앞이나 직장 앞에서 대기하고 하는 정서적인 접근을 한다. 말로 주고 되로만 갚겠다는 심산인 꼴이 되니 원점은 관리 될 리가 없다. 한편 오너가 지닌 억울함과 흥분을 관리하는 것도 직원들에게는 원점관리가 된다.

최초 홍보실 해명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축소된 채로 진행된다.

사건 현장에 홍보임원이나 홍보팀장이 있지 않았을 때 말이다. 그 당시 주변에 있었던 임원들의 전언을 듣거나, 흥분해 있는 오너의 개인적 상황 설명을 듣고 이를 전하니 대부분 팩트가 아닌 해명이 초기에 진행된다. 예를 들어 “손에 들고 있던 잡지가 상대의 뺨을 스쳤다” “때리긴 했는데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 “정확하게 고환을 찬 건 아니다” “술 취한 여직원을 쉬게 하려 했다” 같은 해명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기자들이 피해자에게 듣고, 경찰에게 듣고,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취재해서 알고 있는 상황보다 형편없이 이해가 적다. 결국 회사는 오너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공범 집단이 되어 버린다. 법인 차원에서는 이를 필히 경계해야 한다.

해명이나 사과 메시지가 일반적이지 않다.

어떤 회사에서는 오너가 홍보팀에게 직접 해명문을 써주기도 한다. 해명문의 핵심은 오너의 의중을 철저하게 반영한다. 내부에서 누가 아무리 “이런 표현은 위험합니다”해도 좀 더 강력한 항변을 원하는 오너의 의중을 거스르기 힘들다. “내가 잘 못했나?” 하는 물음에 “예, 크게 잘못하신 겁니다.” 할 수 있는 임직원이 없으면 해당 메시지는 산으로 간다. 엉뚱한 사과문구에 언론과 온라인 소셜미디어 공중들은 다시 분노한다. 겉잡을 수 없이 긁어 큰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사과가 피상적이다.

어떤 회사 오너는 기자들 앞에 나와 “죄송합니다”라는 핵심 메시지만 수 십 회 반복한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하지 못한 채로 임직원들이 회장과 함께 단체로 머리를 조아린다. 죄송하다는 이야기만 할 뿐 정확하게 누구에게 죄송하고, 어떤 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해를 끼쳤다는 명시가 대부분 흐릿하다. 문제의 원점인 그들에게 먼저 머리를 숙여 사과해야 하는데, 기자들에게 한다. 이 부분은 공히 반복되는 해프닝이다.

“사과했다”하지 않고 “사과 할 것” 또는 “사과합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미래형이다. 기자들도 알고 모든 국민들이 이미 다 알아버린 자초지종인데, 그때 앞으로 나와서 “사과드릴 것”이라는 뒤 늦은 미래 의지를 나타낸다. 기자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사과합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어떤 케이스에서는 자신이 만든 위기에 대해 거래처, 파트너, 투자자들과 주주들에게 사과한다. 이슈확산자(비서,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는 그 자리에 없다. 기자들은 상황과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므로 “이미 사과했습니다”같은 완료형이 옳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개인적으로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하겠다는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 다음은 채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오너의 개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공개사과는 그리 적절하지 않다고 보여진다. 물론 그 사과도 일부 언론에서는 받아 기사화 해 주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법인의 오너로서 정상은 아니다. 아직까지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언론을 통해서 온라인 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적절하다.

사과는 하는데, 개선 의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

최소한 개선의지를 해석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이 사람과 법인이 꼼수를 쓰고 있구나’하는 감을 가지게 하면 안 된다. 해당 이슈의 중대성에 비추어 적절하거나 그를 상회하는 수준의 개선조치라면 위기관리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원점관리에 드는 비용도 그런 기준이 기본이다. 잠시 자리를 떠나 있겠다는 의지라던가, 그냥 말로 해서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겠다는 의지가 투영되면 힘들다.

추가 개입 이해관계자들이 문제인데, 이에 대한 대비도 늦다.

대부분의 오너 위기를 보자. 먼저 이슈확산자(원점)의 활동이 진행된다. 짧은 시기이지만 감지 가능하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미디어발로 기사화 된다. 이후 폭발적으로 확산 된다. 이 또한 감지 가능하다. 법인 차원이나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가 진행된다.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되고,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전직 직원, 이전 피해자, 증언자, 내부고발자)이 나타나서 이슈를 키운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경찰, 검찰, 국세청, 공정위, 노동청, 관세청….등등의 수사권을 가진 규제기관들이 개입한다. NG와 거래처들이 단순 피켓팅을 넘어 소송으로 개입한다. 초기 오너 위기관리를 진행하면서 추후 예상되는 추가적인 이해관계자 개입에 대한 감각과 대비 등이 진행되는 곳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규제기관 조사 대응 때는 반대로 개인 대응이 주를 이룬다.

일부 법인 차원에서 대응이 이루어지는 그룹사들도 있지만. 중견그룹이나 중소기업 오너 위기관리 때는 약간 다르다. 그간 초기에 대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법인이 중심이 되지만,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조사 출두 명령이 떨어지면 오너는 개인적 대응을 시도하곤 한다.

이미 회사에 큰 데미지가 온 상태인데도 해당 조사에 대한 대응은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를 구해 상담을 받는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자문 받는다. 청와대, 국회, 검찰, 경찰, 공정위, 국세청…등등을 망라해서 해당 기관 출신 지인들에게 개인적 SOS를 친다.

국민들의 주목이 이미 생겨버린 이슈에 대해서는 이들도 흔쾌히 나서기 힘든 상황인데도 도와달라 한다. 최초에는 오너의 개인 대응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작해 문제를 풀고 사후 규제기관 대응에는 법인차원의 (협력된) 지원을 받는 것이 정석이다.

문제가 해결되거나, 이슈가 잦아들면 사후 급속 명성관리에 힘쓴다.

보통 이럴 때 사용되는 것이 ‘흔적 지우기’다. 온라인상에서 여러 노력들이 실행된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라?’하는 공중들의 기억을 원하기 때문에 흔적을 지우려 한다. 단기적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을 강화해 보기도 한다. VIP의 이미지를 새롭게 업그레이드 하려고 하는 곳도 있다. 홍보실을 대폭 개편(?)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상당기간 자숙하는 모습이 정석이다. 공중들의 기억을 제대로 지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더 긴 시간, 그리고 더 큰 예산, 그리고 더 지대한 노력이 수반된다. 흔히 공유되는 워렌 버핏의 명언이 있지 않나.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란 세월이 걸리며,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 분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앞으로 다시 20년은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공중들이 그런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다 라고 답변한다. 이는 단순하게 언론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를 철저하게 물샐 틈 없이 완벽하게 틀어 막아버렸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미디어는 통제할 수 없다.

“그럼 일단 위기가 공중들에게 알려진 후에는 어떤 위기관리가 가장 잘 된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렇다. “공중들에게 공분(公憤)이 생기지 않도록 단기간에 이슈를 종결 시키려는 모든 노력을 행한 위기관리가 성공한 위기관리”라고 답할 수 있다.

오너 위기관리에 대한 성공 기준도 마찬가지다. 오너 위기관리에서 오너가 직접 마주하고 관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공분(公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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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새로운 국가재난관리의 체질을 위한 5대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정권이 교체되었다. 새 대통령이 취임했고, 새 총리와 새 정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굳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새로워지고 있다. 국가재난관리체계에도 새로운 메쓰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이전 정부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급조한 국민안전처가 어떤 형태로든 탈바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민안전처가 진행해 온 여러 사업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해당 부처는 일종의 ‘재난관리 홍보처’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완전한 의미의 재난관리 개념과는 거리가 있는 활동들을 상당수 진행했다. 급조된 태생적 한계 때문일 수도 있고, 여러 부처 조직들이 뭉쳐있어 내부에서 한가지 방향을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느렸고, 부정확 했으며, 국민들이 그들의 역량에 의문을 자주 가지게 했다. 일단 새롭게 탈바꿈될 부처이기 때문에 이전 활동들은 그냥 그랬었다 정도로 남겨두자.

숙제는 이제부터다. 필자는 기업 위기관리 워크샵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만약 세월호와 같은 대규모 선박 침몰 사고가 지금 이 시간에 다시 발생한다면 2014년 그 때보다는 훨씬 더 많은 승객 구출을 해 낼 수 있을까요?” 수많은 기업 대표와 임원들은 거의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들이 보기에 정부의 재난관리 역량이 그 때와 지금이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필자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그 때 이후 실제 현장에서 어떤 재난관리 역량의 급성장이 있었는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하에서는 재난관리도 새로운 체질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재난관리 실패가 국가적 비극으로 오래 지속된 것과 같이 앞으로 또 어떤 대형 재난이 새 정부의 생사 또는 성패를 가를지 모른다. 2014년에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치자. 그때는 운이 없었다고 치자. 그 때는 일선 인력들이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었다고 치자. 그러면 지금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운에 기대지 말고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적시에 할 수 있어야 한다. 일선의 인력들은 그때 보다는 훨씬 더 낫게 대응 해 재난을 관리하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국가재난관리 체질에 있어 몇 가지 의견을 정리해 본다.

첫째, 국가재난기관이 어디가 되든 ‘홍보’하지 않게 하라

물론 미국의 FEMA(미국연방재난관리청)에도 커뮤니케이션 예산이 있고, 평시에 커뮤니케이션과 트레이닝 업무가 핵심 업무들 중 하나이기는 한다. 그러니 ‘홍보하지 않게 하라’는 말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국가재난관리 기관이라면 두 가지 큰 커뮤니케이션 주제가 있다.  그 첫째가 국가재난 예방이나 재난관리를 위한 ‘국민행동요령’이다.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한 재난관리 업무의 일환이다. 둘째는 국가재난관리 부처가 어떤 새로운 국가재난관리 체계를 만들었는지, 어떤 투자를 해서 국민의 안전보호에 있어 큰 진일보를 이루었는지 새로운 체계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이는 발전한 국가재난체계를 국민들에게 교육한다는 목적이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그 이외에는 대부분이 말그대로 ‘홍보’이니 자제하라는 것이다. 왜 해당 부처가 잘하고 있는지를 국민들이 알아야 하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부처는 당연하게 일을 잘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부처 홍보가 왜 필요한가 말이다. 또 왜 해당 부처 핵심 고위 공무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특별히 국민들이 알아야 하나? 당연한 것인데. 부처 자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인 ‘홍보’을 하지 말고, 국가재난관리와 국민을 위한 ‘재난 커뮤니케이션’에 열중하라는 것이다.

둘째, 실전 역량으로 말하고, 성과로 입증하게 하라

국민과 새 정부는 국가재난관리 부처에게 지속적으로 물어보아야 한다. 세월호와 같은 대형 선박 사고가 다시 발생한다면, 현재 일선에서 완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이 있는지 물어야 한다. 원전사고가 난다면 어떨까 질문해야 한다. 피해가 광범위한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무엇을 그들이 할 수 있을 것인지 물어야 한다.

그에 대해 국가재난관리 부처는 성실하고 정확하게 답해야 한다. 없는 역량은 없다. 부족한 장비와 물자는 부족하다 해야 한다. 사실 아직 체계가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한 대응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이 그리고 얼마가 필요하고 어떤 로드맵을 따라야 한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에 기반해 국가와 국민은 생존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두어 국가재난관리 부처를 지원 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 실전 역량을 점검하게 하고, 그에 기반한 지원을 통해 실전 역량을 새롭게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간의 지원과 투자를 재난 시 성과로 보답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도 그렇듯, 국가재난관리는 ‘돈’이 한다. 관심만 가지고는 힘들다. 관심만으로는 되는 것이 없다. 국가재난관리 부처는 그 ‘돈’을 달라고 새 정부와 국민들에게 요청해야 한다. 먼저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그전에 그럴 만 해야 한다.

셋째, 컨트롤 타워 타령이나 핑계는 그만하자

우리나라에서는 위기가 발생하면, 사후 평가를 하며 항상 비슷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만들자.” “컨르롤타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를 만들자.” “컨트롤타워가 너무 많았다. 컨트롤 타워를 컨트롤 할 그랜드 컨트롤 타워를 만들자” 이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동일한 지적을 하며 재난관리 주체를 비판한다.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다.

만약 그렇게 컨트롤타워가 문제라면 왜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갖추지 못했을까가 더 문제다. 컨트롤 타워가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국민이나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평소에 무엇을 했느냐가 더 위험한 것이다. 만약 컨트롤타워가 평소 잘되어 있다, 잘 할 수 있다 했다가 실제 재난 발생 시 전혀 역할을 못했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문제는 ‘컨트롤타워’ 자체가 아니다. 컨트롤타워가 중요하다 생각하면서도 컨트롤타워에 대해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는 습관이 문제다. 이전 정부에서는 어땠나? 자신이 컨트롤타워의 수장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고위공무원도 있었다. 컨트롤타워가 정부 조직상 종류가 너무 많아 누가 수장이고 누가 구성원인지 헷갈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종이 매뉴얼이나 조직 규정에만 있는 컨트롤타워가 실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 자체는 ‘미신’이나 ‘병’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재난이 발생하고, 그 관리가 어처구니 없이 진행되면 여지없이 동일한 변명이 나온다. ‘컨트롤타워 부재’가 아주 효과적인 변명인 셈이다. 실제로 문제 있는 의사결정과 대응을 한 많은 관련자들은 컨트롤타워라는 개념만 끌어다 십자가에 못 박으면 되었다. 국민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컨트롤타워에 대해서만 손가락질 하며 욕했다. 그러고는 시간이 흐르면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변명과 손가락질과 욕은 지속 반복되었다. 이 정도 되면 집단적으로 ‘병’에 걸린 셈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다시는 재난 관리 이후 컨트롤타워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 문제가 없도록 살피고 노력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한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그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 창피해” 해야 맞다.

넷째, 대통령이 곧 재난을 관리 한다

대통령에게 침몰하는 선박을 직접 손으로 끌어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전사고나 지진을 몸으로 막아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느 헐리우드 영화처럼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날아오는 운석에 몸을 날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대표나 오너가 빠져있는 위기관리는 그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다. 기업에서도 실제 대표가 일선에 나서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주 깊은 의미가 있다.

만약 위기관리를 ‘시스템’이라는 것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 ‘로봇’이나 ‘기계’들이 맡겨진 일을 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기업의 대표나 국가의 대통령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개념은 그 빛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위기나 국가의 재난이나 공히 ‘사람’이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표, 오너, 대통령의 ‘관심과 관여 그리고 관제’가 매우 중요한 실제 역량으로 빛을 발하게 된다.

재난 시 일선에서 “이건 이래서 어렵습니다” 하는 보고를 들은 대통령은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다. 오히려 “할 수 있는 방법이 뭡니까?”라고 물어 볼 수도 있다. 그래야 재난을 관리하는 일선에서는 “이렇게 이렇게만 지원된다면 할 수 있겠습니다”라는 긍정형 보고가 가능해 진다. “그건 왜 안 되는 건가요?” “그건 누가 해서 그렇게 문제가 된 건가요?”라고 묻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기업 위기나 국가재난관리에서나 발생 초기부터 대표, 오너,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관여해 해결책을 같이 찾아 관제하며 지원 조치했는데도 실패했다면, 그 것은 ‘사람’의 힘으로서 애초 관리가 불가능했던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 정도가 되면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는 논란의 주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반대이기 때문에 항상 발생한다.

마지막 다섯째, 국민이 재난을 관리하는 일선이다.

손가락질 하는 것은 재난관리가 아니다. 컨트롤타워가 문제라며 욕하는 것도 재난관리가 아니다. 재난관리에 실패했으니 VIP가 책임을 지라 주장하는 것도 사실 제대로 된 재난관리는 아니다. 재난관리는 일선에서 국민이 먼저 해야 성공한다.

한 역사학자는 우리의 역사는 정부에 의지해 국난을 극복한 경우보다 국민들이 스스로 일어나 외부의 적과 맞서 싸우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 극복한 경우가 더 많다 이야기한다. 국가재난관리 관점에서도 국민들의 그런 관심과 참여는 매우 중요한 핵심 역량이다. 국가재난관리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중요한 생명과 안전은 일차적으로 누구의 것인가? 국민의 것이고, 내 자신의 것이고, 내 가족의 것이다. 당연히 국가재난관리의 중심은 내 자신이고 우리 가족이 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족이 사는 동네가 자주 침수되는 지역이라면,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에 우리 스스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관심들이 모여 지역 차원에서 홍수 피해를 상당수 감소 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홍수가 발생한다면 우리 가족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생각해 놓아야 한다. 비상식량에 대해 생각하고, 피난 장소와 장비들을 준비해 놓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주말에는 피난을 가보는 연습도 해 보자는 것이다. 준비된 쉘터에서 일정기간 생활하는 방식도 알아 봐야 한다. 쉘터에서 서로간 지켜야 할 예의와 공동생활 규칙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맞다.

국민 스스로 “만약에?”라는 생각을 하면서, 국가재난관리 부처의 체계적 노력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5천만 국민들이 항상 생활 주변에서 ‘재난관리 마인드’를 지니고, 재난관리를 위해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와 연습이 완료되어 있다면, 국가재난관리는 한층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것이 전제된 채로 5천만 국민들은 국가재난관리에 대한 정부의 준비 수준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묻고 확인해야 한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인재(人災)’라고 부르는 국민적 습관을 이제는 버리자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재’ 없는 나라가 된다. 정부는 항상 견제되어야 하고 감시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재난관리 부처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견제 및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상이 새 정부가 주목했으면 하는 새로운 국가재난관리의 체질이다. 이전의 많은 국가재난관리 반면교사에 기반한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새 정부가 경계했으면 하는 습관이 하나 더 있다. 관료 조직에서 윗사람들이 하는 가장 위험한 말이 있다면 그것은 “잘 하세요”라고 한다. 위로부터 대통령에서 국가재난관리 부처장까지 아래 책임 및 일선 직원 들에게 “잘 하세요”하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 하라”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게 맞다. 그냥 “잘 하세요”라고 하니 일선으로 갈수록 중구난방이 된다. 당황스러운 실행들이 여기저기 벌어진다. 재난관리가 이벤트가 된다. 당연히 일사불란은 있을 수가 없다. 이전의 사례들만 봐도 “(나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으니) 잘 하세요”라는 개념이 국가재난관리를 지배했었던 것 아닌가 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필히 국가재난관리를 잘 아는 사람들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우선순위로 놓아 본 경험이 있는 재난관리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무엇과 무엇을 해서 잘해냅시다”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에 대해 정확하게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일선에서도 그러한 구체적 지시에 따른 일사불란 함을 갖추어야 한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들에게 국민이 신뢰를 부여해야 한다. 그들이 못하면 우리가 못하는 것이고 우리가 못하면 그 누구도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평시부터 그들과 가깝게 협업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국가재난관리는 그들의 것이고 그들의 책임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함께 참여해야 한다.

새 정부가 새로운 조직을 갖추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한다. 국가재난관리에 있어서도 그러한 새로운 자세와 철학이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관심과 지원과 투자가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역량과 시스템이 갖추어 지기를 바란다. 국민에게도 새로운 공감과 참여의 기회가 생기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도 성공적 국가재난관리라는 새로운 역사가 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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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언론 이외의 것들을 더 공부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홍보실이 사내 위기관리팀을 이끈다고 한다. 일부 기획실이나 비서실이 그 기능을 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홍보실의 위치가 그렇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홍보실이 사내에서 가장 먼저 부정 이슈나 위기관련 정보를 접하기 때문이다. 외부 언론이나 여러 정보원들로부터 문제를 감지하는 것이 일상이라는 의미다.

물론 일부 내부적인 이슈나 위기인 경우에는 그 감지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팀이라는 부서별통합체가 운영되고, 정기적으로 내 외부 이슈들을 감지 점검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홍보실이 위기관리팀을 이끌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언론을 상대하여 해당 이슈나 위기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부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슈나 위기를 발견하고, 이를 키우고, 대대적으로 그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이 언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옛적에는 “언론만 잠잠하게 만들어라”는 지시가 홍보실에 자주 떨어지곤 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팀내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 없는 부서가 홍보실이다.

홍보실이 다가오는 이슈나 위기를 방지하기는 힘들다 해도, 해당 이슈나 위기가 수면위로 올라 왔을 때 그 이후 대응에 있어서는 큰 힘을 발휘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홍보실을 위기관리팀 내 좌장으로 여긴다.

그러면 홍보실은 회사의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어떤 역량을 보유해야 할까? 일상적으로 접하고 관리하는 언론에 대한 역량은 물론 기본이 된다. 하지만, 그 역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부 기업 홍보실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여론 감지 및 분석 업무를 같이 실행하기도 한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구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여론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하나의 권력이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할까?

위기관리 관점에서 홍보실은 위기관리팀내 운영자의 역할을 한다.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한다. 위기대응을 위한 내부 토론 진행자 역할도 한다. 위기대응 전략 개발을 위한 전략가 역할도 한다. 경험 쌓인 정무감각으로 구조화된 메시지 메이커의 역할도 한다. 이렇게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그런 역량들은 충분한 것일까?

우선 성공적인 위기관리팀 리더로서 홍보실의 위상이 더욱 더 공고해 지려면 다음과 같은 추가 역량이 필요하다.

첫째, 홍보실은 법을 알아야 한다.

법을 공부하자. 돌아보면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나 위기들 중에서 법과 연관되지 않은 것은 매우 드물다. 기업관련 법도 수 없이 많다. 공정거래관련 한 법도 항시 회사를 괴롭힌다. 세법관련 한 내용들도 위협적이다. 생산 제품과 관련된 각종 법규들도 수두룩 하다. 고객정보와 관련 된 법들, 광고 및 마케팅과 관련 된 법들, 노조와 관련된 법도 알아야 힘이다. 각종 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시각이 있어야 좋다.

위기관리팀내에 법무팀이 있기 때문에 홍보실이 법까지 손을 댄다는 것은 좀 오버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번 위기관리를 해 본 실무자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법무팀으로부터 그리고 때때로 로펌으로부터 홍보실이 원하는 충분한 정보를 얻은 적이 있었나? 일부 얻은 적이 있다면, 그들로부터 제공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있었나? 혹시 우리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보고 알아서 하라 하고 홍보실은 꿀 먹은 벙어리 포지션을 유지한 적은 없었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했다. 성공적인 위기관리 매니져가 되려면 법을 최대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둘째, 홍보실은 재무를 알아야 한다.

재무팀은 뭐하고, 홍보실이 재무까지 챙겨야 하나? 이런 질문도 들어본 적 있다. 그건 월권 아닙니까?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경험 있는 홍보실무자들은 지난 회사의 M&A 과정이나 언론의 실적 취재에 대응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간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문의를 받고 네이버를 들락거렸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뭘 알아야 메시지를 만들어 전달할 것 아닌가? 홍보실장이 이해를 못하겠으니, 재무팀장을 기자에게 연결 시켜주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홍보실 사람들에게 이제부터 MBA 공부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라는 것도 아니다. 재무재표와 일상적으로 회사와 관련해 자주 이슈화 되는 재무 정보들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취재를 하는 기자들은 여러 취재를 통해 해당 재무 관련 정보들을 이해하고 질문한다. 그에 응대하는 홍보실 실무자들이 기자들 보다 모를 이유가 어디 있나? 기자가 이해하는 수준만큼만 일단 공부하자. 그 이상이면 더 좋고.

셋째, 이해관계자들을 연구하자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영향력자들 말이다. 그들을 알아야 실제적인 대응이 가능해 진다. 기업 주변을 둘러보자, 소비자단체들이 있다. 식약처가 있다. 공정위가 있다. 국세청이 있다. 기표원이 있다. 관세청이 있다.  경찰이 있고, 검찰이 있다. 국회가 있다. 이 이외에도 업종마다 회사마다 더욱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관 업무를 하는 팀이 해당 이해관계자들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 내부로 들어가 이해관계자 맵을 함께 그려보고, 대관부서를 인터뷰 해보면 우리가 꼽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상시 관리에는 많은 빈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기업들에서는 어떤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때부터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기표원이 어떤 기관인지 공부 하고, 그들이 이전에 유사한 건으로 내렸던 결정들을 모아 본다. 어떻게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기표원 내 담당자가 누구인지 섭외 한다. 관련해 경험 있다는 로펌을 알아보고 그들을 대응 회의에 참석시킨다. 다 좋다. 하지만, 위기관리팀을 이끄는 홍보실은 해당 이해관계자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은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홍보실이 법을 알고 재무를 알고 이해관계자들은 연구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선 앞에서 이야기 했던 상황들처럼 답답함이 없어진다. 법무나 재무팀에게 정보를 구걸하는 과정이나, 받은 정보를 보고 느끼는 답답함이 사라진다. 더 좋은 것은 법무나 재무팀의 대응 전략과 논리를 홍보실이 재평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들이 전문가니까 그들의 논리가 옳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홍보실이 정무감각을 통해 그들의 최초 논리를 검증할 수 있게 된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 보다 훌륭한 위기관리 체계가 없다.

그 다음 홍보실이 위기관리팀을 제대로 리드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부서들을 제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단 이야기가 된다. 토론이 가능해지고, 특정 부서의 정치적 논리에 치우치지 않게 된다. 각 부서들이 홍보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홍보실이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제시하게 되면 그들은 그 자체를 존중하게 된다. 홍보실이 힘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홍보실이 법과 재무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을 연구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라면, 홍보실이 ‘경영자의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산부서는 생산 언어를 사용한다. 법무부서는 법무 언어를 사용한다. 재무부서는 재무 언어를 사용한다. 인사 부서는 인사 언어를, 마케팅 부서는 마케팅 언어를, 영업부서는 영업 언어를 사용한다. 그것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최고 경영자들은 각 부서들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경영자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전 홍보실을 한번 돌아보자, 스스로 너무 ‘홍보 언어’만 사용하지는 않았나? 그 주제나 내용들이 대부분 ‘언론’에 대한 것들로만 채워지지 않았나? 경영자들이 이해하고 듣고 싶어하는 ‘경영자의 언어’로 경영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 적이 있었나? 그런 모든 것들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홍보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이유로 홍보실을 믿지 못하겠다 하고, 홍보실은 항상 비용만 축내는 부서로 역할을 한정 받은 것은 아닐까? 만약 홍보실이 스스로 ‘경영자의 언어’로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면, 지금과는 달라진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경영(management)이다. 위기관리를 하면서 홍보를 이야기하고, 언론만을 이야기하는 홍보실은 제대로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없고, 제대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 제대로 된 공부와 이해 그리고 이를 통한 위기관리팀내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최고경영자들에게 위기관리를 위해 ‘경영자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일단 그들을 그 언어로 설득하고, 인정 받아야 한다. 그래야 실행 차원에서 더욱 더 효과적인 홍보/커뮤니케이션 언어가 구현 가능해 진다.

일상적으로 기자를 만나고, 모니터링하고, 기사를 수정하고 하는 일로도 야근을 밥 먹듯 하는데, 어떻게 법과 재무 같은 어려운 공부를 하라는 것인가?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연구를 하려면 그것도 예산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홍보실 직원들이 위에서 시키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종종 문제가 되는데, 무슨 여유로 공부를 하나? 말이 쉽지 나이 마흔이 넘어서 공부하기가 어디 쉽나? 등등 홍보실무자라면 많은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홍보실이 스스로를 위해 ‘뜻을 먼저 세우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뜻을 세우고 일관되게 정진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드는 곳’이 홍보실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그렇게 많은 영향력자들을 많이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데 익숙한 부서가 홍보실 말고 또 있을까?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올해부터 공부를 해 보자. 홍보실이 성공해야 회사가 성공한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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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기업이 ‘사람’이고 위기가 ‘질병’이라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시끄러운 청와대 발 이슈들이 점차 대기업들에게까지 그 부정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물론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기업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여론적으로 비판 받아야 할 것이 있으면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 옳은 자세다. 현재와 같은 정치권 관련 논란들을 기업이 위기로 정의하는가 여부는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어지러운 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위기관리관(危機管理觀)’에 대해서 비유를 통해 재미있게 정리 해 볼까 한다. 만약 기업을 ‘사람’으로 비유하고, 위기를 ‘질병’으로 비유해 본다면 여러 기업들의 유형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건강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유형

병(위기)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항상 자신에게 어떤 병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건강에 대한 우려도 있다. 병에 걸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각종 건강상식들에 주목은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과 같은 기초적인 건강 노력은 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건강검진을 받지도 않는다. 그냥 마음속으로 건강해야 한다 병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만을 반복한다. 대신 건강을 위한 투자나 노력은 생략하는 유형이다.

이런 기업들이 꽤 있다. 경영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위기가 도처에 깔려있어요”라고 말한다. 다른 직원들의 이야기 속에도 “그런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거거든요. 참 걱정입니다”라는 우려가 담겨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다가올 위기에 대해 아무 실질적인 대비를 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두려운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설마 우리에게 실제 그런 병이 생기겠어 하는 희망에 의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병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치료 하지 않는 유형

이런 사람(기업)은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내게도 이런 병이 찾아 왔군요”하며 이내 잠잠하다.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병이 발견되면 치료를 위해 신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당연할 텐데 그러지 않는다. 참을 만 해서일 수도 있고. 병원에 가는 것이 귀찮거나 두려운 경우도 있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 병이 나아서 내 곁을 떠나겠지 하는 믿음도 엿보인다. 일부는 체념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은 특정 위기를 마주하면서 이는 관리할 수 없는 위기라 생각한다. 일부는 이건 관행이고 너무 오랫동안 이어진 것이라 개선의 여지가 없다. 어쩔 수 없다. 위기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입을 닫고, 언론을 피해 숨는다. 시간이 약이라고 믿는 유형이다.

살기 위해서 일부러 병을 키우는 유형.

정말 아이러니 한 유형이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폭음을 한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과도한 흡연을 한다. 불규칙한 식사와 폭식을 넘나들면서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삶을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주변 의사들이나 건강전문가들이 “당장 담배와 술을 끊어야 살 수 있다” 조언 해도 그 습관을 쉽게 개선하거나 통제하지 못한다.

기업들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하게 각종 기업범죄 및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스스로 자위한다.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해서 돈을 버는 거지, 법을 다 지키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나?’하는 경우다. ‘법이 잘 못되어 있어서 법 자체를 준수하다 보면 우리가 살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실제로 병이 커져 생명을 위협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치명적 수준에 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아는 듯 하다. 따라서 이런 병을 키우는 행위들은 지속되고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면역력이 형편 없는 유형

매 환절기 때마다 감기나 몸살을 앓는 사람 같은 경우다. 면역력이 너무 시원찮아서 찬바람만 불면 누어 있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더운 여름에는 여름대로 더위를 먹어 운신을 못한다. 평소 면역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던가 해야 하는데, 매번 같은 질환을 반복해서 앓는다.

정기적으로 언론에 부정적으로 회자되는 기업들이 이런 유형이다. 사회적 논란이 시작되면 항상 그 주체들 중에 하나로 포함되는 기업들이 있다. 각종 규제나 법적인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사법기관에서 출두명령을 내리면 매번 총수가 얼굴을 보인다. 너무 장기간 동안 이런 문제가 반복되니까, 이제는 이력이 붙는다. 경험치가 높아져서 대응 기술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기술은 면역력과는 거리가 멀다.

대증치료만 하면서 건강하다고 상상하는 유형

진짜 위중한 병은 저 몸 속에 있는데, 열을 내리려고만 노력하는 유형이다. 스스로도 몸 속에 숨어 있는 그 병을 정확히 치료해야 열이 내려가고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 때도 있다. 그러나 일단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대증적인 치료에만 힘을 쓴다.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한다.

기업의 경우 위기가 발생하면 부정적인 기사를 빼려고 여러 노력을 한다. 온라인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는 것을 보고, 이를 관리하려고 여러 기술을 활용한다. 일단 부정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시각만 희석시키면 다행스럽게 해당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몸 속 병의 위중함은 나날이 심각해져 간다. 대증치료만 반복되어서는 더 나아짐이 없다는 것을 결국에는 깨닫게 되는 상황이 온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는 유형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다. 몸에 병이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누구에게 찾아가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매우 답답해 한다. 평소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면 어느 정도 생각이 있을 텐데, 아무런 치료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유형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기업들 중 이런 경우가 꽤 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고, 아래 실무자들에게 “우리도 위기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하겠다”는 지시를 하신 경우다. 갑작스러운 지시에 실무자들은 그 때부터 위기 대응 체계를 공부하려 한다. 위기관리 교과서 맨 앞장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내용을 찾아 낸다. 일단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보자 생각 하고, 여기저기 의뢰 한다. 위기라는 열차는 그 회사를 향해 매초 다가오는 데 위기관리 매뉴얼 작업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급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수준도 아닌 경우다. 몰라서 그렇다.

병이 심각해지면, 여러 주술에 의지하는 유형

병이 생겼다. 결국 자신이 병자가 된 거다. 조용하게 주술사를 찾아간다. 자신이 걸린 병을 굿이나 기도와 정성으로 치료 받고자 한다. 병원을 찾아가지 않고, 아주 오래된 습관 그대로 주술에 일단 의지하고 본다. 가까운 병원에는 가지 않는다. 병은 더욱 더 깊어지고, 주술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기 저기 찾아 다니면서 자신의 병을 고칠 주술사들을 만나는 유형이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비선’ 라인들에 의지하는 유형이 바로 이런 유형이다. 기존에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져 있는 ‘위기관리팀’은 유명무실한 조직이 되어 버린다. 임직원들이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회사 주변에서 위기를 관리한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평가하지 못한다. 실행과 실행이 자주 충돌하고, 위기를 관리 하기는커녕 상황의 불투명성만 커지게 된다.

다른 사람이 걸린 병을 그냥 재미있게 구경하는 유형

자신도 그런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하다. 일부는 자신도 이미 유사한 질병에 걸려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지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병과 싸우는 지 구경만 한다. 평소에 어떻게 건강관리를 한 거냐, 그렇게 병이 온몸에 퍼지도록 왜 치료 하지 않았느냐 등등 평가하면서 한심해 한다. 자신은 과연 어떤 상황인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기업들도 그렇다. 다른 회사들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했었는지 케이스들을 알려고 한다. 그 케이스들을 분석하고 그에 대해 반면교사를 찾겠다고 한다. 관련한 강의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일부 재미있는 위기관리 케이스는 나중에 술자리 안주감으로 기억까지 한다. 그러나, 강의가 끝나면 그 다음 진행해야 할 자사에 대한 적용이나 개선 노력은 하지 않는다. 수 많은 위기들을 구경만 할 뿐,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그에 맞추어 발전시키지는 못하는 유형이다.

어떤 사람(기업)이 진정으로 건강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평소 건강을 위해 여러 이로운 노력들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건강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찾아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면역력을 키우고, 나에게 어떤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진다. 병이 발생한다면 어떤 진단과 치료 프로세스를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 마련해 놓는다.

그러다가 결국 병이 생기면 바로 미리 갖추어 마련된 치료 프로세스를 성실하게 따른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병에 걸리는 지, 왜 걸리는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지속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건강 유지 활동에 실제 적용 한다. 이런 사람(기업)은 건강할 수 밖에 없다. 웬만한 병이 생겨도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빨리 치유가 가능해 진다. 기업도 사람과 같다. 위기라는 병을 관리하는 방식도 큰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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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지진 이후 긴급 재난 문자가 무슨 의미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몇 주간 경북 일대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진의 강도 또한 흔치 않은 수준이지만, 끊임 없이 이어지는 여진의 반복이 유래 없는 공포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더구나 지진이 발생한 지역 주변에 주로 위치해 있는 원전시설과 방폐장 시설, 화학공업 단지, 주요 생산 시설들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와중에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반복하고 있다. 지진발생 이후 몇 분 지나 발송된 때늦은 재난 문자가 타겟이 된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해당 시간이 재난 문자를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었음을 강변한다. 재난 문자 대상과 방식 그리고 신속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몇 번의 강진에 따라 계속되는 때늦은 재난 문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철없이 홈페이지까지 반복 다운되어 버리니 국민안전처는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어져 버린 듯하다.

결국은 지진관련 긴급재난문자를 기상청이 발송 담당하는 것으로 체계를 변환시키면서 해당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그랬어야 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필자도 왜 처음부터 옥상옥(屋上屋)에 사일로(silo)를 만들고 거기에 신속함이라는 압박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최고 우선 가치는 신속이고 정확이다. 일단 신속이 전제되어야 정확이 의미를 가진다. 신속함 없는 정확성이란 평시에는 가치가 있을 수 있어도 위기 시에는 그 가치가 반감된다.

기업에서도 최초 위기 상황을 감지한 직원이 내부 위기관리팀에게 해당 상황을 ‘신속’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툴을 통해 동시에 여러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에게 위기 상황을 판별해 전파하는 체계를 가진다. 그러나 몇몇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활동이 ‘정치적 활동’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평시보다 훨씬 더 복잡한 보고 공유 체계를 고수하기도 한다. 즉, 최초 감지자-상위자-팀장-임원-위기관리팀장 및 위기관리팀 구성원의 단선형 보고 체계를 의미한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신속함’은 실현 불가능하게 된다. 보고의 정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고, 대표이사에게 까지 올라가는 프로세스를 거치므로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같은 단선형 보다는 1보는 감지 판별 후 즉시 동보 전파, 1보부터는 위기관리팀장의 리드하게 상황 파악 및 대응 준비(대표이사 보고 포함)의 단계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상청에게 긴급재난문자 발송 역할을 준 것은 이상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감지 판별 후 1보’ 역할을 기상청에게 부여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국민안전처는 원래부터 기업에서 위기관리팀장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시 ‘긴급재난문자’ 자체로 돌아가보면, 긴급재난문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사전 고지형

첫 번째 유형으로는 ‘예기되는 재난 상황을 미리 고지해 사전 주의와 대비책을 마련하게 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다가오는 태풍에 대한 사전 고지와 그에 대한 안전 주의 사항들을 고지하는 형식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는 긴급재난문자라는 표현보다는 ‘안전 주의 고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신속의 중요성은 다른 유형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장 적다.

사후 고지형

두 번째 유형은 ‘재난 발생 상황을 직후 그대로 전파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유형’이 되겠다. ‘언제 어디에서 강도 몇의 지진이 발생했다. 주변 주민들은 안전에 유의하라’는 긴급재난문자가 바로 그런 유형이다. 이 경우 긴급재난문자를 받게 되는 주민들의 많은 수가 해당 사실을 이미 몸으로 인지하고 경험한 후가 된다. 일부 인지나 경험이 없었던 주민들도 해당 재난 사실을 공유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 유형은 긴급재난문자를 받는 주민들에게 어떤 구체적 활동을 지시하는 역할은 없어 보인다. 이 또한 ‘주의 고지’가 주 목적이 되겠다.

행동 지시형

세 번째 유형으로는 ‘임박한 재난의 피해를 방지 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지시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유형이 진짜 ‘긴급재난문자’라고 볼 수 있다. 지진같이 전조가 특별하게 감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부 불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역별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정 계곡과 하천 등지에 있는 캠핑족에게는 이러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매우 유효하다. “이 문자를 받는 자들은 신속히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구체적 활동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특히 신속함이 생명이다. 폭우로 하천이 범람 해 계곡과 하천인근의 캠핑족을 다 휩쓸고 지나간 뒤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보았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시 민방위본부에서 대피 고지하는 형식도 이런 유형일 수 있다.

이번 국민안전처가 곤욕을 치렀던 긴급재난문자의 유형은 두 번째 ‘사후 고지’ 유형이었다. 그 신속성에 있어서 적적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전 고지’ 유형의 경우 별반 신속성에 있어 비판 받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가끔 “혹서가 지속되는데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자꾸 와서 귀찮아 죽겠네”하는 불평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긴급재난문자의 목적을 생각할 때 큰 의미 있는 불평은 아니다. 안전은 기본적으로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매우 귀찮은 주제일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긴급재난문자 실행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세 번째 ‘행동 지시’ 유형이다. 신속성을 필히 담보해야 하고, 지역 또는 대상을 확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해당 긴급재난문자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지역별 재난 발생 가능 유형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실질적인 적시 적정대상 발송은 불가능해진다. 점증적 재난 상황을 사전에 지역별로 쪼개어 예측할 수 있는 분석 기술도 전제된다. 기존에 해당 지역별로 발생했던 재난 유형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도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나머지 두 유형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와 투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실질적인 긴급재난문자가 실제로 가동 가능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번 ‘사후 고지’ 유형의 긴급재난문자 발송에서도 여러 미숙한 문제와 논란을 일으켰는데, ‘행동 지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실제 유효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긴급재난문자 체계를 다시 한번 처음부터 꼼꼼하게 점검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행동 지시형’ 긴급재난문자 유형의 현실화를 목표로 지역별 상향식 재난 유형 분석과 데이터베이스화가 더욱 정교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런 기준과 대상지역들을 정하고 그 틀을 만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국민안전처라 생각한다.

이제 국민안전처에게는 긴급재난문자 발송 책임이 없어졌다. 활동이 없어졌으니 앞으로는 책임도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지진 시 때늦은 긴급재난문자에 대한 비판은 그 활동주체인 기상청이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판에서 한층 자유로워 진 국민안전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말대로 국가적인 위기관리팀의 팀장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 매뉴얼들이라도 좀 통합하고 상호간 협업 가능한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는 말도 일견 맞다. 하지만, 모든 매뉴얼은 최소한 현 상황에서는 완성 수준에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해서는 실제로 재난 및 위기관리 시뮬에이션을 돌려보면 문제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각 재난 및 위기관리주체별로 자기 영역 싸움과 사일로 경쟁이 발생하는 현장을 그대로 보고 현장에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를 담당해야 할 주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은 기본이다. 정부 문화나 성격상 ‘약속 대련’ 형식의 훈련 및 시뮬레이션을 포기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일정 횟수의 경우 ‘자유 대련’ 형식의 시나리오 없는 시뮬레이션도 일부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매뉴얼을 들고 각종 대피시설이나 대응 장비 및 물자들이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보도를 위해 언론사 기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확인 점검을 왜 국민안전처는 못하는지 모르겠다. 없으면 빨리 채우고, 바뀌었으면 바꾸어 고지하자. 재난이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만 이루어지면 충분하다.

국민안전처는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 재난 시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통신이 불가능해진다면, 전기가 사라진다면, 물이 없어진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상적 생존 물자 보급이 불가능 해진다면 국민안전처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리 고민에 고민을 더해 보자. 재난이 발생한 뒤 이런 이런 최악의 상황이라 제대로 대응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그만하자.

마지막으로 국민안전처 자체를 위한 홍보는 이제 그만하자. 국민안전처가 개발 한 더 나은 매뉴얼과 재난 대응 체계들을 보다 적극 홍보하자. 누구나 안전 매뉴얼이나 행동요령들을 어디서나 손쉽게 다운로드 받고 접할 수 있게 하자. 완전에 가까워진 재난 대응 물자들과 설비들을 홍보하자. 미국이나 일본이 하고 있는 수준을 따라라도 하면서 그들이 홍보하는 형식도 따라 해 보자. 실질적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적시에 하자. 그게 곧 홍보라고 생각하자. 위기관리를 잘하는 것이 국민안전처를 위한 진정한 홍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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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2007년 여러 번 제품 유해성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적 완구 회사 마텔(Mattel). 연이은 리콜속에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던 것에는 당시 마텔의 회장이자 CEO였던 밥 에커트(Bob Eckert)의 리더십이 주효했었다.

밥 회장은 이듬 해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한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의 위기관리팀을 치하했다.

최근 필자에게도 한 대기업 회장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까요? 우리 회사가 가장 신속하게 구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스템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필자는 답변으로 마텔 밥 회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해 드렸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회장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이미 존재합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으로 정리 되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페이지가 위기관리팀 페이지입니다. 비상연락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팀이 회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중추가 되도록 하시는 것이 현재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위기관리팀이 사내에 존재한다면 그 보다 든든한 자산이 없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믿으실 수 있는 그런 강한 팀을 만드시는 것이 핵심이 되겠습니다.”

기업 임원들과 위기관리 워크샵과 트레이닝을 하면서 필자가 자주 강조하는 개념들 중 하나도 바로 ‘누가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 강조하는 ‘누가(who)’가 바로 위기관리팀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을 분석해 보면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는 기업과 임직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위기관리팀’의 존재 자체를 구성원들이 모른다.

사내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임직원들이 많은데, 그 속안에 위기관리팀이라는 것이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어렴풋하게 무언가 조직 되어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니 문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임원들이 대책 회의에 참석해서도 ‘누가 각각의 대응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여러 대응 방안들과 주제 대상들을 토론하지만, 결국 실행 단계에 있어서는 서로 그 실행 주체가 ‘누구(who)’여야 하는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거나 시간을 보낸다.

‘위기관리팀’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두 번 위기를 관리해 본 조직들의 경우가 그렇다. 오랜만에 접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니 그 속에 위기관리팀에 대한 규정과 리스트가 있다. 그 리스트를 보니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어 자기가 위기관리팀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몇 페이지를 넘겨보니 자신에게 맡겨진 위기관리 업무들이 꽤 많다. 위기 발생시 대응해야 하는 업무들도 자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근데 궁금해진다. 이 많은 업무들을 실제로 내가 해야 하는 걸까? 이걸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걸까? 이걸 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 건가? 그리고 (더더욱 우려스러운 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감이 서질 않는다. 그렇다고 위 임원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당연히 이런 경우 단순 소속감만 느끼게 될 뿐, 실질적인 시스템이나 역량 강화는 불가능해진다.

‘위기관리팀’ 다른 구성원들은 무얼 하는 걸까 궁금 해 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떻게 되가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위기관리팀 리스트에 보니 상당히 여러 부서 임직원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들이 다 무얼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해 진다. 얼핏 보면 문제가 발생한 부서가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 하라 하는 것 같은데, 그 외 문제가 없는 부서들은 왜 리스트에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경우에는 정보보안부서와 고객관련 부서들이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에 마케팅이나 영업 같은 부서가 왜 유관으로 정리되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 밖에 대부분의 문제는 언론에서 다루어지니 홍보부서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위기관리팀 리스트 자체를 의아해 한다.

이 위기관리팀 조직 운용이 ‘잘 될까?’ 의심한다

사내에 구성된 기존 태스크 포스 팀만 해도 수십 개다. 그 중 태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결과물을 내놓는데 하 세월이 걸린다. 부서간 협업? 불가능해 보인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거창한 ‘사일로(silo) 현상’ 같은 걸로 성명하지 않아도 이종의 두 부서가 의견을 정리해 한가지 실행을 하는 것 자체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통하고 협업하라, 사일로를 극복하고 쌍방향, 균형적 커뮤니케이션…여러 이야기를 해도 쉽지 않다. 각 부서장들도 힘들어 한다. 위기관리팀 리스트를 보니 덜컥 겁이 난다. 이 여러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누가 움직일 건가? 협업이라는 게 이런 규모로 가능할까?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데 이런 위기관리팀 운용이 실제 될까? 의문을 품고 두려워한다.

이런 현장의 많은 생각과 현실이 존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말 만큼 그리 쉬운 것이 아니하는 의미다. 그러나 그렇다고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축 개발 노력을 포기할 것인가?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가? 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언들을 정리 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팀이 작은 누가(small who)라면, 큰 누가(big who)를 결정하라

위기관리팀의 수장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마텔의 경우 위기관리팀의 수장은 회장이자 CEO인 밥 자신이었다. 위기관리팀 수장으로서 밥은 자신의 위기관리팀을 어떻게 리드해야 하고, 어떤 역할과 책임을 누구에게 재분배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상당히 많은 매뉴얼에서 그 큰 누가(big who)에 대한 지정과 서술이 모호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VIP들의 강한 리더십과 책임, 그리고 관여가 없이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성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큰 누가(big who)들이 먼저 훈련 받아야 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은 강력한 리더들의 작품이다. 리더들이 먼저 제대로 훈련 받지 않고서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운용할 수 없다. 리더들은 어떤 위기들이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을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각각의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어떤 상황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 진행 발전될지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의 전개에 따라 자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전략과 대안을 바탕으로 의사결정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을 쌓고 있어야 한다. 이는 실제 위기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큰 무리가 있어 평시 반복된 훈련으로 숙련된 경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알아야 리드할 수 있다.

셋째, 자주 마주 앉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관리팀의 존재를 모르는 임직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임직원, 다른 부서는 무얼 할까 궁금해 하는 임직원, 과연 많은 부서들의 협업이 가능할까 의심하는 임직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다. 정기적으로 같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만들어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논의와 토론 그리고 훈련을 반복 제공하는 길뿐이다. 이를 통해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 준비된 위기관리팀, 빠르고 강한 위기관리팀으로의 성장이 가능해 진다. 끊임없는 마주 앉음과 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뉴얼이 곧 위기를 관리 해 주지는 않는다. 강력한 리더 한 명이 위기를 깨끗하게 해결해 버릴 수도 없다. 수천에서 수만 명의 전직원들이 움직여도 관리되지 않을 위기가 있다. 위기란 원래 그런 성격의 것이다. 대신 강력한 위기관리팀이 위기를 관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은 항상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통해서야 구현된다. 수백 페이지 두꺼운 매뉴얼에서 기업의 최고 VIP가 취할 가장 소중한 페이지는 위기관리팀 연락처 단 한 장이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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