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3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6편] 왜 거의 다 ‘인재(人災)’라고만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국가나 기업과 관련 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언론에서 ‘인재(人災)’라고 비판 하더군요. 당한 조직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 바로 인재(人災)라고 평가해 버리니 그 책임이 더욱 더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왜 대부분의 사고가 인재(人災)라 불리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반대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인재(人災)의 반대말은 천재(天災)일 텐데요. 천재(天災)의 발생 가능성이 인재(人災) 발생 가능성과 비교해 얼마나 될까요? 인재(人災)의 발생 가능성은 거의 존재하는 사람의 수와 맞먹는다고 봅니다. 반대로 사람이 관여되지 않고 자연 스스로 움직여 사고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당연히 그 수나 가능성이 매우 적습니다. 물론 피해 수준이나 영역은 인재(人災)에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할 수는 있습니다. 즉, 인재(人災)라 자주 평가되는 것은 천재(天災)에 비해 인재(人災)의 발생 빈도가 훨씬 높아서 그렇습니다.

두 번째로, 흔치 않은 천재(天災)라 할지라도 그 재앙을 예상이나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사람의 역할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진이라는 천재(天災)는 사람들이 충분히 예상이나 예측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예상이나 예측 둘 중 하나는 가능하죠. 그렇다면, 이에 대비한 적절한 대응 및 생존 체계에 대한 필요성이 생깁니다. 이런 체계는 누가 만들어야 할까요? 그 책임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강진이 발생했을 때 대응 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은 케이스가 있고, 동일한 진도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수천 명이 사망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앞의 대응 결과는 순수하게 운으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이 천재(天災)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겠지요. 뒤의 케이스는 어떻습니까? 앞의 케이스와 비교해 너무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다름이 있었을까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대응 체계에 문제가 있고, 그 준비나 운용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게 되겠지요.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고는 인재(人災)라고 불릴 수 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실제로 사고 시 사람들이 문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는데, 그 현장의 관리 회사가 스프링쿨러나 경보 체계를 사고 며칠 전에 꺼놓은 경우가 있었죠. 물론 그 회사가 대규모 화재를 예상하고도 그런 일을 했었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제대로 규정을 따르지 않아 일을 키운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대부분 이런 유형의 사고는 사람들이 정해진 규정이나 맡겨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회에서 빈번합니다.

인명을 구조해야 할 사람들이 인명을 구조하지 않습니다. 안전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이 안전을 관리 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발견해서 사전에 조치해야 하는 사람들이 문제 발견에 관심이 없습니다. 적군의 침략을 경계해야 할 사람들이 경계를 소홀히 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 인재(人災)라 평가 받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사고는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얼핏 천재(天災)라고 생각되는 몇몇의 대형 재앙에서도 사람들의 책임은 상당부분 존재합니다. 순수한 천재(天災)란 존재하기 어렵다는 의미일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위기를 우선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 관점이 재난관리의 가장 기본 관점입니다.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에는 인재(人災)라는 평가를 받아도 별 할 말이 없습니다.

인재(人災)라는 억울한(?)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에서 이야기한 인재(人災)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 하면 됩니다. 먼저, 순전히 사람들이 발생시키는 사고의 빈도를 줄여나가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 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규정과 가이드를 숙지 시키고, 교육 훈련을 반복하고, 감시와 단속을 반복하는 것이 그런 노력이죠. 많은 선진 국가나 기업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사회적 위기관리입니다.

그 다음은 사고를 예상 예측하고, 그에 적절한 다양한 방식의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사전 노력을 하는 겁니다. 쓰나미가 예상되면 방파제를 높입니다. 화재가 예상되면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경보 및 소화 체계를 강화합니다. 홍수나 지진이 예상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지, 초기대응, 사후 생존, 사후 복구 등에 대한 체계를 꾸준하게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인재(人災)를 최소화 시키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이 사람들 개개인이 규정과 체계를 잘 따르면서 상시 관리해 나가는 노력입니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적시에 하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노력과 준수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들은 분명 인재(人災)입니다. 인재(人災)라는 평가가 많다는 것은 곧 사람들에게 문제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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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2008 Tagged with , , , , , , 6 Responses

안타깝고 무서운 증거

레버리지의 시대, 그 다음은 무엇일까? 다음 시대의 금융의 역할, 구체적으로 어떤 영속성 있는 업무를 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세계 금융계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자본 효율성이 강조되던 시대에 노무라는 구미 투자가들에게 ‘노무라는 자본을 사용하는 방법이
너무 서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큰 충격을 피했지만) 그렇다고 노무라만의 옛날 식에 안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확신도 없지요. 그래서 미국 투자은행에서 일하던 우수한 인재들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리먼에서 하던
똑같은 일을 해선 안 되지요. 이미 통용되지 않는 방식이니까. 노무라 역시 노무라의 옛 방식을 주입해선 안 됩니다. 세계
금융계가 새 모델을 찾듯이, 우리도 금융의 새로운 지평, 영속성 있는 업무 형태를 찾아야지요. 서로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보다 높은 관점에서 함께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
[조선일보,日 노무라증권 회장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 인터뷰]

PR회사를 이끌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인재’라고 하겠다. 이러한 결론적 insight를 얻기 전 내가 생각하는 PR 에이전시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시스템’이라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지금 그 시스템을 전혀 하찮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중요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선결과제가 인재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그 조직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상위 인재 20%가 하기 마련인데, 경영을 해 보니…그 상위 20%들만 모인 조직을 만들고 싶은게 아주 이기적이지만 탐나는 목표가 되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노무라가 리먼의 인재들을 인수(!)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인수방식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부러울 뿐이다.

PR에이전시를 인수한다고 하면 어떤 부분들을 자산가치로 인정할 수 있을까? Due Dilligence를 하면 어떤 부분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을 인정하기 못할까….

우리를 포함한 PR 에이전시들은 이러한 자산으로서의 인재 가치 개발과 투자에 얼마나 열중하고 있을까? 혹시 클라이언트의 숫자를 자산으로 오해하고 있지 않을까? AE의 숫자로 자산을 왜곡하고 있지 않을까? Monthly Billing으로 자신들의 성과를 포장하고 있지 않을까?

핵심은 인재다. 그리고 PR에이전시에게 자산의 중심도 인재다. 얼마나 좋은 인재를 적절하게 뽑아. 훌륭하게 트레이닝시키고, 스스로 자신을 개발하도록 이끌어 주는가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성장하는 클라이언트 서비스 품질 그리고 늘어나는 클라이언트 또 그 결과로 상승하는 billing은 그냥 결과물(performance)일 뿐이다. 그것들이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나를 비롯한 많은 PR 에이전시 경영자들이 종종 달걀과 닭의 관계에 혼동을 일으킬때가 많다는 것…
그리고 그 자산의 형성 플로우에 있어 priority를 잘 못 가져간다는 것…
그리고 우리 회사가 가치있는 회사라고 착각 하고 있다는 것…

그건…경영자들 스스로가 인재가 아니라는 증거다. 안타깝고 무서운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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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2008 Tagged with , , , , , 3 Responses

말이 나왔으니 하는 PR 예산 이야기

십여 년 전과 지금의 PR 시장 환경 간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 전반적으로 기업들이 PR 서비스를 다양하게 이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장 저변이 확대되면서 한편으론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저가 예산 프로젝트들이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하다 못해 두부 한모를 사더라도 한모에 1800원 붙여 있는 두부를 내려다보면서 “이거 한판 다해서 1000원에 합시다”하면 딜이 이루어 질 리 없는 것 아닌가?

그 전보다 인하우스들이 RFP를 잘 만들어 주는 것도 하나의 변화겠는데, 그 RFP를 읽다가 보면 종종 깜짝깜짝 놀라서 AE들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3개월 동안 각종 trade show와 event들을 PR 지원하고, 각종 기사와 온라인 포스팅들을 이 정도 해 달라 제시하면서, 또 거기에다 여러 부가 전문 서비스들을 attach로 달면서 예산범위는 1000만원. 이런 식이다.

상식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도 담당팀은 고사하고 AE 한 명 월급도 안 되는 예산인 것을 알 텐데, 그런 RFP를 여러 개의 에이전시들에 돌리면서 경쟁하라 요구하는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도리어 궁금하다.

그러면 안 하면 되지?

맞다. 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런데 한다. 그러니 계속 그런 예산들이 돌아다니고 인하우스 내부로도 예산을 늘릴 명분이 없어진다. 이런 악순환은 거의 모든 서비스 업계에 일반적인 병폐다. 몇몇 업체들이 tangible quality and value를 기반으로 high fee structure를 유지해 주어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이와 함께 인하우스도 발전할 수 있다.

현재 광고대행사의 기획 제작 비용 그리고 미디어 예산이 스탭들 짜장면 몇 그릇 값이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광고업계는 존재하지도 발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에이전시나 인하우스에 지금과 같은 인재들이 마케팅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인하우스에서도 예산이 곧 그 부문의 힘이다. PR 부문이 사내에서 비교적 평가와 검증 그리고 비중의 불이익을 받는 것은 예산에도 그 원인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에이전시 예산을 저가로 가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인하우스에게 KPI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인 득이 되지는 않는다. 경험상 에이전시건 인하우스건 예산이 말을 한다. 좋은 퍼포먼스는 정상적인 예산에서 나온다. 그래야, 제대로 된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