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

4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3편]사과나 공감으로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이슈에 대한 우리 공식 입장문 초안을 내부에서 리뷰 하는 중입니다. 몇몇 임원들이 공식 입장문에 들어있는 사과 표현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에 대해 추후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며 삭제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 표현들도 법적인 책임과 연결이 되나 보죠?”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공식 입장문 원문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법적 부분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씀 드리기가 힘들겠습니다. 그렇지만, 위기관리 실행에서 약간 잘 못 알려진 ‘법적 책임 우려’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위기관리 실무자들끼리는 흔히 공식 입장문을 통해 쉽게 사과하고, 감정적으로 공감 하다 보면 추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시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분명 틀린 조언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핵심은 어떤 사과와 어떤 공감 문구들이 어떤 식으로 적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위험하다고 평가되는 문구는 흔히 ‘구체적 사실관계’가 들어가 있는 사과와 공감 표현입니다. ‘구체적으로 책임의 범위를 설정하는 경우’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배상의 기준을 설정’하거나 ‘구체적으로 공적 약속을 하는 경우’도 위험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 내에서 작성되는 수준의 공식 입장문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수준의 내용까지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흔히 공식 입장문들은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일로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합니다’ 등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공감 표현들이 들어 있을 뿐입니다.

감정적 공감이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부분이 제외되거나 생략되고서는 효과적인 위기관리가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미국 같이 소송이 흔한 사회에서도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종종 ‘미안합니다(We Are Sorry)’는 표현을 씁니다. 기업이 인간화되어 전달하는 진실한 의미의 ‘감정적 공감’은 법적 책임의 소재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좀 더 설명 드리면 기업의 사과나 공감 표현에는 ‘우리가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가?’ ‘우리는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무엇을 공감하고 있는가?”하는 보다 정확한 표현이 들어 있을 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적으로 효과가 생깁니다. 그냥 문구에 ‘사과 드립니다’는 표현만 사용한다고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공감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된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그런 감정을 제공하게 된 것을 ‘사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 감정에 ‘공감’한다는 표현도 중요합니다. 피해자들이 ‘고통’ 받고 있으니, 그 ‘고통에 대해 사과’하고 그 ‘고통을 함께 공감’한다는 의미로 사과와 공감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와 달리 피해자들에게 그러한 고통을 전달한 우리의 구체적 문제 그 자체에 대해 미리 사과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고통의 원인이나 책임에 대해 미리 공감 동의한다는 의미도 아닐 것입니다. 그런 결과들은 현실적으로 추후 정부기관의 조사나 법정에서 판가름 날 수 있는 주제들입니다. 그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 감정에 대한 사과나 공감이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는 사과나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너무 과도하게 법적 책임을 우려하여 사과나 공감 그 자체에 인색한 것도 전략적이라 보기는 힘듭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사과하고 공감해야 현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 지속해야 합니다.

모든 사과나 공감이 법적 책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단순한 믿음을 이제는 버리시기 바랍니다. 분노하는 고객과 공중들과 맞서면서 일언반구 사과나 공감 없이 실제 법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습니다. 만에 하나 법정에서 승리를 했더라도 그 회사는 나쁜 회사로 남습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옳은 기업’보다 ‘좋은 기업’을 따릅니다. 물론 평소에는 ‘옳고 좋은 기업’이 최상입니다. 그러나 이슈나 위기 시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먼저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옳은 기업이 되는 것을 택한 경우보다는 승률이 훨씬 높습니다.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 감정에 대한 사과와 공감에 인색하지 마십시오.

 

 

# # #

4월 0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1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타겟말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반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할 대상 ‘타겟 오디언스’를 설정하라 하더군요. 각 이해관계자 우선 순위를 지정해서 그에 따라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반대로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타겟 오디언스를 전국민으로 하면 어떤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모든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효율성’이라는 축과 ‘효과성’이라는 축간의 밸런스를 고민합니다. 아무리 효율성이 크다 하더라도 효과성이 반감되면 안되고요. 반대로 효율성은 부담스러운 수준인데, 효과성은 크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됩니다.

특히나 위기 시 진행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두 축에 여러 변수들이 더 투영됩니다. 일단 ‘시간’이라는 변수가 생겨납니다. 효율성과 효과성의 밸러스를 다투더라도 그 결정이나 실행에 있어 ‘시간’이라는 변수를 해치는 상황이 생긴다면 위기관리 성공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또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과 인식’이라는 변수도 아주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들이 단박에 사라져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핵심은 ‘우리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또는 “우리가 그것을 통제하려 시도하는 것이 현재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가?”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질문에서 ‘타겟 오디언스’를 말씀하셨는데요.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전국민이라는 타겟 오디언스는 평시에도 통제 불가능 또는 접근 불가능한 타겟 설정입니다. 물론 ‘효과성’은 때때로 클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유효한 수준으로 설득하는 데에는 너무 과도한 ‘효율성’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해당 위기관리에 정말 필요 충분한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도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민이 해당 위기 상황을 아직 인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예 인지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해당 기업과 문제에 별반 관련이 없어, 관심이나 아무런 인식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말 그대로 매쓰(mass)한 접근은 전략적이지 않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대부분 ‘위기 시 타겟 오디언스를 정확하게 정의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이 의미는 해당 위기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그들에게 커뮤니케이션 우선 순위를 두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효율성, 효과성, 시간, 감정, 인식 등등의 전략적 고려 사항을 감안하기 이전에, 아주 당연한 ‘대상’에 대한 고민이 됩니다. 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 아파하고, 슬퍼하고, 분해하고, 억울해 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커뮤니케이션의 ‘직접 대상’으로 놓는 것은 아주 단순한 상식입니다.

그들을 ‘제외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서 해당 위기를 관리하겠다 생각하는 것은 반대로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이던, 어떤 형태로든지 수면 위와 아래에서 어떤 접근자를 통해서라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케어(care) 해야 맞습니다. 즉, 그들에 대한 ‘관리(management)’ 성패가 위기관리 전반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셔도 됩니다.

그렇게 보면 타겟 오디언스의 규모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서비스로 인해 아주 심각한 피해를 입은 고객 또는 고객 수십 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이 포함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 시설의 사고로 인명을 달리한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과 가족들 또한 해당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타겟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수십에서 수백 명의 ‘실명’ 타겟 오디언스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회사가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입니다.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렵고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실제로 피해를 입은 그들의 것보다 더하다는 생각은 잘 못된 것입니다.

이런 ‘해야만 하는 노력’에 대한 고통을 피하는 회사는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는 대신 ‘익명’으로 해당 위기와 별반 관계 없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삼습니다. 회사는 핵심 타겟에 대한 접근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거나 못하면서, 언론사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정부나 국회에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과광고를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관리하려 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핵심 타겟은 대체 누구입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