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CEO께서 우리 회사의 위기대응 시스템이 어떤 수준인지 평가 해 보라 하시는데요. 저희는 위기관리 매뉴얼도 있고요. 년간 정기적으로 위기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도 진행합니다. 그 정도면 위기대응 시스템은 괜찮은 거 아닌가요? 그 외에 어떻게 시스템을 평가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기본적 위기관리 시스템은 구축되어 있는 듯 합니다. 굳이 평가를 위해 외부 컨설턴트를 부르고 여러 기준에 따라 시스템을 평가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내부적으로 간단하게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을 평가해 보는 몇 가지 체크 포인트가 있으니 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매뉴얼을 보세요. 매뉴얼에서 역할과 책임이 나뉘어진 페이지들이 있을 겁니다. 그 담당 임직원들의 성명과 소속, 직급, 연락처들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중 일부에 퇴사 하신 분도 있고, 직급이나 소속이 변경된 정보들이 나올 겁니다. 매뉴얼의 첨부 부분에 들어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리스트들도 들여다 보세요. 현재 상태와 다른 정보의 수가 많고 복잡하게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다면 해당 시스템, 특히 매뉴얼에는 문제가 많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불시에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관리 위원회를 대상으로 ‘비상발령’ 해 ‘워룸(위기관리통제센터)’에 집합하는 테스트를 해 보세요. 연락 과정에서 누락이나 혼선이 있다거나, 매뉴얼 상 정해진 임직원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 집합에 불응하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지 확인 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긴 시간 이후에도 고위 임원들이 듬성듬성 소집되지 않았다면 그 위기대응 시스템은 문제가 있습니다.
세 번째, 위기발생 시나리오를 하나 만들어서 일선 직원 몇 명에게 이메일과 SMS를 통해 상황 전파를 해 보세요. 그리고는 본사 최고위 임원들에게 해당 상황 보고가 어떻게 올라오는지 확인해 보세요. 취합된 그 보고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도 살펴보세요. 만약 최초 시나리오 전달 이후 최고위 임원에게 보고 되는 시간이 상당시간 소요되거나, 아예 보고되지 않거나, 그 정확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문제가 있는 시스템입니다. 아주 단순한 상황 보고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보고 계통의 문제 때문이겠지요.
네 번째, 워룸으로 불리는 위기관리 통제센터 장소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안에서 위기관리위원회 멤버들이 모여 원활하게 통제센터 운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해 보시는 겁니다. 통신 및 인터넷 라인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랩탑으로 다 모여서 상황을 분석하고 보고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지 (모든 인원이 데스크탑을 가지고 모일 수는 없으니.) 워룸 내 여러 수많은 설치장비들은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해 설치할 수 있는지. 상황 발생 직후 몇 시간 만에 완벽한 워룸 세팅이 마무리 되는지 측정해 보는 겁니다. 한번도 세팅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은 제대로 된 대응 시뮬레이션을 해 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워룸 환경 세팅에 여러 부실과 누락들이 발견된다? 문제입니다.
이 정도 체크 해 봐서 복수 이상의 문제가 발견된다면 해당 위기 대응 시스템에 대해서는 좀더 심각하게 실제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겁니다. 위기 대응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핵심은 ‘사람’입니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질문은 ‘누가?(Who?)’라는 질문입니다. 즉, 위기대응 시스템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누가(who) 위기에 대응하는가?’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질문은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떻게(how)?’가 되겠습니다.
잘되어 있는 위기대응 시스템은 ‘누가?’라는 질문에 ‘제가 담당입니다’ ‘제가 속해 있습니다.’ ‘제가 대응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이런 역할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매뉴얼 상 규정된 자들이 각자 낼 수 있는 체계입니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평소에는 막연히 ‘잘 될 거야’ 라고 믿던 믿음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매뉴얼상에 정해진 역할을 할 사람이 현직에 없거나, 현장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임직원들이 소집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선과 위기관리통제센터간에 이상하게도 시원하게 정보공유가 되지 않습니다. 위기관리통제센터는 그냥 황량한 장소만 덜렁 있을 뿐, 인터넷이나 휴대폰도 사용이 어려운 난감한 곳일 수도 있습니다. 평소 점검과 체크리스트 활용을 통해서 이런 ‘놀라움’을 실제 위기 시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놀랄만한 일이 없는 상태가 바로 이상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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