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22025 0 Responses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한 낡은 오해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비스 중 그래도 가장 서비스 역사가 길고,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 미디어트레이닝(media training)이다. 하지만, 아직도 기업 고위임원들에게 과거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지 질문하면 약 10퍼센트 가량만 경험이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미디어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아본 홍보담당자들이 그보다 더 적다는 사실이다. 대표이사나 고위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배석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경험해 본 홍보임원이나 실무자가 대부분이다. 회사의 대변인으로서 직접 트레이니가 되어 심도 있는 훈련을 받아본 경험이 그리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 문제일 수 있다.

매일매일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는데 굳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하고 실무를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내심 하는 분들이 더 많다. 수년간 기자관계를 하다가 새삼스럽게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려고 하니 뻘쭘한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체계적인 홍보실 훈련 프로그램은 필요하다는 정도로 해 두자.

많이 제공되고 있는 미디어트레이닝임에도 불구하고, 경험한 분들이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오랫동안 미디어트레이닝의 목적이나 형식을 오해하는 상황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 홍보실을 비롯해 기업 대표와 고위임원들이 가진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한 오해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미디어트레이닝은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업을 대변해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위치에 있는 한정된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 훈련이다. 평시를 비롯해 다양한 상황을 예상하고, 경영이슈에 대하여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트레이니가 전략적 메시징을 반복 훈련해 보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언론, 기자를 이해하고, 경영적 주제들과 질문을 이해하며, 전략적 답변을 고민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실습을 통해 기자역할을 하는 상대방과 심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는 경험을 더한다.

이는 자신의 기업을 대표하여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훈련이다. 이에 비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은 훨씬 수준이 높다. 미디어트레이닝이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 훈련이라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에 더하여 왜?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등과 같은 전체적인 전략이 더 중심이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대표와 고위임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해 놓고,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었다거나 강화되었다고 이야기하는 데 이는 적절한 주장은 아니다.

둘째, 미디어트레이닝은 언론에 대하여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아니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흔히 언론에 대한 강의로 착각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언론에 대한 강의는 미디어트레이닝이 아니다. 언론에 대한 이해 부분이 미디어트레이닝에 일부 들어가기는 하지만, 미디어트레이닝 전체 부분에서는 상당히 적은 도입 부분이다. 특히 기업 대표나 임원들에게 언론시장이나, 최근 기사화 트렌드, 기자들의 마감 시스템, 편집시스템, 광고 수입, 미디어랭킹 등을 교육하는 것은 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경험적으로 볼 때 홍보실 이외 임직원에게 언론과 홍보에 대해 실무적 교육을 하면 할수록 이슈나 위기 발생 시 간섭과 잔소리는 늘어난다. 언론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광고나 기사나 기자가 어떤지 모르는 사람이 없어지면, 반대로 홍보실이 할 수 있거나 해야 하는 것이 줄어든다. 평시에는 그분들을 교육하여 홍보실의 업무를 이해하고 지원받고 싶다는 취지였겠지만, 실제로는 대충 이해하는 언론과 기자관을 가진 임직원들은 종종 훈수를 둘 뿐이다. 모두가 한마디씩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그분들이 가져야 하는 상식은 기자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취재하고, 왜 그렇게 취재하는지에 대한 이해면 충분한다. 한마디로 말조심해야 한다는 공적인 두려움이면 된다.

셋째,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도 가르쳐야 한다?

그것도 아니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하나 하나 돌아보면서 설명하고, 요즘 이 채널을 통해 어떤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지 구경하는 것은 미디어트레이닝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앞에서 언급했던 언론에 대한 이해나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에 대한 이해는 별도로 교양 특강 등으로 진행하거나 하면 된다. 미디어트레이닝에서는 그런 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지 않는다. (취지에 맞지 않는다)

단, 기업 대변인이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하지 못하는 케이스들은 일부 다룬다. 전체적으로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성 또는 확산되는 이슈에 대하여 기업은 어떤 대비를 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정도는 최근 들어 미디어트레이닝에서 강화되어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은 미디어트레이닝의 핵심 주제가 아니다.

넷째, 준비 없이 트레이닝 받아도 된다?

미디어트레이닝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터뷰 실습 과정은 미디어트레이닝의 꽃이다. 대표나 고위임원들이 기자에게 질문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들을 꺼내 보고, 그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정리된 메시지를 기반으로 기자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과 인터뷰를 해 보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미디어트레이닝이 진정한 가치를 발하기 위해서는, 주요 경영 주제들에 대하여 기업측이 평소 가지고 있는 핵심메시지들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대표께서 평소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던 메시지도 좋다. 회사 차원에서 강조해야 하는 원칙들을 준비해도 좋다. 기존에 기자들에게 전달해 왔던 핵심메시지들을 다시 정리해 공유해도 좋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하여 이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전략적인 메시지들로 기존의 것들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생각을 하면 좋다.

다섯째, 미디어트레이닝은 한번이면 족하다?

언론에 대한 이해를 미디어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하면 한번이면 족하다. 그러나, 다양한 경영주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한다면 그때 그때 정기적 업데이트는 필요하다. 몇 년 전만 해도 회사와 관련 없던 사회적 주제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경우도 있다. 최근 들어 경쟁사나 타업계 기업이 경험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우리의 메시지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해진 경우도 있다. 갑작스럽게 회사의 변화를 사전에 준비하고자 미디어트레이닝을 다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회사에게 이슈가 계속 생겨나는 한, 예상되는 다양한 질문들과 그 각각에 대한 답변들을 사전에 정리해 놓는 것이 준비의 체계화다. 이 체계를 반복적으로 유지 강화하는 수단이 미디어트레이닝이다. 신임대표로서 임기를 시작할 때, 신제품 론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준비할 때, 회사와 관련한 대규모 변화를 앞두었을 때, 상장이나 M&A를 준비하고 있을 때,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심지어 중요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있을 때. 기업 임원들은 미디어트레이닝을 반복해서 받는다.

여섯째,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면 전문적인 대변인 역할이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다. 기업을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수없이 많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회사의 주가를 곤두박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하게 불매운동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자칫하면 소송에 걸리기도 한다.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해 대표나 임원으로서 자신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미디어트레이닝에서 가장 강조되는 포인트는 ‘조심하라’는 조언이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이전이나 이후에도 항상 기자 앞에서는 조심하라는 조언을 반복한다. 기자는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신감이나 방심은 허황된 것이다.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그에 더해 위험하기까지 하다.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고, 민감 해하며, 노력하는 자세가 성공한 대변인을 만든다. 미디어트레이닝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곱째, 미디어트레이닝은 경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진행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은 생각보다 꽤 오랜 역사를 지닌 서비스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수 십년전부터 PR에이전시의 서비스로 이어져왔다.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기 위한 코치 훈련을 받은 컨설턴트가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순 강의나 실습 상황을 조성하는 것 등은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있는 실무자라면 가능하겠지만,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조언과 실습 과정에서의 피드백 등은 전문적 코치 훈련을 받아야 제공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몇 번 진행해 보았으니 미디어트레이닝을 리드할 수 있다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지속적인 경험과 자신에 대한 훈련 노력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또한 임상경험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여덟째, 미디어트레이닝은 일선 직원도 받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선직원들은 어떤 경우에서도 기자들과 말을 섞으면 안 된다. 회사를 대표해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을 하고,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론을 알려준다? 적절하지 않다.

일선직원들을 비롯해 회사를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모든 구성원에게는 미디어트레이닝 보다 ‘창구일원화’ 원칙을 공유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 창구일원화 개념만을 가지고 일선 임직원을 훈련하기도 하는데, 이는 예외적인 훈련이다. (예를 들어 고발 프로그램 응대 차원) 앞에서 언론에 대해 짧게 교육받은 임직원들이 이슈발생 시 더 무섭다고 했다. 섣부르게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일선직원들은 자칫 더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일선직원들은 기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면 안 된다.

아홉째, 미디어트레이닝은 거짓말을 하는 훈련?

앞에서 반복적으로 설명했다. 기자들에게 회사의 경영주제들에 대하여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트레이닝이 미디어트레이닝이다. 기업 대변인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은 기자에게 고품질의 기사를 작성하게 도움을 준다. 정확한 기사가 나오게 된다. 서로 윈윈하는 결론과 관계가 생겨난다.

만약 미디어트레이닝을 기자를 대상으로 하여 거짓말 훈련하는 프로그램으로 간주하고 있다면, 기업 철학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 기자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고, 거짓말이 통할리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마지막, 미디어트레이닝은 규격화된 트레이닝?

그렇지 않다. 기업의 사업영역, 특성, 경쟁구도, 기업철학, 기업문화, 경영전략, 경영이슈, 기타 상황 등에 따라 기업의 특성에 맞추어 훈련 분야에 경중을 둔다. 훈련 방식도 달리한다. 트레이니의 경험 수준에 따라 수위를 맞추기도 한다. 집중도를 달리하면서 훈련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기도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는 기업의 진행 목적이다.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에 따라서 그에 맞춘 트레이닝 형식이 제공된다.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은 큰 아젠다와 준비 및 진행 프로세스 정도다. 미디어트레이닝을 준비할 때부터 피드백 리포트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에서까지 클라이언트의 요청과 전문 컨설턴트의 조언은 계속 공유된다.

이상과 같은 오래된 오해들이 앞으로는 조금씩 바로 잡혀 지기를 바란다. 홍보실이 회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미디어트레이닝을 체계화해서 고위경영진에게 어필하는 노력을 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홍보실이 상당히 진지한 경영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미디어트레이닝은 홍보실에게 회사내에서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는 기회가 되곤 하는 것이다. 이 또한 미디어트레이닝의 아주 중요한 목적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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