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낯선 단어 일 텐데 프론트 그룹(front group)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전위 그룹이라고도 부르고요. 위장단체라고 부르는 분도 계시죠. 전위(前衛)라는 표현은 ‘맨 앞에서 호위하는’이라는 의미입니다. 종종 우리가 아방가르드(the avant-garde)라고 부르는 그 전위는 아닙니다. 🙂
위장단체라고 부르는 분들은 이 프론트 그룹이라는 개념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는 입장인 경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프론트 그룹을 활용해서 캠페인을 진행해야 하는 펌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위장단체’라는 표현은 절대 쓰지 않습니다. 개념도 정확히 그렇다고 보지는 않고요.
PR적 개념에서 제3자 인증 그룹(Third party endorsement)라는 개념하고도 프론트 그룹은 약간 헷갈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제3자 인증’의 경우 ‘earned’라는 개념이 기반이 됩니다. 우리가 종종 보도자료를 내서 언론으로 부터 집중적으로 기사를 이끌어 내거나, 전문가들이 우리 입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주는 경우 같은 경우가 ‘제3자 인증’의 개념이지요.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돈을 주고 사는 개념이 상당부분 배제됩니다.
문제는 이 ‘제3자 인증’이라는 단어에 ‘그룹’이라는 단어가 붙는 경우인데요. 이런 ‘제3자 인증’들을 평소에도 계속 관리 양성하고 기업이 필요시 완전하게 활용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룹 매니지먼트가 들어가야 한다는 거죠.
예를들어 우리 회사가 ‘기름진 햄버거’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인데, 사회적으로 ‘햄버거=건강하지 않고, 건강을 해치고, 어린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정크’라는 개념으로 비즈니스상 고통 받고 있다고 해 보죠. 이에 대해서 우리 회사는 ‘균형잡힌 햄버거 취식은 건강에 전혀 문제를 주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대대적으로 기사화 시키고, 캠페인을 해서 사회적 주목을 받는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회사는 ‘건강 전문가/연구자들’로 부터 제3자 인증을 받고 있는 셈이고요. 이 연구 결과를 기사화 해 준 OO일보, OOOTV등등에게도 제3자인증을 받고 있는 셈이지요. 길거리에서 우리 캠페인을 보고 블로깅을 해주거나 페이스북에 공감 의견들을 주는 많은 온라인 오프라인 공중들도 일부 제3자 인증을 해주는 분들입니다.
여기에 ‘그룹 매니지먼트’라는 단어를 붙이면 이렇게 되는거죠. 평소에 ‘햄버거와 건강’ 관련 해 흥미를 보이고 있는 대학교 학자 및 연구기관 전문가들에게 지속적인 관계 맺기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들과 종종 정보를 교류하고, 그들의 연구결과를 높게 평가해주고, 그들에게 우리 회사에서 만든 사이언스상을 주고, 그들에게 우리 회사를 위한 조언을 요청하고, 연구자금이나 지원금을 제공해서 더욱 더 중요한 연구결과들을 쏟아내게 도와주는 거죠. 이런 수준이 되면 이런 분들에게 ‘제3자 인증 그룹’이라는 표현을 쓰게됩니다.
학자나 전문가는 그중 하나입니다. 친언론 에디터들이나 기자들도 포함이 됩니다. 정부기관 인사들도 포함 가능합니다. 시민단체들도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엄마들의 모임들도 포함이 되고요. 가능한 그리고 최대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제3자 인증을 위한 그룹’으로 평소 양성 관리하는 거죠. 이걸 ‘제3자 인증 그룹 관리’라고 합니다.
앞으로 다시 가서 프론트 그룹이라는 건, 제3자 인증 그룹과는 약간 성격이 다릅니다.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1. 우리 회사를 위해서만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조직/개인인 경우가 대부분
2.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예산의 상당부분을 우리 회사에 의존
3. 조직을 이끄는 핵심 인사들이 우리 회사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역량과 실행력을 보유
4. 우리 회사가 매번 요청하거나 푸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계획을 세우거나 체계를 만들어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
5.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직/개인이 우리 회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비밀하에 있음
이렇게만 보면 이게 ‘위장단체’지 뭐가 ‘프론트 그룹’이냐 하실 겁니다. 그런데 다르니 골치가 아프죠.
정부도 친정부 기관들에 대한 우호단체관리를 하고 있지요. 정부 일부 부처에서 여러 항목으로 지원금을 주고 있는 단체들이 있습니다. 공개적으로요. 이런 경우는 사실 정확한 의미로 ‘프론트 그룹’이라고 부르기는 힘든면이 있습니다. 이단체들이 나서면 국민들이 ‘아…정부에서 나서라고 했구나. 조종을 하는 구나’하는 사실을 완전하게 알아버리기 때문이죠. 무지막지한 실행력이 있다고 해도 ‘비밀성’이 없어서 그 효과는 반감됩니다.
그러면 이 비밀성이라는 게 진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거라는 의미일까요?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다 사람들이 하는 일인 데요. 언론이나 정부나 ‘심증’은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많지요. 그런데 ‘물증’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경우가 바로 ‘프론트 그룹’의 경우입니다. (물론 마음먹고 캐면 나오겠지요…이런 동기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예를들어 프론트 그룹의 한 예를 보면…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한 NGO가 A라는 기업을 엄청나게 괴롭힙니다. 해당 NGO는 정치적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아젠다를 잡아 A기업을 최대한 견제하려고 하죠. 거대한 A기업을 꼼짝 못하게 하는 유일한 NGO라는 명성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어느날 이 문제로 골치를 앓던 A사 경영진에게 어떤 전문가 조직이 제안을 합니다.
이 전문가 조직은 ‘(별로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했으나 사회적 이슈에는 관심이 많은) 회계사와 세무사들의 모임’입니다. 이 모임이 이런 제안을 해 왔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기업보다도 불투명한 곳이 NGO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NGO들에 대한 회계감사와 비용관리 투명성에 대해 견제할 역량이 있다” A사와 이를 돕는 전문가들은 무릎을 탁 치는 겁니다.
A사 CEO가 이렇게 제안 하죠. “우리를 괴롭히는 NGO가 있는데 이 단체가 아마 그 분야에서는 가장 큰 곳일 것입니다. 이 NGO를 견제했으면 하는데요. 그 역량을 어떻게 활용해서 견제 활동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곧 이 협상은 ‘딜’로 이어집니다.
그 무명의 회계사와 세무사들의 모임은 공식명칭을 ‘NGO 투명성 추진협회’로 만듭니다. 그리고는 모든 NGO들은 수입과 비용지출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공개 하라는 대대적인 캠페인 활동을 시작하는 거죠. 타겟으로 문제의 그 NGO를 잡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NGO를 대표하는 이 곳에서 투명성 노력에 협조하지 않으면 어쩌자는 건가?”하는 시위를 벌입니다.
공개된 회계자료들을 검토하고요. 문제가 있으면 이를 정리 해 공개하고, 비판합니다. 책임자를 고발하기도 하고요. 이런 활동들이 계속 이어 나가면서 해당 NGO는 투쟁력을 점차 상실하게 되는 겁니다. 언론이나 정부기관 그 누구도 ‘NGO 투명성 운동’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이견이 없습니다. 이 단체가 전혀 다른 업종의 A사 지원을 받고 있다는 눈치를 채지도 못하고요. 어디에라도 연관성이 있으면 의심이라고 가는데 갑자기 이런 공격을 받는 해당 NGO도 당황스러운거죠.
이런 경우가 ‘프론트 그룹’의 완전한 형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공격대상은 정부, 국회, 기관, NGO, 상대 이익단체, 기업, 개인 등등으로 다양합니다)
최근 로펌들에게도 ‘입법 지원’ 서비스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들 이야기하는 데요. 이 ‘입법 지원’개념이 예전에는 입법 노력에 추가 해 일종의 ‘로비’ 또는 ‘체계적인 정치헌금을 통한 우호 의원 확보’이런 방향성이었다고 하면, 최근에는 여론과 입법청원이나 입법을 위한 갖가지 노력들이 ‘함께 가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로펌들이 가장 갈증을 느끼면서 위기관리펌에게 요청하는 부분이 ‘사회적 여론화’ 부분하고 실제로 깃발을 나가 꼽을 ‘프론트 그룹’의 양성과 지원 부분이죠.
예전 처럼 “제가 국회 OOO위 OOO의원하고 대학교 하고 연수원 동기입니다. 제가 다리를 좀 놓아 드리죠” 이렇게 했던 변호사들의 방향이 좀 더 선진화 되고 있는 겁니다. 입법관련 노력들+사회적 여론(집중적인 언론 캠페인)+실제적인 지지 활동 그룹 ‘등등등’이 시너지를 이루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겁니다. 로비가 합법화 되기 이전에는 아마 이런 방향성이 이쪽 분야에서는 가장 정통적인 어프로치 방식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프론트 그룹을 만들거나 관리하는 활동들에 대해 최근 미국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Merchants of Doubt’에서는 이런 포인트로 정리를 해 주었습니다. (상당히 프론트 그룹에 대해 비판적인 다큐입니다)
This strategy, which Kenner’s film traces through the tobacco, dioxin, asbestos and fossil fuel industries, involves several key elements:
- Paying scientists to do research that will support the industry’s claims.
- Setting up organizations with names like Citizens for Fire Safety and Americans for Free Enterprise, which purport to be legitimate advocacy groups, but are really just shills for corporate interests.
- Creating a class of media savvy “experts,” who may or may not be scientists, but whose basic function is to debate, and cast doubt on, the work of legitimate scientific researchers.
- Making these experts available to journalists, to provide “balance” in the reporting of these issues, even when there is no real scientific debate about the subject.
[Meet the Merchants of Doubt: The PR Firms Giving You Cancer, Causing Acid Rain and Killing the Planet, The Daily Beast]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 펌들의 경우 정확하게 이런 활동들을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논란의 차이는 있지만, 윤리성이라던가 자금의 문제라던가 하는 부분은 각 위기관리펌의 내부 윤리 기준에 의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소한 합법적으로 존재/운영되는 모든 단체나 개인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론트 그룹에 대한 실행들은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 다큐멘터리 [Merchants of Doubt]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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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프론트 그룹(Front Group)의 실행 이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