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에이전시

2월 172009 Tagged with , , , , , , , 4 Responses

서치펌과 PR시장…

모 외국계 서치펌 대표께서 어드바이스를 위해 연락을 해 오셨다. 모 대형 외국 기업의 PR헤드를 찾고 있는데 마땅한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조언을 달란다.

많은 서치펌 시니어분들을 만나 보지만…이들 중 PR 시장에 대해서 깊숙히 알고 계시는 분들이 몇 없다는 게 참 안타깝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의겠지만…)

일단 서치펌들이 혼동하시는 것이 “모든 PR 실무자들은 하나의 타입’이라는 전제다. 그분들이 주로 보시는 것은 시니어 PR 맨들이 거쳐온 회사의 트랙이다. 그리고 언어라는 장벽을 넘어 섰느냐가 그 다음 잣대다. 그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가에 대한 깊은 관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가 통화를 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자동차에도 여러가지 스타일이 있지요. 스포츠카도 있고 세단도 있고 SUV도 있지요. 다들 잘달리고 훌륭하죠. 하지만…스타일이 달라요. PR담당자들도 그렇게 다양한 업무 스타일이 있어요. 회사가 원하는 PR 헤드의 업무 스타일이 어떤 스타일인지를 먼저 아셔야 적당한 인력을 찾으실 수 있어요.”

회사에서 세단을 원하는데 스포츠카 같은 인력을 단지 영어에 능통하고 거쳐온 비지니스 트랙이 마땅하다고 소개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너무 많다. 삼성전자에서 훌륭하게 언론홍보를 했던 실무자가 완전한 글로벌 스탠다드의 외국기업에 가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완전한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성공한 실무자가 삼성전자 홍보실에 가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국내 대기업 인하우스에서 볼 때 에이전시들의 업무 스타일은 장난 같이 보인다. 또 반대로 에이전시에서 국내 대기업들을 볼 때는 너무 비대하고 전문적이지 못하다 본다. 에이전시들 사이에서도 국내 에이전시들은 외국계 에이전시들을 ‘버터’라고 놀린다. 외국 에이전시에서는 국내 에이전시들을 비윤리적이고 비논리적이라고 비웃는다. 이는 신경전이나 비아냥이 아니라 실제 업무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고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대기업에서 몇억원의 PR예산과 광고 예산을 주무르면서, 수백명의 기자단 관리를 해 온 사람에게, 글로벌 회사의 임원으로 오시라 하면 잘 될리가 없다는 거다. 글로벌 규정상 기자와 한끼에 1만원 이하의 밥 밖에 먹을 수 없는 회사에 맞지가 않다는 거다. 단순 매체 광고 지원에 추후 감사(internal control)가 관여하는 시스템을 견딜수가 없다는 거다.

반대로 외국계 에이전시를 프레스 오피스로 쓰면서 PR admin 업무로 시니어가 된 외국기업PR 실무자에게 국내 대기업에 가서 몇억원을 주물러 보면서 수백명의 기자들과 관계를 가져가라면 힘드는 게 당연하다. 단순 부수확장 협조요청에 낯선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마련이고, 매체 광고 지원 요청을 차갑게 거부하기 마련일꺼다.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은 각자 따로 있다는 거다.



1월 192009 Tagged with , , , , , 11 Responses

PR을 어떻게 했는지…

PR 에이전시들간에 아주 공식적이고 엄숙한(!) 의식이 하나 있는데…바로 에이전시간 클라이언트 업무 인수인계 의식이다. 클라이언트가 에이전시를 새로 선정하게 되면 종전의 에이전시는 새로운 에이전시에게 지금까지 관리해 왔던 여러가지 정보 DB자료들과 업무 아웃라인들을 전달하고 브리핑하곤 한다.

이 과정은 사실 상당히 민감하고, 중요한 과정이라 양쪽의 에이전시 담당자들이 가능한 성심 성의껏 준비하고 상호존중의 분위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양쪽이 다 선수들이라 더 자세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 않겠다)

10년전… 당시 AE로서 그간 성심껏 서비스 해 오던 나의 클라이언트가 우리와 seperate하면서 새로운 에이전시 사장님에게 업무인수인계를 하라는 요청을 해왔다. 그 새 에이전시의 사장님은 예전부터 잘 알던 선배님이라 전화를 드려 축하인사를 하고 관련 자료전달 일정과 팩에 들어가는 여러가지 항목들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당시 워낙 바쁜 사장님이라 “알았어. 알아서 보내. 땡큐”하셨다. 나는 수년간 서비스해왔던 클라이언트의 여러 자료들을 하나 하나 모으면서 리스트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기자들에게 하드카피로 거의 모든 정보를 보냈던 때이기 때문에 실로 어마어마한 분량의 하드카피들이 모아졌다. 슬라이드팩과 각종 프레스킷, 회사 giveaway들과 여러가지 브랜드 킷등이 사과 상자로 몇박스가 됬다.

나는 첫번째 클라이언트와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그 박스에다 리스트를 붙이고, 그 안에 자세하게 편지를 써서 넣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써서 새로 담당할 그 에이전시의 AE가 정보를 빨리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던거다. 퀵서비스 아저씨를 통해 박스들을 들려 보내니, 마치 동생을 시집보내는 듯 한 느낌(?)에 적적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한 5-6년이 지났던가. 업계 술자리에서 그 에이전시 사장님인 선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때 그 박스 이야기를 꺼냈다. “형님, 그 때 그 박스 조금 도움이 됬어요? 그거 진짜 시간 많이 들여서 정리했었던 건데…어땠어요?” 그 선배가 이런다. “야…그거 열어보지도 않았어. 바쁜데 뭘. 암튼 고맙드라…” “………………(이럴수가. 제길….)’

당시 정말 그 선배가 얄미웠다. 나의 정성을 몰라주다니…

요즘들어 클라이언트를 보내고, 다시 맞아들이고 하면서 AE들의 업무인수인계 과정을 바라본다.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섭섭함이 교차하는 하나의 Ritual이라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인하우스 시절 깨달은 하나의 법칙이 있다. 해당 에이전시가 PR을 잘해왔는지 그냥 그럭저럭 이어왔는지 알수 있는 아주 핵심적인 리트머스가 있다. 그건 바로 클라이언트를 위해 관리해온 미디어 리스트다. 미디어 리스트를 관리해 온 모습을 보면 그 에이전시가 해당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을 제대로 했는지 아닌지를 아주 확실히 알 수 있다.

미디어 리스트가 바로 PR 에이전시 업무의 진단체계 MRI인 셈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동의하는 선수들이 많을꺼다)

1월 112009 Tagged with 3 Responses

PR에이전시들의 stunts

국내 기업 중 홍보를 가장 잘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차희원 교수팀과 홍보대행사
피알원(PR ONE)이 최근 국내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커뮤니케이션 자본지수(CCI) 조사 결과 삼성전자는
정보·조직·관계·인적 자본 등 4개 조사 분야에서 5점 만점을 획득해 1위에 올랐다. 이어 한국타이어(4.93),
한진(4.89), 녹십자(4.81), LG(4.66) 등이 CCI지수 ‘톱(TOP) 5’에 포함됐다. [
주간조선]



일반적으로 지수라는 것을 잣대로 랭킹을 정하는 일은 적을 많이 만들기 마련이다. 미국 Fortune, Forbes, Money, Business Week, US News and World Report등에서 발표하는 랭킹들도 실제 업계에서는 말들이 있는게 사실이다.

Fortune 500같이 정확한 수치가 기준이 되는 랭킹이야 그나마 괜찮지만, America’s Most Admired Companies나 The Best Companies to Work For 같은 주관성이 개입 될 소지가 많은 기업들의 랭킹은 잡음들이 약간 더하다. (하지만, 이런 잡음이 있다는 것은 그마나 그 조사 주체와 발표 주체가 공신력이 있고, 영향력이 있을때 해당한다.)

실무자로서 위의 커뮤니케이션 자본 지수라는 것에도 관심이 많이간다. 하지만, 기업내부의 역량과 수준 같이 지극히 주관적 가치들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지수화 할 수 있었는지 참 궁금하다. 정보자본, 조직자본, 관계자본, 인적자본이라는 정의는 무엇이고, 이런 광의의 가치들을 측정 할 수 있었던 프로세스가 참 경이롭다.

일부 홍보담당자들의 인터뷰를 실행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홍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에 얼마나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도 사실 의문이다. (기자들도 좀처럼 신뢰하지 않는(!) 홍보담당자의 프로페셔널한(!) 가치주장을 과학적인 잣대로 끌어 들인다는 것은 결과 신뢰에 대한 문제 그 자체다)

조사 주체에 있어서도 현재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PR 에이전시가 주축이 되어 있다는 것도 지적 받을 만 하다. 그 에이전시의 클라이언트 또는 전클라이언트가 그 리스트에 들어 있다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하긴 힘들겠다.

이 기사도 놀랍다.

배우 조재현이 ‘2008 PCG 어워드:올해의 커뮤니케이터 상’을 수상했다. PR컨설팅 그룹 프레인컨설팅그룹(PCG)은 조재현과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에게 올해의 커뮤니케이터 상을 수여했다고 8일 밝혔다. 조재현은 지난해 대학로를 뜨겁게 달군 ‘연극열전2’에서 프로그래머 겸 배우로 활약, 2007년 12월부터 13개월 동안 총 10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뉴스엔]


 
언제부터 PR 에이전시가 연예인 시상에 한몫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PR 에이전시가 연예인을 올해의 커뮤니케이터로 선정하는 이유나 근거가 무엇인지 상당히 흥미롭다. 올해의 커뮤니케이터라는 상의 평가 대상이 연예인들로만 한정되어 있다면 그 것도 재미있다. 비지니스적으로 해당 에이전시가 연예 비지니스 업계쪽에 진출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publicity stunt라면 할말은 없다.

PR 에이전시들이 이러한 지수나 시상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일부 객관성이나 공정성 또는 신뢰성에 의문이 가거나, 비지니스 레버리징을 위한 하나의 Publicity Stunt로 이런 행사들을 활용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PR 비지니스라는 것이 신뢰성이 기본이고, 신뢰를 기반으로 비지니스가 성장해야 하는 것인데, PR 에이전시가 노출되고 논란의 주체가 되는 이런 수준의 작품들이 많아지면…중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영향이 해당 에이전시 하나가 아니라 업계 자체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냐는 거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건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나 인하우스들이 사실 이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P.S. 이 글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위의 두 존경받는 에이전시들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무자로서의 생각입니다.

1월 042009 Tagged with , 10 Responses

PR에이전시 vs. 미용실

새해를 맞아 미용실에서 머리를 깍으면서 든 생각들…
가만히 보면 미용실와 PR 에이전시 비지니스간에는 비슷한게 많다.

PR AE vs. 미용실 선생님
(실제로 머리를 만지는) 선생님들의 품질이 중요하다.
선생들도 컷트를 잘하는 사람, 퍼머를 잘하는 사람, 드라이나 손질을 잘하는 사람…자신이 잘하는 분야가 있다.
손님은 선생님의 실력도 사지만, 케미스트리를 중요하게 본다.
머리를 잘 만지는 선생님에게 장기 단골 손님이 많다.
같은 시간에 단골 손님들이 밀려도 하나 하나에 전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요한 터치만 선생님이 하고, 나머지 샴푸, 초반 드라이, 머리카락 털기, 커피타기 등은 어시스턴트들이 한다.
선생님과 어시스턴트들이 한팀을 이룬다.
손님은 한미용실에서 담당 선생님이 자주 바뀌면 다른 미용실로 간다.
머리뿐 아니라 손님의 스타일 전반 그리고 그 이상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전문적인 선생이 인기가 있다.
하지만, 사실 같은 미용실에서 선생들간 실력차는 그리 압도적으로 나지는 않는다. (몇몇 수준이하도 물론 있다)
선생은 우연히 컷트만 하러 온 손님에게도 잘해서 단골을 만들려고 한다.
선생은 자주 이 미용실에서 저 미용실로 직장을 옮긴다.
단골 손님이 많다고 생각하면 일부 선생은 새로운 자신만의 미용실을 차린다.

PR Client vs. 미용실 고객
가끔 전지현 사진을 가지고 와서 이렇게 머리 해달라 하는 고객들이 있다.
그리고 이 미용실에서 어떤 유명인들이 머리를 하고 있는 지 묻고 단골이 될찌 결정을 하는 손님들이 있다.
자신이 이렇게 해달라고 하더니 해 놓은 머리를 보고 어울리지 않자 불평을 할 때가 있다.
퍼머나 컷트는 만족스러운데 드라이에서 망쳤다고 머리를 다시 감아 달라는 손님들이 있다.
가능한 사장이 직접 자신의 머리를 만져달라고 하는 손님들이 있다.
미용실의 브랜드를 보고 청담동이라서 그 미용실만을 고집하는 손님들이 있다.
“나 전지현이랑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 해” 또는 “내 머리 손예진 머리 하는 선생이 해줘” 자랑하는 손님들이 있다.
가격에 민감해서 동네 미용실에 서비스쿠폰까지 사용하면서 여기저기 미용실들을 돌아다니는 손님들도 있다.

PR Agency vs. 미용실 비지니스
유명한 미용실은 기본적으로 컷트 요금부터 모든게 비싸다.
유명한 미용실 사장은 잡지에서만 보이지 실제로 손님 머리를 만지지는 않는다.
으리으리한 인테리어와 뭔가 있을 것 같은 장비들로 손님들을 주눅들게 하고 단골이 되게 한다.
정기 단골 손님이 기본으로 있어야 미용실 운영이 된다.
이를 위해 다른 미용실에 스타급 선생님들을 스카웃 해온다.
손님들은 매번 만족스럽게 머리를 해도, 한두번 망치면 다른 미용실로 옮겨간다.
그러나 가끔 돈은 안 되도 연예인이나 유명인 손님이 와주어야 비지니스가 큰다.
새로운 미용기법들이나 자체적으로 개발한 퍼머방식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손님들에게 어필한다.
여러개의 지점을 두고 선생님을 많이 보유하는 기업형 미용실이 있다.
커트 3000원, 퍼머 20000만원등 저가 미용실들도 생겨나고 있다.
주인 혼자 하는 미용실도 있다.
외국계 미용실 체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도 별반 큰 힘을 못 쓴다.  

기타
원맨 미용실이나 동네 미용실등에서는 큰 미장원 다 필요 없다 허당이다 비야냥 거린다.
나도 원래 청담동 OOO헤어샵, 명동 OOO미용실등에 있었다고 동네 손님들에게 자랑한다.
갑자기 면도칼이나 이상한 가위질로 머리를 만지는 기인 선생님이 나와 매스미디어를 타곤한다.
몇몇 기인 선생들은 기존 유명 미용실 선생들이 해왔던 가위질은 이미 히스토리라고 폄하한다.
품질 보다는 쓸데 없는 부분들로 주로 경쟁 한다.
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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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비슷하다…

12월 082008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브랜드의 추억

80년대초였다. 시장에 가시는 어머니를 조르고 졸라 운동화 한켤레를 사러 운동화 가게에 들어갔다. 그 운동화 가게에서 한 500m 떨어진 곳에는 그 당시 부잣집 아이들의 상징이었던 ‘나이키’ 대리점이 있었고, 그와 경쟁하려고 노력했던 매스티지(?) 브랜드 ‘프로스펙스’ 대리점이 그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나이키나 프로스펙스가 아닌 일반 운동화 가게에 나를 데리고 오신 어머니에게 불만이 많았다. 아주 어려서 부터 그곳에서 운동화를 사서 신었었으니 어머니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를 그곳으로 데리고 오신거다.

나는 잔뜩 볼멘 얼굴로 진열대를 두리번 거렸다. 당시 기억나는 대화들.

어머니: 얘가 신을만 한 운동화 좀 줘보세요. 너무 자주 신발이 닳아서…

가게 주인: 흠…너 발이 몇이냐? 음…그러면 이거 어떠세요. 요즘 애들 많이 신는건데 이거 잘나가요.

나: 이게 어디꺼죠? (당시 이는 브랜드를 의미함…)

가게 주인: 응. 이게 페가수스라고. 좋은 신발이야. 너 프로스펙스라고 알지? 그거하고 같은 공장에서 나오는 거야. 신발천이랑 밑창 거의 똑같아. 신어 봐. (이 주장이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름…)

나: 아뇨. 저는 이건 싫구요. 저건 뭐예요? (많이 본 듯한 유명 브랜드 디자인의 신발을 가리켰다)

가게 주인: 응? 어…이건 프로월드컵이라고 요즘 새로나온 신발이야. 사실 이게 나이키나 프로스펙스 보다 낫다. 재질도 그렇구…디자인도 좋잖아.

어머니: 아니 뭐가 그렇게 까다로와? 둘중에 골라 어떤거 살꺼야?

나: 에이…나 신발 안살래.

그리고 나는 그 가게에서 그냥 돌아 나왔다. 어머니가 따라 나오셨고. 그 아저씨는 어머니에게 이러셨단다.

“요즘 애들이 이름있는 신발만 신을라고 해서 문제예요. 사실 이 신발들이 나이키니 프로스펙스니 하는 것들 보다 품질은 훨씬 낫거든요. 애들이 겉멋만 들어서 그래요 요즘…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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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는 1880년대의 대화가 아니다. 당시에는 브랜드가 그냥 품질의 상징이었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인식되었다. 괜히 브랜드를 찾거나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는 회사는 허파에 바람 든 녀석이거나 사기성 있는 기업이었다.

품질 좋은 상품만 만들면 팔린다…이게 당시 상점이나 기업 주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아주 오래된 추억이다.

그러나 놀라우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그 운동화 가게 아저씨 같은 분들이 2008년 현재에도 계시다는 거다. 그것도 큰 회사나 브랜드를 이끌면서 활발하게 활동들을 하시고 계시다는 거다.

PR 에이전시에서도 극소수 일부만 이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브랜드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듯 하다. (말씀은 안하셔도…)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에이전시들은 왜 클라이언트가 행복하게 pay를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우리 활동의 가치를 몰라줘도 한참 몰라 주신다 불평을 한다. 품질은 다 똑같은데…왜 글로벌 에이전시만 찾느냐 한다. 우리가 그네들 보다 훨씬 일을 잘하는 데 왜 우리는 그들보다 pay를 적게 주시느냐 반문한다. 우리가 뭐가 빠지냐고 소리친다.

그 조그만 운동화 가게 아저씨는 지금쯤이면 그 이유를 아셨을까? 살아계시다면… 

11월 292008 Tagged with , , , , , , 6 Responses

안타깝고 무서운 증거

레버리지의 시대, 그 다음은 무엇일까? 다음 시대의 금융의 역할, 구체적으로 어떤 영속성 있는 업무를 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세계 금융계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자본 효율성이 강조되던 시대에 노무라는 구미 투자가들에게 ‘노무라는 자본을 사용하는 방법이
너무 서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큰 충격을 피했지만) 그렇다고 노무라만의 옛날 식에 안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확신도 없지요. 그래서 미국 투자은행에서 일하던 우수한 인재들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리먼에서 하던
똑같은 일을 해선 안 되지요. 이미 통용되지 않는 방식이니까. 노무라 역시 노무라의 옛 방식을 주입해선 안 됩니다. 세계
금융계가 새 모델을 찾듯이, 우리도 금융의 새로운 지평, 영속성 있는 업무 형태를 찾아야지요. 서로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보다 높은 관점에서 함께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
[조선일보,日 노무라증권 회장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 인터뷰]

PR회사를 이끌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인재’라고 하겠다. 이러한 결론적 insight를 얻기 전 내가 생각하는 PR 에이전시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시스템’이라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지금 그 시스템을 전혀 하찮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중요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선결과제가 인재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그 조직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상위 인재 20%가 하기 마련인데, 경영을 해 보니…그 상위 20%들만 모인 조직을 만들고 싶은게 아주 이기적이지만 탐나는 목표가 되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노무라가 리먼의 인재들을 인수(!)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인수방식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부러울 뿐이다.

PR에이전시를 인수한다고 하면 어떤 부분들을 자산가치로 인정할 수 있을까? Due Dilligence를 하면 어떤 부분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을 인정하기 못할까….

우리를 포함한 PR 에이전시들은 이러한 자산으로서의 인재 가치 개발과 투자에 얼마나 열중하고 있을까? 혹시 클라이언트의 숫자를 자산으로 오해하고 있지 않을까? AE의 숫자로 자산을 왜곡하고 있지 않을까? Monthly Billing으로 자신들의 성과를 포장하고 있지 않을까?

핵심은 인재다. 그리고 PR에이전시에게 자산의 중심도 인재다. 얼마나 좋은 인재를 적절하게 뽑아. 훌륭하게 트레이닝시키고, 스스로 자신을 개발하도록 이끌어 주는가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성장하는 클라이언트 서비스 품질 그리고 늘어나는 클라이언트 또 그 결과로 상승하는 billing은 그냥 결과물(performance)일 뿐이다. 그것들이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나를 비롯한 많은 PR 에이전시 경영자들이 종종 달걀과 닭의 관계에 혼동을 일으킬때가 많다는 것…
그리고 그 자산의 형성 플로우에 있어 priority를 잘 못 가져간다는 것…
그리고 우리 회사가 가치있는 회사라고 착각 하고 있다는 것…

그건…경영자들 스스로가 인재가 아니라는 증거다. 안타깝고 무서운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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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72008 Tagged with , , , , , , 15 Responses

Only the Paranoid Survive

이쪽 PR 에이전시 업계에서 일하는 후배들이나 우리 AE들을 바라볼 때 여러가지 찹잡한 생각들이 많다. 사실 나 조차도 아직 인생의 반을 산 것 뿐이지만 (아니면 인생을 거의 다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을찌도 모르겠다…) 후배들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적절한 답을 찾고 있는 건지 참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남자로 태어나 군대를 다녀오고 또 요즘엔 남들도 가니 나도 간다는 대학원을 졸업하면 나이가 벌써…27살 또는 28살이다. 20대 초반에 업계로 쏟아져 들어오는 미국 시장의 경우와는 이미 스타팅 포인트가 틀리다. 게다가 가뜩이나 늦은 입성에 영어 습득 등을 핑계로 다녀온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경력까지 더하면 거의 서른을 바라보는 철지난 신상들이 업계에 들어오게 된다.

PR 에이전시 업계의 정년은 언제인가? 실질적 업계 정년은 마흔이다. 마흔이 넘으면 그 다음부터는 무언가 Added value를 가져야 한다. 나이 마흔이란 Added value의 소유 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데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AE 출신들 대부분은 나이 마흔까지 업계에 일관되게 머무르지 않는다. 그리고 일부 머무르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AE 일선의 업무에 치여 Added value에 대한 정의 조차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개인적인 이슈일 수도 있지만 업계 이슈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남자로서 PR 업계에서 제대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약 10-15년이다. 그만이다. 스타팅 년봉 2500으로 시작해서 1억으로 끊는다고 이상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동 기간 총 수입은 6억가량이다.

나이 마흔에서 마흔 다섯에 회사문을 나서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젊은 시절 PR을 했으니 당연히 PR을 해야 하겠지만…에이전시의 리트머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늙은 AE가 어디서 어떻게 PR을 하나?

일부는 새로운 에이전시를 차린다. 하던일을 사장이 되서도 직원 몇 명들과 힘겹게 한다. 물론 돈은 근근히 번다. 여전히 힘들다. 나머지 이도 저도 못하는 대부분은 전업을 한다. (이 부분은 다른 업종 종사자들과 같겠다) 치킨집을 하던가, 와이프와 가게를 차린다. 아니면 아는 지인의 회사에 입사해 도와주면서 세월을 보낸다. 그게 현실이다.

나이 마흔에서 마흔중반이 앞으로 살아 나가야 할 기간은 30-40년이다. 이 기간동안 고정적이거나 어느정도 규모 이상의 수입이 없어진다는 것은 인생 설계에 있어서 절반의 실패를 의미한다. 더구나 이 시기는 자녀들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정도의 위치에 있어서 아이들을 키워 교육하고 결혼을 시키는 나이까지는 더욱 더 큰 고통이 따른다.

에이전시에서 PR AE를 하다가 인하우스로 전직을 하는 경우에도 그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기업에서 임원은 조직의 꽃이다. 더구나 공채가 아닌 외부 에이전시 출신이 홍보 임원을 다는 것에는 상상 이상의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겠다. 대형 외국 기업에 들어가더라도 40대 이전에 어느 정도 임원 승진 라인에 올라 있어야 할 것이며, 이 또한 소수에게만 정해진 좁은문이다. 어짜피 40대를 지나면 큰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온다. (에이전시의 경우에는 professional service를 팔수도 있지만 인하우스 출신들은 사실 이런 비지니스에 많이 낯설어 한다.)

우리나라 PR AE들의 경우 자신 인생의 1차 데드라인 까지를 딱 10년이라고 보자. 자신이 업계에서 3년을 지냈다면 앞으로 7년도 남지 않았다 생각하자. 1차 데드라인을 어떻게 넘길 것인지, 그리고 그 이후 30년 이상은 무엇으로 살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PR 에이전시는 기본적으로 professional service business를 한다. 기업들의 business가 계속 진행되는한 꼭 필요한 professional service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agency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스스로 한번 물어 보자.

“나는 어떤 professional service 부분에서 프로페셔널인가?”

그에 대한 답변이 있다면 50%는 다행이다. 긍정적인 답변이 있다면 일단 1차 리트머스 테스트는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답변이 가능하다면 그 후에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그 professional service 분야에서 내가 top인가? The very best인가?”

이에 대한 자신있는 답변이 있다면 이후 30년도 자기관리와 카이젠을 통해 남보다 더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AE들이 이 두 개의 답변에 적절한 답변을 준비 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개인 AE 자신과 함께 에이전시 선배들과 CEO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만 PR agency as professional firm을 외칠 뿐 ‘how to’에 대한 적절한 답변과 가이드 지원을 해주지 않은 선배들과 CEO들이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이 길을 제대로 만들어 주지 못한 책임이다.

Guides for the Paranoid who Survive

1. Urgency를 가져라
2. 지금이라도 빨리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profesional service를 선정하라
* 해당 professional service는 현재 또는 미래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잦은 수요가 있는 것이 유리. 그러나 잊지 말 것은 수요가 많은 곳에는 공급도 많고, 경쟁이 심하다는 것. 또한 국내 처럼 인력풀로는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 많은 인력들이 가격경쟁에 몰입하므로 risky하다는 것 감안.
3. 일단 자신만의 professional service를 정했다면 열심히 공부하고 관련 프로젝트들을 다양하게 실행하면서 deep dive해라.
4. 자신만의 브랜드를 키워라.
5. 컨설턴트로서의 능력과 철학을 배양해라.

Good Luck.

8월 252008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딜레마: 서비스 vs. 업종

2001년 말경으로 기억한다. 당시 PR 업계 최대 (지금까지도 전무후무한 최대 커뮤니티로 기록된다) 커뮤니티였던 홍사모(www.koreapr.org)가 년말 망년회를 가졌었다. 그 자리에서 PR업계의 미래에 대해 한 시간정도 발표를 한 기억이 있다.

당시 몇가지 핵심 주제를 기억해 보면:

1. 미디어 중심의 PR에서 메시지 중심의 PR
2. 업종 중심의 PR에서 서비스 중심의 PR

로 간추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중에서 오늘은 두번째 업종 중심 vs. 서비스 중심에 따른 에이전시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4년만에 CK에 돌아와 rejuvenation을 진행하면서, 큰 고민이 있던 것이 서비스 중심으로 AE들을 성장시키느냐, 아니면 업종 중심으로 AE들을 관리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많은 PR 에이전시 경영진들이 서비스 중심의 구조 개편과 업종 중심의 구조 개편을 상호 혼동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는 경우들이 많은데…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좀더 신중 했으면 한다.

많은 AE들이 에이전시에서 일정 기간 재직 하다보면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곤 하는데, 그 이유의 많은 부분이 이 ‘업종 중심의 에이전시 구조’에 있다고 본다. 보통 에이전시들을 보면 소비재팀, IT팀, 금융팀, 중공업팀…등등 흡사 기자들의 출입처 배분과도 유사한 업종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동일 출입처 기자들의 네트워크 extension이 원활하고,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계는 업종 PR에 있어서 media relations의 영역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한다는 점이다. 일상에 충실하게 되는 것이다.

숙련도는 강해지지만 그외의 전문성은 향상되지 못한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소비재 업체들을 5년동안 서비스 한 AE도 자신의 소비재 클라이언트가 갑자기 IPO를 한다고 하면 그 때 부터는 사실 해당 지원 서비스에 막막한 게 현실이다)

인하우스 PR팀을 보자. 업계에서 20년 PR한 선배들을 봐도, 산전 수전 공중전을 다 겪으셨지만 전문 분야에 대한 자신감들은 솔직히 부족해 한다. 어깨 넘어로 해나갈 수는 있다 해도 나이가 먹고 감은 떨어진다. 따라서 항상 지금까지 해왔던 분야에만 자신을 가지고 임하려고 한다. (회사적으로 볼 때는 성장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 질문이 하나 생긴다. 인하우스 내부에서 구하지 못하는 솔류션을 에이전시는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에이전시의 구조 또한 인하우스의 구조와 다르지 않고 실무 타입이 인하우스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면 인하우스는 그 이외의 솔루션들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에이전시가 항상 ‘고부가가치 사업을 할 토양이 안된다’ 또는 ‘PR 업계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얼마나 ‘서비스 중심의 구조 개편’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왔었는지 자문해야 한다.

인하우스는 업종 중심의 전문성을 가져가는게 맞다. 반면에 에이전시는 서비스 중심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비지니스가 커지고, 업계가 발전한다. 인력들이 성장하고, 에이전시 사장들도 전문가로서 당당하게 대우받게 된다. 답은 쉬운데…어려워 한다. 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