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관리

8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오너 위기관리를 위한 십계명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연이어 발생되는 기업 오너들의 다양한 부정 이슈 케이스들을 들여다 보자. 그런 오너 이슈 하나 하나를 보면 그리 낯설어 보이거나 별로 새롭지가 않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고, 간간히 드러나 이미 크고 작은 문제가 되었던 유형들이다.

그 중 일부는 타사 이슈라 자사와는 상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발생했을 수도 있다. 또 일부는 타사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저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무관심으로 일관한 것이 문제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오너에 의해 발생되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위기관리 차원에서 사전 위기관리가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라고 하는데, 과연 오너 위기에도 그런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실제 오너 케이스를 다루어 본 경험에 의하면, 그러한 사전 위기관리는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불가능하다. 즉, 언젠가는 해당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 이후를 대비하며 사내 위기관리 체계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 상책이라는 의미다.

기업 오너와 관련된 위기. 발생하게 되면 즉시 따라야 할 위기관리 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1. 6시간 내에 원점관리하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항상 오너 관련 위기에는 ‘원점’이 존재한다. 그 원점이란 피해를 주장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오너와 회사에 공격적인 불만을 토로하며, 언론을 비롯한 여러 규제기관에게 문제를 제기 확산하고 있는 주체다. 그 원점을 파악한 직후 6시간내에 그 원점을 만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원점이 원하고 바라는 바를 압도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크게 불거진 오너 관련 위기는 오너나 회사가 이 원점관리를 하기 싫어했거나, 피상적으로 했거나, 너무 늦게 실행한 케이스들이다.

  1.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하라

정신이 없다. 문제가 불거져 온라인과 언론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이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고민만 한다. 일단 변호사를 구해야 한다. 오너 위기의 대부분은 결국 법정에서 최종 결론이 난다. 그 이전에 언론을 비롯한 각종 규제기관들이 개입한다. 다양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제대로 검증된 훌륭한 변호사 없이 이 모든 대응 작업을 제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너께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해 미리 준비해야 결과가 좋다. 필히 오너 개인 돈으로 고용해야 한다.

  1. 여론 감각을 극대화 하라

억울하다 하실 것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떠 돈다 분개 하실 것이다. 이때 여론 감각이 필요하다. 일단 실제 재판장에 가기 위해서는 항상 여론의 법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 완벽하게 유죄가 인정되어 버리면, 실제 재판장에서의 무죄 판결도 별 의미나 가치가 없게 된다. 최근에는 여론의 법정이 실제 재판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명심해야 한다. 여론의 법정은 재심(再審)이 없다. 또한 권투경기처럼 12라운드를 KO 당하지 않고 견뎌야 그나마 판정도 기대할 수 있다.

  1. 기자회견이나 사과문에는 필히 원점과의 화해를 명기하라

무조건 사과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머리를 숙이는 연습만으로 완벽하지 않다. 실패하는 기업들은 사과 기자회견이나 사과문에서 미래형 어미를 주로 사용한다. “찾아 뵙고 사과 할 예정이다” “손해 배상을 할 계획이다” 이런 미래형은 좋지 않다. 앞에서 원점관리를 강조했다. 기자회견이나 사과문 공히 완료형 어미를 써야 낫다. “찾아 뵙고 사과 했습니다” ”손해배상을 했습니다”가 훨씬 유효하다. 일부 성공 사례에서는 직접 해당 원점을 기자회견에 초청하기도 했다. 화해를 마쳤던 거다.

  1. 비선라인을 제한하라

오너 스스로 명심하셔야 할 부분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도와주겠다는 지인들이 나타난다. 오너 스스로도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여러 지인에게 연락을 취할 것이다. 전현직 고위 관료나 규제기관장 그리고 정치인들이 일반적 대상이다. “병은 자랑하라”는 말이 있다. 그 병을 알게 된 지인들이 도움을 주거나, 스스로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절제 할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오너 관련 위기는 자랑 할 거리가 아니다. 일단 지인이나 비선이 개입하면 더 일이 꼬인다. 검증된 창구로의 일원화와 극소수 인력으로 수면 위에서 담담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훨씬 깨끗하다.

  1. 오너 개인과 회사 법인을 분리하려 노력하라

가능한 분리해야 산다. 분리하려고 노력해야 예후가 좋다. 오너 때문에 자사 제품 판매가 반 토막 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회사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불매운동 피켓 시위를 하게 하면 안 된다. 사과문의 경우 그 사과문을 발표한 주체를 정확하게 오너 자신으로 명기하자. 실패한 많은 케이스들을 보면 법인이 오너 대신 사과한다. 임직원들이 동시에 대신 사과한다. 오너의 아드님이 대표이사라서 대신 사과한다. 이는 가장 흔한 치명적 실수다.

  1. 오너가 직접 앞에 나서라

무조건은 물론 아니다. 위기 상황의 수준을 잘 판별해 결정하라. 경찰이나 검찰에서 출두 명령이 오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언제 어떤 장소에서 어떤 형식으로 오너가 직접 앞에 나서야 하는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위기관리 전문가나 언론홍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조사기관 출두 때 처음 언론 앞에 나서는가, 아니면 그 이전에 책임을 표명하고 사과하면서 사전에 언론에 나서는가는 전략적인 다름이다. 핵심은 오너께서 직접 앞에 나서는 것이다. 숨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 오너께서 최대한 훈련 받아야 한다

사과 기자회견이나 조사 기관 출두 시 오너께서 하시는 말씀은 매우 중요하다. 얼굴 표정, 머리를 숙이는 방식, 말씀하시는 자세, 그리고 메시지들은 오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핵심 중 핵심이다. 공감을 표현하고,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 하고, 인간미를 극대화해 표현하고, 개선책과 재발방지책을 이야기하는 모든 과정은 훈련되어야 한다. 모든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연출(준비)의 과정이 필요하다. 준비하면 더 낫다.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너의 메시지나 태도가 다시 구설수에 오른다.

  1. 로드맵을 짜라

오너 관련 위기 케이스들을 보면 전형적인 상황 전개 프로세스가 있다. 성공과 실패 케이스들간에는 해당 논란을 어느 단계에서 멈추게 하였는가와 얼마나 이해관계자 개입을 전략으로 제한했는가에 다름이 있다. 문제가 불거지면 바로 향후 발생할 시나리오들을 정리해 로드맵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언론 노출-온라인 확산-원점의 노출-언론과 온라인의 관여 증가-고소 고발-조사기관 개입-정치권 또는 시민단체 개입-법적 다툼과 판결 등 대략적 흐름 사이에도 여러 변수들과 이해관계자 전망들이 있다. 로드맵을 가지고 길을 가는 회사와 로드맵 없이 그 때 그 때 두리번 거리며 길을 가는 회사간에는 큰 다름이 있다. 일단 오너께서 과도하게 불안해 하신다.

  1. 뭐든 신속하게 하라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너 위기관리에서 시간은 독이다. 대응 없이 시간이 흐르면 분명 그 시간은 독이 된다. 예전에는 일간지 마감 시간을 중심으로 위기관리가 흘렀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과 각종 소셜미디어 흐름에 따라 위기관리가 흐른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허비하는 시간은 치명적이다. 입장 정리 못하고, 주저하고, 원점 관리 싫어하고, 메시지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왈가왈부 하는 모든 시간이 독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빨리 대응해야 한다. 평소 관심 가져야 하는 부분이 이 시간관리다. 준비되어 있고,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마가 타있다면 대응 시간은 최소화 된다. 오너가 문제 직후 스스로 나서 전략적 결정을 단박에 하시면 시간은 대폭 줄어든다.

이상의 오너 위기관리 십계명은 실제 대응 시 절대 지켜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전제하고 철저히 준비하라는 의미다. 발생을 미연에 막을 수 없다면, 그 후에라도 잘 관리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하기 보다,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위기관리는 곧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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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8편] 어차피 법정으로 갈 위기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이슈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너무 강하게 나오고 있어요. 언론도 그렇고, 시장에서는 불매운동까지 갈 것 같고요. 이런 경우 어차피 법정에서 책임 유무가 가려질 텐데요. 위기관리 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기업 이슈나 위기는 지금 말씀하신 그 단계들을 정확하게 거치면서 발전 됩니다. 최초에는 ‘원점’이라고 불리는 문제 제기자나 그 그룹이 존재합니다. 그 원점이 얼마나 강력하고, 확산 역량이 있고, 적대적인지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첫 작업입니다.

위기관리의 성패는 그 원점을 초기에 얼마나 잘 관리해서, 그들의 적대감이나 문제 확산 의지를 감소 소멸 시키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이 초기 가용 가능한 모든 기업 역량을 집중해서 해당 원점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그 원점관리 노력이 일부 또는 상당부분 실패해서 해당 문제가 언론이나 온라인을 타게 되면 그 때부터는 거실(living room) 관리가 위기관리의 핵심이 됩니다. 기존에 홍보실에서 생각하는 위기관리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가능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관리하고, 전체 부정기사의 분량이나 부정 수준을 감소 시키는 작업이 되겠습니다.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거실’에서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한 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실에서의 여론을 관리하는데 실패가 있었다면, 그 후 부정적인 영향은 시장을 향하게 됩니다. 문제가 발생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상당기간 팔리지 않게 됩니다. 각종 사회단체들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 불매운동의 희생 기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팔리지 않는 제품들로 인해 리콜과 같은 처지가 되어 버립니다. 실적에 일정 수준 이상의 타격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는 시장에서의 불매 분위기를 관리하려 애씁니다. 그런 여러 노력과 커뮤니케이션이 이 단계에서 위기관리의 핵심이 되겠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법정으로 문제 이슈가 넘어가는 단계입니다. 법적 판단을 받아 보아야 해당 이슈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것이죠. 이렇게 된 경우는 대부분 앞서의 원점관리, 거실관리, 시장관리 노력들이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앞 부분의 실패가 없었다면 문제가 법정으로 넘어오는 경우는 상당수 줄어들게 됩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단계별로 효과적인 대응 실행을 각각 해 내는 것을 위기관리라 합니다. ‘어차피’ 법정에서 끝날 이슈라 하면서 그 이전의 단계 관리들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상황의 진전을 방치하는 것은 위기관리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단계별로 관리해야 할 것을 하나 하나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위기관리입니다.

원점의 활동성을 그대로 놓고, 거실과 시장으로의 이슈 전이를 바라보기만 하면서, 미리 법정에서의 다툼을 준비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위기관리입니다. 그 때 그 때 단계별로 관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어차피’ 결국에는 법정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부정 이슈라고 해도, 원점, 거실 그리고 시장에서의 위기관리 노력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에 따라, 법정에서의 부담도 당연히 줄어 들게 됩니다. A or B or C or D라는 개념이 아니라, A and B and C and D라는 개념을 가져야 위기는 관리 됩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좀 두고 봅시다” “현단계에서는 할 일이 없어 보이고, 법적인 대응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좋겠어요”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 질 겁니다” “우리 책임이 없다는 걸 곧 알게 될 겁니다.” ‘어차피 무얼 해도 법정으로 가게 되는 겁니다 이번 건은…” 이런 이야기들이 내부에서 여기 저기 나오게 되면 이미 위기관리에는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위기관리는 위기 시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하려는 집중적인 노력을 의미합니다. 원점관리, 거실관리, 시장관리, 법정관리 그 각각에 있어서 단계별로 피해를 최소화 시켜 그 다음 단계로의 발전 동력과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려는 노력이 필요 할 것입니다. 위에서 예로든 ‘어차피’라는 태도는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태도로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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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VIP위기관리,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오너가 촉발시키는 ‘사회적 공분(公憤)’은 왜 이렇게 자주 발생할까? 그리고 왜 그렇게 끊이지 않을까? 기업의 리더라면 사회적 명성을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이 항상 조심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게 되는데, 왜 그런 문제들이 생기고, 바로 사회적 공분으로 연결되어 불과 며칠 만에 파국으로 결론 나 버릴까?

그 이유들 중 하나로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바뀌었다는 것에 주목해 보자. 그 사회의 변화에 따라 미디어들이 바뀌었다. 물론 변화된 미디어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들이 포함된다. 그에 따라 공중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둘러 보면 불과 수년 사이에 상당히 많은 환경이 바뀐 셈이다.

이 엄청난 변화 속에서 회사만 바뀌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owner)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 핵심이 있다.

한국만 이렇게 오너 위기(owner crisis)에 시달리고 있을까? 역사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이런 유사한 위기들이 없었을까? 글쎄다. 사람과 사회가 변화해 나감에 따라 기업도 변화하는데, 어떻게 이런 위기가 한국뿐이겠는가. 기록을 보면 예전 해외 선진국의 그들도 많이 그랬었다.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을 때려 문제가 된 오너들이 한국에서 지탄 받고 있지만, 아주 예전 미국에는 사적으로 고용한 용병들을 사용해 파업하는 광산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한 기업 오너도 있었다. 일본에는 직원들을 도제화한다며 ‘하인’처럼 훈련 시키는 기업들도 아직 존재한다. 역사와 사회와 미디어 환경만 다를 뿐 어디에나 오너 위기란 존재하고 발생한다.

그럼에도 사회와 기업이 발전하고 성숙 되면서 그 횟수나 유형들은 상당 수준 잦아들고 관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한국 기업들도 앞으로는 그렇게 더 나은 방향으로 성숙 될 것이다. 숙제는 그 때까지 걸리는 길고 긴 시간 동안 위기는 계속 될 텐데 기업의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그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다.

오너 위기는 위기 성격상 기업 차원에서 사전에 방지하거나, 완화시키거나 하는 것이 힘들다. 불가능하다. 사내 구조와 문화상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애석하지만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앞으로 그런 위기의 발생을 대비해 미리 대응을 준비해야 할 뿐이다. 아무래도 준비되어 있는 대응은 공분을 관리하며 성공 확률을 높인다.

한국 기업의 오너 위기와 위기관리. 그간 여러 케이스들을 대상으로 공통적인 유사점들과 습관들을 모아 봤다. 물론 이 항목들은 대부분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Don’ts)에 해당한다. 일단 오너 위기관리에서 성공한 케이스 수가 매우 적으니 대부분 따라 하면 안 된다 생각하고 의미를 새기면 좋겠다.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공분은 관리된다.

항상 VIP는 늦게 등장한다.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후 공식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화자(話者)가 자신이 아니다. 항상 놀라는 부분이다. 사내에서는 이를 일종의 의전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누구를 막론하고 문제를 일으킨 자가 가장 먼저 앞에 나와 커뮤니케이션 해야 맞다. 이를 가시성(visibility)이라고 한다.

VIP가 해야 할 사과를 법인이 한다.

당연히 앞에서와 같이 VIP가 늦게 등장하시니 급한 법인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돌리며 ‘대신’ 먼저 사과한다. 법인 조차 늦게 사과하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라는 직원들의 생각은 이해된다. 심지어 오너의 개인적인 성추행 논란에 대해 임직원명의로 사과 한다. 완전한 희극이 된다. 오너는 그 스스로 법인이 아니다. 오너의 실수로 법인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오너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인만 대신 나서서 성공한 오너 위기관리는 없다.

원점관리를 어려워한다.

오너가 만든 문제를 임원들이 가서 풀려 하니 어렵다. 화가 나 있는 이슈 확산자(비서,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들이 오너를 직접 보고 사과 받겠다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임원들에게 교섭권한을 주지도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집 앞이나 직장 앞에서 대기하고 하는 정서적인 접근을 한다. 말로 주고 되로만 갚겠다는 심산인 꼴이 되니 원점은 관리 될 리가 없다. 한편 오너가 지닌 억울함과 흥분을 관리하는 것도 직원들에게는 원점관리가 된다.

최초 홍보실 해명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축소된 채로 진행된다.

사건 현장에 홍보임원이나 홍보팀장이 있지 않았을 때 말이다. 그 당시 주변에 있었던 임원들의 전언을 듣거나, 흥분해 있는 오너의 개인적 상황 설명을 듣고 이를 전하니 대부분 팩트가 아닌 해명이 초기에 진행된다. 예를 들어 “손에 들고 있던 잡지가 상대의 뺨을 스쳤다” “때리긴 했는데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 “정확하게 고환을 찬 건 아니다” “술 취한 여직원을 쉬게 하려 했다” 같은 해명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기자들이 피해자에게 듣고, 경찰에게 듣고,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취재해서 알고 있는 상황보다 형편없이 이해가 적다. 결국 회사는 오너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공범 집단이 되어 버린다. 법인 차원에서는 이를 필히 경계해야 한다.

해명이나 사과 메시지가 일반적이지 않다.

어떤 회사에서는 오너가 홍보팀에게 직접 해명문을 써주기도 한다. 해명문의 핵심은 오너의 의중을 철저하게 반영한다. 내부에서 누가 아무리 “이런 표현은 위험합니다”해도 좀 더 강력한 항변을 원하는 오너의 의중을 거스르기 힘들다. “내가 잘 못했나?” 하는 물음에 “예, 크게 잘못하신 겁니다.” 할 수 있는 임직원이 없으면 해당 메시지는 산으로 간다. 엉뚱한 사과문구에 언론과 온라인 소셜미디어 공중들은 다시 분노한다. 겉잡을 수 없이 긁어 큰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사과가 피상적이다.

어떤 회사 오너는 기자들 앞에 나와 “죄송합니다”라는 핵심 메시지만 수 십 회 반복한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하지 못한 채로 임직원들이 회장과 함께 단체로 머리를 조아린다. 죄송하다는 이야기만 할 뿐 정확하게 누구에게 죄송하고, 어떤 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해를 끼쳤다는 명시가 대부분 흐릿하다. 문제의 원점인 그들에게 먼저 머리를 숙여 사과해야 하는데, 기자들에게 한다. 이 부분은 공히 반복되는 해프닝이다.

“사과했다”하지 않고 “사과 할 것” 또는 “사과합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미래형이다. 기자들도 알고 모든 국민들이 이미 다 알아버린 자초지종인데, 그때 앞으로 나와서 “사과드릴 것”이라는 뒤 늦은 미래 의지를 나타낸다. 기자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사과합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어떤 케이스에서는 자신이 만든 위기에 대해 거래처, 파트너, 투자자들과 주주들에게 사과한다. 이슈확산자(비서,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는 그 자리에 없다. 기자들은 상황과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므로 “이미 사과했습니다”같은 완료형이 옳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개인적으로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하겠다는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 다음은 채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오너의 개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공개사과는 그리 적절하지 않다고 보여진다. 물론 그 사과도 일부 언론에서는 받아 기사화 해 주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법인의 오너로서 정상은 아니다. 아직까지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언론을 통해서 온라인 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적절하다.

사과는 하는데, 개선 의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

최소한 개선의지를 해석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이 사람과 법인이 꼼수를 쓰고 있구나’하는 감을 가지게 하면 안 된다. 해당 이슈의 중대성에 비추어 적절하거나 그를 상회하는 수준의 개선조치라면 위기관리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원점관리에 드는 비용도 그런 기준이 기본이다. 잠시 자리를 떠나 있겠다는 의지라던가, 그냥 말로 해서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겠다는 의지가 투영되면 힘들다.

추가 개입 이해관계자들이 문제인데, 이에 대한 대비도 늦다.

대부분의 오너 위기를 보자. 먼저 이슈확산자(원점)의 활동이 진행된다. 짧은 시기이지만 감지 가능하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미디어발로 기사화 된다. 이후 폭발적으로 확산 된다. 이 또한 감지 가능하다. 법인 차원이나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가 진행된다.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되고,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전직 직원, 이전 피해자, 증언자, 내부고발자)이 나타나서 이슈를 키운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경찰, 검찰, 국세청, 공정위, 노동청, 관세청….등등의 수사권을 가진 규제기관들이 개입한다. NG와 거래처들이 단순 피켓팅을 넘어 소송으로 개입한다. 초기 오너 위기관리를 진행하면서 추후 예상되는 추가적인 이해관계자 개입에 대한 감각과 대비 등이 진행되는 곳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규제기관 조사 대응 때는 반대로 개인 대응이 주를 이룬다.

일부 법인 차원에서 대응이 이루어지는 그룹사들도 있지만. 중견그룹이나 중소기업 오너 위기관리 때는 약간 다르다. 그간 초기에 대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법인이 중심이 되지만,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조사 출두 명령이 떨어지면 오너는 개인적 대응을 시도하곤 한다.

이미 회사에 큰 데미지가 온 상태인데도 해당 조사에 대한 대응은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를 구해 상담을 받는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자문 받는다. 청와대, 국회, 검찰, 경찰, 공정위, 국세청…등등을 망라해서 해당 기관 출신 지인들에게 개인적 SOS를 친다.

국민들의 주목이 이미 생겨버린 이슈에 대해서는 이들도 흔쾌히 나서기 힘든 상황인데도 도와달라 한다. 최초에는 오너의 개인 대응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작해 문제를 풀고 사후 규제기관 대응에는 법인차원의 (협력된) 지원을 받는 것이 정석이다.

문제가 해결되거나, 이슈가 잦아들면 사후 급속 명성관리에 힘쓴다.

보통 이럴 때 사용되는 것이 ‘흔적 지우기’다. 온라인상에서 여러 노력들이 실행된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라?’하는 공중들의 기억을 원하기 때문에 흔적을 지우려 한다. 단기적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을 강화해 보기도 한다. VIP의 이미지를 새롭게 업그레이드 하려고 하는 곳도 있다. 홍보실을 대폭 개편(?)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상당기간 자숙하는 모습이 정석이다. 공중들의 기억을 제대로 지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더 긴 시간, 그리고 더 큰 예산, 그리고 더 지대한 노력이 수반된다. 흔히 공유되는 워렌 버핏의 명언이 있지 않나.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란 세월이 걸리며,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 분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앞으로 다시 20년은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공중들이 그런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다 라고 답변한다. 이는 단순하게 언론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를 철저하게 물샐 틈 없이 완벽하게 틀어 막아버렸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미디어는 통제할 수 없다.

“그럼 일단 위기가 공중들에게 알려진 후에는 어떤 위기관리가 가장 잘 된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렇다. “공중들에게 공분(公憤)이 생기지 않도록 단기간에 이슈를 종결 시키려는 모든 노력을 행한 위기관리가 성공한 위기관리”라고 답할 수 있다.

오너 위기관리에 대한 성공 기준도 마찬가지다. 오너 위기관리에서 오너가 직접 마주하고 관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공분(公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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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3편] 아주 예전 골치 아픈 기사가 떠 있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아주 예전에 한번 부정적 기사가 하나 있었는데요. 그게 계속 자꾸 재기사화 되어 회사에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자들에게 아무리 설명 해도 자꾸 그 기사를 기반으로 취재를 하거든요. 이 골치 아픈 기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 또한 원점관리 개념에서 접근하셔야 하는 이슈라고 봅니다. 부정적인 기사나 블로그 포스팅이나 각종 온라인 게시물은 몇 가지로 분류 해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내용이 전혀 근거 없고 허무맹랑한 내용이라서 일반인들이 보았을 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있고요. 해당 내용이 심각하게 근거나 실제 팩트에 기반해 있어서 꾸준히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 있습니다.

사실 첫 번째 내용 같은 게시물의 경우에는 어떤 방식이든 관리가 가능합니다. 전혀 근거 없는 기사라면 해당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 언론중재위나 소송을 통해서라도 해당 기사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게시물들도 그런 선상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두 번 째 형태인데요. 이게 고민이신 듯 합니다. 해당 언론사에 직접 접촉 해서 지난 기사이니 온라인에서 좀 삭제 해달라 요청 해 보시기도 했을 겁니다. 블로거나 게시물 게시자를 찾아 읍소를 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원점을 삭제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원점을 그대로 남겨두게 되면, 말씀하신 것처럼 반복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니 골치가 아프게 됩니다. 특히나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아주 오래 전 이야기들이 바로 직전에 발생한 것처럼 다시 되살아 나 반복적으로 회자 되고, 비판이 쏟아지니 회사들이 더 힘들어 집니다. 그렇다고 그런 상황에 대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관리하듯 평생 반복 관리하면서 지낼 수만도 없는 꼴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해당 원점 기사나 게시물들은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법은 어디엔가 있습니다. 되지 않는 이유는 회사 자체에서 그 원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그에 맞는 관심이나 투자를 하지 않을 뿐입니다. 적극적으로 해당 원점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길이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살아나서 회사에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상황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 각각의 상황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산정해 보십시오. 더 이상 그 원점을 그대로 남겨두어서는 안되겠다는 결론이 세워졌다면, 그에 적절한 관심과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형 위기 이후 남겨져 있는 온라인 기사나 게시물들을 사후에 일괄적으로 적절하게 관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여러 기술적 방법을 통해 문제의 원점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다시 살아나서 회사를 괴롭히게 하지 못하게 하려고 여러 방법을 활용합니다.

특히 VIP 관련 위기 시에는 더욱 더 그런 노력이 기해집니다. 일단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에는 VIP관련 내용들 중 자극적이거나 심각한 부정적 내용들은 적극적인 관리 대상이 됩니다. 여러 관계자들과 에이전시들이 모여 대응을 논의하고 관리 실행에 들어가곤 합니다.

이러한 원점관리 노력은 향후 이슈관리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아주 예전에는 종이 신문이나 방송되는 뉴스의 경우 한번 지나가면 일부러 오래 전 종이 신문이나 보도 내용을 찾지 않는 이상 사후 열람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클릭 한번으로 십여년전 기사까지 모두 검색이 됩니다. 소위 말해 ‘전적’을 가지고 이슈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들은 분명 부담이 더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온라인상 기사나 각종 게시물을 지우기만 한다고, 이슈가 관리되거나, 문제가 없었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사과와 해명 한 그대로 개선이 이루어져서 부정적인 상황들이 재발하지 않게 되어야 맞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기업은 바로 그런 기업인 경우입니다. 이미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고, 앞으로 재발되지 않을 개선 노력을 다한 기업에게 그 ‘전적’은 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아주 자극적이거나 치명적인 내용의 것들은 적절히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추후 이슈관리가 덜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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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6편] 순발력도 필요하긴 하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회사에 문제가 하나 터졌는데요, 제가 해당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여럿 받았었습니다. 놀라서 일단 확인해 보고 연락 준다 했지요. 근데 지나고 보니까 처음부터 좀 순발력을 발휘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가끔 순발력도 필요한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순발력이라고 하셨는데요. 만약 그 순발력이라는 의미가 기존에 여러 이슈를 대응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 진행되는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응대라면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일종의 ‘애드립(ad lib)’형식의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면 그건 좀 위험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애드립이란 돌발적 상황에서 즉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기업측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대응을 하곤 합니다. 첫째는 ‘노 코멘트’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애드립’을 합니다. 전자인 ‘노 코멘트’는 일단 화자가 어느 정도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자사의 책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경우 실행됩니다. 반면 후자인 ‘애드립’의 경우에는 화자가 해당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 약간만 아는 경우, 완전히 알고 있는 경우 공히 실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대응인데도 가장 흔한 대응 방식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이런 대응은 여러 결과들을 초래합니다. 우선 그런 답변은 종종 기자를 화나게 합니다. 말도 안되거나, 황당한 답변인 경우가 많아서 입니다. 반대로 종종 기자가 내심 좋아하기도 합니다. 기자가 일용할 양식을 벌었다 느끼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당황스러운 애드립은 종종 좋은 뉴스 소재가 됩니다. 당연히 기자는 좋아하게 되죠.

대부분 준비 안된 답변은 당황스러운 기사나 보도를 만들어 냅니다. 회사를 대표해서 커뮤니케이션 했다는데, 회사측에게 오히려 당황스러운 내용들이 기사화 되는 것이죠. 이런 기사나 보도들은 곧바로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공분(public rage)을 선물합니다. 어떻게 보면 준비되지 않은 답변이 엄청난 사회적 물의까지 일으키게 되는 셈입니다.

사회적 공분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의심, 질문을 연이어 생산합니다. 기업의 준비된 답변은 반대로 추가적인 의문, 의심. 질문들을 상당 수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문제들을 일거에 소거해 버리는 위력을 가져야 좋은 답변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은 이와 달리 문제를 계속 재생산하면서 이슈를 오랫동안 끌고 가게 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내 이런 상황들로 자신의 회사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립니다. 많은 오디언스들이 대변인 개인을 넘어 회사 전체를 신뢰하지 못할 대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쌓아 놓은 기업의 신뢰가 대변인의 준비되지 않은 메시지 몇 개로 망가져 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정적인 상황은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습니다. 일련의 이런 상황은 추가적인 이해관계자 개입을 불러옵니다. 사회적 공분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죠. 경찰, 검찰, 규제기관, 정부, 국회, 시민단체, 소비자들의 더 많은 개입이 시작됩니다. 대변인의 준비 안된 메시지가 이런 광풍을 몰고 오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은 원점관리에 있어 문제해결을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회적 공분이 발생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조사와 개입을 바라보면서 문제의 핵심에 있는 원점들은 해당 기업과 협상하지 않으려 합니다. 때때로 그들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재앙적인 상황은 내부적으로도 분란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런 큰 문제를 만든 ‘소스(source)’를 내부적으로 찾게 되지요. 대부분 최초 준비되지 않은 메시지를 외부로 전달한 담당자가 내부적인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전개되는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그 비판은 더더욱 심각해 지겠지요.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이 최종적으로는 중대한 책임 논란과 연결 되는 것이죠. 회사 내부 인력들에게는 어찌 보면 가장 두려운 결과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개인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화는 입으로부터 생기므로 말을 삼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기업은 ‘말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기 보다 ‘준비된 말만 하라’는 의미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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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94편] 소셜미디어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미국의 한 항공사에서 탑승객을 폭력적으로 끌어내 논란이 되었던 것이 기억나는데요. 저희가 보기에는 그게 사실 소셜미디어 상에서 해당 장면이 동영상으로 찍혀 공유되면서 일이 커진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시 소셜미디어에 ‘대응’한다는 개념보다는 소셜미디어와 ‘경쟁’한다는 개념으로 위기관리를 생각하시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쟁이라고 해서 소셜미디어를 적으로 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기업들이 위기를 관리하는데 있어서 소셜미디어가 항상 위협적인 존재인 것만은 아닙니다.

일단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전반적 여론을 보다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마당이 바로 소셜미디어입니다. 기업이 그 마당을 들여다보며 분석하고 있다면 해당 이슈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성공적인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죠.

또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평소 관리만 잘 되어 있다면, 위기 시에도 좋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지원하는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소셜미디어에 ‘대응’한다는 개념은 자칫 무모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번 미국의 항공사 위기관리 케이스에서도 목격된 바와 같이, 소셜미디어는 생생합니다. 빠릅니다. 감각적이고, 사실적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많은 공중들은 위기 발생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관련 상황을 접합니다. 그 시점은 때때로 이슈와 연관된 기업의 공식 메시지보다 먼저일 때도 많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보여지거나 언급되는 상황을 기업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공식 입장을 내게 되면 이내 문제가 커집니다. 내부에서 구두나 문서로 보고되는 속도와 정확성이 현장에서 채집된 소셜미디어의 속도와 정확성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어이없는 공식입장이 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소셜미디어에 ‘대응’한다고 해서 사실관계를 반복 해 따지거나, 소셜미디어 운영자들에게 법적 조치를 비롯한 여러 제한을 가하거나, 반박에 반박을 더하면서 장기전으로 위기관리를 끌고 가는 것은 전략적이지 못한 방식입니다. 여러 케이스를 보면 소셜미디어 여론에 대해서는 기업이 순응하여 흐름을 타는 것이 보다 안전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앞에서 말씀 드린 소셜미디어가 전하는 정보의 정확성과 속도와 경쟁하라는 의미입니다. 발생한 문제 상황과 관련 해 내부적으로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보고 체계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기존과 같은 보고 체계를 가지고서는 절대로 그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소셜미디어 상의 감정(emotion)이라는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따라 위기를 관리하는 선제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먼저 소셜미디어상의 감정을 예측하고 이를 압도하는 메시지와 태도를 보여주어야만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가 추가적인 움직임을 하기 전에 오프라인 차원에서 이전 보다 더욱 빠른 원점관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문제의 미국 항공사의 경우에도 회사의 핵심 임원들이 피해를 입은 탑승객들을 신속하게 찾아가 만나고 합의를 구해야 합니다. 성실하게 사과하고 문제를 더 키우지 않도록 인간적 관심과 조치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추가적인 소셜미디어와 언론들의 공격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모든 위기관리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주변 환경이나 미디어들은 지속적으로 변하지만, 기업이 위기를 관리하며 명심해야 하는 원칙은 항상 일관성이 있습니다. 정확해야 한다. 빨라야 한다. 보고는 투명해야 한다. 리스닝 해야 한다. 공감해야 한다. 원점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사과를 자꾸 반복하게 상황을 관리하면 안 된다. 이 모든 원칙들은 소셜미디어가 탄생하기 전에도 존재했던 것들입니다.

소셜미디어가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때때로는 불만스럽고 해도, 위기 시에는 그들을 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항상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들을 적으로 보며 ‘대응’하려 하기 보다는 우리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선의의 상대로 생각하고 ‘경쟁’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소셜미디어가 문제가 아니라, 구식 위기관리 체계가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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