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5월 3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9편]취약성이 드러나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컨설팅 회사로부터 위기 요소 진단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취약성이 도출되었더군요. 문제는 그 많은 취약성들을 어떻게 핸들링 해야 하는지 입니다. 취약성에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던데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컨설팅사에서 이미 전체 취약성들을 잘 정리했을 것입니다. 그 중 당연히 시급하고 중대하게 개선이 필요한 취약성들을 추려 놓았을 겁니다. 우선 그 상위 취약성들을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핵심적인 취약성이 여러 개라 해도 그들 각각을 좀더 분석해 보면, 해당 취약성과 관련된 부서들이 정리될 수 있습니다. 그 부서들이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누구(who)’, 즉 위기관리 주체가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 유해 가능성이라면 일반적으로 QC/QA를 담당하는 부서가 관련이 되겠지요. 추가적으로 생산, 법무, 마케팅, 영업, CS, 홍보 등이 위기관리에 관련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해당 취약성 분야에서 시급하고 중대하게 개선이 필요한 문제가 있다면, 그에 대한 개선 리더십은 QC/QA 담당 부서에게 주로 있을 것입니다. 적절한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불거진다면 그 때는 추가적으로 꼽힌 다른 부서들과 협업할 수 있겠지만, 사전적인 단계에서의 취약성 개선은 우선 담당 부서의 역할과 책임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각 취약 유형에 따라 관리 부서를 정리해 적용시키는 것이 다음 단계가 되겠습니다. 각 부서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개선시켜야 할 과제가 늘어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담당 부서의 그러한 노력 없이 전사적인 취약성 관리는 불가능합니다. 귀찮고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 개선하고 꾸준히 취약성을 트래킹 하는 노력을 각 부서가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한 개의 취약 요소별로 한 부서만 담당으로 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특정한 제품 위해 가능성이 취약성으로 꼽힌다면, 개선을 위한 주 담당 부서는 QC/QA부서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그 부서 혼자서는 구조적 개선이 어렵다 하면, 개선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관련 부서들을 개선팀에 복수로 지정해 줄 수 있습니다. 구매문제가 전제된다고 하면 구매팀을 같이 지정합니다. 재무적인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면 재무팀도 그 안에 들어가야 하겠지요. 이렇게 되면 소위 말하는 태스크 포스팀이 됩니다. ‘특정 제품 유해 가능성’의 취약성 개선을 위한 태스크 포스이지요.

전사적으로는 중대 취약성 각각에 관리 담당 부서를 지정하고 일부는 태스크 포스화 해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최선의 개선책을 마련해 실행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이는 지속적인 환류관리 프로세스의 성격을 가집니다. 일단 개선된 취약성은 지속 트래킹 되어야 합니다.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위기요소(취약성) 진단을 실시 한 뒤, 해당 개선이 유효했는지, 아니면 향후 좀 더 트래킹이나 추가 개선이 필요한 것인지 판단합니다.

만약 더 이상 취약성이 존재하지 않거나, 현격하게 취약성이 낮아졌다면, 전사적으로 관리하는 취약성 리스트에서 해당 취약성을 제해 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해당 취약성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담당 부서에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요.

추가적인 위기요소 진단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취약성은 다시 앞의 프로세스를 거쳐서 관리 됩니다. 이런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지속 반복되다 보면, 결과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하게 됩니다. 또한 불행하게 특정 위기가 발생되었다 하더라도, 회사 차원에서 기해야 할 상당한 방지 노력을 기울였고, 그에 대한 책임과 관리 문제에 대한 사후 논란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물론 발생한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모르고 있던 위기’였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혀 위기와 위기관리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죠. 그 보다 ‘알고 있으면서도 개선하지 않거나 못한 위기’가 훨씬 더 많고 다양합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취약성을 감지했음에도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사전이나 사후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일부는 ‘고의적’ ‘의도적’이라는 비판까지 받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위기요소 진단을 통해 취약성을 도출하고, 그 후 적절한 담당 리더십 지정을 통해 개선 노력을 최대화 하는 것입니다. 알면 당하지 않는 게 상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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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6편] 순발력도 필요하긴 하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회사에 문제가 하나 터졌는데요, 제가 해당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여럿 받았었습니다. 놀라서 일단 확인해 보고 연락 준다 했지요. 근데 지나고 보니까 처음부터 좀 순발력을 발휘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가끔 순발력도 필요한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순발력이라고 하셨는데요. 만약 그 순발력이라는 의미가 기존에 여러 이슈를 대응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 진행되는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응대라면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일종의 ‘애드립(ad lib)’형식의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면 그건 좀 위험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애드립이란 돌발적 상황에서 즉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기업측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대응을 하곤 합니다. 첫째는 ‘노 코멘트’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애드립’을 합니다. 전자인 ‘노 코멘트’는 일단 화자가 어느 정도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자사의 책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경우 실행됩니다. 반면 후자인 ‘애드립’의 경우에는 화자가 해당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 약간만 아는 경우, 완전히 알고 있는 경우 공히 실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대응인데도 가장 흔한 대응 방식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이런 대응은 여러 결과들을 초래합니다. 우선 그런 답변은 종종 기자를 화나게 합니다. 말도 안되거나, 황당한 답변인 경우가 많아서 입니다. 반대로 종종 기자가 내심 좋아하기도 합니다. 기자가 일용할 양식을 벌었다 느끼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당황스러운 애드립은 종종 좋은 뉴스 소재가 됩니다. 당연히 기자는 좋아하게 되죠.

대부분 준비 안된 답변은 당황스러운 기사나 보도를 만들어 냅니다. 회사를 대표해서 커뮤니케이션 했다는데, 회사측에게 오히려 당황스러운 내용들이 기사화 되는 것이죠. 이런 기사나 보도들은 곧바로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공분(public rage)을 선물합니다. 어떻게 보면 준비되지 않은 답변이 엄청난 사회적 물의까지 일으키게 되는 셈입니다.

사회적 공분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의심, 질문을 연이어 생산합니다. 기업의 준비된 답변은 반대로 추가적인 의문, 의심. 질문들을 상당 수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문제들을 일거에 소거해 버리는 위력을 가져야 좋은 답변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은 이와 달리 문제를 계속 재생산하면서 이슈를 오랫동안 끌고 가게 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내 이런 상황들로 자신의 회사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립니다. 많은 오디언스들이 대변인 개인을 넘어 회사 전체를 신뢰하지 못할 대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쌓아 놓은 기업의 신뢰가 대변인의 준비되지 않은 메시지 몇 개로 망가져 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정적인 상황은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습니다. 일련의 이런 상황은 추가적인 이해관계자 개입을 불러옵니다. 사회적 공분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죠. 경찰, 검찰, 규제기관, 정부, 국회, 시민단체, 소비자들의 더 많은 개입이 시작됩니다. 대변인의 준비 안된 메시지가 이런 광풍을 몰고 오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은 원점관리에 있어 문제해결을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회적 공분이 발생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조사와 개입을 바라보면서 문제의 핵심에 있는 원점들은 해당 기업과 협상하지 않으려 합니다. 때때로 그들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재앙적인 상황은 내부적으로도 분란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런 큰 문제를 만든 ‘소스(source)’를 내부적으로 찾게 되지요. 대부분 최초 준비되지 않은 메시지를 외부로 전달한 담당자가 내부적인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전개되는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그 비판은 더더욱 심각해 지겠지요.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이 최종적으로는 중대한 책임 논란과 연결 되는 것이죠. 회사 내부 인력들에게는 어찌 보면 가장 두려운 결과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개인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화는 입으로부터 생기므로 말을 삼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기업은 ‘말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기 보다 ‘준비된 말만 하라’는 의미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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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3편]사과나 공감으로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이슈에 대한 우리 공식 입장문 초안을 내부에서 리뷰 하는 중입니다. 몇몇 임원들이 공식 입장문에 들어있는 사과 표현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에 대해 추후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며 삭제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 표현들도 법적인 책임과 연결이 되나 보죠?”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공식 입장문 원문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법적 부분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씀 드리기가 힘들겠습니다. 그렇지만, 위기관리 실행에서 약간 잘 못 알려진 ‘법적 책임 우려’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위기관리 실무자들끼리는 흔히 공식 입장문을 통해 쉽게 사과하고, 감정적으로 공감 하다 보면 추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시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분명 틀린 조언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핵심은 어떤 사과와 어떤 공감 문구들이 어떤 식으로 적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위험하다고 평가되는 문구는 흔히 ‘구체적 사실관계’가 들어가 있는 사과와 공감 표현입니다. ‘구체적으로 책임의 범위를 설정하는 경우’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배상의 기준을 설정’하거나 ‘구체적으로 공적 약속을 하는 경우’도 위험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 내에서 작성되는 수준의 공식 입장문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수준의 내용까지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흔히 공식 입장문들은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일로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합니다’ 등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공감 표현들이 들어 있을 뿐입니다.

감정적 공감이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부분이 제외되거나 생략되고서는 효과적인 위기관리가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미국 같이 소송이 흔한 사회에서도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종종 ‘미안합니다(We Are Sorry)’는 표현을 씁니다. 기업이 인간화되어 전달하는 진실한 의미의 ‘감정적 공감’은 법적 책임의 소재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좀 더 설명 드리면 기업의 사과나 공감 표현에는 ‘우리가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가?’ ‘우리는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무엇을 공감하고 있는가?”하는 보다 정확한 표현이 들어 있을 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적으로 효과가 생깁니다. 그냥 문구에 ‘사과 드립니다’는 표현만 사용한다고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공감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된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그런 감정을 제공하게 된 것을 ‘사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 감정에 ‘공감’한다는 표현도 중요합니다. 피해자들이 ‘고통’ 받고 있으니, 그 ‘고통에 대해 사과’하고 그 ‘고통을 함께 공감’한다는 의미로 사과와 공감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와 달리 피해자들에게 그러한 고통을 전달한 우리의 구체적 문제 그 자체에 대해 미리 사과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고통의 원인이나 책임에 대해 미리 공감 동의한다는 의미도 아닐 것입니다. 그런 결과들은 현실적으로 추후 정부기관의 조사나 법정에서 판가름 날 수 있는 주제들입니다. 그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 감정에 대한 사과나 공감이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는 사과나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너무 과도하게 법적 책임을 우려하여 사과나 공감 그 자체에 인색한 것도 전략적이라 보기는 힘듭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사과하고 공감해야 현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 지속해야 합니다.

모든 사과나 공감이 법적 책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단순한 믿음을 이제는 버리시기 바랍니다. 분노하는 고객과 공중들과 맞서면서 일언반구 사과나 공감 없이 실제 법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습니다. 만에 하나 법정에서 승리를 했더라도 그 회사는 나쁜 회사로 남습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옳은 기업’보다 ‘좋은 기업’을 따릅니다. 물론 평소에는 ‘옳고 좋은 기업’이 최상입니다. 그러나 이슈나 위기 시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먼저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옳은 기업이 되는 것을 택한 경우보다는 승률이 훨씬 높습니다.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 감정에 대한 사과와 공감에 인색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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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6편] 왜 거의 다 ‘인재(人災)’라고만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국가나 기업과 관련 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언론에서 ‘인재(人災)’라고 비판 하더군요. 당한 조직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 바로 인재(人災)라고 평가해 버리니 그 책임이 더욱 더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왜 대부분의 사고가 인재(人災)라 불리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반대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인재(人災)의 반대말은 천재(天災)일 텐데요. 천재(天災)의 발생 가능성이 인재(人災) 발생 가능성과 비교해 얼마나 될까요? 인재(人災)의 발생 가능성은 거의 존재하는 사람의 수와 맞먹는다고 봅니다. 반대로 사람이 관여되지 않고 자연 스스로 움직여 사고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당연히 그 수나 가능성이 매우 적습니다. 물론 피해 수준이나 영역은 인재(人災)에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할 수는 있습니다. 즉, 인재(人災)라 자주 평가되는 것은 천재(天災)에 비해 인재(人災)의 발생 빈도가 훨씬 높아서 그렇습니다.

두 번째로, 흔치 않은 천재(天災)라 할지라도 그 재앙을 예상이나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사람의 역할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진이라는 천재(天災)는 사람들이 충분히 예상이나 예측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예상이나 예측 둘 중 하나는 가능하죠. 그렇다면, 이에 대비한 적절한 대응 및 생존 체계에 대한 필요성이 생깁니다. 이런 체계는 누가 만들어야 할까요? 그 책임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강진이 발생했을 때 대응 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은 케이스가 있고, 동일한 진도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수천 명이 사망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앞의 대응 결과는 순수하게 운으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이 천재(天災)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겠지요. 뒤의 케이스는 어떻습니까? 앞의 케이스와 비교해 너무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다름이 있었을까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대응 체계에 문제가 있고, 그 준비나 운용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게 되겠지요.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고는 인재(人災)라고 불릴 수 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실제로 사고 시 사람들이 문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는데, 그 현장의 관리 회사가 스프링쿨러나 경보 체계를 사고 며칠 전에 꺼놓은 경우가 있었죠. 물론 그 회사가 대규모 화재를 예상하고도 그런 일을 했었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제대로 규정을 따르지 않아 일을 키운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대부분 이런 유형의 사고는 사람들이 정해진 규정이나 맡겨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회에서 빈번합니다.

인명을 구조해야 할 사람들이 인명을 구조하지 않습니다. 안전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이 안전을 관리 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발견해서 사전에 조치해야 하는 사람들이 문제 발견에 관심이 없습니다. 적군의 침략을 경계해야 할 사람들이 경계를 소홀히 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 인재(人災)라 평가 받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사고는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얼핏 천재(天災)라고 생각되는 몇몇의 대형 재앙에서도 사람들의 책임은 상당부분 존재합니다. 순수한 천재(天災)란 존재하기 어렵다는 의미일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위기를 우선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 관점이 재난관리의 가장 기본 관점입니다.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에는 인재(人災)라는 평가를 받아도 별 할 말이 없습니다.

인재(人災)라는 억울한(?)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에서 이야기한 인재(人災)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 하면 됩니다. 먼저, 순전히 사람들이 발생시키는 사고의 빈도를 줄여나가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 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규정과 가이드를 숙지 시키고, 교육 훈련을 반복하고, 감시와 단속을 반복하는 것이 그런 노력이죠. 많은 선진 국가나 기업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사회적 위기관리입니다.

그 다음은 사고를 예상 예측하고, 그에 적절한 다양한 방식의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사전 노력을 하는 겁니다. 쓰나미가 예상되면 방파제를 높입니다. 화재가 예상되면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경보 및 소화 체계를 강화합니다. 홍수나 지진이 예상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지, 초기대응, 사후 생존, 사후 복구 등에 대한 체계를 꾸준하게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인재(人災)를 최소화 시키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이 사람들 개개인이 규정과 체계를 잘 따르면서 상시 관리해 나가는 노력입니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적시에 하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노력과 준수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들은 분명 인재(人災)입니다. 인재(人災)라는 평가가 많다는 것은 곧 사람들에게 문제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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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0편] 새해에는 우리에게 어떤 이슈가 발생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올해는 그럭저럭 잘 지내긴 했는데요.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저희 부서에서는 매일이 살얼음판입니다. 위기요소진단을 해서 전반적으로 발생가능한 위기 유형들을 파악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새해에 과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걱정입니다. 무엇을 좀 더 점검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선 위기요소진단을 이미 진행하셨 다니 어느 정도 발생가능한 위기유형에 대해서는 하나의 그림을 가지고 계신 셈입니다. 문제는 그런 문서상의 유형들이 어떤 구체적인 시기에 구체적인 형태로 발생되느냐 하는 것인데요. 정확하게 시기와 계기를 예상하고 특정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여러가지 상황적인 정보들을 감안해서 예측 가능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렵습니다.

회사에 어떤 위기나 이슈가 발생 할 수 있는가는 사업 및 관리를 진행하는 각 부서에서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각 부서들이 “잘 모르겠다” 하는 것은 발생가능한 위기나 이슈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어느정도 특정 부서에서 경력이 쌓였다면, 우리 부서 업무들과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다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실무적으로 문제는 각 부서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업무와 관련 한 위기나 이슈를 발견하고 정리하지 않아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제3의 부서가 각 부서들의 업무로부터 발생 가능한 위기나 이슈를 대신 찾아내려고 합니다. 당연히 정확하게 찾아내기가 힘듭니다. 각 부서가 제대로 협조를 해 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각 부서별 전문성이나 경험 그리고 협조가 없는 상황에서 전사적인 위기요소 진단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CEO께서는 자사의 위기요소진단을 통해 미리 발생가능한 위기나 이슈를 사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CEO의 선진적 생각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실무자들은 많은 장애물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상향식이라는 개념으로 ‘각 부서들’이 자기 부서와 관련된 문제들을 발생가능성과 위해도라는 측면에서 도출 정리해 전사적 프레임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죠.

일부 각 부서에서도 미처 챙기지 못할 위기나 이슈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논란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각 부서별로는 기획도 잘되었고, 협업도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는데,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 것입니다. 각 부서별 위기요소진단에서는 별반 문제 제기가 없었는데,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버리는 경우죠.

이는 전적으로 최고의사결정자와 부서 총괄 임원들이 책임지고 점검해야 하는 유형입니다. 물론 부서를 구성하는 조직원 모두가 민감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요. 전사적 기준을 가지고 사회적인 논란에는 엄격한 사전 방지 관리를 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는 연말에 크리스마스고 설날이고 무조건 전직원이 등산을 합니다. 연말을 맞아 지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다 함께 맞이 한다는 취지입니다. 얼핏 볼 때 별반 문제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매년 진행합니다. 12월 말일이면 대형 버스들을 대절해서 지방의 명산으로 이동하고 새벽부터 해돋이를 보기 위해 CEO를 포함한 전직원들이 험한 산을 같이 오릅니다.

근데 등산 하던 부장 하나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시죠. 말일까지 야근을 거듭하다가 체력적인 무리가 온 겁니다. 초기 응급처치도 엉망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 생각 못한 겁니다. 훈련도 안되어 있었습니다. 사내 블라인드를 통해 외부 온라인으로 직원 사망사고가 전파됩니다. 무리한 회사 이벤트가 한 가장의 죽음을 불렀다는 제목이 붙습니다.

직원 가족들이 회사를 비판합니다. 연말연시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해주지 않는 회사가 야속하다고 합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직원들이 불평을 쏟아 냅니다. 군대문화라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각종 인권단체들이 한마디씩 하면서 회사가 공개되고, 심지어 일부 불매운동까지 이어집니다. 그 위에 회사 창업자와 관련 한 흉측한 루머들이 도배가 됩니다. 이런 상황은 이와 유사한 연말 이벤트를 진행하는 회사들에게는 항상 발생 가능합니다. 이미 유사한 사례들이 여럿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 논란 등은 회사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스스로 감지 예상해서 사전에 일정한 조치를 취해야 맞습니다. 하부 부서들이 걸러 낼 수 없는 것들입니다. 위기요소진단이 상향식이라 해서 최고 상위 그룹이 할 일이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회적 민감성을 강화 해 위기를 예상하고 관리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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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42013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7]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이코노믹 리뷰 기고문]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는 항상 책임을 동반한다. 이런 특성을 다루는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은 관리를 강조하는 기업과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으로 나뉜다. 관리를 강조하는 기업은 우선 주요 핵심 임원들이 원팀 마인드를 형성한다. 반면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은 누가 말에서 올 것인지에 주된 관심을 쏟아 사후 수습만 가능하게 된다.

위기관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은 학자들은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한 위기관리라 강조한다. 그것이 사후 위기관리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사실 정확한 의미로 보자면, 부정적 요인들을 사전에 감지하고 관리해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모든 활동들은 그 자체가 경영(management)이라 볼 수 있다. 경영자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그 경영 말이다.

경영적 노력의 실패 또는 실수들로 인해 발생하게 된 위기를 적절히 관리하는 활동이야 말로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라고 부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관리를 사전적 노력과 사후적 노력으로 나누어 이해하려 하지만, 이런 분절적인 시각보다도 평소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모든 노력들이 곧 경영(management)이라는 개념을 형성하는 것이 좀 더 발전적인 위기관리관이라고 본다. 당연 그 경영의 책임은 최고경영자에게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위기들을 분석 해 보면 그 위기 특성에 있어 조직 자체가 상당 부분 부주의했거나, 사려 깊지 못했거나, 일정부분 의도적이었거나, 형편 없는 의사결정으로 인한 것들인 경우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위기관리의 실패가 아니라 경영의 실패라는 지적을 해도 딱히 다른 할말들이 없어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더욱 큰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분은 위기가 발생하게 된 이후다. 많은 기업들이 해당 사건/논란의 책임을 물어 관련 임원들을 경질한다. 기본적으로 위기 발생 직 후 위기관리의 책임을 지는 임원들을 경질하는 것은 위기관리 자체에 대한 기업의 낮은 관심과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다. 해당 위기를 발생시킨 책임을 묻는 다면 책임 질 사람은 경영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어야 맞다.

위기관리를 해야 할 임원들을 경질하는 것은 해당 위기를 관리해야 할 중요한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다는 의미다. 새롭게 임명되어 그 책임을 물려 받게 된 임원들은 그러면 어떤 활동이 가능할까? 수습뿐이다. 새 임원들은 위기관리 보다는 수습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문제의 원인과 발생 프로세스 그리고 대응 방식들에 대한 돌아봄과 분석 개선 보다는, 신속한 수습과 사후 처리에 몰두하게 되니 동일한 위기 재발 시 더 나은 위기관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새롭게 책임 지게 된 임원들 스스로도 일단 수습이 끝나면 다시 조마조마 해 지게 마련이다. ‘전임 임원도 이런 일로 경질 되었는데, 앞으로 재수 없이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나도 경질을 당 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위기 발생을 억제 예방하는 경영(management) 활동 보다는 운()에 의지하거나 위기 사실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는 시도(try)들이 조직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옛말에도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했다. 이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장수가 그 전쟁을 가장 잘 아는 장수이며, 어떻게든 그 전쟁에 이겨 나라를 구할 책임을 진 사람이라는 의미다. 또한 장수에 대한 일관된 지원을 통해 그 장수가 국가의 신뢰에 힘입어 더욱 더 큰 충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이 지혜는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 오너나 CEO들은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안팎으로 창피해 하기 보다는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 하지 못한 것을 좀 더 창피해 해야 한다. 위기는 경영적 원인으로 언제나 발생 가능하다. 창피 해 하기 보다는 위기를 관리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제대로 된 조직은 그러한 경영적 실수와 문제들을 적절하게 관리해 위기관리에 성공한다. 그러나 어딘가 부족한 조직은 위기가 발생하면 매번 장수를 바꾸고 수습에만 집중한다. 위기관리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임원들은 그저 소방수들로 전락하고, 그 와중에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된다.

위기관리에 성공을 원하는 CEO라면 평소 경영적 시각으로 위기를 바라보자. 핵심 임원들로 하여금 그들의 전문성과 평소 구축한 체계에 따라 해당 위기를 즉각 관리할 수 있게 배려하고 지원하자. 그들을 말에 내려오게 하기 보다는 말에 오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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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2013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24] 책임이 없다면 위기도 없다… 여론의 법정에서 살아남자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㉔
책임이 없다면 위기도 없다… 여론의 법정에서 살아남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우리는 전혀 책임이 없습니다! 기업이 위기 시 저지르는 본능적 실수들이다. 문제가 없다면 위기가 발생할 리 없다. 책임이 없는 기업에 억지로 덮어씌우려는 이해관계자들도 없다. 초기에 빨리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책임 범위를 정하자.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하자.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 살아남는 것이 관건이다.
기고문 보기 : http://www.econovill.com/jym

책임이 없다면 위기도 없었다. 따지지 말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우리는 하등의 책임이 없습니다! 기업이 위기 시 저지르는 본능적 실수들이다문제가 없다면 위기가 발생할 리 없다. 책임이 없는 기업에게 억지로 덮어 씌우는 이해관계자들도 없다. 초기에 빨리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책임을 확정하자. 해결책을 제시하자.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 살아 남자!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경영진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질문이 있다. “우리한테 책임이 있는 겁니까? 이 상황이 지금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거예요?” 아주 일부 자사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는 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슈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위기라 칭하지는 않는다. 책임이 없다는 내용을 그대로 정확하게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면 극심한 위기로 까지 번지는 상황은 흔치 않다.

문제는 일부책임이 있는 경우다. 또한 어떻게 보면 책임이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경우다. 대부분 이런 경우 책임의 한도나 범위는 추후 법정에서 판정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여론의 법정에서 해당 기업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입장(position)을 견지 할 필요가 있다. 여론의 법정에서는 일부 책임이 있으나…” “어떻게 보면 저희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보시는 분에 따라 저희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보실 수도 있겠으나…” 같은 입장 표명은 그리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생산해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정확하게 우리의 책임 범위를 확정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확정하여 그에 대한 개선이나 해결책을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는 전략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발생시 침묵하기 때문에 초기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언론이나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여타 이해관계자에게 그냥 맡겨 버린다. 마치 알아서 이번 문제에 대해 정의를 내려 주세요!”하는 식이다. 당연히 자사가 원하지 않는 정의를 선물 받는다.

책임에 대한 확정도 마찬가지다. 문제에 대한 자의적 정의를 기반으로 비판 해 오는 언론이나 여타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사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축소하려 하면 문제다. 우리 회사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고,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건에 대해 언론과 여타이해관계자들이 오버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문제를 정의한 이해관계자들은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가 있고, 이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데 막상 이 회사는 아랑곳 하지도 않는다는 느낌은 기업의 위기관리를 아주 힘들게 한다.

위기 시에는 기업 스스로 문제의 핵심을 적극적으로 확정해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그것도 빨리 해야 아젠다와 프레임을 설정할 수 있다. 선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이번 A라는 건은 B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정의를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심어주는 전략이 중요하다.

그 후 적극적으로 책임을 범위를 확정해서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자. 문제의 핵심인 B를 해결하고 유사한 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우리는 C라는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문제와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큰 다름이 있다. 일단 인정하게 되면 사후 책임에 대한 디테일 한 수준과 범위에 대해서는 여론의 법정에서는 일부 관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위기 시 기업은 자신의 태도를 커뮤니케이션 하면 일단 성공한다.

기업 위기관리의 많은 실패 사례들을 보면 위기 발생 직후 해당 회사의 태도에 있어 많은 문제가 발견되고, 이런 문제들이 그대로 묵시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된다. 위기 발생 이후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과 논의가 내부적으로 길어 질수록 위기관리 성공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책임소재에 대한 논의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범위와 수준을 빨리 확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안을 마련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라는 의미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 시에 자문 등으로 투입이 된다.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문단들의 경우 책임 소재를 최소화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한다. 어떻게든 책임을 모면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고, 그 근거들을 체계화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이는 위기관리 초기에 진행되어야 할 업무라기 보다는 중반 이후에 법정 판결을 준비하며 진행해야 할 업무라고 봐야 더 맞다. 우선순위를 잘 따져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 살아 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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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9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 시에는 인사(人事)를 건드리지 말라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 시에는 인사(人事)를 건드리지 말라

기업이나 조직들 중 인사(人事)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곳들이 있다. 책임자나 실무자들을 몇 명 정리 해버리면 위기가 관리된다 믿는 듯 하다. 일부 경영자 입장에서는 가장 쉽고 간편한 위기관리 방식일 수도 있겠다. “당신은 홍보임원씩이나 되서…이런 위기 하나 관리를 못합니까? 책임지고 물러나세요!”하는 식이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나 조직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주문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위기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으면 가장 좋겠지만,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그 다음 제일 우선순위는 해당 위기를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물론 실무책임자들이 사전에 정교하게 위기를 모니터링하고 대응방안들을 잘 짜 놓고, 지속적으로 훈련 해 위기의 발생을 억제하는 능력들이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다. 이런 준비와 대비에 안이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실무책임자들을 인사 평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그런 평가를 할 적기는 아니다.

모 기업에서 위기가 발생했다. 자문에 들어가 임원들을 만나보니 상당히 심각한 얼굴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습니다. 누가 그 책임을 지는가 하는 것 때문에 요즘 임원들간에 신경전이 날카롭습니다.” 앞다투어 위기를 관리해야 할 일선 임원들이 인사조치를 두려워하면서 의사결정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어떤 기업에서는 임원들 사이에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 “막상 위기가 발생하니, 누가 주도권을 쥐고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고 상당히 민감합니다. 오너께서 부재하신 상태에서 함부로 리더십을 가져가는 것 자체가 반란이죠.” 그렇다. 평소 기업 오너께서 의사결정의 리더십을 쥐고 계셨던 기업들은 막상 오너께서 여러 이유로 유고 상황을 맞게 되면 누가 그 주도권을 이어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결정이 나지를 않는다. 오너께서 “OOO부사장이 위기관리 위원회를 이끌어 주세요”하는 하명이 없는 이상 임원들간 지루한 논의만 계속될 뿐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어떤 기업의 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차피 크게 벌어진 일, 일부 유관 임원들은 벌써 다른 회사를 알아본다는 이야기도 돌아요. 걱정이 많습니다.” 사후 책임을 추궁 당할게 뻔한 임원들의 마음이 벌써 떠나버린 것이다. 위기를 관리해야 할 임원들의 마음이 다른 회사로 향해 있으니 위기관리가 성공할 리가 없다.

위기에는 항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개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책임이 따라야 하는 위기에 대한 사내 차원의 재정의도 필요하다.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이 위기관리 체계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무임원들이 모두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에 기반한 의사결정들을 차곡차곡 잘 해 왔다면, 위기의 대부분은 미연에 방지되거나, 최소화 될 수 있는 법이다.

심각한 위기의 원인을 한번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미 정해져 있는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을 무시하고 내린 의사결정 때문에 발생한 경우들이 많다. 회사의 범법행위들이 그렇다. 제품 품질이나 안전의 문제도 그렇다. 직원들의 불법적인 행위들도 그렇다. 내부고발 케이스들도 그 때문이다. 소비자들에 대한 갈등 문제들도 그러고 환경이나 커뮤니티관련 위기들도 모두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을 도외시 한 의사결정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기발생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에 대한 관리 및 강화, 공유의 책임은 분명하게 CEO 및 오너에게 있다. 이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CEO와 오너가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문제는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내적으로는 이에 대한 책임이 CEO와 오너에게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와 오너의 책임을 누군가는 대신 짊어져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기가 발생한 그 와중에 벌써부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누가 인사조치를 당해야 마땅한지 등에 대해 언급이 나오게 되면 위기관리는 이미 물 건너 가게 된다. 이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직원들은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오게 되는 불안한 일은 하지 않으려 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다급한 위기라 해도 사내 분위기가 안 좋은데 나서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 때는 해결책이 없어요. 그냥 조용히 몸을 사리고 다른 임원들과 함께 움직이는 게 보신책이죠’하는 생각들이 팽배하게 된다.

절대적으로 CEO나 오너는 위기 시 책임론을 부각시키거나, 인사조치를 의미하거나 실행하는 등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이미 발생한 위기를 협력하여 잘 관리한 실무임원들을 포상하는 것이 더 낫다. 그 과정에서 그들을 치하하고, 지원하고, 격려해 주는 편이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더 나은 전략이다.

위기 시 인사에 손을 대는 기업에는 평소 위기관리 실무에 복지부동하고, 위기 시에는 정치적으로 복지부동 하는 임원들만 남게 된다. 위기는 반복되고, 위기관리는 실종된다. 기업들이 크나큰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별반 전략적인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들 중 상당 부분이 이 위기 시 인사에 대한 문제에 기인한다.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황을 만드는 아주 나쁜 위기관리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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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52011 Tagged with , 2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100% 확신할 때만 책임진다 말하라

최근 기업들의 잇달은 해킹 피해 케이스에 있어 주목 할 만한 부분은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스스로 핵심 메시지로서 활용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책임’이라는 단어나 표현 그리고 의미는 상당히 신중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주제다. 이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을 넘어서 기업이나 CEO개인의 존폐와도 관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되기 힘든 주제다.

보통 ‘책임 지겠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들은 몇가지로 그 의미를 해석 할 수 있다.

케이스 1. 장담형: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 지겠다 = 내가 보기에는 나(우리)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법적으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라. 그러면 내(우리)가 책임 지겠다.

李법부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 뉴시스 사회 2010.04.12 (월) 오후 3:00
김석동 “책임질 일있으면 책임질 것” 뉴시스 정치 2011.05.27 (금) 오후 4:25



케이스 2. 회피형:  책임 지겠다 = 내가 책임을 지고 물러 나는 것이 이번 위기관리를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이제 좀 자유롭고 싶다.

 

해병대사령관 “책임지겠다“…사실상 사의 표명 MBN 정치 2011.07.14 (목) 오전 11:49



케이스 3. 배수진형: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 내가 이 정도로 내 자리를 걸고 심각하게 여러분께 이야기 한다. 그러니 우리 조직에서는 나를 믿고 내가 지시하는 대로 가열차게 움직여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패닉’빠진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책임지겠다 뉴스토마토 경제 2011.05.13 (금) 오전 8:35
“무상급식 투표, 결과에 책임지겠다 내가 정치현장서 사라진들 어떠냐” 한겨레 정치 14면2단 2011.07.10 (일) 오후 8:55



케이스 4. 신의 가호 기원형: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 기본적으로 나(우리)는 잘 못이 없다고 보는데, 만약 조사 이후 잘 못이 발견되면 내(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00% 확신은 아직 없다… 

 

정 사장은 이날 오후 시내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고객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1-04-10]

협력업체의 과오가 드러나면 책임을 물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검찰 수사과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며 “협력업체의 잘못이 드러나면 보상을 요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농협 내부의 잘못으로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2011.04.14]

주 대표는 “피해가 확인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현재 보상 대책을 마련한 것은 없다”며 “우선은 2차 피해를 예방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향후 피해가 밝혀지고 법적인 책임이 있을때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NEWSIS  2011-07-29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네번째 ‘책임지겠다’ 메시지 유형은 상당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어 위험하다. 최근 실제 사례들을 보더라도 현대캐피탈과 농협등에 대한 ‘제재’방안들이 논의되고 있고, CEO에게 까지 진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들이 발생하고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또 하나의 원칙을 꼽자면, ‘미래의 결과에 대해 자신(우리)이 100% 긍정적 확신이 있을 때만 ‘책임’이라는 단어/표현/의미를 사용할 것‘ 미래 결과의 불확실성에 나와 우리 조직을 그냥 던져 놓지 말 것. 위기관리란 불확실성을 극소화 시키는 작업인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오히려 불확실성을 극대화 하면 이는 곧 실패라는 점.

그 이전에 우리가 실제로 100%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말에 대한 두려움’이 필요하지 않을 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정보유출 관련 케이스에서 이 ‘책임지겠다’하는 메시지가 이제는 거의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생각한다.



4월 232011 Tagged with , , , , 2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와 위기관리? 기업은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위기와 위기관리? 기업은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최근 연이어 발생한 기업 위기들. 현대캐피탈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 농협의 전산망 소실 사건, 호텔신라의 한복 출입금지 논란, 한진해운의 한진텐진호 피격 사건. 우리 기업들은 이 일련의 위기들로부터
어떤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 만약 이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가 우리 회사에게 발생했을 때 그들보다
더욱 나은 위기관리를 실행할 수 있을까?

위기관리 전문가들에게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 한가지를 꼽아보라면, 대부분은 준비하라말할
것이다. 이 세상의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의 기업들로 나뉜다. ‘위기를
경험한 기업위기를 경험할 기업이다. 따라서 각각의 선행 위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준비상태를 되돌아
보고 배울 점들을 찾아 다가올 위기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 사건

빨랐다. CEO의 위기관리 리더십은 빛났다. 의사결정은 단호했고, 투명했다. 노르웨이
출장 중에 있었음에도 현대캐피탈의 CEO는 수많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한국본사의 임원들과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을
진행했다. 급히 귀국한 CEO는 빠른 의사결정 결과들을 기반으로
기자들 앞에 스스로 섰다. 일련의 위기대응 프로세스에 있어 나무랄 데 없는 조직력과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보여주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임
대한 언급을 너무 빠르게 했다는 부분이다. 기업 위기시 CEO
책임을 질 것이 있으면 책임 지겠다 말하는 것은 개인적 의미를 넘어 조직적으로 많은 부담이 된다. 법적
책임의 범위나 그 수준을 논하기 전에 책임에 대한 선제적
커뮤니케이션은 부담스럽다. 그것이 그냥 수사학적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해 보아야
하겠다.

또한 이번 사례에서는 예전같이 CEO가 트위터를 통해 위기관리 시도를
하지 않았다. 기업 위기 발생시 회사의 공식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가장 중심적인 위기관리 미디어가 되어야
옳다. 기업 위기 시 소셜미디어를 통한 CEO의 개입도 분명
사적 개입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원칙 중 하나는 기업 위기
발생시 기업 구성원들의 모든 사적 개입을 금하는 것이다.

농협의 전산망 소실 사건

최초상황파악과 분석에 문제가 있었다. 내부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못했고,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빈 구석이 많았다. 이 회사도
책임에 대해 선제적으로 이야기했다. CEO의 위기관리 리더십에 있어서도 앞의 현대캐피탈과는 달리 한발자국 뒤에 있었다. 공개된 기자회견에서 실무자들을 탓해 언론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이 회사는 위기관리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많은 기업 미디어 옵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대 고객 커뮤니케이션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과의 360도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꼼꼼한 시스템을 가지지 못했다. 위기 발생 이전 준비하라는 가치를 좀더 깊이 고민해서, 차후 유사한 위기에는 좀더 체계적
대응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호텔신라의 한복 출입금지 논란

CEO의 리더십이 빛났다. 직접
해당 고객을 찾아가 사과했다. 한복 출입 원칙에 대한 개선을 빠르게 진행해 추가 논란을 피하려 노력했다. , 거의 모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오프라인 언론을 통해서만
진행하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이 논란의 발아점은 분명 소셜미디어였는데 비해, 소셜미디어상에서 관련 대화는 진행하지 못했다. 자사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디어 트렌드에 따른 아주 단순한 준비가 없었던 거다. 만약 평소에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잘 성장시켜 놓았더라면, 최초 해명 보도자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생성 확산되는
여러 위기 프레임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호텔신라는 며칠이 지난 후 공식 트위터를 개설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 좀더 진지한 준비와 운영 가이드라인을 고민해 보고, 차후 유사한 논란에 대응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한진해운의 한진텐진호 피격 사건

워룸의 승리였다. 한진해운은 CEO
중심으로 한 경쟁력 있는 위기통제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정제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상시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고 있었다. 한진텐진호가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의 공격을 받은 직후 이 회사는 워룸을 개설해 CEO를 비롯한 모든 관련 임원들이
여러 지역들과 실시간으로 상황을 업데이트 받고,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진행했다.

몇 십 년간 경험을 쌓은 양질의 시니어 기업 대변인이 안정적으로 외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청와대, 국정원, 국토해양부, 외교통상부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도 실시간 협업에 성공했다. 하루
만에 다행히도 해당 위기는 관리 되었다. , 중장기 위기로
발전했을 때를 대비해 기업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만은 고려해야 한다. 사고관련 루머나 확인되지 않는
사실들을 초기에 개입해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타산지석. 반면교사. 벤치마킹모든 이전 사례들은 자사는 물론 타사들에게도 생생한 교훈을 준다. 약간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이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기업들이 있다. ‘교훈을
찾아내 개선하는 기업, ‘개선하지 않는 기업이다. 누가 위기관리에 성공할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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