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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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기고문]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특이하게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구체적 비판이 다른 국가적 재난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국가적 재난 때 마다 반복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위기관리 매뉴얼 문제와 컨트롤 타워 문제 등이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그리 심각하게 다루어 지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반대로 일본의 코로나 19 대응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에서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위기관리 매뉴얼 문제를 지적했다. 예전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도 언급되었던 매뉴얼과 실행 주체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이 다시 주를 이룬다. 일본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위기관리 보다는 자신들의 책임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아주 흥미로운 주제다.

이런 상황을 기반으로 이번 코로나 19 위기를 맞아 위기관리 관점에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반복되던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비판과 논의 시각을 정리해 보자. 매번 소모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위기관리 매뉴얼 때리기도 이제 점차 정리 되어야 한다. 비판이 필요한 성장과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좋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거나, 개악으로 자칫 전환 될 수 있는 비아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놓고 회자되는 언론의 비판과 다양한 전문가들이 전하는 논평의 핵심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첫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에 모든 상황과 변수를 반영하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문제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관리 관련 일본 정부가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 내 탑승객들에 대한 조치를 적절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핵심이다. 일본 정부가 미처 크루즈선 내 수천 명의 탑승객에 대한 전염병 감염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매뉴얼에 대한 대응 방안이 없어 즉각 대응 할 수 없었고, 그런 대응 체계를 고민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다고 비판한다.

그나마 이후 정치적으로 결정한 미봉책이 더 큰 문제를 만들었고, 크루즈선을 완전한 재앙 상태로 방치해 버리기 까지 했다 한다. 이 모든 것이 일본 정부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다양한 상황과 변수를 반영해 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번 백지 상태에서부터 생각해 보자. 정부나 기업 같은 거대한 위기관리 주체 말고, 자기 자신을 개인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주체로 설정 해 매뉴얼을 상상해 보자. 자신의 일생에서 발생될 다양한 위기 상황을 꼽아 보자. 최대 몇 개가 될까? 거기에 상황 하나 하나에 연결될 변수들을 다시 꼽아 보자. 그 상황과 변수를 모두 곱해 보아야 실제 경우의 수가 계산된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계산 하다 보면, 내 자신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담을 상황과 변수를 통한 경우의 수만 해도 최소 수백에서 수천 개를 넘게 될 것이다. 그런 매뉴얼은 진정한 의미의 매뉴얼이 아니다. 일단 위기관리 주체가 한눈에 파악하기도 힘들 뿐 더러, 위기 시 활용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유형은 대분류를 거친 후 발생적 특징에 따른 중분류 정도의 상황과 변수 확정이면 적절한 것이다. 물론 그 분류 기준이 상호배제적이고 전체포괄적(MECE)일 필요는 있다. 따라서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서도 대형 크루즈선, 중형 크루즈선, 소형 크루즈선, 단거리 관광선 등과 같이 각각의 환경과 변수 매뉴얼을 각각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국제적으로 운행되는) 다중 교통수단 내 감염’ 정도의 매뉴얼 상 중분류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다양한 상황이나 변수가 세부적으로 정리될수록 어디에도 위치하지 않는 회색지대는 더 많아 진다. 실무차원에서는 매뉴얼 상 정확하게 표기되지 않은 위기는 위기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제시된 상황과 변수가 없으면 대응도 불가해지는 상황이 그런 경우 발생된다. 따라서, 모든 상황과 변수를 매뉴얼에 담아야 한다는 강박은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효과적이지도 못한 개념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논란은 매뉴얼 보다는 해당 상황 대응에 있어 정치적 판단이 강해 제대로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본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발생 직전과 직후까지 주로 활용된다. 그 이후 상황과 변수가 등장하면서 변화되는 위기에 대한 대응은 온전히 위기관리 의사결정그룹의 몫이다. 상황과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이는 의사결정그룹의 대응 결정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다. 매뉴얼은 그에 대한 단순 핑계일 수 있으며, 직접적인 문제의 핵심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굳이 일본의 매뉴얼 문제까지 따지자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전례가 있던 위기 유형에 대한 사전적 고민이 매뉴얼에 제대로 반영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형 국제 선박이 자주 입출항 하는 지역의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해당 상황을 예상 했어야 했고, 전례를 찾는 평시 노력을 했었어야 했다.

두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구체적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상황과 변수 그리고 각 대응 프로세스와 방식에 대한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이어야 하는가는 항상 논란이다. 구체적이라는 기준은 매뉴얼에 따라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의사결정자와 실행그룹이 ‘참고하기에 적절한 수준’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참고’다.

위기관리 의사결정이나 실행을 할 때 필요한 매뉴얼은 제품의 조작설명서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조작설명서에는 ‘제품을 개봉 후, 플러그를 꼽고, 빨간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할 것. 그 후 작동 스위치를 ON에 놓고, 1분간 제품의 가열시간을 기다릴 것’ 같은 구체적인 단계별 서술이 들어간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그러한 수준의 구체성을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불필요하다.

그러한 세세하고 구체적인 서술은 실무 (훈련용) 매뉴얼에는 일부 수록 가능하다. 실제 일선에서 대응 해야 하는 실무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트레이닝 매뉴얼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트레이닝 매뉴얼도 실무자들이 해당 업무에 상당 수준 익숙해 지면, 이내 열람되지 않는다. 교육과 훈련의 목적을 가질 뿐, 실행단에서 순간순간 지시를 내리는 매뉴얼의 의미는 가지지 못한다.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해당 매뉴얼을 제품 조직 설명서와 일부 혼동하는 것이다. 정부 조직이나 기업의 구조를 조금만 상상해 보면 그런 시각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그들의 매뉴얼이 조작설명서와 같은 구체성에 따라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구체적인 매뉴얼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매뉴얼은 분명 현실적이어야 한다. 특히 일선에서 실행 함에 있어 현실적 참고가 되지 못하는 매뉴얼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고층빌딩 화재 위기 시 인명 구조를 위해 수십 미터 높이의 고가 사다리들과 구조용 헬리콥터를 사용하라는 매뉴얼상 지시가 있는 경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런 고층용 사다리나 헬리콥터를 현장 대응 주체가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매뉴얼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사결정 차원에서 해당 의사결정이 현실적이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은 칼로 무 자르듯 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가 현실적이냐 현실적이지 않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 여러 판단이 분분하다. 일부 지자체 등에서 과잉대응이 낫다 하는 주장도 현실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에 연결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반영해야 하는 현실성이란 실행 차원에서 가용될 유무형 자산들(예산, 인력, 장비, 설비, 협력체계 등)과 관련 된 것이 핵심이다. 그 외 위기대응 의사결정에 있어서 현실성은 매뉴얼에 제대로 기록될 수도 없고 기록되어도 별 실효가 없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 위기에서도 목도되었던 것과 같이 의사결정 그룹의 의사결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많은 언론과 국민들은 각자 이런 현실성 개념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이 현실적인가 하는 것은 상당부분이 상황적 판단에 근거하는 것일 뿐, 이를 매뉴얼에 정확하게 기록하거나, 분분하는 의견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네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닥다리다. 그래서 문제다?

업데이트 되지 않은 매뉴얼은 쓸모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다 새롭게 얼굴을 바꾸는 매뉴얼이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장 좋은 매뉴얼은 오랫동안 개선되어 왔고, 환류 관리되어 온 최신판 매뉴얼이다. 초판은 수십 년 전에 만들어 졌지만, 개정과 환류관리를 통해 현재의 환경과 체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오늘의 매뉴얼처럼 훌륭한 매뉴얼이 없다.

매뉴얼이 구닥다리라는 비판은 최초 매뉴얼을 만든 이후 그 매뉴얼을 가지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매뉴얼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현재 환경이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체계와도 연결되지 않는 죽어있는 매뉴얼이다. 조직은 그 매뉴얼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며, 당연히 그 매뉴얼에 기반 해 아무 훈련도 해 보지 못한 경우가 그런 경우다.

반대로 매뉴얼이 최신 환경과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현 체계와도 적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라도, 이전 위기관리로 얻은 개선 사항이나 반면교사 포인트들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훌륭한 매뉴얼로 보기는 어렵다. 매번 비정기적으로 새롭게 표지를 바꾸고, 전체 내용을 바꾸고, 아름답게 매뉴얼을 꾸미는 관행은 다시 생각해 보자. 감사에 대비 해 매뉴얼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개념도 다시 돌아보자. 구닥다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매뉴얼을 관리하고 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구닥다리라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내용뿐이다. 그래서 문제다?

이는 분명하게 비판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혼동하기 때문에 나오는 비판이다. 물론 일부 매뉴얼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와 방식들이 과도하게 자세히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 매뉴얼 한 부분이 위기관리 매뉴얼 전반을 대표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실무자 차원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일단 정확하게 분리하고, 병행관리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속에는 제3자들이 민감하게 해석할 여지의 내용은 절대 담아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자체가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언론은 위기관리 매뉴얼 보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인다. 위기 시에 정부나 기관, 기업이 어떻게 언론과 여론을 ‘마사지’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알러지를 일으킨다. 정치적으로 반대세력을 견제하려는 측에서도 민감한 매뉴얼의 내용은 비판을 위한 호재가 된다. 일단 의사결정자와 실무자 차원에서 다각적 검토를 통해 매뉴얼 상 문제 요소는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 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어떻게 위기관리 매뉴얼과 다른가를 설명하면 된다.

여섯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 속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 지정이 엉망이다. 그래서 문제다?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의 지정 또한 매뉴얼에서 하나의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서술하고 있으면 충분하다. 변화하는 세부 상황에 따라 단계를 지정하는 타이밍이나 주체 그리고 동기의 결정은 의사결정그룹에 일임하는 것이 맞다. 컨트롤타워의 지정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매뉴얼에 서술해 놓은 기준이나 원칙에 크게 반하는 합리적이지 못한 대응 단계나 컨트롤 타워 설정이라면 문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의 책임을 맡은 위기관리 주체가 그러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일부러 행할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사후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위기관리에서도 당시 의사결정 주체들은 최대한 위기관리 성공을 위한 의사결정을 했었다고 본다. 그 결정 기반이 되는 경험이나 전문성, 협력체계, 실행의 존재 여부에는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의사결정 자체가 완전하게 매뉴얼에 반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음모론은 제외하고 생각하자)

현실적으로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 지정 문제는 위기 시에 처음 드러나서는 안 된다. 평시 매뉴얼에 따른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뉴얼 상 대응단계나 컨트롤타워 설정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개선해 나갔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위기 시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한 매뉴얼의 개선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매뉴얼 보다는 그것을 관리 개선하는 사람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 주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이드하고 통제한다면 실제로 위기관리가 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시종일관 매뉴얼에 따라서만 움직여야 하고, 한치의 어긋남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기관의 매뉴얼은 완벽해 질 수가 없다. 일반인의 생각처럼 매뉴얼이 세세하고 구체적이고 완전할수록 위기관리를 실제 행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입지와 활동반경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사후 위기대응에 대한 책임과 적절성 검증에 있어도 실무자의 부담은 지나치게 커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부 위기관리 매뉴얼은 적절한 선에서 관리되게 마련이다. 이 또한 소극적인 의미의 책임관리인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한 ‘방향성’을 얼마나 준수했는가 하는 점이다. 매뉴얼의 세부 프로세스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만약 매뉴얼에서 제시 된 세부 프로세스가 현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면, 의사결정그룹에 의해 다른 프로세스에 대한 대체 준수 지시가 있어야 맞다. 매뉴얼은 방향성에 대한 것이며, 구체적인 실행은 사람에 의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양한 위기관리 매뉴얼에 관한 비판과 논란에 있어 공통점은 사람이다. 매뉴얼을 만들고, 검증하고, 업데이트해 관리하고, 실제 운용 하고, 매뉴얼을 넘는 상황과 변수에까지 대응하는 모든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매뉴얼이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은 대부분 사람 때문이지, 매뉴얼 때문은 아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 극복을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협조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 된다. 국민으로부터의 이러한 지원 없이는 정부의 어떤 훌륭한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컨트롤 타워도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관리에서는 이런 국민들로부터의 위기관리 자산이 상당한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이 큰 교훈일 것이다. 이렇듯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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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그 기준은?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그 기준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특정 기업이나 조직과 관련해 큰 위기가 발생되면, 이내 공중 사이에서는 그 위기관리에 대한 논평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 전문가 수준의 시각을 투영하며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일반인들도 부쩍 늘어났다. 기업의 사과문이나 해명문 문구 하나 하나를 분석해 가며 그에 대한 속내(?)를 병기해 빨간 펜으로 공유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일종의 비꼼이나 비아냥인데, 그 분석의 관점이나 수준이 높아 놀라기도 한다.

이런 평가의 홍수속에서 매번 고민스러운 것은 어떤 위기관리를 성공이라 하고, 어떤 위기관리를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기준에 대한 부분이다. 특정 기업의 위기관리 하나를 두고도 일부에서는 성공이다 일부에서는 실패다 라는 상반된 시각과 분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긍정적으로 위기관리를 잘했다 평가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그 외 상당수 위기관리는 그 평가에 있어서 논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반론 차원에서는 공중 상당수가 잘했다 평가하는 경우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반대로 공중 상당수가 잘 못했다 평가하는 경우는 실패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서 이부분은 잘했지만 저 부분은 못했다는 다양한 평가가 서로 엇갈릴 경우 전반적 위기관리 성패를 딱히 정해 판정하기는 쉽지 않아진다.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과연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정해야 할 것인가? 여러 케이스에서 도출된 바를 바탕으로 위기관리 성패 판정을 위한 아주 기초적 기준을 먼저 정리해 본다.

첫째, 위기가 발생되었는가? vs. 위기를 발생시켰는가?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는 기업이 평소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여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 위기도 발생하지 않는 상태가 바로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알게 모르게 현재도 수면 하에서 다양하게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평소 진행하는 여러 관리 활동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전에 기업이 통제 불가능했던 위기다. 통제할 수 없던 요인이나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제기된 문제가 기업의 관리 수준을 넘어 급격히 성장하는 경우 ‘위기가 발생되었다’ 이야기한다. 기업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이해관계자에 의해 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80년대초에 발생 된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협박 케이스다.

이 위기관리는 아직까지도 각종 교과서와 언론에 의해 기억되고 있는데, 이 위기는 존슨앤존슨의 평소 위기관리 노력을 넘어서는 협박범에 의해 발생된 위기다. 협박 범죄에 의해 존슨앤존슨 자체도 피해자가 된 케이스다. 존슨앤존슨이 위기를 만들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위기를 발생시킨’ 케이스도 있다.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 스스로 위기를 만든 경우다. 실수, 부주의, 관리소홀, 법 위반, 낮은 경영 품질, 악의, 의도적 범법, 개선 거부, 교육이나 가이드라인 부재, 비전략적 대응 등 여러 통제가능요인의 운영 실패로 인해 기업이 위기를 의도적 만들어 낸 경우 해당 기업은 위기를 발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위기 케이스 상당수는 순수하게 ‘발생한 위기’라기 보다는 ‘기업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다. 세부적으로 해당 위기를 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는지와 비의도적으로 관리 못 했는지로 나눌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동일하다. 위기관리에서는 해당 위기를 몰랐다 해도 문제다.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위기가 이해관계자에 의해 발생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기업이 스스로 위기를 발생시킨 것인지에 대한 확인은 평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이 둘 간 큰 차이에 대한 판별 없이 단순 상황이나 결과만을 보고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평가 방식이다.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은 대부분 사후 정상참작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둘째, 초기부터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위기관리를 실행했는가?

해당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공감을 가지고 기업이 문제를 풀었는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 노력과 실행이 성실하게 초기부터 진행되었던 것인가도 중요하다.

사실 이해관계자를 초기부터 정확하게 분석해 그들의 생각과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식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방식이 없다. 그런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별반 추가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생각하고 기대했던 방식 그대로 기업이 문제를 풀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위기관리는 별반 독특하거나 주목을 받지도 않는다. 위기관리 방식이 너무 당연하고 재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해야 할 것을 하는 식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은 위기를 잘 관리하는 기업이다. 특별하거나 특이할 것도 없어 보인다.

그에 비해 이해관계자를 잘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한 채 다양하고 화려한 위기관리 방식을 선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평가를 경계해야 한다. 위기관리가 기술이나 아트라고 생각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를 보고 멋지다 평가해서는 안된다. 기술이나 아트라도 그 기반은 이해관계자가 되어야 맞다. 특정기업의 위기관리가 톡톡 튀고 재미까지 있다면 한번쯤은 이 기준에 맞추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셋째, 비슷한 위기를 이전에 경험했던 적이 있었나?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위기는 이 세상 어떤 기업 누구라도 이미 경험해 보았던 유형이다. 심지어 여러 기업들이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보았던 흔한 위기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위기는 대부분 이미 다양한 전적이 있다.

이렇듯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에서 해당 기업이 이번 것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작년에 경험했던 위기를 올 해 똑같이 다시 경험했다면 평가에 보다 유의해야 한다. 당시 약속했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그냥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진행되었던 것인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실제 개선이나 재발방지가 있었는지 살피는 것이다.

만약 그런 약속한 노력을 생략한 채 다시 위기를 맞았다면 그 기업에 대해서는 위기관리를 잘 했다 평가할 수 없다. 이번 위기를 지난번 보다 훨씬 더 잘 관리했다 해도 위기관리를 잘했다 보기는 어렵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다면 해당 위기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가 이전에도 그 기업에게 발생되었던 (기업이 발생시켰던) 적이 있었는지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지난 번 약속했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실제로 제대로 실행되었는지 먼저 살펴야 그나마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넷째, 앞으로 개선이나 재발을 정확히 방지할 것인가?

현재 시점에서 해당 기업이 위기를 잘 관리했다 보여지는 것 만으로 위기관리 성패를 판단하는 것에도 좀 이른감이 있다. 이번 위기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한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곧바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주목과 그에 대한 확인도 위기관리 평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는 비싸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싸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말만 해서 위기를 관리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대부분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들은 실행하기에 많은 예산과 노력이 든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만 하고, 이내 위기가 잠잠해지면 약속했던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을 흐지부지 하게 마무리하곤 한다.

이런 흐름을 이해한다면, 해당 위기를 관리한 시점에 바로 위기관리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해당 기업이 최근의 위기 시 어떻게 했는가를 넘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해 가는 것은 위기관리 평가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섯째, 해당 위기가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되었는가?

위기가 발생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되고,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이 그 장기화를 이끄는 요인으로 확인되는 경우, 그 실제 배경에는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 VIP의 관여나 결심이 적절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특히나 한국적 기업 경영 구조에서는 VIP가 적절하게 관여하고 강하게 결심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를 풀어야 할 기업의 위기관리가 지지부진해서 위기가 장기화된다면, 이는 내부적으로 VIP의 의중이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VIP 스스로 보고의 부정확성, 공감의 결여, 의도적인 지연, 거리두기, 억울함, 분노, 패닉, 비선적 해결 시도, 커뮤니케이션 단절 등의 이상상황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단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했다고 판정하기 어렵게 된다.

성공적 위기관리의 기준에는 신속한 문제해결이 핵심이다. 위기관리 시 신속한 문제해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내부 사정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듯 해당 위기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해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또한 해당 기업이 문제를 풀 방식을 전혀 찾지 못하고 어려워하기 때문에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도 그리 흔하지 않다. VIP스스로 문제를 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신속성과 과감성을 살펴 위기관리 성패 판정을 해야 맞다.

위의 평가 기준은 기본적이기도 하지만 한국이라는 위기관리 토양에서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 시각의 잣대를 제공한다. 기업이 위기를 스스로 발생시키고도 위기관리를 잘했다 칭찬받는 경우는 최소한 없어야 한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가 없이 현란한 위기관리 기술로 성공했다는 평가는 더 이상 없어야 맞다.

이전에도 이미 동일한 위기를 경험했음에도 아무런 개선이나 재발 조치가 없는 기업에 대해서 그 때 그 때 위기관리를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아무 의미가 없다. 앞으로 개선이나 재발 방지 의지가 없는 기업을 평가하는 것도 무의미 하다. 조만간 다시 재발되는 위기를 잘 관리한다 해서 문제가 영원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를 하지 않거나 그에 대해 큰 의지나 결심이 부족한 VIP로 인해 위기관리가 지지부진 한 경우, 그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엄격 해 져야 한다. 실무자들만 나서 커뮤니케이션이나 기술로 해결하려 하는 위기관리에 대해서 잘 잘못을 따져 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케이스들을 보면 위기를 관리하고 난 뒤 지난 위기관리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전파하거나 홍보로 활용하려 하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보인다. 이 또한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가 존재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공감대 없는 홍보 시도는 그 자체로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위의 다섯까지 기준에서 벗어나는 경우임에도 성공적 위기관리라 자평하며 홍보하는 경우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그 자체는 홍보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기업 철학의 문제이고,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일 수 있다. 기업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묵묵히 해내는 것을 먼저 하자. 그게 진짜 위기관리다. 기업 차원에서 화려한 사후 평가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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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지진 이후 긴급 재난 문자가 무슨 의미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몇 주간 경북 일대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진의 강도 또한 흔치 않은 수준이지만, 끊임 없이 이어지는 여진의 반복이 유래 없는 공포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더구나 지진이 발생한 지역 주변에 주로 위치해 있는 원전시설과 방폐장 시설, 화학공업 단지, 주요 생산 시설들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와중에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반복하고 있다. 지진발생 이후 몇 분 지나 발송된 때늦은 재난 문자가 타겟이 된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해당 시간이 재난 문자를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었음을 강변한다. 재난 문자 대상과 방식 그리고 신속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몇 번의 강진에 따라 계속되는 때늦은 재난 문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철없이 홈페이지까지 반복 다운되어 버리니 국민안전처는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어져 버린 듯하다.

결국은 지진관련 긴급재난문자를 기상청이 발송 담당하는 것으로 체계를 변환시키면서 해당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그랬어야 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필자도 왜 처음부터 옥상옥(屋上屋)에 사일로(silo)를 만들고 거기에 신속함이라는 압박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최고 우선 가치는 신속이고 정확이다. 일단 신속이 전제되어야 정확이 의미를 가진다. 신속함 없는 정확성이란 평시에는 가치가 있을 수 있어도 위기 시에는 그 가치가 반감된다.

기업에서도 최초 위기 상황을 감지한 직원이 내부 위기관리팀에게 해당 상황을 ‘신속’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툴을 통해 동시에 여러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에게 위기 상황을 판별해 전파하는 체계를 가진다. 그러나 몇몇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활동이 ‘정치적 활동’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평시보다 훨씬 더 복잡한 보고 공유 체계를 고수하기도 한다. 즉, 최초 감지자-상위자-팀장-임원-위기관리팀장 및 위기관리팀 구성원의 단선형 보고 체계를 의미한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신속함’은 실현 불가능하게 된다. 보고의 정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고, 대표이사에게 까지 올라가는 프로세스를 거치므로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같은 단선형 보다는 1보는 감지 판별 후 즉시 동보 전파, 1보부터는 위기관리팀장의 리드하게 상황 파악 및 대응 준비(대표이사 보고 포함)의 단계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상청에게 긴급재난문자 발송 역할을 준 것은 이상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감지 판별 후 1보’ 역할을 기상청에게 부여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국민안전처는 원래부터 기업에서 위기관리팀장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시 ‘긴급재난문자’ 자체로 돌아가보면, 긴급재난문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사전 고지형

첫 번째 유형으로는 ‘예기되는 재난 상황을 미리 고지해 사전 주의와 대비책을 마련하게 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다가오는 태풍에 대한 사전 고지와 그에 대한 안전 주의 사항들을 고지하는 형식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는 긴급재난문자라는 표현보다는 ‘안전 주의 고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신속의 중요성은 다른 유형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장 적다.

사후 고지형

두 번째 유형은 ‘재난 발생 상황을 직후 그대로 전파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유형’이 되겠다. ‘언제 어디에서 강도 몇의 지진이 발생했다. 주변 주민들은 안전에 유의하라’는 긴급재난문자가 바로 그런 유형이다. 이 경우 긴급재난문자를 받게 되는 주민들의 많은 수가 해당 사실을 이미 몸으로 인지하고 경험한 후가 된다. 일부 인지나 경험이 없었던 주민들도 해당 재난 사실을 공유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 유형은 긴급재난문자를 받는 주민들에게 어떤 구체적 활동을 지시하는 역할은 없어 보인다. 이 또한 ‘주의 고지’가 주 목적이 되겠다.

행동 지시형

세 번째 유형으로는 ‘임박한 재난의 피해를 방지 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지시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유형이 진짜 ‘긴급재난문자’라고 볼 수 있다. 지진같이 전조가 특별하게 감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부 불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역별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정 계곡과 하천 등지에 있는 캠핑족에게는 이러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매우 유효하다. “이 문자를 받는 자들은 신속히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구체적 활동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특히 신속함이 생명이다. 폭우로 하천이 범람 해 계곡과 하천인근의 캠핑족을 다 휩쓸고 지나간 뒤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보았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시 민방위본부에서 대피 고지하는 형식도 이런 유형일 수 있다.

이번 국민안전처가 곤욕을 치렀던 긴급재난문자의 유형은 두 번째 ‘사후 고지’ 유형이었다. 그 신속성에 있어서 적적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전 고지’ 유형의 경우 별반 신속성에 있어 비판 받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가끔 “혹서가 지속되는데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자꾸 와서 귀찮아 죽겠네”하는 불평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긴급재난문자의 목적을 생각할 때 큰 의미 있는 불평은 아니다. 안전은 기본적으로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매우 귀찮은 주제일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긴급재난문자 실행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세 번째 ‘행동 지시’ 유형이다. 신속성을 필히 담보해야 하고, 지역 또는 대상을 확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해당 긴급재난문자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지역별 재난 발생 가능 유형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실질적인 적시 적정대상 발송은 불가능해진다. 점증적 재난 상황을 사전에 지역별로 쪼개어 예측할 수 있는 분석 기술도 전제된다. 기존에 해당 지역별로 발생했던 재난 유형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도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나머지 두 유형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와 투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실질적인 긴급재난문자가 실제로 가동 가능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번 ‘사후 고지’ 유형의 긴급재난문자 발송에서도 여러 미숙한 문제와 논란을 일으켰는데, ‘행동 지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실제 유효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긴급재난문자 체계를 다시 한번 처음부터 꼼꼼하게 점검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행동 지시형’ 긴급재난문자 유형의 현실화를 목표로 지역별 상향식 재난 유형 분석과 데이터베이스화가 더욱 정교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런 기준과 대상지역들을 정하고 그 틀을 만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국민안전처라 생각한다.

이제 국민안전처에게는 긴급재난문자 발송 책임이 없어졌다. 활동이 없어졌으니 앞으로는 책임도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지진 시 때늦은 긴급재난문자에 대한 비판은 그 활동주체인 기상청이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판에서 한층 자유로워 진 국민안전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말대로 국가적인 위기관리팀의 팀장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 매뉴얼들이라도 좀 통합하고 상호간 협업 가능한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는 말도 일견 맞다. 하지만, 모든 매뉴얼은 최소한 현 상황에서는 완성 수준에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해서는 실제로 재난 및 위기관리 시뮬에이션을 돌려보면 문제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각 재난 및 위기관리주체별로 자기 영역 싸움과 사일로 경쟁이 발생하는 현장을 그대로 보고 현장에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를 담당해야 할 주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은 기본이다. 정부 문화나 성격상 ‘약속 대련’ 형식의 훈련 및 시뮬레이션을 포기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일정 횟수의 경우 ‘자유 대련’ 형식의 시나리오 없는 시뮬레이션도 일부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매뉴얼을 들고 각종 대피시설이나 대응 장비 및 물자들이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보도를 위해 언론사 기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확인 점검을 왜 국민안전처는 못하는지 모르겠다. 없으면 빨리 채우고, 바뀌었으면 바꾸어 고지하자. 재난이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만 이루어지면 충분하다.

국민안전처는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 재난 시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통신이 불가능해진다면, 전기가 사라진다면, 물이 없어진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상적 생존 물자 보급이 불가능 해진다면 국민안전처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리 고민에 고민을 더해 보자. 재난이 발생한 뒤 이런 이런 최악의 상황이라 제대로 대응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그만하자.

마지막으로 국민안전처 자체를 위한 홍보는 이제 그만하자. 국민안전처가 개발 한 더 나은 매뉴얼과 재난 대응 체계들을 보다 적극 홍보하자. 누구나 안전 매뉴얼이나 행동요령들을 어디서나 손쉽게 다운로드 받고 접할 수 있게 하자. 완전에 가까워진 재난 대응 물자들과 설비들을 홍보하자. 미국이나 일본이 하고 있는 수준을 따라라도 하면서 그들이 홍보하는 형식도 따라 해 보자. 실질적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적시에 하자. 그게 곧 홍보라고 생각하자. 위기관리를 잘하는 것이 국민안전처를 위한 진정한 홍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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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2007년 여러 번 제품 유해성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적 완구 회사 마텔(Mattel). 연이은 리콜속에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던 것에는 당시 마텔의 회장이자 CEO였던 밥 에커트(Bob Eckert)의 리더십이 주효했었다.

밥 회장은 이듬 해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한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의 위기관리팀을 치하했다.

최근 필자에게도 한 대기업 회장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까요? 우리 회사가 가장 신속하게 구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스템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필자는 답변으로 마텔 밥 회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해 드렸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회장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이미 존재합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으로 정리 되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페이지가 위기관리팀 페이지입니다. 비상연락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팀이 회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중추가 되도록 하시는 것이 현재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위기관리팀이 사내에 존재한다면 그 보다 든든한 자산이 없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믿으실 수 있는 그런 강한 팀을 만드시는 것이 핵심이 되겠습니다.”

기업 임원들과 위기관리 워크샵과 트레이닝을 하면서 필자가 자주 강조하는 개념들 중 하나도 바로 ‘누가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 강조하는 ‘누가(who)’가 바로 위기관리팀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을 분석해 보면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는 기업과 임직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위기관리팀’의 존재 자체를 구성원들이 모른다.

사내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임직원들이 많은데, 그 속안에 위기관리팀이라는 것이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어렴풋하게 무언가 조직 되어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니 문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임원들이 대책 회의에 참석해서도 ‘누가 각각의 대응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여러 대응 방안들과 주제 대상들을 토론하지만, 결국 실행 단계에 있어서는 서로 그 실행 주체가 ‘누구(who)’여야 하는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거나 시간을 보낸다.

‘위기관리팀’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두 번 위기를 관리해 본 조직들의 경우가 그렇다. 오랜만에 접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니 그 속에 위기관리팀에 대한 규정과 리스트가 있다. 그 리스트를 보니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어 자기가 위기관리팀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몇 페이지를 넘겨보니 자신에게 맡겨진 위기관리 업무들이 꽤 많다. 위기 발생시 대응해야 하는 업무들도 자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근데 궁금해진다. 이 많은 업무들을 실제로 내가 해야 하는 걸까? 이걸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걸까? 이걸 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 건가? 그리고 (더더욱 우려스러운 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감이 서질 않는다. 그렇다고 위 임원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당연히 이런 경우 단순 소속감만 느끼게 될 뿐, 실질적인 시스템이나 역량 강화는 불가능해진다.

‘위기관리팀’ 다른 구성원들은 무얼 하는 걸까 궁금 해 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떻게 되가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위기관리팀 리스트에 보니 상당히 여러 부서 임직원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들이 다 무얼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해 진다. 얼핏 보면 문제가 발생한 부서가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 하라 하는 것 같은데, 그 외 문제가 없는 부서들은 왜 리스트에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경우에는 정보보안부서와 고객관련 부서들이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에 마케팅이나 영업 같은 부서가 왜 유관으로 정리되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 밖에 대부분의 문제는 언론에서 다루어지니 홍보부서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위기관리팀 리스트 자체를 의아해 한다.

이 위기관리팀 조직 운용이 ‘잘 될까?’ 의심한다

사내에 구성된 기존 태스크 포스 팀만 해도 수십 개다. 그 중 태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결과물을 내놓는데 하 세월이 걸린다. 부서간 협업? 불가능해 보인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거창한 ‘사일로(silo) 현상’ 같은 걸로 성명하지 않아도 이종의 두 부서가 의견을 정리해 한가지 실행을 하는 것 자체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통하고 협업하라, 사일로를 극복하고 쌍방향, 균형적 커뮤니케이션…여러 이야기를 해도 쉽지 않다. 각 부서장들도 힘들어 한다. 위기관리팀 리스트를 보니 덜컥 겁이 난다. 이 여러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누가 움직일 건가? 협업이라는 게 이런 규모로 가능할까?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데 이런 위기관리팀 운용이 실제 될까? 의문을 품고 두려워한다.

이런 현장의 많은 생각과 현실이 존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말 만큼 그리 쉬운 것이 아니하는 의미다. 그러나 그렇다고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축 개발 노력을 포기할 것인가?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가? 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언들을 정리 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팀이 작은 누가(small who)라면, 큰 누가(big who)를 결정하라

위기관리팀의 수장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마텔의 경우 위기관리팀의 수장은 회장이자 CEO인 밥 자신이었다. 위기관리팀 수장으로서 밥은 자신의 위기관리팀을 어떻게 리드해야 하고, 어떤 역할과 책임을 누구에게 재분배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상당히 많은 매뉴얼에서 그 큰 누가(big who)에 대한 지정과 서술이 모호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VIP들의 강한 리더십과 책임, 그리고 관여가 없이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성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큰 누가(big who)들이 먼저 훈련 받아야 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은 강력한 리더들의 작품이다. 리더들이 먼저 제대로 훈련 받지 않고서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운용할 수 없다. 리더들은 어떤 위기들이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을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각각의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어떤 상황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 진행 발전될지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의 전개에 따라 자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전략과 대안을 바탕으로 의사결정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을 쌓고 있어야 한다. 이는 실제 위기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큰 무리가 있어 평시 반복된 훈련으로 숙련된 경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알아야 리드할 수 있다.

셋째, 자주 마주 앉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관리팀의 존재를 모르는 임직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임직원, 다른 부서는 무얼 할까 궁금해 하는 임직원, 과연 많은 부서들의 협업이 가능할까 의심하는 임직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다. 정기적으로 같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만들어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논의와 토론 그리고 훈련을 반복 제공하는 길뿐이다. 이를 통해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 준비된 위기관리팀, 빠르고 강한 위기관리팀으로의 성장이 가능해 진다. 끊임없는 마주 앉음과 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뉴얼이 곧 위기를 관리 해 주지는 않는다. 강력한 리더 한 명이 위기를 깨끗하게 해결해 버릴 수도 없다. 수천에서 수만 명의 전직원들이 움직여도 관리되지 않을 위기가 있다. 위기란 원래 그런 성격의 것이다. 대신 강력한 위기관리팀이 위기를 관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은 항상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통해서야 구현된다. 수백 페이지 두꺼운 매뉴얼에서 기업의 최고 VIP가 취할 가장 소중한 페이지는 위기관리팀 연락처 단 한 장이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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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5편] 대체 뭐가 위기인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사내에서 위기요소 진단을 진행했었는데요.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전사적 또는 부서 관련 위기 유형들을 적어 모아 보라 해서 그렇게 정리 해 보았거든요. 근데 제가 볼 때 별로 위기라고 볼 수 없는 것들도 위기라 하더라고요. 대체 뭐가 위기고 뭐가 위기가 아닌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 기분을 이해합니다. 실제 기업에 들어가서 여러 부서 팀장들과 함께 위기 요소 진단을 해 보면 그런 질문이 종종 나옵니다. 보통 자신이 자사와 부서관련 해 위기라 생각하는 상황들을 적어 몇 개씩 공유하곤 하는데요. 그 다양성에 놀라는 경우도 많습니다. 별에 별 이슈들이 다 나오기도 하죠. 심지어 일종의 소원수리(?)나 내부고발(?) 같은 주제도 거론되고 해서 분위기가 이상해 지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과정이 마치 ‘장님들이 모여 코끼리를 만지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코끼리의 발톱을 만져본 장님들은 “코끼리는 딱딱하고 두꺼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끼리의 꼬리를 만져본 다른 장님들은 “코끼리는 길고 가늘고 부드러운 것으로 마구 움직이는 성격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일부 다른 장님들은 귀를 만지고 나서 “넓고 두꺼운 부채 같은 것이 코끼리입니다” 이야기합니다. 이 경우 다들 생각하는 ‘코끼리’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죠.

기업 내 ‘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무팀에서 떠올리는 위기란 ‘현금흐름 문제’나 ‘매출액의 하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케팅팀에서는 재무팀 시각의 위기를 이해는 하지만, 그리 시급하거나 현재 상황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면 ‘늙어버린 브랜드’나 ‘광고 전략의 실패’를 대신 위기라 봅니다. 인사에서는 마케팅의 그런 시각에 동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좋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고’ 또한 ‘사내 복지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그것이 더 위기라 합니다.

홍보에서는 부정적인 위기가 발생하는 데 ‘홍보예산’이 형편없는 것이 위기라 하소연합니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모니터링도 예산이 없어 제대로 못하고 있어 언제 문제가 터질지 조마조마 하다고 하지요. 법무팀에서는 지금 업계에서 문제 되는 ‘지적재산권’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내용이 손톱 및 가시 같은 위기라고 합니다. 어디 한 유형이라도 겹치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걸 다 위기라 정리해야 하는가 아니면 어떤 기준을 두어야 하는가 고민이 될 것입니다.

맞습니다. 각 부서별로 보는 위기는 그런 것입니다. 그 다음은 그 각각의 위기에 대하여 몇 가지 질문을 더 해 보는 일이 남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추가 질문은 “그렇다면 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입니까?”입니다. 만약 그 답변이 아주 간단하게 나오거나, 반대로 아주 광범위하고 중장기적이라면 그것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다루어야 하는 우선 순위 높은 위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이물질 감지 센서를 더 구입해 생산라인에 장착하면 됩니다”라는 비교적 단순한 답변이 나온다면 그것은 매뉴얼로 관리할 위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또 “글쎄요. 저희가 더욱 더 열심히 일 해야 하겠지요”라는 거대한 솔루션 답변이 나오는 위기유형도 매뉴얼로 관리할 순 없는 위기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누가 그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할까요?”라는 것입니다. 만약 그 역할을 ‘한두 부서’에서 담당해 관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매뉴얼로 관리할 수준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선 판매점 직원들의 서비스 품질 저하”가 위기라고 한다면, 이를 관리 할 부서는 매장관리팀, 교육팀 등 몇 개로 정해져 있습니다. 전사적으로 여러 부서들이 모여 머리를 맞댈 건은 아니라는 것이죠.

세 번째 질문은 앞의 두 질문을 통과한 위기로 “해당 위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모두 모여 긴급하게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위기유형들을 놓고 솔루션 존재 유무, 관리 책임 부서의 다양 유무, 관리 주체 수준의 적용 가능 여부를 따져 보아야 구체적으로 매뉴얼을 통해 관리해야 할 ‘위기’가 추려 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외 위기 유형들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관심 둘 필요 없다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위기 유형은 그 자체로 관리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단 관리 방식과 주체들이 비교적 간단하거나 가능한 것일 경우에는 바로 해버리면 된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관리 방식이 구체적으로 복잡하고, 관리 책임 주체들이 여럿 연결되어 있고, 그럼에도 최고경영자들이 악화 시 개입해야 하는 것들을 보다 면밀하게 챙겨보자는 것입니다. “그건 위기고, 그건 위기가 아니야” 이런 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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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2017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0편] 위기대응이 플랜대로 되긴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매번 위기 때면 사전에 대응 플랜을 만들라 하는데요. 솔직히 이전에 만들었던 대로 그냥 구색을 갖추는 것뿐 입니다. 현실에서 플랜이 그대로 실행 될 리가 없어 보이고요. 모든 게 플랜대로 되겠나 해서 거부감이 듭니다. 대응 플랜을 세우는 것이 효과가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예전에 세계2차 대전의 영웅이자 미국 대통령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플랜(plan)은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 하지만, 플래닝(planning)은 전부다(everything)” 이 말의 뜻은 질문에서 지적하신 대로 대응 플랜은 실제 상황에서 그대로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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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들과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이 기획하고 뜻한 대로만 모든 것이 이루어 진다면 얼마나 삶이 만만하겠습니까? 플랜은 그냥 플랜일 뿐이죠. 그러나 아이젠하워는 수많은 전투 지휘의 경험을 기반으로 ‘플랜’ 보다는 ‘플래닝(플랜을 세우는 과정과 노력)’이라는 부분에 주목 하고 있습니다.

플랜대로 현장에서 전투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 전투를 위해 미리 여러 고민을 하고, 전략을 세우고, 인력과 장비를 준비하고, 예산을 세우고, 훈련을 하는 모든 그 과정을 ‘플래닝’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 ‘플래닝’은 그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승리를 향한 가치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과연 ‘플랜(plan)’인가? 아니면 플래닝(planning)인가? 두꺼운 서류 더미로서의 ‘플랜’을 생각한다면 그건 별반 소용이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 플랜을 만들기 위해 위기관리팀이 모여 고민 하고, 발생 상황에 대해 함께 예측과 예상을 하고 하는 작업(planning)을 먼저 떠 올리신다면 그것은 보다 성공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상황 시나리오들이 가능한지, 그 각 시나리오별로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누가 대응해야 하고, 어떤 대응을 통합적으로 펼쳐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먼저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예산과 관제와 평가 등에 대한 것들도 살펴보고 챙겨보는 것이 바로 플래닝입니다. 이는 분명히 성공적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되는 대응 그 자체입니다.

CEO께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플랜을 다 세웠나요?”라고 물으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플랜이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답변은 플랜이라는 서류가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네, 저희가 함께 플래닝 해서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준비하고 있습니다)”는 답변이 좀더 신뢰가는 답변이 될 것입니다. 단순한 문서의 준비가 아닌 인력들의 준비라는 부분에 핵심이 있습니다.

일단 ‘공유되지 않는 플랜’은 진정한 의미로서의 플랜이 아닙니다. 그 과정에 있어 관련 인력들의 참여가 없는 플랜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잘 만들어진 플랜이란, 모든 관련 인력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만들어 공유하고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실제는 어떻습니까? 혹시 예상되는 위기 대응 플랜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시 플랜을 예전 양식에 맞추어 문서화 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습니까? 혹시 외부 컨설팅 회사에 의뢰 해 알아서 플랜을 짜달라 하지는 않습니까? 플랜을 한 두 명의 홍보실 담당자가 뚝딱하고 만들어 책상 위에 올려 놓은 적은 없습니까? 혹시 CEO께서 구두로 읊어주신 대응 방식들을 버무려 플랜이라 칭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플랜보다는 ‘플래닝’에 보다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서류나 문서를 떠올리지 마시고, 그 대신 같이 모여 고민하는 장면들을 떠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 처음과 끝을 모두가 함께 공유하면서 한 스텝 한 스텝 나아가는 과정의 의미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절대로 만들어진 플랜대로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플래닝을 한 조직은 그 과정에서 얻은 역량을 기반으로 조석변개(朝夕變改)되는 상황에 보다 잘 대응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만약 변화적인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면, 바로 다시 모여 수정된 대응을 공유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종이 더미인 ‘플랜’으로는 위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플랜’을 생각하시기 보다는, 그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 더욱 더 주목하셔야 합니다. 책장 속에 전시되고 있는 매뉴얼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가져다 주지 않습니다. 위기 시 아무 가치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플랜에 집중하기 보다는 플래닝에 집중하는 성공적인 기업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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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76편] 내년에는 뭘 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올 해에는 조금 힘들 것 같고요. 내년에는 저희 회사 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도 업데이트 했으면 하고요.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이라는 것도 받았으면 하고요. 다른 기업들은 보통 무엇부터 시작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자사의 현황을 좀 더 정확하게 체크하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다른 회사 각각에는 다양한 현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냥 따라서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PT를 받을 때도 그렇지 않습니까? “보통 몇 킬로 덤벨을 가지고 훈련하나요?” 물어서 덤벨의 무게를 정하지 않습니다. 일단 들어보고 힘들면 무게를 줄여서 시작하고, 너무 가볍다고 느끼면 그 이상의 덤벨을 선택 해 운동을 하죠.

“남들이 요즘 필라테스라는 걸 많이 하던데, 저도 필라테스를 먼저 해야 하나요?”하는 질문도 좀 우습습니다. 각각의 사람에 따라 필요하고 유효한 운동 타입들이 있는 거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그냥 따라 시작해서는 반대로 몸을 망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가 어느 수준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의 업종을 볼 때 어떤 취약성들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에 발생해 왔던 이슈나 위기 유형들을 검토 해 보았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체계라는 것이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감도 내부에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취약성 진단작업은 사내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분들이라면 누구든 고민이 가능합니다. 최고경영자그룹에서 보는 취약성들도 청취 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여러 시각들과 자체적인 평가들 그리고 정보들을 취합해서 내부 논의를 시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새해부터 이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며 열심히 운동 하면, 연말에는 이런 이런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을 거야. 몸무게, 체지방, 근육은 이렇게 변화시켜야 하겠어. 나아가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 등등에도 이런 효과가 나타났으면 좋겠군” 이런 그림이 회사 내부에서 그려져야 좀더 발전적인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가 개시되고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만약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내부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무언가 방향이나 절차를 잘 못 수행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트레이닝은 갑자기 왜 하게 된 거지?” “이 작업은 누가 지시한 거죠? 바빠 죽겠는데…” “이걸 해서 뭐하게요? 이런 거 예전에도 몇 번 했었는데? 효과가 없었거든요?” 내부 공감대가 없다는 의미죠.

일반적으로 기업들에서 잘 못된 처방을 받아 들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언론과의 접촉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 임직원들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습니다. 매장이나 지점 등의 일선 창구들이 취약하게 열려 있는 상태에서, 온라인 이슈관리 체계에 집중합니다. 최고경영자그룹의 위기관리 경험 수준이 비교적 낮아 실제 위기 발생 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지역 일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만 실행합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본사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이 빠집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홍보팀에서 과장 하나와 대리 두 명이 모여 만듭니다. 그나마 과장도 타사에서 입사한지 3개월된 분입니다. 실제 위기 대응 역량이 존재하는지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관리 의식 고취를 위한 조찬 강의를 6개월마다 어랜지 합니다. 온라인 이슈관리 체계를 강화하라고 하셔서 포탈에서 밀어내기 대행사와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체계 강화 결과 보고를 합니다. 위기 발생 시 내부 알러트와 상황공유를 위해 모바일 알러트 시스템을 만듭니다. 그런데 그 알러트를 받는 분들이 대응 의사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 알러트에 매번 홍보팀만 움직입니다.

요즘 종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누가 만드냐고 하면서, 사내 인트라넷에 연결된 쌍방향식 위기관리 매뉴얼을 디자인합니다. 그러나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서 몇 년째 프로젝트 개시가 지연됩니다. 매뉴얼에 대한 교육이라도 먼저 시켜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예전에 만들어진 매뉴얼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실무자들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이유들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고통 받습니다. 자사에 대한 정확한 사전 진단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 때문입니다. 내년 플랜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까(what)’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 ‘왜 해야 할까(why)’를 먼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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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2013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수억장의 매뉴얼보다 빨리 마주 앉는 것이 위기관리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 때 일부 기업들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들을 담아 완전하게 대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힌다. 하지만, 실제 위기관리 매뉴얼들을 분석해 본 경험이 있고, 실제 위기관리 업무에 있어서도 많은 경험이 있는 경우들에는 이런 개념을 추구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상황과 사니라오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최대한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리고 그 각각에 대해 아주 세세한 것들을 모두 예상하여 준비시키고 마련해 놓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멋진 체계가 어디있을까?
그러면 왜 매뉴얼에는 그런 모든 것들을 담을 수 없을까? 한번 아주 간단한 개념을 통해 살펴 보자.
기본 위기 상황 설정

“______A____가 _____B____를 폭행했다”

이런 기본 위기 상황 서술이 있다. 이에 대한 ‘기본 위기 유형 제목’은 ‘임직원에 의한 폭행 케이스’가 되겠다. 제목은 아주 간단하다. 상황 서술문도 주어와 대상인 목적어를 포함 해 무척 간단 해 보인다.
변수 1: 주체
하지만 A에 들어가는 주어들이 상당히 다양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일단 각각의 수와 동일하거나 더많은 상황의 갈래들이 파생된다.
1. (우리 회사) 회장님_________이
2. (우리 회사) 사장님(전문경영인)_______이
3. (우리 회사) 회장 사모님______이
4. (우리 회사 승계자인) 회장님 맏아들이자 현직 임원________이
5. (우리 회사 승계자+최근 추문으로 언론 주목을 받는) 회장님 맏아들/현직 임원 _____이
6. (우리 회사) 일반 임원__________이
7. (우리 회사) 직원____________이
변수 2: 대상
이 외에도 수없이 다양한 내부 임직원 주체들로 분별 가능하다. 일단 좋다. 그러면 ‘임직원에 의한 폭행 케이스’를 이렇게 7개로만 시나리오를 도출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각각의 임직원분들이 누구를 폭행했느냐 그 대상에 따라 다시 다양한 상황 시나리오들이 파생된다. 한번 대상을 예상 해 보자.
1. 항공사 승무원을___________폭행했다.
2. 호텔 발렛 파킹 직원을___________폭행했다.
3. 내연녀(남)를 ___________폭행했다.
4. 거래처나 협력업체 임직원을 __________폭행했다.
5. 술집 종업원을_____________폭행했다
6. 일반 시민을__________ 폭행했다
7. 내부 직원을____________폭행했다.
이 것 말고도 그 대상을 나누자면 끝이 없다. 물론 누가 누구를 폭행했는지에 따라 상황별로 심각성이나 대응 전략과 방식을 모두다 달라져야 한다. 일단 이렇게 7개 대상 타입으로만 나누면 어떨까? (주체가 7개 타입이니 대상을 7로만 잡으면 7 X 7 = 총 49개 상황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렇게 49개 시나리오에 따른 상황들을 대비하기 위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 수만 있어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여기까지는 인력 투입으로 가능한 수준이다.
변수 3: 이유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이 49개 상황 시나리오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했다]는 상황 시나리오로 (상황 시나리오 번호 1-1) 예를 들어보자.
이 상황 시나리오만 가지고는 세부 전략이나 메시지를 세우기가 좀 부족해 보인다. 여기에서 또 1-1-여럿의 세부 시나리오들이 나올 수 있게 된다.
먼저 회장님이 폭행을 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했다. 그 이유는 _________________________였다.
1.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______________이유였다.
2. 라면이 짜다는_________이유였다.
3. 비행기에서 소란을 피우지 말라는 요청을 했다는__________이유였다.
4. 시간에 늦어 탑승이 불가능하다 했다는__________이유였다.
5. 의도적으로 회장님의 폭행을 유도했기__________때문이 었다.
6. 해당 승무원이 먼저 폭행을 행해 왔기 __________때문이었다.
7. 같은 비행기에 탄 탑승객과 싸움을 말리면서 비의도적으로 __________였다.
일단 이것도 7개 정도로 가늠해 보자. 폭행의 이유에 대해서도 일단 이 것들 이상의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이유에 따라 기업의 대응 전략들과 메시지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황 시나리오를 만들게 되면 최초 주체 7개 X 대상 7개 X 이유 7개 =총 343개의 세부 상황 시나리오가 세워져야 한다.
뭐 이정도도 아직까지는 괜찮다. 위기 상황들을 모듈화 해서 프로그램에 돌려서 재 유형화 하면 되지 않을까 하기 때문이다.
변수 4: 수준
그 다음 이 343개의 상황에 따라 또 예상해야 하는 세부 상황들이 있다. 바로 폭행의 수준이다.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시나리오 번호 1-1-1] 이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다시 세부 상황을 나누어 보자.
1. 살짝 신문지나 잡지로 몸을 스쳤다.
2. 뺨을 한번 때렸다.
3. 발로 차고 마구 때렸다.
5. 이빨을 부러 뜨리는 등 중상해를 입혔다.
6. 불구자를 만들었다.
7. 사망하게 만들었다.
일단 또 이렇게만 해도 7개 세부 상황 시나리오들이 만들어 진다. 이제는 2401개의 세부 상황 시나리오들이 도출된다. 더 이상은 인력이나 기계로 관리할 수 없는 규모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또 다른 상황 변수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폭행을 한 시점과 사회 분위기도 감안을 해야 대응 전략이 나오기 때문이다.
변수 5: 시점 및 환경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실짝 신문지나 잡지로 몸을 치는 폭행을 했다.] [시나리오 번호 1-1-1-1] 이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다시 들여다 보자. 이 상황이 발생한 시점과 사회 분위기를 보면,
1. 종종 그러한 폭행이 이루어지고 당연시 되는 환경이었다
2.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곧장 온라인과 언론에 알려져 큰 망신을 당하는 환경이었다
3. 정부에서 이런 폭행에 대해서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던 환경이었다
4. 같은 회사에서 여러 임직원들에 의해 유사한 폭행이 연이어 발생하던 시기였다.
5. 해당 폭행자가 벌써 여러번 동일한 폭행을 가하던 상황이었다.
6. 한번도 이런 폭행 전례가 없고, 그분 스스로 폭행 반대 철학을 대변하던 분이었다.
7. (다른 초대형 위기가 있어) 아무도 이런 수준의 폭행에는 신경 쓰지 않는 환경이다.
이렇게만 일단 시점과 사회환경을 꼽아보면 이로 인한 세부 상황 시나리오 수는 이제 16,807개에 이르게 된다.
변수 6~ : 그외 세부 상황 변수들
이후에도 해당 세부 상황 시나리오를 오프라인 언론에 노출되는지, 온라인 매체에 노출되는지, SNS에도 노출되는지, 여론들이 강하게 타는지 여부…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이 투입되는지, 여론의 프레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등등에 대해서 까지 더욱 더 자세한 세부 시나리오를 만들게 되면 수십억 개 이상의 세부시나리오들이 나오게 된다. 즉, 상상은 할 수 있지만, 문서화를 할 수는 없는 규모와 범위가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활용적으로도 이렇게 방대한 (하나의 상황 기본 서술에도 수십억개 세부 상황 시나리오가 가능) 분량의 매뉴얼들을 누가 어떻게 열람하고 기억하며 훈련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매뉴얼의 범위는 ‘기본 위기 유형’에 따른 매뉴얼이면 충분하며, 실용적이라 말할 수 있다. 실제로도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그렇게 위기관리 매뉴얼을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세부적이고 각각 다른 환경적 상황이 전개되면
우리는 무엇에 기반 해 위기를 관리해야 하나요?”
“빨리 모두 모여 앉아 의사결정 하십시오”
수천장의 매뉴얼보다 위기 발생(또는 감지) 직후 즉시 모여 마주 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주 앉는 것이 곧 체계고 전략의 핵심 기반이다. 매뉴얼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1월 112013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위기관리 프로세스 FAQs] 위기관리 시나리오는 상황 분석 보고와 함께 제시되야 한다?

FAQs : 3단계 보고 및 공유 단계
[질문] 위기 발생 시 윗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 중 하나가 시나리오가 아닌가 합니다. 해당 위기 요소가 어떻게 향후 진행 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모습들을 보고 싶어 하시는데……위기관리를 위한 시나리오를 보고하는 방식과 싯점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요? 또 누가 시나리오를 개발해야 하는 건가요?
[답변] 분명한 것은 위기 요소 감지에서 보고 및 공유까지 오는 단계에서 최소한의 위기관리 시나리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황 보고만으로도 감지덕지한 돌발적 사건 사고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위기관리 시나리오는 일반적으로 해당 위기 요소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 발전될 것인지를 현재 상태에서 구조적으로 파악 해 가능성을 중심으로 카테고리화 한 그림을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그림 또는 지도를 보고 하는 위기관리와 그렇지 못한 위기관리는 천지차이
우선 현재 위기 상황에 대한 입체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해당 위기 상황에 관련 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들과 생각들을 분석해 핵심 변수들을 확정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기업이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하겠는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물론 이 결정들은 위기관리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되지만, 위기관리위원회 대상 보고 및 공유 이전에 어느 정도의 가능 옵션들은 분석되고 도출되는 것이 좋습니다. 위기관리위원회에서 그 구성원들이 모여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종종 보는데,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위기관리위원회에서는 감지, 정보취합 및 분석 된 위기상황에 대한 향후 시나리오들을 ‘쇼핑’하는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상황과 선택 가능한 입장들의 연결
시나리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앞의 전제 작업들이 최대한 충실하게 진행되어야 할 뿐 아니라, 그에 더해 우리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입장들을 가능한 세분화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에 따라 시나리오 구성 옵션들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력제품에 대한 대규모 동일 소비자 컴플레인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을 가정 해 봅시다. 해당 제품의 문제는 명확하게 생산 과정에서의 기술상 하자로 내부 분석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불만 접수 숫자와 불평 수준을 판정해 보니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당장 리콜을 결정하기에도 너무 큰 부담이 있습니다. 고객관리 부서와 생산기술부서들의 의견을 듣고, 영업, 마케팅, 대관, 법무와 홍보 부서들의 생각도 모아봅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을 한번 살펴 봅니다.
첫 번째, ‘전량 공개 리콜 발표 및 진행’이라는 옵션이 있습니다. 자발적 공개 리콜입니다. 두 번째, ‘일괄적 A/S 캠페인 진행’이라는 옵션이 있습니다. 비공개이지만 소비자불만 제기 고객들을 우선 대상으로 A/S인력들을 확충해 단기간에 캠페인을 진행 해 문제를 최소화합니다. 세 번째, ‘순차적 A/S 활동 진행’ 옵션도 있습니다. 현재와 같이 A/S직원들이 가능한 빨리 불만 제기 소비자 댁을 방문해 A/S를 성심껏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세가지 옵션이 위기관리 시나리오의 틀이 됩니다.
이불리(pros and cons)에 대한 자세한 예측과 분석은 의사결정의 기본 재료
하나의 상황에 시나리오 옵션 3개가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옵션에 대해서는 선택 시 예상되는 이불리(利不利) 포인트(Pros and Cons)들이 추가적으로 연결 정리됩니다. 그 예로 첫 번째 옵션인 ‘전량 공개 리콜 발표 및 진행’ 옵션에는 유리한 부분은 ‘책임 있는 기업 및 브랜드 명성을 유지 강화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의 품질 문제가 유사 제품군으로 확대 해석되는 부분을 빠르게 방지할 수 있다.’ ‘제품 하자와 관련하여 추가적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등등의 분석이 필요합니다.
불리한 부분에 있어서는 ‘공개 전량 리콜에는 예산이 500억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예산의 압박이 강하다’ ‘자사가 이 규모의 대량 리콜 프로세스를 진행해 본 경험이 없어 프로세스 진행에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다’ ‘이번의 대규모 공개 리콜로 인해 현재 추가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제품 B에 대한 동일한 공개 리콜 압박이 발생할 수도 있다’ 등등의 포인트들이 정리가 됩니다.
미리 시나리오 옵션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형식적 보고는 위험
명심해야 하는 것은 보고와 공유를 위해 일선 실무자 그룹들이 최선의 시나리오를 미리 결정해 놓고 보고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선 실무자들과 그에 협조하는 전문가 그룹들은 가능한 객관적으로 여러 시각과 분야에서 시나리오 옵션별 유리와 불리를 따지고, 가능한 빠짐없이 영향력들을 예측해서 차후 상황을 그려 보는 것에 충실해야 합니다. 각각의 옵션별 이해와 결정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위기관리위원회에서 내리게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실무자로서 생각은 가지되 그것을 정답으로 제시하진 말아야
물론 CEO나 최고위임원들 중 하나가 위기관리위원회 의사결정 도중 위기관리 매니저들에게 “당신들은 현재 상황에서 어떤 옵션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가?”하는 질문을 한다면 이에 대한 각 매니저들의 생각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은 모든 위기관리 상황에서 정답이 홀로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여러 상황들과 조건들을 최대한 둘러 보고 집단의사결정을 통해 최선의 답안을 선택하는 것일 뿐입니다. 여러 매니저 각자의 생각들을 듣고 토론하고 다시 시나리오 옵션들을 살펴보고 하는 과정에서 CEO나 최고위임원들은 최선의 의사결정에 점점 더 가까워 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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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2012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스템, 이 또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

기업 내 시스템은 사물이나 형태가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시스템은 곧 사람이고, 그들 각각에 들어 있는 ‘what to do’에 대한 생각들의 조합이다.

따라서 시스템을 사온다는 말이나, 시스템을 (뚝딱!) 만든다는 말은 사실 의미가 맞지 않는다.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이러한 체계가 공유 될 수 있느냐’ 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시스템(system)’이라는 단어보다 ‘체계(體系)’라는 정감 가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려 한다.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흡사 IT시스템을 생각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도 있고, 마치 시스템이라는 것이 잘 포장된 박스에 담겨 팔리는 공산품처럼 느끼는 분들도 있어서 한마디로 ‘체계’라는 단어를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인하우스의 위기관리 매니저 입장에서는 업무의 단순화 효율화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기 때문에, 이 체계라는 것을 좀 어떻게 한번에 구입하거나, 단순하게 가져다 심으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해본 분들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더 현실적인 위기관리 매니저들의 고민은 ‘체계가 곧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고, 공유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핵심이 있다’하면 스스로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로서의 역량을 반신반의하는 부분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체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가 ‘그들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커뮤니케이션’과 ‘공유’ ‘협업’에 대한 자신을 강하게 갖지 못한다는 부분이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가 한다.

홍보부서에서 오랜 일을 한 분들일 수록 스스로 자신의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에 있어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출입기자 또는 언론 관련 이해관계자들로 한정’하고 있다면 이 부분은 이러한 체계 구축 과정상 분명한 걸림돌이 된다. 심지어 “왜 홍보팀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라는 직접적인 질문을 받을 때는 상당히 어렵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에게는 실제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사내 역량이 있다. 기업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션과 콜래보레이션에 일정기간 이상 익숙해야 하고, 이를 스스로 자기 부서의 직무기술의 중요한 핵심으로 정립하는 사전 역량이 그것이다.

기업의 대소와 사업분야를 막론하고, 인하우스 내부의 위기관리 매니저가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못하고, 내부에서의 코디네이션을 낯설어 하며, 협업에 대해 자신이 빈약한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는 비율이 매우 희박하다는 경험칙을 가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니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말 그대로의 ‘시스템’으로 납품을 받지만, 그 ‘시스템’은 그냥 시스템으로 조직내부에서 아무런 생명력을 가지지 못하고 책장이나 서랍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어?” “위기관리에 대해 우리가 언제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했었나?”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그런 류의 기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은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다. 끊임 없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유와 협업을 이끌어 내는 그 과정과 마지막 결과물이 곧 체계다.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겨우 해낼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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