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10월 192010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평소 실행에 투자하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18)

위기관리, 평소 실행에 투자하라


기업 위기관리는 의사결정에서 실행까지 고른 관심과 투자가 밑바탕 된 시스템 구축 노력에 의해 그 품질이 결정된다. 특히 실행에 있어 기업이나 조직들은 ‘위기관리 예산’을 평소에 책정하지 않는데, 실제 위기발생시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이슈들 중 하나가 이 ‘예산’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오너 또는 CEO 승인을 얻어 특별예산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는데, 이런 프로세스는 실무자들에게나 매니저들에게 상당한 사후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맘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실제로 사후 예산관리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보다 더욱 더 등한시 되는 부분은 평소 위기관리 실행에 대한 대비와 투자다. 일부 기업 CEO들 중에는 ‘홍보(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언론관계)는 별로 영양가 없다’고 아주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왜 우리가 신문사나 방송사에게 이런 저런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어 줘야 하느냐 반문한다. 가난해진 언론사에게 우리가 왜 봉이 되어야 하는가 실무자들을 몰아 세운다.

대관업무 또한 마찬가지다. 국세청, 공정위, 검찰, 식약청 등을 비롯 관련 정부부처와 규제기관들에 대한 관계 관리에 대해서도 딱히 좋은 시선을 투여하지 않는 CEO들이 있다. 이 때문에 평소 대관업무 실무자는 활동 예산에 있어 과도한 눈치를 보게 되고, 당연히 그 관계의 품질은 위기관리에 적절하지 않은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일부는 그런 식으로 하려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평가까지 받기도 한다.

NGO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 투자자관계, 지역주민관계, 소비자관계, 직원관계 등등에 이르기 가지 어느 한 구석 중요하지 않은 관계들이 없다. 평소 우리 기업이 이런 관계 관리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투자를 했는지는 위기가 발생하면 여실하게 그 수준이 들어난다. 실무자들이 항상 하는 목마르다는 소리가 실무자 개인의 영위를 위한 것이나 과도한 엄살이 아니었음을 위기시 CEO들은 이해하게 된다.

기업 홍보를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냥 끈만 놓지 않는 선에서 건조하게 운용 가능하다. 대관이나 다른 NGO 관계들도 오너나 주요 핵심 임원들의 개인적 커넥션으로 대체 가능할 수도 있다. 관계라는 것이 항상 부서지기 쉽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라 평소에 그에 대한 제한적 관리만 진행해도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그런 관계의 필요성은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한국과 같은 인적 관계의 틀 안에서 기업이 대형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평소의 고품질 관계 자산 없이는 상당부분 제약 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일부 외국기업들은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제약을 실제 경험한다. 따라서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유사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 주장하는 에이전시나 코디네이터를 찾으려고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한번의 위기관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토대 위에서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이런 상황들을 관리해 나가야 할까 하는 점이다.

위기시 구입한 관계가 얼마나 자사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보자. 아주 없었던 관계 자산을 일부 대신해 줄 수는 있겠지만, 그 특정 관계 이외에 다른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들은 또 어떻게 구입 해야 하나? 그렇게 구입한 관계가 중장기적으로 자사에게 어떤 자산이 될 것인가? 말 그대로 쓰고 버리는(disposable) 관계는 아닐까?

기업내 위기관리 실무자들 또한 우리 회사가 우리의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큰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를 계량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관계 자산에 대한 측정과 평가가 필요하고, 그런 결과들이 퍼포먼스와 연계되도록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그 결과들을 향후 년도의 관계 자산 관리 개선점들로 보완 강화하는 활동도 필요하겠다.

즉,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이러한 관계 자산에 대한 일선 관리와 이에 대한 내부 셀링이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적시의 의사결정이나 전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사내의 최고경영진들과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 의해 지시된 전략적 실행방법들이 실무진들에 의해 ‘실행불가능’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 그에 대한 책임은 순수하게 실무자인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

기업내부 위기관리팀과 함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면 의사결정자들이 단기간 내에 상황을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의사결정을 내려 지시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런 프로세스를 더욱 더 빠르고 정교화 하기 위해서 이런 시뮬레이션들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매번 많은 개선사항들을 통해 그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위기에 대응하는 훌륭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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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되는 강력한 실행 명령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저런 높은 수준의 지시들이 실제 실무자들에게 ‘실행 가능함’으로 받아들여 질까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평소의 투자와 관리 없이 무조건 명령으로만 실행될 수 있는 활동들이 아닐 때가 많다는 뜻이다. 평소 검찰과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없었는데 갑자기 “검찰과 막후 논의 하라”는 명령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나 말이다.

관계 관리는 그 형성부터 유지 강화까지 부단한 관심과 투자 그리고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런 활동들은 분명 가치가 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위기시 확실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외적 자산이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계를 평소에 관리하는 그런 활동들이 곧 기업 명성과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는 밑바탕이 된다. 평소에도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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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92010 Tagged with , , , , , 1 Response

생각이 있는 조직이라면…

 

미군은 가족에게 통보한 뒤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담당 장교는 가족이 충격으로 쓰러질 경우를 대비해 인근 병원 응급실 연락처를 숙지하고 간다. 장례절차나 가족지원 업무를 담당할 ‘사상자 지원 장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방문 당시 가족의 반응 등을 상세히 보고한다. 가족을 위한 정중한 위로편지도 있다. 편지에는 “고인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었다”는 등 지휘관이 기억하는 고인의 성실한 복무태도, 인간적인 관심도 드러나 있다. [동아일보]

 

매뉴얼로만 위와 같은 실행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일종의 상식과 같은 이야기를 실행하지 않는 조직의 무지와 무관심만 없어지면 가능한 이야기다.

위기관리시 해당 위기와 관련 된 사실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우리 회사의 포지션/핵심 메시지 또한 당연히 내부 직원들이 그 첫번째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직원들이 아침 신문을 읽고 우리 회사와 관련된 소식을 듣게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위기관리라고 하면 외부에 있는 기자들이나 정부기관, NGO,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종종 간과되는 직원들도 매우 중요한 오디언스다. 아니 가장 중요한 오디언스일 수 있다.

위기시 회사의 직원들은 비공식적인 대변인들이다. 그들이 퇴근 후 친구들과 가족들과 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메시지들을 회사차원에서 어떻게 일관되게 관리하는가 또한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부분이다. (제일 무서운 루머는 ‘내 친구가 OO그룹에 있는데…이번 사건이 사실 알고 보면 OOO 때문이래~”하는 경우다)

더구나 위의 상황과 같이 자기 자식을 잃은 소식을 TV에서 처음 접해야 하는 가족들에 대한 사항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매뉴얼 이전에 생각이 있는 조직이라면 꼭 실행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2월 242010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위기관리: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

여러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면 대체적으로 해당 위기발생 이후 누가 리더십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가에 따라 기업 위기관리의 성패가 나뉨을 알 수 있다.

위기와 관련된 기업이 리더십을 가지고 대부분의 위기상황을 통제하는 경우 우리는 기업 위기관리가 성공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기업이 위기관리에 있어 리더십을 가진다는 것은 공중의 편에 선 포지션과 커뮤니케이션, 선제적이고 투명한 해결책 제시와 실천이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해당 기업 이외의 이해관계자들이 리더십을 가져갈 때에는 해당 기업에게 위기관리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위기시 기업의 리더십을 빼앗아 가는 이해관계자들을 꼽으라면 언론, 소셜미디어, 소비자, NGO, 정부 등을 들 수 있다. 그들에게 리더십을 넘겨주게 되면 그 이후부터 기업은 밀물에 떠밀려 다니는 미역줄기 같이 되어 버린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별반 정상참작을 받기가 힘들어 진다.

그러면 어떻게 기업이 위기발생 직후에 리더십을 쟁취할 수 있을까?

1. 위기와 관련된 상황파악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라: 현재의 여론을 읽고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하라

2.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으로 해당 상황을 바라보라: 신발 바꾸어 신기. 이 단계에서 문제를 정확하게 확정하라. (핵심 이슈의 정의 내리기)

3.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대응책을 우선 기획하라: 기억하라, 위기는 이해관계자들이 발생시킨 게 아니다.

4. 빨리 문제를 확정하고 자사의 포지션을 강력하고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라: 문제는 ‘선제적’으로 확정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여기서 ‘강력하게’라는 말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하라는 의미와 같다.

5.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여론을 모니터링 하라

6. 모니터링 결과를 근간으로 다시 커뮤니케이션 하라: 새롭고 업데이트되는 해결방안 및 상황을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라

7.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감사하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흔히 위기가 발생하면 즉각 리더십을 쟁취하라 하니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싸워 이기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상당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같은 편에 서야 항상 이길 수 있다. 명심할 것. 주요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고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들도 많다는 것. 주의. 명심할 것. 선제적으로 문제를 확정하지 못하면 항상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는 것. 주의.

11월 062009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모든 이해관계자를 향한 메시징 참 어렵다

해마다 30%씩 가격이 떨어지는 LCD TV와 달리, LED TV 가격은 출시 후 7개월이 지났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윤 사장은 “해외유통업체들이 고가인 LED TV를 팔 때 이윤을 많이 남기기 때문에 가격을 내리지 말아 달라고 오히려 부탁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낳은 혁신 제품이 시장 흐름을 바꾼 것이다. [조선일보]

개인을 넘어 기업이라는 큰 조직이 메시지 하나 하나를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적합하게 디자인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위의 메시지도 그렇다.

위의 메시지가 적합한 타겟 오디언스는 주주, 투자자, 직원, 거래처(은행) 그리고 위 행사 타겟처럼 다른 회사 경영인들이 전부겠다.

반면, 소비자를 비롯한 정부, NGO, 커뮤니티 등에게는 분명 민감한 메시지다.

사장께서는 경영자들에게 강연 중 자랑 같이 하신 말인데 그게 기사화가 됐다. 그래서 타겟팅이 안됐다. 참 메시징이란 어렵고 예측하기 힘들다.

 

4월 142009 Tagged with , , , , , , , , , , , 4 Responses

우리나라에 위기가 존재하긴 할까?

지난 10여년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라는 것을 옆에서 아주 가까이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에게 진정한 의미의 위기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다.

수년전에도 이런 글을 한번 쓴적이있는 것으로 기억이 되고, 이 블로그에서도 아래와 같은 포스팅을 올린적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진정한 위기란 없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 각 기능들이 아직 정상적인 역할들을 각자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사회 여러 이해관계자들 중에 하나라도 정확하게 해야 할 일을 하면 사회가 변화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구조적으로 소비자들이 비윤리적이거나 위법한 기업의 제품을 대체구매 할 수 있는 시장구조와 유통구조가 아니라는 점. 행동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소비자. 정치성향의 NGO, 언론의 권위/신뢰 부재, 정부의 비일관된 포지셔닝, 기업의 맨트라 부족과 같이 어느 한쪽이라도 강력하거나 정확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진짜 위기다.

기업 인하우스측에서는 마치 한여름 소낙비 처럼 지나가 버리고, 언제 비를 쏟아 부었냐는 듯 이내 활짝 웃어버리는 하늘을 보면서 안도하지만…이렇게 해서는 진정한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는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위기는 1주일을 넘기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 위기의 지속과정을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 하는데는 물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기준은 기업조직 내부의 민감성이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CEO를 비롯한 직원들이 모두 해당 이슈에 촉각을 세워 민감해 있는 기간이 위기지속기간이라고 보겠다.

이 민감한 기간이 1주일을 넘기지 못한다면 진짜 문제라는 이야기다. 신문이나 온라인 지상에서 사라지면 이내 긴장을 푸는 조직은 분명 문제다. CEO나 실무자가 그렇다면 문제는 더 크다.

분명한 것은 외국기업들의 위기와 다르게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지속기간은 상대적으로 적지만…위기반복성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또한 상대적으로 짧은 위기지속기간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품질 때문이 아니라 외부적인 환경으로 인한 것이라는 부분에도 주목하자. (절대 기업이 잘해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는 이야기다)

비유를 하자면…

훌륭한 기업은 물에 빠져 한껏 물을 먹고 고생을 하다 이내 정신을 차려 헤엄쳐 나오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꼴깍 꼴깍 수면을 들락거리면서 물만 먹고 헤어나오지를 못하는 형상이다. 그렇게 당장 죽을만 하지는 않기 때문이겠다.

4월 06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다 먹으려다 체한다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우리 회사에 발생 가능한 위기 요소들을 서베이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모두 리스트화 하고 각각에 가산점을 주어 우선순위를 둔 맵(Map)을 들여다 보자. 이 수백개의 위기 요소들 중 최고 위험군에 속한 위기 요소들을 먼저 살펴보자.

이들은 일단 회사 직원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위기 요소들이다. 발생 빈도도 높을 뿐 아니라 매번 위기가 발생할 때
마다 회사에 아주 큰 데미지를 입히고 떠나는 골칫덩어리 들이다. 보통 기업들에 이런 최고 위험군의 위기 요소는 10개 정도가
넘지는 않는다.

이들 위험군에 속해 있는 위기 요소들의 또 다른 특징은 해결방법이 거의 없다는 거다. 회사에 자주 심한 데미지를 입히고
떠나는 위기 요소들에 대해 만약 깨끗한 해결책이나 대비책이 있었다면 아마 해당 요소가 그 위험군에 머무르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의 요소들에는 모두 구조적인 발생 원인이 존재하고, 대비할 수 없는 예측불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일단 발생되었을 경우에는 피해를 최소화 하는 데만 집중이 가능할 뿐 간단하게 해결할 수 없는 유형들이 많다.

가장 위험한 위기요소부터 점검
이들 요소들은 향후 위기관리 매뉴얼의 주제로 사용된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이러한 가장 위험한 요소들에 대한 정의와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 방식과 발생시 필요한 처리 방침들을
담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하나의 위기 요소에는 한가지 유형의 실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개의 위기
요소에는 또 다시 수백에서 수천개의 다양한 실제 위기 유형(시나리오)들이 생산 가능하다.

예를 들어 패스트 푸드 업체에 최고 위험 위기 요소로서 ‘소비자 건강 관련 논란’이 꼽혔다면, 이러한 ‘논란’의 실제 발생
유형은 수백 가지가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NGO가 패스트 푸드 내 지방과 설탕 함유량에 대한 조사결과를 가지고 이슈를 제기할
수도 있겠다. 어떤 어린이 소비자가 지나친 햄버거 과용으로 비만과 고지혈증에 시달리다 이슈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겠다. 해당
패스트 푸드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세트와 관련된 윤리적 비난 여론이 생길 수도 있겠다.

   
 
 

이외에도 정부, 커뮤니티, 의사협회, 어머니들의 모임, 환우회, 투자자, 경쟁사, 학자, 온라인 등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위기 요소와 관련한 셀 수 없이 다양한 위기들을 발생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모든’ 세부 위기 유형들을 정의하고
분석해 매뉴얼상에 명기해 놓는 것은 좋지만, 이 하나 하나에 대한 발생 후 대응 프로세스들을 모두 매뉴얼에 담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매뉴얼에 수록해야 하는 것은 실제적인 대응 프로세스 ‘전반’이다. 하나 하나의 대응 프로세스가 각기 다르고 다양하다면 일단
매뉴얼 내용들을 위기 관리 담당자들이 전부 기억하기 힘들다. 그 이전에 그 위기 관리 매뉴얼은 성경 정도의 두께와 내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성경을 전부 다 읽고 외우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담당부서별로 분류, 오너십 부여
만약 10개 정도의 위기 요소들이 가장 위험한 그룹으로
선정되었다면 각각의 요소들에 대해서는 10페이지 내외로 해당 위기 요소/유형의 정의, 모니터링 방식, 발생시 대응 역할분담,
대응 프로세스, 결과 평가 프레임 등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그 페이지수가 적으면 더 좋다.

실제로 DIY(Do It Yourself)로 회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다 보면 자꾸 비슷한 대응 역할분담과 프로세스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회사 내 위기관리팀 구성에 대한 대략적인 아웃라인 잡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공통된 역할과 분담의 주체들이 사내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과 실행의 주요 핵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최고 위험군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수 백 개의 위기 요소들은 어떻게 할까? 처리방식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사실은 큰 일이지만…) 각각의 위기 요소들을 2차 위험군, 3차 위험군, 4차 위험군으로 일단 그룹을 나눈다. 그리고 다시 각
위험군내 요소들을 하나 하나 분석해 본다.

일단 해당 위기 요소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해당 위기요소에 대해 사내 어떤 부서에서
오너십을 가지고 사전 대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본다. 예를 들어 ‘사내 성희롱’ 같은 요소라면 이는 HR부서에서 사전 관리
해야 하겠다. ‘일선 영업지점에서의 공금횡령’ 같은 이슈는 영업과 감사 부서에서 관심을 가지고 사전 관리를 강화해야 하겠다.
‘임직원들이 같은 교통 수단을 사용 중 사고 발생’ 같은 요소에 대해서는 임원들이나 직원들의 비즈니스 출장 등의 일정을 관리하는
비서들이나 총무측에서 원칙을 세워 대비하면 되겠다.

이렇게 여러 개의 위기 요소들을 그 등급에 따라 각 담당 부서별로 쪼개어 오너십을 부여하는 거다. 물론 이 과정에서
CEO의 관심과 지원은 절대적이다. 누구든 자기일 이외에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좋아할 사람들은 적다. 따라서 윗 분들을 중심으로
하는 전사적인 의지와 관심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의 가장 큰 전제조건이 아닐까 한다.

다음주부터는 본 칼럼을 통해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해 몇 회에 걸쳐 설명할 예정이다.

[공지] 필자의 이 칼럼 제목을 4월부터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으로 변경합니다. 앞으로 기업 및 조직의 위기와 이를
둘러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서 실제적인 칼럼들로 꾸며갈 예정입니다. 그 동안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칼럼을 아껴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10월 072008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위기에 대한 대응들은 왜 각기 다를까?

똑같은 위기도 대응하는 방식이 각 기업이나 개인마다 틀리는데 왜 그럴까?

예를들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선뜻 사과를 하고 나서는 반면, 어떤 사람은 변명을 하고 나중에는 배째라 한다. 불만제로나 여타 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선수들이 태반이다.

  • 속여오던 저울을 가게 밖에다 내팽개치면서 발로 산산이 밟아 스스로 자해를 하는 횟집 주인.
  • 중국산 찐쌀을 쓰다가 걸리니 찐쌀 영수증을 하늘에다 날려 버리면서 쌍욕을 해대는 쌀집 주인.
  • 중고 자동차 허위 매매를 하다가 취재진이 다가가니 험악하게 카메라를 밀치고 욕을 해대는 자동차판매직원들.
  • 택시 미터기를 따당치다가 인터뷰를 하자니까 욕을 하면서 내빼는 택시기사.
  • 국민연금을 수십억 연체하면서 1년에 수십 번 해외여행을 다니다 취재진이 다가가니 욕설에 폭행으로 맞서는 부자 할아버지…

왜 이들은 적절한 위기관리 대신 이런 극단적인 행동으로 위기에 맞설까? 기업들도 일부 기업들은 그렇게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위기에 대해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는데 이런 기업들은 왜 그런 걸까? 정치인들의 경우에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정치인들 할 것 없이 거의 ‘배째라’식의 대응을 떳떳하게 하는데 왜 그럴까?

그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결코 바보는 아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위기가 벌어지면 이 위기로 인해 내가 무엇을 잃을 것인지를 정확하지는 않아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파악 해서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게 된다. 인간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부인을 하고, 핑계를 대고, 자기 합리화를 하다가, 인정을 하게 되는데 이런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은 정상적이다. (바람직 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단번에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고 나온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해당 위기로 인해 내가 현실적으로 입을 피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우리 가게 이름이 나가지 않고 내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되는데 알게 뭐냐 할 수 있다는 거다.
  • 국민이나 지역 주민들이 뽑은 나 같은 선량을 TV에서 일부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재선이 될게 안되나 하는 거다.
  • 우리회사가 국내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해 일부 TV가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국민들이 다른 나라 가서 다른 제품을 살까 하는 안심이 배경인거다.
  • 어짜피 우리 제품들은 B2B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욕을 해도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 정부에서 밀어주는 사업에 대해 왈가왈부해봤자 어차피 정부 돈은 회사로 들어오게 되어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그런 대응들이 나온다는 거다. 잃을게 적거나 없는 거다.

그러면 이들이 정상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행동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최근 블로고스피어를 통해 active 한 시민들이 많아지는 것이 바로 향후 기업들의 위기관리 수준을 높여주게 될 좋은 신호라고 본다)
  • 각종 NGO들이 좀 더 공정하게 기업이나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기존 NGO들이 사회 권력화하는 현실은 기업 위기관리 수준 발전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미디어가 촉매의 역할은 물론 해결의 능력까지를 갖추어야 한다. 탐사취재의 철학을 제대로 살릴 수 있어야 한다.
  • 정부가 더욱더 여론과 법규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덤터기를 쓸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 기업 스스로 맨트라에 충실해야 한다. (내부 자발적인 맨트라 우선주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외적인 충격을 통해서라도 억지춘향식으로라도 일단은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나 소비자들이나 모두 편하다. 좀 더 나은 기업과 사회가 될 수 있다.
 

4월 242008 Tagged with , , , , , 2 Responses

무서운(?) NGO…

사용자 삽입 이미지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앞에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저지 시민행동 회원들이 ‘탈북난민강제북송 중지와 티벳독립시위 무력진압 사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중국공안의 범법자 압송을 형상화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언론사 사진 기자단을 대상으로 포토세션(photo session)이라는 publicity stunt를 활용하고 있는 곳은 국내 전체 기업들 중 아마 1%에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일 나오는 사진 기사들을 년간 분석해 보면 주로 유통, 식음료, 프랜차이즈, 소비재등의 업계에서 주로 활용한다.

자주 포토세션을 진행하는 회사들의 앵글이나 훅 그리고 메시지 전달 능력을 보면 ‘그저 그런…’ 회사들도 또 많다. (정말 잘하는 회사들이 그렇게 없다는 거다.)

반면에 NGO들의 포토세션들은 무척 신선하거나 놀라울 만큼 프로다운 앵글이 자주 눈에 띈다. NGO의 PR캠페인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참 무서운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난다.

누가 프로페셔널하게 가르치지 않았어도…그들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정확한 메시지들을…그래서 무섭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종합청사 앞 대운동장에서 전국 한우협회, 농민단체, 한우농가 등이 미국산 쇠고기 협상 무효화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한우와 농민이 죽어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