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관

12월 042013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7]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이코노믹 리뷰 기고문]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는 항상 책임을 동반한다. 이런 특성을 다루는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은 관리를 강조하는 기업과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으로 나뉜다. 관리를 강조하는 기업은 우선 주요 핵심 임원들이 원팀 마인드를 형성한다. 반면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은 누가 말에서 올 것인지에 주된 관심을 쏟아 사후 수습만 가능하게 된다.

위기관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은 학자들은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한 위기관리라 강조한다. 그것이 사후 위기관리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사실 정확한 의미로 보자면, 부정적 요인들을 사전에 감지하고 관리해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모든 활동들은 그 자체가 경영(management)이라 볼 수 있다. 경영자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그 경영 말이다.

경영적 노력의 실패 또는 실수들로 인해 발생하게 된 위기를 적절히 관리하는 활동이야 말로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라고 부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관리를 사전적 노력과 사후적 노력으로 나누어 이해하려 하지만, 이런 분절적인 시각보다도 평소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모든 노력들이 곧 경영(management)이라는 개념을 형성하는 것이 좀 더 발전적인 위기관리관이라고 본다. 당연 그 경영의 책임은 최고경영자에게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위기들을 분석 해 보면 그 위기 특성에 있어 조직 자체가 상당 부분 부주의했거나, 사려 깊지 못했거나, 일정부분 의도적이었거나, 형편 없는 의사결정으로 인한 것들인 경우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위기관리의 실패가 아니라 경영의 실패라는 지적을 해도 딱히 다른 할말들이 없어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더욱 큰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분은 위기가 발생하게 된 이후다. 많은 기업들이 해당 사건/논란의 책임을 물어 관련 임원들을 경질한다. 기본적으로 위기 발생 직 후 위기관리의 책임을 지는 임원들을 경질하는 것은 위기관리 자체에 대한 기업의 낮은 관심과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다. 해당 위기를 발생시킨 책임을 묻는 다면 책임 질 사람은 경영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어야 맞다.

위기관리를 해야 할 임원들을 경질하는 것은 해당 위기를 관리해야 할 중요한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다는 의미다. 새롭게 임명되어 그 책임을 물려 받게 된 임원들은 그러면 어떤 활동이 가능할까? 수습뿐이다. 새 임원들은 위기관리 보다는 수습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문제의 원인과 발생 프로세스 그리고 대응 방식들에 대한 돌아봄과 분석 개선 보다는, 신속한 수습과 사후 처리에 몰두하게 되니 동일한 위기 재발 시 더 나은 위기관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새롭게 책임 지게 된 임원들 스스로도 일단 수습이 끝나면 다시 조마조마 해 지게 마련이다. ‘전임 임원도 이런 일로 경질 되었는데, 앞으로 재수 없이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나도 경질을 당 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위기 발생을 억제 예방하는 경영(management) 활동 보다는 운()에 의지하거나 위기 사실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는 시도(try)들이 조직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옛말에도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했다. 이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장수가 그 전쟁을 가장 잘 아는 장수이며, 어떻게든 그 전쟁에 이겨 나라를 구할 책임을 진 사람이라는 의미다. 또한 장수에 대한 일관된 지원을 통해 그 장수가 국가의 신뢰에 힘입어 더욱 더 큰 충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이 지혜는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 오너나 CEO들은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안팎으로 창피해 하기 보다는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 하지 못한 것을 좀 더 창피해 해야 한다. 위기는 경영적 원인으로 언제나 발생 가능하다. 창피 해 하기 보다는 위기를 관리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제대로 된 조직은 그러한 경영적 실수와 문제들을 적절하게 관리해 위기관리에 성공한다. 그러나 어딘가 부족한 조직은 위기가 발생하면 매번 장수를 바꾸고 수습에만 집중한다. 위기관리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임원들은 그저 소방수들로 전락하고, 그 와중에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된다.

위기관리에 성공을 원하는 CEO라면 평소 경영적 시각으로 위기를 바라보자. 핵심 임원들로 하여금 그들의 전문성과 평소 구축한 체계에 따라 해당 위기를 즉각 관리할 수 있게 배려하고 지원하자. 그들을 말에 내려오게 하기 보다는 말에 오르게 하자.

 

 

#  #  #

3월 26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발생 전 진인사(盡人事)하고 나서 대천명(待天命) 하는 것이 항상 맞다

특정 위기발생 사실을 예견하고 전사적 대응준비를 하는 가운데 홍보실은 환경분석과 해당 위기발생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들을 예견해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경쟁사들 및 유사기업들의 유사 위기상황들을 벤치마킹하고, 그들 각각의 대응방식들을 입체적으로 돌아봤다.

각 사들의 성공과 실패들을 통해 우리 회사가 견지해야 할 전략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면서 회사의 입장과 핵심 대응 메시지들을 내부적으로 공론화 해서 명확하게 정리를 했다. 이를 기반으로 핵심적인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할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홍보실과 핵심 임원들은 해당 위기상황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각각에 대한 대응 논리와 메시지들을 정렬할 수 있었다. 임원들뿐만이 아니라 일선 CS와 영업라인들에 이르기 까지 가이드라인이 공유되고, 현실적인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들이 일괄적으로 진행되었다.

전사적으로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가 되었다. 모든 이해관계자 별 대변인들과 일선 이해관계자 접점들 모두가 하나의 생각과 대응방향을 공유하는 것 이상으로 더 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루가 가고, 한 주가 갔다. 결국 발생하리라 예상했던 위기가 실제로 발생했다. 모든 관련 인력들이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실제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이상하게도 관련 위기에 대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관심을 쏟지 않았다. 언론도, 고객들도, 정부도, NGO도, 관련 거래처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반 주목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최초부터 위기 발생 이후의 파장에 대한 예측이 과장된 것도 아니었다. 해당 위기관련 분석과 경쟁사 및 유사업종 기업들의 유사 위기발생시와는 다른 이해관계자 환경이 펼쳐진 것일 뿐이었다.

홍보실장은 ‘모든 준비를 해 놓고 이런 환경까지 더 해지니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참 운이 좋아 고마운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위기관리 원칙을 통해 보더라도 ‘모든 준비를 하고 위기를 기다리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사 어디에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왜 우리가 미디어를 대상으로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어야 했지? 왜 우리가 시간을 투자해 가면서 대응훈련을 받아야 했던 건가?”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홍보실이 너무 과도하게 준비를 한 것 같아. 정부에서도 NGO에서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리가 오버한 게 틀림없어”라고 홍보실의 준비작업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너무 디테일 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대충 일이 터지면 어떻게 하겠다는 아주 심플한 방향성만 있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야”하는 개선안(?)도 제시되었다.

매우 흥미로운 정치적 피드백이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또한 충분히 내부적으로도 제기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핵심은 일련의 방향성이 회사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데 있다. 반대로 ‘평시 관리’에 도움이 되고 간편한 제안들이 위기관리에 까지 그 적용범위를 넓혀와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많은 성공적인 클라이언트들과의 공통적인 경험과 그들과 함께 공유했던 인사이트는 ‘준비는 아무리 해도 충분하지 않다’였다. 하늘이 준 운(運)과 사람의 준비를 헷갈려 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려 하지 말자. 진인사(盡人事)하고 나서 대천명(待天命) 해야 한다 하는 것이 기업이 항상 견지해야 할 위기관리관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