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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한 낡은 오해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비스 중 그래도 가장 서비스 역사가 길고,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 미디어트레이닝(media training)이다. 하지만, 아직도 기업 고위임원들에게 과거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지 질문하면 약 10퍼센트 가량만 경험이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미디어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아본 홍보담당자들이 그보다 더 적다는 사실이다. 대표이사나 고위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배석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경험해 본 홍보임원이나 실무자가 대부분이다. 회사의 대변인으로서 직접 트레이니가 되어 심도 있는 훈련을 받아본 경험이 그리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 문제일 수 있다.

매일매일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는데 굳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하고 실무를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내심 하는 분들이 더 많다. 수년간 기자관계를 하다가 새삼스럽게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려고 하니 뻘쭘한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체계적인 홍보실 훈련 프로그램은 필요하다는 정도로 해 두자.

많이 제공되고 있는 미디어트레이닝임에도 불구하고, 경험한 분들이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오랫동안 미디어트레이닝의 목적이나 형식을 오해하는 상황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 홍보실을 비롯해 기업 대표와 고위임원들이 가진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한 오해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미디어트레이닝은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업을 대변해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위치에 있는 한정된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 훈련이다. 평시를 비롯해 다양한 상황을 예상하고, 경영이슈에 대하여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트레이니가 전략적 메시징을 반복 훈련해 보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언론, 기자를 이해하고, 경영적 주제들과 질문을 이해하며, 전략적 답변을 고민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실습을 통해 기자역할을 하는 상대방과 심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는 경험을 더한다.

이는 자신의 기업을 대표하여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훈련이다. 이에 비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은 훨씬 수준이 높다. 미디어트레이닝이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 훈련이라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에 더하여 왜?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등과 같은 전체적인 전략이 더 중심이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대표와 고위임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해 놓고,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었다거나 강화되었다고 이야기하는 데 이는 적절한 주장은 아니다.

둘째, 미디어트레이닝은 언론에 대하여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아니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흔히 언론에 대한 강의로 착각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언론에 대한 강의는 미디어트레이닝이 아니다. 언론에 대한 이해 부분이 미디어트레이닝에 일부 들어가기는 하지만, 미디어트레이닝 전체 부분에서는 상당히 적은 도입 부분이다. 특히 기업 대표나 임원들에게 언론시장이나, 최근 기사화 트렌드, 기자들의 마감 시스템, 편집시스템, 광고 수입, 미디어랭킹 등을 교육하는 것은 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경험적으로 볼 때 홍보실 이외 임직원에게 언론과 홍보에 대해 실무적 교육을 하면 할수록 이슈나 위기 발생 시 간섭과 잔소리는 늘어난다. 언론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광고나 기사나 기자가 어떤지 모르는 사람이 없어지면, 반대로 홍보실이 할 수 있거나 해야 하는 것이 줄어든다. 평시에는 그분들을 교육하여 홍보실의 업무를 이해하고 지원받고 싶다는 취지였겠지만, 실제로는 대충 이해하는 언론과 기자관을 가진 임직원들은 종종 훈수를 둘 뿐이다. 모두가 한마디씩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그분들이 가져야 하는 상식은 기자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취재하고, 왜 그렇게 취재하는지에 대한 이해면 충분한다. 한마디로 말조심해야 한다는 공적인 두려움이면 된다.

셋째,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도 가르쳐야 한다?

그것도 아니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하나 하나 돌아보면서 설명하고, 요즘 이 채널을 통해 어떤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지 구경하는 것은 미디어트레이닝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앞에서 언급했던 언론에 대한 이해나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에 대한 이해는 별도로 교양 특강 등으로 진행하거나 하면 된다. 미디어트레이닝에서는 그런 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지 않는다. (취지에 맞지 않는다)

단, 기업 대변인이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하지 못하는 케이스들은 일부 다룬다. 전체적으로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성 또는 확산되는 이슈에 대하여 기업은 어떤 대비를 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정도는 최근 들어 미디어트레이닝에서 강화되어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은 미디어트레이닝의 핵심 주제가 아니다.

넷째, 준비 없이 트레이닝 받아도 된다?

미디어트레이닝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터뷰 실습 과정은 미디어트레이닝의 꽃이다. 대표나 고위임원들이 기자에게 질문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들을 꺼내 보고, 그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정리된 메시지를 기반으로 기자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과 인터뷰를 해 보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미디어트레이닝이 진정한 가치를 발하기 위해서는, 주요 경영 주제들에 대하여 기업측이 평소 가지고 있는 핵심메시지들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대표께서 평소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던 메시지도 좋다. 회사 차원에서 강조해야 하는 원칙들을 준비해도 좋다. 기존에 기자들에게 전달해 왔던 핵심메시지들을 다시 정리해 공유해도 좋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하여 이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전략적인 메시지들로 기존의 것들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생각을 하면 좋다.

다섯째, 미디어트레이닝은 한번이면 족하다?

언론에 대한 이해를 미디어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하면 한번이면 족하다. 그러나, 다양한 경영주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한다면 그때 그때 정기적 업데이트는 필요하다. 몇 년 전만 해도 회사와 관련 없던 사회적 주제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경우도 있다. 최근 들어 경쟁사나 타업계 기업이 경험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우리의 메시지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해진 경우도 있다. 갑작스럽게 회사의 변화를 사전에 준비하고자 미디어트레이닝을 다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회사에게 이슈가 계속 생겨나는 한, 예상되는 다양한 질문들과 그 각각에 대한 답변들을 사전에 정리해 놓는 것이 준비의 체계화다. 이 체계를 반복적으로 유지 강화하는 수단이 미디어트레이닝이다. 신임대표로서 임기를 시작할 때, 신제품 론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준비할 때, 회사와 관련한 대규모 변화를 앞두었을 때, 상장이나 M&A를 준비하고 있을 때,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심지어 중요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있을 때. 기업 임원들은 미디어트레이닝을 반복해서 받는다.

여섯째,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면 전문적인 대변인 역할이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다. 기업을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수없이 많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회사의 주가를 곤두박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하게 불매운동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자칫하면 소송에 걸리기도 한다.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해 대표나 임원으로서 자신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미디어트레이닝에서 가장 강조되는 포인트는 ‘조심하라’는 조언이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이전이나 이후에도 항상 기자 앞에서는 조심하라는 조언을 반복한다. 기자는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신감이나 방심은 허황된 것이다.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그에 더해 위험하기까지 하다.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고, 민감 해하며, 노력하는 자세가 성공한 대변인을 만든다. 미디어트레이닝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곱째, 미디어트레이닝은 경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진행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은 생각보다 꽤 오랜 역사를 지닌 서비스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수 십년전부터 PR에이전시의 서비스로 이어져왔다.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기 위한 코치 훈련을 받은 컨설턴트가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순 강의나 실습 상황을 조성하는 것 등은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있는 실무자라면 가능하겠지만,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조언과 실습 과정에서의 피드백 등은 전문적 코치 훈련을 받아야 제공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몇 번 진행해 보았으니 미디어트레이닝을 리드할 수 있다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지속적인 경험과 자신에 대한 훈련 노력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또한 임상경험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여덟째, 미디어트레이닝은 일선 직원도 받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선직원들은 어떤 경우에서도 기자들과 말을 섞으면 안 된다. 회사를 대표해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을 하고,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론을 알려준다? 적절하지 않다.

일선직원들을 비롯해 회사를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모든 구성원에게는 미디어트레이닝 보다 ‘창구일원화’ 원칙을 공유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 창구일원화 개념만을 가지고 일선 임직원을 훈련하기도 하는데, 이는 예외적인 훈련이다. (예를 들어 고발 프로그램 응대 차원) 앞에서 언론에 대해 짧게 교육받은 임직원들이 이슈발생 시 더 무섭다고 했다. 섣부르게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일선직원들은 자칫 더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일선직원들은 기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면 안 된다.

아홉째, 미디어트레이닝은 거짓말을 하는 훈련?

앞에서 반복적으로 설명했다. 기자들에게 회사의 경영주제들에 대하여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트레이닝이 미디어트레이닝이다. 기업 대변인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은 기자에게 고품질의 기사를 작성하게 도움을 준다. 정확한 기사가 나오게 된다. 서로 윈윈하는 결론과 관계가 생겨난다.

만약 미디어트레이닝을 기자를 대상으로 하여 거짓말 훈련하는 프로그램으로 간주하고 있다면, 기업 철학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 기자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고, 거짓말이 통할리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마지막, 미디어트레이닝은 규격화된 트레이닝?

그렇지 않다. 기업의 사업영역, 특성, 경쟁구도, 기업철학, 기업문화, 경영전략, 경영이슈, 기타 상황 등에 따라 기업의 특성에 맞추어 훈련 분야에 경중을 둔다. 훈련 방식도 달리한다. 트레이니의 경험 수준에 따라 수위를 맞추기도 한다. 집중도를 달리하면서 훈련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기도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는 기업의 진행 목적이다.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에 따라서 그에 맞춘 트레이닝 형식이 제공된다.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은 큰 아젠다와 준비 및 진행 프로세스 정도다. 미디어트레이닝을 준비할 때부터 피드백 리포트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에서까지 클라이언트의 요청과 전문 컨설턴트의 조언은 계속 공유된다.

이상과 같은 오래된 오해들이 앞으로는 조금씩 바로 잡혀 지기를 바란다. 홍보실이 회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미디어트레이닝을 체계화해서 고위경영진에게 어필하는 노력을 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홍보실이 상당히 진지한 경영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미디어트레이닝은 홍보실에게 회사내에서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는 기회가 되곤 하는 것이다. 이 또한 미디어트레이닝의 아주 중요한 목적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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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대상 커뮤니케이션에서 살아남는 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근래 들어 가장 증가하는 이슈 유형이 기업 대표 및 임원이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도중 발생되는 ‘부정적 논란’이다. 이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라 오해되는 ‘블라인드’의 활성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MZ로 대표되는 젊은 직원층과 상대적 올드 세대로 칭해지는 대표 및 임원층간의 커뮤니케이션 에러가 근본적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사회적 맥락에 있어 그 두 계층간에는 아주 큰 차이가 존재한다. 예전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부 맥락과 표현이 이제는 아주 위험한 것이 되었다. 예전에는 없었던 맥락과 표현이 이제는 일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대표와 임원 중 상당수는 아직도 그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에 더해 리더로서 기업 내에서 대 직원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역할에도 제대로 적응하거나, 준비되어 있지 못하니 부정적인 갈등과 논란은 계속된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 대표 및 임원께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기억해야 할 전략적 조언을 정리해 본다. 계속해서 이런 조언을 듣고, 기억하고, 실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안전해지고, 그 자체를 전략적 목적을 성취하는 효과적 기회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첫째, 지금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 뭔가 생각해 보자

내 앞에 직원 100여명이 앉아 있다고 치자. 줌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직원들도 백여명에 이른다고 치자. 이 부담스러운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 대표인 내가 커뮤니케이션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혹시 이번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대표 자신 또는 임원 자신의 재직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목적인가? 이번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잠잠하던 직원들로부터 공분을 촉발하는 것이 목적일까? 나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회사 명성 및 이미지를 비참하게 훼손하는 것이 목적일까? 문제를 만들어 사후 언론 협찬 예산을 극대화하거나, 내부 직원간 상호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부작용을 현실에서 마주하는 기업 리더들이 아직도 계속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억하자 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기 원하는가?

둘째,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소통은 기본적으로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하지만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너무 불확실성도 크고 효과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대표인 내가 ‘아’라고 이야기하면 직원들도 ‘아’라고 알아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게 기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기업 리더는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는 생각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조급함을 버리고 일관되게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일부 기업 리더들은 한번의 타운홀 미팅을 뼈저리게 실패한 뒤 절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 보자.

셋째, 공감 능력은 곧 예측 능력이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흥미로운 생각이네. 좀더 설명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등과 같이 직원의 이야기를 수용하고 공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회사가 우리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식으로 회사의 리스닝을 강조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직원인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는 가이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해 줄 이야기가 전략적으로 잘 준비되고 전달된다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그에 대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온다. 그 과정에서 가장 유효하고 안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공감해 주는 것이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의미를 찾는 것이다. 모든 주장에는 일리(一理, 어떤 면에서 그런대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이치)가 있다. 그 일리를 찾자. 만약 이 부분이 생략되거나 무시된다면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산으로 가게 된다. 시끄럽게 된다. 그러니, 미리 직원들의 생각을 예측해 보고 최대한 공감하려 애쓰자.

넷째, 분노는 시간이 해결하지만, 미워함은 시간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소통하기 전에 일단 대표 자신과 임원을 직원들이 좋아하게 만들자. 그게 어렵다면 호감이라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힘들다면 최소한 직원들이 내 자신을 싫어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미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괜찮은 분’ 정도면 사실 가장 좋다.

일단 직원들에게 그런 감정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해당 기업 리더의 소통 노력은 폭력이 되거나, 혐오를 생산하게 된다. 운이 좋아도 직원들이 아무 관심을 가지지 않게 만들 뿐이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 리더를 호감 있게 바라보는 직원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도 소통을 위한 사전 준비다.

다섯째, 합리적 원칙은 큰 무기

직원들은 항상 회사로부터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했다. 기업 리더가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함에 있어 회사 여러 주제에 대하여 합리적 원칙을 적용했던 전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회사의 합리적 원칙에 대한 반복적인 강조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

각각의 주제에 있어 회사가 생각하는 합리적 원칙들이 일관되게 적용되고, 반복된다면, 직원들은 이를 통해 회사의 방향성, 우선순위, 전략 등을 이해하게 된다. 회사의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자신들이 회사의 미래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고, 기여해야 하는지도 그러한 원칙들의 이해로부터 가능하게 된다.

여섯째, 준비, 준비, 준비

내부 커뮤니케이션도 외부 언론이나 주주 커뮤니케이션 등과 같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이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다양한 직원의 질문을 예상하고 분석해야 한다. “왜 우리 급여 수준이 이래요?”, “이번에는 왜 인센티브가 없어요?”, “왜 임원들은 인센티브를 더 받아요?”, “좋은 인력들 다 빠져나가는데 어떻게 할거에요?”, “우리 회사는 미래가 있나요?” 등과 같이 기업 리더들이 받기 싫은 질문까지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반대말은 ‘허심탄회’다. 위와 같은 최악의 질문들을 대하면서 기업 리더가 허심탄회하게 진정성을 전달한다고 하다가 수많은 실제 리더들이 곤경에 처하곤 했다. 진정성도 준비해야 빛을 발한다.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개념이나 표현 또는 비유는 종종 독(毒)이 된다.

일곱째, 세 사람 이상에게 피드백 받자

리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메시지와 비유가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특히나 MZ세대들은 기업 리더가 전달하는 표현과 맥락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농담이 농담이 아닌 경우가 그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안전성을 극대화하려면, 준비된 질문과 답변을 세 사람 이상에게 동시에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 여러 조언자들을 연령대나 성별에 따라 나누어 보아도 좋다. 실제로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아 보면, 꼭 몇 개 이상의 위험할 뻔 한 내용이 나타난다. 그 내용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발생될 수 있었던 부정적 결과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여덟째, 내일 뉴스에 실린다고 생각하자

직원들은 우리 회사의 출입기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고 계속해 강조하고 있다. 기자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라면 직원에게도 하면 안 되는 환경이 되었다. 우리 끼리 만 알고 있자는 개념이 사라진지는 꽤 되었다. 일부 리더들은 그렇다면 직원과도 진정성 있게 구체적인 소통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질문을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핵심은 진정성이나 구체적 소통 부분이 아니다. 안전하게 준비된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 시킬 수 있는 것이냐 여부가 핵심이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리더가 실수했으면 바로 사과하고 수정하는 것이 좋다. 직원들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가능한 반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리더가 하고 싶은 말 보다, 꼭 해야 하는 말만 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떠오르는 비유나 사례에 독이 있다고도 했다. 오늘 직원들에게 한 리더의 말이 내일 아침 신문에 실린다고 해도 별 문제 없을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이다.

아홉째, 면대면은 가능한 최소화하자. 서면이 기본이다

우리는 흔히 글로벌 기업 CEO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투명하게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일부 우리 기업 리더들은 그러한 소통 마인드를 부러워하며, 일부에서는 그것을 그대로 따라 소통을 시도하곤 한다. 하지만, 아주 잘못된 오해가 있는데, 글로벌 기업의 성공한 CEO들도 기본적으로는 내부 직원들과 텍스트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경영자에게는 구두 커뮤니케이션 보다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잘 짜여진 텍스트라면, 그 효과는 더욱 크다. 자주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구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어떤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빌어 커뮤니케이션 해야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좀 더 잘 성취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열째, 한 방으로 완성되는 소통 없다

GE의 전설적인 경영자 잭웰치가 한 말이 있다. “중요한 메시지는 천번이라도 말하고, 하고, 하고, 또 하세요” 어떻게 같은 메시지를 천번이나 반복한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반복 반복해야 겨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 해진다는 의미를 그와 같이 표현한 것이다.

직원들과의 연례 타운홀 미팅으로 이룰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목적은 얼마나 될까? 매월 CEO 레터를 보낸다면? 주간단위로 회사 방송에 출연하여 백문백답을 한다면? 돌아가며 직원들과 티미팅을 한다면? 그런 한두번의 이벤트로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는가 한번 생각해 보자. 중요한 것은 반복이고, 일관성이다. 이를 통해 회사의 준비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축적되고 자산화 되어야 한다. 천 번 이야기해서 안된다면? 이 천 번 이야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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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침묵에 대한 아포리즘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침묵은 일견 절대 경계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일부 미디어트레이닝 서적에서도 ‘노 코멘트는 코멘트다(No comment is a comment)’는 말을 쓰기도 한다. 사실 미디어트레이닝과 관련하여 사용되는 노 코멘트라는 것은 기자의 질문에 대하여 함부로 노 코멘트라는 표현이나 대응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줄인 것이다. 이번 글에서 다룰 전략적 침묵에 대한 것과는 조금 다른 분야라고 봐야 한다.

미디어트레이닝에서 노 코멘트라는 표현이나 대응을 하지 말라는 조언에 대해 좀더 설명하자면, 만약 화자가 기자의 질문에 답할 것이 없거나, 답해서는 안 되는 주제인 경우에는 자신이 기자의 질문에 대하여 코멘트 할 수 없는 적절한 이유를 함께 설명하라는 조언이 뒤따른다. 주로 사용되는 노 코멘트성 메시지는 “현재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또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 사실관계에 대하여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정확하게 확인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는 류를 의미한다. 조금 자신감 넘치는 정치권 대변인은 기자 질문에 “답변(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식으로 노코멘트 아닌 코멘트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 다룰 주제는 전략적 침묵에 대한 것이다. 전략적 침묵과 관련된 대표적 아포리즘을 정리해 보면서 어떤 것이 전략적인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인지를 다시 살펴보자.

침묵은 자신 없는 사람의 가장 안전한 방책

프랑스의 작가 라 로슈푸코가 한 말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전략적 침묵과 비전략적 침묵간 서로 다른 기준을 의미한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해야 할 기업이 일단 침묵한다는 것은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에게 의심을 받게 되는 단초가 된다. ‘당신네 회사가 떳떳하면 무언가 해명을 하거나 반박을 해야지 왜 가만히 있는가?’하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런 경우 해당 기업에서는 왜 자사가 전략적으로 침묵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략적 침묵을 깨야 할 시기(right timing)를 준비하는 것이다. 준비된 침묵이 일단 전략적 침묵의 기본 형태다.

말이 쓸모가 없을 때에는 순수하고 진지한 침묵이 흔히 사람을 설득시킨다

영국의 작가 셰익스피어가 한 말이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전략적 침묵을 의미한다. 회자되는 사회적 논란에 있어 자사의 책임이나 관여가 없을 때, 그 논란에 대하여 커뮤니케이션 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 경우다. 반대로 그런 상황에서 기업이 알러지를 일으켜 여러 해명이나 반박을 하게 되면 오히려 전시효과가 생겨 불리한 처지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케이스에서는 적용되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은 조언이다.

시의적절한 침묵은 말보다 설득력 있다

영국의 작가인 마틴 파쿠아 터퍼의 말이다. 이 조언에서 가장 핵심은 ‘시의적절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회사가 지금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인가? 일단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고 상황을 바라보아야 하는 상황인가? 이에 대한 분별은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첫 단추를 여는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 단계다. 여러 기업들의 실패 케이스를 보면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야 할 시기에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시기에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거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시의적절한 침묵이란 적절하게 계산되어진 시기에 행해지는 전략적 침묵을 의미한다.

침묵하고 있기 보다 말하는 것이 좋다는 확신이 들 때에만 나는 말한다

고대 로마의 명연설가 카토 (小 카토)의 말이다. 아주 훌륭한 연설가였던 그는 언제나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기본값이라기 보다는 침묵을 기본값으로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침묵의 기본값을 깨기 위한 가장 중요한 판단은 자신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침묵하고 있을 때 보다 더 났다는 확신이 있을 때로만 전제했다.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최초 상황이 혼란스럽고,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침묵하는 것 보다 ‘훨씬’ 나은 선택인가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확하게 전략적 침묵의 기본 전제에 대한 이야기다.

말해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은 침묵해야 할 때도 안다.

고대 그리스의 학자인 아르키메데스의 말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때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야 할 때를 정확하게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각 때를 알고 있는 자(기업)가 성공한다는 의미도 전달하고 있다. 실제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도 커뮤니케이션과 침묵의 때를 가리고, 각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 의사결정그룹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한다. 경험 많고 노련한 의사결정자들과 정무적 감각이 발달된 조언자 그룹이 협업하여 그런 경지를 만들어 내곤 한다. 이 과정에서 때를 아는 것만큼 훌륭한 역량이 없다.

오직 침묵만이 침묵을 완벽하게 한다

미국 시인 A R 애먼즈의 말이다. 이 또한 이슈 및 위기관리 관점의 전략적 침묵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핵심을 설명하고 있다. 일단 상황적 판단에 의해 전략적 침묵을 의사결정 한 기업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실행은 완전한 침묵의 유지다. 얼핏 보기에는 침묵이 단순하고 쉬운 대응 방식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 실행해 보면 이슈 및 위기 발생 상황에서 전략적 침묵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기업내 또는 기업과 관련한 구성원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완전한 침묵을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기본값일 수도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개인 미디어와 다채널 시대에서는 완벽한 침묵은 과도하게 이상적이다. 어떤 이유에서 든 중간에 깨져버린 침묵은 전략적 침묵이라 하기도 어렵다. 모든 이후 대응의 기반이 함께 깨져버린 것이라 볼 수 밖에 없다.

혀는 정신의 맥박이다

스페인 작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이다. 이는 전략적 침묵을 깨고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본격 실행할 때에 명심해야 할 조언이다. 여기에서 혀로 비유된 것은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준비된 메시지를 의미한다. 이슈와 위기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은 기업의 메시지를 보고 들으며 해당 기업의 생각을 읽는다. 그 메시지가 제대로 된 메시지인지, 문제 있는 메시지인지를 평가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상황을 소멸시킬지 악화시킬지 결정한다.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메시지의 중요성은 전략적 침묵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한다. 일정기간의 전략적 침묵을 깨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실행 프레임을 바꾸었을 때에는 더욱 더 잘 준비된 메시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기업이 처한 환경에서 기업 정신의 맥박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바보는 말로 알고, 현명한 사람은 침묵으로 안다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말이다. 앞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제대로 준비된 메시지가 부재하거나 부족할 때 상황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은 화자인 기업을 결국 ‘바보’로 여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실패했기 때문에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자체가 성공할 가능성도 줄어 든다. 차라리 적절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침묵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업의 케이스도 현장에는 많다.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래서 중요하다. 메시지를 보고 기업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메시지의 문제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침묵하는 것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겠는가?

분노하는 사람에게만 정보제공은 필요하다

미국의 위기관리 전문가 에릭 데젠홀의 말이다. 기업이 이슈 및 위기 상황에서 전략적 침묵을 깨고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때 명심해 볼 조언이다. 에릭은 구체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분노하는 사람에게만 정보제공은 필요하다. 반면에 비난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보 제공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비난만 하는) 그들에게 정보를 주면 또 되받아 칠 것이고, 메시지를 전달하면 비꼼을 당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어지러운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여론을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비난을 위한 비난에만 열중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것이 전략적일 수 있을 것이다. 상황 자체에 단순 분노하는 사람들에게는 준비된 정보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유효하지만, 그 외에는 그렇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조언이다.

계획 없는 삶은 변덕스럽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세네카의 명언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 관점에서 볼 때 이 조언은 전략적 침묵의 일관성 있는 실행에 연결되어 있다. 전략적 침묵은 정해진 기간 동안 완벽하게 유지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중간에 깨져버린 침묵은 전략적 침묵이 될 수 없다고도 앞에서 이야기했다. 심지어 최초에는 침묵하다, 이내 침묵을 깨뜨리고, 이후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변하자, 다시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그 후에도 상황에 따라 침묵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다시 침묵을 반복하는 경우까지 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변화되며 장기화된다. 그 와중에 해당 기업의 여러 생존 자산들은 파괴된다. 실적은 곤두박질 치고, 각종 소송과 조사가 이어진다. 경영진들이 소환되고, 소비자들은 돌아선다. 직원들이 곤궁 해 지며, 거래처들이 사라진다. 계획은 결심이다. 계획 없는 삶이 변덕스러운 것은 제대로 결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계획이 이슈와 위기를 관리한다.

이와 같이 전략적 침묵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개인적 그리고 조직적 조언들이 존재한다.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전략적 침묵의 구성 요소들은 적절한 상황판단, 계획으로 굳어진 결심, 준비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적 침묵 중 마련된) 전략적인 메시지, 일관성 있는 침묵 유지 실행, 그리고 건전한 기업 정신과 철학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략적 침묵이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적극적 대응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훨씬 힘들고 어렵다는 점이다. 절대 쉽게 생각해 의사결정해서는 안 되는 대응 방식이다. 전략적 침묵은 중간에 어떻게 든 깨질 수 있다는 전제를 기억하며 의사결정하고 유지 실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전략적 침묵 기간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을 봉하는 함구령의 기간이 아니다. 언제 어떻게 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응 프레임을 전환시켜야 하는지를 미리 계획하고 실행을 준비하는 기간이어야 그 의미가 있다. 전략적 침묵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완성을 위한 전략적 지연 또는 이상적 시점 선택의 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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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위기관리, 모르는 게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해야 당면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 지 기업은 이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관리 활동을 실행하지 ‘않아서(did not)’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는 있지만, ‘할 수 없었다(could not)’의 의미인 경우도 있다.

흔히 기업에서는 임직원이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 알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알면 좀 더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기업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이 모르고 있다는 선입견은 버리자.

기업내에서 임직원이 미처 모르는 것이 있다면, 왜 위기관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와 하지 못했는 지에 대한 이유다. 몰라서 못했다면 차라리 문제 해결은 단순하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랬다면 해결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 임직원은 왜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을까? 알면서도 왜? 그 몇 가지 대표적 이유를 꼽아보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기 때문

나의 담당 업무는 마케팅이다. 나는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생산기술쪽을 맡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는 임직원에게 “그렇다면 위기관리는 누가 담당하고 있습니까?”하고 물으면 대부분은 서로를 쳐다본다. 딱히 정해진 부서가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그에 더해 다른 기업은 어떻게 담당부서가 정해져 있는지를 묻는다. 위기관리는 누가(who)에 대한 규정이 체계 구축의 가장 첫 단추다. 모두가 알고 있어도, 아무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이유가 내 담당업무가 아니 라서 라면 문제다. (사실 반대로 아무나 애사심으로 나서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평소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업데이트 부실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은 스스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발생된 위기 유형은 생전 처음보는 기괴한 것이라 위기관리를 하지 못 했다 거나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 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의 전례나 유사사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자사에게 다가온 위기의 모습이 항상 새로워만 보인다면 그게 문제다.

그때 그때 다른 회사의 대응 기조

정해져 있는 대로 실행하는 것이 잘 된 체계의 특징이다. 회사 철학과 원칙이 이슈나 위기 시에도 일관성을 품고 공유된다면 그 보다 잘될 관리 활동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때 그때 위기에 따라 회사의 대응 기조와 방식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자발적으로 전량 리콜을 했는데, 이번에는 부분적으로 A/S를 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위기관리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기준이 달라지니 대체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임직원들이 주저한다. 이해관계자와 공중들은 더욱 더 이해를 어려워한다. 어리둥절 하면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 소지가 있는 관행,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미리 이슈나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회사를 지금까지 생존하게 했던 뿌리 깊은 관행과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자체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라면 대부분은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그 문제성 관행 등의 뿌리를 사전에 뽑아 낸다면, 그것이 회사에게는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몇 년에 한번 위기를 넘기면서 생존하는 것이 사전적으로 무리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경영적 판단이 있기도 하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모두가 함께 하지는 않음

체계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나 부서가 함께 만들어 합을 맞추며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위기관리 체계를 들춰보면, 어느 한두 부서만 위기를 관리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 외 부서들이 명목상으로는 지원 또는 협업하게 되어 있지만, 그렇게 체계가 쉽게 가동되지는 않는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부서에게는 항상 의사결정 지연, 인력 부족, 예산 부족, 정보 부족, 시간 부족의 현상이 고질적으로 주어진다.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스스로 귀찮아 하고, 과잉 체계라고 생각하는 한은 알면서도 하지 않고, 못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위기대응을 하기는 하는데, 한 것은 없음

이상한 현상이다. 무언가 위기관리라고 해서 열심히 여럿이 실행을 하기는 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어 가장 중요한 실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대응의 우선순위에 대한 정리와 그에 따른 효과적 실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비유 중 ‘목욕탕 욕조가 넘치려고 할 때, 가장 시급한 대응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넘칠 물을 닦아낼 마대자루를 준비하거나, 물을 덜어 낼 바가지들을 구하러 다니는 실행이 일어난다. 대응의 우선순위와 컨트롤타워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다.

비선의 크리에이티브로 인한 혼동

기업이 대형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 어디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직간접적으로 VIP와 관련되어 있는 비선라인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그들의 특징은 심각한 이슈나 위기 대응에 있어서 창조적인 접근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조언한다는 점이다. 경험 있는 실무진들이 우려할 만한 대응 제안을 하고, 그 중 일부는 VIP의 지시에 의해 실행에까지 옮겨 지게 된다. 실무진에게는 외부 이슈나 위기에 더해 역으로 내부 위기까지 발생해 버리는 상황이 추가되는 셈이다. 제대로 역할을 하는 실무진은 이런 경우 무리한 실행으로 인해 실질적 실행의 정지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지루한 의사결정의 연장

실무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인력의 개인별 경험에 따라 전문성이나 역량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위기를 맞아 무엇을 할지 몰라 어리둥절 만 하는 실무진은 그리 많지 않다. 단,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지시가 정해져 내려올 때까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실행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의사결정이 신속 정확하게 하달되어진다면, 실무진은 그에 따른 실행을 즉각 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의사결정이 길어지고, 자주 번복되며, 지연된다면 실무진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제한된다. 타이밍을 완전하게 놓친 대응은 대부분 사후에 무능이나 무력함으로 평가받는다.

의사결정 주체의 실종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결정 주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내부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평시에는 자유롭게 의사결정 하던 VIP께서 위기시에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시는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 하시는 VIP께서 공개된 방식 보다는 매우 한정적인 대상을 통한 일방 하달에 익숙하신 경우도 있다. 실무진에서는 VIP의 의도나 의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한다. 의중에 대한 해석도 분분 해 진다.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데, 그것이 VIP가 보실 때 정확한 것인지 알기 어려워 대부분의 실행에 자신 없어 한다. 사후에도 내부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각자가 각자의 위기관리를 함

부서들이 함께 체계를 맞추는 것은 이상적이고 권장할 만한 것이지만, 체계라고 해서 여러 부서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거나 심지어는 하고 싶은 위기관리를 중구난방으로 하는 것 또한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일부 경우에는 부서의 역할까지 침범하며 중복된 실행을 각자가 하기도 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심각한 문화 속에서는 컨트롤타워도 그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누가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스스로 모르는 현상이다.

대응 기조를 계속 변경함

이는 대부분 VIP의 의중이 자주 변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초기에는 전격 사과를 했으나, 계속해서 논란이 커져가자, 법적 대응을 발표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 이후 언론과 여론에서 일관성 없는 대응 기조에 대해 비판을 하니, 자사 대응 기조를 다시 바꾸어 기자회견을 하거나 새로운 사과문을 올려 다른 실행을 더 한다. 그 이후에도 공격적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송도 하고, 창의적 개선책을 발표하기도 하며 말그대로 누더기 관리를 실행한다. 내부 임직원은 어떻게 해야지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알고는 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회사의 의사결정 때문에 침묵한다.

내부 정치적 현실 때문

위기관리에 있어 VIP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해결 의지 그리고 위기관리를 관통하는 그분의 의중을 정확하게 내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 위기관리의 성공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반면, VIP의 그러한 위기관리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한 경우에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생산된다. 아무리 효과적인 위기 대응 전략과 방식이 도출되더라도 VIP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면 그 실행이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러시더라도 회사를 위해 꼭 하셔야 한다”고 다시 조언할 수 있는 내부 임직원은 없다. 알고는 있지만 할 수는 없었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의지 없음

평시의 위기관리도 그렇고, 위기 시 위기관리에 대해서도 사내에서 특별한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케이스들도 있다. 이를 선해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기임에도 위기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운이 좋아서 해당 위기가 큰 논란이 되지 않고 사라져 버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런 경우의 문제는 위기관리를 운에만 의지한다는 것과, 아무런 대응 체계나 준비 없이 바라만 볼 때의 경우다. 전략적으로 로우 프로파일한 대응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지가 없어서 외면하는 위기관리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문제 가능성은 알지만 대부분 침묵한다.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위기를 더 큰 위기로 키우는 것도 사람이다. 이에 맞서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사람끼리의 일이라는 것만 보아도, 우리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 전혀 모를 수는 없다. 공감이나 역지사지 같은 개념도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문제가 풀릴지 조금만 함께 예측해 보면 답은 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논의를 하다 보면 위기는 관리되기 마련이다.

문제라면, 그렇게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하고,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기업의 기업문화, 철학, 원칙, 리더십, 투명성, 체계, 역량, 정무감각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가능한 평소에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환경,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라는 것이다. 그것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고 공론화해서 개선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을 이유를 빨리 빨리 찾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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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위기관리를 AI가 할 수 없는 이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된 기업의 의사결정그룹에 들어가 여러 논의를 하다 보면, 임원들이 종종 묻는 질문이 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나요?” “언제까지 이런 언론의 비판이 이어질까요?” “지금 대응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할까요?” “이런 유사 케이스를 다루어 보셨으니까 아실 것 같은데요. 이번 저희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인가요?”

이런 질문을 하는 임원들은 위기관리를 일종의 과학이라 생각하는 분들이다. 위기관리 이론과 원칙에 의해 많은 부분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고, 판별 가능하며, 심지어 통제까지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위기관리가 과학이라면 요즘 화두인 AI가 위기를 관리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관리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예술(Art)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 여러 전문적 의견이 엇갈리는 근본적 이유가 위기관리의 예술적 성격 때문이다. 위기상황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주제들이 가변적인 혼동 그 자체다. 그런 여러 혼동을 관리하는 위기관리가 어떻게 과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위기상황을 두고 대응 결정을 할 때 종종 충돌하고, 의사결정자들을 갈등하게 만드는 대표적 주제들을 정리해 본다. 과학으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예술로도 문제를 푼 다기 보다는 문제를 다룬다(manage)고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신속한 대응 vs. 타이밍을 기다리는 대응

위기관리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신속성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 상황에 있어 관련 기업이 신속한 대응을 하라는 의미의 조언은 없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위기 시 신속하게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에 빠진다. 빨리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위기 상황은 그 유형과 변화 방향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일정 기간 지켜보며 타이밍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에 대한 판단은 여러 변수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간단하게 원칙 비슷한 것을 만들자면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조언이 될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그렇다면 바로 그 ‘적시’는 언제인가?”다. 이에 대한 의사결정은 다시 예술이 돼 버린다.

VIP가 나서야 vs. 담당 책임 임원이 나서야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 있어 VIP의 가시성을 강조하고 조언한다. 회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뒤로 숨는 VIP는 위기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능한 신속하게(여기에서도 예술성이 필요) VIP가 앞으로 나가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고, 질의 응답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위기상황에 직접 관리책임이 있는 고위임원이 먼저 나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해서도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비장의 카드로 VIP가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는 조언을 한다. 양쪽 시각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질문은 “임원이 나서야 하는 경우는 무엇/언제이고, VIP가 나서야 하는 경우는 무엇/언제인가?”다. 의사결정이 그래서 어렵다.

사과해야 한다 vs. 반박해야 한다

비교적 사과를 해야 하는가 반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예술적으로 보면 어떤 경우 사과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반박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이 생겨난다. 어떤 부분까지는 사과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따라온다.

위기상황에 대하여 회사에 심각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사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직접적 책임성이 일부 부족하거나 (여러 주체가 얽혀 있는 경우), VIP 판단이 사과할 수 없다는 것인 경우에는 사과를 하지 않기도 한다. 상당히 여러 예술적 요소들이 관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해야 한다 vs. 위기관리팀이 해야 한다

이 주제도 전형적인 예술적 주제다. 어떤 기업 대표께서는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어떤 기업 대표께서는 위기관리라는 것이 우리의 핵심 사업이 아닌 관계로 전사적으로 모든 직원이 평시에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고 준비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 하신다. 대신 부서의 특정 인력을 모아 위기관리팀을 구성하여 그들을 중심으로 위기를 관리하게 해야 한다고 하신다.

두 시각 모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체계와 관련되어 있는 이 누가(who)에 대한 주제는 아주 복잡한 예술성에 기반한 토론 주제다. 위기의 규모, 형태, 심각성, 부서 관련 양상, 전사적 데미지 유무 등이 다차원적으로 관여되기 때문이다. 위기 규모에 대해 모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예상되는 데미지가 매출의 OO% 이상 일 때, 이하일 때”를 나누어 대응 조직 범위와 수위를 정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도 사실 과학적이지는 않다.

언론에 위기관리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vs.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상당히 민감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위기관리 상황에서는 내부적으로 항상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다. 저널리즘과 언론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의미를 강조하며 언론을 상대로 기사를 매수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 주장하는 임원도 있다. 그에 대해 회사가 입을 데미지를 예상하면 언론에게 위기관리 예산을 어느 정도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득이 된다는 현실적 주장을 하는 임원도 있다.

이 경우에도 어김없이 예술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어떤 기사에는 예산을 써야 하고, 어떤 기사에는 쓰지 않아야 하는가?” “어느 매체에는 예산을 쓰고, 어떤 매체에는 쓰지 말아야 하는가”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대응 예산을 써야 하는가?”하는 여러 고민 주제가 쏟아진다. 이런 경우 확실하게 이렇게 저렇게 하십시오 조언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한번은 의심해 보아야 한다. 누구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모든 변수에 대한 입체적 검토와 분석 없이 정해진 조언을 해서는 안 된다.

우호 언론을 활용해야 한다 vs.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 주제 또한 흔하게 논의되는 주제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상황이 우호 언론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인가?” “우호 언론이라는 곳이 현재 상황에서 우리를 위해 나서 줄 것 인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인가?)와 같은 예술적 질문이 이어진다. 우호 언론을 활용한다면 과연 어떤 논리를 가지고 우리 회사를 감싸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나오곤 한다.

어떤 노력을 기해서라도 특정 언론을 우호적으로 활용한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 반전이 생길 것인가 하는 것도 검토 주제다. 자칫 우호 언론들이 나서서 불완전 한 논리로 상황에 개입하는 경우 이해관계자(주로 규제기관)를 자극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 기관의 수사나 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 우호언론의 섣부른 개입은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모든 변수들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계량할 수 있을까?

위기 지속 기간을 줄여야 한다 vs. 어느 정도 시간을 끌어야 한다

골치 아픈 주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위기관리 목적에 있어서 위기의 지속기간을 최단기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조언을 한다. 하루 이틀에 적극 관리해 끝낼 수 있는 위기를, 몇주간 끌지 말라는 것이다. 위기 지속 기간이 짧을수록 이해관계자나 공중의 기억은 적어지고, 부정적 인식의 수준도 줄어 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면에 가능한 상황을 견뎌가며 장기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규제 및 수사 기관의 개입이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조사 및 수사 기간이 장기화 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추어 최대한 관리 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질문은 “일단 초기 상황은 적극관리 해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인식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놓고, 장기적인 조사나 수사 대응을 하는 것은 어떤가?”하는 질문이다. 예스나 노 또는 A or B로 답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련되어 있는 변수들을 먼저 보고 고민해야 하는 질문이다.

위기상황이 이제 끝났다 vs. 아니다 아직 좀더 자중해야 한다

언제쯤 다시 광고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찬 난감하다. 현재의 상황이 아직도 불타고 있는데, 마케팅 부서에서는 광고의 재개 일정을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영업부서에서도 여러 미래 예측 질문을 해 온다. 최초 상황이 어느 정도 관리되었고, 언론기사가 줄고, 온라인에서의 관심도 상당수 사라진 것 상황이 되면 그런 질문들을 더욱 더 잦아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여론 상황이 아직도 불안정하다는 지표와 수치들을 보여주며, 일정 기간 좀 더 자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예술적 질문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다음주부터는 어떤가? 다음 달 초부터는 어떤가?”같은 질문들이다. 일부에서는 전문가의 예상과 예언을 혼동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여러 예술적 위기관리 주제들은 거의 모든 위기관리 현장에서 반복되고 반복된다. 유사해 보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기업에 따라, 때에 따라, VIP의 의중에 따라, 임원들의 내부정치적 입장에 따라, 규제나 수사기관의 움직임에 따라, 그 외 더 많은 자잘한 변수들에 따라 대응방식이나 방향까지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 때 그 때 마구 쏟아지는 예술적 고민 주제들을 다루어 가며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를 과학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예술적인 질문에 대해 적확한 답을 바로 내놓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한심스러울 것이다. 전문성 자체에 대한 의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속이 시원하기는 커녕 위기상황 보다도 더욱 답답할 수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모든 위기관리를 관통하는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대신 해답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예술적인 이야기다. 지금도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고 위기관리를 공부하려 하는 여러 실무자들에게는 위기관리를 과학이라 생각하지 않는 습관을 먼저 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바라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때로는 답이 없을 수도 있다. 정답 보다 해답을 찾는 노력이 현실적일 수 있다.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지 완전한 방안을 찾으려 해서는 힘들기만 할 뿐이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실행해야 할 대응도 있을 수 있다. 윤리적이거나 도의적으로 일부 문제가 있는 대응 방식을 과감하게 선택해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우선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극약 처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입은 데미지가 생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대응역량과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결정 속에는 사람이 있고, 예술이 있다. AI는 과연 그런 현실을 사람보다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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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VIP의 위기관리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필자가 쓴 위기관리책 ‘원 퍼센트(1%)”에서도 위기 시 기업 내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핵심 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업의 이슈와 위기상황을 가까이 지켜보며 함께 관리 활동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1퍼센트를 대표하는 VIP의 위기관리 역량만큼 기업의 위기관리에 중요한 자산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오래전 실제 경험했던 기업 내 1퍼센트 중 핵심인 VIP의 위기관리 방식들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위기 시 VIP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전문가들이 VIP가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백시간의 고민을 한시간만에 해결한 VIP

판매한 상품에 대한 논란이 생겼던 모 기업. 최초 한 언론에서 해당 제품의 문제를 단독 보도한 직후부터 경영진은 대응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홍보실이 중심이 되어 여러 사후 대응 활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었다. 고객센터와 영업 등 관련 임원이 모여 고민에 고민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판매된 해당 제품의 수량이나 가격 때문에 임원들의 고민은 깊었다. 가능한 회사의 재정적 피해까지 줄여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상황은 점차 더 심각 해 졌다. 그때 그 회사 VIP께서 위기관리위원회 미팅에 직접 참석하셨다. 지금까지의 전개 상황과 대응 옵션을 들으신 VIP께서는 “전량 리콜하고, 묻거나 따지지 말고 고객 보상 해 주십시오”라는 결정을 내려 주셨다. 이후에는 고객센터와 관련 부서들이 합심해 일사천리로 고객관련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고, 이내 시장내 소음은 줄어들었다.

만약 VIP께서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셔서 즉각 결정을 내려 주셨다면, 해당 이슈는 훨씬 빨리 해소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임원들에게 늦었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려 주신 VIP때문에 결국은 더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해결 방식을 다른 곳에서 찾으신 VIP

의도치 않게 사회적으로 공격을 받게 된 기업이 있었다. 몇몇 징조는 있었지만, 일이 이렇게 연이어서 터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더구나 수년에 걸쳐 가끔씩 논란이 되었던 전례에 대한 부담까지 겹쳐서 해당 기업은 바로 곤경에 빠져 버렸다. 대응을 위해 위기관리위원회에 임원들이 모여 머리를 싸맸다. 사회적 이슈인지라 관련 전문가들도 모여 조언을 했다.

홍보실에서는 직접적으로 VIP께 기자회견을 자청하시라는 조언을 하지 못했지만, 내심 그것 밖에 문제를 풀 대응 방안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옵션 중 하나로 홍보실의 의견을 담아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조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VIP는 끝까지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석상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내부에서는 VIP께서 여기저기 사회적 핵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신다는 말이 돌았다. 정치권에도 연결 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어하신다고도 했다. VIP께서는 해당 이슈를 자사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모라 정의를 내리신 것 같았다. 왜 자사가 그렇게 까지 사회적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예상보다 장기화되었고, 회사의 부담과 데미지는 최대화되었다. VIP는 결국 당국의 조사를 받기까지 하셨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께서 당면한 이슈나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시는가에 따라 관리 예후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와 함께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거리도 던져준다. 직접 VIP가 누구를 만나시고, 발로 뛰시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주제다.

대응 의견의 중재자가 되신 VIP

갑작스럽게 위기상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 이전부터 감을 잡고 있었고, 사전 위기관리를 했던 위기 대응팀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전에는 여러 의견들이 유사했던 자문그룹 전문가들의 의견이 사후 대응 부분에서는 여러 갈래로 갈리기 시작했다.

로펌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문제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소송까지는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대관 전문가들은 일단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어떻게 든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보 전문가들은 핵심 이해관계자의 적대적 의도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이 언론에 대한 메시지로도 의미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다른 시니어 전문가들은 일단 쏟아지는 부정기사를 어떻게 든 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어지럽게 대응 회의가 장기화되고, 의사결정은 지연되었다. 각각의 조언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며, 각자가 보는 우선순위가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때 일부 시니어 전문가들이 아주 큰 목소리를 내면서 위기관리위원회를 이끌고 나가려고 했다. 그 때 VIP가 침묵을 깨고 모든 자문 내용을 하나 하나 복기하며 우선순위를 정해주었다.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실행방안을 하나 둘 셋으로 정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VIP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그 후로도 VIP는 계속해 정기 미팅에 참석하시어 공유된 대응활동에 대한 업데이트를 받으셨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불안하고, 일관된 방향을 준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시는 듯했지만, 자신을 다잡으며 위기관리 전반을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리드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리더십은 분명하게 자사 VIP가 쥐고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소중하고 의미 있지만, 그들로 하여금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거나, 그들 중 한쪽이 의사결정을 리드해 나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다. 내부 중재자로서의 VIP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신이 직접 해명문을 작성하신 VIP

회사 제품에 대한 정부의 문제 적발이 알려졌다. 여러 언론에서 일차적으로 해당 사실을 기사화해서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여러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위원회 일원으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에 의해 향후 상황 변화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고, 각각에 대한 발생 가능성과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홍보실을 비롯해 대관, 법무, 영업, 마케팅, 내부컴 등의 부서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찾고 있었다.

대응 작업을 위해 몇시간이 지났을 때까지 위기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시던 VIP께서 종이 몇 장을 들고 임원들을 개인적으로 부르셨다. 문제는 그 종이가 VIP께서 개인적으로 쓰신 해명문이었으며, 그 종이를 건네는 방식이 임원 한 명 한 명을 VIP 사무실로 따로 불러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위기관리 위원회에 공유하셨다면, 그 해명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메시지 검증이나 윤문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VIP의 해명문은 그대로 회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게시 공유 되었다.

심지어 부서 임원 간에도 사일로가 있어 상호 공유나 협력이 없었다는 것도 놀랄만하다. 하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VIP의 메시지에 일부 공격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회사 창구를 통한 공유에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창구에서는 VIP의 메시지가 그대로 공유, 공개 되었다.

몇시간 후 그 메시지를 접한 언론에서 추가 기사를 쏟아냈다. 다시 몇시간 후 최초 문제를 제기했던 규제기관이 발칵 뒤집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에는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의 의사결정 미참여 및 단독 행동의 위험함, 위기관리위원회의 무력화, 임원들간 사일로의 문제, 정무감각의 부족 또는 부실로 인한 문제 등이 핵심적인 반면교사 포인트가 되겠다. VIP의 개인적 생각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은 미리 예측가능해야 했다. 그리고 그 부정적 파장을 방지 또는 최소화 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중간에 위치해야 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미리 미리 준비하자 시던 VIP

아무런 문제 없이 평소와 같은 날들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갑작스럽게 VIP께서 임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 및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셨다. 예기치 못했던 질문을 받은 한 임원은 부랴부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고 실제 시뮬레이션까지 해 보자는 내부 제안을 했다. VIP께서 흔쾌히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지시 하셨다.

수개월에 걸쳐 여러 전문가들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핵심 리더들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대응 매뉴얼의 형식을 가다듬으며 디테일을 업데이트 했다. 이후 위기대응 시뮬레이션을 대규모로 실행했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본사와 해외, 지방 등으로 나누어 일사불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VIP께서도 직접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시어 의사결정 훈련을 하셨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임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고 바쁜데,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예상해 시뮬레이션까지 한다는 것은 좀 너무 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어떻게 든 여러 점검과 개선 그리고 훈련을 통한 경험은 위기관리위원회측에 제공되었다.

그 이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실제 위기상황이 발생되었다.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은 지난달 시뮬레이션을 기억하면서 물 흐르듯 움직였다. 다양한 사전 고민 부분들을 점검하면서 대외 기관과의 협업은 물론, 본사, 해외, 지방 등의 사업망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회사 내외부적으로도 아주 성공적인 위기대응 프로세스와 자세였다는 칭찬을 듣게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하여 항상 질문하고 궁금증을 가지는 VIP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질문하는 VIP가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고, 역량을 키운다. 평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 하셨던 질문 하나가 그 회사가 수십년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내게 만들었다. 이 VIP의 솔선수범은 그 질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실제 이슈나 위기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상당한 조력자가 되어 주시는 VIP가 분명 있다. 그러나 일부 VIP께서는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다. 또 일부는 개인적으로 상황을 개선시켜 보려 동분서주하시는 분도 있다. 여러 조언가의 말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못하시고 고민만 하시는 VIP도 있다.

일부 VIP는 경험이나 정무감각이 충분하지 못하셔서 현장상황과 괴리되는 대응 지시를 계속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자신에게 부족한 경험과 정무감각을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지해 신속하게 성장시키려 하시던 VIP도 있었다. 새로운 대응 방향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며 계속해서 전문가들에게 검증 받기 원하시던 VIP도 있었고, 대응 방식에 자신을 빼 달라며 부담과 거부감을 나타내셨던 VIP도 있었다.

물론 어떤 VIP냐에 따라 해당 이슈나 위기관리가 성공한다 또는 실패한다는 원칙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개입되는 변수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경험적 교훈은 VIP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할을 수행하시면 위기관리 전반이 성공에 가깝게 전개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VIP께서 상당한 의사결정 역할과 참여를 거듭하셨기 때문에, 사후 위기관리 평가에 대한 개인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위기관리위원회 참여 임원들의 현실적인 생각이다. 성공적인 VIP가 하는 위기관리는 일단 빠르다, 단호하고, 확실하다. 전사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정확한 방향성과 일관성이 설정된다. 최소한 VIP가 사라진 위기관리처럼 좌충우돌, 오리무중 또는 갈팡질팡 같은 내 외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VIP가 제대로 하시는 위기관리는 성공의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반대로 VIP가 사라져 버리거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해 주지 못하는 경우 위기관리는 실패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그 외 모든 변수는 운에 따라 결정된 다니, 일단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는 무조건 제대로 되고 볼 일이다. 그게 진인사대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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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통제할 수도 있는 것, 통제가능 한 것, 통제불가능 한 것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조직의 이슈 및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근본적 전제는 스스로에 대한 ‘통제가능성’이다. 이슈 및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이나 조직에게는 그 구성원 전체가 같은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통제가능한 범위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이 기본이라는 의미다. 만약 그렇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면, 당면한 이슈나 위기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전쟁을 앞둔 군대를 예로 들어도 그 전제는 동일하다. 군대를 구성하는 군인 하나 하나를 지휘관이 통제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전쟁 수행 자체가 가능해지는 법이다. 만약 각 부대가 통제되지 않은 채, 개별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각자 전투를 치르며 이동한다면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기업이나 조직의 이러한 기존 전제나 확신이 환경이 변해감에 따라 점차 그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이 구성원을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모순적인 이야기까지 나오는 지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조직은 왜 그렇게 통제가능 영역을 점차 잃어가고 있을까? 일부 통제되던 기존 영역들은 왜 그리 통제가 어려워진 것일까?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또 무슨 의미일까? 왜 통제라는 것이 잘 되지 않을까?

첫째, 의사결정 주체 자신도 통제를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그룹만이라도 통제 범위내에서 움직이자 하지만, 그게 무척 어렵다. 최고의사결정자는 여러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으면 의사결정에 있어 통제력을 발휘하기를 대부분 어려워한다. 그에 더해 의사결정 그룹을 구성하는 임원은 각자 생각과 판단에 따라 각기 다른 대응 전략과 방안을 주장한다. 그룹내 어느 누군가는 각자의 주장을 조정 통합해 확실한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데, 그런 통제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 자체가 종종 좌우로 스윙 하는 현상이 발생된다. 결정 자체가 좌에서 우로 또는 우에서 좌로 급격하게 흔들리면, 그에 따라 실행을 해야 하는 실무자들의 대응은 더 많이 혼란스러워진다. 이슈나 위기 시 특정 기업이나 조직의 대응이 멈춰 얼어붙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의사결정 그룹이 흔들리며 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실행은 어디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해관계자나 공중이 볼 때에는 기업이나 조직 자체가 통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둘째, 상황 자체를 통제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대한 착각은 오히려 기업 및 조직의 대응 방식을 통제 불가능하게 한다. 상황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대응을 시작하니, 그 결과는 항상 아쉽다. 이후 다른 대응을 실행하고, 다시 다른 대응을 시도해 보고하면서 어떻게 든 상황을 통제하려 하다 보면 결과는 중구난방이 된다.

이슈나 위기 상황은 평시와 달라 통제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대응에 있어 통제가능성이 늘어난다. 모든 것을 해보자, 뭐 라도 해 보자 하는 생각을 없애는 것이다. 대신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통제가능한 대응방식에 대한 집중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슈 및 위기 대응에 있어서 모든 대응 방식은 하나 하나가 통제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 우리 임직원들은 통제 가능할 것이라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슈 및 위기 시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 통제 가능하다는 전제나 확신은 어찌 보면 희망이 전제된 것이다. 물론 그런 희망은 기업이나 조직이 지속적으로 위기대응팀 같은 조직을 훈련하고 훈련하며 생겨난 것이어야 한다. 위기 취약성 진단을 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보고, 대응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서 많은 토론을 이어 나가는 과정에서 대응조직 구성원이 정렬되는 경우, 이 조직은 통제 가능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개념이 우리측 사람은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생각이 확실하게 효과에 연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평시 그렇게 지속적으로 대응 조직 역량을 개발하고, 정기 훈련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토론을 하며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체계를 정렬시키는 기업이 드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부 체계를 정렬하더라도 그 구성원들의 변경이 지속되며 구성원이 완전히 체계에 동화되지 못하기도 한다. 일관성이 부족한 교육 형식의 산발적 위기관리 학습만 이어지는 경우 대응 조직, 즉 사람들을 통제 가능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노력과 투자가 없으면 사람은 그냥 통제불가능 한 자산일 뿐이다.

넷째, 새로운 유형의 이슈나 위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전까지 이슈나 위기 유형은 어느 정도 정해짐이 있었다. 특정 기업을 위해 위기 취약성 진단을 해보면, 해당 기업에게만 나타나는 취약성과 전반적으로 유사 기업과 함께 도출되는 취약성의 형태가 정해져 있었다. 오랜 기간 해당 기업에 재직한 임원들의 경우에는 이전 사례와 업계 사례들로 인해 발생가능한 이슈나 위기의 유형에 대한 익숙함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통제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임원들이 익숙한 유형보다는 낯선 형태의 이슈나 위기를 접하게 되는 빈도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상황이 발생되면, 그 상황의 맥락이나 발생 원인을 이해하기조차 어려워하는 의사결정자들이 많아졌다. 상황에 맞닥뜨려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이 상황은 대체 어떤 의미인 것인가? 이에 대해 비판하는 공중은 왜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등과 같은 의사결정자의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이해하기 어렵게 되면 통제 가능하다는 생각과도 멀어지게 된다. 모르겠다는 체념이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것이다.

다섯째, 이해관계자를 통제해 보려 하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적으로 정부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던 시대가 있기는 했다. 통제와 검열 등을 통해 전체주의적 사고와 체계를 심었고, 이를 전쟁에 활용한 시대도 있었다. 폭력적인 방식을 통해 사회 구성원을 통제하여 목적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국가의 역사적 사실이었을 뿐 일반 기업이나 조직이 유사하게 시도할 수 있는 방향이나 규모는 아닌 통제 방식이다. 이제는 기업이 개인 블로거나 유투버 한 명도 통제하기 어려워한다. 단순 협상이나 사정을 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사 기사들을 모두 빼고, 더 이상 기사가 나오지 않게 하거나. 온라인상 부정적 게시물들을 물타기 해서 다 밀어버리거나. 소셜미디어 버즈를 하나도 남김 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공상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원래부터 통제불가능 한 영역에 있던 대상을 우리가 혼동하며 착각했던 것뿐이다. 통제가능한 이해관계자는 하나도 없다. 오직 통제가능한 것은 이슈나 위기에 대응하는 자사의 말과 행동 뿐이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전부다.

여섯째, 심지어 여론까지 통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미치광이이거나 사기꾼이라는 말이 있다.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언론이나 개인, 기관 등을 활용했던 경우는 있지만, 여론에 직접적 통제력을 발휘한 경우란 찾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여론은 통제되는 대상이 아니다. 이해관계자도 통제되지 않는데, 어떻게 여론이 통제될 수 있을까?

문제는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아직도 믿는 경우다. 더 나아가 여론을 통제해 보자 하며 여러 행동을 하는 경우다. 이는 여론을 아주 우습게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사고방식이다. 여론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그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함부로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가지지는 어렵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슈나 위기 시 기업 및 조직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여론에 일정한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하는 것뿐이다. 영향을 끼친다는 자세와 통제해 보겠다는 자세는 확실히 다르다.

마지막, 오히려 통제할 수도 있는 것에 집중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것도 통제가능한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과 통제불가능 한 것을 확실하게 판별하는 것이 이슈 및 위기관리의 시작이다. 막연한 희망이나 기대 또는 함부로 생기는 의욕이 기반이 되면 모든 관리는 실패에 가까워질 뿐이다.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자사의 말과 행동 뿐이다. 많은 경우 이것조차 통제에 실패해 상황을 악화시킨다.

적절하지 않은 말을 공식화하면서 이해관계자와 공중의 공분을 만드는 것이 그런 경우다. 그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며 상황을 관리하려 하다가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그렇다. 이는 기업 및 조직이 스스로 통제할 수도 있는 것에도 관심과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이나 조직은 내부에 들어가 보면 통제불가능 한 여러 대상에만 관심을 둔다. 통제불가능 한 대상에게 통제불가능 한 방식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당연히 그 결과는 통제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당연한 결과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 및 조직에게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통제불가능 한 것이다’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그러면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인가?’ 또는 ‘그렇다면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상황을 그냥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답변은 ‘그나마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을 찾아, 그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슈 및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 자사의 말과 행동이라면, 우선 그 말을 구성하고 전달하는 체계를 관리하여 통제가능한 범위내에 위치시켜야 한다. 의사결정 그룹의 정무감각이라는 것이 그래서 강조된다. 현 상황에서 여론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생각해 내는 능력을 키워보라는 것이다.

고안된 그 말을 정확하게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정하고, 그 각각을 훈련해 놓는 것은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신중하게 고안된 말들을 훈련된 창구가 제대로 전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라 추가적이거나 선제적인 대응 실행을 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통제할 수도 있는 모든 자산을 적절히 활용하여 결과를 도출해 내려 노력하는 것이 이슈관리고 위기관리다. 통제불가능 한 것들에 매달려 집착하고 후회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에 더해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을 부랴부랴 찾으려 하는 때늦은 습관도 이제는 버리자.

평소에 하는 것이 이슈관리고 위기관리다. 미리 살펴 준비해야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 그나마 보이고 그 수가 늘어난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게 되면 그 통제할 수도 있는 것들이 비로소 통제가능한 것이 된다. 통제불가능 한 것들 속에서 통제할 수도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발전시켜 통제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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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전략적 타운홀 미팅을 위한 가이드라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중국으로 스카웃 되가는 우리 회사 인력 중 진정한1류는 없다” “경쟁사로 인력이 이동한다고 하면, 그것이 오히려 당신들에게는 기회 아닌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 이치다” 이런 이야기는 시니어 임원간의 사적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 경영진이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에게 전달된 메시지다.

이런 메시지의 오류는 그대로 참석 직원들에 의해 블라인드에 도배가 된다. 그 뜨거운 평가를 일부 언론에서는 긁어 기사화한다. 다시 그 기사는 여러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국내외로 공유된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회사 내 조회 내용이나 회의실 담화 내용이 그대로 공유되는 일도 다반사다.

소통을 위해 진행한다던 타운홀 미팅이 제대로 된 소통은 커녕 불필요한 부정 이슈를 생산하는 것이다. 회사는 힘들어지고, 그 소통을 진행했던 경영진은 곤경에 빠진다, 직원들은 예전에 없던 불만과 황당함을 느끼게 된다. 대체 왜 타운홀 미팅이라는 것을 해 가지고 이런 분란을 만드는 가 하며 타운홀 미팅을 중단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곤 한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타운홀 미팅은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준비를 위한 원칙이나 인사이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직원들을 이제는 기자라고 생각하자

직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개인 미디어를 가지고 생활하는 기자들이다. 언론사에 적을 두고 기사로 월급을 받지는 않는다지만, 직원들은 마음만 먹으면 회사내 어떤 이슈라도 개인 미디어를 통해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 내용이 부정적이라면 더욱 더 공개의 의지는 커지게 된다. 기자와 다를 것이 없다.

가끔 기자와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하게 되면 경영진은 상당한 준비를 한다.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을 정리하고, 그 답변의 파장을 예측하고 점검 검증하는 작업을 거친다. 일부 경영진은 중요한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사전 실습해 보는 트레이닝을 거치기도 한다. 직원들을 기자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위해서도 엄격한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둘째, 직원들을 이해하자

경영진이 말로만 이해하고 공감하겠다 해서는 안 된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하는 것이 더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멀리서 직원들을 바라보기 보다 그 안에 들어가 이야기를 많이 들어 보면서 이해하려 해 보자. 그들의 관심과 화두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려 노력해 보자. 회사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직원들이 어떤 스타일의 소통방식을 좋아하는지 또는 싫어하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해 보자. 경영진의 생각이나 개념이 그들에게 이질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자.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 집중한 소통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셋째, 그들의 질문을 공부해 보자

경영진이나 타운홀 미팅을 준비하는 팀에서 만든 예상질문에만 의지하지 말자. 최소한 다른 기업이나 경쟁사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어떤 주제의 질문이 나왔는지도 살펴보자. 직원들을 사전에 이해해 보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들었던 질문도 챙겨보자. 풍부한 예상질문을 하나 하나 꼽아 보면 직원들의 진짜 관심과 생각을 구경할 수 있다.

다양한 질문들을 정리해 분석해 보면 어떻게 답변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여기저기에서 취합한 특정 질문이 중복된다면 그에 대한 우선순위는 당연히 더 높아져야 한다. 답변을 준비함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자세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넷째, 질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찾자

질문을 다양하게 많이 접해보면 그에 적절한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는 것도 보다 쉬워진다. 질문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을 흔히 하는데, 실제로 질문이 좋은 답을 정리하게 해 주는 법이다. 회사 경영진이 하고 싶은 말과 직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 일치되거나 많은 부분 오버랩 된다면 그 보다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회사와 직원간 원하는 메시지가 일부 다르더라도, 가능한 접점을 찾아 핵심 메시지화 하려는 노력은 해 보아야 한다. 다른 부분을 이야기하기 보다, 같은 부분을 찾아 이야기하는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들여보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만큼 좋은 소통 자세가 없다.

다섯째, 답변을 마련했다면 검증 받자

소통에 대해 허심탄회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영진이 아직도 많다. 그러나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 강조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허심탄회란 비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아무 준비나 숨김 없이 마음을 터 놓는 소통은 사실 가족끼리도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어떻게 든 되겠지 해서는 안 된다. 속마음을 이해해 주겠지 상상해서도 안 된다.

타운홀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경영진은 자신이 마련한 답변이라 할지라도 다른 주변인이나 전문가들에게 사전 검증을 받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안전하다. 자신이 간과했던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해 찾아보고 발견하여 조언해 달라 하는 것이다. 미리 다양한 검증을 마친 메시지는 안전할 수밖에 없다. 소통을 완성시켜주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여섯째,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단 공감하자

모든 질문에 모든 답변을 마련해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노력해 준비했어도 예상 못한 질문을 직원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 그에 대해 순간적 생각이나 떠오르는 상을 가지고 답변하게 되면 자칫 문제의 답변으로 전이될 수 있다. 타운홀 미팅은 모든 질문에 답을 주려는 목적의 미팅이라기 보다는, 다양하고 새로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따라서,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 나오는 경우에는 그 질문을 곰곰이 새기면서 공감하는 자세의 답변으로 가늠하는 것이 좋다. 좀더 생각 해보고 답을 마련해 보겠다고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을 표시하고. 새로운 시각이나 생각거리를 주어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좀 더 좋은 답변이 된다.

일곱째, 가능한 부정적인 표현이나 감정은 피하자

직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훼손된다면 타운홀 미팅의 실행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불필요한 해석이나 감정을 일으키지 말자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에게 그들보다 나이 많은 경영진은 항상 불편하고 어렵고 어색한 대상이다. 그런 경영진의 입에서 부정적 표현이나 감정이 쏟아져 나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좋은 이야기만 해도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완전하게 달성하기가 어려운데, 부정적인 이야기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일부 타운홀 미팅에서 실수하는 경영진의 특징은 대부분 화가 나 있다는 것이다. 진짜 분노까지는 아니지만, 특정주제에 대한 이견을 기반으로 일부 직원들의 극단적 의견에 불만을 가졌던 분들이 많다. 타운홀이라는 기회(?)를 통해 직원들의 생각을 바꾸어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 다른 시각이라도 알려주어야 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지 말자. 뜻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종종 문제만 만든다.

여덟째, 도중에 말 실수가 있었다면 현장에서 교정하자

말을 하다 보면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실수를 나중에 교정하려 하거나, 실수에 아랑곳하지 않으니 발생된다. 경영진이 답변을 하다가 실수했다고 생각되는 표현이나 내용이 있었다면, 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올바른 표현이나 내용으로 대체하려 노력해 보자. 사람은 실수에는 때때로 관대하다. 특히 그 실수를 인정하고 교정할 줄 아는 사람은 좋게 보게 된다.

현장에서 자신이 실수를 깨닫지 못했더라도, 그 실수를 알아채고 이야기해 주는 주변인을 만들어 놓으려 해야 한다. 경영진이 무서워서 함부로 그의 실수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면 문제는 언제든 발생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타운홀 미팅도 성공하기 어려운 기업 문화를 가진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유롭게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수용하고 사과하고 교정하는 분위기는 정말 중요하다.

아홉째, 타운홀 미팅의 목적을 항상 기억하자

타운홀 미팅이 목적 그 자체는 아닐 것이다. 타운홀 미팅을 통해 소통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소통도 사실 목적은 아니다. 소통은 수단일 뿐이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 목적을 확실히 정하는 것은 전략을 정하는 첫 단추다. 타운홀 미팅을 통해 회사는 무엇을 얻기 원하는가? 이에 대한 정확하고 적절한 질문이 있어야 한다.

신임대표로서 첫번째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이라면 신임대표가 자신을 소개하며, 직원들에게 새롭게 강조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고, 직원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비전 있는 답을 해 주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경우라면 대표가 그 변화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직원들이 가진 변화에 대한 관심사를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멋지게 발표하고, 훌륭하게 답 해주고, 직원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 블라인드에 어떤 말이 실릴지 미리 상상해 보자

기자와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하고 나면 그 결과로 기사화된 제목과 내용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훈련하는 미디어트레이닝에서도 “내일 실릴 신문기사를 예상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라”는 조언을 한다. 기사화되면 좋지 않을 메시지는 아예 입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된다. 반대로 기사화하기에 적절한 메시지만 말하자는 것이다.

타운홀 미팅 후 또는 타운홀 과정에서 나오는 직원들의 반응을 예상해 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직원들이 어떤 반응을 해 주었으면 하는 가에서부터 전략을 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반응을 예상해 답변을 마련하고, 핵심메시지를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만약 블라인드에 실린 직원들의 반응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거나, 상당히 부정적인 것뿐이라면,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직원들의 이상한 사후 반응에 크게 놀랐다면 그 타운홀 미팅은 실패한 것이다. 그 실패 원인을 제대로 살펴 개선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놀라움은 다시 계속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과 모든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한 두려움을 가진 꾸준한 준비가 성공적인 타운홀 미팅을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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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기업의 이해관계자 관리를 위한 10대 원칙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을 둘러싸고 비즈니스 생태계를 이루는 사회 주체들을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이라 부른다. 더 나아가 해당 비즈니스 생태계를 품은 사회적 생태계 구성원까지 기업의 이해관계자 범주에 넣는 개념도 오래되었다. 직접적으로 우리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도 구매하지 않았어도, 회사의 다양한 활동에 대하여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 그룹이 바로 사회적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그들의 영향력이 회사의 사업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개인미디어와 사회적 여론 생성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그들 또한 기업이 관리해야 하는 큰 영향력자 범주 속에 위치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기업이 사회 여론 전반을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그와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이해관계자 각각에 대한 관계 형성과 관리 노력이 중요한 가치로 떠 올랐다. 그렇다면, 기업 시각에서 이해관계자 관리란 어떤 것이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간략하게 정리된 10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생각해 보자.

첫번째, 이해관계자는 컨트롤 할 수 없다

이해관계자 관리(stakeholder management)라는 의미를 흔히 이해관계자를 컨트롤(control) 한다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잦다. 일부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기업이 언론이나 내부고발자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컨트롤 하는 것을 보고 얻은 상상적 개념 같은데, 현실에서는 대부분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기업의 이슈에 대해 이미 입장을 형성 한 영향력 강하고, 기대와 관심이 폭증해 있는 이해관계자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이다. (물론, 특정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다)

이해관계자 관리란 정확한 의미로는 이해관계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해관계를 넘어 그들의 기대와 관심 까지를 관리한다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오직 컨트롤 가능한 것은 기업의 행동과 메시지 뿐이다. 이해관계자를 올바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행동과 메시지가 전략적으로 잘 준비되어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래야 그로 인해 이해관계자들이 영향 받게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두번째,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해관계만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자라는 이름 때문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특정 이해관계를 골고루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질적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사업적 주제에 대하여 기대나 관심을 형성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면 이 또한 이해관계자다. 이들의 기대와 관심에 기업은 필히 주목해야 한다.

기업이 사업적 주제에 대하여 광범위 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관심을 마주하고 그 구체적 가치들을 분석할 수 있어야 적절한 이해관계자 관리가 실행될 수 있다.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이해관계자 관리 환경에 다다르려면, 기업은 최선을 다해 그들의 기대는 충족시켜야 하고, 관심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부정 이슈는 이해관계의 충돌과 함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해 발생된다.

세번째, 영향력, 기대, 관심의 역학에 주목하라

기대와 관심만 표하는 이해관계자는 차라리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기업이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좋은 기업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을 그대로 성실하게 따르며 행동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면 갈등 발생 가능성은 대폭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주로 그들의 기대와 관심이 적절하게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 발생된다.

불만이 생긴 이해관계자들은 이내 자신들의 입장을 구체화시켜 입장을 형성한다. 이것이 여론의 초기 형태인데, 여기에 각 그룹의 영향력이 더해지면 기업을 향한 행동으로 가시화된다. 부정 이슈발생 시 기업이 적절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한 경우,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형성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불만과 비판으로 변질되고, 이내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모습과 같다. 기대와 관심이 우선이고, 영향력은 후행(後行)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네번째, 영향력을 가진 이해관계자만 우선이 아니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중 누가 더 영향력이 센 그룹인가. 흔히 언론을 꼽는다. 규제기관, 정부, 수사기관, 국회, 정치인, 환경단체, 시민단체를 꼽는 기업도 있다. 불특정다수 온라인 공중을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이해관계자로 생각하게 된 기업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해관계자가 다른 이해관계자보다 영향력이 항상 크다 적다 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에 강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던 이해관계자도 그들의 기대와 관심이 충족되면 그 영향력을 스스로 소멸시키기도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영향력의 이해관계자가 그들의 기대와 관심이 완전하게 무시되자 이내 영향력을 극대화 해 기업 앞에 서는 경우도 생긴다. 기업은 이슈관리 시 이해관계자 각각의 기존 영향력을 넘어, 향후 어떤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 기업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방지 또는 방어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적 활동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지도 포함해 고민해야 한다.

다섯 번째, 영향력 큰 이해관계자 그룹은 언제든 개입할 명분을 찾는다

이해관계자 생태계에서 기업에게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는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에 개입하는 것이 기본이다. 예상가능한 디폴트 자체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 투입되는 것과 같이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기업 주변 이해관계자들도 그와 같이 기업의 이슈 상황에 개입하고자 하는 의지는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의지를 가지는 것과 그 의지를 행동으로 연결해 스스로 개입 하게 되는 것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 기업은 이슈발생 시 이해관계자 관리 관점에서 영향력 큰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이슈에 개입하지 않도록 적절한 의지 관리를 위한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왜 이 이슈에 개입하지 않았는가 하고 그들에게 물었을 때 ‘왜냐하면…’이라는 답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영향력 큰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관심을 충족시켜 기본적 개입 의지를 희석시킨다는 개념이다.

여섯 번째, 수많은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언제든 뭉치려 한다

이해관계자 그룹을 나눌 때 원점 이외의 이들은 ‘공감자들’로 분류한다. 이슈발생의 중심에 있는 ‘원점’ 그룹과 분별되며 그들은 기업과 원점간 갈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원점측에 좀더 공감하는 그룹이다. 기업이 원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실패하게 되면 이들 ‘공감자들’은 신속하게 뭉쳐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이슈관련 온라인 여론이 응집되어 행동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기업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들 공감자들에게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해 기업의 원점관리 방식과 결과를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이들 공감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충족되면 이들은 점차 파편화되고, 뭉쳐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반면, 대부분의 실패 기업은 이 공감자들까지 자극해 이들을 무시무시한 영향력 그룹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일곱 번째, 원점에 대한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기업이 사업 주제와 연결된 부정 이슈를 경험하게 되면 가장 먼저 따져 살펴야 하는 것이 바로 ‘원점’이다. 만약 해당 이슈로 인해 원점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피해를 원상복구해 주는 방향이 기본이다. 원점이 아프다면 아픔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 화가 난다면 화를 풀게 해주어야 한다. 사과를 요구하면 사과를 해야 한다. 원점을 관리해 내지 못하면 그 어떤 이슈관리나 이해관계자 관리도 성공 가능성은 대폭 희박 해 진다.

일부 이슈에서는 원점 존재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다.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고, 고통받는 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의 행동에 단순히 화를 내고, 비판 하고, 실망했다는 이해관계자들이 전부인 경우다. 이런 경우 그들이 화 내고, 비판하고, 실망하게 된 구체적 원인이 바로 ‘원점’이 된다. 말 그대로 그들의 기대와 관심이 원점이 되는 것이다. 그 기대와 관심을 어떻게 정상화시키는 지에 따라 해당 이슈관리의 성패는 갈린다.

여덟 번째,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을 항상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해관계자 특성에 따라 이런 경우 이럴 것이라는 대략적 예상은 그나마 가능하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들과 이해관계자간 상호작용이 더해지고 곱해지면 기업측에서 정확하게 다양한 이해관계자 판도를 예상해 내기는 생각보다 어려워진다. 더구나 기업이 상황과 원점 관리 활동을 지속해 나감에 따라 2차 3차로 변화 될 이해관계자 구도는 더욱 더 복잡해 진다.

수많은 실타래가 서로 얽혀 큼직하게 자라나고 있다면, 이를 신속하게 풀어내기 위해서는 때때로 굵은 실타래 부위를 잘라내 버려야 할 때가 있다. 물론 부담과 고통이 따르겠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효과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즉,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이 예상하기 어려울수록 기업의 과감하고 단호한 문제해결 행동이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게 된다. 대규모 배상 발표, 선제적 원상복구 발표, 단호한 사퇴 의지 천명 등이 그런 행동이다.

아홉 번째,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기업이 어떻게 보여지는 가가 중요하다

이슈 발생 시 기업은 불만을 가진다.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를 정확하게 알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을 한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은 그와 관련한 팩트를 잘 알지 못하고 성급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이해관계자들에 둘러싸여 잘못된 여론과 싸우려 하니 힘 들고 어렵다는 하소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관점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기업이 성공적인 이슈관리와 이해관계자 관리를 위해 가장 집착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해당 이슈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어떻게 보여지는지’이다. 누가 팩트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가 아니다. 어느 편이 이슈관리 과정에서 승산이 높은지가 아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 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대신 이슈관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보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보여지게 될 것인가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이해관계자들이 보고 믿는 것이 진실이라 생각하자.

열 번째, 다른 회사보다 조금만 더 잘해보자 생각하자

친구들끼리 산행을 하다 곰을 만났다는 광경을 떠올려 보자. 화나서 달려오는 곰으로부터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빨리 뛰어 도망을 가야 할까? 유머집에 나오는 정답은 “함께 간 친구 한 명 보다만 더 빨리 뛰면 된다”이다. 기업의 이해관계자 관리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국내에서 최고로, 같은 업종에서 가장 우수하게 이해관계자 관리를 잘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것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은 다른 경쟁 기업 보다 한발자국만 더 잘하려 노력하면 된다.

최근 유사 사례가 있었거나, 다른 사례가 있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그들이 실수를 저질렀다면 우리는 그 실수만 저지르지 않으면 정상참작을 받게 된다. 그들이 늦었다면 그들 보다만 조금 더 빨리 대응하면 이해관계자들은 그 차이에 주목한다. 그들이100보를 가서 이해관계자 관리를 해냈다면 우리는 101보를 가서 이해관계자 관리를 끝내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쉬운 노력도 못해 계속 고생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기억해 놓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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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VIP가 위기관리를 리드해야 하는 이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수많은 위기관리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위기관리 성공 포인트 중 하나가 ‘VIP가 직접 위기관리를 리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어느 누구도 위기가 발생되면 VIP는 물러서 계셔야 한다 던가, 위기의 책임으로부터 VIP를 자유롭게 하라는 등의 조언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마다 VIP는 직접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어떤 것에도 자유롭지 않게 노심초사해야만 하는 걸까? 그래야만 위기가 관리되는 것일까?

오랫동안 일선에서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를 인하우스와 함께 하다 보면, 기업 간 확연하게 목격되는 다름은 VIP의 관여도의 차이다. 어떤 기업에서는 심각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VIP가 좀처럼 대책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평상시와 같은 의사결정 속도와 프로세스를 밟으며, VIP는 위기관리 위원회의 상황 요약과 종합된 의견을 보고 받기 원하신다. 그러한 의사결정의 장소에도 특정 고위 임원이 단독으로 들어가 알현하고 윤허를 받는 식으로 위기대응이 결정된다. 한시가 급한 시기임에도 그러한 의전은 지켜진다. 만약 종합된 위기관리위원회의 의견이 VIP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반면, 어떤 기업은 위기가 발생되자 마자 VIP가 위기관리위원회 자리에 착석을 한다. 구체적 상황보고를 직접 받고, 논의를 이끌어 나간다. 대응책 마련을 위해 사내 담당자들과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VIP는 계속 질문을 한다. 어떤 내용도 따로 요약을 하거나 정리해 재보고 할 필요가 없이 그 자리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대응 의사결정을 내린다. 일정 기간 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해 진다.

이 두 타입의 기업 중 어떤 기업이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지는 쉽게 예상 가능하다. 뛰어난 위기관리위원회와 외부 컨설턴트 그룹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해도, VIP의 관여는 필수적이다. 우수한 위기관리 조직에서 VIP의 관여는 화룡점정의 의미를 지니고, 부족한 위기관리 조직에게 VIP의 관여는 위기관리를 위한 버스터(booster, 촉진제)의 의미를 가진다.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위기관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왜 VIP가 깊이 관여해야 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본다.

첫째, VIP가 해야 빠르다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한다는 것은 위기관리 체계에 있어 기본 중 기본이다. 이를 위해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체계(Commander’s Intent)도 있는 것이고, 심지어 선조치 후보고라는 원칙도 생겨났다. 위기 발생 직후 위기대책회의에 VIP가 참석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신속한 대응 측면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일선 임직원이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의 수위는 항상 제한적이다. 대리가 내릴 수 있는 위기대응 의사결정과 부사장이 내릴 수 있는 위기대응 의사결정의 수위는 다르다. 계속해서 담당 임직원이 의사결정 수위를 점검하며 주저할 때 VIP는 그 자리에서 바로 VIP 수위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려 줄 수 있다. 일선 인력이 주저하며 허비하는 물리적 시간을 없애 버릴 수 있다. 당연히 의사결정이 빠르니 대응도 빨라진다.

둘째, VIP가 해야 하나가 된다

위기관리를 전사적 업무라고 이해하는 기업 구성원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재무부서에서는 왜 우리가 홍보부서에서 겪고 있는 위기를 함께 해 주어야 하는지 의아해한다. 왜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대응 회의에 영업부서들까지 들어가야 하는지 묻는 임직원도 있다. 반대로 법무부서나 홍보부서 등은 왜 거의 모든 회사 위기에 불려 들어가야 하는가 하는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절대로 위기 앞에서 기업 구성원들은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VIP가 직접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착석하여 의사결정을 독려하면 구성원은 비자발적이라도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부서별로 생각과 판단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는 모든 부서가 VIP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대응을 논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VIP의 가시성이 해당 위기의 중대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많은 부서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단 하나가 된 의사결정그룹은 위기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셋째, VIP가 해야 과감 해 진다

부실한 아파트 시공 문제를 지적 받은 건설사가 있다고 치자.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판의 여론이 생겨 회사 존립이 어려워질 수준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 보자. 수천억에 이를 수도 있는 ‘헐고 다시 짓기’ 의사결정을 사내에서 누가 나서서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일단 회사가 살아야 하니 내가 나서서 의사결정 하겠다는 과장이나 이사가 나올 수 있을까?

이미 대량 판매한 고급 화장품에서 법적으로 문제 있는 성분이 들어있었다는 보도를 맞게 된 기업이 있다고 치자. 직후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소비자의 불만과 반품 및 환불 요구를 상상해 보자. 수십에서 수백억원에 이를 수도 있는 몇 만 소비자 불만에 대한 대응방안을 사내에서 누가 의사결정 할 수 있을까? VIP가 대책회의에 들어오셔서 “소비자 불만 없게 무조건 전량 환불 조치해 줍시다” 한 마디면 위기관리는 성공에 가까워지는데, VIP와 연락도 가능하지 않다면 해당 위기 상황은 어디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넷째, VIP가 해야 믿는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을 피해 숨는 VIP가 있고, 언론 앞에 나서는 VIP가 있다. 좋은 뉴스에는 자주 언론에 비춰지기를 즐기시던 VIP도 위기가 발생되면 태도를 바꾸시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평시에는 언론을 가깝게 하지 않으시다가도 위기가 발생되면 언론 앞에 나서시려는 VIP도 있다. 어느 VIP가 국민 그리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더욱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는 자명하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 시에는 기업 VIP의 가시성을 키우라는 전략적 조언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은 기업을 인간화 해 인식한다. 흔히 기업을 좋은 기업 나쁜 기업이라 칭하는 것에서도 인간화 개념은 그 기반이 된다. 기업을 인간처럼 인식한다고 했을 때 그 얼굴이 되는 것은 VIP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 기업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위기 시 기업의 빌딩이나 로고, 유리 창구, 전화 속 기계음을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할 때 앞으로 나서 얼굴을 드러내며 회사의 입장과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해 주는 VIP가 성공요인인 이유다. 사람들이 일단 믿어야 위기관리도 성공한다.

다섯째, VIP가 해야 따른다

일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상황관리 보다 먼저 가는 케이스들이 있다. 일단 VIP가 신속하게 의사결정 하셔서 과감하게 배상안을 마련해 커뮤니케이션 한 것과 같은 경우다. 사람들이 그 계획을 듣고는 이내 비판을 누그러뜨리게 되었고, 언론을 비롯한 관전자들이 해당 의사결정의 과감성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위기관리가 이제 마무리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배상과 관련된 직접적 이해관계자 일부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누가 실제 책임을 지고 어떻게 그 배상 부담을 나누어 져야 하는가에 의견이 갈린 것이다. 실무그룹이 서로 왕래하며 배상안 실행을 위한 논의를 이어 나가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설득과 동의가 지난하다. 이런 경우에도 VIP들끼리의 담판이나 합의가 있으면 사후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된다.

흔히 VIP들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말을 한다고는 하는데,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위기관리는 성공에 더욱 가까워진다. 위기 상황에 대해 일부 실무적 책임감을 느끼는 임직원들도 이런 경우에는 VIP를 따르며 협조자와 해결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그들은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며 위기관리의 걸림돌 또는 훼방자의 역할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VIP가 해야 일관성이 생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를 해임해 버리는 기업이 있다. 위기 발생의 책임을 묻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회사를 대표하는 누군가는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너가 있는 경우에는 오너가 직접 그 역할을 대행하기도 한다. 해임된 전임 대표이사는 개인적으로는 불명예스럽지만, 힘들고 어려운 위기관리 과정을 이끌지 않아도 되어 차라리 홀가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위기가 발생되자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린 VIP, 이후 위기관리를 다 마친 것처럼 보여주는 회사의 태도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VIP가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하는 경우 사람들은 최소한이라도 해당 위기관리의 일관성에 신뢰를 가진다. 피해자, 분노자, 비판자 등은 해결자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VIP를 보고 싶어한다. 그런 상황에서 VIP가 사임 또는 해임되어 사라져 버리고, 그 역할을 해 줄 사람은 보이지 않은 채 위기관리를 마무리하려는 회사가 있다면 그에 대한 결과는 뻔한 것이다. 끝까지 마무리해 줄 수 있는 해결자로서의 VIP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일곱째, VIP가 해야 개선과 재발방지가 된다

대부분의 기업은 위기발생 시 원칙으로 개선을 약속하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해 급한 불을 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약속은 실제로 지켜지지 않거나, 아주 일부만의 제스츄어로 마무리된다. 실제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 지켜지지 않았는지가 확인되는 시기는 유사한 위기 상황이 재발하는 경우다. 그 때 가면 왜 지난 개선 및 재발방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가 하는 더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일부 기업은 그런 경우에도 다시 개선과 재발방지를 강하게 약속하며 큰 불을 끄려 한다.

국민들과의 약속이 있었다면 그 약속은 최초부터 VIP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의지를 관철하는 것도 VIP가 되어야 한다. VIP가 직접 그 약속 내용을 기억하며 개선과 재발방지 조치를 완성해 낼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도 존재한다. 일단 그 약속을 믿어보자 하는 국민들의 생각도 VIP를 보며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중요한 책무를 완성시킬 수 있고, 시켜야 하는 사람도 VIP다. 다른 사람이 리드 할 수 있는 얼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와 같이 VIP는 위기관리를 위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기업내 핵심 자산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위기 발생 시 해당 기업 VIP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한다. VIP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고, 그의 입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를 기대한다. 혹시나 직면한 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숨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의 눈초리로 살핀다.

위기관리가 잘 되면 사람들은 VIP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리드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가진다. 반대로 위기관리가 잘 안되면 VIP가 적절한 역할을 해 주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비판한다. 결국 위기관리 성패에 있어 모든 사후 평가는 VIP가 홀로 지게 되는 것이다. VIP는 어떤 경우에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로워지고 싶어 할수록 문제는 더욱 더 커지게 된다. VIP가 위기관리를 직접 리드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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