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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2021 Tagged with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특이하게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구체적 비판이 다른 국가적 재난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국가적 재난 때 마다 반복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위기관리 매뉴얼 문제와 컨트롤 타워 문제 등이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그리 심각하게 다루어 지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반대로 일본의 코로나 19 대응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에서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위기관리 매뉴얼 문제를 지적했다. 예전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도 언급되었던 매뉴얼과 실행 주체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이 다시 주를 이룬다. 일본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위기관리 보다는 자신들의 책임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아주 흥미로운 주제다.

이런 상황을 기반으로 이번 코로나 19 위기를 맞아 위기관리 관점에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반복되던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비판과 논의 시각을 정리해 보자. 매번 소모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위기관리 매뉴얼 때리기도 이제 점차 정리 되어야 한다. 비판이 필요한 성장과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좋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거나, 개악으로 자칫 전환 될 수 있는 비아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놓고 회자되는 언론의 비판과 다양한 전문가들이 전하는 논평의 핵심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첫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에 모든 상황과 변수를 반영하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문제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관리 관련 일본 정부가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 내 탑승객들에 대한 조치를 적절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핵심이다. 일본 정부가 미처 크루즈선 내 수천 명의 탑승객에 대한 전염병 감염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매뉴얼에 대한 대응 방안이 없어 즉각 대응 할 수 없었고, 그런 대응 체계를 고민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다고 비판한다.

그나마 이후 정치적으로 결정한 미봉책이 더 큰 문제를 만들었고, 크루즈선을 완전한 재앙 상태로 방치해 버리기 까지 했다 한다. 이 모든 것이 일본 정부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다양한 상황과 변수를 반영해 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번 백지 상태에서부터 생각해 보자. 정부나 기업 같은 거대한 위기관리 주체 말고, 자기 자신을 개인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주체로 설정 해 매뉴얼을 상상해 보자. 자신의 일생에서 발생될 다양한 위기 상황을 꼽아 보자. 최대 몇 개가 될까? 거기에 상황 하나 하나에 연결될 변수들을 다시 꼽아 보자. 그 상황과 변수를 모두 곱해 보아야 실제 경우의 수가 계산된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계산 하다 보면, 내 자신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담을 상황과 변수를 통한 경우의 수만 해도 최소 수백에서 수천 개를 넘게 될 것이다. 그런 매뉴얼은 진정한 의미의 매뉴얼이 아니다. 일단 위기관리 주체가 한눈에 파악하기도 힘들 뿐 더러, 위기 시 활용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유형은 대분류를 거친 후 발생적 특징에 따른 중분류 정도의 상황과 변수 확정이면 적절한 것이다. 물론 그 분류 기준이 상호배제적이고 전체포괄적(MECE)일 필요는 있다. 따라서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서도 대형 크루즈선, 중형 크루즈선, 소형 크루즈선, 단거리 관광선 등과 같이 각각의 환경과 변수 매뉴얼을 각각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국제적으로 운행되는) 다중 교통수단 내 감염’ 정도의 매뉴얼 상 중분류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다양한 상황이나 변수가 세부적으로 정리될수록 어디에도 위치하지 않는 회색지대는 더 많아 진다. 실무차원에서는 매뉴얼 상 정확하게 표기되지 않은 위기는 위기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제시된 상황과 변수가 없으면 대응도 불가해지는 상황이 그런 경우 발생된다. 따라서, 모든 상황과 변수를 매뉴얼에 담아야 한다는 강박은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효과적이지도 못한 개념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논란은 매뉴얼 보다는 해당 상황 대응에 있어 정치적 판단이 강해 제대로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본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발생 직전과 직후까지 주로 활용된다. 그 이후 상황과 변수가 등장하면서 변화되는 위기에 대한 대응은 온전히 위기관리 의사결정그룹의 몫이다. 상황과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이는 의사결정그룹의 대응 결정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다. 매뉴얼은 그에 대한 단순 핑계일 수 있으며, 직접적인 문제의 핵심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굳이 일본의 매뉴얼 문제까지 따지자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전례가 있던 위기 유형에 대한 사전적 고민이 매뉴얼에 제대로 반영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형 국제 선박이 자주 입출항 하는 지역의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해당 상황을 예상 했어야 했고, 전례를 찾는 평시 노력을 했었어야 했다.

두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구체적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상황과 변수 그리고 각 대응 프로세스와 방식에 대한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이어야 하는가는 항상 논란이다. 구체적이라는 기준은 매뉴얼에 따라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의사결정자와 실행그룹이 ‘참고하기에 적절한 수준’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참고’다.

위기관리 의사결정이나 실행을 할 때 필요한 매뉴얼은 제품의 조작설명서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조작설명서에는 ‘제품을 개봉 후, 플러그를 꼽고, 빨간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할 것. 그 후 작동 스위치를 ON에 놓고, 1분간 제품의 가열시간을 기다릴 것’ 같은 구체적인 단계별 서술이 들어간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그러한 수준의 구체성을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불필요하다.

그러한 세세하고 구체적인 서술은 실무 (훈련용) 매뉴얼에는 일부 수록 가능하다. 실제 일선에서 대응 해야 하는 실무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트레이닝 매뉴얼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트레이닝 매뉴얼도 실무자들이 해당 업무에 상당 수준 익숙해 지면, 이내 열람되지 않는다. 교육과 훈련의 목적을 가질 뿐, 실행단에서 순간순간 지시를 내리는 매뉴얼의 의미는 가지지 못한다.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해당 매뉴얼을 제품 조직 설명서와 일부 혼동하는 것이다. 정부 조직이나 기업의 구조를 조금만 상상해 보면 그런 시각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그들의 매뉴얼이 조작설명서와 같은 구체성에 따라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구체적인 매뉴얼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매뉴얼은 분명 현실적이어야 한다. 특히 일선에서 실행 함에 있어 현실적 참고가 되지 못하는 매뉴얼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고층빌딩 화재 위기 시 인명 구조를 위해 수십 미터 높이의 고가 사다리들과 구조용 헬리콥터를 사용하라는 매뉴얼상 지시가 있는 경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런 고층용 사다리나 헬리콥터를 현장 대응 주체가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매뉴얼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사결정 차원에서 해당 의사결정이 현실적이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은 칼로 무 자르듯 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가 현실적이냐 현실적이지 않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 여러 판단이 분분하다. 일부 지자체 등에서 과잉대응이 낫다 하는 주장도 현실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에 연결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반영해야 하는 현실성이란 실행 차원에서 가용될 유무형 자산들(예산, 인력, 장비, 설비, 협력체계 등)과 관련 된 것이 핵심이다. 그 외 위기대응 의사결정에 있어서 현실성은 매뉴얼에 제대로 기록될 수도 없고 기록되어도 별 실효가 없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 위기에서도 목도되었던 것과 같이 의사결정 그룹의 의사결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많은 언론과 국민들은 각자 이런 현실성 개념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이 현실적인가 하는 것은 상당부분이 상황적 판단에 근거하는 것일 뿐, 이를 매뉴얼에 정확하게 기록하거나, 분분하는 의견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네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닥다리다. 그래서 문제다?

업데이트 되지 않은 매뉴얼은 쓸모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다 새롭게 얼굴을 바꾸는 매뉴얼이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장 좋은 매뉴얼은 오랫동안 개선되어 왔고, 환류 관리되어 온 최신판 매뉴얼이다. 초판은 수십 년 전에 만들어 졌지만, 개정과 환류관리를 통해 현재의 환경과 체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오늘의 매뉴얼처럼 훌륭한 매뉴얼이 없다.

매뉴얼이 구닥다리라는 비판은 최초 매뉴얼을 만든 이후 그 매뉴얼을 가지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매뉴얼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현재 환경이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체계와도 연결되지 않는 죽어있는 매뉴얼이다. 조직은 그 매뉴얼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며, 당연히 그 매뉴얼에 기반 해 아무 훈련도 해 보지 못한 경우가 그런 경우다.

반대로 매뉴얼이 최신 환경과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현 체계와도 적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라도, 이전 위기관리로 얻은 개선 사항이나 반면교사 포인트들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훌륭한 매뉴얼로 보기는 어렵다. 매번 비정기적으로 새롭게 표지를 바꾸고, 전체 내용을 바꾸고, 아름답게 매뉴얼을 꾸미는 관행은 다시 생각해 보자. 감사에 대비 해 매뉴얼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개념도 다시 돌아보자. 구닥다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매뉴얼을 관리하고 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구닥다리라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내용뿐이다. 그래서 문제다?

이는 분명하게 비판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혼동하기 때문에 나오는 비판이다. 물론 일부 매뉴얼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와 방식들이 과도하게 자세히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 매뉴얼 한 부분이 위기관리 매뉴얼 전반을 대표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실무자 차원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일단 정확하게 분리하고, 병행관리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속에는 제3자들이 민감하게 해석할 여지의 내용은 절대 담아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자체가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언론은 위기관리 매뉴얼 보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인다. 위기 시에 정부나 기관, 기업이 어떻게 언론과 여론을 ‘마사지’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알러지를 일으킨다. 정치적으로 반대세력을 견제하려는 측에서도 민감한 매뉴얼의 내용은 비판을 위한 호재가 된다. 일단 의사결정자와 실무자 차원에서 다각적 검토를 통해 매뉴얼 상 문제 요소는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 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어떻게 위기관리 매뉴얼과 다른가를 설명하면 된다.

여섯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 속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 지정이 엉망이다. 그래서 문제다?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의 지정 또한 매뉴얼에서 하나의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서술하고 있으면 충분하다. 변화하는 세부 상황에 따라 단계를 지정하는 타이밍이나 주체 그리고 동기의 결정은 의사결정그룹에 일임하는 것이 맞다. 컨트롤타워의 지정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매뉴얼에 서술해 놓은 기준이나 원칙에 크게 반하는 합리적이지 못한 대응 단계나 컨트롤 타워 설정이라면 문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의 책임을 맡은 위기관리 주체가 그러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일부러 행할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사후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위기관리에서도 당시 의사결정 주체들은 최대한 위기관리 성공을 위한 의사결정을 했었다고 본다. 그 결정 기반이 되는 경험이나 전문성, 협력체계, 실행의 존재 여부에는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의사결정 자체가 완전하게 매뉴얼에 반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음모론은 제외하고 생각하자)

현실적으로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 지정 문제는 위기 시에 처음 드러나서는 안 된다. 평시 매뉴얼에 따른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뉴얼 상 대응단계나 컨트롤타워 설정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개선해 나갔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위기 시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한 매뉴얼의 개선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매뉴얼 보다는 그것을 관리 개선하는 사람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 주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이드하고 통제한다면 실제로 위기관리가 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시종일관 매뉴얼에 따라서만 움직여야 하고, 한치의 어긋남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기관의 매뉴얼은 완벽해 질 수가 없다. 일반인의 생각처럼 매뉴얼이 세세하고 구체적이고 완전할수록 위기관리를 실제 행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입지와 활동반경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사후 위기대응에 대한 책임과 적절성 검증에 있어도 실무자의 부담은 지나치게 커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부 위기관리 매뉴얼은 적절한 선에서 관리되게 마련이다. 이 또한 소극적인 의미의 책임관리인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한 ‘방향성’을 얼마나 준수했는가 하는 점이다. 매뉴얼의 세부 프로세스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만약 매뉴얼에서 제시 된 세부 프로세스가 현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면, 의사결정그룹에 의해 다른 프로세스에 대한 대체 준수 지시가 있어야 맞다. 매뉴얼은 방향성에 대한 것이며, 구체적인 실행은 사람에 의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양한 위기관리 매뉴얼에 관한 비판과 논란에 있어 공통점은 사람이다. 매뉴얼을 만들고, 검증하고, 업데이트해 관리하고, 실제 운용 하고, 매뉴얼을 넘는 상황과 변수에까지 대응하는 모든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매뉴얼이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은 대부분 사람 때문이지, 매뉴얼 때문은 아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 극복을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협조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 된다. 국민으로부터의 이러한 지원 없이는 정부의 어떤 훌륭한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컨트롤 타워도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관리에서는 이런 국민들로부터의 위기관리 자산이 상당한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이 큰 교훈일 것이다. 이렇듯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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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기업이 ‘사람’이고 위기가 ‘질병’이라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시끄러운 청와대 발 이슈들이 점차 대기업들에게까지 그 부정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물론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기업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여론적으로 비판 받아야 할 것이 있으면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 옳은 자세다. 현재와 같은 정치권 관련 논란들을 기업이 위기로 정의하는가 여부는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어지러운 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위기관리관(危機管理觀)’에 대해서 비유를 통해 재미있게 정리 해 볼까 한다. 만약 기업을 ‘사람’으로 비유하고, 위기를 ‘질병’으로 비유해 본다면 여러 기업들의 유형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건강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유형

병(위기)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항상 자신에게 어떤 병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건강에 대한 우려도 있다. 병에 걸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각종 건강상식들에 주목은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과 같은 기초적인 건강 노력은 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건강검진을 받지도 않는다. 그냥 마음속으로 건강해야 한다 병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만을 반복한다. 대신 건강을 위한 투자나 노력은 생략하는 유형이다.

이런 기업들이 꽤 있다. 경영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위기가 도처에 깔려있어요”라고 말한다. 다른 직원들의 이야기 속에도 “그런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거거든요. 참 걱정입니다”라는 우려가 담겨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다가올 위기에 대해 아무 실질적인 대비를 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두려운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설마 우리에게 실제 그런 병이 생기겠어 하는 희망에 의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병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치료 하지 않는 유형

이런 사람(기업)은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내게도 이런 병이 찾아 왔군요”하며 이내 잠잠하다.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병이 발견되면 치료를 위해 신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당연할 텐데 그러지 않는다. 참을 만 해서일 수도 있고. 병원에 가는 것이 귀찮거나 두려운 경우도 있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 병이 나아서 내 곁을 떠나겠지 하는 믿음도 엿보인다. 일부는 체념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은 특정 위기를 마주하면서 이는 관리할 수 없는 위기라 생각한다. 일부는 이건 관행이고 너무 오랫동안 이어진 것이라 개선의 여지가 없다. 어쩔 수 없다. 위기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입을 닫고, 언론을 피해 숨는다. 시간이 약이라고 믿는 유형이다.

살기 위해서 일부러 병을 키우는 유형.

정말 아이러니 한 유형이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폭음을 한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과도한 흡연을 한다. 불규칙한 식사와 폭식을 넘나들면서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삶을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주변 의사들이나 건강전문가들이 “당장 담배와 술을 끊어야 살 수 있다” 조언 해도 그 습관을 쉽게 개선하거나 통제하지 못한다.

기업들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하게 각종 기업범죄 및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스스로 자위한다.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해서 돈을 버는 거지, 법을 다 지키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나?’하는 경우다. ‘법이 잘 못되어 있어서 법 자체를 준수하다 보면 우리가 살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실제로 병이 커져 생명을 위협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치명적 수준에 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아는 듯 하다. 따라서 이런 병을 키우는 행위들은 지속되고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면역력이 형편 없는 유형

매 환절기 때마다 감기나 몸살을 앓는 사람 같은 경우다. 면역력이 너무 시원찮아서 찬바람만 불면 누어 있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더운 여름에는 여름대로 더위를 먹어 운신을 못한다. 평소 면역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던가 해야 하는데, 매번 같은 질환을 반복해서 앓는다.

정기적으로 언론에 부정적으로 회자되는 기업들이 이런 유형이다. 사회적 논란이 시작되면 항상 그 주체들 중에 하나로 포함되는 기업들이 있다. 각종 규제나 법적인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사법기관에서 출두명령을 내리면 매번 총수가 얼굴을 보인다. 너무 장기간 동안 이런 문제가 반복되니까, 이제는 이력이 붙는다. 경험치가 높아져서 대응 기술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기술은 면역력과는 거리가 멀다.

대증치료만 하면서 건강하다고 상상하는 유형

진짜 위중한 병은 저 몸 속에 있는데, 열을 내리려고만 노력하는 유형이다. 스스로도 몸 속에 숨어 있는 그 병을 정확히 치료해야 열이 내려가고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 때도 있다. 그러나 일단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대증적인 치료에만 힘을 쓴다.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한다.

기업의 경우 위기가 발생하면 부정적인 기사를 빼려고 여러 노력을 한다. 온라인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는 것을 보고, 이를 관리하려고 여러 기술을 활용한다. 일단 부정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시각만 희석시키면 다행스럽게 해당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몸 속 병의 위중함은 나날이 심각해져 간다. 대증치료만 반복되어서는 더 나아짐이 없다는 것을 결국에는 깨닫게 되는 상황이 온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는 유형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다. 몸에 병이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누구에게 찾아가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매우 답답해 한다. 평소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면 어느 정도 생각이 있을 텐데, 아무런 치료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유형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기업들 중 이런 경우가 꽤 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고, 아래 실무자들에게 “우리도 위기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하겠다”는 지시를 하신 경우다. 갑작스러운 지시에 실무자들은 그 때부터 위기 대응 체계를 공부하려 한다. 위기관리 교과서 맨 앞장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내용을 찾아 낸다. 일단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보자 생각 하고, 여기저기 의뢰 한다. 위기라는 열차는 그 회사를 향해 매초 다가오는 데 위기관리 매뉴얼 작업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급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수준도 아닌 경우다. 몰라서 그렇다.

병이 심각해지면, 여러 주술에 의지하는 유형

병이 생겼다. 결국 자신이 병자가 된 거다. 조용하게 주술사를 찾아간다. 자신이 걸린 병을 굿이나 기도와 정성으로 치료 받고자 한다. 병원을 찾아가지 않고, 아주 오래된 습관 그대로 주술에 일단 의지하고 본다. 가까운 병원에는 가지 않는다. 병은 더욱 더 깊어지고, 주술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기 저기 찾아 다니면서 자신의 병을 고칠 주술사들을 만나는 유형이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비선’ 라인들에 의지하는 유형이 바로 이런 유형이다. 기존에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져 있는 ‘위기관리팀’은 유명무실한 조직이 되어 버린다. 임직원들이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회사 주변에서 위기를 관리한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평가하지 못한다. 실행과 실행이 자주 충돌하고, 위기를 관리 하기는커녕 상황의 불투명성만 커지게 된다.

다른 사람이 걸린 병을 그냥 재미있게 구경하는 유형

자신도 그런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하다. 일부는 자신도 이미 유사한 질병에 걸려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지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병과 싸우는 지 구경만 한다. 평소에 어떻게 건강관리를 한 거냐, 그렇게 병이 온몸에 퍼지도록 왜 치료 하지 않았느냐 등등 평가하면서 한심해 한다. 자신은 과연 어떤 상황인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기업들도 그렇다. 다른 회사들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했었는지 케이스들을 알려고 한다. 그 케이스들을 분석하고 그에 대해 반면교사를 찾겠다고 한다. 관련한 강의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일부 재미있는 위기관리 케이스는 나중에 술자리 안주감으로 기억까지 한다. 그러나, 강의가 끝나면 그 다음 진행해야 할 자사에 대한 적용이나 개선 노력은 하지 않는다. 수 많은 위기들을 구경만 할 뿐,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그에 맞추어 발전시키지는 못하는 유형이다.

어떤 사람(기업)이 진정으로 건강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평소 건강을 위해 여러 이로운 노력들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건강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찾아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면역력을 키우고, 나에게 어떤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진다. 병이 발생한다면 어떤 진단과 치료 프로세스를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 마련해 놓는다.

그러다가 결국 병이 생기면 바로 미리 갖추어 마련된 치료 프로세스를 성실하게 따른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병에 걸리는 지, 왜 걸리는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지속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건강 유지 활동에 실제 적용 한다. 이런 사람(기업)은 건강할 수 밖에 없다. 웬만한 병이 생겨도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빨리 치유가 가능해 진다. 기업도 사람과 같다. 위기라는 병을 관리하는 방식도 큰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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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32013 Tagged with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하는 것’과 ‘되는 것’의 차이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관리 ‘하는 것’과 ‘되는 것’의 차이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 흔히들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대부분 시스템 구축과 관련 된 관점의 차이에 기반하는 오해다. 위기관리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인데,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주체’를 CEO 또는 위기관리 매니저라 막연히 간주하는 것 때문에 현실과 다름이 생긴다. 문제는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실제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하나의 습관으로 굳어져 위기관리의 실패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있다. 어떤 관점의 차이들이 있을까?

위기관리 시스템은 구축하는 것이다?

아니다. 구축되는 것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사람이다.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CEO로부터 임원 그리고 실무자 그룹, 심지어 협력업체에 까지 이르는 전체 구성원들에 의해 구축되는 체계가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즉, 전체 구성원들이 주체다. 일개 또는 일부 부서가 리드해 시스템을 찍어내거나 만들어 선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과정에 있어서는 모든 핵심 인사들이 ‘참여’해야 가능한 것이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시스템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위기관리 매니저의 역할이다.

“우리 회사에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게 있어? 그게 언제 누가 만든 건데?” “우리 회사에서 위기 발생 시 부서별 역할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직원이 있나? 없을걸?” “예전에 홍보팀에서 만든 위기관리 관련 시스템 자료를 본 적은 있어요. 그런데 그때는 그냥 자료만 공유 해 달라고 했지, 시간 들여서 들여다 본 적은 사실 없어요”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직원들이 있는 기업은 이상과는 다른 개념을 가지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추구한 것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직원들에 의해 구축되어야 맞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운용하는 것이다?

일방적 운용은 절대 불가능하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운전자의 말을 잘 듣는 전투기나 자동차가 아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CEO를 비롯한 전체 임직원들에 의해 운용되는 것이다. 함께 운전을 해 나가기 위해 운전대가 수백에서 수천 개 달린 버스라고 보면 된다. 종종 정확하게 차선을 지킬 수 있거나, 정차와 출발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함께 충분히 이해해야 더 나은 운용이 가능하다.

“왜 빨리 빨리 대응이 안되고 있는 건가요? 이미 몇 시간 전에 대응 지시를 했는데?” “본사에서는 현장 상황을 알기는 하는 걸까? 자꾸 지엽적인 지시들만 하고 있네…” “지금 뭐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걸까?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혼란스러워 알 수가 없는 걸” 위기 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기업은 평소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조직 내 어느 한 주체가 홀로 운용할 수 있다 믿었던 기업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기업 구성원들 스스로 운용할 수 있게 지원되어야 맞다. 위기관리 매니저의 경우 이러한 일선의 운용 상황을 하나의 그림으로 모으는 일을 하는 조력자일 뿐이다.

위기대응은 준비시키는 것이다?

직원들 스스로 준비 되어 진다는 표현이 맞다. 이제는 기업들이 전문화 되어 각 업무 부문들이 위기 시 해야 할 일들을 프로세스에 따라 남이 일방적으로 지정 해 줄 수는 없는 상황이 도래 했다. 홍보부문이 위기 시에 해야 할 일을 기획부문에서 지정해 주긴 힘들다. 법무부문에서 대응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사항들을 홍보팀에서 리스팅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산부문의 위기대응을 재무부문에서 규정할 수도 없다. 각 부문별로 특정 위기 시 해야 할 일들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정확하게 규정 해 스스로 준비되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실제 이런 위기를 관리하라고 하는 거야? 말도 안돼!” “매뉴얼이 무슨 필요가 있어?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매뉴얼만 보고 있어서는 큰 코를 다치게 되는데?” “지난번 위기대응 훈련 한번 시켜주고 나서 우리에게 위기관리를 하라고? 어쩌라는 거야?” 이런 질문들이 대두되는 기업들의 경우는 평소 이상과 같이 ‘준비 시킨다’는 개념에 충실했었던 곳일 가능성이 많다. 많은 부서들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부문에 의지했었다는 게 문제다. 시스템 구축 리딩 부서는 준비의 장(場)만을 제공하고, 실제 준비는 부문별로 스스로 되도록 하는 게 맞다.

위기는 관리하는 것이다?

각자 다같이 관리하게 하는 것이 맞다. 위기를 관리한다는 개념은 기업을 단일 주체로 놓고 그 주체가 객체인 위기를 관리한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하지만,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은 하나의 단일화된 주체가 더 이상 아니다. 같은 빌딩 속에 있어도, 심지어 워룸(war room)같은 위기관리 상황실에 다 함께 앉아 있어도 하나가 아니다.

그들 각각은 위기 발생 직후부터 살아남기 원하는 수많은 개인들로 변한다. 이런 수많은 개인들로 하여금 최대한 합의된 대응 활동들을 하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위기 대응 활동을 하는 주체를 하나로 전제하며 단순하게 생각하게 되면 상황은 더 위험해 진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다들 생각이 다른 거야?” “저 부서는 왜 저렇게 대응을 했지? 이번 위기는 저 부서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은데?” “왜 우리 부서가 이런 위기에 개입을 해야 하는 건가? 내가 보기에 우리 부서는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기업의 경우 위기관리 주체를 단순화 해 간주하는 습관이 있는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절대 위기관리 주체는 하나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평소 같은 개념과 같은 생각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아주 미세한 개념이지만 개념을 바꿔야 성공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특정 부서가 위기관리시스템을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을 이젠 그만해야 한다. 스스로 이 시스템에 따라 실제 실행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 이미 부실한 시스템이다. 절대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운용하려 시도하지도 말자. 다 함께 운용해 나가게 만드는 것이 위기관리 매니저들의 역할이다.

스스로 준비하도록 자극을 주자. 준비해 줄 수도 없을 뿐 더러, 명령 해 준비 시킬 수는 더더욱 없다. 위기관리 매니저는 각 부문 스스로 A라는 특정 위기 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이를 모두 통합해 상호간에 연결하고 시너지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살피는 일만 해도 일은 많다. 절대 위기를 CEO나 위기관리 매니저가 관리할 수 있다 믿지 말자. 대신 회사 우산 속에 모인 여러 개인들로 하여금 위기를 관리하게 끔 지원하자. 개인간 부서간의 이해관계와 입장들에 대한 수용과 조정 없이는 성공적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빨리 이해하자.

CEO와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이야기하며 많은 직원들의 동참과 협력을 간과한다면 진정한 시스템 구축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사공이 수 없이 많은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배를 산으로 가지 않게 하는 방법은 하루 빨리 위기관리를 ‘(하나의 주체가 리드해) 하는 것’에서 ‘(다 함께 해) 되는 것’으로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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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13 Tagged with , , , , , , , , , 0 Responses

[위기관리 프로세스 FAQs] : 빅데이터 기술이 위기 감지 역량을 완성해 줄 수 있을까?

FAQs : 1단계 감지단계

[질문] 최근 들어 빅데이터(Big Data)라는 개념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 기업이나 조직에게 이상적인 감지 역량을 완성시켜줄 수 있을까요?
[답변] 기본적으로 빅데이터가 최근에 생긴 새로운 개념이냐 하는 부분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기업이나 조직 주변에 ‘빅데이터’ 자체가 과연 존재하지 않았었느냐 하는 것 입니다. 분석 기술이나 어플리케이션들이 발달하면서 기업이나 조직들이 주변에 존재하던 방대한 데이터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고, 이들을 가능한 분석해서 통제하에 놓을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최근 새로 생긴 것이 아닌가 합니다.
새로운 개념이라기 보다 새로운 자신감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 현장에서도 이러한 빅데이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었습니다. 단, 위기관리를 위해 센서링과 모니터링을 통해 취합된 데이터들을 최대한 분석해 위기관리 의사결정 기반으로 삼는 기업이 있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해당 위기요소와 관련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들을 분석해 결과를 제시하는 ‘기술’에 있다기 보다는, 해당 데이터들을 수집해 더욱 더 전략적인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내려야겠다는 기업이나 조직의 ‘의지’에 있지 않나 합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정보를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핵심
만약 위기 발생 이전이나 직후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들을 최대한 활용해야겠다는 위기관리위원회의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최신 기술이 아니더라도 이미 전략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충분한 데이터들을 취합 분석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의사결정에 참고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핵심 정보들이 종종 문제가 될 경우들도 있습니다.
빅데이터에서도 사람은 빠질 수 없어
위기 감지 체계에서 더욱 더 중요한 핵심은 방대한 데이터들을 최신기술을 사용해 취합해 유목화하고 그에 따라 분석 도출되는 ‘1차 정보’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 1차 정보를 충분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지고 재분석해 보고용 정보로 필터링 하는 ‘훈련된 인력’이 가장 핵심입니다. 즉, 사람이 빠진 데이터 분석은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빅데이터 기술이 더욱 발전 해 위기관리 매니저들을 배제한 상황에서도 직접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의사결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 전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기관리 현장에서 도움이 될는지 현재상황에서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계속 발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존 정보 취합 역량들이라도 빨리 체계화 해야
그 수준의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기업이나 조직내부에서는 현존 위기 요소 감지 능력이라도 더욱 더 민감화 하고, 체계화 해야 할 것입니다. 기존에도 많은 빅데이터 수집 및 처리 수단, 채널들이 존재합니다.
영업 일선에서 들어오는 거래처 동향이나 경쟁정보들은 하루에도 어마 어마하게 쏟아 집니다. 직원들간에 공유되는 업무 관련 정보들도 그렇습니다. 홍보팀에서 취합되는 언론을 비롯한 오프라인 온라인 여론관련 정보도 방대합니다. 고객만족팀에서 보고되는 온오프라인 소비자 관련 문제들도 셀 수가 없습니다. 대관에서 전해지는 규제기관들의 움직임들과 의회나 NGO들의 동향들도 시시각각 새롭습니다. 법무나 감사 부문에서 취합되는 첩보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마케팅 부문이나 브랜드 SNS채널들에서 분석되는 내용들도 중요합니다. 생산 기술에서 언급되는 각종 기술이나 안전, 성분 관련 정보들도 필요합니다. 구매나 인사 총무에서도 위기관리 위원회에 전달해야 할 많은 정보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존에 이 모든 정보들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분석해 평시 또는 위기관리 의사결정에 주제로 삼느냐 하는 것뿐입니다.
의지는 있는데 기술이 없어 실패하는 기업?
위기관리 9개 단계 중 맨 첫 단계인 ‘감지’ 단계에서 많은 기업이나 조직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내부와 외부 환경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들을 분석하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기술이 없으면 규정된 인력들을 선정해 관리 의무를 부여하면 됩니다. 그들로 하여금 좀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해당 정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라 하면 됩니다. 그 이후에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그들을 도와주면 될 것입니다. 시급한 것은 기업이나 조직의 그러한 의지나 노력입니다.
부서별로 담당자별로 산재해 있는 위기 요소 감지 역량들을 어떻게 빠른 시간 내에 취합해 분석하고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으로부터 위기관리 ‘감지단계’ 강화를 위한 체계 수립 노력은 시작되어야 하겠습니다. 그 담당자들 즉, 사람들의 역량을 어떻게 통합 해 관리하고 필터링 해 위기관리위원회 역량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가 일차적 고민의 주제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평소 고민하고 기존 역량 체계화 노력이 없으면 항상 실패
대부분 이런 체계에 대한 평소 고민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그 때 가서 일선 감지 역량들을 취합해 보려 시도합니다. 그러나 위기상황은 기업이나 조직으로 하여금 그런 시도들이 안정화 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기업이나 조직은 항상 “시간이 없고, 정신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세세한 정보들까지 신경을 쓸 수 있나?” 반문합니다. 사전에 체계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들은 반복됩니다.
현재 상황에서 주어진 체계 속에서 고민해 보십시오. 빅데이터 기술이 위기관리 의사결정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우선 기업이나 조직은 생존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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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3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왜 같은 이슈에 A사와 B사와 C사의 대응이 다를 수 밖에 없을까?








외부에서 볼 때 아주 명확한 이슈인데도 그 이슈에 관련 있는 기업 A와 기업 B와 기업 C의 실제 대응들은 왜 각기 다를까?

만약 하나의 명확한 이슈에 대해 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의사결정과 관리 전략, 실행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위기관리 컨설턴트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자문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1+1=2라는 상식적인 대응만 존재할 수 있다면 모두 책을 보고 따라 하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다른 모든 경영활동들이 그렇듯 기업의 의사결정에는 항상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 변수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관리해 최선의 전략과 실행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가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갈리는 법이다.

구체적으로 같은 이슈나 위기에 각 기업들은 어떤 변수들을 경험하고 있을까? 무엇이 실행을 각기 다르게 만들까?

기업 철학

회사 본사 액자에 걸려 있는 사훈이나 우리의 사명 등이 보는 그대로 그냥 ‘액자 장식’인 경우 vs. 대부분의 기업 구성원이 당연한 철학으로 받아들여 “저희는 이런 이런 철학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는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

기업 문화

내부에서 절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문화 vs. 상명하복에 토론 생략 문화 vs. 난상 토론 문화 vs. 위원회 문화

오너 또는 CEO의 생각

  • A사 : “사장님께서 절대 리콜은 안되다는 생각이십니다. 다른 대안이 필요합니다.”
  • B사 : “이 정도까지 됐으니 이젠 털고 가자 하시는 것이 CEO 생각이십니다. 깨끗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C사 : ”저희 사장님은 이번 건에 별로 관심이 없으십니다. 왠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임원들의 정치적 역학

  • “그건 우리 부문과는 상관없지……”
  • “이번 이슈로 누구를 죽이려고 지금 이러는 거야?”
  • “나보고 책임지라 이 말이야? 지금? 왜들 이래?”
  • “당연히 이번 이슈의 책임은 OOO부서가 져야 한다고 보는데 말이야. 항상 그 부서가 문제지…”
  • “제가 위기관리위원회 코디네이터 역할을 좀 하겠습니다. 워낙 시급한 상황이니까요”


팀장들의 관여 태도

  •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는 거야?”
  • “아무래도 우리팀으로만은 힘든 이슈인데, 이것 좀 도와줄 팀이 없을까? TF라도 만들어서…”
  • “몰라 몰라 알아서들 해. 난 빠질래”
  • “저희 팀이 일단 코디네이션 하겠습니다. 협조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실무진들의 실행 역량

  • “윗선에서 이렇게 이슈관리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도와주실 수 있겠어요?”
  • “나는 이런 일 한번도 안 해 보았는데…큰일이네”
  • “언제 우리에게 이런 일 할 수 있게 예산 줘 봤어? 맨날 지시만 하면 다야? 제길…”
  • “아…이거 해봤어요. 오케이!”


재무적인 현실적 제한

  • “알고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현재 저희 재정적인 상황으로는 그런 대응은 힘들겠습니다. 다른 방법은?”
  • “저희가 마음은 굴뚝인데요…예산이 할당이 안돼서요”
  • “딱 500만원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아이디어 좀 주세요”
  • “이번 건은 저희가 물러 설 수 없기 때문에 예산에 관해서는 초기부터 그리 제한을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기관리 체계 수준과 일선의 훈련 수준

  • “언제 우리에게 불만제로 취재 대응 방식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준 적 있어? 본사 것 들 말이지…쯧쯧”
  • “아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하는데 왜 난리들이야. 내가 그런 말도 못해? 또 그게 뭘 못 할말이야? 내가 틀렸어?”
  • “어제 MBC에 인터뷰 한 사람 누구야? 빨리 파악해서 보고 해.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 “난 몰라. 본사 홍보팀이 저번에 트레이닝 시켜준 대로 다 했어. 나는 하지 말라는 건 안 했어.”


기타 상황적인 변수들

이 밖에도 커넥션 자산, 명성, 이슈별 구도, 책임소재여부 등등이 영향을 끼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현실 하나. 같은 보고를 해도 회사마다 CEO나 오너분들이 다른 반응을 보이는 상황 에피소드.

A사.

임원: “회장님, 저희가 회사를 위해 이런 이런 비용절감 플랜을 구상 중입니다. 향후 1~2년 동안 OO억 원을 투자해서 OOO을 하면 앞으로 20~30년간 해마다 O억 원씩을 비용절감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장님 허가를 좀 부탁 드립니다.”


회장님: “아…그래? 그래서 OOO을 하겠다는 거지? 흠…거 괜찮네. 좋았어. 비용 절감한다는 데 뭐 반대할 이유가 있나? 오케이. 고마워. 조상무”



B사.

임원: “회장님, 저희가 회사를 위해 이런 이런 비용절감 플랜을 구상 중입니다. 향후 1~2년 동안 OO억 원을 투자해서 OOO을 하면 앞으로 20~30년간 해마다 O억 원씩을 비용절감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장님 허가를 좀 부탁 드립니다.”


회장님: “이거 봐. 조상무. 당신 그 공장에서 몇 년 일했어? 20년 넘게 있었지? 근데 왜 그런 비용절감 안을 이제야 내놓나? 지금까지 뭘 했어?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했었어야지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다들 병신 같이…”



이 두 회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를 보자. 왜 위기와 이슈관리의 실행에 있어 같은 이슈임에도 각각의 회사들의 의사결정이 다를 수 밖에 없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지 않나?

결론: 사람이 핵심이다. 그들의 철학이 핵심이고,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따로 있다.



















1월 312012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스템, 이 또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

기업 내 시스템은 사물이나 형태가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시스템은 곧 사람이고, 그들 각각에 들어 있는 ‘what to do’에 대한 생각들의 조합이다.

따라서 시스템을 사온다는 말이나, 시스템을 (뚝딱!) 만든다는 말은 사실 의미가 맞지 않는다.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이러한 체계가 공유 될 수 있느냐’ 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시스템(system)’이라는 단어보다 ‘체계(體系)’라는 정감 가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려 한다.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흡사 IT시스템을 생각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도 있고, 마치 시스템이라는 것이 잘 포장된 박스에 담겨 팔리는 공산품처럼 느끼는 분들도 있어서 한마디로 ‘체계’라는 단어를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인하우스의 위기관리 매니저 입장에서는 업무의 단순화 효율화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기 때문에, 이 체계라는 것을 좀 어떻게 한번에 구입하거나, 단순하게 가져다 심으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해본 분들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더 현실적인 위기관리 매니저들의 고민은 ‘체계가 곧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고, 공유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핵심이 있다’하면 스스로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로서의 역량을 반신반의하는 부분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체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가 ‘그들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커뮤니케이션’과 ‘공유’ ‘협업’에 대한 자신을 강하게 갖지 못한다는 부분이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가 한다.

홍보부서에서 오랜 일을 한 분들일 수록 스스로 자신의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에 있어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출입기자 또는 언론 관련 이해관계자들로 한정’하고 있다면 이 부분은 이러한 체계 구축 과정상 분명한 걸림돌이 된다. 심지어 “왜 홍보팀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라는 직접적인 질문을 받을 때는 상당히 어렵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에게는 실제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사내 역량이 있다. 기업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션과 콜래보레이션에 일정기간 이상 익숙해야 하고, 이를 스스로 자기 부서의 직무기술의 중요한 핵심으로 정립하는 사전 역량이 그것이다.

기업의 대소와 사업분야를 막론하고, 인하우스 내부의 위기관리 매니저가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못하고, 내부에서의 코디네이션을 낯설어 하며, 협업에 대해 자신이 빈약한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는 비율이 매우 희박하다는 경험칙을 가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니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말 그대로의 ‘시스템’으로 납품을 받지만, 그 ‘시스템’은 그냥 시스템으로 조직내부에서 아무런 생명력을 가지지 못하고 책장이나 서랍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어?” “위기관리에 대해 우리가 언제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했었나?”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그런 류의 기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은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다. 끊임 없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유와 협업을 이끌어 내는 그 과정과 마지막 결과물이 곧 체계다.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겨우 해낼 수 있는 일이다.

10월 05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모든 기업 위기 속에는 ‘사람’이 있다.

기업의 모든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존재한다. 만약 관련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은 기업 위기로 정의되기 힘들다. 위기 속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해당 상황이 별반 부정적인 임팩트를 가지지 못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 위기관리에 신중하고 정교한 대비를 하는 기업에게는 이 ‘사람’에 대한 평소 관심과 철학 그리고 분석업무가 존재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상황에 몰두하는 기업들과는 달리 그 상황을 둘러쌓고 연계되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둔다.

예를 들어 아파트 집에 화재가 났다고 치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세 아들딸들이 무사히 빠져 나왔지만 집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그려보자. 이 상황 속에도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들인가?

  • 불 붙은 집의 가족들이 사람들이다.
  • 그리고 그 불을 끄러 달려오는 소방관들도 사람들이다.
  • 아파트 옆집과 윗집 그리고 아랫집들에 사는 주민들도 사람들이다.
  •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는 관리인들도 사람이다.
  • 그 불 구경을 하고 있는 구경꾼들도 사람들이다.
  • 그 현장에는 없어도 집에 불이 난 가족들의 친인척 그리고 친구 지인들도 사람들이다.
  • 그 주택의 보험을 책임지고 있는 보험회사 직원도 사람이다.

하나의 ‘주택 화재’라는 상황에 여러 사람들이 연계되어 있다. 준비된 기업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오직 ‘불(상황)’에만 관리를 집중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 소방관들은 “이 집 주인이 누구입니까? 왜 이 화재가 발생했습니까? 어떤 종류의 불입니까? 피해 상황은?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겁니까?” 묻게 마련이다.
  • 주변 집들의 주민들은 “우리 집까지 불이 옮겨 붙으면 큰일인데? 왜 이런 화재가 났지? 그 집 주인은 어디 있어? 정말 화가 나네…”하는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 마련이다.
  • 아파트 관리인들도 구경꾼들도 수 없이 많은 질문들과 나름대로의 이야기들을 나누게 마련이다. “가족들이 저 안에 있다던 데요? 아녜요, 다 나와서 무사하데요. 집안 가재도구는 어떡해? 철수 집은 이제 망했네. 보험은 들어 놓았다나? 이제 이사 가겠구나…”
  • 그 밖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상황에 대해 각자의 생각들과 궁금증 그리고 주장들을 펼치게 마련이다.


준비된 기업들은 하나의 상황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과 하나 하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저희는 무사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 “불이 갑자기 벽에서 불꽃이 튀어서 났습니다. 저희가 보기에는 누전인 것 같아요”
  • “불은 곧 꺼진답니다. 소방관들이 와서 거의 다 끄고 있어요”
  • “가재도구는 문제인데…보험을 여러 개 들어 놓아서 아마 곧 해결이 될 겁니다”
  • “옆집 피해도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해 드릴께요. 죄송합니다”
  • “여보, 철수야, 영희야, 순희야…우린 괜찮다. 다 잘될 거야. 아빠만 믿어!”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은 그 상황에만 몰두하고 주변 사람들을 볼 여력이 없다. 여러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면서도 자기 설움에만 바쁘다. 당황스럽기만 하고 말문이 막혀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숨어만 있게 된다.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불은 꺼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고, 동네 방내 온갖 루머들은 이미 진실이 되어 버렸다. 친인척들과 지인들은 TV뉴스에서 그 장면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생사 확인 전화들을 여기저기 해 댄다. 자기 가족식구들 조차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시름거리기 시작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타이밍을 놓친 뒤의 일이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기업은 위기 속에서 사람을 본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위기에 대해 대화한다. 이를 위해 그 ‘사람들’을 공부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법을 익힌다. 그들이 듣기 원하는 내용들을 그들이 기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위기 속 사람을 보자. 전국에 불을 꺼버리면서도 침묵하고, 살아 있지 않은 전기와 숫자만 바라보는 ‘상황관리’에만 몰두하는 위기관리 1.0적인 시각에서 좀 더 진화하자. 그래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자.








1월 172011 Tagged with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통제센터에 투자하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21)

 

위기관리, 통제센터에 투자하라

 

기업 위기관리에 대해 기업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략 두 그룹으로 그들의 시각이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첫 그룹은 “우리에게 발생 가능 한 위기들을 어떻게 다 관리할 수 있나? 그건 교과서에나 있는 상당히 이론적 관점”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 다른 그룹은 “사실 모든 위기를 다 관리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관심과 준비를 통해 상당 부분의 위기는 실제 관리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기업마다 사업분야와 기업철학 그리고 구성원들의 생각들이 달라 두 그룹 중 어떤 그룹의 생각이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준비하는 것이 준비하지 않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수 있다’라는 원론적 부분이다. 그러면,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것이 다음 질문이 된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 다양하게 대비해야 하겠다’는 강박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이런 생각은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위기요소들을 완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라는 강한 자신감을 전제로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일부분 소모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과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요소들을 진단작업을 통해 50가지를 도출했다고 치자. 그러면 곧 그 50가지 위기요소들 각각에 대한 대비 및 대응 프로세스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할까? 불가능하다. 그리고 가능하다 해도 그건 매뉴얼상 문서 작업으로만 끝난다. 실행 가능성이나 효과가 미지수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우리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하루 종일 위기관리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공부 거리를 주면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도 금물이다. 

일부 기업이나 정부 조직에게서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위기관리 매뉴얼들을 목격한다. 수십 개에서 백여 개에 이르는 프로세스와 위기관리팀의 구성 그리고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들을 들여다 보면 우리 같은 전문가들 조차 이해 이전에 압박을 느낀다. 이렇게 형식적인 시스템은 실제 위기시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면 위기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그 수많은 위기요소들을 하나하나 고려하는 게 소모적이라고 본다면,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옳을까? 핵심은 ‘사람’이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대부분 사람이고, 위기를 관리하는 것 또한 사람이다. 따라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사람이다. 

군대를 생각해보자, 군은 가능한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분석하고 대비하도록 훈련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그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핵심은 사람이다. 군인 한 명 한 명과 군인들을 구성하는 편제 그리고 그들의 훈련/대비 수준이 그들 전력의 핵심이다. 최첨단 장비와 무기들을 운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실제 적진에 들어가 승리의 깃발을 꼽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인 군인 한 명 한 명의 훈련과 팀워크를 등한시 하고, 큰 그림에서의 상황 예측과 대비란 공허하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핵심도 기업내부의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가 된다.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구성되어야 하는 그룹이다.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의 ‘두뇌(Brain)’역할을 해야 하는 핵심인력들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이 평소 자신들의 업무를 진행함과 동시에 특정 위기시 자신과 자신의 부서에 부여된 비상업무를 얼마나 원활하게 잘 진행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회사에 부정적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부서의 어떤 직원들이 함께 모여 해당 위기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일부 기업은 관련된 두세 개의 복수 부서 직원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한다. 어떤 기업은 상황에 따라 CEO를 필두로 여러 부서 임원들이 모두 모여 위기상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어떤 기업은 위기의 규모와 유형에 따라 실무 그룹의 ‘위기관리팀’이 관여하는 위기와, CEO그룹의 ‘위기관리팀’이 관여하는 위기를 나누어 대응한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특정 인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위기관리의 가장 첫 단추이자, 기본적인 시스템이다. 보통 기업의 위기는 이 함께 모인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의 의사결정에 따라 위기관리 성패가 좌우된다. 상황분석과 위기관리 경험 그리고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의 품질이 그 다음 고민해야 할 주제다. 

누가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를 리드하는가? 그리고 그의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그의 리더십 아래 움직이는 각 구성원들의 정확한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상황분석과 의사결정 그리고 실행명령의 이 프로세스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책들은 무엇인지 미리 고민하고 시스템화 해야 하겠다.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의 그 다음 숙제는 훈련(Training)이다. 우수한 인력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다고 위기가 자연스레 관리되지는 않는다. 이들에게 맡겨진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실제 위기와 유사한 사례들을 정기적으로 경험해 보고, 대응해 보게 하는 훈련이 그 다음이다.

그들로 하여금 경험을 통한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위기에 대한 개념과 정의 그리고 ‘위기시 나는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실질적 깨달음이 있어야 위기관리가 쉽다. 항상 위기관리가 어려운 기업은 이런 전제들이 부실한 경향이 있다. 위기관리, 사람에 먼저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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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2010 Tagged with , , , , , , , 3 Responses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의사라면?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사람의 몸을 고치는 의사라면 어떤 전공의일까? 어제 밤 스트래티지샐러드 코치들을 대상으로 인사이트 서베이를 해봤다.

다양한 결과들을 정리해보면

Crisis Audit 분야
신경과/정신과
종합검진(?) – 전공의 분야는 아닌 듯.
내과

Crisis Management System 구축분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Crisis Management Execution 분야
흉부외과
항문외과
암전문
응급의학과

Crisis Council 분야
가정의학과

특히, 이 리스트에서 항문외과는 모 언론사 기자가 추천해 준 전공의 비유다. (언론에서 보는 기업 위기관리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듯)

기업을 사람의 건강에 비유해 보니 모든 인사이트들이 흥미롭다.

 

건강하자.

10월 23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소모적 vs. 누진적’ 위기관리시스템

‘소모적 vs 누진적’ 위기관리시스템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2009년 10월 23일 (금) 15:09:02 기업앤미디어
web@biznmedia.com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 기업이나 조직들이 오해하는 부분들 중 하나는 이 시스템 구축 자체를 단편적이거나 단기적인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기업이나 조직의 일부 인력들이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면 척하니 수립되는 하나의 공산품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정 반대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세스는 그 끝이 없이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제다. 그리고 공산품처럼
외부에서 그대로 사다 심어 놓을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외부 에이전시들과 함께 나름대로의 위기관리
시스템들을 구축해 나가고 있지만, 어느 한 회사도 다른 회사와 동일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질 수는 없다. 에이전시들도 하나의
프레임에 모든 클라이언트들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벽돌 찍어 내듯이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기업이나 조직 각각
그 사업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구성원들의 조직이 다르다. 조직 전반의 규모가 모두 틀리며, 특징적으로 각각 진단되는
위기요소들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시스템은 완전히 각 기업이나 조직 마다 테일러-메이드 되는 것이 맞다.


다음 문제는 우리 회사에 정확하게 맞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어 난다. 길고 긴 프로세스, 상당한 인력과 예산이
소요되는 이 프로세스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난감한 이슈는 바로 ‘인력(조직 편제)들의 이동과 생성 및 소멸’ 부분이다.

위기관리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지만, 실제 그 시스템을 떠 받치면서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공유와
훈련 그리고 개선이 중요하다 강조되는 이유는 그 대상들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존의 위기관리 시스템하에서 공유되고,
훈련되고, 개선되어 나갔던 ‘사람’들이 일부 또는 대부분 변경이 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기업 CEO나 임원들의
평균 재임 기간이 얼마나 되나? 2-3년 이상 한 기업에 오랫동안 한 직책으로 머물러 있는 인력들이 얼마나 될까? 맞다.
시스템이란 사람이 나가건 들어오건 그 포지션에 맞추어진 역할, 임무, 책임 등을 적시해야 한다. 인력이 바뀌어도 곧 그 포지션에
새로 앉은 인력은 그 전 시스템을 이음새 없이 인수인계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조직과 포지션도 바뀐다.
기업의 부서 편제라던가 직급 및 직책 그리고 업무 영역들은 한시도 쉴새 없이 바뀌고 교환된다. 그러면 이전 위기관리 시스템은
어쩌란 말인가? 그 포지션을 따라 움직여야 하나? 사람을 따라 다녀야 하나? 부분 부분들이 다 갈리어 여기저기 걸쳐져야 하나?

얼핏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분들은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란 참으로 소모적이고 소진적인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일부는
그렇다. 그렇지만, 내심 소진적이고 소모적이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구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대상이다.

위기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단순하게 소모적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노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사적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그 시스템 구축 노력들이 전통적 기업문화로 승화되어야 한다. 사람은 바뀌어도 전략적 기업 또는 조직 문화는 단순히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구성원 모두가 “우리 모두는 위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 위기들을 이렇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있다”한다면 그 자체가 영속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의 주축(backbone)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부적인 역할, 임무, 책임 그리고 대응 프로세스를 나누는 일은 예상외로 아주 간단하다. 문제는 그 자리 그 사람 각각의
‘생각’이고, 그 각각의 ‘생각’들이 모여 이루는 하나의 ‘큰 생각’이 핵심이다.

‘예전 회사에서는 그냥 이렇게
했었지만, 이 회사에서는 무언가 달라야 살아 남는다’는 스스로의 생각이 위기와 위기관리 시스템을 기저에서 떠 받쳐야 한다.
스스로 “내가 새로 일하게 된 포지션에서는 위기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하는 자발적 질문이 그들 각자로부터 나올 때
위기관리 시스템의 누진적이고 영속적인 발전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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