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그 기준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특정 기업이나 조직과 관련해 큰 위기가 발생되면, 이내 공중 사이에서는 그 위기관리에 대한 논평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 전문가 수준의 시각을 투영하며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일반인들도 부쩍 늘어났다. 기업의 사과문이나 해명문 문구 하나 하나를 분석해 가며 그에 대한 속내(?)를 병기해 빨간 펜으로 공유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일종의 비꼼이나 비아냥인데, 그 분석의 관점이나 수준이 높아 놀라기도 한다.
이런 평가의 홍수속에서 매번 고민스러운 것은 어떤 위기관리를 성공이라 하고, 어떤 위기관리를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기준에 대한 부분이다. 특정 기업의 위기관리 하나를 두고도 일부에서는 성공이다 일부에서는 실패다 라는 상반된 시각과 분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긍정적으로 위기관리를 잘했다 평가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그 외 상당수 위기관리는 그 평가에 있어서 논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반론 차원에서는 공중 상당수가 잘했다 평가하는 경우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반대로 공중 상당수가 잘 못했다 평가하는 경우는 실패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서 이부분은 잘했지만 저 부분은 못했다는 다양한 평가가 서로 엇갈릴 경우 전반적 위기관리 성패를 딱히 정해 판정하기는 쉽지 않아진다.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과연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정해야 할 것인가? 여러 케이스에서 도출된 바를 바탕으로 위기관리 성패 판정을 위한 아주 기초적 기준을 먼저 정리해 본다.
첫째, 위기가 발생되었는가? vs. 위기를 발생시켰는가?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는 기업이 평소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여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 위기도 발생하지 않는 상태가 바로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알게 모르게 현재도 수면 하에서 다양하게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평소 진행하는 여러 관리 활동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전에 기업이 통제 불가능했던 위기다. 통제할 수 없던 요인이나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제기된 문제가 기업의 관리 수준을 넘어 급격히 성장하는 경우 ‘위기가 발생되었다’ 이야기한다. 기업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이해관계자에 의해 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80년대초에 발생 된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협박 케이스다.
이 위기관리는 아직까지도 각종 교과서와 언론에 의해 기억되고 있는데, 이 위기는 존슨앤존슨의 평소 위기관리 노력을 넘어서는 협박범에 의해 발생된 위기다. 협박 범죄에 의해 존슨앤존슨 자체도 피해자가 된 케이스다. 존슨앤존슨이 위기를 만들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위기를 발생시킨’ 케이스도 있다.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 스스로 위기를 만든 경우다. 실수, 부주의, 관리소홀, 법 위반, 낮은 경영 품질, 악의, 의도적 범법, 개선 거부, 교육이나 가이드라인 부재, 비전략적 대응 등 여러 통제가능요인의 운영 실패로 인해 기업이 위기를 의도적 만들어 낸 경우 해당 기업은 위기를 발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위기 케이스 상당수는 순수하게 ‘발생한 위기’라기 보다는 ‘기업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다. 세부적으로 해당 위기를 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는지와 비의도적으로 관리 못 했는지로 나눌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동일하다. 위기관리에서는 해당 위기를 몰랐다 해도 문제다.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위기가 이해관계자에 의해 발생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기업이 스스로 위기를 발생시킨 것인지에 대한 확인은 평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이 둘 간 큰 차이에 대한 판별 없이 단순 상황이나 결과만을 보고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평가 방식이다.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은 대부분 사후 정상참작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둘째, 초기부터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위기관리를 실행했는가?
해당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공감을 가지고 기업이 문제를 풀었는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 노력과 실행이 성실하게 초기부터 진행되었던 것인가도 중요하다.
사실 이해관계자를 초기부터 정확하게 분석해 그들의 생각과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식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방식이 없다. 그런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별반 추가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생각하고 기대했던 방식 그대로 기업이 문제를 풀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위기관리는 별반 독특하거나 주목을 받지도 않는다. 위기관리 방식이 너무 당연하고 재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해야 할 것을 하는 식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은 위기를 잘 관리하는 기업이다. 특별하거나 특이할 것도 없어 보인다.
그에 비해 이해관계자를 잘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한 채 다양하고 화려한 위기관리 방식을 선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평가를 경계해야 한다. 위기관리가 기술이나 아트라고 생각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를 보고 멋지다 평가해서는 안된다. 기술이나 아트라도 그 기반은 이해관계자가 되어야 맞다. 특정기업의 위기관리가 톡톡 튀고 재미까지 있다면 한번쯤은 이 기준에 맞추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셋째, 비슷한 위기를 이전에 경험했던 적이 있었나?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위기는 이 세상 어떤 기업 누구라도 이미 경험해 보았던 유형이다. 심지어 여러 기업들이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보았던 흔한 위기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위기는 대부분 이미 다양한 전적이 있다.
이렇듯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에서 해당 기업이 이번 것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작년에 경험했던 위기를 올 해 똑같이 다시 경험했다면 평가에 보다 유의해야 한다. 당시 약속했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그냥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진행되었던 것인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실제 개선이나 재발방지가 있었는지 살피는 것이다.
만약 그런 약속한 노력을 생략한 채 다시 위기를 맞았다면 그 기업에 대해서는 위기관리를 잘 했다 평가할 수 없다. 이번 위기를 지난번 보다 훨씬 더 잘 관리했다 해도 위기관리를 잘했다 보기는 어렵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다면 해당 위기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가 이전에도 그 기업에게 발생되었던 (기업이 발생시켰던) 적이 있었는지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지난 번 약속했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실제로 제대로 실행되었는지 먼저 살펴야 그나마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넷째, 앞으로 개선이나 재발을 정확히 방지할 것인가?
현재 시점에서 해당 기업이 위기를 잘 관리했다 보여지는 것 만으로 위기관리 성패를 판단하는 것에도 좀 이른감이 있다. 이번 위기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한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곧바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주목과 그에 대한 확인도 위기관리 평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는 비싸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싸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말만 해서 위기를 관리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대부분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들은 실행하기에 많은 예산과 노력이 든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만 하고, 이내 위기가 잠잠해지면 약속했던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을 흐지부지 하게 마무리하곤 한다.
이런 흐름을 이해한다면, 해당 위기를 관리한 시점에 바로 위기관리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해당 기업이 최근의 위기 시 어떻게 했는가를 넘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해 가는 것은 위기관리 평가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섯째, 해당 위기가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되었는가?
위기가 발생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되고,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이 그 장기화를 이끄는 요인으로 확인되는 경우, 그 실제 배경에는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 VIP의 관여나 결심이 적절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특히나 한국적 기업 경영 구조에서는 VIP가 적절하게 관여하고 강하게 결심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를 풀어야 할 기업의 위기관리가 지지부진해서 위기가 장기화된다면, 이는 내부적으로 VIP의 의중이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VIP 스스로 보고의 부정확성, 공감의 결여, 의도적인 지연, 거리두기, 억울함, 분노, 패닉, 비선적 해결 시도, 커뮤니케이션 단절 등의 이상상황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단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했다고 판정하기 어렵게 된다.
성공적 위기관리의 기준에는 신속한 문제해결이 핵심이다. 위기관리 시 신속한 문제해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내부 사정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듯 해당 위기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해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또한 해당 기업이 문제를 풀 방식을 전혀 찾지 못하고 어려워하기 때문에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도 그리 흔하지 않다. VIP스스로 문제를 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신속성과 과감성을 살펴 위기관리 성패 판정을 해야 맞다.
위의 평가 기준은 기본적이기도 하지만 한국이라는 위기관리 토양에서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 시각의 잣대를 제공한다. 기업이 위기를 스스로 발생시키고도 위기관리를 잘했다 칭찬받는 경우는 최소한 없어야 한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가 없이 현란한 위기관리 기술로 성공했다는 평가는 더 이상 없어야 맞다.
이전에도 이미 동일한 위기를 경험했음에도 아무런 개선이나 재발 조치가 없는 기업에 대해서 그 때 그 때 위기관리를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아무 의미가 없다. 앞으로 개선이나 재발 방지 의지가 없는 기업을 평가하는 것도 무의미 하다. 조만간 다시 재발되는 위기를 잘 관리한다 해서 문제가 영원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를 하지 않거나 그에 대해 큰 의지나 결심이 부족한 VIP로 인해 위기관리가 지지부진 한 경우, 그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엄격 해 져야 한다. 실무자들만 나서 커뮤니케이션이나 기술로 해결하려 하는 위기관리에 대해서 잘 잘못을 따져 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케이스들을 보면 위기를 관리하고 난 뒤 지난 위기관리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전파하거나 홍보로 활용하려 하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보인다. 이 또한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가 존재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공감대 없는 홍보 시도는 그 자체로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위의 다섯까지 기준에서 벗어나는 경우임에도 성공적 위기관리라 자평하며 홍보하는 경우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그 자체는 홍보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기업 철학의 문제이고,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일 수 있다. 기업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묵묵히 해내는 것을 먼저 하자. 그게 진짜 위기관리다. 기업 차원에서 화려한 사후 평가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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