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11월 292017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22편] CEO마음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부정 이슈가 발생해 CEO 책임론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 변수도 있고 해서 대응 시나리오를 세우기가 쉽지 않은데요. 가장 힘든 게 실제 CEO께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알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CEO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그런 질문을 여러 기업에서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흔히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사내에 사일로(silo)를 없애야 제대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종종 조언 합니다. 그런 경우 많은 사람들은 부서와 부서간 커뮤니케이션 단절만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사일로는 최고 의사결정자 또는 그 그룹과 실무그룹간의 사일로입니다.

기존 같은 부서간 사일로의 경우에는 부서장 또는 부서 실무자들간의 친근감등으로 어느 정도 자연 해소 되거나,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한 지시로 협업이 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 의사결정자와 실무자들간의 사일로는 대체로 존재한다는 공감대까지도 이르지 못한 채 조직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되니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최고 의사결정자들은 인의 장막에 둘러쳐 있습니다. 따라서 최고 의사결정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사내에서 소수의 핵심 임원들이 도맡아 하곤 합니다. 평소에는 상황이나 시간이나 여러 제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의 간접적 커뮤니케이션도 별 문제 없이 진행되고는 합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면 사정은 완전하게 달라 집니다.

실시간으로 상황이 변화하면서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이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적인 제약은 점점 더 거세집니다. 최고 의사결정자에게까지 책임론 같은 비난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사실 최고 의사결정자께서도 제대로 된 상황 인식이나 대응 전략을 구상하기 어려워 질 때가 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최고 의사결정자와의 가교 역할을 담당했던 임원들은 위기 시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제대로 다가가거나,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 더 어려워 집니다. 한마디로 눈치만 보면서 향후 위기 대응 방향을 점쳐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실무진들은 이 경우 완전한 패닉에 빠집니다. 변해가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에서 무엇을 정해 지시가 내려와야 대응을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최고 의사결정자를 포함한 그 그룹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실무진의 경험에만 의지해 대응을 진행하기도 어렵게 됩니다. 기껏 실행을 한다고 했는데, 위에서 “누가 그렇게 대응하라고 했습니까?”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최고 의사결정자 그룹에 보고 합니다. 실무진들이 전문가들과 여러 상황 분석을 진행 해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여러 개로 분석해서 시나리로 형식으로 보고하는 것이죠. 대응 방향의 초이스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상당수 기업에서는 “해당 시나리오들이 VIP 의중을 담지 못했다”는 피드백과 함께 사장되거나, 개정을 지시 받습니다.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중이 지속적으로 오리무중인 가운데, 예상 시나리오는 그 복잡함과 다양함이 배가 됩니다. 이 때부터는 그냥 보고를 위한 업무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래서 최고 의사결정자의 가시성(visibility)가 중요합니다. 흔히 이 가시성이라는 것을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보여지는 가시성이라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시성이란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의 리더십이라는 의미와도 연결 됩니다. 주어진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모두가 모여 앉았을 때 최고 의사결정자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버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원칙도 이런 경우 유효합니다. 최고 의사결정자께서 오버 커뮤니케이션 해주어야 실무진들이 일사불란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로는 로우 프로파일 하더라도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상호간 오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위기관리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최고 의사결정자가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완전하게 실무진들이 이해한다면 위기 대응에 있어 주저함이나 갈등은 사라집니다. 실무진이 자신감을 가지고 나가 활동하게 됩니다.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시나리오를 정확하게 가를 수도 있습니다. 귄위적이거나, 비밀주의적이고, 마치 정보기관 같이 조용한 조직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주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성공과 실패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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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8편] 위기 시 본사와 협업이 어려운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유럽에 본사가 있고요. 평시 경영부터 위기 때까지 모든 것을 본사 지시에 따르고 있습니다. 골치 아픈 건 위기가 발생했을 때인데요, 무조건 하나부터 열까지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야 하니 너무 어렵습니다. 좀 쉽게 위기관리 안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마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똑 같은 고민과 바램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평시에는 잘 모르지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해외 본사의 우려와 관여 그리고 여러 요청들이 위기관리 매니저들을 매우 힘들게 합니다. 어찌 보면 해당 위기 보다 본사에서 오는 여러 위기관리 지시 사항이 더 무서운 경우까지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내부에서는 국내기업들과 다른 몇 가지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첫 번째, 위기 발생 후 최초대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일부는 최초대응을 하더라도 해당 상황을 본사 위기관리팀이나 고위임원들에게 보고하느냐고 상당한 시간을 소비합니다.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본사 임원들과는 시차나 물리적 거리 없이 실시간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 해도, 수시간 시차가 있고 물리적 거리가 먼 해외 본사와의 상황 공유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두 번째, 문제가 있는 해당 위기상황을 본사는 한국 현지보다 잘 이해하질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봐도 그 어려움이 이해는 됩니다. 한국기업이 아프리카 어떤 나라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나라 일부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 판매시설들이 훼손되었다 상황을 상정해 보시죠. 서울 본사 임원들이 아무리 컨퍼런스 콜을 하고 이메일 보고를 받아도 현지 상황을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주체에 대한 사전 이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훼손된 시설의 정도나 사후 추가 문제 발생 가능성도 서울에서 점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도 똑같이 서울에서 발생한 위기를 그런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세 번째,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다 긴 시간이 걸립니다. 앞에서 시차와 물리적 거리를 이야기했었지만, 본사 차원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위기의 위급성을 판단하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맞물려 실시간 변화하는 위기관리 환경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본사 위기관리팀도 한국 지사 위기관리팀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서간 협업체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호간 의견교환과 외부 전문가 자문 그리고 통합적 의사결정에 당연히 일정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됩니다. 일종의 조직적 옥상옥(屋上屋)이 존재하는 셈이라 이 문제는 어쩔 수 없겠습니다.

넷째 상황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대한 본사 관여가 상당합니다. 일개 표현 하나 단어 선정 하나에 본사 커뮤니케이션팀은 거의 목숨을 거는 듯 해 보입니다. 문제는 본사에서 이해하고 느끼는 언어적 단어와 표현이 한국에서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사에서는 훌륭한 메시지로 보여도, 한국에서는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홍보팀은 위기 시 이 때문에 메시지 작성과 변역, 수정, 번역, 수정을 수없이 되풀이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로 얻은 메시지의 품질은 그리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국내 지사 차원에서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 상당히 ‘강력한’ 위기관리팀과 프로세스를 평시에 세팅 해 놓는 것뿐입니다. 이를 통해 본사 위기관리팀으로부터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 역량을 탄탄하게 인정받아 놓아야 합니다. 본사에서 정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업데이트 하고, 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본사의 주목을 끌어야 합니다. 본사 최고임원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의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과 그들의 역량을 어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에 있어서 본사로부터 국내 현지 위기관리팀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초기대응과 의사결정에 있어 한국 지사장의 리더십을 본사 위기관리팀이 인정하고 권한이양하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끊임없는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하지만, 본사 위기관리팀이 현지 위기관리팀을 신뢰하지 못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스타일의 위기관리로는 절대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본사와 공유해야 합니다. 본사의 위기관리팀이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에 대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가에 답이 있습니다. 그것이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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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22014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편] 새벽 6시 회장의 사과

 

새벽 6시 회장의 사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국 기업의 특성상 책임이 있는 재해나 사고 장소에 회사 오너가 나타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리더가 전면에서 초기부터 책임을 인정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을 한번 연출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내부 고민들이 선행된다. 전략적으로 리더는 위기 시 맨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처음부터 나서서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코오롱이웅열 회장의 사례는 어땠을까?

 

2014217일 밤 9시경 경주 소재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되었다. 이 체육관에서는 당시 부산외대 신입생과 이벤트 회사 직원 100여 명이 환영회 및 오리엔테이션 공연을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학생과 이벤트 업체 직원 등 10명이 사망하고 128명이 다쳤다.

밤새 구조 작업이 진행되었던 사고 현장에 해당 리조트의 소유주인 코오롱 이웅열 회장이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지 약 9시간만인 오전 6. 바로 현장에 달려온 것이다이 회장은 사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유가족들에게 엎드려 사죄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전날 밤 사고 사실을 인지한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내가 현장에 내려가야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정 경 서울을 떠나 경주로 향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동안 회사에서는 이 회장이 현장에서 읽을 사과문을 작성했다. 이동 중에 지속적으로 사과문구를 수정하여 최종본을 프린트 해 손에 쥐고 이 회장은 기자들과 현장관계자들 앞에 설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이후 사상자들이 있는 울산의 한 병원에 가서 합장을 해 조문을 하고 유가족들을 위로 했다. 장소에서 이 회장은 여러분이 겪으시는 고통을 제가 같이 나눠야죠. 뭐든지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습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인 발생 후 24시간을 이 회장은 아주 알뜰하게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현장 메시지들과 실제 사상자들에 대한 보상문제들이 일관성을 가지고 진행 될 수 있는 토대를 스스로 마련한 것이다. 초기 보상액수에 대한 논란도 회장의 리더십으로 직접 잠재워 버렸다. 회장인 자신이 책임지고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전략이 코오롱 위기관리팀에게는 큰 방향과 힘이 될 수 있었다.

위기가 발생하면 사내 위기관리 위원회에서는 두 가지 다른 조언들이 생겨난다. 하나는 이 회장이 실행했었던 것과 같이 최고의사결정자가 맨 앞에 나서서 위기관리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는 측과 처음부터 최고의사결정자가 앞에 나섰다가 점점 더 상황이 악화 되면 그때는 누가 나설 것인가?”하는 우려의 측이다. 사실 어느 한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위기관리에 정해진 답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주 리조트 케이스에서 코오롱 이 회장의 전략적 선택은 충분히 옳았다. 만약 현장에서 당직 임원이 사과문을 읽었더라면, 회장이 사상자들을 외면하고 직접 조문하지 않았더라면, 보상책들이 제한된 보험규정과 일선 협상팀에 의해서만 처리되었더라면 실제 위기관리가 이번과 같이 마무리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회장의 현장 리더십이 곧 사고의 규모에 비해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무척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다른 기업들의 경우는 어떨까? “회장님이 사고 현장을 빨리 방문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임원들은 얼마나 될까? 회장 스스로 내가 방문해 사과해야 하겠다는 말을 하기 전 회장의 리더십을 압박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사실 의문이다. “내가 왜 현장에 가야 하지? 그리고 현재 현장 상황이 어떤지도 모를 뿐더러, 성난 유가족들이 나를 위해 할 수도 있는데 경호팀을 데리고 가야 하나?”하는 고민을 회장 스스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보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 풀어내라는 회장의 정확한 지시 없이 보상관련 문제를 말끔하게 풀어낼 수 있는 실무 담당자들이 존재할 수는 있을까?

코오롱의 이번 케이스는 이런 모든 실무적 고민들과 우려들을 단박에 해소 시켜 버린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관리 가능했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유사한 상황이 재발 된다면?’ 이다. 기업 위기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특성이 있는데, 향후 유사한 사고들이 발생해도 회장이 직접 움직이셔야만 하는가 하는 실무자들의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공중들이 생각할 때 그 때는 현장에 나왔었던 회장이 왜 이번에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면 더욱 더 위기관리가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사고가 더 이상 없기를 그리고 기업 회장들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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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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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92011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왜 오너나 CEO관련 위기관리가 제일 어려운가?

올해만 해도 수많은 기업 오너들과 CEO들이 검찰 출두를 했다. 법정에 이미 서있는 분들도 있고, 앞으로 설 가능성이 높은 분들도 계속 보인다.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인사 청문회에서 자신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으며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 중 일부는 평생 꿈꿨던 자리를 허망하게 내놓아야 했다.

조직의 VIP들이 해당 조직의 ‘위기요소들(crisis factors) 중 하나’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평시에 진행하는 위기요소진단 작업에서는 좀처럼 깊이 스캐닝 되는 요소는 아니지만, 조직 내에서 침묵 속 우려감을 가지게 하는 분명한 위기 요소로 남아있다.

일부 조직에서는 VIP관련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외부 언론관계 태스크포스를 접촉한다. 일단 언론기사와 검찰출입 기자들에 대한 대응과 접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부 조직에서는 인하우스 홍보실의 강한 힘을 통해 어프로치 한다. 약간은 뜬금 없지만 대규모 광고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한다. 아직 조직 내 한계를 가지는 기업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그냥 무시하거나 침묵하면서 위기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문제는 주로 언론에 집중하는 사후관리가 예전처럼 그렇게 좋은 결과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존 오프라인 언론 외에 그 수백~수천 배에 이르는 수의 새로운 미디어/이해관계자 환경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홍보담당자들은 위기 시 자신들 스스로 ‘언로(言路)를 차단’했다는 성취감에 축배를 들고는 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건배가 의미 없어졌다.

싫건 좋건 계속 조직이 힘들지 않으려면 스스로 투명해져야만 하는 환경이 되 버린 거다. 그 만큼 예전과는 다른 도덕성과 준법의식이 조직장과 조직에게 요구되고 있다. 이전과 같이 환경을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를 컨트롤 하려는 전략적 방향이 생긴 것이다.

이 와중 아직도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는 어려움과 한계들이 존재한다. 케이스 분석을 해 보면 상당히 ‘독특’하거나 ‘황당한’ 대응을 하는 케이스들이 주로 오너나 CEO와 관련된 케이스들이다. 왜 평소 그렇게 멋진 기업이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는 그렇게 밑천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까?

오너나 CEO관련 위기는 그 특성상 다음과 같은 제약을 가진다.

1. 상황파악의 제약

초기부터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 되질 않는다. 오너나 CEO가 자신의 치부를 대응 회의 석상에 올려 놓을 가능성이 없다. 그 이전에 사내 대응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법무나 외부 지인 변호사들에게 개인적 이야기들을 진행하면서 초기 상황 파악은 지지부진해 진다. 당연히 대응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2. 포지션 설정의 제약

상황 파악이 완벽하게 되지 않으니 기업의 입장을 정리할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이 이런 류의 위기 시에는 침묵한다. 노코멘트 한다. 제한된 상황하에서는 이런 노코멘트 전략이 가장 안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 기업이 멍청한 게 아니다.

3. 대응 주체 선정의 제약

운 좋게 내부의 강력한 위기관리팀 역량으로 포지션이 설정되었다 해도, 대응 주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는 기업 내부에 큰 고민이 필요한 경우들이 많다.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 대한 대응 주체가 기업 홍보팀이 되어야 하는가? 스스로 그 분들이 나서 주시기에는 기대가 너무 크다. 그럼 누가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인가?

4. 대응 메시지 설정의 제약

대응이 가능하고, 오너나 CEO들로부터 대응하라는 허락을 받았다 해도, 그 다음엔 메시지가 문제다. 오너나 CEO께서 직접 메시지들을 지시하시거나 세세하게 리뷰 하신다. 기업 위기 때와는 다른 개인적 시각과 흥분과 억울함이 메시지에 바로 투영된다. 위기관리팀은 그 메시지가 불완전할 뿐 이나리 때때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절한 피드백에 주저한다. 우리가 구경하는 기업의 황당한 메시지들은 대부분 윗분들의 개인 작품일 때가 많다.

5. 대응 활동 설정의 제약

어떤 대응 활동을 해야 할 것인가? 일단 오너나 CEO께서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그분들에게 가시화되는 활동들이 우선이다. 상상해 보라 50-60대 기업 오너들과 CEO분들이 즐겨 보는 매체들을. 그 분들의 지인들이 함께 접하고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매체들이 핵심이다. 당연히 문제의 특성과 관계 있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는 거리가 있는 매체들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밖에 없다. 소셜미디어가 침묵하거나 소외되거나 방치되는 이유들 중 하나가 이 때문이다.

6. 위기 대응 결과에 대한 평가에 대한 제약

해당 위기에서 위기대응 결과에 대한 성패 평가는 딱 한 분이 하시는 법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시어 ‘잘했다’하시면 모든 대응 전략과 활동은 내부적으로 박수를 받는다. 그 반대는 피를 부른다. 그분의 판단과 결정이 곧 퍼포먼스다. 해당 위기와 관계 있는 외부 이해관계자들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별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항상 오너나 CEO관련 위기 시 그분들이 유일한 이해관계자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7. 위기 대응팀의 심리적 문제

앞의 전 과정에서 많은 위기관리팀내 실무자들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가지게 된다. 자칫 잘 못해 그분들의 심경을 다치게 할까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여러 제약들 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또 하지 못할 것도 없는 괴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당연히 난세와 혼돈 시에는 복지부동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 위기에 오너십은 커녕 가능한 위기관리에 엮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 가능성이 없어지는 거다.

얼핏 보면 오너나 CEO관련 한 위기는 그들의 강한 리더십으로 더욱 빠르고 명확하게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론은 단선적이지만, 현실은 무한방사상의 다이나믹스를 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 멋진 기업이 위기 시 ‘낯설게’ 보이는 이유들이 그 내부 비밀스런 다이나믹스에 숨어 있다.

그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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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2011 Tagged with , , , , , , , , , , 3 Responses

최근 기업 위기관리 전략에 적극성 강화 현상: M과 S사 케이스

우유제조업체인 M사의 최근 논란에 대해 위기발생 초기부터 M사는 Not Guilty 및 High Profile전략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회수조치에 대한 빠른 대응도 눈에 띈다.

결국 M사는 국내 다른 조사기관들 여러 곳을 통해 동일한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로 안전성을 공히 인정받게 된다. 이에 대한 결과 또한 high profile전략을 통해 강하고 일사불란하게 전달하고 있다.

기존 많은 기업들이 위기 발생 초기 not guilty를 주장하면서 high profile 대응을 하고서는 후반부에 들어서 말꼬리를 흐리거나, low profile전략(우리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더 떠들어서 뭐 좋을 게 있나하는 내부 분위기 변화에 근거)으로 급선회하는 사례들을 볼 때 확실히 다른 강력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국내 기업으로는 아마 최초 일 것으로 보이는 (혹시 이전 유사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CEO가 직접 해명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출연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활동까지
진행 했다.

 M사의 CEO 동영상고객님께 드리는 편지

이 또한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온라인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벤치마킹 한 아주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식품회사인 S사의 위기관리의 경우도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보인다.

S사가 Not Guilty를 주장한 위기 사례에 대해서는 끝까지 신속하고 일관된 high profile전략을 고수하면서 전략적 대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S사는 자사와 특정종교간의 루머를 퍼뜨린 네티즌에 대한 고소를 통해 법정의 판결을 받아냈다. 또한 이물질 식빵 자작극을 통해 자사에게 피해를 입힌 경쟁업체 운영주에게도 고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이 두 회사의 위기관리에 있어 우리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두 회사 공히 상당히 빠르고 정확한 상황분석을 실행했다는 점이다. 언론 노출 이전에 이미 핵심 사안에 관한 상황분석과 확인을 끝내고상당 수준의 확신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었던 게 성공적 위기관리의 요인이었다.

이전 많은 다른 기업들이 언론 노출직전까지 상황파악과 원인규명에 실패하거나 시기를 놓쳤던 부분과 상당히 비교된다.

또한 이 두 회사는 상당히 일관된 전략적 포지션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포지션이 흔들리거나, 하이 프로파일과 로우 프로파일간에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했다.

마지막으로 이 두 회사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상당히 도전적 실험들을 진행했다. CEO의 해명동영상 제작과 게시 (물론 소극적인 확산 전략이었지만)가 눈에 띈다. 블랙 컨슈머에 대한 강력한 (보기 드문) 법적 대응으로 향후 발생 가능한 유사사례를 방지하려는 노력 등은 크게 살만하다.

딱 한가지, 이상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두 회사의 전략적 대응과 활동이 하나로 합쳐지면 어떨까 한다. CEO 리더십과 전략적 법적 조치가 하나로 합쳐지면 not guilty & high profile 전략이 좀 더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 (물론 이 결정은 여러 가지 관계 측면에서 고려해야 했겠지만) M사의 경우 불완전한 조사결과와 성급한 발표로 상당부분 자사에 임팩트를 입힌 해당 조사기관에 대한 더욱 강력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지 않았나 한다. S사의 경우에는 반대로 그러한 강력한 법적대응과 리더십이 온이나 오프를 통해 CEO 커뮤니케이션으로 전달되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업그레이드된 위기관리 활동들과 전략들이 목격되어 매우 고무적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더 잘 개발된 전략을 가지고 일관적으로 다양한 노력들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다. 기존 위기관리를 위한 언론관계중심 시각에서 몇 발자국 더 나아간 것 같아 흥미롭다.









3월 282010 Tagged with , , , , , , , , 7 Responses

그런 생각들을 빨리 버릴 것: 서해 초계함 침몰

음모론 성격의 글과 소문이 실체가 없음에도 급속하게 확산하는 데는 국방부와 해군의 언론 브리핑이 부실한 가장 원인으로 지적돼 유족의 금증을 어주려는 당국의 성의 있는 력과 신속한 사고 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언비어는 더욱 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기본적으로 상황파악이 안되니…딱히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 없게 마련이다. 커뮤니케이션 소재가 부족하니 오디언스들은 위기관리 주체가 침묵하거나 무언가 말하지 못할 것이 있어 그런다 한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알려줄 수 있고, 지금의 유언비어나 음모론 등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 위기관리 주체의 태도는 더욱 더 큰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시간이 깨끗하게 해결해 준 유언비어나 음모론이 얼마나 있었나. (특히, 사람들이 다수 사망한 극단적인 사고에서는 더더욱 시간 끌기는 위험하다)

그러면 현재 상황에서 위기관리 주체는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략 또는 태도가 필요할까?

타겟 오디언스가 어떤 그룹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들과 100%~120%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 그들에게 “우리가 최선을 다해 우리 아이들을 찾아 낼 것”이라는 ‘실행’ 메시지를 반복 반복 반복 반복 할 것. 그들에게 “우리가 최선을 다해 빨리 원인을 밝혀낼 것”이라는 ‘약속’메시지를 반복 반복 반복 할 것.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적절한 리더십을 시현(visibility) 할 것. 그들과 마주 앉아 인간적인 실행을 할 것. 무언가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 생기면 가장 먼저 부모들에게 공유할 것. 기자들이나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자식에 대해 듣게 하지 말 것.

침묵하지 말 것. 침묵은 아니더라도 수동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 것. 관료적으로 인간미 없이 굴지 말 것. 슬픈 부모들과 맞서지 말 것.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믿음을 빨리 버릴 것.

 

2월 242010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위기관리: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

여러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면 대체적으로 해당 위기발생 이후 누가 리더십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가에 따라 기업 위기관리의 성패가 나뉨을 알 수 있다.

위기와 관련된 기업이 리더십을 가지고 대부분의 위기상황을 통제하는 경우 우리는 기업 위기관리가 성공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기업이 위기관리에 있어 리더십을 가진다는 것은 공중의 편에 선 포지션과 커뮤니케이션, 선제적이고 투명한 해결책 제시와 실천이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해당 기업 이외의 이해관계자들이 리더십을 가져갈 때에는 해당 기업에게 위기관리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위기시 기업의 리더십을 빼앗아 가는 이해관계자들을 꼽으라면 언론, 소셜미디어, 소비자, NGO, 정부 등을 들 수 있다. 그들에게 리더십을 넘겨주게 되면 그 이후부터 기업은 밀물에 떠밀려 다니는 미역줄기 같이 되어 버린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별반 정상참작을 받기가 힘들어 진다.

그러면 어떻게 기업이 위기발생 직후에 리더십을 쟁취할 수 있을까?

1. 위기와 관련된 상황파악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라: 현재의 여론을 읽고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하라

2.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으로 해당 상황을 바라보라: 신발 바꾸어 신기. 이 단계에서 문제를 정확하게 확정하라. (핵심 이슈의 정의 내리기)

3.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대응책을 우선 기획하라: 기억하라, 위기는 이해관계자들이 발생시킨 게 아니다.

4. 빨리 문제를 확정하고 자사의 포지션을 강력하고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라: 문제는 ‘선제적’으로 확정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여기서 ‘강력하게’라는 말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하라는 의미와 같다.

5.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여론을 모니터링 하라

6. 모니터링 결과를 근간으로 다시 커뮤니케이션 하라: 새롭고 업데이트되는 해결방안 및 상황을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라

7.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감사하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흔히 위기가 발생하면 즉각 리더십을 쟁취하라 하니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싸워 이기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상당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같은 편에 서야 항상 이길 수 있다. 명심할 것. 주요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고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들도 많다는 것. 주의. 명심할 것. 선제적으로 문제를 확정하지 못하면 항상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는 것. 주의.

5월 262009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살아있는게 이기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위기극복에 성공한 CEO의 공통점으로 “단기 재무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략하에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추구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CEO들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뿐 아니라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를 돌파해야 하며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선제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임직원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위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주문했다. [전자신문]

삼성경제연구소에서 CEO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냈다. 내용을 읽어보면 내심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들이 많다. “이렇게 해서 이 기업이 성공을 했구나!”하는 이해다.

하지만, 한편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또 여러 클라이언트사들의 성공과 실패를 같이 목격하면서 얻은 insight를 기반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다:

첫째, 장기적인 전략하에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추구하다가 잘려나간 CEO를 여럿 봤다. 이런 전략은 이사회와 오너 그리고 직원들 모두가 함께 공유를 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CEO의 리더십만으로는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이사회와 오너들은 왠만해서는 중장기 플랜을 싫어 한다는 거다. 10년후에 1조를 버는 플랜보다, 다음 분기에 달랑 10억을 버는 플랜을 선호하는 법이다.

둘째, 발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를 돌파하려던 CEO들을 옆에서 봤다.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이 기존 시장을 성장시키는 것 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위기 돌파를 위한 신시장 개척은 어떻게 보면 더욱 더 위험한 발상이다. 보통 그럭저럭 이도저도 안되니까 새롭게 무언가 해 볼려 손을 댔다가 회사의 생명을 단축시키곤 하기 때문이다.

셋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선제적 투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단 위기시에는 거의 모든 회사들은 심리적인 위축을 경험하게 되고, 보수적인 투자 양상을 띄게 되지 않나. 선제적 투자라는 말은 아카데믹한 단어일 뿐 현실적이지 않다. 선제적 투자는 호기에 성장성을 더욱 배가시키기 위해서 주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시기가 더 투자회수율이 높다.

넷째.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기존 상황을 알면 실현 가능성이 적다. 임직원들은 외부이해관계자가 아니라 내부이해관계자다. 매일 매일 하루 20시간가량을 회사 생각과 업무를 하면서 사는 사람들인 경우들이 많다. 이들에게 불안감이 일단 조성되었다면 99%는 그 실체가 있다는 이야기다. 구조조정, 회사매각, 매출하락, 경영진교체등이 실체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임직원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진 않는 법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대화에 메시지가 부족한게 당연하다. 성공하지 못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이다.
 
다섯째, ‘살아있는 회사가 이긴 회사’라는 점이다. 순간 반짝하면서 사라지는 회사나 브랜드를 여럿 봤다.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아보여도 수십년 살아있는 회사는 근본적으로 강한 무엇이 있었다. (물론 시원하게 반짝 거려 보지는 못했어도)

결국 성공한 CEO의 공통점이 이런 것들이어서 회사가 성공한 것이 아니라…성공할만한 기업들이니까 이런 공통적인 활동이 ‘가능’했었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본다. 99.99999%의 기업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3월 272009 Tagged with , , , , , , , , , 4 Responses

회사 사장들 처럼 독재가 어딨어?

일본에서는 경영진이 기자회견장에 우르르 몰려나와 머리를 90도로 숙이며 국민에게 사죄하는 광경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제품에서
조그만 결함이 발견되거나 자사 직원들이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도 대국민 사죄는 약방의 감초처럼 꼭 따라다닌다. 일본에서 공적
책임을 따질 때 ‘사과(아야마리)’라는 단어 보다 ‘사죄(샤자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것도 책임의 무게를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매일경제]



기업의 위기시 클라이언트에게 “아무래도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하면 10중 10이 모두 ‘노(No)’를 하신다. 이 ‘No’라는 의미는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CEO 또는 오너께서 허리를 굽히는 등의 퍼포먼스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실 이런 결정은 CEO 또는 오너 스스로 하신다 하실 때만 가능하지, 내부에서 아무리 ‘공개 장소로 나가시라’ 해도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심지어 그런 요청이나 조언을 하는 인하우스도 되레 총 맞기 쉽상이다. 그래서 매우 민감하다.)

이번 사건이 상당히 위태롭고 중대한 사태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CEO나 오너께서 허리를 굽히시는 것은 그들을 ‘두번 죽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의외로 팽배하고 견고하다. 따라서 이런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위기 관리 코치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 아무 이득이 없다.

반대로 정치권이나 공공기관 그리고 NGO등에서는 의외로 자주 허리를 숙인다. (생각같아서는 그 반대일 듯 한데 아니다) 이들은 그 만큼 명분에 죽고 사는 비지니스를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제 여러 대기업 임원들이 모여 술자리 중 한임원에게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회사 사장 처럼 독재가 어디있어? 회사 사장에게 반기를들거나 비판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나? MB같은 경우에도 CEO출신이라고 하지만 민주적 경영 개념이 있을 수 없잖아. 특히 현대라는 기업 자체의 리더십에서도 현재까지 민주적 측면을 발견하기 힘든데…MB가 그런 민주적인 태도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지…”

그 이야기에 대해서 상당히 공감을 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업이 민주적 리더십을 가지고 비지니스를 해 나가고 있다고 착시한다. 바로 이런 기업의 독재적인 리더십이 위기관리의 성공률을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은 아닐까?

 

12월 302008 Tagged with , 8 Responses

원칙이 전부다

내 스스로도 원칙에 대한 거부감이라던가 나쁜 감정을 가졌을 때가 있었다.

그런 거부감을 가졌던 원인을 가만히 보면

‘왜 그게 원칙이야? 나는 그것을 원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하는 전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면서 조직을 이끄는 위치에 서고나서

원칙은 복잡하고 힘든 문제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식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깨닫는다.

원칙은 말의 머리를 베게도 하고.

원칙은 며느리를 화형시키게도 한다.

원칙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고 목메달게도 하고.

원칙은 믿음을 위해 목숨을 내 놓게도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은 원칙을 원칙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원칙을 좋아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본능적으로 원칙을 싫어한다.

원칙이 남을 향해 있을 때와 나를 향해 있을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본능은 내 스스로 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삶을 살거나 조직을 이끄는 사람은 자연인으로 자연스러운 본능에 충실하면 안된다.

리더십이란 내게는 쓰디 쓴 원칙을 달게 삼키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 믿는다.

자연인이 절대로 리더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리더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공하자.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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