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을 둘러싸고 비즈니스 생태계를 이루는 사회 주체들을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이라 부른다. 더 나아가 해당 비즈니스 생태계를 품은 사회적 생태계 구성원까지 기업의 이해관계자 범주에 넣는 개념도 오래되었다. 직접적으로 우리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도 구매하지 않았어도, 회사의 다양한 활동에 대하여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 그룹이 바로 사회적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그들의 영향력이 회사의 사업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개인미디어와 사회적 여론 생성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그들 또한 기업이 관리해야 하는 큰 영향력자 범주 속에 위치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기업이 사회 여론 전반을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그와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이해관계자 각각에 대한 관계 형성과 관리 노력이 중요한 가치로 떠 올랐다. 그렇다면, 기업 시각에서 이해관계자 관리란 어떤 것이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간략하게 정리된 10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생각해 보자.
첫번째, 이해관계자는 컨트롤 할 수 없다
이해관계자 관리(stakeholder management)라는 의미를 흔히 이해관계자를 컨트롤(control) 한다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잦다. 일부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기업이 언론이나 내부고발자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컨트롤 하는 것을 보고 얻은 상상적 개념 같은데, 현실에서는 대부분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기업의 이슈에 대해 이미 입장을 형성 한 영향력 강하고, 기대와 관심이 폭증해 있는 이해관계자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이다. (물론, 특정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다)
이해관계자 관리란 정확한 의미로는 이해관계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해관계를 넘어 그들의 기대와 관심 까지를 관리한다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오직 컨트롤 가능한 것은 기업의 행동과 메시지 뿐이다. 이해관계자를 올바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행동과 메시지가 전략적으로 잘 준비되어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래야 그로 인해 이해관계자들이 영향 받게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두번째,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해관계만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자라는 이름 때문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특정 이해관계를 골고루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질적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사업적 주제에 대하여 기대나 관심을 형성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면 이 또한 이해관계자다. 이들의 기대와 관심에 기업은 필히 주목해야 한다.
기업이 사업적 주제에 대하여 광범위 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관심을 마주하고 그 구체적 가치들을 분석할 수 있어야 적절한 이해관계자 관리가 실행될 수 있다.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이해관계자 관리 환경에 다다르려면, 기업은 최선을 다해 그들의 기대는 충족시켜야 하고, 관심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부정 이슈는 이해관계의 충돌과 함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해 발생된다.
세번째, 영향력, 기대, 관심의 역학에 주목하라
기대와 관심만 표하는 이해관계자는 차라리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기업이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좋은 기업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을 그대로 성실하게 따르며 행동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면 갈등 발생 가능성은 대폭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주로 그들의 기대와 관심이 적절하게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 발생된다.
불만이 생긴 이해관계자들은 이내 자신들의 입장을 구체화시켜 입장을 형성한다. 이것이 여론의 초기 형태인데, 여기에 각 그룹의 영향력이 더해지면 기업을 향한 행동으로 가시화된다. 부정 이슈발생 시 기업이 적절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한 경우,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형성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불만과 비판으로 변질되고, 이내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모습과 같다. 기대와 관심이 우선이고, 영향력은 후행(後行)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네번째, 영향력을 가진 이해관계자만 우선이 아니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중 누가 더 영향력이 센 그룹인가. 흔히 언론을 꼽는다. 규제기관, 정부, 수사기관, 국회, 정치인, 환경단체, 시민단체를 꼽는 기업도 있다. 불특정다수 온라인 공중을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이해관계자로 생각하게 된 기업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해관계자가 다른 이해관계자보다 영향력이 항상 크다 적다 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에 강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던 이해관계자도 그들의 기대와 관심이 충족되면 그 영향력을 스스로 소멸시키기도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영향력의 이해관계자가 그들의 기대와 관심이 완전하게 무시되자 이내 영향력을 극대화 해 기업 앞에 서는 경우도 생긴다. 기업은 이슈관리 시 이해관계자 각각의 기존 영향력을 넘어, 향후 어떤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 기업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방지 또는 방어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적 활동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지도 포함해 고민해야 한다.
다섯 번째, 영향력 큰 이해관계자 그룹은 언제든 개입할 명분을 찾는다
이해관계자 생태계에서 기업에게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는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에 개입하는 것이 기본이다. 예상가능한 디폴트 자체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 투입되는 것과 같이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기업 주변 이해관계자들도 그와 같이 기업의 이슈 상황에 개입하고자 하는 의지는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의지를 가지는 것과 그 의지를 행동으로 연결해 스스로 개입 하게 되는 것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 기업은 이슈발생 시 이해관계자 관리 관점에서 영향력 큰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이슈에 개입하지 않도록 적절한 의지 관리를 위한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왜 이 이슈에 개입하지 않았는가 하고 그들에게 물었을 때 ‘왜냐하면…’이라는 답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영향력 큰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관심을 충족시켜 기본적 개입 의지를 희석시킨다는 개념이다.
여섯 번째, 수많은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언제든 뭉치려 한다
이해관계자 그룹을 나눌 때 원점 이외의 이들은 ‘공감자들’로 분류한다. 이슈발생의 중심에 있는 ‘원점’ 그룹과 분별되며 그들은 기업과 원점간 갈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원점측에 좀더 공감하는 그룹이다. 기업이 원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실패하게 되면 이들 ‘공감자들’은 신속하게 뭉쳐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이슈관련 온라인 여론이 응집되어 행동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기업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들 공감자들에게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해 기업의 원점관리 방식과 결과를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이들 공감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충족되면 이들은 점차 파편화되고, 뭉쳐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반면, 대부분의 실패 기업은 이 공감자들까지 자극해 이들을 무시무시한 영향력 그룹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일곱 번째, 원점에 대한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기업이 사업 주제와 연결된 부정 이슈를 경험하게 되면 가장 먼저 따져 살펴야 하는 것이 바로 ‘원점’이다. 만약 해당 이슈로 인해 원점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피해를 원상복구해 주는 방향이 기본이다. 원점이 아프다면 아픔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 화가 난다면 화를 풀게 해주어야 한다. 사과를 요구하면 사과를 해야 한다. 원점을 관리해 내지 못하면 그 어떤 이슈관리나 이해관계자 관리도 성공 가능성은 대폭 희박 해 진다.
일부 이슈에서는 원점 존재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다.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고, 고통받는 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의 행동에 단순히 화를 내고, 비판 하고, 실망했다는 이해관계자들이 전부인 경우다. 이런 경우 그들이 화 내고, 비판하고, 실망하게 된 구체적 원인이 바로 ‘원점’이 된다. 말 그대로 그들의 기대와 관심이 원점이 되는 것이다. 그 기대와 관심을 어떻게 정상화시키는 지에 따라 해당 이슈관리의 성패는 갈린다.
여덟 번째,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을 항상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해관계자 특성에 따라 이런 경우 이럴 것이라는 대략적 예상은 그나마 가능하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들과 이해관계자간 상호작용이 더해지고 곱해지면 기업측에서 정확하게 다양한 이해관계자 판도를 예상해 내기는 생각보다 어려워진다. 더구나 기업이 상황과 원점 관리 활동을 지속해 나감에 따라 2차 3차로 변화 될 이해관계자 구도는 더욱 더 복잡해 진다.
수많은 실타래가 서로 얽혀 큼직하게 자라나고 있다면, 이를 신속하게 풀어내기 위해서는 때때로 굵은 실타래 부위를 잘라내 버려야 할 때가 있다. 물론 부담과 고통이 따르겠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효과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즉,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이 예상하기 어려울수록 기업의 과감하고 단호한 문제해결 행동이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게 된다. 대규모 배상 발표, 선제적 원상복구 발표, 단호한 사퇴 의지 천명 등이 그런 행동이다.
아홉 번째,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기업이 어떻게 보여지는 가가 중요하다
이슈 발생 시 기업은 불만을 가진다.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를 정확하게 알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을 한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은 그와 관련한 팩트를 잘 알지 못하고 성급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이해관계자들에 둘러싸여 잘못된 여론과 싸우려 하니 힘 들고 어렵다는 하소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관점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기업이 성공적인 이슈관리와 이해관계자 관리를 위해 가장 집착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해당 이슈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어떻게 보여지는지’이다. 누가 팩트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가 아니다. 어느 편이 이슈관리 과정에서 승산이 높은지가 아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 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대신 이슈관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보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보여지게 될 것인가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이해관계자들이 보고 믿는 것이 진실이라 생각하자.
열 번째, 다른 회사보다 조금만 더 잘해보자 생각하자
친구들끼리 산행을 하다 곰을 만났다는 광경을 떠올려 보자. 화나서 달려오는 곰으로부터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빨리 뛰어 도망을 가야 할까? 유머집에 나오는 정답은 “함께 간 친구 한 명 보다만 더 빨리 뛰면 된다”이다. 기업의 이해관계자 관리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국내에서 최고로, 같은 업종에서 가장 우수하게 이해관계자 관리를 잘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것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은 다른 경쟁 기업 보다 한발자국만 더 잘하려 노력하면 된다.
최근 유사 사례가 있었거나, 다른 사례가 있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그들이 실수를 저질렀다면 우리는 그 실수만 저지르지 않으면 정상참작을 받게 된다. 그들이 늦었다면 그들 보다만 조금 더 빨리 대응하면 이해관계자들은 그 차이에 주목한다. 그들이100보를 가서 이해관계자 관리를 해냈다면 우리는 101보를 가서 이해관계자 관리를 끝내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쉬운 노력도 못해 계속 고생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기억해 놓았으면 한다.
# # #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