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팀

11월 292017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23편] 이슈화가 안 될 텐데 대응 플랜을?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사업 관련해 약간 민감한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저희 최고임원진들만 조심스럽게 공유하고 있는데요. 이 문제가 일단 이슈화되지 않도록 여러모로 노력 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응 플랜도 좀 만들어라 하는데요. 이슈화 안 된다면 그런 건 필요 없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무선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아직 이슈화 될지 안될지 잘 판단하지 못할만한 상황에서, 이슈대응 플랜을 만들라는 윗분들의 지시입니다. 실무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슈가 발생 안 하면 대응 플랜도 필요 없을 텐데 그걸 왜 만들어야 하나?” “너무 변수가 많아서 어떻게 이슈 대응 플랜을 세워야 하지?” “보니까 대응 플랜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데. 만들지 않을 수 없을까? 막상 이슈화 되면 다 대응하곤 했는데 말이야.”

이해가 가는 생각들입니다. 일단 우선순위 관점에서 해당 문제가 이슈화 되지 않도록 여러 모로 노력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질문하신 회사에서도 그런 노력을 현재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이슈화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이슈화 된 다음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 훨씬 나은 전략입니다.

변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슈화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변수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피해자나 성토자가 있다면 그들과의 문제 해결을 진행합니다. 추가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에게는 미리 관리 차원의 활동들이 들어갑니다. 이런 류의 노력들이 대부분 변수를 최소화하고, 남아 있는 변수를 통제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들입니다.

이슈 대응 플랜이라는 것은 이슈가 발생했을 때를 감안하고 만들어도 되지만, 그 이슈를 현재 어떻게 관리하고 있고, 어떻게 관리 강화해야 하는지를 품고 있어야 합니다. 그 플랜이 곧 이슈대응 플랜 A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발생하게 된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다는 플랜은 플랜 Bf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윗선에서 위기 대응 플랜을 만들어라 지시하신 것은 “플랜 B를 준비하라”는 요청이라고 보여집니다. 플랜 B는 이슈관리 관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전체적으로 이슈 발생 시나리오와 연결되어 플랜 C, D의 형태로도 차후 계속 분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플랜 A일 것입니다.

플랜 A는 곧 이슈화를 방지하기 위한 플랜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노력들을 하나로 정리 해 통합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을 모으는 작업이 그 기반이 됩니다. 그런 기반이 없다면 사실 플랜 B도 기반이 부실해집니다. 질문하신 것과 같이 변수들이 너무 광범위해서 플래닝이 제대로 되기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막막한 것입니다.

플랜 C도 그렇고 플랜 D도 그렇고 앞서의 플랜들이 정확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더 나은 플래닝이 가능한 법입니다. 전체적으로 경우에 따라 갈라진 그 세부 플랜들을 모으면 해당 이슈 대응 플랜이 됩니다. 이슈 대응을 지휘하는 최고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네비게이션 맵을 가지고 있는 셈이 됩니다. 보다 예측 가능한, 변수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길’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슈관리에 있어서도 해당 문제가 이슈화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부서들이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통합된 플랜이 없는 상태에서 각자 최선을 다하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단발적이고 산발적인 노력 지시도 사실 큰 효과는 없습니다. 현 상황에 대한 관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슈화 방지 노력은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이 의미는 실제 이슈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악화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슈대응 플랜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이슈화 방지 노력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전략과 투자 플랜이 같이 있는 플랜 A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실제로 플랜 B가 필요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이슈화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 아주 최초부터 위기관리팀이 모든 노력과 활동들을 정리하고 관제할 수 있게 하는 체계화를 먼저 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현 상황을 기반으로 하는 플랜 A를 먼저 구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말 앞에 수레를 메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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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8편] 위기 시 본사와 협업이 어려운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유럽에 본사가 있고요. 평시 경영부터 위기 때까지 모든 것을 본사 지시에 따르고 있습니다. 골치 아픈 건 위기가 발생했을 때인데요, 무조건 하나부터 열까지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야 하니 너무 어렵습니다. 좀 쉽게 위기관리 안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마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똑 같은 고민과 바램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평시에는 잘 모르지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해외 본사의 우려와 관여 그리고 여러 요청들이 위기관리 매니저들을 매우 힘들게 합니다. 어찌 보면 해당 위기 보다 본사에서 오는 여러 위기관리 지시 사항이 더 무서운 경우까지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내부에서는 국내기업들과 다른 몇 가지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첫 번째, 위기 발생 후 최초대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일부는 최초대응을 하더라도 해당 상황을 본사 위기관리팀이나 고위임원들에게 보고하느냐고 상당한 시간을 소비합니다.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본사 임원들과는 시차나 물리적 거리 없이 실시간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 해도, 수시간 시차가 있고 물리적 거리가 먼 해외 본사와의 상황 공유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두 번째, 문제가 있는 해당 위기상황을 본사는 한국 현지보다 잘 이해하질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봐도 그 어려움이 이해는 됩니다. 한국기업이 아프리카 어떤 나라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나라 일부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 판매시설들이 훼손되었다 상황을 상정해 보시죠. 서울 본사 임원들이 아무리 컨퍼런스 콜을 하고 이메일 보고를 받아도 현지 상황을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주체에 대한 사전 이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훼손된 시설의 정도나 사후 추가 문제 발생 가능성도 서울에서 점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도 똑같이 서울에서 발생한 위기를 그런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세 번째,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다 긴 시간이 걸립니다. 앞에서 시차와 물리적 거리를 이야기했었지만, 본사 차원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위기의 위급성을 판단하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맞물려 실시간 변화하는 위기관리 환경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본사 위기관리팀도 한국 지사 위기관리팀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서간 협업체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호간 의견교환과 외부 전문가 자문 그리고 통합적 의사결정에 당연히 일정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됩니다. 일종의 조직적 옥상옥(屋上屋)이 존재하는 셈이라 이 문제는 어쩔 수 없겠습니다.

넷째 상황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대한 본사 관여가 상당합니다. 일개 표현 하나 단어 선정 하나에 본사 커뮤니케이션팀은 거의 목숨을 거는 듯 해 보입니다. 문제는 본사에서 이해하고 느끼는 언어적 단어와 표현이 한국에서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사에서는 훌륭한 메시지로 보여도, 한국에서는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홍보팀은 위기 시 이 때문에 메시지 작성과 변역, 수정, 번역, 수정을 수없이 되풀이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로 얻은 메시지의 품질은 그리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국내 지사 차원에서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 상당히 ‘강력한’ 위기관리팀과 프로세스를 평시에 세팅 해 놓는 것뿐입니다. 이를 통해 본사 위기관리팀으로부터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 역량을 탄탄하게 인정받아 놓아야 합니다. 본사에서 정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업데이트 하고, 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본사의 주목을 끌어야 합니다. 본사 최고임원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의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과 그들의 역량을 어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에 있어서 본사로부터 국내 현지 위기관리팀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초기대응과 의사결정에 있어 한국 지사장의 리더십을 본사 위기관리팀이 인정하고 권한이양하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끊임없는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하지만, 본사 위기관리팀이 현지 위기관리팀을 신뢰하지 못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스타일의 위기관리로는 절대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본사와 공유해야 합니다. 본사의 위기관리팀이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에 대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가에 답이 있습니다. 그것이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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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언론 이외의 것들을 더 공부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홍보실이 사내 위기관리팀을 이끈다고 한다. 일부 기획실이나 비서실이 그 기능을 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홍보실의 위치가 그렇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홍보실이 사내에서 가장 먼저 부정 이슈나 위기관련 정보를 접하기 때문이다. 외부 언론이나 여러 정보원들로부터 문제를 감지하는 것이 일상이라는 의미다.

물론 일부 내부적인 이슈나 위기인 경우에는 그 감지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팀이라는 부서별통합체가 운영되고, 정기적으로 내 외부 이슈들을 감지 점검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홍보실이 위기관리팀을 이끌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언론을 상대하여 해당 이슈나 위기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부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슈나 위기를 발견하고, 이를 키우고, 대대적으로 그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이 언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옛적에는 “언론만 잠잠하게 만들어라”는 지시가 홍보실에 자주 떨어지곤 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팀내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 없는 부서가 홍보실이다.

홍보실이 다가오는 이슈나 위기를 방지하기는 힘들다 해도, 해당 이슈나 위기가 수면위로 올라 왔을 때 그 이후 대응에 있어서는 큰 힘을 발휘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홍보실을 위기관리팀 내 좌장으로 여긴다.

그러면 홍보실은 회사의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어떤 역량을 보유해야 할까? 일상적으로 접하고 관리하는 언론에 대한 역량은 물론 기본이 된다. 하지만, 그 역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부 기업 홍보실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여론 감지 및 분석 업무를 같이 실행하기도 한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구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여론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하나의 권력이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할까?

위기관리 관점에서 홍보실은 위기관리팀내 운영자의 역할을 한다.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한다. 위기대응을 위한 내부 토론 진행자 역할도 한다. 위기대응 전략 개발을 위한 전략가 역할도 한다. 경험 쌓인 정무감각으로 구조화된 메시지 메이커의 역할도 한다. 이렇게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그런 역량들은 충분한 것일까?

우선 성공적인 위기관리팀 리더로서 홍보실의 위상이 더욱 더 공고해 지려면 다음과 같은 추가 역량이 필요하다.

첫째, 홍보실은 법을 알아야 한다.

법을 공부하자. 돌아보면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나 위기들 중에서 법과 연관되지 않은 것은 매우 드물다. 기업관련 법도 수 없이 많다. 공정거래관련 한 법도 항시 회사를 괴롭힌다. 세법관련 한 내용들도 위협적이다. 생산 제품과 관련된 각종 법규들도 수두룩 하다. 고객정보와 관련 된 법들, 광고 및 마케팅과 관련 된 법들, 노조와 관련된 법도 알아야 힘이다. 각종 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시각이 있어야 좋다.

위기관리팀내에 법무팀이 있기 때문에 홍보실이 법까지 손을 댄다는 것은 좀 오버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번 위기관리를 해 본 실무자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법무팀으로부터 그리고 때때로 로펌으로부터 홍보실이 원하는 충분한 정보를 얻은 적이 있었나? 일부 얻은 적이 있다면, 그들로부터 제공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있었나? 혹시 우리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보고 알아서 하라 하고 홍보실은 꿀 먹은 벙어리 포지션을 유지한 적은 없었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했다. 성공적인 위기관리 매니져가 되려면 법을 최대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둘째, 홍보실은 재무를 알아야 한다.

재무팀은 뭐하고, 홍보실이 재무까지 챙겨야 하나? 이런 질문도 들어본 적 있다. 그건 월권 아닙니까?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경험 있는 홍보실무자들은 지난 회사의 M&A 과정이나 언론의 실적 취재에 대응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간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문의를 받고 네이버를 들락거렸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뭘 알아야 메시지를 만들어 전달할 것 아닌가? 홍보실장이 이해를 못하겠으니, 재무팀장을 기자에게 연결 시켜주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홍보실 사람들에게 이제부터 MBA 공부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라는 것도 아니다. 재무재표와 일상적으로 회사와 관련해 자주 이슈화 되는 재무 정보들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취재를 하는 기자들은 여러 취재를 통해 해당 재무 관련 정보들을 이해하고 질문한다. 그에 응대하는 홍보실 실무자들이 기자들 보다 모를 이유가 어디 있나? 기자가 이해하는 수준만큼만 일단 공부하자. 그 이상이면 더 좋고.

셋째, 이해관계자들을 연구하자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영향력자들 말이다. 그들을 알아야 실제적인 대응이 가능해 진다. 기업 주변을 둘러보자, 소비자단체들이 있다. 식약처가 있다. 공정위가 있다. 국세청이 있다. 기표원이 있다. 관세청이 있다.  경찰이 있고, 검찰이 있다. 국회가 있다. 이 이외에도 업종마다 회사마다 더욱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관 업무를 하는 팀이 해당 이해관계자들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 내부로 들어가 이해관계자 맵을 함께 그려보고, 대관부서를 인터뷰 해보면 우리가 꼽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상시 관리에는 많은 빈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기업들에서는 어떤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때부터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기표원이 어떤 기관인지 공부 하고, 그들이 이전에 유사한 건으로 내렸던 결정들을 모아 본다. 어떻게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기표원 내 담당자가 누구인지 섭외 한다. 관련해 경험 있다는 로펌을 알아보고 그들을 대응 회의에 참석시킨다. 다 좋다. 하지만, 위기관리팀을 이끄는 홍보실은 해당 이해관계자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은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홍보실이 법을 알고 재무를 알고 이해관계자들은 연구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선 앞에서 이야기 했던 상황들처럼 답답함이 없어진다. 법무나 재무팀에게 정보를 구걸하는 과정이나, 받은 정보를 보고 느끼는 답답함이 사라진다. 더 좋은 것은 법무나 재무팀의 대응 전략과 논리를 홍보실이 재평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들이 전문가니까 그들의 논리가 옳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홍보실이 정무감각을 통해 그들의 최초 논리를 검증할 수 있게 된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 보다 훌륭한 위기관리 체계가 없다.

그 다음 홍보실이 위기관리팀을 제대로 리드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부서들을 제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단 이야기가 된다. 토론이 가능해지고, 특정 부서의 정치적 논리에 치우치지 않게 된다. 각 부서들이 홍보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홍보실이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제시하게 되면 그들은 그 자체를 존중하게 된다. 홍보실이 힘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홍보실이 법과 재무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을 연구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라면, 홍보실이 ‘경영자의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산부서는 생산 언어를 사용한다. 법무부서는 법무 언어를 사용한다. 재무부서는 재무 언어를 사용한다. 인사 부서는 인사 언어를, 마케팅 부서는 마케팅 언어를, 영업부서는 영업 언어를 사용한다. 그것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최고 경영자들은 각 부서들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경영자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전 홍보실을 한번 돌아보자, 스스로 너무 ‘홍보 언어’만 사용하지는 않았나? 그 주제나 내용들이 대부분 ‘언론’에 대한 것들로만 채워지지 않았나? 경영자들이 이해하고 듣고 싶어하는 ‘경영자의 언어’로 경영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 적이 있었나? 그런 모든 것들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홍보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이유로 홍보실을 믿지 못하겠다 하고, 홍보실은 항상 비용만 축내는 부서로 역할을 한정 받은 것은 아닐까? 만약 홍보실이 스스로 ‘경영자의 언어’로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면, 지금과는 달라진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경영(management)이다. 위기관리를 하면서 홍보를 이야기하고, 언론만을 이야기하는 홍보실은 제대로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없고, 제대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 제대로 된 공부와 이해 그리고 이를 통한 위기관리팀내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최고경영자들에게 위기관리를 위해 ‘경영자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일단 그들을 그 언어로 설득하고, 인정 받아야 한다. 그래야 실행 차원에서 더욱 더 효과적인 홍보/커뮤니케이션 언어가 구현 가능해 진다.

일상적으로 기자를 만나고, 모니터링하고, 기사를 수정하고 하는 일로도 야근을 밥 먹듯 하는데, 어떻게 법과 재무 같은 어려운 공부를 하라는 것인가?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연구를 하려면 그것도 예산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홍보실 직원들이 위에서 시키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종종 문제가 되는데, 무슨 여유로 공부를 하나? 말이 쉽지 나이 마흔이 넘어서 공부하기가 어디 쉽나? 등등 홍보실무자라면 많은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홍보실이 스스로를 위해 ‘뜻을 먼저 세우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뜻을 세우고 일관되게 정진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드는 곳’이 홍보실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그렇게 많은 영향력자들을 많이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데 익숙한 부서가 홍보실 말고 또 있을까?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올해부터 공부를 해 보자. 홍보실이 성공해야 회사가 성공한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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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지진 이후 긴급 재난 문자가 무슨 의미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몇 주간 경북 일대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진의 강도 또한 흔치 않은 수준이지만, 끊임 없이 이어지는 여진의 반복이 유래 없는 공포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더구나 지진이 발생한 지역 주변에 주로 위치해 있는 원전시설과 방폐장 시설, 화학공업 단지, 주요 생산 시설들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와중에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반복하고 있다. 지진발생 이후 몇 분 지나 발송된 때늦은 재난 문자가 타겟이 된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해당 시간이 재난 문자를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었음을 강변한다. 재난 문자 대상과 방식 그리고 신속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몇 번의 강진에 따라 계속되는 때늦은 재난 문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철없이 홈페이지까지 반복 다운되어 버리니 국민안전처는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어져 버린 듯하다.

결국은 지진관련 긴급재난문자를 기상청이 발송 담당하는 것으로 체계를 변환시키면서 해당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그랬어야 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필자도 왜 처음부터 옥상옥(屋上屋)에 사일로(silo)를 만들고 거기에 신속함이라는 압박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최고 우선 가치는 신속이고 정확이다. 일단 신속이 전제되어야 정확이 의미를 가진다. 신속함 없는 정확성이란 평시에는 가치가 있을 수 있어도 위기 시에는 그 가치가 반감된다.

기업에서도 최초 위기 상황을 감지한 직원이 내부 위기관리팀에게 해당 상황을 ‘신속’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툴을 통해 동시에 여러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에게 위기 상황을 판별해 전파하는 체계를 가진다. 그러나 몇몇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활동이 ‘정치적 활동’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평시보다 훨씬 더 복잡한 보고 공유 체계를 고수하기도 한다. 즉, 최초 감지자-상위자-팀장-임원-위기관리팀장 및 위기관리팀 구성원의 단선형 보고 체계를 의미한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신속함’은 실현 불가능하게 된다. 보고의 정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고, 대표이사에게 까지 올라가는 프로세스를 거치므로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같은 단선형 보다는 1보는 감지 판별 후 즉시 동보 전파, 1보부터는 위기관리팀장의 리드하게 상황 파악 및 대응 준비(대표이사 보고 포함)의 단계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상청에게 긴급재난문자 발송 역할을 준 것은 이상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감지 판별 후 1보’ 역할을 기상청에게 부여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국민안전처는 원래부터 기업에서 위기관리팀장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시 ‘긴급재난문자’ 자체로 돌아가보면, 긴급재난문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사전 고지형

첫 번째 유형으로는 ‘예기되는 재난 상황을 미리 고지해 사전 주의와 대비책을 마련하게 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다가오는 태풍에 대한 사전 고지와 그에 대한 안전 주의 사항들을 고지하는 형식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는 긴급재난문자라는 표현보다는 ‘안전 주의 고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신속의 중요성은 다른 유형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장 적다.

사후 고지형

두 번째 유형은 ‘재난 발생 상황을 직후 그대로 전파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유형’이 되겠다. ‘언제 어디에서 강도 몇의 지진이 발생했다. 주변 주민들은 안전에 유의하라’는 긴급재난문자가 바로 그런 유형이다. 이 경우 긴급재난문자를 받게 되는 주민들의 많은 수가 해당 사실을 이미 몸으로 인지하고 경험한 후가 된다. 일부 인지나 경험이 없었던 주민들도 해당 재난 사실을 공유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 유형은 긴급재난문자를 받는 주민들에게 어떤 구체적 활동을 지시하는 역할은 없어 보인다. 이 또한 ‘주의 고지’가 주 목적이 되겠다.

행동 지시형

세 번째 유형으로는 ‘임박한 재난의 피해를 방지 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지시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유형이 진짜 ‘긴급재난문자’라고 볼 수 있다. 지진같이 전조가 특별하게 감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부 불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역별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정 계곡과 하천 등지에 있는 캠핑족에게는 이러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매우 유효하다. “이 문자를 받는 자들은 신속히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구체적 활동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특히 신속함이 생명이다. 폭우로 하천이 범람 해 계곡과 하천인근의 캠핑족을 다 휩쓸고 지나간 뒤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보았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시 민방위본부에서 대피 고지하는 형식도 이런 유형일 수 있다.

이번 국민안전처가 곤욕을 치렀던 긴급재난문자의 유형은 두 번째 ‘사후 고지’ 유형이었다. 그 신속성에 있어서 적적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전 고지’ 유형의 경우 별반 신속성에 있어 비판 받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가끔 “혹서가 지속되는데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자꾸 와서 귀찮아 죽겠네”하는 불평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긴급재난문자의 목적을 생각할 때 큰 의미 있는 불평은 아니다. 안전은 기본적으로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매우 귀찮은 주제일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긴급재난문자 실행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세 번째 ‘행동 지시’ 유형이다. 신속성을 필히 담보해야 하고, 지역 또는 대상을 확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해당 긴급재난문자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지역별 재난 발생 가능 유형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실질적인 적시 적정대상 발송은 불가능해진다. 점증적 재난 상황을 사전에 지역별로 쪼개어 예측할 수 있는 분석 기술도 전제된다. 기존에 해당 지역별로 발생했던 재난 유형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도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나머지 두 유형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와 투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실질적인 긴급재난문자가 실제로 가동 가능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번 ‘사후 고지’ 유형의 긴급재난문자 발송에서도 여러 미숙한 문제와 논란을 일으켰는데, ‘행동 지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실제 유효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긴급재난문자 체계를 다시 한번 처음부터 꼼꼼하게 점검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행동 지시형’ 긴급재난문자 유형의 현실화를 목표로 지역별 상향식 재난 유형 분석과 데이터베이스화가 더욱 정교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런 기준과 대상지역들을 정하고 그 틀을 만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국민안전처라 생각한다.

이제 국민안전처에게는 긴급재난문자 발송 책임이 없어졌다. 활동이 없어졌으니 앞으로는 책임도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지진 시 때늦은 긴급재난문자에 대한 비판은 그 활동주체인 기상청이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판에서 한층 자유로워 진 국민안전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말대로 국가적인 위기관리팀의 팀장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 매뉴얼들이라도 좀 통합하고 상호간 협업 가능한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는 말도 일견 맞다. 하지만, 모든 매뉴얼은 최소한 현 상황에서는 완성 수준에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해서는 실제로 재난 및 위기관리 시뮬에이션을 돌려보면 문제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각 재난 및 위기관리주체별로 자기 영역 싸움과 사일로 경쟁이 발생하는 현장을 그대로 보고 현장에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를 담당해야 할 주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은 기본이다. 정부 문화나 성격상 ‘약속 대련’ 형식의 훈련 및 시뮬레이션을 포기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일정 횟수의 경우 ‘자유 대련’ 형식의 시나리오 없는 시뮬레이션도 일부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매뉴얼을 들고 각종 대피시설이나 대응 장비 및 물자들이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보도를 위해 언론사 기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확인 점검을 왜 국민안전처는 못하는지 모르겠다. 없으면 빨리 채우고, 바뀌었으면 바꾸어 고지하자. 재난이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만 이루어지면 충분하다.

국민안전처는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 재난 시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통신이 불가능해진다면, 전기가 사라진다면, 물이 없어진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상적 생존 물자 보급이 불가능 해진다면 국민안전처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리 고민에 고민을 더해 보자. 재난이 발생한 뒤 이런 이런 최악의 상황이라 제대로 대응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그만하자.

마지막으로 국민안전처 자체를 위한 홍보는 이제 그만하자. 국민안전처가 개발 한 더 나은 매뉴얼과 재난 대응 체계들을 보다 적극 홍보하자. 누구나 안전 매뉴얼이나 행동요령들을 어디서나 손쉽게 다운로드 받고 접할 수 있게 하자. 완전에 가까워진 재난 대응 물자들과 설비들을 홍보하자. 미국이나 일본이 하고 있는 수준을 따라라도 하면서 그들이 홍보하는 형식도 따라 해 보자. 실질적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적시에 하자. 그게 곧 홍보라고 생각하자. 위기관리를 잘하는 것이 국민안전처를 위한 진정한 홍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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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2007년 여러 번 제품 유해성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적 완구 회사 마텔(Mattel). 연이은 리콜속에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던 것에는 당시 마텔의 회장이자 CEO였던 밥 에커트(Bob Eckert)의 리더십이 주효했었다.

밥 회장은 이듬 해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한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의 위기관리팀을 치하했다.

최근 필자에게도 한 대기업 회장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까요? 우리 회사가 가장 신속하게 구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스템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필자는 답변으로 마텔 밥 회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해 드렸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회장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이미 존재합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으로 정리 되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페이지가 위기관리팀 페이지입니다. 비상연락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팀이 회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중추가 되도록 하시는 것이 현재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위기관리팀이 사내에 존재한다면 그 보다 든든한 자산이 없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믿으실 수 있는 그런 강한 팀을 만드시는 것이 핵심이 되겠습니다.”

기업 임원들과 위기관리 워크샵과 트레이닝을 하면서 필자가 자주 강조하는 개념들 중 하나도 바로 ‘누가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 강조하는 ‘누가(who)’가 바로 위기관리팀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을 분석해 보면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는 기업과 임직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위기관리팀’의 존재 자체를 구성원들이 모른다.

사내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임직원들이 많은데, 그 속안에 위기관리팀이라는 것이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어렴풋하게 무언가 조직 되어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니 문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임원들이 대책 회의에 참석해서도 ‘누가 각각의 대응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여러 대응 방안들과 주제 대상들을 토론하지만, 결국 실행 단계에 있어서는 서로 그 실행 주체가 ‘누구(who)’여야 하는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거나 시간을 보낸다.

‘위기관리팀’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두 번 위기를 관리해 본 조직들의 경우가 그렇다. 오랜만에 접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니 그 속에 위기관리팀에 대한 규정과 리스트가 있다. 그 리스트를 보니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어 자기가 위기관리팀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몇 페이지를 넘겨보니 자신에게 맡겨진 위기관리 업무들이 꽤 많다. 위기 발생시 대응해야 하는 업무들도 자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근데 궁금해진다. 이 많은 업무들을 실제로 내가 해야 하는 걸까? 이걸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걸까? 이걸 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 건가? 그리고 (더더욱 우려스러운 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감이 서질 않는다. 그렇다고 위 임원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당연히 이런 경우 단순 소속감만 느끼게 될 뿐, 실질적인 시스템이나 역량 강화는 불가능해진다.

‘위기관리팀’ 다른 구성원들은 무얼 하는 걸까 궁금 해 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떻게 되가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위기관리팀 리스트에 보니 상당히 여러 부서 임직원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들이 다 무얼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해 진다. 얼핏 보면 문제가 발생한 부서가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 하라 하는 것 같은데, 그 외 문제가 없는 부서들은 왜 리스트에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경우에는 정보보안부서와 고객관련 부서들이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에 마케팅이나 영업 같은 부서가 왜 유관으로 정리되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 밖에 대부분의 문제는 언론에서 다루어지니 홍보부서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위기관리팀 리스트 자체를 의아해 한다.

이 위기관리팀 조직 운용이 ‘잘 될까?’ 의심한다

사내에 구성된 기존 태스크 포스 팀만 해도 수십 개다. 그 중 태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결과물을 내놓는데 하 세월이 걸린다. 부서간 협업? 불가능해 보인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거창한 ‘사일로(silo) 현상’ 같은 걸로 성명하지 않아도 이종의 두 부서가 의견을 정리해 한가지 실행을 하는 것 자체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통하고 협업하라, 사일로를 극복하고 쌍방향, 균형적 커뮤니케이션…여러 이야기를 해도 쉽지 않다. 각 부서장들도 힘들어 한다. 위기관리팀 리스트를 보니 덜컥 겁이 난다. 이 여러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누가 움직일 건가? 협업이라는 게 이런 규모로 가능할까?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데 이런 위기관리팀 운용이 실제 될까? 의문을 품고 두려워한다.

이런 현장의 많은 생각과 현실이 존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말 만큼 그리 쉬운 것이 아니하는 의미다. 그러나 그렇다고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축 개발 노력을 포기할 것인가?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가? 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언들을 정리 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팀이 작은 누가(small who)라면, 큰 누가(big who)를 결정하라

위기관리팀의 수장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마텔의 경우 위기관리팀의 수장은 회장이자 CEO인 밥 자신이었다. 위기관리팀 수장으로서 밥은 자신의 위기관리팀을 어떻게 리드해야 하고, 어떤 역할과 책임을 누구에게 재분배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상당히 많은 매뉴얼에서 그 큰 누가(big who)에 대한 지정과 서술이 모호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VIP들의 강한 리더십과 책임, 그리고 관여가 없이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성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큰 누가(big who)들이 먼저 훈련 받아야 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은 강력한 리더들의 작품이다. 리더들이 먼저 제대로 훈련 받지 않고서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운용할 수 없다. 리더들은 어떤 위기들이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을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각각의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어떤 상황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 진행 발전될지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의 전개에 따라 자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전략과 대안을 바탕으로 의사결정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을 쌓고 있어야 한다. 이는 실제 위기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큰 무리가 있어 평시 반복된 훈련으로 숙련된 경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알아야 리드할 수 있다.

셋째, 자주 마주 앉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관리팀의 존재를 모르는 임직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임직원, 다른 부서는 무얼 할까 궁금해 하는 임직원, 과연 많은 부서들의 협업이 가능할까 의심하는 임직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다. 정기적으로 같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만들어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논의와 토론 그리고 훈련을 반복 제공하는 길뿐이다. 이를 통해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 준비된 위기관리팀, 빠르고 강한 위기관리팀으로의 성장이 가능해 진다. 끊임없는 마주 앉음과 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뉴얼이 곧 위기를 관리 해 주지는 않는다. 강력한 리더 한 명이 위기를 깨끗하게 해결해 버릴 수도 없다. 수천에서 수만 명의 전직원들이 움직여도 관리되지 않을 위기가 있다. 위기란 원래 그런 성격의 것이다. 대신 강력한 위기관리팀이 위기를 관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은 항상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통해서야 구현된다. 수백 페이지 두꺼운 매뉴얼에서 기업의 최고 VIP가 취할 가장 소중한 페이지는 위기관리팀 연락처 단 한 장이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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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42017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8편] 사내에 위기관리팀이라는 걸 만들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모두가 사내에 ‘위기관리팀’이 필요하다고 하던데요. 부서를 하나 새로 만든다는 게 만만치가 않거든요. 실제로 ‘위기관리팀’이라는 걸 어떤 부서 형태로 몇 명이나 두어 만들어야 하는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문가분들의 조언이 기본적으로 맞습니다. 성공적 위기관리 관점에서 위기관리팀의 존재는 핵심 중 핵심이지요. 하지만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것과 새로 ‘설치’하는 것에는 조직적으로 큰 다름이 있다고 봅니다.

가끔 클라이언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위기가 매일 매일 발생하는 게 아닐 텐데, 별도로 위기관리팀을 설치하면 그 소속 직원들은 매일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건가요?” 이에 대한 답변은 여러 내용이 있지만, 이번에는 과연 위기관리팀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기존 조직과 별도로 위기관리팀을 설치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위기관리를 위한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체계를 원하는 기업은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언드릴 수 있는 것은 ‘설치’ 보다는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러 부서들의 장과 그 차상위자들을 일단 선정 해 지명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그들이 모인 부서간 ‘통합체’를 ‘위기관리팀’이라고 칭하는 구성작업이 그 다음이죠.

비슷한 예로 지역에서 구성되는 ‘자체 소방단’을 생각해 보시죠. 식료품 가게를 하는 분, 이발소를 하는 분, 푸줏간을 하는 분, 연탄 가게를 하는 분 등등이 모여 화재 시 대응 하는 자체 소방단을 구성하지요. 평시에는 각자의 일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열 일을 제쳐 놓고 일단 화재를 진압하는데 서로의 힘을 모읍니다. 이런 체계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기업 내에서도 기획, 법무, 대관, 홍보, 생산, 기술, 마케팅, 영업, 인사 등등의 부서들에서 지명된 임직원들이 하나의 통합체를 만들어 위기에 대응합니다. 이를 ‘위기관리팀’이라 부르죠. 새로 또는 별도로 팀을 구성해 매일 매일 위기관리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통합체가 최선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위기관리 매뉴얼도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구성된 위기관리팀이 움직이는 방식과 프로세스를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당연히 이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잘 훈련되어야 합니다. 이들의 민감성, 전략성, 경험, 훈련 수준, 정무감각 등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경쟁력이 됩니다.

그러면 VIP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최고임원그룹은 위기관리팀에 속해 있어야 하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어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전사적 위기관리팀장으로 CEO를 지명해 놓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떤 기업은 부사장급을 자사의 위기관리팀장으로 지명해 놓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가 이상적인가 하는 데에는 여러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팀장은 최대한 ‘권한부여’가 된 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 의사결정이 조직내에서 가능한 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기업에서 위기관리팀 구조가 옥상옥(屋上屋)으로 설계된 곳들도 있습니다. 부서별 통합체인 위기관리팀이 존재하는데, 그 위에 최고위 임원들의 위기관리 위원회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더 독특한 곳에서는 그 위에 CEO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이런 구조의 특징은 내부적으로 위기관리팀이 관리하는 수준의 위기들과 위원회 그리고 CEO를 포함한 차원의 대응 위기 유형들간에 상하 구분이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문제라면 각 팀, 위원회, CEO간 위기 발전 단계에 대한 정의가 합치되지 않을 때 혼란이 생기고, 의사결정 단계가 다층화 되어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길다는 게 문제입니다. 말 그대로 권장되지 않는 구조이지요.

기업 내 위기관리팀의 구조나 위치 등에 대해서는 회사마다의 사정과 현실에 따라 달리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필수 원칙은 참고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위기관리팀 구성원들 스스로 자신이 구성원인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함. 둘째, 그들은 부서별로 부서내와 전사적으로 권한부여가 된 자들이어야 함. 셋째, 그들은 여러 발생가능 시나리오에 근거해 반복적으로 훈련 받은 그룹이어야 함.  넷째, 위기관리팀 구성이나 위치는 각 회사의 특성에 맞추어져야 하나, 초기대응의 신속성과 역할과 책임 배분의 문제는 절대 없어야 함. 마지막으로, CEO 및 최고위임원들은 위기관리 경험(직간접)을 최대한 보유해야 함. 이상과 같은 원칙만 따른다면 위기관리팀의 설치나 구성은 각 사에서 자유롭게 결정하시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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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42013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모글코리아 기고문] 위기관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유리하다

위기관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유리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뭐라도 잃을게 있으면 그것을 본능적으로 감싸고 보호하려 하는 법이다. 아무것도 잃을게 없으면 말 그대로 ‘이판사판’이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도 그렇다. 사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기업은 별로 관리 해야 할 위기가 없다. 스스로 관리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고민은 곧 잃을 것이 있는 기업들의 몫이다.
소중한 고객들을 잃는다고 생각 해 보자. 회사의 명성이 땅에 떨어져 사라져 버린다 생각해 보자. 우리 품질과 안전에 대한 시장에서의 믿음이 망가져 버린다 상상해 보자.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회사의 가치가 사라져버리고, 직원들이 뿔뿔이 떠나버린다는 가정을 한번 해 보자. 잃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 하나 살펴보다 보면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어떻게 하면 위기를 관리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게 된다.
위기관리는 ‘주로 대기업들의 고민 주제’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잃을 수 있는 것들이 크고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회사는 대기업이 아니라서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까지는 좀 무리라고 이야기하는 실무자들도 만나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다. 안타깝지만 중소기업들은 한번의 대형 위기로 인해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취약한 존재들이다. 반면에 대기업은 위기 시 일부 선방을 하거나 특정 부문에 타격을 감내하고도 생존할 여력들이 있는 기업들이다. 중소기업은 위기관리 전문용어로 상당한 ‘취약성’을 가진 기업들이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위기관리에 있어 더욱 민감해야 하고, 빨라야 하며, 전략적이어야 한다.
일단 위기관리를 해 보겠다 생각한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위기관리에 더 유리한 면들이 있을 것이다. 크게 세가지로 하나씩 살펴 보자.
작아 효율적인 위기관리 조직
첫째, 조직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할 때에는 빠르고 정확한 상황파악과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수십여 명에 이르는 대기업내의 위기관리위원회(또는 위기관리팀)가 중소기업에서는 10여명 이내로 축소되어지니 훨씬 빠르고 정확한 상황파악과 공유 그리고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은 오너 또는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직관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기 시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리더십을 확보 할 수 있어 유리하다.
위기 시 관리해야 할 이해관계자 수도 적어
둘째, 위기 시 관리해야 할 이해관계자들의 종류와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위기 시 출입기자를 비롯한 언론사 기자들, 정부 규제기관들, 검찰, 국회, NGO, 거래처, 투자자, 온라인 공중, 고객, 직원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이해관계자 그룹들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이들 중 일부 또는 극히 일부만을 관리해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위기 발생 가능한 요소들도 적어
셋째, 위기가 발생 할 수 있는 요소들도 상대적으로 적다. 기업의 비즈니스 분야들과 고객들의 수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생산 판매하는 제품의 수도 상대적으로 단순하며 적을 수 있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작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대형 위기 발생 가능성은 훨씬 적다.
정리하자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위기관리위원회를 운용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위기 시 이해관계자 관리 부담이 적고, 발생 가능한 위기요소의 파악이나 위기 발생시 사회적 파장도 적어 대기업보다 유리하다. 다른 말로 옮기자면, 위기관리에 있어 중소기업은 적은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에게 필요한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체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몇 가지만 기억하고 실천하면 된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조직문화
첫째, 커뮤니케이션 하는 조직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작은 조직이라고 구성원들 하나 하나가 상호간에 원할 하게 소통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평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조직은 절대로 위기 시에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한다. 평소 잘하던 커뮤니케이션도 위기가 발생하면 얼어 붙는 법이다. 중소기업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면 먼저 평소에 소통이 잘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강한 철학과 원칙 공유
둘째, 철학과 원칙을 강하게 세워야 한다. 작은 조직이 유리한 점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신속함에 효율을 더할 수 있는 위기관리 방식이 회사의 철학과 원칙을 강하게 세워 공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품질은 우리의 종교다”라는 기업철학을 평소 가지고 있는 기업에게 일부 제품의 품질관련 위기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위기에 대한 대응 의사결정은 그리 복잡하거나 느리게 진행 될 리가 없다. 기업 철학에 의거해 정확한 대응 전략과 대응 방식을 순식간에 고안해 낼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글로벌대기업들이 고안한 방식이다. 몸집이 커지고, 구성원들의 수가 늘어나고, 세계 각국에서 복잡다단한 위기들이 연이어 질 때 가장 확실하게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 그것을 기업 철학으로 만들어 세워 놓고 모두에게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위기에 대한 조직 민감성 극대화
셋째, 조직의 위기 민감성을 극대화 하는 노력을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한다. 모든 기업 위기의 소재들은 일선 직원들이 인지하고 경험하고 있는 것들 속에서 발아한다. 조직원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위기란 생각보다 그 수가 훨씬 적다. 대부분이 ‘올 것이 왔다!’하는 이야기를 한다. 평소 조직 전체가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위기 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토론 해, 방지하거나 완화시키거나, 대비 할 수 있게 된다. 위기라는 단어와 표현을 평소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위기관리팀을 위한 비상연락망
넷째, 비상연락망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위기 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이 비상연락망이다. 이상하게도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서로 통화가 잘 안 된다. 별로 크지도 않는 조직 내에서 누가 어디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 알 방법이 없어진다. 열명 정도의 위기관리팀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종종 여의치가 않다. 잘 꾸며진 비상연락망은 위기관리팀이 얼마나 경쟁력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얼마나 실제로 잘 운용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위기요소 지도
다섯째, 위기요소 지도를 만들어라. 평소에 위기를 감지해서 지속적으로 트레킹 하는 체계를 만들라는 의미다. 예를 들자면 위기관리팀이 고객 컴플레인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서 특이사항을 미연에 감지해 보는 것이다. 그 특정 컴플레인들을 분석해서 정기적으로 위기관리팀의 논의 주제로 삼는다. 주관부서와 유관부서들이 해당 위기 요소에 대해 인지 하고, 완화 또는 방지 작업을 해서 결국 위기 요소의 지도에서 빠져 버리게 만들면 성공이다.
이해관계자 관리
여섯째, 회사와 관계된 주요 이해관계들과의 관계를 항상 관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자 관계들은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 지연과 학연 등의 인맥을 중심으로 그 넓이와 깊이가 달라지곤 한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중소기업이라면 일부 핵심 임원들의 개인적 네트워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좀더 체계적인 이해관계자 망을 구축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기업과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가 평소에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면, 위급한 위기 시 그러한 관계는 큰 힘을 발휘해 준다는 사실이다.
직원 대상 교육과 훈련
일곱째, 위기관리팀과 직원들을 항상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위기대응 훈련이라고 해도 좋다.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형태를 잘 선정해서 실제 위기가 발생했다는 전제를 놓고 대응하는 연습을 정기적으로 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주의할 것은 보여 주기식의 ‘민방위훈련’ 형태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리 다 짜인 각본에 따라 정해진 인력들이 순서대로 움직여 보는 것은 시연이지 훈련이 아니다. 실제와 같은 상황을 조성 해서 긴급하게 소집된 위기관리팀이 신속하게 논의하고 의사결정하고 대응하는 일련의 생생한 경험들을 반복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최고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학습과 훈련
여덟째, 최고 의사결정자 또한 스스로 학습하고 훈련 받아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딱 한가지만 조언하자면 ‘사내 최고의사결정자가 위기관리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소개 해 주고 싶다. 리더의 의사결정이 회사를 살린다. 물론 최고의사결정자인 기업 오너 또는 대표이사는 해당 비즈니스에는 경쟁력 있는 전문성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대기업처럼 위기가 여기저기에서 자주 흔하게 발생되고 이에 대한 관리 경험이 풍부한 분들도 중소기업에는 많지가 않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얼마나 위기관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은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고품질의 자문 그룹
아홉째,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품질 좋은 자문 그룹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까운 로펌이나 변호사에게 평소 위기관련 자문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나 홍보대행사 등에 위기요소 진단이나 훈련을 요청해 보는 것도 좋다. IT기술 전문가들에게나, NGO측으로부터 필요한 조언들을 받아 보는 것도 좋다. 평소 이런 자문 그룹들과의 관계가 대형 위기 시 좀더 효율적인 위기관리 활동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토대가 된다. 일종의 주치의 그룹을 만들어 놓는 셈이다.
좋은 사회적 명성
마지막, 평소 사회적으로 좋은 일과 활동들을 많이 해 놓아야 한다. 기업 위기에서 망가지는 것은 기업의 연속성과 명성이다. 비즈니스 연속성과 기업 명성은 상호 불가결한 대상들이다. 평소 기업이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여러 사회적 명성을 쌓게 되면, 불행한 위기 시 비즈니스 연속성의 훼손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를 보고 공중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기업이 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또 다른 기업에게는 공중들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설마, 그럴 리가 있어? 뭐가 잘 못된 거겠지?” 이 둘간의 차이는 위기관리에 있어 어마 어마한 차이다. 평소 관심을 가지자.
뜻이 먼저 있어야 길이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위기관리에 있어 유리하다. 여러 가지 유리한 점들이 많고, 위기를 관리하기도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쉽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위기관리에도 별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위기에 대한 취약성은 대기업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위험해 질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소기업 오너나 대표이사들이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조직 전반에게 위기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강화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조직 전체가 위기관리를 해야 하겠다는 공유된 의식만 있으면 반쯤은 성공한 것이다. 뜻이 있어야지 길이 보인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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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가 발생했다? 빨리 마주 앉아라!

한 명보다는 두 명의 머리가 낫다. 두 명보다는 세 명이나 네 명의 상황분석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내부 사람들만으로는 절름발이 관점이 위기에 투영될 수 있으니, 외부에 믿을만한 카운슬과 함께 여러 시각을 검토해 보라. 그래야 안전하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가장 처음 해야 하는 일이 ‘서로 마주 앉는 것’이다. 대형위기에는 기업에서 미리 위기관리 체계 중 하나로 지정한 멤버들이 위기관리 위원회(위기관리팀)를 가동해 마주 앉는다. 중형위기에는 관련 부서들이 하나의 대응 그룹을 만들어 마주 앉아 회의를 하고 대응한다. 소규모 위기에는 하나 또는 두 개의 부서가 부서장의 지휘하에 마주 앉아 대응책을 마련한다. 빨리 ‘마주 앉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의 큰 역량이다.

이 ‘빨리 마주 앉아라’ 하는 주문에는 몇 가지 현실적 제약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을 소집할 때 체계에서 정한 해당 주관/유관부서 핵심 인력들이 정해진 시간에 마주 앉지 못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모든 조직원들이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위기만을 기다리며 상시 소집 대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일단 마주 앉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감 없이 무조건 소집되는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기업에서 ‘A라는 위기가 발생하면 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에 속해 소집에 응한다’는 R&R을 보유/인지만 해도 절반은 성공한 체계라 불린다. 그런 체계하에서도 특정 의사결정 장소에 소집된 구성원들은 소집에 응할 뿐 소집 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보를 가지지 못한 경우들이 많다.

셋째, 마주는 앉았는데 상황에 대한 정보가 적절하게 취합되지 않았고, 계속 업데이트를 받고 있어 실무자들이 앉아는 있지만 집중할 수 없는 경우다. 실무 핵심들이 위기관리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는 기업들이 이렇다. 이들은 계속 위기관련 전화를 받아야 하고, 이메일과 인트라넷으로 상황을 컨펌 해야 한다. 문자는 쏟아지고, 반복적인 통화들이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여럿이 한자리에 앉아만 있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어 보인다.

넷째, 마주 앉은 이유가 ‘빠르고 통합적인 의사결정’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핵심 임원들과 CEO들은 초기부터 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경우다. 빠르고 통합적인 의사결정이 될 리가 없다. 위기관리 위원회를 실무자 중심으로 꾸며 놓으면, 위기관리 위원회에서의 모든 의사결정은 또 다른 상위 의사결정과정을 거치게 된다. 당연히 한번의 의사결정으로 상황이 초기 관리되지 못하고, 여러 번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며 시간을 흘려 보낸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일부에서는 ‘마주 앉아 있는 것이 만사는 아니다’는 주장을 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빨리 마주 앉아라’하는 주문은 충분한 (완벽하지는 않아도) 체계를 갖춘 기업에게 향한 성공적 위기관리의 주문이다. 체계를 갖춘 기업이란 앞의 네 가지 현실적 제약과 장애물들을 평소에 고민해 해결 또는 완화한 기업이란 뜻이다. 반복적으로 경험되는 이런 문제점들을 평소에 공유하고 개선한 노력이 있었던 기업들이다.

보통 그런 진지한 고민을 해 보지 않은 기업들이 ‘마주 앉아 있으면 뭐하나?’하는 질문을 하게 마련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주 앉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위기 시 마주 앉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소에 체계를 만드는 일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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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92011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왜 오너나 CEO관련 위기관리가 제일 어려운가?

올해만 해도 수많은 기업 오너들과 CEO들이 검찰 출두를 했다. 법정에 이미 서있는 분들도 있고, 앞으로 설 가능성이 높은 분들도 계속 보인다.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인사 청문회에서 자신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으며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 중 일부는 평생 꿈꿨던 자리를 허망하게 내놓아야 했다.

조직의 VIP들이 해당 조직의 ‘위기요소들(crisis factors) 중 하나’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평시에 진행하는 위기요소진단 작업에서는 좀처럼 깊이 스캐닝 되는 요소는 아니지만, 조직 내에서 침묵 속 우려감을 가지게 하는 분명한 위기 요소로 남아있다.

일부 조직에서는 VIP관련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외부 언론관계 태스크포스를 접촉한다. 일단 언론기사와 검찰출입 기자들에 대한 대응과 접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부 조직에서는 인하우스 홍보실의 강한 힘을 통해 어프로치 한다. 약간은 뜬금 없지만 대규모 광고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한다. 아직 조직 내 한계를 가지는 기업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그냥 무시하거나 침묵하면서 위기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문제는 주로 언론에 집중하는 사후관리가 예전처럼 그렇게 좋은 결과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존 오프라인 언론 외에 그 수백~수천 배에 이르는 수의 새로운 미디어/이해관계자 환경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홍보담당자들은 위기 시 자신들 스스로 ‘언로(言路)를 차단’했다는 성취감에 축배를 들고는 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건배가 의미 없어졌다.

싫건 좋건 계속 조직이 힘들지 않으려면 스스로 투명해져야만 하는 환경이 되 버린 거다. 그 만큼 예전과는 다른 도덕성과 준법의식이 조직장과 조직에게 요구되고 있다. 이전과 같이 환경을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를 컨트롤 하려는 전략적 방향이 생긴 것이다.

이 와중 아직도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는 어려움과 한계들이 존재한다. 케이스 분석을 해 보면 상당히 ‘독특’하거나 ‘황당한’ 대응을 하는 케이스들이 주로 오너나 CEO와 관련된 케이스들이다. 왜 평소 그렇게 멋진 기업이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는 그렇게 밑천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까?

오너나 CEO관련 위기는 그 특성상 다음과 같은 제약을 가진다.

1. 상황파악의 제약

초기부터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 되질 않는다. 오너나 CEO가 자신의 치부를 대응 회의 석상에 올려 놓을 가능성이 없다. 그 이전에 사내 대응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법무나 외부 지인 변호사들에게 개인적 이야기들을 진행하면서 초기 상황 파악은 지지부진해 진다. 당연히 대응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2. 포지션 설정의 제약

상황 파악이 완벽하게 되지 않으니 기업의 입장을 정리할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이 이런 류의 위기 시에는 침묵한다. 노코멘트 한다. 제한된 상황하에서는 이런 노코멘트 전략이 가장 안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 기업이 멍청한 게 아니다.

3. 대응 주체 선정의 제약

운 좋게 내부의 강력한 위기관리팀 역량으로 포지션이 설정되었다 해도, 대응 주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는 기업 내부에 큰 고민이 필요한 경우들이 많다.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 대한 대응 주체가 기업 홍보팀이 되어야 하는가? 스스로 그 분들이 나서 주시기에는 기대가 너무 크다. 그럼 누가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인가?

4. 대응 메시지 설정의 제약

대응이 가능하고, 오너나 CEO들로부터 대응하라는 허락을 받았다 해도, 그 다음엔 메시지가 문제다. 오너나 CEO께서 직접 메시지들을 지시하시거나 세세하게 리뷰 하신다. 기업 위기 때와는 다른 개인적 시각과 흥분과 억울함이 메시지에 바로 투영된다. 위기관리팀은 그 메시지가 불완전할 뿐 이나리 때때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절한 피드백에 주저한다. 우리가 구경하는 기업의 황당한 메시지들은 대부분 윗분들의 개인 작품일 때가 많다.

5. 대응 활동 설정의 제약

어떤 대응 활동을 해야 할 것인가? 일단 오너나 CEO께서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그분들에게 가시화되는 활동들이 우선이다. 상상해 보라 50-60대 기업 오너들과 CEO분들이 즐겨 보는 매체들을. 그 분들의 지인들이 함께 접하고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매체들이 핵심이다. 당연히 문제의 특성과 관계 있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는 거리가 있는 매체들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밖에 없다. 소셜미디어가 침묵하거나 소외되거나 방치되는 이유들 중 하나가 이 때문이다.

6. 위기 대응 결과에 대한 평가에 대한 제약

해당 위기에서 위기대응 결과에 대한 성패 평가는 딱 한 분이 하시는 법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시어 ‘잘했다’하시면 모든 대응 전략과 활동은 내부적으로 박수를 받는다. 그 반대는 피를 부른다. 그분의 판단과 결정이 곧 퍼포먼스다. 해당 위기와 관계 있는 외부 이해관계자들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별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항상 오너나 CEO관련 위기 시 그분들이 유일한 이해관계자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7. 위기 대응팀의 심리적 문제

앞의 전 과정에서 많은 위기관리팀내 실무자들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가지게 된다. 자칫 잘 못해 그분들의 심경을 다치게 할까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여러 제약들 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또 하지 못할 것도 없는 괴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당연히 난세와 혼돈 시에는 복지부동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 위기에 오너십은 커녕 가능한 위기관리에 엮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 가능성이 없어지는 거다.

얼핏 보면 오너나 CEO관련 한 위기는 그들의 강한 리더십으로 더욱 빠르고 명확하게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론은 단선적이지만, 현실은 무한방사상의 다이나믹스를 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 멋진 기업이 위기 시 ‘낯설게’ 보이는 이유들이 그 내부 비밀스런 다이나믹스에 숨어 있다.

그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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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2011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조직 내 저항을 인정하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26)

 

위기관리, 조직 내 저항을 인정하라

기업 내에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를 시작하는 많은 실무자들이 최초 하는 착각이 있다. 우리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부분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위기의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실제 발생하지 않으면 거의 아무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어쩌다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그건 나의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미 지나가버린 위기는 돌아다 보는 것 조차 금기시한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이끌고 있는 실무자들은 일단 모든 구성원들은 위기에 대해 신경쓰기 싫어하고, 위기관리 프로세스에 포함되기 조차 꺼린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근거해 플랜을 짜야 한다. 많은 기업들과 함께 일해 보면 위기관리 워크샵이나 트레이닝에 조차 참석을 꺼리는 구성원들이 많은 것을 본다. 단 몇 시간도 투자하기 힘들다는 푸념이다. 심지어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하는 몇 개월 동안 수십 번의 워크샵이 진행되는 데도 불구 CEO께서는 한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으시는 기업도 있다. (사실 위기 시 그가 리더 아닌가?)

위기요소진단을 할 때에는 그나마 간단하게나마 설문지에 메모해주는 직원들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역할과 책임(R&R)을 나누자 하면 손사래를 친다. “설문조사까지 해 줬으면 됐지 뭘 또 바라나?” “왜 내가 위기관리팀에 들어가야 하는데?” “요즘 업무가 얼마나 바쁜데, 자꾸 이런 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건가?” 당연한 저항이다. 일이 더 많아 지기 때문이다. 책임이 더 과중해 지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그 자체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제 정신이라면 이런 일을 누가 하려 하겠는가?

위기관리 구축 업무를 하는 실무자들의 딜레마는 여기에서 시작되고, 이것을 극복하게 되면 이미 절반의 프로젝트는 끝나게 된다. 어떻게 이 딜레마를 풀어야 하는가? 일부에서는 CEO로 하여금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팀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조언한다. 맞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팀이 아주 정교하게 정치적으로 힘을 가진 집단이어야 한다 가이드 한다. 그렇다. 어떤 위기관리 전문가는 기업 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팀이 프로페셔널하게 트레이닝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사내에서 인하우스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면서 구성원들에게 신뢰와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 하는 거다. 상당히 바람직한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자문하면서 필자가 얻은 아주 소중한 솔루션은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실행 가치다. 이 가치를 통해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실무자들은 이해와 공감과 협조와 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이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는 실제 위기 발생시 가장 중요한 내적 자산이 된다. 평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이해나 공감의 경험이 없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위기 시 하나의 의사결정체로 승화할 수 있겠나?

실무팀과 CEO, 실무팀과 임원진, 실무팀과 팀장그룹, 실무팀과 현장그룹, 실무팀과 외부 컨설턴트그룹이 다양한 조합들에 있어 반복적이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필수 중 필수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의 첫 단추는 충분하게 (충분하게 라는 단어를 수십 개 쓰고 싶다) CEO와 최고위 임원들과 공감대를 구축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꿰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외부 컨설턴트들이다. 실무자들이 마주앉기 힘든 CEO와 최고위 임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외부 컨설턴트들과 함께 자주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기간이 6개월이라면 CEO와 최고위 임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간을 3분의 1로 잡아도 좋다고 본다. 그들의 머릿속을 읽고 그들 각각이 가지는 방향성을 하나로 묶어 위기관리 시스템의 백본(backbone)을 세우는 데 시간 투자를 아까워하면 안 된다. 미팅을 어랜지 하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보고를 하고, 그림을 그려 보여드려야 한다.

기타 실무 임원들과 팀장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그 다음이다. 이미 일정기간 CEO 및 최고위임원들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었다면, 이미 이들에게도 30%이상 그 물이 들어있게 마련이다. (정상적으로 최고 보쓰들에게서 물이
들지 않는실무임원들이나 팀장들은 문제다) 이들에게 지금까지 공유했던 CEO와 최고위임원들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실무선에서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고, 시스템 구축에 동참해 줄 것을 절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이때까지도 그들이 순순히 투항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그런 일은 절대 없다.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라. 그들과 잡담을 하고, 담배를 나누어 피우고, 맥주잔을 기울이면서라도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라. 몇몇 저항이 심한 팀장들의 경우 사정이라도 하라. 관심 없어 하며 멀찌감치 바라보기만 원하는 팀장들의 경우도 좋다. 일단 그 아래 직원들에게 프로젝트를 망치라 주문하지 않도록 만 양해를 구해라.

우리 회사 직원들이 나빠 그렇다 생각하진 말라. 그들도 스스로 하고 싶거나 꼭 해야 한다 생각하는 일은 밤새워 하는 중요한 인재들이다. 그들을 우리와 다르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들을 이겨야 한다거나, 그들을 항복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유치하다. 항상 그들은 그러게 마련이고,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은 우리들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편안하게 받아들여라.

일부 위기관리 시스템 실무자들은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크게 상처입고 포기한다.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공유하기 위한 최초 위기관리 워크샵. 참석 조차하지 않는 많은 조직 실세들을 보면서 한숨짓는다. 위기관리 트레이닝. 어렵게 참여한 임원들이나 팀장들이 고개를 가로지거나, 심지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모습을 보면서 경악한다. 기타 미팅 시 모이지도 않고, 협조공문을 돌려도 답신이 없다. 심지어 자신들을 피해 다니면서, 전체 회의 시에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비판 한다. 당연한 프로세스다. 낯설어 하지 말아라. 이를 충분히 예상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라. 그래서 기업내의 커뮤니케이션 파트에게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업무를 맡기는 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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