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12월 252013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1] 평소 노력과 투자 없이는 커넥션도 없다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1]

 

평소 노력과 투자 없이는 커넥션도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기업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것이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넥션이다. 일단 팩트라도 심도 있게 공유할 대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평소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있었으면 위기 시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런 노력 없이 위기 시 갑작스러운 커넥션을 찾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이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위기 시 기업에게 말 그대로 이용 당하는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진짜 주요 이해관계자가 아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분명 위기 시 기업을 상대로 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크게 일조하는 그룹들이다. 이에 대한 평소 관심과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많은 이해관계자망을 실제 관리하고 있다. 특정 부서로 하여금 여러 규제기관, 관청, 국회, NGO, 언론에 심지어 여러 정치권 인사들에게 까지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들에 대한 전략적 정보제공과 이에 기반한 이해 도모는 일선 위기관리 활동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아주 중요한 전략적 지원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벌써 수십 년간 여러 실제 위기들을 경험해 왔고 현재도 경험하고 있어 이러한 체계는 상당 수준 발전해 있다.

이러한 관계망 구축에는 탑 매니지먼트의 관심과 투자 지원이 일관되게 제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견기업 이하 많은 기업들은 이런 중장기적 관계망 투자에 주저하고, 엄두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사내에 왜 홍보실을 두어야 하는지 오히려 질문하는 중견기업들이 있었다. 언론의 영향력이라던가 관계 설정에 있어 별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해 왔다는 것이다. “제품만 잘 만들어 팔면 회사는 성공합니다라 말하던 경영자들이 당시 언론이나 기타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같다.

현재는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여론 때문에 위기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사적 미디어들이 일반화되면서 예전처럼 관리라는 개념이 쉽게 다가오지도 않게 되었다. 일부 기업들에게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형성과 투자라는 이야기를 하면 이를 오해하고 정부 규제기관이나 언론 등에 대한 접대나 뇌물 제공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종래 사례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주요 이해관계자 각각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 방법론 까지를 논할 공간은 아닌 것 같다. 기업에게 평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위기 시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보라는 조언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원하는 CEO라면 평소 이해관계자들과의 상호 협력적 관계 설정에 ROI(투자수익률)같은 지표를 적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대신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고한 관계가 위기 시 어떠한 형태로든 회사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많은 선례들을 살펴보자.

평소 재무적 효과를 살피는 CEO들의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급박한 필요성으로 인해 가능한 이해관계자 관계망을 어디서든 차용하려 시도하곤 한다. 문제는 종종 이런 단기적 처방에서 발생한다. 인위적으로 단기간에 만들어진 상호협력적(?) 관계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회사차원에서 무리수를 두게 되고, 종종 불법적 또는 비윤리적인 행위들이 발생해 제2 그리고 제3의 위기가 발생된다. 오히려 이로 인한 회사의 피해는 평소 중시했던 ROI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훼손해 버리는 것이다.

관계란 어느 하루 아침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 관심과 투자 없이 우연히 만들어 지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으로 기업이 성장하며 존재감을 키워 나가는 만큼 평소 주변을 돌아보는 눈을 가지는 것은 지혜로운 기업의 당연한 자세다자사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한 이해관계자들과 만나고 정보를 제공하고 상호협력의 기회를 모색하는 사회 활동도 당연한 노력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소중한 관계 자산은 장기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 CEO는 공식적이지 못한, 합법적이지 못한, 또한 윤리적이지 못한 관계 설정 노력은 평소에도 경계해야 한다. 수면 하에서 이루어지는 그러한 활동들은 평시나 위기 시에나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 낸다. 언론지상을 메우는 많은 기업들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그 때문이다. 최소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형성 노력 자체가 또 다른 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평소부터 CEO는 전략적인 관계 관리자(relationship manager)가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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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2011 Tagged with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통제센터에 투자하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21)

 

위기관리, 통제센터에 투자하라

 

기업 위기관리에 대해 기업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략 두 그룹으로 그들의 시각이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첫 그룹은 “우리에게 발생 가능 한 위기들을 어떻게 다 관리할 수 있나? 그건 교과서에나 있는 상당히 이론적 관점”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 다른 그룹은 “사실 모든 위기를 다 관리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관심과 준비를 통해 상당 부분의 위기는 실제 관리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기업마다 사업분야와 기업철학 그리고 구성원들의 생각들이 달라 두 그룹 중 어떤 그룹의 생각이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준비하는 것이 준비하지 않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수 있다’라는 원론적 부분이다. 그러면,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것이 다음 질문이 된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 다양하게 대비해야 하겠다’는 강박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이런 생각은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위기요소들을 완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라는 강한 자신감을 전제로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일부분 소모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과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요소들을 진단작업을 통해 50가지를 도출했다고 치자. 그러면 곧 그 50가지 위기요소들 각각에 대한 대비 및 대응 프로세스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할까? 불가능하다. 그리고 가능하다 해도 그건 매뉴얼상 문서 작업으로만 끝난다. 실행 가능성이나 효과가 미지수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우리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하루 종일 위기관리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공부 거리를 주면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도 금물이다. 

일부 기업이나 정부 조직에게서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위기관리 매뉴얼들을 목격한다. 수십 개에서 백여 개에 이르는 프로세스와 위기관리팀의 구성 그리고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들을 들여다 보면 우리 같은 전문가들 조차 이해 이전에 압박을 느낀다. 이렇게 형식적인 시스템은 실제 위기시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면 위기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그 수많은 위기요소들을 하나하나 고려하는 게 소모적이라고 본다면,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옳을까? 핵심은 ‘사람’이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대부분 사람이고, 위기를 관리하는 것 또한 사람이다. 따라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사람이다. 

군대를 생각해보자, 군은 가능한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분석하고 대비하도록 훈련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그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핵심은 사람이다. 군인 한 명 한 명과 군인들을 구성하는 편제 그리고 그들의 훈련/대비 수준이 그들 전력의 핵심이다. 최첨단 장비와 무기들을 운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실제 적진에 들어가 승리의 깃발을 꼽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인 군인 한 명 한 명의 훈련과 팀워크를 등한시 하고, 큰 그림에서의 상황 예측과 대비란 공허하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핵심도 기업내부의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가 된다.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구성되어야 하는 그룹이다.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의 ‘두뇌(Brain)’역할을 해야 하는 핵심인력들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이 평소 자신들의 업무를 진행함과 동시에 특정 위기시 자신과 자신의 부서에 부여된 비상업무를 얼마나 원활하게 잘 진행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회사에 부정적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부서의 어떤 직원들이 함께 모여 해당 위기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일부 기업은 관련된 두세 개의 복수 부서 직원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한다. 어떤 기업은 상황에 따라 CEO를 필두로 여러 부서 임원들이 모두 모여 위기상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어떤 기업은 위기의 규모와 유형에 따라 실무 그룹의 ‘위기관리팀’이 관여하는 위기와, CEO그룹의 ‘위기관리팀’이 관여하는 위기를 나누어 대응한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특정 인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위기관리의 가장 첫 단추이자, 기본적인 시스템이다. 보통 기업의 위기는 이 함께 모인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의 의사결정에 따라 위기관리 성패가 좌우된다. 상황분석과 위기관리 경험 그리고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의 품질이 그 다음 고민해야 할 주제다. 

누가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를 리드하는가? 그리고 그의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그의 리더십 아래 움직이는 각 구성원들의 정확한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상황분석과 의사결정 그리고 실행명령의 이 프로세스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책들은 무엇인지 미리 고민하고 시스템화 해야 하겠다.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의 그 다음 숙제는 훈련(Training)이다. 우수한 인력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다고 위기가 자연스레 관리되지는 않는다. 이들에게 맡겨진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실제 위기와 유사한 사례들을 정기적으로 경험해 보고, 대응해 보게 하는 훈련이 그 다음이다.

그들로 하여금 경험을 통한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위기에 대한 개념과 정의 그리고 ‘위기시 나는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실질적 깨달음이 있어야 위기관리가 쉽다. 항상 위기관리가 어려운 기업은 이런 전제들이 부실한 경향이 있다. 위기관리, 사람에 먼저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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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2010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평소 실행에 투자하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18)

위기관리, 평소 실행에 투자하라


기업 위기관리는 의사결정에서 실행까지 고른 관심과 투자가 밑바탕 된 시스템 구축 노력에 의해 그 품질이 결정된다. 특히 실행에 있어 기업이나 조직들은 ‘위기관리 예산’을 평소에 책정하지 않는데, 실제 위기발생시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이슈들 중 하나가 이 ‘예산’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오너 또는 CEO 승인을 얻어 특별예산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는데, 이런 프로세스는 실무자들에게나 매니저들에게 상당한 사후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맘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실제로 사후 예산관리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보다 더욱 더 등한시 되는 부분은 평소 위기관리 실행에 대한 대비와 투자다. 일부 기업 CEO들 중에는 ‘홍보(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언론관계)는 별로 영양가 없다’고 아주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왜 우리가 신문사나 방송사에게 이런 저런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어 줘야 하느냐 반문한다. 가난해진 언론사에게 우리가 왜 봉이 되어야 하는가 실무자들을 몰아 세운다.

대관업무 또한 마찬가지다. 국세청, 공정위, 검찰, 식약청 등을 비롯 관련 정부부처와 규제기관들에 대한 관계 관리에 대해서도 딱히 좋은 시선을 투여하지 않는 CEO들이 있다. 이 때문에 평소 대관업무 실무자는 활동 예산에 있어 과도한 눈치를 보게 되고, 당연히 그 관계의 품질은 위기관리에 적절하지 않은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일부는 그런 식으로 하려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평가까지 받기도 한다.

NGO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 투자자관계, 지역주민관계, 소비자관계, 직원관계 등등에 이르기 가지 어느 한 구석 중요하지 않은 관계들이 없다. 평소 우리 기업이 이런 관계 관리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투자를 했는지는 위기가 발생하면 여실하게 그 수준이 들어난다. 실무자들이 항상 하는 목마르다는 소리가 실무자 개인의 영위를 위한 것이나 과도한 엄살이 아니었음을 위기시 CEO들은 이해하게 된다.

기업 홍보를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냥 끈만 놓지 않는 선에서 건조하게 운용 가능하다. 대관이나 다른 NGO 관계들도 오너나 주요 핵심 임원들의 개인적 커넥션으로 대체 가능할 수도 있다. 관계라는 것이 항상 부서지기 쉽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라 평소에 그에 대한 제한적 관리만 진행해도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그런 관계의 필요성은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한국과 같은 인적 관계의 틀 안에서 기업이 대형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평소의 고품질 관계 자산 없이는 상당부분 제약 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일부 외국기업들은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제약을 실제 경험한다. 따라서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유사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 주장하는 에이전시나 코디네이터를 찾으려고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한번의 위기관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토대 위에서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이런 상황들을 관리해 나가야 할까 하는 점이다.

위기시 구입한 관계가 얼마나 자사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보자. 아주 없었던 관계 자산을 일부 대신해 줄 수는 있겠지만, 그 특정 관계 이외에 다른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들은 또 어떻게 구입 해야 하나? 그렇게 구입한 관계가 중장기적으로 자사에게 어떤 자산이 될 것인가? 말 그대로 쓰고 버리는(disposable) 관계는 아닐까?

기업내 위기관리 실무자들 또한 우리 회사가 우리의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큰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를 계량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관계 자산에 대한 측정과 평가가 필요하고, 그런 결과들이 퍼포먼스와 연계되도록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그 결과들을 향후 년도의 관계 자산 관리 개선점들로 보완 강화하는 활동도 필요하겠다.

즉,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이러한 관계 자산에 대한 일선 관리와 이에 대한 내부 셀링이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적시의 의사결정이나 전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사내의 최고경영진들과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 의해 지시된 전략적 실행방법들이 실무진들에 의해 ‘실행불가능’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 그에 대한 책임은 순수하게 실무자인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

기업내부 위기관리팀과 함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면 의사결정자들이 단기간 내에 상황을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의사결정을 내려 지시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런 프로세스를 더욱 더 빠르고 정교화 하기 위해서 이런 시뮬레이션들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매번 많은 개선사항들을 통해 그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위기에 대응하는 훌륭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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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되는 강력한 실행 명령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저런 높은 수준의 지시들이 실제 실무자들에게 ‘실행 가능함’으로 받아들여 질까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평소의 투자와 관리 없이 무조건 명령으로만 실행될 수 있는 활동들이 아닐 때가 많다는 뜻이다. 평소 검찰과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없었는데 갑자기 “검찰과 막후 논의 하라”는 명령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나 말이다.

관계 관리는 그 형성부터 유지 강화까지 부단한 관심과 투자 그리고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런 활동들은 분명 가치가 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위기시 확실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외적 자산이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계를 평소에 관리하는 그런 활동들이 곧 기업 명성과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는 밑바탕이 된다. 평소에도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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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92010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14 insights from real crisis management cases

여러 회사들의 실제 위기 사례들을 분석해서 정리한 14개의 insights를 정리했다. 많은 실무자들과 여러 번 이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나누고는 했는데…한가지 공통적인 반응들이 있다. (농담)

“그렇게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시스템적인 요소들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몰랐다. 투자와 인력들도 생각보다 많이 투입되어야 할 것 같고…무엇보다도 자신이 없다”

우스개 소리로 “그렇게 많은 것들에 신경 쓰고 장기간 준비해야 한다면, 차라리 몇 년 한번 오는 위기 한방 맞고 말자, 우리!”라고도 했다.

맞다. 분명 힘들다. 그리고 우리의 career life는 그에 비해 너무나 짧다. 평생 하나의 시스템을 제대로 수립하고 키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홍보담당자로서 기업 커뮤니케이터로서 내가 재직했던 회사가 영속성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나의 발판을 마련 해 주었다는 자랑스러움 하나는 가져가면 좋겠다. 힘이 들고 어려워도…하나는 해보고 생을 마감하자는 생각이다.

멋지지 않나?

 

2월 262010 Tagged with , , , , , , , , , 0 Responses

위기대응: 내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주목해 보자!

기업에서 특정 수준 이상의 위기가 발생하면 보통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의 미팅이 이루지는 게 시스템이라고 한다. 한 발자국 나아간 기업들은 이특정 수준 이상의 위기에 대한 정의 그리고 범위 및 수위를 사전에 규정해 놓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위기시에 위기관리위원회나 위기관리팀의 헤쳐 모여 하기에는 너무나 큰 현실적 장벽들이 존재한다. 풀타임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아닌 이상 각 부분의 담당자들은 자기 부문의 일이 가장 중요한 1차적인 업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이슈나 논란 등은 홍보담당자들이 스스로 또는 일부 관련 부서와 협업하는 체제로 위기대응에 나서게 된다. 여기에서 홍보그룹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1차적인 방어막을 구축하는 재료가 된다.

해당 이슈가 법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해당 이슈를 어떤 부서와 함께 협업해서 대응해야 할 성질의 것인지, 어디에서 어떻게 대응논리와 정보지원을 받아야 할 것인지, 누구와 함께 네트워킹을 해서 대응 정보들을 공유할 것인지,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과 조언들을 어떻게 선별 수용 그리고 적용해야 하는지 등등 수 많은 의사결정의 순간들이 순차적으로 쏟아진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상적인 많은 부정적 이슈들과 해프닝들은 홍보담당자들의 순발력에 의존하거나, 책상머리 담화 또는 소규모 퀵 미팅으로 대증 처치 되곤 한다. 한 두 명의 책상 대화로 이렇게 저렇게 로직이 구성되고, 쥬니어 홍보팀 직원들의 타이핑으로 정리가 되곤 한다.

예상질의응답을 만들기에는 시간과 심적인 여유가 모자라고, 일단 대응자료를 만들어 출입기자들에게 1차 배포하는 것이 그 급선무가 된다. 기자들로부터의 논리 지적이나 돌발적인 자료요청 등에는 또 대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되지 않았지만 먼저 쳐 들어가고 보는 형국이다.

나중에 위기가 어느 정도 지나가면 항상 찜찜함이 남는다. 바쁘게 열심히 뛰어 무언가는 하느냐 노력 했는데사후에 생각하니 아슬아슬했다는 생각이 든다. 논리로 설득시키지 못한 일부 기자들을 다른 방식으로 묶어 놓느냐 고생한 것이 경험담이 된다.

샤프한 직원 한두 명의 책상머리 담화와 내외부 전문가들의 협업에 의한 통합적 의사결정간의 차이는 아주 미미해 보인다. 하지만, 투자와 관심에 따라 그 결과 차이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선택의 문제다.

5월 262009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살아있는게 이기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위기극복에 성공한 CEO의 공통점으로 “단기 재무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략하에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추구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CEO들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뿐 아니라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를 돌파해야 하며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선제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임직원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위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주문했다. [전자신문]

삼성경제연구소에서 CEO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냈다. 내용을 읽어보면 내심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들이 많다. “이렇게 해서 이 기업이 성공을 했구나!”하는 이해다.

하지만, 한편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또 여러 클라이언트사들의 성공과 실패를 같이 목격하면서 얻은 insight를 기반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다:

첫째, 장기적인 전략하에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추구하다가 잘려나간 CEO를 여럿 봤다. 이런 전략은 이사회와 오너 그리고 직원들 모두가 함께 공유를 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CEO의 리더십만으로는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이사회와 오너들은 왠만해서는 중장기 플랜을 싫어 한다는 거다. 10년후에 1조를 버는 플랜보다, 다음 분기에 달랑 10억을 버는 플랜을 선호하는 법이다.

둘째, 발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를 돌파하려던 CEO들을 옆에서 봤다.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이 기존 시장을 성장시키는 것 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위기 돌파를 위한 신시장 개척은 어떻게 보면 더욱 더 위험한 발상이다. 보통 그럭저럭 이도저도 안되니까 새롭게 무언가 해 볼려 손을 댔다가 회사의 생명을 단축시키곤 하기 때문이다.

셋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선제적 투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단 위기시에는 거의 모든 회사들은 심리적인 위축을 경험하게 되고, 보수적인 투자 양상을 띄게 되지 않나. 선제적 투자라는 말은 아카데믹한 단어일 뿐 현실적이지 않다. 선제적 투자는 호기에 성장성을 더욱 배가시키기 위해서 주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시기가 더 투자회수율이 높다.

넷째.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기존 상황을 알면 실현 가능성이 적다. 임직원들은 외부이해관계자가 아니라 내부이해관계자다. 매일 매일 하루 20시간가량을 회사 생각과 업무를 하면서 사는 사람들인 경우들이 많다. 이들에게 불안감이 일단 조성되었다면 99%는 그 실체가 있다는 이야기다. 구조조정, 회사매각, 매출하락, 경영진교체등이 실체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임직원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진 않는 법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대화에 메시지가 부족한게 당연하다. 성공하지 못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이다.
 
다섯째, ‘살아있는 회사가 이긴 회사’라는 점이다. 순간 반짝하면서 사라지는 회사나 브랜드를 여럿 봤다.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아보여도 수십년 살아있는 회사는 근본적으로 강한 무엇이 있었다. (물론 시원하게 반짝 거려 보지는 못했어도)

결국 성공한 CEO의 공통점이 이런 것들이어서 회사가 성공한 것이 아니라…성공할만한 기업들이니까 이런 공통적인 활동이 ‘가능’했었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본다. 99.99999%의 기업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3월 242009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개선의 기회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발끈하자 바이엘쉐링은 입을 다물어버렸습니다. 아·태지역 대표가 발언할 때 배석했던 홍보 담당자는 “정확한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소극적이라는 말을 했지 단정적으로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정부가 잘못한 일이라면 고쳐야 하고, 보도가 잘못이라면 정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본사에 문의했지만 투자사항은 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들었다”고만 했습니다. 그리고 “내(홍보담당자) 생각엔 R&D센터 검토는 2년 전쯤부터 시작돼 현 정부와는 상관없는 일일 것”이라고 발을 뺐습니다. [조선일보]

전형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사례라고 본다.

1. 외국인 (현재 해당 임원은 한국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사 임원의 언론 인터뷰를 위해서는 가장 첫번째 가이드라인이 “한국 정보 및 규제기관등에 대한 어떠한 부정적인 언급도 피하라”인 것이 보통인데…아태대표에게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정확하게 사전에 공유되었는지 궁금하다.

2. 아태대표라는 분이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지 않으셨을리 없는데, 투자사항 및 프로세스에 대한 (사내 대외비 분류) 언급을 기자 앞에서 하신 것 자체도 문제다. 이에 대해 사후에 해명을 하려고 해도 본사에서 허락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3. 아태대표와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할 때 배석했던 홍보담당자가 ‘예상되는 민감성’에 대해 사전 교정 또는 사후 해명 시도를 적극적으로 했었는지 궁금하다. 해명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애드립)을 밝히는 것도 사실 적절한 메시징은 아니다.

내일 신문에서 읽기 싫은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


사실 해당 실무자 측면에서는 할말이 많고 억울하고 힘든 부분도 있으리라 본다.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이번 기회가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1월 152009 Tagged with , , , , , 9 Responses

PR as science

PR담당자는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해…옛날 선배들이 멍청한 후배를 바라보면서 툭툭 던지던 말이다. 그때 나는 PR 선배들을 보면서 “와…어떻게 저렇게 박식해. 나는 헛 살았군…” 했고, 또 시니어 기자들과의 점심식사에 조인 해서 그들이 펼쳐놓는 업계 이야기들에 넋을 잃고 빠지기도 했다.

아무튼 그당시 PR담당자나 기자나 선배들은 다 모르는 게 없어 보였다.

지금 내가 10년전에 존경했었던 선배들 정도의 짬밥있는 AE들을 내려다 보면 재미있게도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선수들은 아는게 도대체 뭐야?” 일부 우리 팀장들은 나를 바라보면서 ‘그래 너 잘났다~’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인하우스 시절에도 에이전시 AE들을 보면서 진짜 애들 공부 안한다…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우리 AE들에게는 더욱 더 혹독하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에이전시 사장님들과 같이 맥주 한잔 하고 하면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에이 PR은 대우 받을 수가 없는 일 같아” 하는 자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다. 한번도 그에 대해 동의를 한적이 없다. 문제가 무엇인지 원인을 찾아내서 고치면 되는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PR이 광고나 마케팅에 비해 하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PR담당자들이 공부를 안한다는 거다. PR을 하면서 PR책을 왜 그리 오래 보는지 모르겠다. (물론 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목수가 대패질 하는 법에 대한 책을 10년간 보고 있으면 진짜 멋진 집은 언제 짓냐 이거다.

그 다음 이유는 PR이 리서치를 등한시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지니스건으로 세계적 독립 PR 에이전시인 APCO Worldwide 홍콩의 이사 한명을 만났다. Adrian이라고 중국선수인데 술도 잘먹고 노래도 잘한다. 이 친구와 새벽까지 술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Asia Pacific에서의 PR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물어본적이 있는데…이 친구 왈 상당히 리서치 비중이 높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단 리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충분한 리서치를 필수적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새로 맞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많은 이슈들을 리서치하고, PR을 담당해야 하는 회사와 브랜드 그리고 그 기업의 명성에 대한 리서치를 실행한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타겟 오디언스들을 더욱 정확하게 identify하기 위한 리서치를 곁들인다고 한다.

한마디로 클라이언트에 대한 360도 리서치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그 환경을 이해하는 절차를 맨 앞에 놓는다는 거다.

술자리에서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얼핏 ‘쟈식. 침소봉대하는 거 아냐? 리서치 서비스 팔아 먹을려고?’했었는데…사실이었다. 우리나라 PR담당자들은 리서치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예를들어 홍삼 브랜드를 PR한다고 생각해도 홍삼을 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고 PR플랜을 짜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이 왜 그것을 구입하고, 어떤 용도로 어떻게 복용하며, 누구를 위해 사는지, 시기별로 어떤 구매 패턴을 보이는지, 왜 굳이 이 브랜드를 구입하는 건지, 반복구매 비율은 얼마나 되고 왜 반복구매들을 하는지 알아야 PR을 할 수 있는거다.

대충 20대 중후반 여자 선수들이 두세명 모여 앉아 회의실 브레인 스토밍으로 해결되는 리서치가 절대 아니다. 플랜에서 타겟을 잡고, 공략할 논리를 만들고, 메시지를 뽑아내고, 실행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그 베이스가 그 여자 선수들의 수다와 머릿속에서 나오는 상상에 근거한 것인지, 진짜 분석 결과인 숫자와 퍼센테이지에 근거한 것이지에 따라 PR 품질은 분명 다르기 마련이다.

마케터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라. 그들에게는 항상 리서치 자료들이 들려져 있다. 그것이 그들의 평가기준이며, 실행지표다. 그것에 근거해서 전략을 짜고, 전략을 짜기 위해 그 리서치들을 실행한다. PR에이전시에서 마케팅 PR을 한다고 하면 최소한 마케터들이 항상 읽고 있는 성경같은 리서치 페이퍼들을 아주 쉽게 읽고 해석해 낼 줄은 알아야 한다. 그 안에서 PR 타겟과 어프로치와 메시지들을 끌어 낼 수 있는 해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인력들이 많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그 이전에 그런 인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 하지 않았던 우리 같은 경영진이 죄다. 결국 부분적으로는 내 탓이다.   

8월 252008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딜레마: 서비스 vs. 업종

2001년 말경으로 기억한다. 당시 PR 업계 최대 (지금까지도 전무후무한 최대 커뮤니티로 기록된다) 커뮤니티였던 홍사모(www.koreapr.org)가 년말 망년회를 가졌었다. 그 자리에서 PR업계의 미래에 대해 한 시간정도 발표를 한 기억이 있다.

당시 몇가지 핵심 주제를 기억해 보면:

1. 미디어 중심의 PR에서 메시지 중심의 PR
2. 업종 중심의 PR에서 서비스 중심의 PR

로 간추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중에서 오늘은 두번째 업종 중심 vs. 서비스 중심에 따른 에이전시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4년만에 CK에 돌아와 rejuvenation을 진행하면서, 큰 고민이 있던 것이 서비스 중심으로 AE들을 성장시키느냐, 아니면 업종 중심으로 AE들을 관리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많은 PR 에이전시 경영진들이 서비스 중심의 구조 개편과 업종 중심의 구조 개편을 상호 혼동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는 경우들이 많은데…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좀더 신중 했으면 한다.

많은 AE들이 에이전시에서 일정 기간 재직 하다보면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곤 하는데, 그 이유의 많은 부분이 이 ‘업종 중심의 에이전시 구조’에 있다고 본다. 보통 에이전시들을 보면 소비재팀, IT팀, 금융팀, 중공업팀…등등 흡사 기자들의 출입처 배분과도 유사한 업종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동일 출입처 기자들의 네트워크 extension이 원활하고,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계는 업종 PR에 있어서 media relations의 영역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한다는 점이다. 일상에 충실하게 되는 것이다.

숙련도는 강해지지만 그외의 전문성은 향상되지 못한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소비재 업체들을 5년동안 서비스 한 AE도 자신의 소비재 클라이언트가 갑자기 IPO를 한다고 하면 그 때 부터는 사실 해당 지원 서비스에 막막한 게 현실이다)

인하우스 PR팀을 보자. 업계에서 20년 PR한 선배들을 봐도, 산전 수전 공중전을 다 겪으셨지만 전문 분야에 대한 자신감들은 솔직히 부족해 한다. 어깨 넘어로 해나갈 수는 있다 해도 나이가 먹고 감은 떨어진다. 따라서 항상 지금까지 해왔던 분야에만 자신을 가지고 임하려고 한다. (회사적으로 볼 때는 성장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 질문이 하나 생긴다. 인하우스 내부에서 구하지 못하는 솔류션을 에이전시는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에이전시의 구조 또한 인하우스의 구조와 다르지 않고 실무 타입이 인하우스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면 인하우스는 그 이외의 솔루션들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에이전시가 항상 ‘고부가가치 사업을 할 토양이 안된다’ 또는 ‘PR 업계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얼마나 ‘서비스 중심의 구조 개편’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왔었는지 자문해야 한다.

인하우스는 업종 중심의 전문성을 가져가는게 맞다. 반면에 에이전시는 서비스 중심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비지니스가 커지고, 업계가 발전한다. 인력들이 성장하고, 에이전시 사장들도 전문가로서 당당하게 대우받게 된다. 답은 쉬운데…어려워 한다. 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