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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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기고문]미디어트레이닝? 홍보담당자들이 먼저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자는 훈련되어 있다. 일정 기간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훈련을 기반으로 매일 매일 취재를 하며 취재원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기자는 질문하는 자다. 그들은 숙련된 전문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맞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어떤가?

대부분의 기업이나 홍보대행사에서 홍보를 처음 시작하는 홍보담당자 중 기자처럼 상당기간 훈련 받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 어깨 넘어 일을 배우거나 또는 선배를 따라 다니며 받는 개인적인 사사가 전부다. 그 중 상당 부분이 네트워크 형성에 관련된 의전이나 형식이다.

기자가 질문하는 자라면, 홍보담당자는 답변하는 자다. 매일 매일 취재 일선에서 마주치면서도 질문하는 기자는 훈련 받은 자임에도, 답변자는 훈련 받은 자가 아니라는 점은 큰 아이러니다. 홍보담당자들 스스로 자신을 전문가라고 칭하기에 겸연쩍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때문이다.

일부 홍보담당자들은 실무를 시작하면서 홍보교육을 받으러 다닌다. 보도자료 작성을 배우고, 홍보기획서 작성을 공부한다. PR의 정의와 언론관계 기술에 대해서 배운다. 일부는 특수대학원에 진학해서 PR을 공부하고 학위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공부가 실무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또 상당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반면 실무에 도움이 되는 ‘훈련’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낯설어 한다.

훈련된 기자와 매일 커뮤니케이션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과연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가? ‘대변인 훈련’과 같이 수준 높은 훈련 과정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기본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일선에서 홍보실무자들의 기자 커뮤니케이션 실행을 자문하면서 발견한 일반적 유형들을 정리해 본다. 이런 식으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하루 빨리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 자신은 물론 회사와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첫 번째 유형, 기자와 대화를 함에 있어서 너무 캐주얼 한 스타일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들은 대부분 시니어급이다. 종종 기자와의 통화 초기와 말미에 친근함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한다. 편하게 좋은 형이나 동생으로서 기자에게 각인되는 스타일이다.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고, 일부 기자들은 그런 친근한 스타일로 해당 홍보담당자를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기자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런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가진 홍보담당자는 스스로 ‘모드 변경’을 어려워한다. 평소에 친근하고 구수하기만 했던 자신이 이슈가 발생 했다고 차갑고 딱딱해지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잠시 망각 하곤 한다. 캐쥬얼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이슈를 둘러 댄다. 부주의 하게 취재하는 기자에게 작은 퍼즐 쪼가리를 선물한다. 큰 그림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지만, 좋은 형이나 동생인 기자가 그냥 알아서 감안해 기사를 써 줄 것으로 믿는다.

일부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는 부정 이슈 시에도 기자와 서로 ‘마음이 통하면’ 이슈를 관리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친한 기자에게 모른다고 이야기하거나, 오리발(?)을 내밀고 어떻게 다시 그들을 보겠냐 한다. 사실을 그대로 말해 주어도 친한 기자니 알아서 처리 해 주곤 한다 자랑한다.

상당히 위험한 유형이다. 기자에게는 “좋은 홍보인” 또는 “좋은 대변인”으로 각인되는 것이 “좋은 사람”으로 각인 되는 것보다 영예로운 일이다. “OOO홍보 상무? 사람만 좋지 뭐…” 이런 평가는 경계해야 한다.

두 번 째, 기자들의 심각한 취재에 대응한 경험이 적은 스타일

이런 유형들은 대부분 자신이 모르는 기자에게 급격히 약한 모습을 보인다. 출입기자들과는 상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았지만, 갑자기 경찰이나 검찰 출입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긴장 하는 유형이다. 출입기자들과는 관심사가 달라서 그들과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는지 막막해 한다.

반대로 일부는 출입기자들과 하듯이 캐쥬얼 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대충 대충 얼버무리기도 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의 발언도 하며 그냥 넘기려 한다. 낯선 상대 기자가 그 부분을 꼬투리 잡아 지속적으로 질문을 하면, 부담을 느끼고 뒤로 빠지려 한다. 자기가 어떤 부분에 대해 설명을 잘 못 했는지 모른 채 기자가 좀 무례하구나 생각한다.

가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공격적인 기자의 질문이 들어오면 “보통 기자들은 이런 식으로 질문 안 합니다” 또는 “기자들이 이렇게 까지는 안 하죠?” 묻는 홍보담당자들이 있다.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 ‘발생 할 리 없다’ 또는 ‘그럴 리 없다’ 생각해서는 나아짐이 없다.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들은 기자로부터 “경험이 적은가 보다” “원래 홍보하던 선수가 아닌가 보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또한 경계해야 할 평가다.

세 번 째, 기자와 항상 거리를 두려는 스타일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들은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다분히 사무적이다. 그렇다고 차갑고 무례하게 기자를 대하지는 않는다. 때대로 살갑게 그리고 부드럽게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한 내용을 교환 할 때나 부정적인 취재 응대 시에는 상당히 거리감을 내세운다.

“그 내용을 저희가 기자님께 알려드려야 할 의무가 있나요?” “제가 그걸 왜 기자님께 답변해야 합니까?” “기자님이 잘 모르고 취재하시는 것 같은데요. 저희가 소송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딱딱하게 응대한다. 일단 이런 유형의 홍보담당자는 기자에 대한 편견이 있다. 기자가 뭔데 함부로 회사나 조직의 문제에 대해 비판을 하고, 사업상 피해를 입히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기자들과는 친해져 봐야 필요 없다 생각한다. 정기적으로 광고나 협찬 정도의 처리만으로도 홍보 업무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언론사에 따라 기자를 대 놓고 차별한다. 부정적인 취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 코멘트나, 무시, 법적 대응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기자와의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리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이런 유형들은 기자들로부터 “개념이 없다” “언젠가는 혼 좀 나야 할 사람” “저 사람 때문에 그 회사가 안 된다” 등등의 평가를 받는다. 당연히 회사에게 득이 되는 홍보담당자는 아니다.

네 번째, 원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전략에는 약한 스타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기자에게 하는 경우다. 불필요한 이야기를 기자에게 계속 하기도 한다. 말에 사족이 많고, 애드립이 난무한다. 평소 취재 때는 홍보담당자가 자세하게 여러 이야기를 해 주어 기자들이 재미있다고 한다. 때때로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안되고, 약간은 기사 쓰기에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감은 주는 취재원이다.

부정 이슈가 발생해도 그 습관은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 있는 식품에 대해) 먹어도 안 죽어요” “그건 말도 안 되는 X소리라니까” “생각해 보세요,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도 이렇게 하겠어요?”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뭐 자선사업 하나?” “그렇게 건강을 신경 쓰는 분이 아이들에게 그런걸 먹여요?” 이런 식으로 전략 없이 이야기 한다. 기자는 물론 제3자가 들어도 황당한 이야기들이 바로 이런 홍보담당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들이다.

내가 못할 말을 했나? 내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잖아?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알고 나면 이게 사실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야. 이런 식으로 사후에 자신을 합리화 하려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나름대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믿는다. 홍보담당자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시각이다.

기자들은 이런 홍보담당자들을 보고 “참 특이한 양반” “말을 함부로 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찌르면 항상 무언가 답을 준다”는 평가를 한다.  회사측 시각으로 보았을 때 이 보다 위험한 홍보담당자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유형으로,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지 못한 채 커뮤니케이션 하는 스타일

대부분 주니어 홍보담당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의외로 시니어 홍보담당자들 중에서도 일부 이런 유형이 있으니 문제다. 기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압도할 정도의 정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그에 대한 사전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일부 또는 전부 부족한 유형이다.

대외비라서 모르는 척하거나,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고 있음’이라는 모습을 풍기지만, 실제로는 해당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로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는 말만 한다.

일부는 알고 있어도 상당히 피상적인 정보만 가지고 있어서, 기자가 깊이 있는 질문을 하고 들어오면 바로 개인적인 애드립으로 대충 모면을 한다. 하나의 이슈에도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관련되어 있고, 해당 이슈가 법적으로 여러 다툼의 여지가 있고, 여론의 관점에서도 민감한 내용이 걸쳐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도 자신이 가진 피상적 이해와 관점으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런 경우 해당 홍보담당자의 사내 위치는 최고 의사결정자들과의 거리가 있다. 그들이 결정한 세부적인 논리와 지시 사항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슈 대응을 위한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기자와 약속된 중식 시간을 보낸다. 이후 대책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아래 팀장에게 브리핑 받아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나선다. 당연히 충분한 소화가 없다.

기자들은 이런 홍보담당자 유형을 “똑똑하지 못한 분” “회사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 “별로 답이 안 나오는 양반”으로 평가한다. “왜 모르면서 말을 해요?”하고 기자로부터 불만을 듣기도 한다. 홍보담당자들이 경계해야 하는 습관이다.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고, 공적인 커뮤니케이션까지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꼭 좋은 홍보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언제나 완벽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적인 홍보담당자라면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기자가 훈련 받고 공부하는 것만큼 홍보담당자도 훈련 받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소위 말하는 ‘건전한 긴장관계’가 형성 될 수 있다. 물론 기자들도 다 같은 기자가 아니라고들 말한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훈련 받지 못했고, 공부하지 않는 기자들이 많다는 지적도 한다. 만약 그들이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홍보담당자들은 더욱 더 훈련 받고 공부해야 한다. 홍보담당자는 기업이나 조직 그 자체다. 평시와 위기 시 기업이나 조직의 입의 역할을 하니 그렇다.

개인적인 생각은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홍보담당자의 커뮤니케이션 주제가 절대 아니다. 홍보담당자는 공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자신이 대표하는 기업이나 조직의 생각과 메시지를 공적인 채널을 통해 전달하는 임무를 가진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누구에게도 자연스럽지 않다. 평생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해 성장해 온 성인이기 때문에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낯선 것이 당연하다. 이 것이 따로 훈련 받아야만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이유다.

더 이상 전략적이지 못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고 나서 언론이나 기자를 욕하는 습관을 버리자. 예전 같으면,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나서 그에 기반한 기사가 나면 사내에서는 기자에게 손가락질을 했었다. “제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그 기자가 소설을 썼습니다” “기자가 제 말을 잘 못 알아 들었나 봅니다” “저는 기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부주의 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부정적인 기사가 나왔던 상황을 경험한 홍보담당자들은 보통 이런 핑계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핑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대부분의 민감한 취재 내용은 상호간에 녹취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꺼져있는 듯한 TV 취재 카메라는 책상 위에 놓여 계속 녹화 녹취를 하고 있다. 자기 양복 깃에 달려 있는 취재용 핀마이크를 끼고 대책 회의에 들어온 홍보담당자도 있다. 기자들의 모든 스마트 폰은 녹화 녹취가 가능하한 것들이다. 더 이상 언론이나 기자가 이상해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 핑계를 대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항상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그 문제를 알고 있다면, 고치고 개선하면 더 이상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그 것이 문제인 줄 알면서도 고치고 개선하지 않는 것이다. 위에서 들었던 유형들과 같이 자신이나 자신의 팀원들에게 유사한 문제가 있다면, 당장 고치고 개선하려 노력하면 된다. 제대로 훈련 받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기업이나 조직을 대표하는 홍보담당자의 자세다. 좋은 홍보담당자를 넘어 훌륭한 홍보담당자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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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1편] 로펌에서 언론 대응하지 말라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장님과 회사 관련해 일부 내부 고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수준으로 사실확인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로펌 자문을 얻어보니 그냥 조용히 언론에 대응하지 말라 하더군요. 회장님께서도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 질것이라고 하십니다. 어떻게 해야죠?”

 

[컨설턴트의 답변]

제가 이해하기로 현재 그 내부고발성 이슈는 추후 법적 판단까지 준비해야 하는 민감한 이슈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언론으로부터 더욱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실 것이고요, 정부 규제기관이나 시민단체로부터도 다양한 개입이 예상되는 이슈로 보입니다. 물론 고객이나 직원 등의 여러 이해관계자들도 그 이슈에 큰 관심을 나타낼 것입니다.

만약 로펌이 정확하게 ‘언론에 대응하지 말라’ 조언 했다면,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소송전략상으로 회장님이나 회사가 논란에 대해 사전에 왈가왈부 않는 것이 더 결과적으로 이로운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너무 자세한 내용들이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목적으로 흘러 나가게 되면, 규제기관들의 추가 개입이 있을 수 있으니 커뮤니케이션을 자제하라는 요청일수도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전략적 침묵’을 조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당연히 그 이유는 확인해 보셔야 하겠습니다.

한가지 그에 더해 내부적으로 점검하셔야 할 것은 과연 법적 최종 판단을 받기 까지 자사가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압력을 감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수개월에서 수년 후로 예상되는 최종 법적 판단까지 ‘침묵’만으로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위기관리를 종종 사각의 링에 올라간 권투 경기로 비유하곤 합니다.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라는 엄청나게 강한(?) 상대의 다양한 공격에 맞서 싸우는 선수를 회장님과 회사라고 비유해 보시죠. 법적 판단이라면 이는 곧 최종 라운드인 12라운드 이후에 내려지는 판정을 의미할 것입니다.

현재 질문해 주신 회사의 상황은 겨우 1라운드를 시작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앞으로 11개의 추가 라운드가 남아 있습니다. 그 이후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남아 있는 모든 라운드 내내 KO당하지 않고 견뎌내야 합니다.

중간 중간 쓰러져 카운트를 받더라도 절대 KO는 당하지 않고 견뎌야 합니다. 그로기 상태가 12라운드 동안 지속된다 해도 일단 KO는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어느 정도 있어야 최종 판정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위기관리 12라운드를 견디기 어려워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최종 라운드까지 가더라도 긍정적인 판정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유효한 펀치를 지속적으로 날리며 상대방에 맞서면서 12라운드를 이끌고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링 밖의 코치가 이렇게 주문 합니다. “어차피 체력적으로 우리가 승산이 있으니 펀치를 날리지 말고, 상대방 주먹을 피해 다니기만 하세요” 다양한 펀치를 날리는 무서운 상대를 피해 다니면서 경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피하는 와중에도 유효한 여러 펀치들을 두들겨 맞게 될 것입니다. KO패 당하지 않으려 애 쓰지만, 여러 번 눈 앞이 아찔해 지기도 하겠죠.

이런 경우 그렇게 기대하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좋은 결과를 기대하려면 12라운드 기간 동안 열심히 전략적으로 맞서 대응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상대방으로부터의 무수히 많은 펀치를 맞고도 견뎌낼 수 있는 맷집도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 ‘위기관리 실행’없이 12라운드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모해 보이지요?

맞습니다. 비록 로펌의 조언이 ‘무시와 무대응’이라 한다 해도, 최소한 유효한 커뮤니케이션 실행은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필요합니다. 최근 여러 케이스들을 보면 여론의 법정을 무사히 지나가기 위한 노력 없이 법정으로 바로 들어가는 기업이나 셀러브리티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론의 법정에서 무참하게 패배한 기업이나 셀러브리티가 실제 법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론의 법정과 실제 법정은 다르다. 실제 법정은 여론의 재판결과에 영향 받지 않는다”고 법조인들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 경험 해 보시면 알게 됩니다. 여론의 재판이 얼마나 혹독한지, 그리고 실제 법정에서 여론의 재판 결과에 반한 판결이 났을 때, 자사가 아무렇지 않게 바로 회복 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위기관리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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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VIP위기관리,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오너가 촉발시키는 ‘사회적 공분(公憤)’은 왜 이렇게 자주 발생할까? 그리고 왜 그렇게 끊이지 않을까? 기업의 리더라면 사회적 명성을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이 항상 조심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게 되는데, 왜 그런 문제들이 생기고, 바로 사회적 공분으로 연결되어 불과 며칠 만에 파국으로 결론 나 버릴까?

그 이유들 중 하나로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바뀌었다는 것에 주목해 보자. 그 사회의 변화에 따라 미디어들이 바뀌었다. 물론 변화된 미디어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들이 포함된다. 그에 따라 공중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둘러 보면 불과 수년 사이에 상당히 많은 환경이 바뀐 셈이다.

이 엄청난 변화 속에서 회사만 바뀌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owner)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 핵심이 있다.

한국만 이렇게 오너 위기(owner crisis)에 시달리고 있을까? 역사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이런 유사한 위기들이 없었을까? 글쎄다. 사람과 사회가 변화해 나감에 따라 기업도 변화하는데, 어떻게 이런 위기가 한국뿐이겠는가. 기록을 보면 예전 해외 선진국의 그들도 많이 그랬었다.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을 때려 문제가 된 오너들이 한국에서 지탄 받고 있지만, 아주 예전 미국에는 사적으로 고용한 용병들을 사용해 파업하는 광산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한 기업 오너도 있었다. 일본에는 직원들을 도제화한다며 ‘하인’처럼 훈련 시키는 기업들도 아직 존재한다. 역사와 사회와 미디어 환경만 다를 뿐 어디에나 오너 위기란 존재하고 발생한다.

그럼에도 사회와 기업이 발전하고 성숙 되면서 그 횟수나 유형들은 상당 수준 잦아들고 관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한국 기업들도 앞으로는 그렇게 더 나은 방향으로 성숙 될 것이다. 숙제는 그 때까지 걸리는 길고 긴 시간 동안 위기는 계속 될 텐데 기업의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그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다.

오너 위기는 위기 성격상 기업 차원에서 사전에 방지하거나, 완화시키거나 하는 것이 힘들다. 불가능하다. 사내 구조와 문화상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애석하지만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앞으로 그런 위기의 발생을 대비해 미리 대응을 준비해야 할 뿐이다. 아무래도 준비되어 있는 대응은 공분을 관리하며 성공 확률을 높인다.

한국 기업의 오너 위기와 위기관리. 그간 여러 케이스들을 대상으로 공통적인 유사점들과 습관들을 모아 봤다. 물론 이 항목들은 대부분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Don’ts)에 해당한다. 일단 오너 위기관리에서 성공한 케이스 수가 매우 적으니 대부분 따라 하면 안 된다 생각하고 의미를 새기면 좋겠다.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공분은 관리된다.

항상 VIP는 늦게 등장한다.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후 공식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화자(話者)가 자신이 아니다. 항상 놀라는 부분이다. 사내에서는 이를 일종의 의전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누구를 막론하고 문제를 일으킨 자가 가장 먼저 앞에 나와 커뮤니케이션 해야 맞다. 이를 가시성(visibility)이라고 한다.

VIP가 해야 할 사과를 법인이 한다.

당연히 앞에서와 같이 VIP가 늦게 등장하시니 급한 법인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돌리며 ‘대신’ 먼저 사과한다. 법인 조차 늦게 사과하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라는 직원들의 생각은 이해된다. 심지어 오너의 개인적인 성추행 논란에 대해 임직원명의로 사과 한다. 완전한 희극이 된다. 오너는 그 스스로 법인이 아니다. 오너의 실수로 법인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오너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인만 대신 나서서 성공한 오너 위기관리는 없다.

원점관리를 어려워한다.

오너가 만든 문제를 임원들이 가서 풀려 하니 어렵다. 화가 나 있는 이슈 확산자(비서,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들이 오너를 직접 보고 사과 받겠다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임원들에게 교섭권한을 주지도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집 앞이나 직장 앞에서 대기하고 하는 정서적인 접근을 한다. 말로 주고 되로만 갚겠다는 심산인 꼴이 되니 원점은 관리 될 리가 없다. 한편 오너가 지닌 억울함과 흥분을 관리하는 것도 직원들에게는 원점관리가 된다.

최초 홍보실 해명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축소된 채로 진행된다.

사건 현장에 홍보임원이나 홍보팀장이 있지 않았을 때 말이다. 그 당시 주변에 있었던 임원들의 전언을 듣거나, 흥분해 있는 오너의 개인적 상황 설명을 듣고 이를 전하니 대부분 팩트가 아닌 해명이 초기에 진행된다. 예를 들어 “손에 들고 있던 잡지가 상대의 뺨을 스쳤다” “때리긴 했는데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 “정확하게 고환을 찬 건 아니다” “술 취한 여직원을 쉬게 하려 했다” 같은 해명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기자들이 피해자에게 듣고, 경찰에게 듣고,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취재해서 알고 있는 상황보다 형편없이 이해가 적다. 결국 회사는 오너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공범 집단이 되어 버린다. 법인 차원에서는 이를 필히 경계해야 한다.

해명이나 사과 메시지가 일반적이지 않다.

어떤 회사에서는 오너가 홍보팀에게 직접 해명문을 써주기도 한다. 해명문의 핵심은 오너의 의중을 철저하게 반영한다. 내부에서 누가 아무리 “이런 표현은 위험합니다”해도 좀 더 강력한 항변을 원하는 오너의 의중을 거스르기 힘들다. “내가 잘 못했나?” 하는 물음에 “예, 크게 잘못하신 겁니다.” 할 수 있는 임직원이 없으면 해당 메시지는 산으로 간다. 엉뚱한 사과문구에 언론과 온라인 소셜미디어 공중들은 다시 분노한다. 겉잡을 수 없이 긁어 큰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사과가 피상적이다.

어떤 회사 오너는 기자들 앞에 나와 “죄송합니다”라는 핵심 메시지만 수 십 회 반복한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하지 못한 채로 임직원들이 회장과 함께 단체로 머리를 조아린다. 죄송하다는 이야기만 할 뿐 정확하게 누구에게 죄송하고, 어떤 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해를 끼쳤다는 명시가 대부분 흐릿하다. 문제의 원점인 그들에게 먼저 머리를 숙여 사과해야 하는데, 기자들에게 한다. 이 부분은 공히 반복되는 해프닝이다.

“사과했다”하지 않고 “사과 할 것” 또는 “사과합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미래형이다. 기자들도 알고 모든 국민들이 이미 다 알아버린 자초지종인데, 그때 앞으로 나와서 “사과드릴 것”이라는 뒤 늦은 미래 의지를 나타낸다. 기자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사과합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어떤 케이스에서는 자신이 만든 위기에 대해 거래처, 파트너, 투자자들과 주주들에게 사과한다. 이슈확산자(비서,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는 그 자리에 없다. 기자들은 상황과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므로 “이미 사과했습니다”같은 완료형이 옳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개인적으로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하겠다는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 다음은 채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오너의 개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공개사과는 그리 적절하지 않다고 보여진다. 물론 그 사과도 일부 언론에서는 받아 기사화 해 주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법인의 오너로서 정상은 아니다. 아직까지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언론을 통해서 온라인 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적절하다.

사과는 하는데, 개선 의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

최소한 개선의지를 해석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이 사람과 법인이 꼼수를 쓰고 있구나’하는 감을 가지게 하면 안 된다. 해당 이슈의 중대성에 비추어 적절하거나 그를 상회하는 수준의 개선조치라면 위기관리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원점관리에 드는 비용도 그런 기준이 기본이다. 잠시 자리를 떠나 있겠다는 의지라던가, 그냥 말로 해서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겠다는 의지가 투영되면 힘들다.

추가 개입 이해관계자들이 문제인데, 이에 대한 대비도 늦다.

대부분의 오너 위기를 보자. 먼저 이슈확산자(원점)의 활동이 진행된다. 짧은 시기이지만 감지 가능하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미디어발로 기사화 된다. 이후 폭발적으로 확산 된다. 이 또한 감지 가능하다. 법인 차원이나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가 진행된다.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되고,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전직 직원, 이전 피해자, 증언자, 내부고발자)이 나타나서 이슈를 키운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경찰, 검찰, 국세청, 공정위, 노동청, 관세청….등등의 수사권을 가진 규제기관들이 개입한다. NG와 거래처들이 단순 피켓팅을 넘어 소송으로 개입한다. 초기 오너 위기관리를 진행하면서 추후 예상되는 추가적인 이해관계자 개입에 대한 감각과 대비 등이 진행되는 곳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규제기관 조사 대응 때는 반대로 개인 대응이 주를 이룬다.

일부 법인 차원에서 대응이 이루어지는 그룹사들도 있지만. 중견그룹이나 중소기업 오너 위기관리 때는 약간 다르다. 그간 초기에 대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법인이 중심이 되지만,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조사 출두 명령이 떨어지면 오너는 개인적 대응을 시도하곤 한다.

이미 회사에 큰 데미지가 온 상태인데도 해당 조사에 대한 대응은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를 구해 상담을 받는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자문 받는다. 청와대, 국회, 검찰, 경찰, 공정위, 국세청…등등을 망라해서 해당 기관 출신 지인들에게 개인적 SOS를 친다.

국민들의 주목이 이미 생겨버린 이슈에 대해서는 이들도 흔쾌히 나서기 힘든 상황인데도 도와달라 한다. 최초에는 오너의 개인 대응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작해 문제를 풀고 사후 규제기관 대응에는 법인차원의 (협력된) 지원을 받는 것이 정석이다.

문제가 해결되거나, 이슈가 잦아들면 사후 급속 명성관리에 힘쓴다.

보통 이럴 때 사용되는 것이 ‘흔적 지우기’다. 온라인상에서 여러 노력들이 실행된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라?’하는 공중들의 기억을 원하기 때문에 흔적을 지우려 한다. 단기적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을 강화해 보기도 한다. VIP의 이미지를 새롭게 업그레이드 하려고 하는 곳도 있다. 홍보실을 대폭 개편(?)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상당기간 자숙하는 모습이 정석이다. 공중들의 기억을 제대로 지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더 긴 시간, 그리고 더 큰 예산, 그리고 더 지대한 노력이 수반된다. 흔히 공유되는 워렌 버핏의 명언이 있지 않나.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란 세월이 걸리며,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 분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앞으로 다시 20년은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공중들이 그런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다 라고 답변한다. 이는 단순하게 언론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를 철저하게 물샐 틈 없이 완벽하게 틀어 막아버렸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미디어는 통제할 수 없다.

“그럼 일단 위기가 공중들에게 알려진 후에는 어떤 위기관리가 가장 잘 된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렇다. “공중들에게 공분(公憤)이 생기지 않도록 단기간에 이슈를 종결 시키려는 모든 노력을 행한 위기관리가 성공한 위기관리”라고 답할 수 있다.

오너 위기관리에 대한 성공 기준도 마찬가지다. 오너 위기관리에서 오너가 직접 마주하고 관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공분(公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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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4편]창구일원화? 그건 너무 쉬운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창구일원화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강조를 하더군요. 근데 저희는 창구일원화가 잘 되어 있어요. 그게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요. 다른 기업에서는 창구일원화가 그렇게 어려운가 보죠?”

 

[컨설턴트의 답변]

원래 이런 주문이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 했을 때에는 모든 조직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주문이 실제로 현장에서 구현되는가? 구현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불가능합니다. 저도 수 십 년 동안 수 많은 조직들을 지켜 보았지만 하나의 조직이 한 목소리를 내는 현상을 본적이 없습니다. 대표이사와 임원들간에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현실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한 조직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는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차선책으로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것이죠. 기업의 경우 그 창구는 홍보실이 될 것입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고,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되어 버리면 해당 조직에서는 창구를 일원화 해서 대응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평소에도 그러면 좋고요.

홍보실 이외에는 어떤 부서나 임직원이라도 언론의 취재에 응하면 안됩니다.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거나, 회사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이야기 해야 합니다. “저희 규정상 언론으로부터의 문의는 홍보실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홍보실을 통해서 그 질문에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또는 “저는 그 질문에 답변드릴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홍보실을 통해서 답변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류의 답변 방식이 바로 창구일원화 방식입니다.

이런 답변을 아주 쉽게 생각하는 조직도 있습니다. 편하고 쉬울 정도로 규정이 오랫동안 실행되어 왔다면 참 훌륭한 조직입니다. 그러나, 이런 답변 방식을 쉽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조직은 실제로 창구일원화 실행 경험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들입니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창구일원화 훈련을 해 보면 임원들과 직원들 대부분이 쉽지 않다, 어렵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선 창구일원화를 목적으로 정해진 답변을 반복한다는 것이 자연스럽지가 않습니다. 스스로 못 견딜 만큼 부자연스럽습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말을 기자에게 뻔뻔하게(?) 반복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답변이 너무 성의 없어 보입니다. 기자가 화를 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의 바르게 정해진 답변을 반복 반복 반복하는 임직원들이 조직에서는 필요합니다.

대표이사나 기업의 오너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창구일원화에 예외는 없습니다. 종종 대표이사는 그 규정에서 예외가 될 수 있다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 임직원들은 창구일원화를 위해 부단히 고생을 하고 있는데, 대표이사께서는 편안하게 기자들의 전화를 받으시고, 일부 적절하지 않은 답변을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힘들게 만들어 온 창구일원화 원칙은 깨져 버립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관리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따라서 창구일원화에 예외는 없다는 생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하고, 그냥 창구일원화란 쉬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임원들이 있는 조직도 위험합니다. 실제로 기자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이 창구일원화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임원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면, 열에 일곱 여덟 가량의 임원들은 어떻게든 기자에게 답을 줍니다. 아주 미세한 정보의 조각이라도 전달을 하고 맙니다. 이건 자신의 의견이라는 말꼬리라도 붙입니다.

기자와의 심리적 싸움에서 지고, 부적절한 답변들을 하게 됩니다. 오프더레코드를 외치거나, 기자에게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까지 애원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어떤 답을 주었는지 끝까지 잘 모르기도 합니다. 기사나 보도가 나오면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고 변명도 합니다.

이런 상황들은 수 많은 조직에서 발생하는 아주 흔한 실수들입니다. 지속적으로 반복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과 조직들이 설화에 빠집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임직원들을 훈련해야 합니다. 훈련 없이는 실행 할 수 없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통제입니다. 훈련을 통한 창구일원화가 그 기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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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0편] 위기관리 역량을 점검해 볼 수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몇 년 전 이미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작업을 했었습니다. 여러 진단도 받고, 위기관리 매뉴얼도 만들고, 훈련도 진행 해서 일단 시스템은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것은 이 시스템이 실제로 위기 시 작동을 하느냐 입니다. 실제 역량을 점검할 방법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많은 기업들이 그와 유사한 고민과 불안감을 호소하십니다. 시스템이나 역량이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실제 그것이 존재하는지, 작동은 가능할는지, 문제 있는 부분은 없는지 관리자 입장에서는 조마조마 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는 군대의 역량에 대한 의문과도 유사합니다. 수십만 명의 군대를 구성했고, 여러 군사 훈련들을 통해 군대를 단련해 놓기는 했는데,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제대로 군대가 역량을 발휘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도 비슷합니다.

실제 역량을 점검하는 방법도 군대 차원에서 실시하는 워게임(war game)이나 대항군을 활용한 작전훈련들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이런 시뮬레이션은 일단 ‘시나리오’와 ‘대항군’이 핵심이 됩니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하는 목적이라면, 먼저 해당 기업에게 발생 가능한 유기 유형과 관련하여 실제적인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위로는 대표이사로부터 아래는 일선 직원들에 이르기 까지 시나리오를 접하면서 “실제 이렇게 될 수 있겠군” 여길 수 있는 생생한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합니다. 그 후 이를 바탕으로 실제 위기관리 활동들을 위기관리팀이나 위기관리 위원회가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그 ‘직접 해보는 활동’이 곧 ‘시뮬레이션’입니다. 시뮬레이션을 위해 그 다음으로 중요한 대항군은 실제로 해당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 한 대형 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일부 유해화학물질이 불과 연기에 섞여 주변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라는 1차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다고 해 보시죠.

이 경우 해당 기업은 일단 공장 내 사고대응팀을 통해 문제의 화재 현장에 대한 상황관리에 돌입 할 것입니다. 지역 소방서와 유해물질 확산을 차단하고 방재하기 위한 화학물질관리기업과도 협업할 것입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지역주민들과 지자체 담당자들, 경찰, 지역 언론들, 지역 환경단체들, 직원 가족들 등등이 공장 주변에 모여들 것입니다. 공장 내에서 이해관계자 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은 부서 담당자들을 사고대응팀과 달리 공장 바깥으로 나가 그들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것입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이 시나리오 배포 이후 전개됩니다.

이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대항군이라면, 앞에서 말한 소방서, 확학물질관리기업, 지역주민, 지자체, 경찰, 언론, 환경단체, 직원 가족의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위기 상황에 따라 적절한 역할을 하면서 회사의 위기관리 방식을 점검합니다. 그들이 곧 2차, 3차 진전되는 시나리오의 뼈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타입의 시뮬레이션 이외에 위기발생 정보를 컨설턴트들이 일선 조직에 전달하고, 그 이후 내부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실제 역량을 점검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일선에서 위기상황을 전달받은 후 얼마나 신속 정확하게 해당 상황이 위기관리 매뉴얼에 규정된 위기관리팀에게 공유되는지, 그리고 공유 받은 위기관리팀은 어떻게 상황파악과 초기대응을 실시하는지를 점검합니다.

컨설턴트들이 특정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면서 일선 조직을 접촉하는 방식의 시뮬레이션 형식도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과 여러 관련 규정에서 정한대로 일선 직원들이 대응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위기관리팀 핵심 구성원들을 하루 정도 회사에 나오지 않게 조치한 후, 위기 상황을 실제와 유사하게 조성해 그들 핵심 구성원 부재 상태에서 차상위 인력으로 이루어진 위기관리팀의 위기대응 역량을 점검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주 간단히는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관리위원회 역량 점검 방식으로 불시에 위기관리조직을 소집해 워룸 세팅과 참여에 까지 걸리는 시간과 참석률을 점검하는 방식도 몇몇 기업에서 실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주말 오전에 위기관리조직 소집을 실행해 보기도 합니다. 몇몇 임직원들을 무리를 해서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대해 번거롭다 사후 평가 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유효한 시뮬레이션 방식입니다. 이와 같이 여러 방법을 통해 자사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일단 시뮬레이션을 한번 실행해 점검해 보아야 하겠다는 결심은 최고 의사결정자로부터 나옵니다. 그런 결심만 있다면 위기관리 시스템 역량은 지속 관리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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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새책 소개] 기업의 입

증명사진_기업의 입 입체 표지

얼마전 지인들과 저녁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디어트레이닝을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 다른 외국 사람들이 지은 미디어트레이닝 책을 보고 있다는게 이상하지 않나?”

그게 이상하다고 느낀게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부터 기존 제가 썼던 미디어트레이닝 칼럼들과 실제 우리 회사에서 클라이언트들에게 제공하는 미디어트레이닝 서비스 내용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년의 시간동안 미디어트레이닝 현장에서 기업 대표와 임원들과 나누었던 많은 질문들과 고민들을 하나 하나 기억 해 묶었습니다.

얼마전 한 기업 대표님과 임원분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왜 기업이 언론을 두려워할까요? 왜 기자를 찜찜하다며 피할까요?”

대표님과 임원분들은 그 질문에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는걸…’하는 눈빛이었습니다.

“기업이 언론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입니다.”

대부분 언론을 두려워 하고 피하는 사람들의 이유도 그와 같습니다. 기업이나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고, 그에 대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언론을 두려워하거나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제 책 ‘기업의 입’은 마땅히 해야 할일을 이미 한 기업들을 위한 책입니다. 단지 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에 준비되어있지 않은 기업들을 위한 조언입니다.

기업의 입은 직접적으로는 대변인(spokesperson)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광의로는 기업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자세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 책은 기업을 대표해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대변인, 자신 스스로를 위해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유명인, 클라이언트를 대신해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에이전트 모두를 위한 기본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책 ‘기업의 입’ 프롤로그로 책을 위해 고생하신 코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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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입_The Mouth of Corporation

프롤로그

90년대 후반 어느 날이었다. IMF로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우울하고 위태한 나라들 중 하나이던 당시였다. 내가 다니던 홍보대행사에게 한 글로벌 합작회사 클라이언트와 관련된 업무 요청이 들어왔다. “일본에서 자사 아시아태평양 경영진들과 홍보담당자들을 모아 위기관리 세션 및 미디어 트레이닝(media training)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귀 에이전시에서 이번 트레이닝을 지원할 컨설턴트를 한 명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외국인 컨설턴트들과 협업해서 트레이닝을 진행해주었으면 합니다.”

당시 담당 컨설턴트였던 나는 그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본 행 비행기에 올랐다. 도쿄에 가보니 한국에서 온 클라이언트사 한국지사(합작사)대표와 홍보실장이 나를 반겼다. 한국인이라고는 나와 홍보실장, 딱 둘이었다. 며칠간의 트레이닝은 방송 기자 출신 영국인 컨설턴트와 일본계 미국인 컨설턴트들이 영어로 진행되었다. 물론 미디어 트레이닝 속 실제 질의응답 훈련도 영어로 진행되었다. 내가 맡은 역할은 한국지사의 한국인 홍보실장에게 질의응답들 중 일부를 한국어로 묻고 돌아온 한국어 답변을 분석해 코칭 해 주는 것이었다.

같은 한국인끼리 여러 외국인들이 보는 앞에서 기자역할을 하는 내가 한국어로 질문하고, 그 홍보실장은 한국어로 답변했다. 메인 컨설턴트인 영국인이 내게 이렇게 물었다. “제임스, 어때? 이 홍보실장은 정확하게 준비된 핵심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아?” 며칠간의 트레이닝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날 밤, 도쿄 호텔에서 그 홍보실장과 단 둘이 맥주를 마셨다. “왜 내가 영어로 기자 인터뷰를 해야 하지? 한국 기자들이 영어로 질문할 리 있어? 한국 언론에 대해서 영국인이 무얼 알까?” 그 홍보실장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IMF로 많은 한국 회사들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외국인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던 시기였다. 그들이 기준이 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한국에서 한국어로 한국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그 후 이십 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 나는 그때의 꿈에 따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를 차려 일하고 있다. 당시 나와 같았던 컨설턴트들 수십 명과 함께 현재는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적 미디어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한국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과 자문을 진행한다. 이제는 한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 임직원들도 더 이상 외국어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한국과 중국의 언론환경을 혼동하는 외국인 컨설턴트들과 일하지 않는다. 이제는 글로벌 파트너사의 컨설턴트들도 한국적 위기관리와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우리를 존경한다. 그들이 한국에 와서 할 수 없는 트레이닝과 자문을 우리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를 설립한지도 8년이 지났다. 우리 컨설턴트들은 연간 최소 70~80회 이상의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국내 대기업에서 대변인 역할을 하는 고위 임원들은 이제 일대일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는다. 기업 신임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훈련을 받기도 한다. 우리를 통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는 기업과 조직 리더의 수는 연간 최소 1000여명이 넘는다. 그간 수천 명의 한국 내 기업 및 조직 리더들과 함께 ‘메시지의 전략성’에 대해 이야기해왔다는 것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20년전 일본 도쿄에서 품었던 컨설턴트의 작은 꿈이 한국 내 시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이 책을 쓰는 현재도 정부 부처의 한 고위 관료는 기자들과 ‘오프더레코드(비보도전제)’를 기대하면서 역사에 남을 엄청난 실언을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경찰과 검찰 조사를 향해 들어가며 기자들에게 다양한 실언과 냉소를 뱉어 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언론의 부정적 취재에 대응한다면서 앞뒤 맞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메시지를 계속 쏟아낸다.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의 답변은 더욱 더 당황스럽다. 연이은 사회적 공분(公憤)은 식지 않는다.

기존 지상파를 넘어 인터넷언론과 종편들이 생겨나면서 뉴스 보도의 방향성은 사회 비판과 이를 기반으로 한 부정적 여론화에 집중되고 있다. 사회적 공분이 언론을 먹여 살리는 셈이 되어 버렸다. 이를 위한 언론의 취재 경쟁은 가열되고 취재 기법들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기자들의 취재욕심은 하늘을 찌른다. 당연히 맥락이 보도되기 보다는 취재원의 입에서 나온 단어, 표현, 사례 한 조각에 쌍 따옴표가 붙여진다.

소셜미디어의 출현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전으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더 이상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분리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기업과 조직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개인적 생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모든 말은 자의건 타의건 보도와 공유를 전제로 하는 벌거벗은 환경이 되었다.

모든 게 바뀌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아직도 크게 바뀌지 않아 보인다. 기업이나 조직을 대표하는 고위 리더들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마인드가 그렇다. 아직도 그 전지전능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기자들 앞에서 ‘비보도전제’를 외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는 리더들이 남아 있다. 다가오는 TV 카메라와 PD와 육박전을 마다하지 않는 리더들이 남아있다. “내가 못할 말을 했나? 그렇다고 내가 틀린 말을 했나?”하며 적절하지 않은 말을 기자에게 전파하는 분들이 여기 저기 남아있다.

몇 시간에서 며칠만 지나면 금방 거짓말로 들통날 이야기를 뻔뻔하게 보일 정도로 기자들에게 설명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리더들이 아직 존재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일선은 고발 프로그램 PD와 기자들에게 무참하게 짓밟힌다. 홍보실을 통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경험을 한 노련한 PD와 기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는’ 일선 직원들에게 접근한지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나 조직의 일선은 아직도 상당 부분 방치되어 있다.

잠입취재, 비밀녹화와 녹취, 일선 직원들과의 인터뷰, 여러 소스를 통한 자료 취합, 소셜미디어에 대한 취재, 확인되지 않은 분절적 정보에 대한 즉각적 기사화, 아니면 말고 풍의 온라인 언론들… 유사 이래 현재와 같이 기업이나 조직을 위협했던 미디어 환경은 없었다. 당연히 기업과 조직도 그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기업의 입’을 훈련하고 준비해야 옳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두 번째 꿈이 있다면, 기업이나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국민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에게 커뮤니케이션은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 리더나 창구의 입을 잘 관리하면, 지금과 같이 언론을 관리하려는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들은 언론 기사나 보도를 통해 황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메시지, 소비자가 기대하는 메시지,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당연히 들어야 하는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는 기업과 조직이 많아져야 한다. 리더들은 그러한 실행을 반복해서 스스로 신뢰와 권위를 쌓아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원칙을 이야기하고, 철학을 이야기하는 훌륭한 리더십이 많아져야 한다.

한국적 미디어 트레이닝이란 한국을 좀 더 살만한 나라,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없는 사회, 기업과 조직이 실제로 존경 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언론이 보도하는 뉴스를 ‘재미없게’ 만들어 보자. 사회적 공분이 사라질 것이다. 모두가 행복해 질 것이다.

‘행복하게 살자’는 단순한 가훈을 걸어 놓고, 남을 먼저 행복하게 만들려고만 노력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하는 우리 식구들에게 이 책을 통해 감사하고 싶다. 멀리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자랑스러운 딸 다운과 매일 아침 남편의 구두 끈을 손수 메주는 지극 정성의 아내 지현에게 항상 감사한다. 이 책을 위해 자료를 관리하고, 후배 미디어 트레이너로서 상당 부분을 정리 해 준 스트래티지샐러드 송동현 부사장과 조아름, 강명석 컨설턴트, 강소이 코치에게도 감사한다. 이와 함께 한국을 행복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노력에 매일 정진하고 있는 스트래티지샐러드 모든 컨설턴트들 하나 하나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모두 행복하자.

2017. 6. 7.

정용민 씀

증명사진_기업의 입 표지

5월 3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6편] 순발력도 필요하긴 하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회사에 문제가 하나 터졌는데요, 제가 해당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여럿 받았었습니다. 놀라서 일단 확인해 보고 연락 준다 했지요. 근데 지나고 보니까 처음부터 좀 순발력을 발휘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가끔 순발력도 필요한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순발력이라고 하셨는데요. 만약 그 순발력이라는 의미가 기존에 여러 이슈를 대응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 진행되는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응대라면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일종의 ‘애드립(ad lib)’형식의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면 그건 좀 위험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애드립이란 돌발적 상황에서 즉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기업측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대응을 하곤 합니다. 첫째는 ‘노 코멘트’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애드립’을 합니다. 전자인 ‘노 코멘트’는 일단 화자가 어느 정도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자사의 책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경우 실행됩니다. 반면 후자인 ‘애드립’의 경우에는 화자가 해당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 약간만 아는 경우, 완전히 알고 있는 경우 공히 실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대응인데도 가장 흔한 대응 방식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이런 대응은 여러 결과들을 초래합니다. 우선 그런 답변은 종종 기자를 화나게 합니다. 말도 안되거나, 황당한 답변인 경우가 많아서 입니다. 반대로 종종 기자가 내심 좋아하기도 합니다. 기자가 일용할 양식을 벌었다 느끼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당황스러운 애드립은 종종 좋은 뉴스 소재가 됩니다. 당연히 기자는 좋아하게 되죠.

대부분 준비 안된 답변은 당황스러운 기사나 보도를 만들어 냅니다. 회사를 대표해서 커뮤니케이션 했다는데, 회사측에게 오히려 당황스러운 내용들이 기사화 되는 것이죠. 이런 기사나 보도들은 곧바로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공분(public rage)을 선물합니다. 어떻게 보면 준비되지 않은 답변이 엄청난 사회적 물의까지 일으키게 되는 셈입니다.

사회적 공분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의심, 질문을 연이어 생산합니다. 기업의 준비된 답변은 반대로 추가적인 의문, 의심. 질문들을 상당 수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문제들을 일거에 소거해 버리는 위력을 가져야 좋은 답변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은 이와 달리 문제를 계속 재생산하면서 이슈를 오랫동안 끌고 가게 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내 이런 상황들로 자신의 회사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립니다. 많은 오디언스들이 대변인 개인을 넘어 회사 전체를 신뢰하지 못할 대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쌓아 놓은 기업의 신뢰가 대변인의 준비되지 않은 메시지 몇 개로 망가져 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정적인 상황은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습니다. 일련의 이런 상황은 추가적인 이해관계자 개입을 불러옵니다. 사회적 공분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죠. 경찰, 검찰, 규제기관, 정부, 국회, 시민단체, 소비자들의 더 많은 개입이 시작됩니다. 대변인의 준비 안된 메시지가 이런 광풍을 몰고 오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은 원점관리에 있어 문제해결을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회적 공분이 발생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조사와 개입을 바라보면서 문제의 핵심에 있는 원점들은 해당 기업과 협상하지 않으려 합니다. 때때로 그들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재앙적인 상황은 내부적으로도 분란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런 큰 문제를 만든 ‘소스(source)’를 내부적으로 찾게 되지요. 대부분 최초 준비되지 않은 메시지를 외부로 전달한 담당자가 내부적인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전개되는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그 비판은 더더욱 심각해 지겠지요.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이 최종적으로는 중대한 책임 논란과 연결 되는 것이죠. 회사 내부 인력들에게는 어찌 보면 가장 두려운 결과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개인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화는 입으로부터 생기므로 말을 삼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기업은 ‘말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기 보다 ‘준비된 말만 하라’는 의미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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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2편] 홍보팀이 모든 걸 알 필요가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문제가 발생하면 그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홍보팀과 공유하라고 하셨는데요. 반대로 홍보팀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언론에게 불필요한 정보가 전달될 수도 있으니까요. 홍보팀도 그냥 제한된 정보만 알고 있어야 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 내용 중 ‘홍보팀의 제 역할’이라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만약 그 의미가 ‘홍보팀은 회사에서 전달하라고 하는 정보만 언론에 전달하는 그 자체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것이라면 그 주장은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쉽게 말해 회사 홍보팀을 단순히 언론을 향한 메시지 전달 창구로만 사용하신다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물론 골치 아픈 회사의 문제가 제대로 풀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와 달리 ‘홍보팀의 제 역할’을 ‘전략적 판단과 실행을 기반으로 홍보팀이 위기관리에 있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씀하셨다면 ‘제한된 정보 공유’는 종종 독(毒)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회사를 더욱 더 부정적인 상황으로 이끌게 되는 비전략적인 개념일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회사에게 부정적 이슈나 위기 발생되면 그와 관련 한 모든 정보는 홍보팀과 충분하게 공유되어야 결론적으로 이슈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모든 상황관련 정보는 물론 그 이슈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의 의견과 전략들도 홍보팀과 완전히 공유되어야 하겠습니다. 최고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방향과 기본적 원칙에 대한 것들도 당연히 홍보팀과 공유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유효한 정보들을 취득한 홍보팀은 전사적으로 합의된 전략적 방향성과 단계에 따라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입니다. 이 이후부터 실행되는 홍보팀의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 회사는 무엇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누구에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어떤 메시지가 현 상황에서 유효할 것인가? 어떤 메시지는 위험할 수 있을까?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려면 어떤 사전적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신뢰를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커뮤니케이션 로드맵이 홍보팀 내부에서 개발되고, 전사적으로 다시 공유되어야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한된 정보’만을 공유 받은 홍보팀은 이슈 발생 시 언론에 의해 금방 형편없는 창구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일단 기자들보다 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전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하게 되 버립니다. 이런 홍보팀이 일부 사실과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업데이트 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면 이는 곧 재앙이 됩니다.

기자들은 이내 회사를 대변하는 홍보팀을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당연히 홍보팀의 메시지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대신 유효한 다른 창구들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몇몇 언론에서는 홍보팀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을 강조할 것입니다. 종종 “거짓말한다” “오락가락한다” “억지주장을 한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들을 보면 그 속에는 ‘제한된 정보만을 공유 받는 홍보팀’이 존재합니다.

경영진 차원에서 ‘홍보팀을 믿지 못하겠다’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홍보팀 직원들은 기자를 매일 만나던데, 아주 민감한 정보를 홍보팀과 공유하게 되면 언제 어떻게 기자에게 그 정보가 전달될지 알 수가 없지 않습니까? 홍보팀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면 그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테니까 하는 말입니다.”하는 말도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홍보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프로로서 ‘훈련’ 되어 있다는 것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들 대부분이 ‘애사심’에 기반해 여러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팀을 믿지 못하겠다면 그 홍보팀은 활용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신뢰하지 못한다면 쓰지 말고, 일단 쓰기를 결정했다면 신뢰해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를 위해 평소 경영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홍보팀을 만들기 위해 더욱 더 큰 관심과 투자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홍보팀 차원에서도 평소 경영자로부터 최대한 신뢰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즉, 질문하신 내용은 정보의 제한 여부가 핵심이 아니라, 홍보팀 신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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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2016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75편] 공장 사고 발생을 대비 해 필요한 준비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장이 전국에 여러 곳 있습니다. 막상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관리 매뉴얼에 따라 해당 사고 관리는 어떻게든 진행됩니다. 문제는 공장 주변 언론을 포함 한 이해관계자 관리인데요. 기본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국 각지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사고 발생 시 주변 이해관계자 관리에 대한 이슈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사고 상황 등을 다양하게 설정하고 해당 상황에서 어떤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에 대해 미리 훈련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지역 생산시설에서 사고 발생 시 발견되는 공통적 대응 상황을 한번 둘러 보죠. 먼저, 공장으로 밀려오는 지역 언론과 주민들을 공장 직원들이 최대한 차단하곤 합니다. 이게 기본적으로는 안전확보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취재방해나 은폐의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면 문제입니다. 공장 입구에서 기자들을 밀치고, 방송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고 때리고 하면서 초기 대응에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언론이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황 브리핑에서도 종종 문제가 목격됩니다. 평소 훈련 받지 못한 공장장이나 안전 팀장 등이 과도하게 자세한 브리핑을 시도합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말려 들어갑니다. 이를 들은 화난 지역 주민들에게 곤욕을 치릅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대형 사고의 경우 언론 취재가 이어지면,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머물 수 있는 기자실을 설치해 주도록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공장 현장에 가보면 실제 기자실 설치 운용이 가능한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기, 인터넷, 통화장비시설 등등이 전혀 여의치 않는 곳들이 많습니다. 적당한 공간이 아예 없는 기업도 있습니다.

지역 공장마다 훈련 받은 언론 대응 담당이 그리 흔치 않습니다. 평소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홍보성 언론 대응은 본사 홍보실에서 처리 가능하지만, 위기 시에는 초기부터 본사 홍보실이 직접 관여 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본사 홍보실 직원들이 지역으로 파견 되기 전까지라도 초기 대응을 담당 하는 공장 내 직원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정해져 있어도 적절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훈련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당연히 초기 대응 실수 가능성은 항상 상존하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의사결정 하기에 충분한 현장 정보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지역 공장들도 꽤 많습니다. 현장에서의 사고는 대부분 사후 평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보고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보고를 하더라도 상당부분 긍정적으로 보고 되거나, 누락이나 생략이 발생합니다. 본사에서 생각하는 사고와 현장에서의 실제 사고간에 갭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공장 내 역할과 책임이라는 개념이 모호해 집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공장장이나 핵심 임원들은 언론, 지역주민, 관공서, 조사 기관, 노조, 피해자들 등등에게 이러 저리 불려 다니게 됩니다. 매뉴얼상으로는 현장의 위기관리 센터를 안정적으로 지휘하게 되어 있는데, 이해관계자들의 호출과 문의와 연락, 보고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됩니다. 거기에 본사 보고까지 여기저기 챙기다 보면 실제 현장의 위기관리가 진행은 되고 있는지 지휘라인이 모호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업의 공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관리에만 집중하고, 이해관계자 관리에서는 발을 빼려 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적극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소극적이고 반응만 하는 대응으로 민감한 시기를 일단 모면해 보고자 합니다. 창구 통제도 잘 되지 않아서 여러 직원들이 갖가지 메시지들을 전파 합니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 가능성이 계속 희박해 지는 것이죠.

일단, 이상의 모든 공통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은 본사 차원에서 설치 되어 있는 위기관리팀이 현장을 방문해 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실제 가서 눈으로 현장을 보고, 현장에서의 한계와 어려움을 들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실제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간단한 대응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현장의 직원들이 사고 발생 시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잘 할 수 있을지, 언론 대응 역할을 맡은 현장 직원은 잘 훈련되어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실이나 피해자 캠프 등은 정확하게 어느 곳에 설치 가능한지, 설치에 필요한 구체적 설비와 물품들은 무엇인지 같이 들여다 봐야 합니다. ‘잘 되어 있겠지…’ 하는 막연함이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큰 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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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2008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25가지 위기관리 레슨들…

JONATHAN BERNSTEIN이라고 Crisis Management 관련 글을 아주 맛깔나게 쓰는 선수가 있는데…이 친구가 얼마전에 쓴 25 More Crisis Management Lessons Learned 라는 글이 흥미롭다. 우리나라 사정과 약간 다른 부분도 있지만…생각해 볼 부분들이 꽤 있다.

글의 본문은 여기

25 More Crisis Management Lessons Learned

1. 중국발 식품 또는 제품 관련 위기는 계속될 것임. 중국과 관련해 비지니스를 하는 기업은 이를 위기 대비 요소 중 하나로 감안해야 할 것. (We have probably not seen the end of food and product-related
crises originating in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ny organization
with relevant connections to the PRC should factor this into their
crisis preparedness.)

2. 인터넷이 기업의 치부를 점점 더 들춰내고 있음. 항상 신경써서 쓰고, 말하고, 행동할 것.(The Internet continues to make it
easier to read about, hear and view skeletons in your closet. Corollary
lesson: Conduct your business as if everything you write, say and do
might be recorded and you’ll avoid a lot of crises (P.S. There will be
300 million multimedia-capable mobile phones mobile phones shipped in
2008))

3. 조직 내부의 암투가 큰 위기를 불러 올 수 있음 (Intra-organizational infighting is one of the
leading causes of crises and plays a major role in exacerbating crises
that may otherwise have remained minor.)

4. 동영상 만큼 위기 전파 능력이 뛰어난 것이 없음 (No written statement can transmit crisis-related messages as well as video communication.)

5. 첨단 테크놀로지에 약한 CEO라면 얼른 테크노 전문가 스탭이나 컨설턴트들을 위기관리 목적으로 채용할 것 (If you’re a technophobic CEO, get the heck out of the way and let
your techno-savvy staff and/or consultants guide you on the best ways
to use technology for crisis management purposes.)

6. (미국에서) BBB가 점점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기업명성관리를 위해서는 아직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 (The
Better Business Bureau (at least in the United States) can be a royal
pain in the ass to deal with because of its institutionalized bias and
bad habit of presenting information out of context. Unfortunately it’s
probably still worth your reputation management time to be highly
responsive to BBB complaints and to be a member as well. BBB complaints
are often cited by your critics and it’s a very common destination for
consumers deciding whether to do business with you.)

7. 온라인 비판세력을 조심할 것 (Ignore a committed online critic and he’ll take most of the top Google rankings under your preferred search terms.)

8. 소송관련 위기 관리는 가능한 여러개의 Plan B들을 마련해야 함 (The most predictable judge or jury is unpredictable. Always prepare
for multiple potential outcomes in litigation-related crisis
management.)

9. 세상의 모든 기업들에게 블로그는 꼭 필요함 (Every organization in the world needs a blog.)

10. 자주 블로그에 포스팅들을 업로드 할 것 (Changing copy less than once per week on a blog created as a
primary communications vehicle (versus strictly for SEO purposes) is
like riding a horse in the middle of the German Autobahn – everyone’s
going to pass you by or run you down. If you don’t know what “SEO”
means, see lesson #5, above.)

11. 많은 기업들이 서치 엔진 최적화를 한다고 하면서 서치 엔진 혼란화를 실행하고 있음 (Too many organizations engage
in Search Engine Obfuscation instead of Search Engine Optimization,
enhancing their vulnerability to crises.)

12. 위기로부터의 타격을 최소화하거나 피해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 정책이 유효함.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트레이닝과 병행되어야 함. 안 그러면 아무 소용 없음. (Policies vital to
avoiding and/or minimizing the damage from crises MUST be accompanied
by initial and refresher training or they are worthless. Corollary
lesson: almost every functional area of an organization has (or should
have!) such policies.)

13. 노사간에 현격한 문화적 배경의 차이가 있다면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지역의 문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에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을 맡기고 존중해야 함.(When there are significant cultural
differences between the foreign owners of a company and the natives of
the country in which they’re doing business, those owners must be
willing to defer crisis communications strategy and decisions to those
who best understand the culture(s) in which they are communicating.)

14.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 이해관계자들과의 믿음을 저버리는 짓은 절대 하지 말 것. (If an organizational leader make a commitment to his/her
stakeholders, he/she should make certain that everyone in his/her
organization (a) is aware of the commitment and (b) does nothing to
violate it, or the entire organization’s credibility can suffer immense
and completely preventable damage.)

15. 전화 시스템과 웹사이트 서버 시스템이 위기시 폭증한 트래픽으로 다운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시뮬레이션등을 통해 점검 해 볼 것 (Few organizations have
telephone systems or website servers capable of managing the dramatic
increase in traffic that would result from a crisis. And many of those
who think they do haven’t tested their systems through simulation
exercises.)

16. 경영진들이 평소 비밀자료 관리에 좀더 신경쓸 것 (If I emptied 10 trashcans in the executive
suite (and many other parts) of most organizations at the end of a
workday, I would find information that could compromise the reputation
and/or financial well-being and/or security of those organizations.)

17. 평소에 위기관리를 위한 물품을 구비해 놓을 것 (If you are likely to need certain types of products or services as
a result of the types of crises most common to an organization such as
yours (e.g., backup generators, testing laboratories), the time to
establish relationships with product/service providers is now, not
under the gun of a crisis. Corollary lesson: during times of widespread
crises, such as a natural disaster, demand for certain types of
products/services is higher than the supply; “preferred customers” move
to the front of the line, last-minute customers may not be served at
all.)

18. 위기 대응은 어느 한사람에게 리더 역할을 맡기기 보다는 여러사람들이 가능하도록 할 것 (It’s a mistake to let crisis response depend on the
leadership skills of any single individual, no matter how talented and
charismatic he/she might be. Crisis response should be based on advance
planning that generates a system for effective response which works
even when individual team members are unavailable at the time the
crisis occurs)

19. 위기시 PR을 담당하는 사람은 기존 미디어 뿐 아니라 평소 업계 관련 블로거들과도 친해야 함 (PR representatives for any organization
need to be very familiar not only with traditional media, but with
leading bloggers covering their industry. In times of crisis, leading
bloggers can become more important than traditional media, as they are
more prolific, more focused on a subject over the long-term, and more
frequently quoted by other bloggers.)

20. 모든 IT 부서와 컨설턴트들이 동일하지는 않음.틀릴때도 있음. (Not all IT
departments or consultants are created equal. Some of them think they
understand all the ways in which the information on their systems can
be compromised. Some of them are wrong.)

21.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어야 함 (Far too many
organizations have no contingency plan whatsoever for what to do if –
tonight – they permanently or for some long term lost access to their
primary workplace or a major facility due to a disaster of any kind
(e.g., fire, flood, earthquake, tornado, hurricane).

22. 기능적인 자세한 위기대응 플랜이 극히 드뭄. 이는 트레이닝과 함께 항상 병행되어져야 함. (There
are relatively few organizations that have functional disaster response
plans – functional meaning that they include all details of what to do
in the event of a man-made or natural disaster and that training has
accompanied the plans, to including drills and/or exercises.)

23. 온라인 미디어 아웃렛들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 (Many crises, from reputational threats to threats of violence, have
been foreshadowed by messages on traditional websites, blogs or social
media sites, but most organizations fail to regularly monitor these
online locations. Those seeking to harm individuals or an organization
have the portable ability to easily record the written word, audio, and
video and post it on the Internet very quickly – or even live.)

24. 최고임원들이 같은 비행기나 차량으로 여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필요함 (Quite a few organizations have a policy of not allowing their top
leaders to fly together, yet they are actually at more risk driving
together, which they do all the time.)

25. 고위 임원들의 노트북을 조심 할 것 (While many
organizations go to great length to protect the security of data stored
on their servers, the same organizations usually allow executives (and
others) to have notebook computers on which they stored sensitive
information. Those notebook computers, which are taken to public places
and highly vulnerable to theft, are seldom secured by anything more
than a password, which is easily bypassed. There are many articles
about notebook security available online, such as the one at: http://tinyurl.com/hrf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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