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탑

12월 202013 Tagged with , ,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0] 준비하지 않으니 빠를 턱이 없다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0]

 

준비하지 않으니 빠를 턱이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대응의 핵심은 신속성이다. 모든 위기는 시간이 해결 해 준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더 나중엔 재가 되더라도 무언가 되긴 된다. 그러나 기업이 원하는 결과는 이런 참담함이 아니다. 적시에 위기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는 각각의 대응 기능 스스로 준비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준비가 없으면 항상 느리다. 예외는 없다.

우리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분석 해 보면 기업 대부분이 위기 상황 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공통적인 현상을 보인다. 물론 기업은 개인보다 느리다. 기업은 환경보다 느릴 수 밖에 없다. 상황 감지에 여럿이 관여 하다 보니 상황 파악도 느릴 수 밖에 없다. 의사결정그룹도 한 개인이 아니라면 의사결정이 빠를 수가 없다. 위기 대응에 나서는 사람들이 여러 준비에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이미 버스는 지나가버린 뒤일지도 모른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전방 군인들을 생각 해보자. 북한의 도발 징후를 감지하면 이에 대응하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그들은 항상 노력한다. 심지어 일선에게 상부에 보고하지 말고 적이 도발하면 반사적으로 먼저 응징하라는 지시를 할 정도로 신속한 초기 대응을 주문한다. 우리 군이 즉각 반격에 나설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대비 또는 준비라고 불리는 체계가 필요하다.

준비(準備)라는 단어는 사전에 의하면 미리 마련하여 갖추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마련해 하나 하나 미리 갖추어 나가는 것이 위기관리에서 준비의 의미가 되겠다. 개념적으로는 당연하고 간단한 주문 같아 보인다. 하면 되지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예측되는 위기에 있어서도 별반 세부적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거의 매번 별반 실제적 준비 없이 위기를 맞으니 그에 대한 대응은 반복적으로 늦고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왜 그럴까?

서로 만나 마주 앉지 않기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같이 일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부서간 사일로(silo)가 위기 때는 더욱 강해진다. 흡연실에 옹기종기 모여 대응을 논하는 일부 팀장들이 위기관리를 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체계적으로 모두 함께 이음새 없는 대응 계획을 세우기 힘든 이유가 이 때문이다. 법무, 기획, 대관, 홍보, 영업, 마케팅 각각이 예측되는 동일한 위기에 대해 각기 자기들만의 대응 계획을 세운다. 실제적으로 협업이 이루어지는 준비체계는 이런 모습이 아니다.

개념적으로만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위기대응을 위한 준비 중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시간은 문서작업을 위한 업무라고 실무자들은 토로한다. 문서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문제는 보고를 위한 문서에 시간을 과도하게 쏟아 부어 실제로 인적, 물적, 경험적, 네트워크적인 준비를 할 여유가 부족하게 된다.

일부는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의 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전문성을 요한다. 평소 담당실무에만 집중하던 부서들이 생소하고 특수한 유형의 위기에 당면했을 때 정확하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사내에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못한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조언을 요청하는 전화를 극비리에 돌리다가 때를 놓치고 위기를 맞는다.

위기관리 성공을 원하는 CEO는 하루 빨리 정리된 준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고민 이전에 위기 대응을 위한 준비 프로세스 구축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평시 가능한 여러 위기 유형에 대한 대비 체계를 점검하고, 부족한 면이 있으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체계 보수를 진행해 보자. 세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주 사소한 준비들에 대한 니즈를 발견하고 이에 부서들의 실제적 고민을 요청해 보자. 이를 위해 CEO는 시나리오를 넘어 각본까지를 상상하면서 하나 하나 질문해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더욱 이상적인 것은 회사 내부에 이런 시나리오와 각본을 미리 고민하고 계속 질문하는 관제탑 기능을 설치 운용하는 체계가 되겠다. CEO는 이 관제탑 기능을 하는 임원이나 부서장과 함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준비 체계를 이해하면 된다. 위기관리란 위기에 처한 기업이 꼭 해야 할 일을 제 때에 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여기서 기업이 제 때에필요한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곧 준비다. 준비 없이는 뭐든 제 때 하기가 힘들다. 위기관리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평소 미리 고민하던 CEO가 위기관리에 곧 잘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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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52013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8] 제대로 된 관제탑에 투자하라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8]

 

제대로 된 관제탑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국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들 중 가장 중요한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 하면 필자는 관제탑의 부재를 꼽을 것이다. 사내에 위기관리를 리드, 관제, 통제하는 부서가 평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는 최고의사결정그룹과
관제탑을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결정과 관제는 전혀 다른 의미다.

인천국제공항에 한 해 내리고 뜨는 비행기들은 2010년 기준 약 20여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 평균 500~600대의 비행기들이 드나드는 셈이다. 이곳에는 어떤 비행기가 언제 어떤 활주로에 착륙 또는 이륙해야 하는지를 24시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비행기 조종사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관제탑이다.

관제탑은 컨트롤타워라고도 한다. 현장과 직접 연결이 되어 있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모니터링 가능하다. 또한 비행기들은 관제탑의 지시와 지원 커뮤니케이션을 그대로 준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 비행기 조종사가 자신의 비행기를 아무 때 공항 아무 곳에나 착륙 시킬 수는 없다는 의미다. 자신의 사정에 따라 관제탑의 지시를 거부하고 독단적인 기동을 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모든 비행기들의 흐름은 관제탑에 의해 계획되고, 결정되고, 지시된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일선에서 대처하여 비행기 조종사들과 함께 대응하는 역량도 관제탑은 가지고 있다.

기업 내 위기관리 시스템을 들여다 보자. 우리 회사 내에 위기가 발생하면 이와 같은 관제탑의 역할을 하는 부서는 어디인가? 위기 발생 시 실제 현장에서 위기 대응 활동들을 하는 수많은 부서들과 더 많은 실무자그룹들을 한눈에 모니터링 하는 부서가 존재하는가? 셀 수 없이 많아 평소에도 그 활동 내역들을 잘 알기 힘든 수많은 이해관계자 접촉면들에 대해서는 관제나 통제가 가능한가?

예를 들어 대기업으로서 우리 회사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기업 공식 SNS채널들을 한번 세어 보자. 각 계열사별, 사업부별, 브랜드별, 캠페인별 등 생각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채널들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큰 위기 시 이들 모두가 하나의 입장과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한데 이런 체계를 사내에서 어떤 부서가 책임지고 있는가?

많은 CEO들이 위기 시 대응 명령과 함께 즉시 실행이 이루어 지리라기대하곤 하는데 현장에서는 결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의도적인 지체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각 대응 부서와 실무자들의 사정과 역량에 따라 지시된 대응 업무의 실행은 천차만별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천차만별의 실행 조차 어느 부서도 지정되어 관제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위기 시 많은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스스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마케팅이 홍보부서에서 대응하는 위기관리 활동들을 잘 모르고, 생산과 기술 부서는 서울에서 영업부서들이 위기관리 하고 있는 내용들을 알지 못하는 꼴이다. 회사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에 대한 관제탑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혼돈이다.

위기관리 성공을 바라는 CEO라면 하루빨리 위기 발생 이전과 이후를 아우르는 사내 관제탑 기능을 정의하고, 가장 최선의 부서를 지정 해 이 역할과 책임을 부여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위기관리를 위한 관제 부서의 사내 통제력을 지원하기 위해 관제탑 협업에 대한 관련 규정을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실제 지정한 관제탑 기능의 부서가 정확한 역할을 실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좋다. 많은 위기 대응 협력 부서들이 관제탑과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지 점검도 필요하다. 규정에 따라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관제탑의 리드를 잘 따라주고 있는지도 CEO는 꼼꼼히 살펴야 한다.

흡사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관제탑 없이 운영되는 시골 공항들과 같았다. 활주로에는 온갖 종류의 비행기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엉켜 있거나 접촉 사고를 내고 있었다. 비행기 조종사들간에 오가는 고성들이 관제기능을 대신했던 것이다우리 비행기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각각 정확한 이착륙들을 하고 있는지 관제탑을 만들어 관리하자. 이 또한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CEO가 리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관리(management) 체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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