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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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기고문]미디어트레이닝? 홍보담당자들이 먼저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자는 훈련되어 있다. 일정 기간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훈련을 기반으로 매일 매일 취재를 하며 취재원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기자는 질문하는 자다. 그들은 숙련된 전문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맞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어떤가?

대부분의 기업이나 홍보대행사에서 홍보를 처음 시작하는 홍보담당자 중 기자처럼 상당기간 훈련 받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 어깨 넘어 일을 배우거나 또는 선배를 따라 다니며 받는 개인적인 사사가 전부다. 그 중 상당 부분이 네트워크 형성에 관련된 의전이나 형식이다.

기자가 질문하는 자라면, 홍보담당자는 답변하는 자다. 매일 매일 취재 일선에서 마주치면서도 질문하는 기자는 훈련 받은 자임에도, 답변자는 훈련 받은 자가 아니라는 점은 큰 아이러니다. 홍보담당자들 스스로 자신을 전문가라고 칭하기에 겸연쩍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때문이다.

일부 홍보담당자들은 실무를 시작하면서 홍보교육을 받으러 다닌다. 보도자료 작성을 배우고, 홍보기획서 작성을 공부한다. PR의 정의와 언론관계 기술에 대해서 배운다. 일부는 특수대학원에 진학해서 PR을 공부하고 학위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공부가 실무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또 상당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반면 실무에 도움이 되는 ‘훈련’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낯설어 한다.

훈련된 기자와 매일 커뮤니케이션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과연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가? ‘대변인 훈련’과 같이 수준 높은 훈련 과정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기본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일선에서 홍보실무자들의 기자 커뮤니케이션 실행을 자문하면서 발견한 일반적 유형들을 정리해 본다. 이런 식으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하루 빨리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 자신은 물론 회사와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첫 번째 유형, 기자와 대화를 함에 있어서 너무 캐주얼 한 스타일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들은 대부분 시니어급이다. 종종 기자와의 통화 초기와 말미에 친근함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한다. 편하게 좋은 형이나 동생으로서 기자에게 각인되는 스타일이다.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고, 일부 기자들은 그런 친근한 스타일로 해당 홍보담당자를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기자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런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가진 홍보담당자는 스스로 ‘모드 변경’을 어려워한다. 평소에 친근하고 구수하기만 했던 자신이 이슈가 발생 했다고 차갑고 딱딱해지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잠시 망각 하곤 한다. 캐쥬얼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이슈를 둘러 댄다. 부주의 하게 취재하는 기자에게 작은 퍼즐 쪼가리를 선물한다. 큰 그림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지만, 좋은 형이나 동생인 기자가 그냥 알아서 감안해 기사를 써 줄 것으로 믿는다.

일부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는 부정 이슈 시에도 기자와 서로 ‘마음이 통하면’ 이슈를 관리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친한 기자에게 모른다고 이야기하거나, 오리발(?)을 내밀고 어떻게 다시 그들을 보겠냐 한다. 사실을 그대로 말해 주어도 친한 기자니 알아서 처리 해 주곤 한다 자랑한다.

상당히 위험한 유형이다. 기자에게는 “좋은 홍보인” 또는 “좋은 대변인”으로 각인되는 것이 “좋은 사람”으로 각인 되는 것보다 영예로운 일이다. “OOO홍보 상무? 사람만 좋지 뭐…” 이런 평가는 경계해야 한다.

두 번 째, 기자들의 심각한 취재에 대응한 경험이 적은 스타일

이런 유형들은 대부분 자신이 모르는 기자에게 급격히 약한 모습을 보인다. 출입기자들과는 상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았지만, 갑자기 경찰이나 검찰 출입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긴장 하는 유형이다. 출입기자들과는 관심사가 달라서 그들과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는지 막막해 한다.

반대로 일부는 출입기자들과 하듯이 캐쥬얼 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대충 대충 얼버무리기도 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의 발언도 하며 그냥 넘기려 한다. 낯선 상대 기자가 그 부분을 꼬투리 잡아 지속적으로 질문을 하면, 부담을 느끼고 뒤로 빠지려 한다. 자기가 어떤 부분에 대해 설명을 잘 못 했는지 모른 채 기자가 좀 무례하구나 생각한다.

가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공격적인 기자의 질문이 들어오면 “보통 기자들은 이런 식으로 질문 안 합니다” 또는 “기자들이 이렇게 까지는 안 하죠?” 묻는 홍보담당자들이 있다.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 ‘발생 할 리 없다’ 또는 ‘그럴 리 없다’ 생각해서는 나아짐이 없다.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들은 기자로부터 “경험이 적은가 보다” “원래 홍보하던 선수가 아닌가 보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또한 경계해야 할 평가다.

세 번 째, 기자와 항상 거리를 두려는 스타일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들은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다분히 사무적이다. 그렇다고 차갑고 무례하게 기자를 대하지는 않는다. 때대로 살갑게 그리고 부드럽게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한 내용을 교환 할 때나 부정적인 취재 응대 시에는 상당히 거리감을 내세운다.

“그 내용을 저희가 기자님께 알려드려야 할 의무가 있나요?” “제가 그걸 왜 기자님께 답변해야 합니까?” “기자님이 잘 모르고 취재하시는 것 같은데요. 저희가 소송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딱딱하게 응대한다. 일단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는 기자에 대한 편견이 있다. 기자가 뭔데 함부로 회사나 조직의 문제에 대해 비판을 하고, 사업상 피해를 입히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기자들과는 친해져 봐야 필요 없다 생각한다. 정기적으로 광고나 협찬 정도의 처리만으로도 홍보 업무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언론사에 따라 기자를 대 놓고 차별한다. 부정적인 취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 코멘트나, 무시, 법적 대응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기자와의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리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이런 유형들은 기자들로부터 “개념이 없다” “언젠가는 혼 좀 나야 할 사람” “저 사람 때문에 그 회사가 안 된다” 등등의 평가를 받는다. 당연히 회사에게 득이 되는 홍보담당자는 아니다.

네 번째, 원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전략에는 약한 스타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기자에게 하는 경우다. 불필요한 이야기를 기자에게 계속 하기도 한다. 말에 사족이 많고, 애드립이 난무한다. 평소 취재 때는 홍보담당자가 자세하게 여러 이야기를 해 주어 기자들이 재미있다고 한다. 때때로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안되고, 약간은 기사 쓰기에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감은 주는 취재원이다.

부정 이슈가 발생해도 그 습관은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 있는 식품에 대해) 먹어도 안 죽어요” “그건 말도 안 되는 X소리라니까” “생각해 보세요,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도 이렇게 하겠어요?”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뭐 자선사업 하나?” “그렇게 건강을 신경 쓰는 분이 아이들에게 그런걸 먹여요?” 이런 식으로 전략 없이 이야기 한다. 기자는 물론 제3자가 들어도 황당한 이야기들이 바로 이런 홍보담당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들이다.

내가 못할 말을 했나? 내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잖아?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알고 나면 이게 사실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야. 이런 식으로 사후에 자신을 합리화 하려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나름대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믿는다. 홍보담당자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시각이다.

기자들은 이런 홍보담당자들을 보고 “참 특이한 양반” “말을 함부로 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찌르면 항상 무언가 답을 준다”는 평가를 한다.  회사측 시각으로 보았을 때 이 보다 위험한 홍보담당자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유형으로,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지 못한 채 커뮤니케이션 하는 스타일

대부분 주니어 홍보담당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의외로 시니어 홍보담당자들 중에서도 일부 이런 유형이 있으니 문제다. 기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압도할 정도의 정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그에 대한 사전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일부 또는 전부 부족한 유형이다.

대외비라서 모르는 척하거나,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고 있음’이라는 모습을 풍기지만, 실제로는 해당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로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는 말만 한다.

일부는 알고 있어도 상당히 피상적인 정보만 가지고 있어서, 기자가 깊이 있는 질문을 하고 들어오면 바로 개인적인 애드립으로 대충 모면을 한다. 하나의 이슈에도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관련되어 있고, 해당 이슈가 법적으로 여러 다툼의 여지가 있고, 여론의 관점에서도 민감한 내용이 걸쳐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도 자신이 가진 피상적 이해와 관점으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런 경우 해당 홍보담당자의 사내 위치는 최고 의사결정자들과의 거리가 있다. 그들이 결정한 세부적인 논리와 지시 사항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슈 대응을 위한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기자와 약속된 중식 시간을 보낸다. 이후 대책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아래 팀장에게 브리핑 받아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나선다. 당연히 충분한 소화가 없다.

기자들은 이런 홍보담당자 유형을 “똑똑하지 못한 분” “회사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 “별로 답이 안 나오는 양반”으로 평가한다. “왜 모르면서 말을 해요?”하고 기자로부터 불만을 듣기도 한다. 홍보담당자들이 경계해야 하는 습관이다.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고, 공적인 커뮤니케이션까지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꼭 좋은 홍보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언제나 완벽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적인 홍보담당자라면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기자가 훈련 받고 공부하는 것만큼 홍보담당자도 훈련 받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소위 말하는 ‘건전한 긴장관계’가 형성 될 수 있다. 물론 기자들도 다 같은 기자가 아니라고들 말한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훈련 받지 못했고, 공부하지 않는 기자들이 많다는 지적도 한다. 만약 그들이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홍보담당자들은 더욱 더 훈련 받고 공부해야 한다. 홍보담당자는 기업이나 조직 그 자체다. 평시와 위기 시 기업이나 조직의 입의 역할을 하니 그렇다.

개인적인 생각은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홍보담당자의 커뮤니케이션 주제가 절대 아니다. 홍보담당자는 공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자신이 대표하는 기업이나 조직의 생각과 메시지를 공적인 채널을 통해 전달하는 임무를 가진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누구에게도 자연스럽지 않다. 평생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해 성장해 온 성인이기 때문에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낯선 것이 당연하다. 이 것이 따로 훈련 받아야만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이유다.

더 이상 전략적이지 못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고 나서 언론이나 기자를 욕하는 습관을 버리자. 예전 같으면,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나서 그에 기반한 기사가 나면 사내에서는 기자에게 손가락질을 했었다. “제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그 기자가 소설을 썼습니다” “기자가 제 말을 잘 못 알아 들었나 봅니다” “저는 기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부주의 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부정적인 기사가 나왔던 상황을 경험한 홍보담당자들은 보통 이런 핑계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핑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대부분의 민감한 취재 내용은 상호간에 녹취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꺼져있는 듯한 TV 취재 카메라는 책상 위에 놓여 계속 녹화 녹취를 하고 있다. 자기 양복 깃에 달려 있는 취재용 핀마이크를 끼고 대책 회의에 들어온 홍보담당자도 있다. 기자들의 모든 스마트 폰은 녹화 녹취가 가능하한 것들이다. 더 이상 언론이나 기자가 이상해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 핑계를 대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항상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그 문제를 알고 있다면, 고치고 개선하면 더 이상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그 것이 문제인 줄 알면서도 고치고 개선하지 않는 것이다. 위에서 들었던 유형들과 같이 자신이나 자신의 팀원들에게 유사한 문제가 있다면, 당장 고치고 개선하려 노력하면 된다. 제대로 훈련 받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기업이나 조직을 대표하는 홍보담당자의 자세다. 좋은 홍보담당자를 넘어 훌륭한 홍보담당자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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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62017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로비 합법화의 필요충분조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개봉한 영화 ‘미스 슬로운(Miss Sloane)’은 미국 워싱턴 DC의 로비 업계가 주 배경이다. 워싱턴 정책 입안자 사이에서 명성과 함께 악명까지 높은 승률 100%의 로비스트 ‘슬로운’이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업종을 ‘퍼블릭 어페어스 앤드 커뮤니케이션(Public Affairs and Communication)’이라 칭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로비’라 알려져 있는 일을 한다. 대형 로비 에이전시 소속이었던 슬로운은 어느 날 ‘총기 규제 법안’을 무력화 해주길 원하는 클라이언트에 반기를 든다. 그녀는 이내 자신이 다니던 대형 에이전시를 등지고, 작은 규모의 부티크 로비 에이전시로 자리를 옮겨 친정 에이전시와 로비 전쟁터에서 대적한다는 줄거리다.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배경일 수도 있다. 우리 기억을 더듬어 보자. 90년대초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PR에이전시’라는 이름을 들어 본 경영자들은 극소수였다. ‘기업 홍보실’이란 명칭은 들어 보았어도 ‘PR 에이전시’ 또는 ‘PR대행사’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는 분들을 2000년 초에도 만나 본적이 있다. 일부 경영자들은 “기업 내 홍보실이 있는데, 왜 PR대행사를 쓰나요?” 같은 질문을 얼마 전까지도 종종 했었다.

PR대행사도 처음에는 낯설었다

‘로비(lobby)’ 그 자체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로비를 전담하는 에이전시가 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에서 중앙과 지역정부의 정책입안자들(Policy Makers)을 대상으로 하는 합법적 로비가 가능하게 된 것은 1876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하원의 결의로 로비스트들에게 등록을 의무화하면서 본격적으로 로비 업(業)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는 1989년 그리고 유럽연합은 그보다 더 늦은 1996년 로비스트들을 법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물론 미국의 경우 이미 1800년대 초부터도 정책입안자들이 당시 로비스트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부터 상당기간 로비 업계는 전통적인 양대 축으로 유지된다. 정책입안자그룹 (Policy Makers)과 특수이해관계자그룹(Special Interests)이 두 축이다. 정책입안자그룹(Policy Makers)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중앙 및 지방 정치인들, 그들의 보좌관들, 의회 및 정부부처 공무원들을 의미한다. 우리의 일반적 생각보다 로비의 실제 대상은 훨씬 넓고 다양하다.

반대편인 특수이해관계자그룹(Special Interests)은 일반적으로 업종/업계를 대표하는 협회, 노동조합 같은 각종 조합들, 기업들, 비영리단체, 타 내외국 정부기관들, 개인들에 이르기 까지 그 범위나 다양성이 더 크다. 따라서 당시 초기 로비는 대부분이 특수이해관계그룹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 졌다. 이들을 ‘인하우스 로비스트’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운용하고 있는 대관(對官)부서에서 정부관계를 진행하는 형태와 유사하다.

고비용 저효율의 인하우스 로비스트 체계

이렇게 전통적으로 양대 축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로비 업무에는 몇 가지 문제나 어려움이 있었다. 일단 양축 간에 상호간 호의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돈’이 오갔다. 이를 매개로 해서 정책적인 정보들이 비싸게 공유되었다. 그럼에도, 정책입안자와 특수이해관계자간에는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찾아내 정책 개발 업무를 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예를 들어 아동보육 정책에 대한 혁신적 법안을 만들고 싶은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있다고 해보자. 이들이 검증된 전문가들과 준비된 법안 관련 정보들을 입수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을 허비하며 수 많은 특수이해관계자들을 만나야 하는 수고가 필수적이었다. 고비용 비효율적인 시장 구조였다.

그러나 2005년 전후 미국에서 로비 에이전시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환경이 바뀌게 된다. 기존 정책입안자그룹(PM)과 특수이해관계자그룹(SI) 사이에 로비 에이전시들이 들어가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하버드대 윤리센터(Center for Ethics) 2015년 조사에 의하면2005년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 로비 시장에서 업무 점유율은 특수이해관계자그룹의 ‘인하우스 로비스트(한국의 대관부서 개념)’가 55%, 그 외 ‘고용된 총잡이(hired guns)’로 불리는 ‘로비 에이전시’가 45%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 비율이 2006년 43% vs. 57%로 역전 되면서 로비 에이전시들의 업무가 인하우스(對官)인력들의 업무보다 대폭 늘어났다. 그 이듬해인 2007년에는 로비 에이전시의 업무 비율이 약 65%에 이르렀다. 그와 동시에 로비에 사용하는 총 예산 비율을 따져봐도, 2007년 기준 로비 에이전시들이 약 20억불(한화 2조 3천억원)정도의 예산을 점유했고, 인하우스가 그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견제받는 로비 에이전시들의 탄생과 성장

큰 흐름으로 보면 로비 에이전시를 고용했을 때 기존 전통 양대 축 구조의 문제인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기업들이 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차원에서 실시하는 로비스트들에 대한 강한 감시와 규제도 시장 변화에 한 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로비 업계는 예전 양대 축 구조에서 그 사이에 로비 에이전시의 한 축이 더 들어간 3대 축의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전과 같은 정책입안자들은 로비 에이전시들에 대한 상시적 접근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상호간 정보 교류와 준비된 정책자료 지원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정책입안자그룹과 로비 에이전시 그룹간 관계는 지속 발전되어가고 있으며, 때때로 리볼빙 인사(revolving door)가 이루어지는 수준에까지 올랐다. 의원들의 보좌관으로 전직 로비 컨설턴트가 스카우트되어 가거나, 전직 의원이나 관료들이 로비 에이전시에 임원으로 스카우트 되는 경우가 그런 예다.

특수이해관계자그룹은 예전에 직접 정책입안자그룹과 관계를 맺으며 겪었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로비 에이전시를 고용하거나 계약하는 방식으로 대관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로비 에이전시가 클라이언트의 수요와 필요에 기반해 법안 관련 컨설팅, 자문, 대리 업무를 해주고, 정책입안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활동으로 클라이언트로부터 적정한 수수료(Fee)를 받는 구조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아예 자신의 조직 내에 특정 로비 에이전시 컨설턴트들을 고용해 계약 활용하는 곳도 생겨났다. 로비 에이전시는 일반적으로 변호사, PR전문가, 컨설턴트, 전직 의회 및 관료들로 채워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로비스트들이 (부패한) 정치인들과 밀실에서 이야기 나누고, 음주가무를 즐기고, 돈을 건네고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정책에 반영하려 한다고 믿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의 로비 에이전시들을 보면 그들 업무의 대부분이 정책조사, 법안조사, 각종 통계분석, 전략개발, 자료 준비 및 개발 등에 투여된다. 그와 함께 에이전시 고위임원들은 정책입안자들과 특수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연결작업을 위한 컨택과 미팅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기존에 양측이 서로를 찾아 헤매는 수고를 대신 해 덜어주는 고효율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대관의 외주화? 대관에 대한 업무 정의가 먼저다

이제 한국의 최근 환경으로 돌아와 보자. 청와대발 정치권 스캔들이 반년 이상 나라 전체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그 정치적 스캔들에 연루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특성상 기업의 오너들이 청와대와 연결고리 상에 있었다는 의혹으로 직접 수사를 받고, 일부 구속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시점에서 많은 기업들은 한국적 환경에서 대관(對官)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현재 대관 조직을 해산하고, 상당부분은 외부에 맡겨 ‘외주화’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대관 업무를 외주화 하느냐 고민하기 이전에 ‘과연 한국 기업에게 대관이라는 업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가?’하는 직무기술과 그 각각의 정의가 먼저 이루어 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같은 대관 업무들을 그대로 외주화 한다면, 이는 위험의 우회 또는 분산이라는 목적 밖에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 기존에는 기업 고위직 인사들이 수사 받고, 구속 되었다면, 앞으로는 대관 업무를 대행한 개인이나 에이전시까지 수사 받고 클라이언트와 함께 구속되는 정도의 변화 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도 그렇다. 기업을 비롯한 여러 특수이해관계자그룹이 성장하고, 그들의 발전적 제안과 생각들을 충분하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대관 수요를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해서 발전적으로 양성화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고비용 비효율’의 대관 구조로는 특수이해관계자들 또한 제대로 된 의견 전달이 불가능하다. 민주주의 후퇴 또는 미진한 발전이 당연해 진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전통적 로비 업계 구도인 정책입안자그룹(PM)과 ‘일부’ 특수이해관계자그룹(SI)이 양대 축을 이루며, 비밀스러운 고비용, 비효율 구조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더욱 더 수면 아래로 숨어 들게 만드는 정책보다, 이를 응시하고, 실체를 그대로 인정 분석하고, 수면 위에 올려 놓아 올바른 게임의 법칙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늙고 부패한 대관문화를 바꿔야 나라가 산다

허용하되, 견제하고, 감시하고, 규제하면 된다. 로비 활동이 합법화 되고, 로비스트들이 등록제로 정부의 철저한 감시를 받게 된다면, 그 때부터 업계에는 시장의 원리가 작용하게 된다. 전문적인 로비 에이전시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특화된 변호사들과 능력 있는 PR전문가들이 팀을 이룰 것이다. 그들이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상당 수준의 연구와 관계 형성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게 될 것이다. 보다 수준 높은 정책자료들을 우리나라 정책입안자들이 제공 받게 될 것이다. 사회를 위해 필요한 정책 아젠다들은 더욱 더 활발하게 공유될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밀실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오고 가던 돈봉투와 뭉치 돈들도 자리를 잃게 되어야 한다.

‘PR에이전시’라는 낯선 서비스 개념이 한국에 입성한지 30년이 되간다. 그 후에도 몇 십 년간 한국에서 ‘PR또는 홍보’란 ‘피(P) 할 건 피하고, 알(R)릴 건 알린다’는 이야기로 희화화 되었었다. 오랫동안 대기업 홍보실이 언론에 뿌려대는 거대한 예산을 기반으로 홍보라는 업무가 굴러 갔었다. 기자와의 관계도 대기업 홍보실은 밀실에서 뿌리를 내리고 성장 유지시켰었다. 그런 환경에서 ‘PR에이전시’는 말 그대로 이방인이었다. “예산도 없고, 밀실작업도 못하는 회사가 무슨 홍보를 한다고 하나?’라는 비판을 수십 년간 받았었다.

그러나 현재를 보자. PR에이전시들은 국내 언론관계 전반의 투명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예산이나 밀실에서의 속삭임으로 진행되던 한국의 홍보를 전략과 메시지로 상당 수준 대체 시켰다. 더 이상 젊은 기자들은 기업이나 홍보대행사들에게 ‘갑’으로 접대 받거나, 밀실로 자신을 유도해 주길 원하지 않게 되었다. 좋은 기사 거리를 다양하게 적시에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PR에이전시를 찾게 되었다.

PR에이전시가 활성화 되면서 한국 언론관계 토양이 양질화 되었다. 우리의 늙고 부패한 대관도 이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기존과 같이 방치되면 안 된다. 더 이상 수사 받고 구속 될 날을 기다리며 담장을 걷는 대관 실무자들이 존재하면 안 된다. 일부 대기업만 독식하는 정책입안자들과의 밀실 문화도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제대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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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7편] 좋은 대변인은 어떻게 구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도 이제 어느 정도 성장을 해서 언론으로부터 점점 많은 취재 요청을 받고 하는데요. 홍보임원이나 팀장급을 겸해서 대변인 형태의 포지션을 구하려고 합니다. 대표이사인 저를 대신해 언론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업무를 할 텐데요. 좋은 대변인은 어떻게 구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홍보역량은 일단 기본으로 하고 대변인으로서의 역량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부나 공공기관 또는 정당 단체 등에서는 그 대변인이라는 공식 직함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대부분 말씀하신 대로 홍보임원이나 팀장이 회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실상 대변인으로서의 업무는 모두 같다고 보셔도 됩니다.

기본적으로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직원은 첫째로 일정기간 이상 ‘대언론 관계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던 자이어야 합니다. 언론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언론과 일상적으로 장기간 대화 해 본 경험을 보유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대변인 역할을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대언론관계 경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둘째로, 정무 또는 여론감각을 지닌 자이어야 합니다. 언론과 장기간 관계를 맺었다고 해서 모두가 여론을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을 넘어 여론의 방향을 읽고 이에 따라 언론에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전략적 시각을 보유해야 좋은 대변인이라고 봅니다. 자사의 이야기를 전달만 하는 자는 절대 좋은 대변인이 아닙니다.

셋째로, 전문적인 훈련을 여러 번 거친 실무자이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가장 부족한 점인데요. 쉽게 말해서 국내 대변인들은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 타입이 많습니다. 직접 기자들과 스킨십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겪고 그 자리에 있는 대변인들의 수가 많다는 것이죠. 물론 그들의 역량과 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에도 점차 제대로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이를 필드에서 반복 경험하며 성장한 보다 균형 잡힌 파이터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변인이 되기 위해 스스로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에 직접 질문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것입니다. 대표이사가 좋은 대변인을 키운다는 마음입니다. 좋은 대변인을 만들고 싶다면, 고용한 준비된 대변인을 항상 옆에 놓고 상호간에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십시오. 조직이나 사람을 대변(代辯) 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하여 그의 의견이나 태도를 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이나 대표이사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구체적인 메시지를 외부로 전달하기 원하는지를 완전하게 알고 있어야 대변이 가능합니다. 외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술이나 전략 등은 그 다음입니다.

그런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표이사 스스로 항상 대변인에게 원하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대변인으로부터 정제된 메시지를 재청취하고, 각각을 토론하면서 상호간 많은 공감대를 이루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예전 어느 광고에서처럼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주장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주장입니다. 대표이사 스스로 말을 많이 해야 대변인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외부로 정제된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경험 많은 대변인을 뽑아 놓으면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자만하는 대변인이 자기 생각대로 기업의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부 경험 있는 대변인들 중에는 현란한 애드립으로 이슈를 넘기는데 익숙한 대변인도 있습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논리로 언론을 설득하는데 치중하는 대변인도 있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내부 충성에만 치우쳐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열심인 대변인도 있습니다. 심지어 내부적으로 공유 받은 메시지가 없기 때문에 메시지의 전달보다는 이어지는 스킨십으로 대변인의 역할을 스스로 규정해 버린 대변인도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먼저 대변인과 대화하십시오. 대변인에게 질문하십시오. 대변인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십시오. 언론을 통해 자신의 회사가 어떤 기업으로 이해 받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십시오. 그렇게 되기 위해 회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변인에게 자문 얻으십시오. 이런 끊임없는 노력이 ‘외부에서 볼 때 훌륭한’ 대변인을 만듭니다. 반대로 나쁜 대변인은 그런 내부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입니다. 기억하십시오. 대표가 대변인을 키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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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2011 Tagged with , , , , , , , , , , 3 Responses

최근 기업 위기관리 전략에 적극성 강화 현상: M과 S사 케이스

우유제조업체인 M사의 최근 논란에 대해 위기발생 초기부터 M사는 Not Guilty 및 High Profile전략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회수조치에 대한 빠른 대응도 눈에 띈다.

결국 M사는 국내 다른 조사기관들 여러 곳을 통해 동일한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로 안전성을 공히 인정받게 된다. 이에 대한 결과 또한 high profile전략을 통해 강하고 일사불란하게 전달하고 있다.

기존 많은 기업들이 위기 발생 초기 not guilty를 주장하면서 high profile 대응을 하고서는 후반부에 들어서 말꼬리를 흐리거나, low profile전략(우리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더 떠들어서 뭐 좋을 게 있나하는 내부 분위기 변화에 근거)으로 급선회하는 사례들을 볼 때 확실히 다른 강력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국내 기업으로는 아마 최초 일 것으로 보이는 (혹시 이전 유사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CEO가 직접 해명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출연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활동까지
진행 했다.

 M사의 CEO 동영상고객님께 드리는 편지

이 또한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온라인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벤치마킹 한 아주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식품회사인 S사의 위기관리의 경우도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보인다.

S사가 Not Guilty를 주장한 위기 사례에 대해서는 끝까지 신속하고 일관된 high profile전략을 고수하면서 전략적 대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S사는 자사와 특정종교간의 루머를 퍼뜨린 네티즌에 대한 고소를 통해 법정의 판결을 받아냈다. 또한 이물질 식빵 자작극을 통해 자사에게 피해를 입힌 경쟁업체 운영주에게도 고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이 두 회사의 위기관리에 있어 우리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두 회사 공히 상당히 빠르고 정확한 상황분석을 실행했다는 점이다. 언론 노출 이전에 이미 핵심 사안에 관한 상황분석과 확인을 끝내고상당 수준의 확신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었던 게 성공적 위기관리의 요인이었다.

이전 많은 다른 기업들이 언론 노출직전까지 상황파악과 원인규명에 실패하거나 시기를 놓쳤던 부분과 상당히 비교된다.

또한 이 두 회사는 상당히 일관된 전략적 포지션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포지션이 흔들리거나, 하이 프로파일과 로우 프로파일간에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했다.

마지막으로 이 두 회사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상당히 도전적 실험들을 진행했다. CEO의 해명동영상 제작과 게시 (물론 소극적인 확산 전략이었지만)가 눈에 띈다. 블랙 컨슈머에 대한 강력한 (보기 드문) 법적 대응으로 향후 발생 가능한 유사사례를 방지하려는 노력 등은 크게 살만하다.

딱 한가지, 이상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두 회사의 전략적 대응과 활동이 하나로 합쳐지면 어떨까 한다. CEO 리더십과 전략적 법적 조치가 하나로 합쳐지면 not guilty & high profile 전략이 좀 더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 (물론 이 결정은 여러 가지 관계 측면에서 고려해야 했겠지만) M사의 경우 불완전한 조사결과와 성급한 발표로 상당부분 자사에 임팩트를 입힌 해당 조사기관에 대한 더욱 강력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지 않았나 한다. S사의 경우에는 반대로 그러한 강력한 법적대응과 리더십이 온이나 오프를 통해 CEO 커뮤니케이션으로 전달되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업그레이드된 위기관리 활동들과 전략들이 목격되어 매우 고무적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더 잘 개발된 전략을 가지고 일관적으로 다양한 노력들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다. 기존 위기관리를 위한 언론관계중심 시각에서 몇 발자국 더 나아간 것 같아 흥미롭다.









4월 262010 Tagged with , , , , , 2 Responses

트위터나 블로그를 읽지 않는 다는 증거: 문화체육관광부

문광부 관계자는 “종이로 된 자료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읽기 편하고, 앞으로 이런 단말기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여러대의 단말기 중 아이패드를 먼저 권해드렸다”며 “사전에 이같은 논란이 있을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논란이 일어 방통위 쪽에 먼저 문의를 했고 연구 시험용 아이패드를 사용한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뉴스]

 

소셜미디어를 하면서도 소셜미디어를 듣지 않고 있다(Never Listen) 생각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장관이야 워낙 업무가 과중하고, 소셜미디어 들여다 볼 시간이 없어 현재아이패드라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소한 언론관계를 담당하면서 해당 기자간담회를 관리했던 담당자들은 알았어야 했다. 여러 단말기 중 아이패드를 선택했다니 전혀 아이패드 논란에 대해서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트위터상에서 단 한시간만 대화를 듣고 있어도 아이패드의 국내 사용이 불법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고, 그런 규정들에 대해비판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들을 여기 저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는 거다. (나도 트위터에서 최초 아이패드 이슈를 접했다)

언론관계 담당이면 소셜미디어를 듣거나 읽지 않아도 된다? 그건 아니다. 왜 홍보팀에 언론관계와 소셜미디어가 갈려야 하나? 왜 언론담당들은 소셜미디어상의 논란을 알 필요가 없고, 왜 소셜미디어 담당들은 기자들이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지 들을 필요가 없나?

일반기업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출입기자들을 담당하는 홍보담당자들중에 블로그나 트위터에 관심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 언론관계 담당 중 CEO나 오너께서 트위터를 하시는 기업에서만 일부 모니터링만 하는 듯 하다. (그 분만…)

그들에게 소셜미디어는 IT복잡하고젊은 친구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알 바 아니다. 조선일보는 읽으면서 클리핑 해야 하지만블로그에서 떠도는 이슈들은 소셜미디어 담당자들이 관리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어떻게 언론관계 담당자라고 모든 이슈들을 다 알 수 있고, 다 알아야 하느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목격했지만…소셜미디어상 목소리를 최소한도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이제부터 언론관계 담당자라도 트위터 30~한시간씩만 모니터링 할 것!

 

3월 252010 Tagged with , , , , 10 Responses

언론관계팀과 소셜미디어팀 : 동병상련

요즘 소셜미디어를 기업 내에서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을 만나보면 언론관계 담당자들이 수십 년간 겪어왔던 고독과 아픔들을 한꺼번에 겪고 있어 보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지만인하우스에서의 위치라는 것에 대해 어떤 회사가 우린 자유롭다 할 수 있을까?

수십 년간 이어져 내려온 언론관계팀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생긴지 얼마 되지 않는 소셜미디어 담당자 또는 담당팀에 대한 회사내부의 생각들. 유사점이 더 많아 아프다.

언론관계팀과 소셜미디어팀간의 동병상련 포인트들:

언론관계팀 : 나이 먹으면 못한다. 체력이 안되고, 일단 기자들과 힘들게 아웅다웅 해야 하는 게 점점 힘에 부치게 된다.

소셜미디어팀: 이것도 나이 먹으면 못한다. 일단 이해가 안되고, 낯설기만 하다. 소셜미디어로 생전 안 만나던 개인들과 대화하는 게 영…어색하다.

언론관계팀: 회사내에서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들’로 평가된다. 항상 사람들이 언론관계 담당자를 만나면 ‘나는 그런 일 하라 그래도 못해’한다. 기분이 좋아야 하는지 나빠야 하는지 모르겠다.

소셜미디어팀: 회사 내에서 ‘인터넷 좋아하고, 키보드로 수다떨기 좋아하는 사람들’로 평가된다. 항상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담당자를 만나면 ‘나는 하라 그래도 못해’한다. 기분이 아리송하다.

언론관계팀: 나쁜 기사가 하나 나오면 회사 사람들 다 한마디씩 한다. 기자관리를 왜 그 따위로 하냐, 기사를 못 막으면서 왜 회사 다니냐, 왜 인터뷰를 했느냐 …손가락질 한다. 평소에는 관심 없다.

소셜미디어팀: 나쁜 이슈가 한방 터지면 회사 사람들 다 한마디씩 한다. 왜 파워블로거 관리를 그 따위로 하냐, 블로그 포스팅 하나 끌어 내리지 못하면서 왜 회사 다니냐, 왜 그 따위로 트위터를 했냐…이메일한다. 평소에는 우리 회사 블로그가 있는지도 모른다.

언론관계팀: 회사 오너분이나 CEO께서 항상 이렇게 이야기 하신다. “홍보팀은 회사 잘되게 하는 방법 딱 하나야. 기자들 잘 관리하고, 나쁜 기사 안 나오게 하고, 돈 아껴 쓰면 되…” 그리고 홍보실 인력이 모자라면
이러신다. “술 잘하는 친구 몇 명 홍보팀으로 보내!”

소셜미디어팀: 회사 오너분이나 CEO께서 항상 이렇게 이야기 하신다. “소셜미디어팀(가끔은 ‘인터넷 하는 직원들’)은 회사 잘되게 하는 방법 딱 하나야. 블로그 (또는 가끔 ‘인터넷’)에 글 쓰는 친구들 잘 관리하고, 이상한 글 못 올리게 하고, 돈 아껴 쓰면 되….” 그리고 소셜미디어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하면 이러신다. “사내에서 인터넷 좋아하는 친구 좀 활용해”

언론관계팀: 전사적으로 ‘회사의 꽃은 영업이다’ 라고 한다. 언론관계는 회사를 위해 뭐 하는 게 있냐 한다. 접대비나 쓰는 부서란다.

소셜미디어팀: 전사적으로 ‘회사의 꽃은 영업’이다 라고 한다. 소셜미디어팀은 회사를 위해 뭐 하는 게 있냐 한다. 하루 종일 인터넷으로 수다만 떨고 있는 부서라 한다.

언론관계팀: 예산 없으니 아껴 쓰란다. 접대비 줄이란다.

소셜미디어팀: 예산 없으니 아껴 쓰란다. 블로그 동영상 같은 거 제작 하지 말란다.




언론관계 수십 년간 수 많은 선배들이 전장의 이슬로 사라져 갔어도 대우나 평가는 지금과 같다. 소셜미디어는 제발 언론관계와 같은 사내 평가나 대우에서 조금 더 나아지거나 자유로워 졌으면 한다. 그게 소셜미디어 1세대가 기업 내에서 자리 잡아 놓아야 하는 숙제가 아닐까 한다.

3월 252010 Tagged with , , , , , , , , , , 2 Responses

소셜미디어, 애드립 아닌 팩트로 이야기하자:토요타 & 네슬레



최근 들어 소셜미디어를 위기관리의 효과적 도구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소셜미디어상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고, 상당히 중요한 분야로
부상하고 있어 흥미롭다.

소셜미디어상에서 미국 토요타와 네슬레의 최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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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가 팜오일 위기로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모습

Insights:

소셜미디어 관리자의 열정에 찬 애드립은 볼 수 없음. 일부에서 소셜미디어를 기업이 인간화 되는 하나의 툴로서 생각을 하는데, 위기시에는 분명히 이런 과정에 제약이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 또 하나, 애드립은 결코 평시에나 위기시 인간화의 한 방식은 될 수 없음. 위기시 소셜미디어 운영자의 애드립은 ‘위기잡담’을 양산할 뿐

사실과 근거에 대한 링크를 매우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음. 상당한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업데이트 능력을 엿볼 수 있음

오프라인에서 기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official statement 메시지 그리고 톤앤매너와 거의 동일한 모습을 보임

상당히 발달된 홈페이지 뉴스룸과 각종 데이터 및 제3자 인증정보들을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느낌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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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페이스북에서 리콜 및 급발진 관련 이슈에 대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습

Insights:

토요타의 경우 네슬레 보다 더욱 간결한 단문 위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음.

그러나 사실과 근거 및 정보에 대한 링크는 더욱 더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음. 토요타의 발전된 온라인 뉴스룸은 십여년의 전통을 가짐

기존 동영상, 뉴스룸, 기고문, 조사결과, 공인기관 리서치, TV인터뷰 등등을 아주 입체적으로 활용

논란을 정보로 압도한다는 느낌을 토요타와 네슬레로 부터 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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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가 트위터상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모습













트위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과 근거에 대한 링크가 항상 반복되고 다양하게 제공된다. 트위터에서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트위터를 통해 이야기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위기시 소셜미디어를 소셜라이징의 도구로 보기 보다는 미디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들이 좀 더 많아 지길 바랍니다. 소셜미디어가 과연 위기시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충분한 마당을 제공하는가 하는 부분. 기술적인 부분과 각 서비스들의
인터페이스부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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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트위터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모습


토요타의 관련 정보 링크들을 한번 보자. 상당한 데이터 베이스다. 평상적인 대화의 톤앤매너와 위기관련 대화의 톤앤매너를 한번 비교해 보자.

트위터 대화를 보면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팀으로부터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들을 들을 수 있다.

“We are taking every incident seriously & actively
listening to the many conversations about the recall.




“We presented the facts/findings from our team. It’s
about setting the record straight.



상당히 부러운 실무 철학이다.

결론

소셜미디어 위기관리를 시스템화해서 대응하라.

애드립이 아닌 사실과 근거 그리고 정보로 승부하자


그러기 위해 평소 대응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정성껏 관리해 놓자.


관련 소셜미디어와 홈페이지 뉴스룸에도 활용 가능한 정보들을 사전 구축하자.


위기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와 톤앤매너는 동일하게 관리하자.

평시와 위기시 소셜미디어상의 인간화 방식은 당연히 차별화 되야 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팀 또한 언론관계를 하는 일선의 팀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자.

언론관계 담당자들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듯이, 소셜미디어
실무자들도 가능하다면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가 되면 좋겠다.






1월 292010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PR에 대한 불편한 진실 캠페인

An Inconvenient PR Truth from RealWire on Vimeo.











PR에 대한 불편한 진실. 캠페인이라고
하는데 흥미롭다. 우리나라는 조금 덜한 듯 하지만, 영국이나
미국은 관계 없는 기자에게 보내는 별 의미 없는 보도자료들이 그렇게 많은 가 보다.

그래도 퍼블리시티와
언론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이 선진국이다. 효율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말이다.

3월 132009 Tagged with , , , , , , 2 Responses

아직 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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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정부가 외신을 상대로 ‘한국 제대로 알리기’에 나서면서 FT의 목소리도 바뀌었다. 10일자 3면에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카메라 앞에서 쇼하는 동안 개혁법안은 쌓여 간다’는 기사로 한국 정부의 어려움을 소개했다. 7일자에는 “한국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이 친환경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칭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외신에도 꾸준히 홍보를 하니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기사가 나오지 않느냐”며 홍보 관련자들을 격려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중앙일보]

외신대상 홍보와 관련해서 자꾸 딴지를 건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언론관계는 ‘Done’이 있을 수 없다. 항상 ‘Doing’이다. 그래서 언론관계 실무자들이 매일 매일 공허한지도 모른다. 정부에서 최근 FT의 한두가지 긍정적 기사들에 고무된 듯 하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말씀 하신 것과 같이 ‘꾸준히’하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흔히 기업들도 한두건 치고 빠지는 수준에서 자신들의 퍼포먼스에 자위하고는 하는데, 언론관계의 근본은 ‘좋은 뉴스 꺼리’를 ‘끊임 없이’ 제공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려는 노력’에 있다. 과연 우리정부가 외국언론들에게 진정한 서비스맨십과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현재 가지고 있는지를 이상황에서는 좀더 신중히 점검하고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 결과물 일부에 감동하기는 이르다는 이야기다.


9월 01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커뮤니케이션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IR팀장은 “중요한 이사회 결의 사항에 대해 특정 애널리스트에게 미리 정보를 준다면 이는 공시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당당하게 해명했다.


론 IR팀장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두산의 책임이 없지는 않다. ‘아직 이사회에서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과
‘사실 무근’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에도 “사실 무근”이라고 답한 것 자체가 한편으로는 의도된
거짓말이다.


또 그간 회사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더라면 증자 가능성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었겠지만, 모두가 “너무 갑작스럽다”고 느낄만큼 회사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두산의 일방적인 발표만을 들어야했던 시장의 실망은 그래서 더 컸다. [이데일리, `두산과 시장` 그리고 소통]

항상 IR 담당자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이 분들은 상당히 타이밍에 대한 엄격함과 공시법에정해진 규제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 만큼 메시지의 정제(refine)에는 품을 덜들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시를 하더라도 정해진 문구에 상황을 대입시켜서 기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곤 한다. (물론 이것이 공시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일단 지금 두산에 대한 불만은 애널들의 직접적인 불만이 제일 크다. 언론 관계(MR)로 보면 기자들의 불만인 셈이다. 애널들은 두산이 ‘거짓말’을 한다고 믿는다. 위의 기사에서도 유상증자에 대해 바로 몇 분전까지도 ‘사실무근’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는 거다. 기자는 이에 대해 ‘아직 이사회에서 결정되지 않았다.’고 커뮤니케이션 했었으면 더 나았지 않았을까 제안을 한다.

이런 입장은 언론 관계 담당자에게도 공히 해당되는 딜레마다. 사실 위의 두가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유상증자 발표 후 떨어지는 주가를 치받쳐 줄 핵심 메시지도 둘다 아니다. 갑작스러움을 반감 시킬 효력도 없다. 단, ‘사실무근’이라는 강력하고 단정적인 메시지는 애널에게 ‘거짓말’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을 사후에 일으키기에 충분한 표현이었다는 거다.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표현등으로 단언적 표현을 완화했다면 애널로 하여금 최소한 ‘배신’의 느낌을 주지는 않지 않았을까. 최종결과는 같더라도 애널들을 화나게 하는 부작용은 더해지지 않았을 것 아닌가 생각한다.

IR 담당자들께서는 이에 대해 ‘뭐 그리 대수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언론관계 관점에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