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기업 위기관리 현장에서 반복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그 말에는 아주 중요한 단어가 몇개 빠져 있다. 정확하게 다시 표현해보면, ‘우리 회사의 위기는 곧 경쟁사에게 기회’라는 말이 더 맞다.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별로 희망적인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위기를 경험하지 않은 많은 다른 기업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말이다.
본래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이야기는 위기를 경험한 회사가 그 위기로부터의 배움을 통해 더욱 완전한 회사가 되려 노력한다면 곧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핵심은 ‘위기로부터의 배움’과 그 ‘배움의 실천’ 부분이다 그런 경우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이야기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욱 일반적인 의미에서 다른 회사의 위기가 우리 회사의 위기가 되기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를 허비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자기 회사의 위기에만 해당되는 조언은 아니다. 다른 회사들의 위기를 우리가 반면교사 하지 못하고 허비해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조언도 중요하다.
경쟁사 또는 다른 기업들의 위기는 어떻게 우리 회사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시장경쟁적 관점보다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자. 다음은 타사의 위기를 자사의 기회로 만드는 방법들이다.
첫째, 타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위기를 자사내에서 살펴보면 기회가 된다.
빨리 살펴보자. 타사의 위기를 강 건너 불 구경하다가, 우리집도 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자. 저 회사에게서 발생된 위기는 우리 회사에서도 발생될 수 있다. 우리는 저 회사와 다르다는 이야기는 일단 접어 놓자. 저런 유형의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될 수 있는지 빨리 구체적으로 따져보자는 거다. 만약, 우리에게도 저런 위기의 뿌리가 존재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그 뿌리를 분석해 제거하려고 노력해보자. 만약 그렇게 짧은 시간내에 뿌리까지 제거할 수 없다면, 우선 저 회사와 같이 우리에게도 똑 같은 위기가 가시화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라도 준비해 놓자. 그런 준비가 기회를 만든다.
둘째, 타사가 위기관리를 잘했나 못했나를 보면 기출문제가 파악된다.
기출문제를 제대로 알면 시험은 쉽다. 이미 나왔던 문제를 틀리기가 어찌 보면 더 어렵다. 타사가 위기관리 하는 모습을 세세하게 지켜보면 기출문제의 핵심은 간파할 수 있다. 타사가 위기관리를 잘한 경우에는 거기에 답이 있으니, 추후 자사 위기대응에 차용하면 정답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타사가 위기관리를 잘 못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면, 그 이유를 따져보면, 오답에서 멀어질 수 있다. 타사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다양한 비판을 받고 있다면, 그 비판 내용을 깊이 분석해 보자. 이는 합법적인 컨닝이다. 그 비판내용 속에 답이 있다. 기회가 보일 것이다.
셋째, 타사가 얼마나 빠르게 대응했는지를 살피면 기회가 된다.
타사가 어떤 위기대응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제때 대응했는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기업도 사전 준비나 대응 역량의 보유 없이 적시대응을 할 수는 없다. 만약 타사가 적시대응 해서 위기관리를 잘 했다면, 어떻게 그런 적시대응이 가능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회사의 대응 체계나 역량과는 어떤 부분이 다른 지 살펴보자. 반대로 타사 위기대응이 때를 놓쳤다면. 그 걸림돌이 된 체계나 역량은 무엇인지도 알아보자. 자사에게도 그런 걸림돌 프로세스가 있는지 재차 확인해 보면 기회에 닿을 수 있다.
넷째. 위기 시 타사의 리더십은 어땠는지 살펴보면 기회가 보인다.
타사가 위기를 겪고 있을 때 그 회사 VIP는 어떤 움직임과 메시지를 커뮤니케이션 했는지 확인해 보자. 그것이 적절해서 위기관리 전반에 큰 도움이 되었는지 보는 거다. 혹시 VIP의 대응이 어떤 문제를 만들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그 부분을 집중해 살펴보고, 내부적으로 경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자사 VIP께서 그런 내용을 챙기지 않거나, 관심 없어 한다면, 위기관리 실무그룹 차원에서라도 타사와 동일한 전제를 놓고 우리는 어떻게 그들보다 낫게 대응할 수 있을지 따져보자. 그런 차선책 강구가 없는 것 보다는 더 나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다섯째, 타사 내 위기관리를 전담했던 팀에 대해 알아보자.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사람이 없이는 위기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잘된 위기관리에는 항상 제대로 숙련되어 신속하게 움직여준 대응조직이 있다. 반대로 그런 대응조직이 없는 기업의 위기관리는 형편없거나, 이해되지 않는 위기관리의 모습이 보여 지게 마련이다. 타사가 위기관리를 할 때 누가 어떤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보다 실질적인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OO회사니까 잘하지” 하기 보다는 “OO회사에는 이번 위기관리에서 XXX팀과 ###팀이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하더군” 같이 보다 구체적인 정보 파악이 자사 기회 창출에 도움이 된다. 최소한 그들이 쓴 공식대응문건이라도 입수해 분석해 보자.
여섯째, 타사가 위기관리에 활용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살펴보면 기회가 보인다.
경쟁사는 항상 우리보다 잘하고, 투자도 많이 하고,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도 좋고, 화끈하고…이런 부러움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논리를 가지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경쟁사 보다 그런 부분은 잘 못한다 주장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만약 위기대응을 하며 경쟁사가 잘 활용했던 이해관계자들이 있다면, 자사도 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심을 먼저 늘려보자. 투자가 필요하다면 내부 품의를 거쳐 투자를 이제 부터라도 시작해 보자. 반대로 우리가 타사보다 훨씬 이해관계자 네트워크가 좋다면, 그것에 대해 내부에서 의미를 인정받아 보자. 지속 투자와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하면 곧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겠나?
일곱째, 타사의 법적 대응 논리와 컴플라이언스 이슈도 들여다보자.
변호사들은 전례와 그 전례에서 파생된 쟁점들에 대해 큰 의미를 둔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그런 전례 분석과 이해는 아주 중요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라는 것이 없다. 그때 그때 약간씩 다른 전례에서 타사들이 활용했던 법적 대응논리와 실행과정에서 파생된 컴플라이언스 쟁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자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특히나, 실행상 컴플라이언스 쟁점 부분은 평소나 위기관리 시 공히 관심이 집중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타사의 위기에서 배우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 보자.
여덟째, 타사의 위기관리 예산을 감정해 보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해놓자
“우리는 예산이 없어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사후에 아무 의미가 없다. 타사가 실행했던 예산만큼은 자사가 쓸 수 없다면, 비용대비 효과적인 차별화된 대응방안을 미리 고민해 보아야 한다. 내부 규정이나 컴플라이언스, 또는 사업규모와 범위가 달라 타사의 위기관리 예산이 과다했다면, 자사에게 맞는 적절한 위기관리 예산에 대한 감은 아무리 빨리 가져도 이르지 않다. 좀더 깊이 생각해서, 우리도 그 정도 어마어마 한 예산으로 사후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면, 차라리 그런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위기예방활동에 그 일부 예산이라도 투입해 위기 발발을 사전에 제한하자 하는 논의도 생겨날 수 있겠다. 그런 예산 전략도 더 나은 기회를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다.
아홉째, 타사가 반복적으로 유사한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해도 살피자
타사 조직 구성원이 모두 기억상실증으로 고통받고 있어서 유사한 위기를 반복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유사한 위기를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아주 중요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회사가 알면서도 위기관리를 할 수 없었던 그 진짜 이유를 타사인 우리가 바라봐 찾아보자는 거다. 그 회사 구성원들이 아무리 사전 위기관리를 한다고 해도 완전하게 극복할 수 없는 최악의 문제를 자사가 확인해 이해할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에 있을까?
마지막, 타사의 위기를 우리는 경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자
타사 위기관리를 벤치마킹해서 자사가 좀더 나은 위기관리를 해보자가 원래의 핵심은 아니었다. 타사가 경험한 위기와 위기관리를 통해 자사에게 유사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겠다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핵심이다. 아무리 군비가 튼튼하고 강한 군사력을 가졌다고 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과 그 과정을 알게 되었다면, 그 원인과 과정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여러 개선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개선하면 된다. 미리 알아 투자하고, 관리하고, 관제하고, 훈련하고, 준비하게 되면 위기발생 가능성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잘된 위기관리란 많은 사람이 전혀 알지 못하는 위기를 조용하게 관리해 내는 위기관리다. 사전적으로 평시에 체계화해서 관리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 강한 의지가 곧 기회다.
위기는 타인에게 기회일 뿐, 자신에게는 그리 의미 있는 기회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달리 보면, 그렇게 아무것도 얻을 것 없는 위기를 미리미리 살펴 아예 만들지 않겠다 하는 조직의 생각도 필요한 것이다. 자사가 위기를 만들지 않으면, 오히려 그 자체로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경쟁사들에게는 그 나마의 기회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이 경쟁전략에서도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스스로 위기를 만들고 키우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다 경계해 보자. 그것이 경쟁력 확보와 강화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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