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외국계 서치펌 대표께서 어드바이스를 위해 연락을 해 오셨다. 모 대형 외국 기업의 PR헤드를 찾고 있는데 마땅한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조언을 달란다.
많은 서치펌 시니어분들을 만나 보지만…이들 중 PR 시장에 대해서 깊숙히 알고 계시는 분들이 몇 없다는 게 참 안타깝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의겠지만…)
일단 서치펌들이 혼동하시는 것이 “모든 PR 실무자들은 하나의 타입’이라는 전제다. 그분들이 주로 보시는 것은 시니어 PR 맨들이 거쳐온 회사의 트랙이다. 그리고 언어라는 장벽을 넘어 섰느냐가 그 다음 잣대다. 그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가에 대한 깊은 관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가 통화를 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자동차에도 여러가지 스타일이 있지요. 스포츠카도 있고 세단도 있고 SUV도 있지요. 다들 잘달리고 훌륭하죠. 하지만…스타일이 달라요. PR담당자들도 그렇게 다양한 업무 스타일이 있어요. 회사가 원하는 PR 헤드의 업무 스타일이 어떤 스타일인지를 먼저 아셔야 적당한 인력을 찾으실 수 있어요.”
회사에서 세단을 원하는데 스포츠카 같은 인력을 단지 영어에 능통하고 거쳐온 비지니스 트랙이 마땅하다고 소개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너무 많다. 삼성전자에서 훌륭하게 언론홍보를 했던 실무자가 완전한 글로벌 스탠다드의 외국기업에 가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완전한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성공한 실무자가 삼성전자 홍보실에 가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국내 대기업 인하우스에서 볼 때 에이전시들의 업무 스타일은 장난 같이 보인다. 또 반대로 에이전시에서 국내 대기업들을 볼 때는 너무 비대하고 전문적이지 못하다 본다. 에이전시들 사이에서도 국내 에이전시들은 외국계 에이전시들을 ‘버터’라고 놀린다. 외국 에이전시에서는 국내 에이전시들을 비윤리적이고 비논리적이라고 비웃는다. 이는 신경전이나 비아냥이 아니라 실제 업무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고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대기업에서 몇억원의 PR예산과 광고 예산을 주무르면서, 수백명의 기자단 관리를 해 온 사람에게, 글로벌 회사의 임원으로 오시라 하면 잘 될리가 없다는 거다. 글로벌 규정상 기자와 한끼에 1만원 이하의 밥 밖에 먹을 수 없는 회사에 맞지가 않다는 거다. 단순 매체 광고 지원에 추후 감사(internal control)가 관여하는 시스템을 견딜수가 없다는 거다.
반대로 외국계 에이전시를 프레스 오피스로 쓰면서 PR admin 업무로 시니어가 된 외국기업PR 실무자에게 국내 대기업에 가서 몇억원을 주물러 보면서 수백명의 기자들과 관계를 가져가라면 힘드는 게 당연하다. 단순 부수확장 협조요청에 낯선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마련이고, 매체 광고 지원 요청을 차갑게 거부하기 마련일꺼다.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은 각자 따로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