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11월 132009 Tagged with , , , , , , , , 8 Responses

가격 정책에 대한 전략적 답변











일부 외국계 제품들이나 과점 상태에 있는 제품들의 경우 가격이 상당히 높다는 지적을 언론으로 받고는 한다. 보통 미디어 트레이닝을 하면서 이런 기업들의 대응 메시지들을 들어보면 그 내부에서의 논리와 외부에서 느껴지는
논리간에는 격차가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해당 마케터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해 보면 보통 이런 답변들이 돌아온다.

1. 제품 비교 불가론

기자: 왜 이 제품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국내에서 유독 비싸게 판매하나요? 같은 제품인데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마케터: 저희 제품은 세계 최고의 원료와 기술을 사용하여 제조합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마케팅 활동을 전세계에서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기자님께서
비교하신 제품은 국내 제품과 미국 제품이 용량이나 제품 유형이 서로 약간 다른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십니다.

2. 지역 상황론

기자: 아니 용량은 같아요성분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품명이 동일하면 같은 제품 아닙니까?

마케터: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각 국가 마다 판매와 관련해 여러 가지 세금과 임대료
그리고 인건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격이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3. 소비자 반영론

기자: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40% 이상 차이가
납니까? 다른 여러 요소들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마케터: 기자님께서 어떻게 40%가량이라는 가격
차이를 도출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국내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가격을 설정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저희의 가격 정책이 유독 한국에서만 다를 이유가 없습니다.

4. 경쟁가격론

기자: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 제품의 가격이 높나 하는 겁니다. 일본에만 가도 아주 저렴한 제품인데 말이죠.

마케터: 기자님, 그건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싼게
비지떡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저희와 같은 우수한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 보다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면 시장에서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제품을
싸구려로 보고 구매를 기피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경쟁사들과 비슷한 가격을 책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들 답변 논리들 중에서 가장 최악을 꼽자면 마지막 경쟁가격론이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주장하면서 그래서 고가의 가격정책을 실행할 뿐이라고 답변하는 마케터들이 실제로 상당히 많다.

가로수길에서 거피한잔씩 하면서 친구 마케터들과 대화하는 논리로서는 아주 재미있지만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공식 메시지로서는 위험하다.

어제 뉴스후대한민국은 지금커피전문점
시대‘”를 보면서 한 업체의 가격정책에 대한 공식 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예전 미디어 트레이닝을 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동일한 메시지에 깜짝 놀랐었는데사실
그 클라이언트들은 모두 외국계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뉴스후의 놀라운 답변은 국내기업에게서 나온
메시지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측건데 이 인터뷰에서 기자는 ‘낮은 가격으로 커피를 팔면 더 팔리지 않을까요?’하는 질문을 한 듯 하다. 3번째 답변이 내용상으로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기자의 트랩에 걸린 답변같다. 이런 트랩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가격 정책에 대해 반복적인 메시지 확보가 필요했었을 것이다]

내부에서는 당연하고 상식으로 공유되는 메시지지만외부로 전달하기에는 위험한 전형적인
메시지를 아무렇지 않게 논리적인 듯 설명하는 것으로 비추어 졌다. 위험했다


7월 022009 Tagged with , , , , , , , , , 0 Responses

누가 나설까?

롯데제과는 즉각 EFSA 보고서를 들고 소비자원을 찾아가 항의했고, 소비자원은 이날 저녁 정정 보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발표 내용은 인터넷을 타고 모두 퍼져 나간 뒤였습니다. 지난달 24일 전국에서 4억2000만원어치가 팔렸던 자일리톨 껌은 25일
이후 하루 매출이 2억원대 중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보도자료 제목에 오해가 있었을 뿐
내용상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조선일보]



홍보선배들과 친한기자들이 항상 이야기 했다.

“해석상의 차이를 가지고는 기사 고쳐달라고 못해. 하지마!”


흔히 하는말로 유리컵에 반이 차있는 물을 보고 어떤 기자는 “물이 반밖에 차있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기사화하고 어떤 기자는 “물이 벌써 반이나 찬 것으로 보아 앞으로의 실적이 기대된다”할 수 있다면 앞의 기사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어떤 사실에 대해 기자는 자신의 시각을 반영해 해석 할 자유가 있다. (기업측에서는 아주 참기 힘든 부분이라 할 찌라도…) 기자의 자의적 해석부분이 때때로 예상치않았던 대박을 선사하는 긍정적인 영향도 사실 목격할 때가 많다. 물론 그 반대는 더 많다.

사실이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기사를 고쳐달라 할 수 있다. 우리 사장님 이름을 경쟁사 사장님 이름으로 바꾸어 썼다거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마치 확정된 것 같이 기사화 한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들은 제3자의 시각으로 봐도 거의 100% ‘이건 아니야’하는 이슈다. 당연히 기자는 그런 판정을 따르기 마련이다.

이번 롯데 케이스는 앞의 두 사례의 중간에 있다는 게 문제다. 해석상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단순 보도자료 오류라고도 해석할 수 있고 그렇다.

만약 롯데가 추락하는 자일리톨 제품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예상된다면 소비자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하면 어떨까? 만약 롯데가 확실한 과학적 근거와 소비자원의 부주의한 보도자료로 입은 가시적인 손해가 존재한다면 적극적으로 소송에 나서는 게 맞다.

소비자원측에서 말하는 ‘보도자료상의 오해’가 무엇인지 실제 법정에서 다루어 보자는 거다. 단순 섹시한 퍼블리시티를 목적으로 기업을 죽이는 건 너무 한거 아닌가? 또 롯데같은 큰 기업이 안나서면 누가 나설까?

5월 082008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위기관리에서의 포지션

조선일보에 광우병 관련으로 기고를 하나 했는데, 기고문 담당자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기고문 내용중에서 ‘핵심 메시지들이 과연 적절한 포지션을 담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라는 문장 표현을 읽고 ‘포지션’이라는 단어 옆에 굵게 (?)표시를 해서 그 의미를 물어왔다.

사전적인 의미로 포지션(position)이란: <네이버 사전>

라고 한단다. ‘경기등에서 선수의 위치’라는 정의가 눈에 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적절한 우리말로 한다면 ‘입장’이 되겠다. 어떤 부정적인 이슈나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견지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Position Paper, Position Statement, Position Pack이라는 명칭으로 불리우는 여러가지 ‘입장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자료’들을 만들게 된다. 이는 꼭 외부적인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와 외부를 다 함께 아우르는 ‘입장’이다.

기자들이 물어보는 ‘정부의 공식입장은 어떤것입니까?”할 때 이 ‘입장’이라는 것과도 뜻이 맞닿는다.

위기가 딱!하고 터지면, 일단 위기관리팀이 소집이 되고,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초기 시간을 많이 지체하게 된다. 팀의 구성과 평소 시뮬레이션을 통한 반복적인 훈련과정을 통해 소집과 상황파악 분석의 절대 시간을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건너뛸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아주 중요한 단계다.

모든 상황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고, 이 핵심 이슈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반응들이 정리가 되면,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진행해야 하는 것인 포지션의 정리다. 입장정리다. 우리 회사가 어떤 입장을 견지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 포지션에는 정답이 없다. 100개의 위기상황들 중 하나도 똑같은 상황들은 없다. 그 위기를 마주한 기업이나 조직의 상황에도 결코 100% 공통점은 없다. 따라서 이럴 때는 이런 포지션이어야 한다는 객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포지션에 대한 중요한 원칙은 분명 존재한다.

1. 다수 stakeholder를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포지션을 정해라.
2. 될 수 있으면 같은 편에 서라.
3. 일관되게 지켜나가라.
4. 통합적으로 관리해라.
5. 그 포지션을 직접 눈으로 보여줘라.

이러한 원칙이 위기시 기업과 조직을 살리는 포지션의 근본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나 조직들은 이를 이해하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포지션을 택한다.

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포지션을 택할까? 그 이유는 여러가지 이지만, 내 경험상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corporate mantra의 공유 정도다. 실현 정도다. 평소에는 거의 병적으로 떠들다가도 위기가 터져버리면 헌신짝 처럼 mantra를 내 던지는 기업들이 바로 이 실패의 초이스를 하는 곳들이다.

그래서 corporate mantra가 위기관리의 핵심이라고 하는 것이다.

광우병 논란에 있어서 초기 정부의 포지션은 무엇이었을까? 정부는 초기에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루머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필요한 반대입장을 확산 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일부 국민들을 관리하고 사실관계를 이해 시키면 우리의 수입 재개 결정을 대부분 찬성할 것이다.”는 생각에 기반해 그들의 포지션을 정했던 듯 보인다.

요약하면 ‘우리는 성의껏 결정을 내렸다. 문제 없다. 한우농가들도 지원대책을 강구하고 있어 문제없다. 문제는 일부 국민들이 일으키고 있다’는 포지션이었다. <사실 일반 기업들의 대부분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초기에 이런 포지션을 정한다, 그러고 보면 정부만을 욕할 것도 없다.>

이 포지션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해결은 간단해 보인다. 문제가 뭐가 있어…할꺼다.

이 포지션의 맹점은 정부의 상황분석에 오류에 기반한다. 온라인상에서 정보의 확산성을 미처 정확하게 간파 예측하지 못했었던 거다. media 1.0의 시각에서 media 2.0 환경을 해석했기에 이런 초기 포지션이 정해진 듯 하다.

정부는 초기 이런 포지션을 실행으로 보여주었다.
 
<광우병이 복어독 수준이라니..> 연합뉴스 경제 | 2008.04.22 (화) 오후 3:34
靑 “쇠고기 수입은 지난 정부때 일 마무리한 것”  뉴시스 정치 | 2008.04.29 (화) 오후 3:58
[기자의 눈] 설익은 쇠고기 발언… 광우병은 서민 몫? 한국일보 경제 | 2008.04.29 (화) 오전 2:57
정부, “미국 쇠고기 믿어도 된다”(종합) 머니투데이 경제 | 2008.05.02 (금) 오후 4:53
[일문일답]”과학적 근거에 의한 쇠고기 수입” 머니투데이 경제 | 2008.05.02 (금) 오후 6:51
정운천 농림수산장관 “광우병 공포 선동 때문” 조선일보 사회 | 2008.05.02 (금) 오전 9:01

이런 분석적 측면에서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주체들은 자신들의 포지션에 나름 충실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포지션 보다는 정부가 원하는 포지션을 택했다는 것과 될 수 있으면 같은편에 서라 했는데 반대편에 선 것이 오류라면 오류다. 큰 오류다.

그 포지션의 영향은 더욱 더 논란을 키웠고, 정부 포지션의 변화는 후반기에 들어 대통령 발언을 시작으로 180도 선회 되었다. 앞에서 지적한 두가지 원칙을 뒤 늦게 나마 주워 들었다. 처음부터 이런 포지션이었으면 그렇게 큰 문제는 없었을 텐데 포지션 전략에서 안이했다.

다시 기업으로 돌아가 논의를 해 보면, 보통 위기관리팀이 일정시간 분석과 논의를 거쳐서 합의된 포지션을 결정한다. 이 포지션을 결정할 때는 여러가지 포지션의 옵션들을 앞에다 띄워 놓고, 하나 하나의 pros & cons들을 분석 한다. 이를 통해 phase별로 position을 달리 갈 것인지, 아니면 몇개의 포지션을 섞어서 그 범위를 넓히거나 줄일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강력한 포지션을 가지고 끝까지 가볼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보통 하나의 강력한 포지션으로 위기상황에 대처해 밀고 나가는 케이스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예로 들자면 수년전 모 식품사의 유기농 녹즙 논란이나, GM 콩 사용 논란등에서 보여준 그 회사의 포지션이 그 예라고 할 것이다. 자사의 결백함을 철저하게 믿을 때만 선택된다. 그러나 리스크가 크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phase를 나누어 단계적인 포지션을 선택한다. 그러나 앞서의 기본 원칙은 꼭 지키는 범위내에서 포지션을 정할 때만 성공한다.

일단 포지션이 결정되면, 이에 근거해 holding/official statement을 만든다. 또 이에 근거해 충분한 분량의 세부적인 expected Q&A 또는 FAQ를 만든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주체들이 통합적으로 공유한다. 그리고 이 범위내에서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 만큼 실행에서도 벽에 부딪치지 않으려면 애초 이 포지션은 ‘완벽’해야 한다. ‘모순’이나 ‘헛점’ 그리고 ‘비논리적’인 포지션이면 실패는 따논 당상이다.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