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과 지금의 PR 시장 환경 간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 전반적으로 기업들이 PR 서비스를 다양하게 이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장 저변이 확대되면서 한편으론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저가 예산 프로젝트들이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하다 못해 두부 한모를 사더라도 한모에 1800원 붙여 있는 두부를 내려다보면서 “이거 한판 다해서 1000원에 합시다”하면 딜이 이루어 질 리 없는 것 아닌가?
그 전보다 인하우스들이 RFP를 잘 만들어 주는 것도 하나의 변화겠는데, 그 RFP를 읽다가 보면 종종 깜짝깜짝 놀라서 AE들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3개월 동안 각종 trade show와 event들을 PR 지원하고, 각종 기사와 온라인 포스팅들을 이 정도 해 달라 제시하면서, 또 거기에다 여러 부가 전문 서비스들을 attach로 달면서 예산범위는 1000만원. 이런 식이다.
상식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도 담당팀은 고사하고 AE 한 명 월급도 안 되는 예산인 것을 알 텐데, 그런 RFP를 여러 개의 에이전시들에 돌리면서 경쟁하라 요구하는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도리어 궁금하다.
그러면 안 하면 되지?
맞다. 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런데 한다. 그러니 계속 그런 예산들이 돌아다니고 인하우스 내부로도 예산을 늘릴 명분이 없어진다. 이런 악순환은 거의 모든 서비스 업계에 일반적인 병폐다. 몇몇 업체들이 tangible quality and value를 기반으로 high fee structure를 유지해 주어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이와 함께 인하우스도 발전할 수 있다.
현재 광고대행사의 기획 제작 비용 그리고 미디어 예산이 스탭들 짜장면 몇 그릇 값이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광고업계는 존재하지도 발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에이전시나 인하우스에 지금과 같은 인재들이 마케팅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인하우스에서도 예산이 곧 그 부문의 힘이다. PR 부문이 사내에서 비교적 평가와 검증 그리고 비중의 불이익을 받는 것은 예산에도 그 원인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에이전시 예산을 저가로 가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인하우스에게 KPI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인 득이 되지는 않는다. 경험상 에이전시건 인하우스건 예산이 말을 한다. 좋은 퍼포먼스는 정상적인 예산에서 나온다. 그래야, 제대로 된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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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to 말이 나왔으니 하는 PR 예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