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11월 1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20편] 가만히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개인적으로 (일반인인) 저와 관련 해서 사회적 논란이 좀 생겼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대응 자문도 받고, 또 선배들의 이야기도 듣고 있는데요. 온라인상에서 저에 대해 엄청나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 무언가 해명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하신 분이 일반인이라고 하셨는데요. 일반인이 사회적 논란에 연루가 되었다면, 가만히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사후 자신에게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하는 것이죠.

논란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해주시지 않아 추측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사회적 논란이라 하면 일단 부정적으로 자신에게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은 경찰이나 그 논란에 관련된 사람들일 것입니다. 물론 피해자가 있다면 그 피해자도 중요한 대상이고요.

일단 그 그룹을 핵심 이해관계자라고 합니다. 문제가 생겼다 생각되면, 빨리 그와 같은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모든 신경을 쏟아 부으셔야 합니다.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될 것이 예상된다면 빨리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도 그 방법입니다. 그 후로는 변호사 조언을 듣고 그에 따라 핵심이해관계자 대응이나 커뮤니케이션을 함께 진행하셔야 합니다.

찾아가 사과 하거나, 해명 하거나, 오해를 풀거나, 합의 하거나, 소송 대응을 하거나 하는 모든 활동들을 준비해 진행하는 것이 개인적인 위기관리 실행입니다. 그 외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라 부를 수 없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오해하는 것이 언론이 자신의 이해관계자라고 오해하시는 일반인들이 많습니다.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정확하게 보시면 일반인 분에게 언론은 직접적 이해관계자가 아닙니다. 사회적 논란을 키우거나, 오해를 확산 시키는 역할들을 그들이 한다 해도, 일단은 일반인들에게 언론은 쉽게 대응하거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언론에 대한 자발적 접근이나 대응은 극도로 제한하셔야 합니다.

또 착각하는 것이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공중들을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아닙니다. 그들은 실체가 없고, 현재 당면한 이슈에 대해 해명이나 이해를 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기업이나 정치인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들은 일반인과 다른 입장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성심껏 언론과 온라인 공중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지만, 일반인은 그리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대응하여 커뮤니케이션 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잘해 낼 수도 없고, 해서 상황을 안정시키는 경우도 매우 드뭅니다.

일반인이 언론이나 온라인 공중들에게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 오히려 논란은 더욱 더 확산되고, 악화됩니다. 마치 굶주린 늑대떼에게 생 닭 같은 먹이감을 던져주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공중이나 대중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실체가 없습니다. 그들은 이해관계자라기 보다는 구경꾼입니다. 모두가 한마디씩은 하는데, 만약 현재 논란이 사실 별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습니다. 익명성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평소에도 그런 실체 없는 여론을 먹고 삽니다. 이미 큰 규모의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반인은 그냥 조그만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일 뿐입니다. 언론이나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해명 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일단, 핵심 이해관계자 대응에 먼저 집중하십시오. 그 대응이 잘 진행되고 있다 해도 지속적으로 해당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그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십시오. 스스로를 유명인이라고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상에서 착각하시면 안됩니다.

정말 마음이 좋지 않고, 무언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면 살 수 없겠다 하는 사정이 있다면. 제대로 준비하고 커뮤니케이션 하십시오 가능한 짧게 하시고, 공개전에 주변에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감수 받으십시오. 기업이나 유명인들의 메시지도 그렇게 만들어 집니다. 가능한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메시지를 쓰십시오.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위기관리컨설턴트들은 일반인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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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2014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5] 평소 훈련으로 인한 땀들이 곧 위기관리다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5]

 

평소 훈련으로 인한 땀들이 곧 위기관리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뻔히 인지되는 위기인데도 기업들은 미리 준비해 훈련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만 그런 일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실제 사전 대응은 없다. 가이드라인도 세우지 않고 방치한다. 최근 발생하는 위기의 많은 부분은 평소 고민 없음으로 인한 것들이다. CEO가 직원들과 함께 대비하고 함께 훈련 해보라. 그 과정이 곧 위기관리다.

다른 기업이 경험한 위기는 조만간 우리도 경험할 수 있다. 몇 년 전 골치 아팠던 위기는 다시 돌아와 우리를 새롭게 골치 아프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기업에게 발생하는 위기에 있어 역사상 처음 발생하는 위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미 수없이 많이 또는 흔할 정도로 여기저기 발생했던 위기들이다. 왜 이렇게 동일한 위기들이 자주 그리고 반복적으로 발생할까?

기업이 준비하고 훈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어찌 보면 생명체의 기본적 본능인 생존과 성장에 반하는 독특한 본능이다위험이 다가오면 일단 위험을 감지하자마자 생존을 위한 대응을 하기 마련인데 기업에게는 이 본능적 일사불란함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셈이다. 내부적으로 공통된 민감성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 조직 구성원들이 하나의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하다. 때로는 조직의 몸통이 위기감을 느껴도 조직의 머리가 그 감각을 고통이나 두려움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문제가 어떻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조직원들은 발생 가능한 위기에 대해 평소 발생을 전제하여 이에 기반한 훈련을 공유해야 한다. 조직이 민감하지 못하고, 여러 문제로 인해 위기감을 공유하지 못한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일단 훈련을 통해 민감성을 키우고, 위기감을 공유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훈련은 기업 위기관리 체계의 핵심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위기관리 체계를 완성했다 자랑하고 보도자료를 낸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 체계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이제부터는 해당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반복적 훈련이 핵심이다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매뉴얼을 들쳐보거나 암기하는 직원들의 수는 극소수다. 하지만,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직원들은 수백에서 수천이 다. 이들에게 일사불란 한 위기대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 생각 해 보자.

훈련이 반복되지 않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냥 공식문서일 뿐이다. 수백에서 수천 본에 이르는 실무 가이드라인들 중 하나다. 공유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고, 실행되지 않는 매뉴얼은 아무 의미가 없다. 대신 반복적 훈련으로 공유되고 기억되는 실행 중심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실제 위기 발생 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훈련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최근 기업 위기가 발생하면 CEO들이 기자들 앞으로 나와 머리를 조아려 사과를 한다. 앞으로 개선하여 재발을 방지하겠다 약속을 한다이런 기업적 의례(ritual)들이 이제는 거의 일반화 되어 있어 심지어 이 자체를 위기관리로 혼동하기도 한다. 이는 틀린 생각이다.

만약 그 CEO들이 해당 위기를 미리 예상하여 대응하는 훈련에 참가해 보았다면, 해당 위기를 깊이 고민하고 그 현실을 스스로 들여다 보았었다면, 그 자리에서 생면부지의 기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 해당 주제를 임직원들과 토론해 보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미리 고민해 보았었다면 지금 같은 폭발적인 고민들은 상당수 해소되었을 것이다.

가장 잘된 위기관리란 위기가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언론사 기자들로 하여금 기사를 쓰지 못하게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예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기업차원에서 관리, 완화, 방지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CEO가 리드하는 훈련과 협업을 통한 고민들이 평소에 필수불가결하다. 위기를 정확하게 예상하고 이를 다 같이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훈련이 더욱 더 가치 있는 위기관리 과정이 된다는 의미다.

이런 훈련을 통한 실질적 사전 고민이 없으면 추후에도 CEO들은 계속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를 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복적으로 CEO들을 바뀌어 갈 것이고, 새로운 CEO가 바통을 이어 또 머리를 숙여 이를 위기관리라 할 것이다. 평소 CEO 자신을 훈련하고 직원들에게도 훈련을 통한 땀을 요구하자. 평소의 땀을 위기 시 피와 바꿀 수 있는 극도로 훈련된 조직으로 지속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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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2013 Tagged with , ,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0] 준비하지 않으니 빠를 턱이 없다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0]

 

준비하지 않으니 빠를 턱이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대응의 핵심은 신속성이다. 모든 위기는 시간이 해결 해 준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더 나중엔 재가 되더라도 무언가 되긴 된다. 그러나 기업이 원하는 결과는 이런 참담함이 아니다. 적시에 위기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는 각각의 대응 기능 스스로 준비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준비가 없으면 항상 느리다. 예외는 없다.

우리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분석 해 보면 기업 대부분이 위기 상황 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공통적인 현상을 보인다. 물론 기업은 개인보다 느리다. 기업은 환경보다 느릴 수 밖에 없다. 상황 감지에 여럿이 관여 하다 보니 상황 파악도 느릴 수 밖에 없다. 의사결정그룹도 한 개인이 아니라면 의사결정이 빠를 수가 없다. 위기 대응에 나서는 사람들이 여러 준비에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이미 버스는 지나가버린 뒤일지도 모른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전방 군인들을 생각 해보자. 북한의 도발 징후를 감지하면 이에 대응하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그들은 항상 노력한다. 심지어 일선에게 상부에 보고하지 말고 적이 도발하면 반사적으로 먼저 응징하라는 지시를 할 정도로 신속한 초기 대응을 주문한다. 우리 군이 즉각 반격에 나설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대비 또는 준비라고 불리는 체계가 필요하다.

준비(準備)라는 단어는 사전에 의하면 미리 마련하여 갖추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마련해 하나 하나 미리 갖추어 나가는 것이 위기관리에서 준비의 의미가 되겠다. 개념적으로는 당연하고 간단한 주문 같아 보인다. 하면 되지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예측되는 위기에 있어서도 별반 세부적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거의 매번 별반 실제적 준비 없이 위기를 맞으니 그에 대한 대응은 반복적으로 늦고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왜 그럴까?

서로 만나 마주 앉지 않기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같이 일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부서간 사일로(silo)가 위기 때는 더욱 강해진다. 흡연실에 옹기종기 모여 대응을 논하는 일부 팀장들이 위기관리를 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체계적으로 모두 함께 이음새 없는 대응 계획을 세우기 힘든 이유가 이 때문이다. 법무, 기획, 대관, 홍보, 영업, 마케팅 각각이 예측되는 동일한 위기에 대해 각기 자기들만의 대응 계획을 세운다. 실제적으로 협업이 이루어지는 준비체계는 이런 모습이 아니다.

개념적으로만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위기대응을 위한 준비 중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시간은 문서작업을 위한 업무라고 실무자들은 토로한다. 문서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문제는 보고를 위한 문서에 시간을 과도하게 쏟아 부어 실제로 인적, 물적, 경험적, 네트워크적인 준비를 할 여유가 부족하게 된다.

일부는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의 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전문성을 요한다. 평소 담당실무에만 집중하던 부서들이 생소하고 특수한 유형의 위기에 당면했을 때 정확하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사내에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못한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조언을 요청하는 전화를 극비리에 돌리다가 때를 놓치고 위기를 맞는다.

위기관리 성공을 원하는 CEO는 하루 빨리 정리된 준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고민 이전에 위기 대응을 위한 준비 프로세스 구축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평시 가능한 여러 위기 유형에 대한 대비 체계를 점검하고, 부족한 면이 있으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체계 보수를 진행해 보자. 세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주 사소한 준비들에 대한 니즈를 발견하고 이에 부서들의 실제적 고민을 요청해 보자. 이를 위해 CEO는 시나리오를 넘어 각본까지를 상상하면서 하나 하나 질문해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더욱 이상적인 것은 회사 내부에 이런 시나리오와 각본을 미리 고민하고 계속 질문하는 관제탑 기능을 설치 운용하는 체계가 되겠다. CEO는 이 관제탑 기능을 하는 임원이나 부서장과 함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준비 체계를 이해하면 된다. 위기관리란 위기에 처한 기업이 꼭 해야 할 일을 제 때에 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여기서 기업이 제 때에필요한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곧 준비다. 준비 없이는 뭐든 제 때 하기가 힘들다. 위기관리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평소 미리 고민하던 CEO가 위기관리에 곧 잘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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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42013 Tagged with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위기관리 프로세스] 5단계 위기관리 실행 준비 단계-1편 : 실행 준비 시간에 주목하라!

5단계 위기관리 실행 준비 단계-1편
위기관리 실행은 평소 투자가 전제
흔히 전쟁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소대장이 “소대원 전원 앞으로!!!”라 소리친다 해도 평소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병사들이 그 말 한마디에 총탄이 빗발치는 사지로 뛰어 들어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최고 의사결정그룹들은 사실 현장 실무자들의 위기관리 역량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급박한 위기 발생시 최고 의사결정자들의 대응 명령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이유도 위의 상황과 유사하다.
위기가 발생한 뒤 소집되는 위기관리위원회에 들어가 각 부서장들의 상황설명과 의사결정 논의 형식들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각 일선 부서들이 평소 어떤 수준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에 지정되어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여 왔는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대관업무를 하는 부서장이 제대로 된 정부규제기관 핵심 라인을 잘 알지 못하거나, 상황 관련 정보 조차 공유 받지 못할 때도 있다. 법무부서장이 교과서에 나온 대로만 검찰수사 프로세스와 앞으로의 조사 프로세스를 설명할 때도 있다. 문제의 핵심인 NGO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대략적 정보만 가지고 대응을 고민하는 부서장도 있다. 소위 마이너라 하면서 관리하지 않는 동안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 언론사 데스크 라인을 부랴부랴 따보려 노력하는 홍보부서장도 있다. 실행은 평소의 투자와 관심이 전제되어야 성공한다.
경영자들이 말하는 지금(now)이 과연 실무진들에게 ‘즉시’일까?
기존에 정해진 위기관리 R&R(role &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에 따라 배분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위기 대응을 하려 해도 방법을 딱히 모르겠으면 문제다. 대략적인 방법은 알아도 어떻게(how)라는 실제 디테일을 모르면 또 문제다. 최고 의사결정그룹이 지시한 ‘ASAP’나 ‘지금’이라는 급박한 타임라인이 그대로 지켜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도 한번 살펴보자. 정부규제기관의 핵심 인사로부터 규제 움직임과 관련 된 심도 있는 내용과 해당 기관의 분위기를 빨리(ASAP) 파악하라는 최고 의사결정그룹 지시가 있었다 치자. 대관업무를 이끌고 있는 실무그룹리더의 휴대전화 주소록에 그 해당 기관 핵심 인사의 휴대전화번호가 들어 있는가 들어 있지 않은가 간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해당 핵심 인사에게 접근하기 위해 여러 주변 이해관계자들과 지인들을 통해야 한다면 상당히 더 긴 시간과 노력들이 들게 마련이다. 한 통으로 될 수 있는 1차적인 위기 대응이 한나절 이상 수십 통의 전화로 겨우 마무리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리적 시간 소요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지연된 시간은 일반적으로 부족한 품질 또한 의미
시간만 지연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통화 해 별로 관계 자산이 형성되어 있지 않는 기업 내부 관계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어디 있을까? 당연히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량이나 품질은 떨어지고 정확하지 않게 정리되게 마련이다. 결국 최고 의사결정그룹에게는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거나 의사결정에 충분하지 않은 정보가 보고될 수 밖에 없다. 항상 최고의사결정 그룹이 ‘ASAP’와 ‘지금 당장’을 이야기하면, 항상 실무진들은 심각한 고민을 ‘ASAP’ 또는 ‘지금 당장’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흔한 위기관리 시간관리 오류 – 준비 단계에 대한 망각
위기관리에는 ‘충분한 시간’이란 단어 자체가 없다. 일선에서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을 좀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유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실행을 준비하고 신속히 실행해야 하는 것이 전부다. 현실이 이렇다면 위기관리위원회의 시간관리는 이런 일선의 고민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만약 그런 감안이 우리 기업에게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면 평소 일선의 고민을 줄여 줄 수 있도록 투자와 관심을 투입해야 한다.
단순 홈페이지 팝업에도 반나절 이상이 걸려
예를 들어 단순해 보이는 홈페이지 팝업만 보아도 그렇다. 위기관리위원회에서 발생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시 받은 수십 개 대응 행동들 중 하나인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한 해명문 게시를 한번 살펴보자. 물론 위기관리위원회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있었다. 위기관리위원회에서는 홍보팀에게 홈페이지 게시용 해명문을 빨리 제작 게시하라 했다. 홍보임원은 팀으로 내려가 부장을 불러 해명문 초안 개발을 지시한다. 해당 부장은 팀원들을 불러 업무를 공유하고 일정을 파악하여 과장과 대리급 홍보팀 직원에게 해명문 초안을 빨리 만들어 오라 부탁한다. 이 과정에서 벌써 30분은 쉽게 지나간다.
홍보팀의 똘똘한 과장이 해명문 초안을 만들어 왔다. 부장이 리뷰를 한다. 부장이 전략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문장을 고쳐 다시 재작업을 지시한다. 과장은 재수정을 한다. 부장이 해당 수정 해명문을 들고 홍보임원실에 들어간다. 홍보임원은 부장에게 해당 해명문을 법무팀과 협조 해 먼저 리뷰 받아 오라고 지시한다. 해당 부장은 수정된 해명문을 가지고 법무팀장을 찾아간다.
법무팀장은 같은 위기와 관련된 다른 계약조항이나 법률적 검토 지시를 받아 아주 바쁜 상태다. 법무팀장은 홍보팀장으로부터 전달받은 수정 해명문을 읽고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몇가지 해준다. 재수정된 해명문을 받은 홍보부장은 다시 최초 홍보 과장에게 임원 보고용 파이널 수정 해명문을 정리해 달라고 한다. 이전 단계에서 파이널 수정 해명문을 받는 시간까지 벌써 2시간이 흘렀다.
여러 사람이 함께 결정하는 위기대응 현실을 평소 기억하자
파이널 수정 해명문인 줄 알았던 해명문이 홍보임원에 의해 다시 앞뒤가 바뀌고, 여러 수사들이 추가되었다. 문장이 상당히 이상해 졌다. CEO보고를 위해 빨리 최종 작업을 하라고 홍보임원이 지시 한다. 해당 수정 해명문은 다시 홍보팀과 법무팀을 돌고 돌아 임원 리뷰 최종본으로 완결된다. 홍보임원은 해당 최종본을 CEO에게 보고한다. 정확하게는 위기관리위원회에 보고한다. 대관부서임원이 해당 문구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한다. 마케팅 임원이 피드백을 더한다. 법무팀에서 다시 추가적 의견을 내 놓는다. 마지막으로 CEO께서 여러 표현들을 추가한다. 홍보임원과 부장은 다시 처음부터 작업을 반복한다. 이전 단계부터 이 시점까지 또 2시간이 흘렀다.
위기관리위원회에서 리뷰를 한 진정한(?) 파이널 해명문이 결정되었다. 홍보팀에서는 평소 회사 홈페이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IT팀에게 팝업창으로 해당 해명문을 띄워달라고 주문한다. IT팀에서는 해당 해명문의 디자인을 잡아 줘야 업로드가 가능하다고 한다. 홍보팀내 디자인 담당자에게 해명문 디자인을 맡긴다. 디자인을 잡은 후 홍보임원의 리뷰를 받아 몇 번 수정을 하고 디자인을 완결하는 데 또 한 시간이 걸렸다.
IT팀에게 전달된 팝업창이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기자들과 고객들에게 노출되는데 최초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지금 당장’이라는 지시 이후 5시간 30분이 걸린 것이다. 위기관리위원회는 이미 5시간전에는 해당 해명문이 회사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에서 빛나고 있으리라 예상했었을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보도자료도 그렇고, 대관업무 접촉이나, NGO 접촉이나, 불만고객과의 접촉이나 거의 모든 활동들에서 이런 시간적 갭이 발생한다.
피치 못할 현실적 갭(gap)을 평소 관리하자
이런 현실적인 갭을 먼저 이해하고 평소에 해당 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작업이다. 만약 이 작업이 부재했었다면, 위기관리위원회의 시간관리와 의사결정관리는 이 실행준비 기간을 충분하게 감안하여 더욱 더 신속하게 조기에 관리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관리를 모두 못하면 위기 시 기업은 항상 대응이 늦거나 때를 놓쳐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행 준비 시간을 고려한 시간 및 의사결정관리 필요
일부 기업에서는 최초 대응 보도자료 배표 시점 등을 매뉴얼에 적시한 곳도 있다. 앞의 글에서 정형적인 데드라인이 별반 의미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세부 작업’등에 있어 ‘최소한의’ 시간을 규정 해 놓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러한 시간 규정은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리고 협업 체계 개선과 업무 전문화를 통해 실무진들이 실제 실행 가능한 규정이어야 한다.
세부 작업들에 대한 시간 규정은 필요할 수도
평소 그러한 세부 작업들에 대한 시간 규정이 있다면 각각의 일선 실행 그룹들이 보다 급박함을 가지고 현장에서 시간관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위기관리위원회의 입장에서도 전반적인 실행 타임라인 설정과 시간관리가 가능해 질 것이다. 이 모든 체계들은 평소 마른 수건을 돌려 짜는 노력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전제되어야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100% 실행? 글쎄…
위기관리위원회가 지시한 10개의 대응 활동들이 있다면 그 10개 모두가 실행되리라는 막연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여러 문제로 인해 그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실행되지 못할 때도 있다. 각 실행 그룹들은 왜 해당 실행들이 적시에 정확하게 실행될 수 없는지, 그리고 왜 모두 실패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 또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는 실행을 준비하고 있는 침묵의 시간으로 받아 들여진다는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자
위기관리위원회측에서 그리는 통합적인, 이음새 없는, 빈 구멍 없는 일사불란한 대응은 실제로는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평소에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가능한 시간과 관심과 예산을 투자하여 미리 함께 고민하고, 언제든 실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핵심적 위기 대응 활동에 대해서는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 시 이 실행준비 기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전제되지 않고는 좀처럼 위기관리에 성공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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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5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트레이닝] 오바마 vs. 롬니의 2012 선거 토론회 : 준비와 결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와 롬니간 선거 토론회가 열렸다. 이를 위해 양쪽은 상당기간과 상당 인력들을 동원 해 준비 세션을 가지고 연습과 연습을 거듭했다.

미국인구 중 7천만명 가량이 시청 한 이 토론회에서 오바마 지지자들은 1차적으로 오바마가 수세적이었던 부분에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토론회인 관계로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가 약간 탐색전을 가졌다고 보는데…준비한 기간과 노력들에 비해 몇가지 아쉬운점들은 남는다.
특히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이 롬니가 공격적 질문을 할 때 오바마는 메모를 하는지 연단을 내려다보면서 다른 짓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지는 부분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시청자들이 시각적으로 오바마가 토론에 별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였다. (전체적으로 공세적이었으면 이런 의문이 들지 않겠지만…그는 전반적으로 그렇게 해석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다음번 토론회에서는 오바마가 어떤 반전 전략을 가지고 나올찌 궁금하다. 배울점은 항상 준비하고, 연습하고, 반복한다는 것. 연출을 통해 실수를 최소화하려 노력한다는 점. 신중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주변에 훌륭한 코치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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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사 사보 기고문] 위기에 대한 패러독스(paradox)들

위기에 대한 패러독스(paradox)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많은 기업들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자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떤 기업도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어 보인다. 모든 위기가 미연에 방지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기업은 두 가지로 나뉜다. 위기를 경험했던 기업과 위기를 앞으로 경험할 기업 이 두 가지다. 그렇다면 기업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위기를 ‘대비’하는 기업이 스마트 한 기업이다. 위기는 필히 발생한다 전제하고, 만약 이런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 중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평소에 생각하고 준비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기업이다. 자, 그러면 구체적으로 준비란 어떤 것을 이야기 하는가 살펴보자.
첫째, 위기는 깜짝 놀랄 만 한 생소한 대상이 아니다. 위기는 대부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중에 발생한다. 그럼에도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모두가 깜짝 놀라는 이유는 뭘까? 평소 해당 위기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감으로만 이런 위기도 발생할 수 있겠구나 평소에 느껴 왔을 뿐, ‘이 위기가 발생한다면’을 전제로 하고 일정시간 동안 구체적인 대응에 대한 깊은 생각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인가?
둘째, 위기관리는 ‘누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위기를 관리하지 않는다. 비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위기에 리더십을 가지고 스스로 나서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 시 숨고, 피하고, 두려워하며, 기도한다.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알아 냈다면 그 다음은 ‘누가’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어떻게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실무진들에게 있다.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을 몰라서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 보다는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실패하는 기업들이 더 많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 평소 실무진들에게 질문하라. “이런 위기 시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실무진들에게 정확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답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위기는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유사한 반복의 원칙은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에게는 아주 유리한 위기의 특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매번 당황스럽고, 매번 힘들어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위기로부터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를 경험하면서 다음에 이러한 위기가 또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하는 생각과 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평소 위기로부터 배움을 찾자.
마지막으로 위기는 기업의 철학과 공유된 가치들에 의해 성패가 갈린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는 직원들이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 직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가 위기 시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법이다. 직원들이 고객을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품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비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며, 안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그들이 생각하는 그대로 위기는 관리 된다. 평소 품질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품질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자명하게 된다.
위기를 경험했고 앞으로 경험할 기업들에게 공히 조언하는 것이 이런 ‘준비’에 대한 이야기다. 준비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평소 함께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위기관리 체계란 함께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떤 특정 부서에게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어 보세요”라고 주문하기 보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봅시다”하는 주문이 더 옳은 주문이다.
경쟁사들을 둘러보자. 다른 기업들도 둘러보자. 수많은 위기 사례들을 들여다 보자. 그리고 우리가 경험했던 위기들을 돌아보자. 그 안에 답들이 있다. 위기관리라는 시험은 나왔던 문항이 또 나오고, 이미 풀어 봤던 예상 문항이 그대로 나오고, 친구가 어제 풀었다던 문항이 바뀌지 않고 나오며, 조금만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항들로 채워져 있다.
위기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단순한 시험을 치르면서 매번 놀라고, 매번 당황하며, 매번 생소해 하고, 매번 틀리는 기업에게 있다. 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게으른 기업들이 문제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 그것이 위기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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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발생 전 진인사(盡人事)하고 나서 대천명(待天命) 하는 것이 항상 맞다

특정 위기발생 사실을 예견하고 전사적 대응준비를 하는 가운데 홍보실은 환경분석과 해당 위기발생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들을 예견해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경쟁사들 및 유사기업들의 유사 위기상황들을 벤치마킹하고, 그들 각각의 대응방식들을 입체적으로 돌아봤다.

각 사들의 성공과 실패들을 통해 우리 회사가 견지해야 할 전략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면서 회사의 입장과 핵심 대응 메시지들을 내부적으로 공론화 해서 명확하게 정리를 했다. 이를 기반으로 핵심적인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할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홍보실과 핵심 임원들은 해당 위기상황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각각에 대한 대응 논리와 메시지들을 정렬할 수 있었다. 임원들뿐만이 아니라 일선 CS와 영업라인들에 이르기 까지 가이드라인이 공유되고, 현실적인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들이 일괄적으로 진행되었다.

전사적으로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가 되었다. 모든 이해관계자 별 대변인들과 일선 이해관계자 접점들 모두가 하나의 생각과 대응방향을 공유하는 것 이상으로 더 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루가 가고, 한 주가 갔다. 결국 발생하리라 예상했던 위기가 실제로 발생했다. 모든 관련 인력들이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실제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이상하게도 관련 위기에 대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관심을 쏟지 않았다. 언론도, 고객들도, 정부도, NGO도, 관련 거래처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반 주목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최초부터 위기 발생 이후의 파장에 대한 예측이 과장된 것도 아니었다. 해당 위기관련 분석과 경쟁사 및 유사업종 기업들의 유사 위기발생시와는 다른 이해관계자 환경이 펼쳐진 것일 뿐이었다.

홍보실장은 ‘모든 준비를 해 놓고 이런 환경까지 더 해지니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참 운이 좋아 고마운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위기관리 원칙을 통해 보더라도 ‘모든 준비를 하고 위기를 기다리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사 어디에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왜 우리가 미디어를 대상으로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어야 했지? 왜 우리가 시간을 투자해 가면서 대응훈련을 받아야 했던 건가?”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홍보실이 너무 과도하게 준비를 한 것 같아. 정부에서도 NGO에서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리가 오버한 게 틀림없어”라고 홍보실의 준비작업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너무 디테일 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대충 일이 터지면 어떻게 하겠다는 아주 심플한 방향성만 있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야”하는 개선안(?)도 제시되었다.

매우 흥미로운 정치적 피드백이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또한 충분히 내부적으로도 제기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핵심은 일련의 방향성이 회사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데 있다. 반대로 ‘평시 관리’에 도움이 되고 간편한 제안들이 위기관리에 까지 그 적용범위를 넓혀와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많은 성공적인 클라이언트들과의 공통적인 경험과 그들과 함께 공유했던 인사이트는 ‘준비는 아무리 해도 충분하지 않다’였다. 하늘이 준 운(運)과 사람의 준비를 헷갈려 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려 하지 말자. 진인사(盡人事)하고 나서 대천명(待天命) 해야 한다 하는 것이 기업이 항상 견지해야 할 위기관리관이라고 본다.


12월 212011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준비 해야 관리할 수 있다. 준비 없으면 관리 당한다

거의 모든 위기에는 전조(前兆)가 있다. 전조 없이 오는 위기는 드물다. 반면에 전조를 무시하고 준비하지 않는 기업들은 흔하다. 기업은 항상 느리다. 위기는 그에 비해 쏜 살 같다. 최근의 이해관계자 환경을 보라. 10년 전보다 수백 배 빠른 스피드를 기업에게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영원히 기업은 이들이 요구하는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예전 기업의 위기는 24시간을 기준으로 사이클이 변화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24번 이상의 변화 싸이클이 목격된다. 기업의 위기에 대해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만큼 기업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는 실시간으로 폭발과 해소를 반복한다. 기업은 이런 위협적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준비하라 했다. 미리 준비해야 빨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미리 예상하여 준비하는 것이 힘들다면, 전조를 보고라도 빨리 준비하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준비’ 자체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한다. 주저한다. 고민한다. 그 동안 시간은 간다. 위기관리에 있어 시간은 절대 기업의 편이 아니다.

위기대응 체계가 있으면 전조를 보고 해당 위기관리를 위해 기존의 체계를 재편제하거나, 점검 준비 강화하면 된다. 문제는 기존에 위기대응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일부 체계만 존재하는 기업의 경우다. 이들은 앞의 기업들 보다 훨씬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밀린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공부(준비) 해 놓은 기업이 전조를 보고 체계를 강화하는데 항상 더 빠르다. 공부(준비) 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기업은 아예 위기관리를 하지 않거나, 허겁지겁하면서도 전체적인 준비가 더디고 느리다. 위기관리를 잘하고 잘 못 하고 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내부적으로 우리는 잘 준비되어 있다 생각 하는 일부 기업들에게 취약점이 더 많기도 하다. 이에 반해 어느 부분이 덜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해 하는 기업이 더 강하다. “우리는 강력한 홍보팀을 보유하고 있다” 말하는 기업들이 엄하게 소셜미디어상에서 구멍을 보이거나, 대관업무에서 실패하는 것을 본다. 기업의 위기관리팀은 모두가 강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어느 구멍이 문제인지 꼼꼼히 돌아보는 게 좋다.

위기의 전조는 항상 기업에게 말한다. “준비하는 게 좋을 껄?” 그러나 기업 구성원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왜 내가 준비해야 하지?”하며 고민만 한다. 위기는 한 발자국 한발자국 가까워 오는데 계속 고민만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고민만 하다 위기를 알몸으로 맞는다. 준비된 게 없으니 침묵한다. 내부에서는 고민이 많고 나름 위기관리 중이라 생각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왜 저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침묵하는지 궁금해 한다. 이내 욕 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전략적 침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략적 침묵은 완벽한 준비의 토대 위에서만 겨우 존재 가능하다. 준비 안된 채 침묵하는 것은 그냥 어쩔 수 없는 ‘말 없음’이다. 별로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입을 다무는 셈이다. 불행하게도 준비 안된 벙어리에게 이해관계자들은 그리 관대하지 않다. 그들에 의해 관리되는 상황으로 위기를 더 키우고, 적대적인 일부에 의해 우리 기업은 관리되어진다. 스스로의 전략과 노력을 통해 관리하는 것을 포기하니,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억지로 관리된다는 의미다. 진짜 위기를 맞게 되는 거다. 실패하는 원인은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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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2011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맨 나중에 위치한다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항상 힘들어 할 때는 회사의 위기발생시 먼저 커뮤니케이션이 앞장 서야 하는 긴박함을 느낄 때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은 의사결정 또는 실행 이후에 위치하는 게 합리적인 것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니 힘들다.
   
기업 내에서 시간~분 단위 데드라인에 맞추어 돌아가는 몇 안 되는 담당자들이 바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인데 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최고의사결정자들의 ‘빠른 의사결정’이다.

물론 최고의사결정자들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실무 단에서의 빠르고 정확한 상황분석 보고가 선행되는 게 맞다. 전체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선행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많고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적시(timely)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이보다 더 곤혹스러울 때는 의사결정이 자꾸 번복되는 상황 일 때다. 그 이전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추가 상황보고들이 올라오는 상황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을 힘들게 한다.

특히나 외국기업들의 경우에는 준비(preparation) 업무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업무의 절반 이상인 경우들이 많다. 문제는 1차적으로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직후 상당 시간과 여럿 인력들을 투입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팩을 준비하고 대기할 때 발생한다. 1차 의사결정과는 사뭇 다른 의사결정이 내려오면 이전의 준비작업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런 처음으로의 회귀작업을 두세 번 이상 하다 보면 위기관리를 위한 준비(preparation)가 과연 필요하거나 가능한가 하는 자괴감을 가지게 된다.

의사결정이 항상 단번에 끝나야 하고, 절대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의사결정이야 언제나 변화 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핵심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나중에 위치하니 이를 배려해 주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확실한 의사결정 이전에 일단 준비하고 보자 하는 것은 상당히 무의미한 작업이 될 가능성이 많아 자제해야 한다.

만약 이렇게 모래성을 쌓고 무너뜨리고 하는 작업을 반복하기 싫은 실무자들은 여러 의사결정 시나리오들을 한꺼번에 짜놓고 이 옵션에 따라 각각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준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좋다. 이 또한 상당한 전문성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들겠지만, 의사결정이 변화함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소모적인 업무에서는 많은 부분 벗어 날 수 있어 좋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맨 마지막에 위치하니 우리가 가능한 빨리 의사결정을 내려주자’하는 생각을 해달라는 거다. 그리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일단 진행되었으니, 앞의 의사결정을 뒤 엎는 무책임해 보이는 의사결정 번복은 가능한 자제하자’하는 생각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체계적으로 더욱 정확하고, 빠르고, 신중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과 배려들이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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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2011 Tagged with , , , , , 2 Responses

준비 안된 기업의 위기커뮤니케이션 10대 공식: 코레일 사례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지 못한 기업의 위기관리 공식은 대략 이런 공통점을 가진다.

 

1. 상황만을 중심으로 위기를 파악한다.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위기관리 대상에서 최초 제외되거나, 대부분 경시된다.

2. 해당 상황을 정상 처리하면 모든 위기는 사라지는 것으로 개념 정리한다.

3. 해당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불편, 손해, 스트레스, 신체적 손상, 슬픔, 고통, 분노, 흥분, 실망, 아쉬움 등은 상당히 지엽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4. 자사와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언론을 적으로 생각하거나, 최소한 귀찮은 존재들로 간주한다.

5.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트레이닝 받지 않은 채로 아무나 대충 임하거나, 피한다.

6.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에서 여러 ‘하지 말아야 할 말들’과 ‘할 필요 없는 말들’을 남발한다. 반면, ‘꼭 해야만 하는 말할 필요가 있는 말은 대충 얼버무리거나 확보하지 못한다.

7. 언론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CEO나 직원들이 전달한 하지 말아야 할말들과 할 필요가 없는 말관련 TV보도나 기사를 보고 도리어 언론을 욕하거나, 문제 있다 지적한다.

8. 결론적으로 언론에 대해 불만과 부정적 감정만 가진다. 언론이 그렇게 보도 하면 우리 사회나 기업들이 모두 망가질 것이라 경고한다이 상황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의 여러 감정들에 대해서는 ‘언론이 조장한 결과’라고 정의한다.

9. 똑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언론을 확실히 방어해야 한다’고만 생각한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생각이나 대응은 그대로 유지한다.

10. 실제 위기가 또 발생하면 다시 1번으로 돌아가 동일한 프로세스를 반복한다.

 

결론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의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그냥 예전 그대로반복 진행되고, 언론만 더욱 더 몹쓸 집단으로 평가 하면서 마무리된다. 위기를 둘러싼 유일한 죄인(?)은 항상 언론이 돼 버리는 거다.

해당 기업은 개선할 대상이나 목적이 없는 셈이다. 그들은 언론만 없으면 위기도 없고, 위기관리도 제대로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대 준비하지 않고, 제대로 준비 되지 않는다.

왜 기업들이 항상 위기관리에 실패하는가 하는 질문을 내게 한다면, 이런 것들이 현실적 이유들이라고 말한다.

 

관련사례:
KTX 또 고장…”무슨 큰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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