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22025 0 Responses

메시지의 전달과 잡담의 차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핵심임원들과 미디어트레이닝이나 메시지 워크샵을 진행하면, 각 사별 그리고 이슈별로 다양한 사례와 입장 그리고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유익한 토론을 하게 된다. 때로는 주어진 이슈에 반하는 완전하지 않은 대응 논리 때문에 메시지에 결핍감을 함께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아주 충실한 논리와 팩트를 기반으로 해 구성된 훌륭한 대응 메시지에 같이 놀라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현장에서 주로 고민거리인 메시지 결핍 및 오류 현상에 대해 정리해 본다. 일반적으로는 갑작스럽게 이슈가 발생되면, 기업 내부에서 미처 입장을 적시 정리하지 못하여 메시지 오류가 발생한다고 보기도 하는데. 그 외에 이슈 대응 시 메시지 오류에는 더 많은 이유와 원인이 존재한다.

왜 일부 기업은 언론이 돌발 이슈를 취재하는 경우, 기자보다도 준비되어 있지 못할까? 기자는 이미 해당 이슈에 대한 기사 프레임을 짜서 기업측에 문의하는데, 기업에서는 왜 그 프레임을 이해하기는 커녕 그에 더한 더 심각한 프레임을 스스로 만들어 허둥댈까? 기업은 왜 메시지 전달 대신 기자와 잡담을 하며 소중한 기회마저 놓쳐 버리는 것일까? 왜 그럴까?

첫째, 메시지에 대한 개념정립이 중요하다

기업 대표나 핵심 임원은 스스로 외부와 내부 메시지에 대한 집착을 보다 키워야 한다고 본다. 평시를 넘어 이슈나 위기발생 시 가장 중요한 통제가능자산은 자사의 메시지뿐이다. 이슈나 위기는 기업의 메시지로 관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현재같이 통제가능자산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환경에서, 자사의 적절한 대응 메시지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소중한 이슈 및 위기관리 자산이다.

대표와 임원의 경우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석에서의 메시지와 공석에서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 정무감각을 키워 여론이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선별 강조하는 것, 사소한 메시지라도 기업차원의 것이라면 항상 주의하고, 주의하도록 감독하는 것과 같은 노력은 더욱 강화해야 하겠다. “말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던가, “요즘 기자들은 삐딱하게 말을 해석한다”, “언론에게 어떤 음모가 있어서 우리 메시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식으로 자사의 실수를 감싸기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기업의 메시지를 항상 고민하자

내외부 메시지 전달의 문제를 단순하게 메시징 스킬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더 많이 부딪치는 한계는 당면 이슈에 대하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철학이나 원칙이 부재하다는 문제 때문이다. 기반이 없고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에 메시지를 구성하려고 해도 감이 오지 않는다. 말 그대로 메시징 스킬만 그에 적용해 버리면, 알맹이 없이 화려하기만 한 거짓말이 떠오르게 된다.

최근 현장에서 가장 많은 한계를 드러내는 대표적 내부 이슈는 ‘(사내)차별’, ‘(사내)성별간 갈등’, ‘(사내)세대 차이 및 갈등’, ‘(사내)상하간 커뮤니케이션 단절’ 등이다. 외부이슈로는 ‘ESG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실체)’, ‘갑질 및 불공정 거래 논란’, ‘경영진 불법행위 논란’, ‘우수인력 및 기술 정보 유출 논란’. ‘중대재해처벌법관련 논란’등이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 질문을 하면 경영진은 두가지 답변 스타일로 나뉜다. 장황하게 법 또는 사실관계 설명을 하고, 누구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원칙론적 입장을 메시지로 구성해 전달하는 스타일이 있다. 그 외에는 개인적 생각을 정리해서 기업의 메시지로 보이게 전달하는 스타일이 있다. 그러나, 두 스타일 모두 해당 이슈에 대하여 기업의 부족한 고민의 현황만 드러내 보여줄 뿐이다. 메시지가 없어 메시징을 하지 못하는 형국인 것이다.

셋째, 발전된 정무감각에 기반한 메시징을 지향하자

기업이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대표이사 OOO이 하고 싶은 말을 기업의 입을 빌려 하는 것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기업은 하고 싶은 말 이전에 기업으로서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 따라서,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메시지는 기업 메시지로 적절하지 않다. 자사 이익을 강변하며, 상대를 적대시하는 메시지도 기업 메시지로는 적절하지 않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의 단편적 상황판단에 기반한 메시지도 적절하지 않다.

발전된 정무감각이 기반 된 기업 메시지는 일단 온화하다. 차분하다. 자사보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공감에 기반한 메시지를 더 많이 한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이려 노력한다. 책임을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담는다. 해법을 제시하고 더 나아진 미래를 약속한다. 이런 모든 메시지는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 기반을 벗어나 이해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거나, 당황스럽게 하는 메시지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를 사전에 예상하고 걸러내는 능력이 곧 정무감각이다.

넷째, 끊임없는 공유로 일관성을 유지하자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면 그것은 메시지가 아니다. 기업 내에서 우리가 멋지고 훌륭한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당면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겠다 결심하더라도, 누군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 철학과 원칙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내에서도 훌륭한 철학과 원칙에 기반해 잘 구성된 메시지는 지속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임직원들이 수없이 반복되는 메시지에 평소 이미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

“대표께서 언론 인터뷰나 외부 발표를 통해 전달하신 메시지를 참고하시지요” 당면 이슈에 대하여 딱히 대응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임원에게는 이런 조언을 할 때가 있다. 외부로는 대표께서 상당히 활발하게 자사 메시지를 전달하시는데, 자사 임직원에게는 그에 대해 구체적 설명이 되지 않는 기업이 이렇다. “대표께서 강조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저희 계열사 차원에서는 그에 대한 이해나 실행방안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사후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 깊게 고민하여 구성된 메시지는 필히 공유되어야 한다. 그 반복을 통해 내외부에서 일관성을 갖추어야 한다.

다섯째, 메시지는 시시각각 바뀌면 안 된다

앞에서도 일관성이라는 가치에 대하여 설명 했지만, 기업 철학과 원칙이 조변석개한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절대 안된다. 이슈나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지난 번에는 A 같은 행동과 메시지를 전달한 기업이, 유사 이슈나 위기가 다시 발생하자 이번에는 B 같은 전혀 다른 행동과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해 보자. 유사 이슈나 위기를 가지고 왜 지난번과 이번 간에 다름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답 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자체가 문제다.

기업 내외부를 통틀어 예측가능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직원이 생각하기로 ‘우리에게 소비자관련 이슈가 발생되면 우리 회사는 당연하게 이렇게 대응하고 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할 거야’ 라는 일관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 관계기관, 소비자단체, 정치인, 언론이나 온라인 여론 등도 비슷한 예상을 하며 확신을 가지게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공통된 예측과 기대 그리고 확신이 반복되면, 해당 기업의 이슈나 위기는 점차 관리하기 쉬워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여섯째, 메시지를 체화 해서 보여주는 경영진이 필요하다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위치의 사람들이다. 자신이 구성하고 있는 기업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여러 중요 이슈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면, 이를 꾸준하게 가시화 시킬 수 있는 사람들도 이들이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면서 스스로 대중교통을 고집하는 기업인이 있다. 컴플라이언스를 강조하며 골프나 해외출장을 간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인도 있다. 소비자를 최고로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더욱 가시화하기 위해 소비자들과의 만남을 정기화 하는 기업인도 있을 수 있다.

반면 기업의 메시지와 기업인의 실천에 있어 전혀 다른 갭(gap)을 노려 취재하는 언론도 있다. 예를 들어 안전하게 관리되어 깨끗한 수돗물을 마시자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는 관련 공기업이 있다고 치자. 한 언론이 그 공기업 수십 명 경영진의 자택에서도 실제로 수돗물을 마시는지 취재한다면 어떨까? 그 중 90퍼센트 이상이 시판 생수를 식수로 하고 있다면, 해당 기업의 메시지와 경영진의 실천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돌아보면 언론이 기업이나 조직을 비판하는 보도 상당수가 이런 표리부동 현상에 기반하고 있다. 불완전 메시지와 불완전 체화 현상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일곱째, 메시지를 보면 그 회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맨 앞 조언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기업이 평소 광고나 슬로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상적 메시지는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완전하게 검증된다. 가족과 같은 회사를 주창하는 기업이 실제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환경을 보호해 후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자 주장하던 기업에게 환경 관련한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그 주장도 확연하게 검증된다.

여기에서 핵심은 평시 메시지가 아니라, 그에 기반한 이슈 및 위기 시의 메시지다. 평시 반복 주장하던 메시지들을 부정적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업은 훌륭한 기업이다. 최대한 그 메시지를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기업도 훌륭하다. 최소한 평시 메시지에 대한 돌아봄이 있고, 그에 정렬된 대응과 메시징을 기억하는 것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핵심이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이해관계자들은 상황에 대한 매번 새로운 대응 메시지를 보고 그 회사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메시지가 다시 그 기업을 정의하게 된다.

이렇게 기업의 메시지는 개인의 메시지와는 다른 측면이 다분하다. 기업 철학과 원칙 그리고 정무감각이라는 수준 높은 역량을 기반으로 깊이 고민된 메시지는 큰 가치를 지닌다. 구성원의 수와 다양성으로 인해 해당 메시지의 공유와 반복의 중요성도 개인의 것과 비교하면 훨씬 크다. 공유와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일관성도 아주 중요한 자산이 된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그 안정감이 모여 신뢰를 형성해 주기 때문이다.

지속적 메시징과 그를 체화 한 경영진의 실천이 다시 커뮤니케이션 된다면 더욱 이상적이다. 그런 노력들이 더욱 더 기업 메시지의 가치를 높여준다. 기업의 메시지를 경영 품질의 리트머스라고 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부정 이슈나 위기를 맞은 기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꼼꼼하게 챙겨 분석해 보자. 그 메시지를 보며 그 기업이 현재 어떤 수준인지를 최대한 살펴보자. 메시지의 문제가 단편적으로 메시징 스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메시지의 문제가 숙련되지 않은 화자(spokesperson)의 개인적 부족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해당 기업 메시지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과 원성이 단순하게 음모론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지? 자애롭게 ‘그럴 수도 있지’하며 눈 감아 줄 수 있는 현상인지를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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