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5월 262021 Tagged with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특이하게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구체적 비판이 다른 국가적 재난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국가적 재난 때 마다 반복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위기관리 매뉴얼 문제와 컨트롤 타워 문제 등이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그리 심각하게 다루어 지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반대로 일본의 코로나 19 대응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에서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위기관리 매뉴얼 문제를 지적했다. 예전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도 언급되었던 매뉴얼과 실행 주체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이 다시 주를 이룬다. 일본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위기관리 보다는 자신들의 책임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아주 흥미로운 주제다.

이런 상황을 기반으로 이번 코로나 19 위기를 맞아 위기관리 관점에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반복되던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비판과 논의 시각을 정리해 보자. 매번 소모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위기관리 매뉴얼 때리기도 이제 점차 정리 되어야 한다. 비판이 필요한 성장과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좋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거나, 개악으로 자칫 전환 될 수 있는 비아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놓고 회자되는 언론의 비판과 다양한 전문가들이 전하는 논평의 핵심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첫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에 모든 상황과 변수를 반영하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문제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관리 관련 일본 정부가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 내 탑승객들에 대한 조치를 적절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핵심이다. 일본 정부가 미처 크루즈선 내 수천 명의 탑승객에 대한 전염병 감염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매뉴얼에 대한 대응 방안이 없어 즉각 대응 할 수 없었고, 그런 대응 체계를 고민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다고 비판한다.

그나마 이후 정치적으로 결정한 미봉책이 더 큰 문제를 만들었고, 크루즈선을 완전한 재앙 상태로 방치해 버리기 까지 했다 한다. 이 모든 것이 일본 정부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다양한 상황과 변수를 반영해 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번 백지 상태에서부터 생각해 보자. 정부나 기업 같은 거대한 위기관리 주체 말고, 자기 자신을 개인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주체로 설정 해 매뉴얼을 상상해 보자. 자신의 일생에서 발생될 다양한 위기 상황을 꼽아 보자. 최대 몇 개가 될까? 거기에 상황 하나 하나에 연결될 변수들을 다시 꼽아 보자. 그 상황과 변수를 모두 곱해 보아야 실제 경우의 수가 계산된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계산 하다 보면, 내 자신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담을 상황과 변수를 통한 경우의 수만 해도 최소 수백에서 수천 개를 넘게 될 것이다. 그런 매뉴얼은 진정한 의미의 매뉴얼이 아니다. 일단 위기관리 주체가 한눈에 파악하기도 힘들 뿐 더러, 위기 시 활용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유형은 대분류를 거친 후 발생적 특징에 따른 중분류 정도의 상황과 변수 확정이면 적절한 것이다. 물론 그 분류 기준이 상호배제적이고 전체포괄적(MECE)일 필요는 있다. 따라서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서도 대형 크루즈선, 중형 크루즈선, 소형 크루즈선, 단거리 관광선 등과 같이 각각의 환경과 변수 매뉴얼을 각각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국제적으로 운행되는) 다중 교통수단 내 감염’ 정도의 매뉴얼 상 중분류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다양한 상황이나 변수가 세부적으로 정리될수록 어디에도 위치하지 않는 회색지대는 더 많아 진다. 실무차원에서는 매뉴얼 상 정확하게 표기되지 않은 위기는 위기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제시된 상황과 변수가 없으면 대응도 불가해지는 상황이 그런 경우 발생된다. 따라서, 모든 상황과 변수를 매뉴얼에 담아야 한다는 강박은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효과적이지도 못한 개념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논란은 매뉴얼 보다는 해당 상황 대응에 있어 정치적 판단이 강해 제대로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본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발생 직전과 직후까지 주로 활용된다. 그 이후 상황과 변수가 등장하면서 변화되는 위기에 대한 대응은 온전히 위기관리 의사결정그룹의 몫이다. 상황과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이는 의사결정그룹의 대응 결정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다. 매뉴얼은 그에 대한 단순 핑계일 수 있으며, 직접적인 문제의 핵심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굳이 일본의 매뉴얼 문제까지 따지자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전례가 있던 위기 유형에 대한 사전적 고민이 매뉴얼에 제대로 반영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형 국제 선박이 자주 입출항 하는 지역의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해당 상황을 예상 했어야 했고, 전례를 찾는 평시 노력을 했었어야 했다.

두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구체적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상황과 변수 그리고 각 대응 프로세스와 방식에 대한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이어야 하는가는 항상 논란이다. 구체적이라는 기준은 매뉴얼에 따라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의사결정자와 실행그룹이 ‘참고하기에 적절한 수준’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참고’다.

위기관리 의사결정이나 실행을 할 때 필요한 매뉴얼은 제품의 조작설명서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조작설명서에는 ‘제품을 개봉 후, 플러그를 꼽고, 빨간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할 것. 그 후 작동 스위치를 ON에 놓고, 1분간 제품의 가열시간을 기다릴 것’ 같은 구체적인 단계별 서술이 들어간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그러한 수준의 구체성을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불필요하다.

그러한 세세하고 구체적인 서술은 실무 (훈련용) 매뉴얼에는 일부 수록 가능하다. 실제 일선에서 대응 해야 하는 실무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트레이닝 매뉴얼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트레이닝 매뉴얼도 실무자들이 해당 업무에 상당 수준 익숙해 지면, 이내 열람되지 않는다. 교육과 훈련의 목적을 가질 뿐, 실행단에서 순간순간 지시를 내리는 매뉴얼의 의미는 가지지 못한다.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해당 매뉴얼을 제품 조직 설명서와 일부 혼동하는 것이다. 정부 조직이나 기업의 구조를 조금만 상상해 보면 그런 시각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그들의 매뉴얼이 조작설명서와 같은 구체성에 따라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구체적인 매뉴얼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매뉴얼은 분명 현실적이어야 한다. 특히 일선에서 실행 함에 있어 현실적 참고가 되지 못하는 매뉴얼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고층빌딩 화재 위기 시 인명 구조를 위해 수십 미터 높이의 고가 사다리들과 구조용 헬리콥터를 사용하라는 매뉴얼상 지시가 있는 경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런 고층용 사다리나 헬리콥터를 현장 대응 주체가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매뉴얼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사결정 차원에서 해당 의사결정이 현실적이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은 칼로 무 자르듯 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가 현실적이냐 현실적이지 않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 여러 판단이 분분하다. 일부 지자체 등에서 과잉대응이 낫다 하는 주장도 현실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에 연결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반영해야 하는 현실성이란 실행 차원에서 가용될 유무형 자산들(예산, 인력, 장비, 설비, 협력체계 등)과 관련 된 것이 핵심이다. 그 외 위기대응 의사결정에 있어서 현실성은 매뉴얼에 제대로 기록될 수도 없고 기록되어도 별 실효가 없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 위기에서도 목도되었던 것과 같이 의사결정 그룹의 의사결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많은 언론과 국민들은 각자 이런 현실성 개념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이 현실적인가 하는 것은 상당부분이 상황적 판단에 근거하는 것일 뿐, 이를 매뉴얼에 정확하게 기록하거나, 분분하는 의견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네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닥다리다. 그래서 문제다?

업데이트 되지 않은 매뉴얼은 쓸모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다 새롭게 얼굴을 바꾸는 매뉴얼이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장 좋은 매뉴얼은 오랫동안 개선되어 왔고, 환류 관리되어 온 최신판 매뉴얼이다. 초판은 수십 년 전에 만들어 졌지만, 개정과 환류관리를 통해 현재의 환경과 체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오늘의 매뉴얼처럼 훌륭한 매뉴얼이 없다.

매뉴얼이 구닥다리라는 비판은 최초 매뉴얼을 만든 이후 그 매뉴얼을 가지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매뉴얼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현재 환경이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체계와도 연결되지 않는 죽어있는 매뉴얼이다. 조직은 그 매뉴얼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며, 당연히 그 매뉴얼에 기반 해 아무 훈련도 해 보지 못한 경우가 그런 경우다.

반대로 매뉴얼이 최신 환경과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현 체계와도 적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라도, 이전 위기관리로 얻은 개선 사항이나 반면교사 포인트들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훌륭한 매뉴얼로 보기는 어렵다. 매번 비정기적으로 새롭게 표지를 바꾸고, 전체 내용을 바꾸고, 아름답게 매뉴얼을 꾸미는 관행은 다시 생각해 보자. 감사에 대비 해 매뉴얼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개념도 다시 돌아보자. 구닥다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매뉴얼을 관리하고 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구닥다리라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내용뿐이다. 그래서 문제다?

이는 분명하게 비판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혼동하기 때문에 나오는 비판이다. 물론 일부 매뉴얼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와 방식들이 과도하게 자세히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 매뉴얼 한 부분이 위기관리 매뉴얼 전반을 대표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실무자 차원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일단 정확하게 분리하고, 병행관리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속에는 제3자들이 민감하게 해석할 여지의 내용은 절대 담아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자체가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언론은 위기관리 매뉴얼 보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인다. 위기 시에 정부나 기관, 기업이 어떻게 언론과 여론을 ‘마사지’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알러지를 일으킨다. 정치적으로 반대세력을 견제하려는 측에서도 민감한 매뉴얼의 내용은 비판을 위한 호재가 된다. 일단 의사결정자와 실무자 차원에서 다각적 검토를 통해 매뉴얼 상 문제 요소는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 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어떻게 위기관리 매뉴얼과 다른가를 설명하면 된다.

여섯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 속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 지정이 엉망이다. 그래서 문제다?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의 지정 또한 매뉴얼에서 하나의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서술하고 있으면 충분하다. 변화하는 세부 상황에 따라 단계를 지정하는 타이밍이나 주체 그리고 동기의 결정은 의사결정그룹에 일임하는 것이 맞다. 컨트롤타워의 지정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매뉴얼에 서술해 놓은 기준이나 원칙에 크게 반하는 합리적이지 못한 대응 단계나 컨트롤 타워 설정이라면 문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의 책임을 맡은 위기관리 주체가 그러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일부러 행할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사후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위기관리에서도 당시 의사결정 주체들은 최대한 위기관리 성공을 위한 의사결정을 했었다고 본다. 그 결정 기반이 되는 경험이나 전문성, 협력체계, 실행의 존재 여부에는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의사결정 자체가 완전하게 매뉴얼에 반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음모론은 제외하고 생각하자)

현실적으로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 지정 문제는 위기 시에 처음 드러나서는 안 된다. 평시 매뉴얼에 따른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뉴얼 상 대응단계나 컨트롤타워 설정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개선해 나갔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위기 시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한 매뉴얼의 개선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매뉴얼 보다는 그것을 관리 개선하는 사람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 주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이드하고 통제한다면 실제로 위기관리가 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시종일관 매뉴얼에 따라서만 움직여야 하고, 한치의 어긋남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기관의 매뉴얼은 완벽해 질 수가 없다. 일반인의 생각처럼 매뉴얼이 세세하고 구체적이고 완전할수록 위기관리를 실제 행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입지와 활동반경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사후 위기대응에 대한 책임과 적절성 검증에 있어도 실무자의 부담은 지나치게 커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부 위기관리 매뉴얼은 적절한 선에서 관리되게 마련이다. 이 또한 소극적인 의미의 책임관리인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한 ‘방향성’을 얼마나 준수했는가 하는 점이다. 매뉴얼의 세부 프로세스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만약 매뉴얼에서 제시 된 세부 프로세스가 현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면, 의사결정그룹에 의해 다른 프로세스에 대한 대체 준수 지시가 있어야 맞다. 매뉴얼은 방향성에 대한 것이며, 구체적인 실행은 사람에 의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양한 위기관리 매뉴얼에 관한 비판과 논란에 있어 공통점은 사람이다. 매뉴얼을 만들고, 검증하고, 업데이트해 관리하고, 실제 운용 하고, 매뉴얼을 넘는 상황과 변수에까지 대응하는 모든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매뉴얼이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은 대부분 사람 때문이지, 매뉴얼 때문은 아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 극복을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협조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 된다. 국민으로부터의 이러한 지원 없이는 정부의 어떤 훌륭한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컨트롤 타워도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관리에서는 이런 국민들로부터의 위기관리 자산이 상당한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이 큰 교훈일 것이다. 이렇듯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 # #

10월 172017 Tagged with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3편] 왜 매번 컨트롤타워에 문제가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매번 정부나 대기업에서 위기관리에 실패하면 여러 전문가들이 ‘컨트롤타워’의 문제를 제기하는데요. 컨트롤타워라는 게 실제로 그렇게 큰 문제인 것인지, 왜 그렇게 컨트롤타워가 문제라 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한국에서 자주 위기관리 실패 요인으로 꼽는 ‘컨트롤타워’에 대한 질문이시군요. 실제로 위기관리에 있어 상당 문제의 뿌리가 컨트롤타워에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존재하고 정해진 대로 작동 했다면 위기의 상당부분을 관리할 수 있었겠지요.

논의의 핵심은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 조직을 보면 항상 필수적으로 명기되어 있는 것이 ‘컨트롤타워’입니다. “OO 부처나 부서가 해당 위기관리를 리드한다”는 컨트롤타워 명기가 없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 매뉴얼상의 컨트롤타워가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가 하는 점입니다. 매뉴얼에 정해져 있다고 해서 현실에서도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당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시험해 보아야 합니다. 부족한 역량은 챙겨 채우고, 필요한 자산은 보강하고, 컨트롤타워를 지휘하는 인력의 훈련도 진행하면서 점차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죠.

실제 위기 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위에서 든 시험과 개선 노력을 상당 기간 경시했기 때문입니다. 매뉴얼상에 기록으로만 머물러 있는 컨트롤타워를 그냥 ‘맹신’했던 것이죠. 당연히 기록과 실제는 다르기 때문에 그 경우 컨트롤타워 문제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부실한 컨트롤타워의 또 다른 아주 중요한 문제는 평시 그 컨트롤타워가 어떤 위기관리 업무를 해 왔느냐 하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평시에 컨트롤타워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위기 시 부족한 위기관리 행태를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평시에 왜 위기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가동되어야 하는가? 질문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진정한 위기관리는 위기를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도 컨트롤타워는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컨트롤타워 스스로 수많은 숙제들을 마무리 했었어야 한다는 것이죠. 평시 그 숙제들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컨트롤타워가 유명무실해 지는 것입니다.

컨트롤타워는 평시에 어떤 위기가 자신들에게 발생할 것인지, 그 위기가 발생하면 어떤 문제들이 드러나게 될 것인지 등을 정확하게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와 함께, 해당 위기가 발생하면 문제가 될 부분들을 사전에 찾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리드해야 합니다. 보다 나은 위기관리가 가능하도록 불필요한 문제 소지들을 하나 하나 찾아 제거해 놓아야 하는 것이죠.

흔히 위기가 발생하면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게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 합니다. 반면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평시에는 고즈넉하다고 합니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고즈넉 함이 생기는 것이죠. 컨트롤타워가 쉬고 있으니 위기들은 여기 저기에서 발아하게 마련입니다.

국제 비행장 활주로 옆에 우뚝 서 있는 컨트롤타워를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그 컨트롤타워는 하루 종일 비행기들을 관제하면서 위기관리 합니다. 컨트롤타워는 잠시도 쉬거나 고즈넉하지 않습니다. 컨트롤타워에 올라 일하기 위해서는 담당자들이 상당 기간 힘들고 어려운 훈련을 받습니다. 그리고 컨트롤타워 업무가 끝나거나 당번이 아닐 때에도 지속적으로 교육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항의 컨트롤타워는 수 많은 비행기들의 안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정부나 기업의 컨트롤타워는 어떻습니까? 평소 누가 컨트롤타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어떤 형태로도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 못합니다. 실제 위기 발생시 컨트롤타워를 운영할 역량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게다가 평소에는 컨트롤타워를 가동하지도 않습니다. 문제 발생 소지를 찾아 개선해야 진짜 위기관리를 하는 것인데, 그냥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위기가 발생하면 허둥지둥 컨트롤타워라는 간판만 세웁니다. 그런 컨트롤타워라면 오히려 잘 운영되고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죠.

컨트롤타워의 문제는 평시 숙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복됩니다.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이 실제 시험을 잘 보기 힘들 듯. 그 원인과 결과는 아주 당연하고 확실한 것입니다.

 

# # #

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새로운 국가재난관리의 체질을 위한 5대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정권이 교체되었다. 새 대통령이 취임했고, 새 총리와 새 정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굳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새로워지고 있다. 국가재난관리체계에도 새로운 메쓰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이전 정부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급조한 국민안전처가 어떤 형태로든 탈바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민안전처가 진행해 온 여러 사업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해당 부처는 일종의 ‘재난관리 홍보처’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완전한 의미의 재난관리 개념과는 거리가 있는 활동들을 상당수 진행했다. 급조된 태생적 한계 때문일 수도 있고, 여러 부처 조직들이 뭉쳐있어 내부에서 한가지 방향을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느렸고, 부정확 했으며, 국민들이 그들의 역량에 의문을 자주 가지게 했다. 일단 새롭게 탈바꿈될 부처이기 때문에 이전 활동들은 그냥 그랬었다 정도로 남겨두자.

숙제는 이제부터다. 필자는 기업 위기관리 워크샵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만약 세월호와 같은 대규모 선박 침몰 사고가 지금 이 시간에 다시 발생한다면 2014년 그 때보다는 훨씬 더 많은 승객 구출을 해 낼 수 있을까요?” 수많은 기업 대표와 임원들은 거의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들이 보기에 정부의 재난관리 역량이 그 때와 지금이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필자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그 때 이후 실제 현장에서 어떤 재난관리 역량의 급성장이 있었는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하에서는 재난관리도 새로운 체질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재난관리 실패가 국가적 비극으로 오래 지속된 것과 같이 앞으로 또 어떤 대형 재난이 새 정부의 생사 또는 성패를 가를지 모른다. 2014년에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치자. 그때는 운이 없었다고 치자. 그 때는 일선 인력들이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었다고 치자. 그러면 지금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운에 기대지 말고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적시에 할 수 있어야 한다. 일선의 인력들은 그때 보다는 훨씬 더 낫게 대응 해 재난을 관리하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국가재난관리 체질에 있어 몇 가지 의견을 정리해 본다.

첫째, 국가재난기관이 어디가 되든 ‘홍보’하지 않게 하라

물론 미국의 FEMA(미국연방재난관리청)에도 커뮤니케이션 예산이 있고, 평시에 커뮤니케이션과 트레이닝 업무가 핵심 업무들 중 하나이기는 한다. 그러니 ‘홍보하지 않게 하라’는 말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국가재난관리 기관이라면 두 가지 큰 커뮤니케이션 주제가 있다.  그 첫째가 국가재난 예방이나 재난관리를 위한 ‘국민행동요령’이다.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한 재난관리 업무의 일환이다. 둘째는 국가재난관리 부처가 어떤 새로운 국가재난관리 체계를 만들었는지, 어떤 투자를 해서 국민의 안전보호에 있어 큰 진일보를 이루었는지 새로운 체계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이는 발전한 국가재난체계를 국민들에게 교육한다는 목적이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그 이외에는 대부분이 말그대로 ‘홍보’이니 자제하라는 것이다. 왜 해당 부처가 잘하고 있는지를 국민들이 알아야 하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부처는 당연하게 일을 잘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부처 홍보가 왜 필요한가 말이다. 또 왜 해당 부처 핵심 고위 공무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특별히 국민들이 알아야 하나? 당연한 것인데. 부처 자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인 ‘홍보’을 하지 말고, 국가재난관리와 국민을 위한 ‘재난 커뮤니케이션’에 열중하라는 것이다.

둘째, 실전 역량으로 말하고, 성과로 입증하게 하라

국민과 새 정부는 국가재난관리 부처에게 지속적으로 물어보아야 한다. 세월호와 같은 대형 선박 사고가 다시 발생한다면, 현재 일선에서 완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이 있는지 물어야 한다. 원전사고가 난다면 어떨까 질문해야 한다. 피해가 광범위한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무엇을 그들이 할 수 있을 것인지 물어야 한다.

그에 대해 국가재난관리 부처는 성실하고 정확하게 답해야 한다. 없는 역량은 없다. 부족한 장비와 물자는 부족하다 해야 한다. 사실 아직 체계가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한 대응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이 그리고 얼마가 필요하고 어떤 로드맵을 따라야 한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에 기반해 국가와 국민은 생존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두어 국가재난관리 부처를 지원 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 실전 역량을 점검하게 하고, 그에 기반한 지원을 통해 실전 역량을 새롭게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간의 지원과 투자를 재난 시 성과로 보답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도 그렇듯, 국가재난관리는 ‘돈’이 한다. 관심만 가지고는 힘들다. 관심만으로는 되는 것이 없다. 국가재난관리 부처는 그 ‘돈’을 달라고 새 정부와 국민들에게 요청해야 한다. 먼저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그전에 그럴 만 해야 한다.

셋째, 컨트롤 타워 타령이나 핑계는 그만하자

우리나라에서는 위기가 발생하면, 사후 평가를 하며 항상 비슷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만들자.” “컨르롤타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를 만들자.” “컨트롤타워가 너무 많았다. 컨트롤 타워를 컨트롤 할 그랜드 컨트롤 타워를 만들자” 이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동일한 지적을 하며 재난관리 주체를 비판한다.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다.

만약 그렇게 컨트롤타워가 문제라면 왜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갖추지 못했을까가 더 문제다. 컨트롤 타워가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국민이나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평소에 무엇을 했느냐가 더 위험한 것이다. 만약 컨트롤타워가 평소 잘되어 있다, 잘 할 수 있다 했다가 실제 재난 발생 시 전혀 역할을 못했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문제는 ‘컨트롤타워’ 자체가 아니다. 컨트롤타워가 중요하다 생각하면서도 컨트롤타워에 대해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는 습관이 문제다. 이전 정부에서는 어땠나? 자신이 컨트롤타워의 수장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고위공무원도 있었다. 컨트롤타워가 정부 조직상 종류가 너무 많아 누가 수장이고 누가 구성원인지 헷갈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종이 매뉴얼이나 조직 규정에만 있는 컨트롤타워가 실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 자체는 ‘미신’이나 ‘병’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재난이 발생하고, 그 관리가 어처구니 없이 진행되면 여지없이 동일한 변명이 나온다. ‘컨트롤타워 부재’가 아주 효과적인 변명인 셈이다. 실제로 문제 있는 의사결정과 대응을 한 많은 관련자들은 컨트롤타워라는 개념만 끌어다 십자가에 못 박으면 되었다. 국민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컨트롤타워에 대해서만 손가락질 하며 욕했다. 그러고는 시간이 흐르면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변명과 손가락질과 욕은 지속 반복되었다. 이 정도 되면 집단적으로 ‘병’에 걸린 셈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다시는 재난 관리 이후 컨트롤타워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 문제가 없도록 살피고 노력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한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그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 창피해” 해야 맞다.

넷째, 대통령이 곧 재난을 관리 한다

대통령에게 침몰하는 선박을 직접 손으로 끌어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전사고나 지진을 몸으로 막아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느 헐리우드 영화처럼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날아오는 운석에 몸을 날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대표나 오너가 빠져있는 위기관리는 그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다. 기업에서도 실제 대표가 일선에 나서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주 깊은 의미가 있다.

만약 위기관리를 ‘시스템’이라는 것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 ‘로봇’이나 ‘기계’들이 맡겨진 일을 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기업의 대표나 국가의 대통령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개념은 그 빛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위기나 국가의 재난이나 공히 ‘사람’이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표, 오너, 대통령의 ‘관심과 관여 그리고 관제’가 매우 중요한 실제 역량으로 빛을 발하게 된다.

재난 시 일선에서 “이건 이래서 어렵습니다” 하는 보고를 들은 대통령은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다. 오히려 “할 수 있는 방법이 뭡니까?”라고 물어 볼 수도 있다. 그래야 재난을 관리하는 일선에서는 “이렇게 이렇게만 지원된다면 할 수 있겠습니다”라는 긍정형 보고가 가능해 진다. “그건 왜 안 되는 건가요?” “그건 누가 해서 그렇게 문제가 된 건가요?”라고 묻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기업 위기나 국가재난관리에서나 발생 초기부터 대표, 오너,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관여해 해결책을 같이 찾아 관제하며 지원 조치했는데도 실패했다면, 그 것은 ‘사람’의 힘으로서 애초 관리가 불가능했던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 정도가 되면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는 논란의 주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반대이기 때문에 항상 발생한다.

마지막 다섯째, 국민이 재난을 관리하는 일선이다.

손가락질 하는 것은 재난관리가 아니다. 컨트롤타워가 문제라며 욕하는 것도 재난관리가 아니다. 재난관리에 실패했으니 VIP가 책임을 지라 주장하는 것도 사실 제대로 된 재난관리는 아니다. 재난관리는 일선에서 국민이 먼저 해야 성공한다.

한 역사학자는 우리의 역사는 정부에 의지해 국난을 극복한 경우보다 국민들이 스스로 일어나 외부의 적과 맞서 싸우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 극복한 경우가 더 많다 이야기한다. 국가재난관리 관점에서도 국민들의 그런 관심과 참여는 매우 중요한 핵심 역량이다. 국가재난관리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중요한 생명과 안전은 일차적으로 누구의 것인가? 국민의 것이고, 내 자신의 것이고, 내 가족의 것이다. 당연히 국가재난관리의 중심은 내 자신이고 우리 가족이 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족이 사는 동네가 자주 침수되는 지역이라면,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에 우리 스스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관심들이 모여 지역 차원에서 홍수 피해를 상당수 감소 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홍수가 발생한다면 우리 가족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생각해 놓아야 한다. 비상식량에 대해 생각하고, 피난 장소와 장비들을 준비해 놓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주말에는 피난을 가보는 연습도 해 보자는 것이다. 준비된 쉘터에서 일정기간 생활하는 방식도 알아 봐야 한다. 쉘터에서 서로간 지켜야 할 예의와 공동생활 규칙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맞다.

국민 스스로 “만약에?”라는 생각을 하면서, 국가재난관리 부처의 체계적 노력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5천만 국민들이 항상 생활 주변에서 ‘재난관리 마인드’를 지니고, 재난관리를 위해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와 연습이 완료되어 있다면, 국가재난관리는 한층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것이 전제된 채로 5천만 국민들은 국가재난관리에 대한 정부의 준비 수준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묻고 확인해야 한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인재(人災)’라고 부르는 국민적 습관을 이제는 버리자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재’ 없는 나라가 된다. 정부는 항상 견제되어야 하고 감시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재난관리 부처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견제 및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상이 새 정부가 주목했으면 하는 새로운 국가재난관리의 체질이다. 이전의 많은 국가재난관리 반면교사에 기반한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새 정부가 경계했으면 하는 습관이 하나 더 있다. 관료 조직에서 윗사람들이 하는 가장 위험한 말이 있다면 그것은 “잘 하세요”라고 한다. 위로부터 대통령에서 국가재난관리 부처장까지 아래 책임 및 일선 직원 들에게 “잘 하세요”하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 하라”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게 맞다. 그냥 “잘 하세요”라고 하니 일선으로 갈수록 중구난방이 된다. 당황스러운 실행들이 여기저기 벌어진다. 재난관리가 이벤트가 된다. 당연히 일사불란은 있을 수가 없다. 이전의 사례들만 봐도 “(나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으니) 잘 하세요”라는 개념이 국가재난관리를 지배했었던 것 아닌가 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필히 국가재난관리를 잘 아는 사람들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우선순위로 놓아 본 경험이 있는 재난관리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무엇과 무엇을 해서 잘해냅시다”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에 대해 정확하게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일선에서도 그러한 구체적 지시에 따른 일사불란 함을 갖추어야 한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들에게 국민이 신뢰를 부여해야 한다. 그들이 못하면 우리가 못하는 것이고 우리가 못하면 그 누구도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평시부터 그들과 가깝게 협업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국가재난관리는 그들의 것이고 그들의 책임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함께 참여해야 한다.

새 정부가 새로운 조직을 갖추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한다. 국가재난관리에 있어서도 그러한 새로운 자세와 철학이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관심과 지원과 투자가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역량과 시스템이 갖추어 지기를 바란다. 국민에게도 새로운 공감과 참여의 기회가 생기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도 성공적 국가재난관리라는 새로운 역사가 쓰이기를 바란다.

# # #

3월 082014 Tagged with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50] 시스템을 갖춰 위기를 이겨내자!

CEO를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총 50편 중 마지막 기고문이었습니다.

시스템을 갖춰 위기를 이겨내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서는 이를 인재(人災)라 한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라고도 한다. 이미 예견돼 있던 것이라 지적한다. 최초 위기를 숨기려 했다 비판한다. 대응이 형편없이 늦었다 비웃는다. 이해관계자들의 원통함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화를 낸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라며 칼날을 간다. 이 속에서도 기업들은 진화하지 않으니 문제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하지만 한두 명 정도의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이 또 위기관리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위기관리 업무에 매달린다. 평소에는 회사에 출근하시지도 않던 회장님께서 자주 보이시고, CEO를 비롯해 많은 임원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대응책들을 마련하게 된다. 부서간 전화와 보고의 횟수와 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심지어는 상호간 휴대전화 연결에 충돌이 일어나 불통 사태까지 발생할 때도 있다.

일선에서도 수십에서 수백 명의 직원들과 외부관계자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을 이루곤 한다. 누가 우리측이고 누가 이해관계자측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위기들을 관리한다. 이 틈새에 기자들도 사람들과 엉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면 당장 온 오프라인에 우리 회사가 악당같은 회사로 묘사돼버리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서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끄럽고 어지러운 시간들을 보내는 것. 이것이 위기의 특성이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혼돈(Chaos)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혼돈을 관리하려 만들어 놓는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한마디로 누가(who)’를 정하는 작업이다이런 위기상황은 누가 관리 책임을 질 것인가? 책임을 받은 지정된 부서나 개인은 어떤 활동들을 통해 위기관리에 임할 것인가를 미리 고안해 공유하고 그에 익숙함을 더하는 준비들을 말한다. 준비라는 말의 뜻은 미리 마련하여 갖춤이다.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인가를 미리 바라보는 것이 위기관리 시스템의 첫 걸음이다.

가시적으로 어떤 위기가 다가올 것인가를 예측이나 감지할 수 있다면, 그 다음은 우리 사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시스템 속으로 끌어 들여 활용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 다음이다. 각 실무 부서들과 임직원들은 절대로 책임과 역할이 주어지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위기관리에 나설 수 있는 주체들이 아니다. 일부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기업에서는 몇몇 개인의 개인기로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하곤 하는데 그렇게 관리되는 위기는 사실 정확한 의미로서의 위기는 아닌 셈이다. 위기는 어느 한두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서는 큰 문제를 의미한다.

회사를 구성하는 핵심적 기능들 하나 하나를 꼽아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라는 정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면 명실상부한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되는 것이다. 일단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그 후로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훈련과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문서와 챠트 등으로 임직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그림 속의 시스템을 밖으로 실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노력들이 그런 것들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원하는 CEO들을 위하여 지금까지 50번에 걸친 핵심적 조언들을 이어왔다. 이 칼럼을 계속 접해본 CEO라면 반복되는 단어들에 이미 익숙해 졌을 것이다. ‘평소’ ‘관심’ ‘질문’ ‘확인’ ‘커뮤니케이션’ ‘점검’ ‘역할과 책임’ ‘준비’ ‘공감’ ‘이해관계자’ ‘프로세스’ ‘모니터링’ ‘크로스 체킹’ ‘리스닝’ ‘워룸’ ‘의사결정’ ‘ASAP’ ‘역량’ ‘시간관리’ ‘리더십’ ‘훈련과 시뮬레이션’ ‘전문가 활용’ ‘예산’ ‘감사등등. 이 모든 것이 바로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지금부터라도 회사 내에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CEO가 되자. 임직원들로 하여금 뚜렷하고 정확한 위기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 그들에게 만약에?’라는 화두를 던져 스스로 체계를 찾고 만들게 하자. 시험해보고 반복해 보자. 정말 우리가 취약성을 극복했는지 확인해 보자. 그 결과를 가지고 모든 임직원들을 치하하자. 우리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더욱 더 강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자.

성공하는 CEO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리더십의 소유자다. 그 리더십을 빌어 지난 1년간 반복적으로 강조된 상기 위기관리 조언들을 기억하고 지금 바로 실천하자여러 성공한 CEO들로 인해 부디 위기 없는 회사들과 한국이 되길 기대한다!

#  #  #

12월 052013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8] 제대로 된 관제탑에 투자하라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8]

 

제대로 된 관제탑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국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들 중 가장 중요한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 하면 필자는 관제탑의 부재를 꼽을 것이다. 사내에 위기관리를 리드, 관제, 통제하는 부서가 평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는 최고의사결정그룹과
관제탑을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결정과 관제는 전혀 다른 의미다.

인천국제공항에 한 해 내리고 뜨는 비행기들은 2010년 기준 약 20여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 평균 500~600대의 비행기들이 드나드는 셈이다. 이곳에는 어떤 비행기가 언제 어떤 활주로에 착륙 또는 이륙해야 하는지를 24시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비행기 조종사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관제탑이다.

관제탑은 컨트롤타워라고도 한다. 현장과 직접 연결이 되어 있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모니터링 가능하다. 또한 비행기들은 관제탑의 지시와 지원 커뮤니케이션을 그대로 준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 비행기 조종사가 자신의 비행기를 아무 때 공항 아무 곳에나 착륙 시킬 수는 없다는 의미다. 자신의 사정에 따라 관제탑의 지시를 거부하고 독단적인 기동을 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모든 비행기들의 흐름은 관제탑에 의해 계획되고, 결정되고, 지시된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일선에서 대처하여 비행기 조종사들과 함께 대응하는 역량도 관제탑은 가지고 있다.

기업 내 위기관리 시스템을 들여다 보자. 우리 회사 내에 위기가 발생하면 이와 같은 관제탑의 역할을 하는 부서는 어디인가? 위기 발생 시 실제 현장에서 위기 대응 활동들을 하는 수많은 부서들과 더 많은 실무자그룹들을 한눈에 모니터링 하는 부서가 존재하는가? 셀 수 없이 많아 평소에도 그 활동 내역들을 잘 알기 힘든 수많은 이해관계자 접촉면들에 대해서는 관제나 통제가 가능한가?

예를 들어 대기업으로서 우리 회사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기업 공식 SNS채널들을 한번 세어 보자. 각 계열사별, 사업부별, 브랜드별, 캠페인별 등 생각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채널들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큰 위기 시 이들 모두가 하나의 입장과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한데 이런 체계를 사내에서 어떤 부서가 책임지고 있는가?

많은 CEO들이 위기 시 대응 명령과 함께 즉시 실행이 이루어 지리라기대하곤 하는데 현장에서는 결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의도적인 지체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각 대응 부서와 실무자들의 사정과 역량에 따라 지시된 대응 업무의 실행은 천차만별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천차만별의 실행 조차 어느 부서도 지정되어 관제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위기 시 많은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스스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마케팅이 홍보부서에서 대응하는 위기관리 활동들을 잘 모르고, 생산과 기술 부서는 서울에서 영업부서들이 위기관리 하고 있는 내용들을 알지 못하는 꼴이다. 회사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에 대한 관제탑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혼돈이다.

위기관리 성공을 바라는 CEO라면 하루빨리 위기 발생 이전과 이후를 아우르는 사내 관제탑 기능을 정의하고, 가장 최선의 부서를 지정 해 이 역할과 책임을 부여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위기관리를 위한 관제 부서의 사내 통제력을 지원하기 위해 관제탑 협업에 대한 관련 규정을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실제 지정한 관제탑 기능의 부서가 정확한 역할을 실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좋다. 많은 위기 대응 협력 부서들이 관제탑과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지 점검도 필요하다. 규정에 따라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관제탑의 리드를 잘 따라주고 있는지도 CEO는 꼼꼼히 살펴야 한다.

흡사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관제탑 없이 운영되는 시골 공항들과 같았다. 활주로에는 온갖 종류의 비행기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엉켜 있거나 접촉 사고를 내고 있었다. 비행기 조종사들간에 오가는 고성들이 관제기능을 대신했던 것이다우리 비행기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각각 정확한 이착륙들을 하고 있는지 관제탑을 만들어 관리하자. 이 또한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CEO가 리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관리(management) 체계가 되겠다.

 

#  #  #

7월 072013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대항항공 괌 사고 Vs.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사고 커뮤니이션 비교





1997년 대한항공 괌 사고 vs. 2013년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사고 커뮤니케이션 비교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 사고 관련 언론 보도와 활동 기록들을 기준으로 분석을 해 보았다.

대한항공 사고와 아시아나항공 사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타임라인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인사이트를 발견하게 된다.

  •  전반적으로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청와대,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통합대책회의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위기관리 주체들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타이밍들이 1997년 대한항공 괌 사고 시절 보다 훨씬 늦었다.
  • 1997년 당시에는 괌 사고 발생 이후 4시간만에 국무총리(당시 고건)의 주제하에 정부통합대책회의가 열렸다. 반면 2013년 샌프란시스코 사고 발생 이후에는 8시간여가 넘어 국무총리 주재 정부통합대책회의가 열렸다. 거의 시간이 두배나 늦었다. – 세종시 정부 청사 이전과 관련 된 듯
  • 1997년 당시에는 괌 사고 발생 이후 4시간 반 후에 청와대 발로 대통령(당시 김영삼) 공식 메시지가 기사화 되었다. 반면 2013년에는 사고 발생 이후 6시간 반경 부터 비공식 청와대발 언급이 시작되어, 공식적으로 대변인을 통한 대통령 공식 메시지는 사고 발생 이후 11시간이 넘어서야 전격적으로 기사화 되었다. 이 또한 두 사고 커뮤니케이션을 비교해 보았을 때 최대 약 3배까지 늦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 전일 대북 협상 관련 해 야간 근무가 있어서 였던 것이 아닌가 추측 가능
  • 1997년 건설교통부의 최초 기자회견과 2013년 국토교통부의 최초 기자회견은 거의 비슷한 시간대인 사고 발생 이후 5시간 40분~6시간이 지난 후 개시되었다. – 가장 유사한 타임라인
  • 1997년 괌 사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대한항공의 최초 기자회견은 사건 발생 후 6시간여가 흘러 개최되었다. 반면, 2013년 샌프란시스코 사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아시아나항공의 최초 기자회견은 사고 발생 후 12시간만에 개최되었다. 두 케이스간에도 약 2배의 시간 차이가 있다. –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사건 발생시 회장과 대표가 모두 해외출장 중이었던 것에 영향을 받았던 듯
  • 1997년 현장을 향한 사고대책반은 사고 발생 7시간 후 비행기를 탄 반면, 2013년에는 사고 발생 10시간 후에 공항을 출발했다. 최초 이보다 늦은 오후 4시반경 출발예정이었던 것을 그래도 앞당긴 것
[[기타 분석 인사이트]]

2013년 케이스에서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초기 사고상황 파악에 있어 일부 실패를 했다. 1997년과 비교하여 커뮤니케이션 채널들과 기타 현장 정보 확보 환경이 훨씬 발전한 점을 감안 해 보면 해당 기업의 초기 상황 파악 체계 품질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종시로 일부 정부 청사들이 이동하면서 물리적으로 통합적 대책회의 장소 설치(통합 워룸)가 불가능해졌다는 문제가 발견된다. 국토교통부(세종시), 외교부(광화문), 해당 항공사(김포 공항 인근), 언론 등의 주요 위기관리 주체들이 한자리에 마주 앉을 수 없다는 문제가 생겼다. 일반적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국무총리 및 장차관들이 위기시 세종시까지 이동하는 데에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도 문제. 청와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거리 극복이 문제

청와대에서 좀더 스피디하고 전략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국가적 위기에 있어 대통령의 최초 입장이 타이밍을 놓쳤다는 데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1997년에는 일사불란하게 청와대 발 커뮤니케이션이 전반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리드했었다.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유무가 1997년과 2013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나 항공의 SNS 커뮤니케이션(트위터 중심)을 분석해 보면 한국 본사 운영 트위터 계정(@Flyasiana)의 위기 대응 메시지와 미국 지사 운영 트위터 계정(@AsianaAirlines)의 위기 대응 메시지가 일부 다른 것이목격 가능했다. 한국계정에서는 No Sympathy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비해, 미국계정에서는 초기 Sympathy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단순히 문화차이라고 해석하기에는 힘든 부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고 커뮤니케이션 초기 Sympathy를 표현 한 USA 계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고 커뮤니케이션 초기 Sympathy가 없었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이후 USA 계정 트윗을 리트윗해서 보완]


기타 이외에 외교부를 제외 한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 등의 초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해당 항공기 탑승객들과 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들에 대한 적절한 Care 커뮤니케이션이 누락되었다.(No Sympathy and No Empathy Strategy로 보일 정도) 주로 사고 개요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하는 전략이었지만, 결국 적절한 정보를 timely하게 전달하는 것 조차도 실패한 결과를 보였다. 외교부의 경우에는 초기 기자회견 도입부에 적절한 Care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해 주목을 받았다.

결론

1997년에 비해 2013년에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장비, 환경들이 확실하게 성장하고 변화했다. 그에 비해 기업이나 정부 조직의 의사결정 스피드와 정보력, 상황분석 및 위기관리조직 운영 능력등은 상대적으로 훨씬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통합적 컨트롤 타워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리더십도 부실했다.(오바마 대통령에 비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훨씬 늦음)

국가적 위기에 대한 위기관리 조직을 다시 한번 재검토 해야 할 듯.
 










11월 082012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통제센터 없이 손발만 움직이는 위기관리 시스템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통제센터 없이 손발만 움직이는 위기관리 시스템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구미에서 불산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언론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은 그냥 단순 화학원료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았다. 며칠이 흐르고 나니 사고 당시 누출된 가스가 상당히 위험한 화학물질이라는 것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역에서의 피해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이번 위기는 세가지 질문에 기반 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전에는 우리나라에 불산 가스라는 화학물질 관련 사고 전례가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불산 가스관련 사고들이 작은 규모지만 수 차례 발생했었던 전례가 있었다. 심지어는 구미의 해당 업체에서도 몇 년 전 불산 가스 유출로 직원이 부상한 전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는 이러한 전례에 아랑곳 않고, 이에 대한 최소한의 방지책 조차 보유하지 않았다.
둘째, 위해물을 다루는 해당업체나 지역 재난방지주체들이 불산 가스 관련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발생 형태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일단 발생 형태가 예측 가능했다면, 당연히 그 발생가능 지역인 공장내부에는 적절한 사고 대응 장비나 자재들이 구비되어 있어야 했다. 또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지역 재난방지주체들은 사고 확산 방지책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가 완료되어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불산 가스 사고라는 것을 전제로 한 재난대응체계에서는 어떠한 준비성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셋째, 예측되는 불산 가스 관련 사고에 적절한 해결책을 알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불산 가스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소석회를 배포해 중화작업과 확산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미 해결책으로 알려져 있었다. 분명 이는 해당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라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정보였을 것이다. 또한 지역 내에 불산 가스를 취급하는 업체가 존재하는 지역 재난방지주체들 당연 인지하고 있었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에 적절한 해결책인 ‘소석회’ 준비는 구미시에 의해 상당 시간이 흐른 뒤 준비 되 사후약방문 수준에 그쳤다. 위기가 발생 한 후 생각하는 습관 때문이다.
이번 불산 가스 누출 사고는 한마디로 관련된 위기관리 주체들에게는 이미 전례가 있어 예측이 가능했고, 실제 발생 형태에 대한 인지도 가능했었던 위기다. 더불어 그에 적절한 해결책 또한 이미 상식적으로 공유되었던 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업체나 지역 재난방지 주체들은 거의 아무 대비나, 상황관리 활동 전개에 실패했다. 그 이유는 뭘까?
생산 시설에서의 사고 발생의 경우 제1차적 위기관리 주체는 해당 기업이 되겠다. 해당 기업은 일반적으로 ‘사고 예방 및 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사고방지 교육 등을 실시하고 일부는 사고 시 상황관리 연습 또한 실시하는 게 정상이다.
그 다음 2차 위기관리 주체는 해당 기업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위기나, 이번 사고와 같이 상당 수준 위해성이 있는 사고의 경우 위기관리 리더십을 쥐게 되는 주체다. 일반적으로 소방서, 지역정부, 관련안전기관, 경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평소에도 법으로 규정된 안전 설비나 대비수준을 점검하고 계도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마지막 3차 위기관리주체는 중앙정부다. 더 세부적으로 재난방재청이나 사고 관련 감독 정부 부처들이 되겠다. 이번 불산 가스 사고에서는 환경부가 주로 그 역할에 해당했었다. 해당 사고가 국가재난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까지 확산이 되면 이는 국가위기관리 매뉴얼 체계하에 들어가 전정부적인 지원이나 개입이 시작된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관리 체계가 위기의 규모와 범위 그리고 발생 이후 시계열적 구조로 위기관리 주체를 편성해 놓았다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위기를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통제센터의 역할을 사고 발생 직후부터 릴레이 형식으로 주고 받는다는 데에서 전문성 논란, 책임소재논란 그리고 시간지연의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역 소규모 공장의 일반 화재사고 경우에 까지, 1차, 2차, 3차 위기관리 주체들이 모여들어 소란을 떨 필요는 없다. 또 평소에도 그렇지만 사공이 많다고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빨리 나간다는 법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선에서의 CI(Commander’s Intent), 즉, 지휘관 의도(指揮官意圖)에 의지할 수 있도록 일선 위기관리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이야기 한다. 일선 위기관리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장 빨리 대응 할 수 있는 그룹이므로 이들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하는 것이 성공적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불산 가스 누출 사고 시 이러한 CI(지휘관 의도)에 의지하는 위기관리 체계는 또 다른 문제들을 초래했다. 1차와 2차 위기관리주체인 일선 재난관리 기관들의 지휘관들이 각자 다른 판정을 내리고, 잘못된 전문성을 기반으로 나름대로 각기 상황관리 활동을 벌여 불산 가스의 확산과 주민들의 피해를 더 악화 시키는 문제가 발생했다.
사고 시 가장 훌륭한 위기관리 통제센터는 상황 지역 인근에 세워지는 형식이어야 한다. 현장에서 1차와 2차 위기관리 주체들이 하나의 통합된 위기관리 통제센터를 만들어 각자의 전문성과 대응 활동들을 협업 형식을 통해 실행에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한 주체가 위기통제센터의 협업과정을 리드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일선에서의 대부분의 협업 실패는 이런 리더십 부재가 주된 이유가 된다.
서로 통제를 주거나 받지 않는 이질적 전문그룹들이 단시간에 모여 하나의 리더십 하에 편제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상적 개념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사고 관리를 위해 추대된 위기통제센터의 리더가 협의 지시하는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는 해당 협업주체들이 각자 져야 한다는 한계들도 있다. 예산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많은 정부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위기통제센터는 여러 기관들이 장시간 협의를 거치고, 최고위층의 인가를 받아 세워질 수 밖에 없고, 이런 과정에 물리적 시간 소요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전문적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전담기관이 평소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관의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지역적으로도 파견 또는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사건이나 사고, 위기 발생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위기관리 전담기관 전문가들이 파견되는 형식이다. 해당 위기의 특수성에 따라 적절한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위기관리 전문가가 1차와 2차 위기관리 주체들의 협업과 통합적 의사결정을 리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소방관들의 일선 CI(지휘관 의도)에만 주로 의지해서는 이번과 같은 특수하고 복합적인 위기에는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어 보인다. 일부에서는 소방방재기능에 좀더 전문성을 심어주자 하는데 이런 아이디어를 국가와 지역 차원의 위기관리 전담조직 아이디어와 결합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그보다 더 중요한 위기관리 통제센터의 기능은 지역주민이 스스로 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주민이 자신의 삶과 터전인 지역의 안전에 더욱 더 경각심을 가지고 지역 소재 기업들과 기관, 더 나아가 지역정부와 중앙정부에 대비책 마련을 상시 요구해야 한다. 지역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지역주민들이 위기발생 이전에 위기관리 통제센터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 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