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기본적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대외비다. 그 존재유무에 대해서도 외부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지, 공개하거나 자랑할 만한 주제가 아니다.
외부 언론이나 다른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혹시 이번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대응 했습니까?”라 물으면 “네, 그렇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습니다.”까지가 전부다. 해당 매뉴얼은 공개하거나 그에 대해 세부적으로 왈가왈부할 주제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움직여 대응하는 체계 그 자체만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매뉴얼에는 외부 공개 시 문제가 될 소지의 내용들이 들어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회사에 OOO위기 발생시 주요 이해관계자들인 OOO은 내부의 누가 컨택, 정보제공, 관리한다는 내용들이 들어 있고, 그 대상 이해관계자들의 주요정보와 기타 어프로치 전략들이 들어있는데 이런 대외비 문건들을 어떻게 외부공개 하고, 어떻게 열람시킬 수 있겠는가? 일종의 경쟁정보이기도 하고, 일종의 불법정보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차라리 해당 매뉴얼은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전략적일 때가 있다.
체계와 매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일부에서는 위기관리 체계가 있다 없다를 놓고,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하는 판정을 내리려 시도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체계와 매뉴얼에는 그리 정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도 해당 위기를 매뉴얼화 해 놓지 않은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 부분은 뒷 부분에서 부연 설명] 또한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매뉴얼만 구축해 놓은 기업들도 수 없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뉴얼’을 보고 체계유무를 가늠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위기에 매뉴얼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매뉴얼화 되지 못할 위기관리 체계가 상당수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뉴얼은 모든 위기요소들에 골 고르게 분포되는 게 맞는다는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예를 들어 국내기업들의 현실에서 오너나 CEO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류의 매뉴얼은 존재할 수도 없을뿐더러, 존재해도 그 의미가 없다. 누가 기업 오너에게 ‘조사해 보니 회장님께서 위기요소라 우리가 회장님과 회장님 가족들의 탈법이나 범법행위를 대비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할 수 있나? 모든 위기를 매뉴얼 화 해서 관리한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
기업은 말할 수 없어서 말하지 않을 때도 있고, 말하지 않아야 해서 말하지 않을 때도 있다. 문제는 기업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그 기업을 판단한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영원히 이는 전략의 문제이고, 딜레마다.
매뉴얼
위기시 커뮤니케이션은 정형적일 수 없다: 구제역과 정부위기관리 매뉴얼
2000년대 초부터 정부 일각에서는 위기관리매뉴얼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어디에서 그 아이디어를 차용해 왔는지 모르지만, 매뉴얼 상에 위기시 배포해야 할 보도자료 샘플, 담화문 샘플, 사과광고 및 해명광고 샘플 등등의 여러 문서 템플릿을 첨부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 사실 나도 그런 프로젝트를 리드하면서 그런 첨부물들을 찍어 냈었다.
컨설턴트들이 ‘이런 거 필요 없습니다. 소용이 없어요‘해도 ‘해주세요. 그냥‘하면 해야 하는 이 업의 특성상 실제로 활용 가능성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순순히 따랐던 거다.
위기관리시 위와 같은 해프닝이 발생하는 가능성은 그래서 아주 다분하다. 그렇다고 위기관리가 허술하게 이루어 진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상황과 분리되어 있다는 국민들의 느낌은 문제일 수 있다.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이런 해프닝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관계자들이 위기관리를 ‘프로세스 중심의 상황관리‘ 관점에서 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주로 ‘상황관리‘적인 관점에서 위기관리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위기관리는 ‘(프로세스 중심의) 상황관리’ 관점과 ‘(상황중심적인) 커뮤니케이션 관리’ 관점의 균형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
사실 상황을 대하는 프로세스는 별반 다름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이런 상황의 변화를 예측하고 올바른 대응을 하기 위함이지만, 예상되는 상황을 관리하는 프로세스 하나 하나는 상당히 정형적이다. 구제역 발생 이후 정부관계자들이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가이드라인은 언제나 정형적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민방위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응활동들 또한 정형적인 것이 당연하다. 신종플루도 마찬가지고, 선박이나 항공기에서 비상시 탈출 프로세스도 마찬가지다. 학교나 직장에서의 화재대비 훈련도 그런 의미에서 항상 정형적이다. 우리가 수십 년 이상 들어온 것과 같이 ‘생화학 탄이 주변에 떨어 졌을 때, 바람을 역행하면서 달려 가까운 산등성이로 올라가 대피하라‘는 (실행 불가능 해 보이는) 가이드라인도 날마다 바뀔 수는 없다.
문제는 그런 ‘상황관리‘에 대한 정보들이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 그대로 ‘복사’되는 경우다. 실제 발생한 상황 하나 하나에 대한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은 관리하지만, 이 상황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감정과 여론은 관리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관리를 위기관리 그 자체로 알고 있는 것은 위기관리를 절름발이로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다.
상황관리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툴에 ‘복사’해 집어 넣는 것. 상당히 간편한 위기관리 매뉴얼 제작 기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스럽고, 성의 없고, 개개 상황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고민 없는 메시지들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 문제다.
원칙을 따르는 것은 형식을 따르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위기시 진정 무엇이 우리에게 중요한지를 깊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생각이 있는 조직이라면…
미군은 가족에게 통보한 뒤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담당 장교는 가족이 충격으로 쓰러질 경우를 대비해 인근 병원 응급실 연락처를 숙지하고 간다. 장례절차나 가족지원 업무를 담당할 ‘사상자 지원 장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방문 당시 가족의 반응 등을 상세히 보고한다. 가족을 위한 정중한 위로편지도 있다. 편지에는 “고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었다”는 등 지휘관이 기억하는 고인의 성실한 복무태도, 인간적인 관심도 드러나 있다. [동아일보]
매뉴얼로만 위와 같은 실행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일종의 상식과 같은 이야기를 실행하지 않는 조직의 무지와 무관심만 없어지면 가능한 이야기다.
위기관리시 해당 위기와 관련 된 사실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우리 회사의 포지션/핵심 메시지 또한 당연히 내부 직원들이 그 첫번째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직원들이 아침 신문을 읽고 우리 회사와 관련된 소식을 듣게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위기관리라고 하면 외부에 있는 기자들이나 정부기관, NGO,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종종 간과되는 직원들도 매우 중요한 오디언스다. 아니 가장 중요한 오디언스일 수 있다.
위기시 회사의 직원들은 비공식적인 대변인들이다. 그들이 퇴근 후 친구들과 가족들과 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메시지들을 회사차원에서 어떻게 일관되게 관리하는가 또한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부분이다. (제일 무서운 루머는 ‘내 친구가 OO그룹에 있는데…이번 사건이 사실 알고 보면 OOO 때문이래~”하는 경우다)
더구나 위의 상황과 같이 자기 자식을 잃은 소식을 TV에서 처음 접해야 하는 가족들에 대한 사항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매뉴얼 이전에 생각이 있는 조직이라면 꼭 실행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너무 자세하면 더 안좋다: 위기관리 매뉴얼](https://i0.wp.com/jameschung.kr/wp-content/uploads/1/1367175252.png?fit=385%2C328)
너무 자세하면 더 안좋다: 위기관리 매뉴얼
본보가 31일 해군에서 입수한 A4 2쪽 분량의 ‘비상이함 절차’에 따르면, 비상 탈출 절차는 명령→준비→구명벌(천막 형태의 구명 장비) 투하→탈출의 4단계이고 ‘명령은 오직 함장만 내린다’고 돼 있다. 천안함 사고 직후 함장이 함장실에 5분 이상 갇혀 있었고, 전력 공급이 차단돼 함정 내부에서 명령을 전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던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존자도, 실종자도 모두 지휘 계통이 끊겨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다.[한국일보]
한국일보에서는 해군의 비상이함 매뉴얼이 너무 상식적이고 개략적이라서 실제 위기시에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위기관리 매뉴얼을 제작하면서 목격하는 현상을 보면 이런 지적과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매뉴얼이 너무 자세하면 (실제로 매뉴얼을 깊이 연구 공부해야 하는 수준) 위기시 작동 가능성은 더욱 더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볼 때 해군이 가지고 있는 비상이함 매뉴얼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너무 자세하지도 않은 평이한 수준이다. 비상이함의 명령자를 함장으로 제한해서 직접적인 오너십을 부여했다. 이 부분이 아주 중요하다. 매뉴얼상 프로세스에 있어 주어가 되는 부분이다.
한국일보에서는 함장이 부재하거나 유고시에는 그럼 어떡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데, 실제 매뉴얼에서 오너십을 부여한 원칙을 상기해 보면 함장의 부재나 유고 확실시 누가 그 역할을 먼저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올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명령권자의 차차순위에 대한 리스트를 쭉 열거해 놓는 것도 매뉴얼상에서는 우습다)
위의 매뉴얼을 보면, 비상이함 명령권자에 대한 명시 (오너십), 인원보고와 안전수칙에 대한 원칙, 비상이함시 유의사항 (안전 중시), 비상이함 준비 불가시 약식행동요령, 기타 급격한 침몰시 대처 요령이 간단하지만 강력하게 제시되어 있다.
세부적으로 이동거리, 지참 물품 목록, 승선 순서, 파기물 유형 및 순서, 비상이함의 실제 사례와 동선 등등이 수십 페이지에 이르러 자세하면….작동 가능성은 그에 반비례 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나 조직들이 일종의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위해 기존 위기 관리 매뉴얼들을 극도로 세분화하고 그 절차를 자세하게 설명하려 애쓴다. 하지만,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열에 아홉은 그런 복잡한 매뉴얼을 기억하지 못한다.
실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들이 단순하게 암기할 수 있는 깊이와 분량. 그 수준이 효과적인 위기관리 매뉴얼의 모습니다. 새로 장만한 홈씨어터 시스템의 설치 매뉴얼 보다는 최소한 쉬워야 한다는 거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따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국 기업들이 제품에서 결함이나 소비자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이 발견됐을 경우 공식적인 매뉴얼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다기보다는 기업에 발생할 피해와 소비자들의 반응을 저울질하고, 때로는 오너의 의사결정에 따라 대응 결과가 크게 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동아일보]
동아일보 석동빈 차장께서 아주 정확하고 흥미로운 부분을 지적해 주셨다.
여러 기업들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매번 가장 처음 실시하는 작업이 위기요소진단 작업이다. 서베이도 실시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백미는 심층인터뷰다. 보통 경영진과 팀장급의 핵심 인사들을 주로 면대면 인터뷰 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각 업무 부문별로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는 ‘위기요소‘들이 하나 둘씩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마치 시한폭탄을 손에 들고 일을 하거나 지뢰를 깔아 놓고 일을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왜 OOOO같은 위기 요소가 지금까지 해결이 안되고 있는 걸까요?” 질문을 하면 열이면 열 모두가 왜 그런 위기 요소가 지금까지 방기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자세하게 이야기해준다.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 자신이 문제에 대해 이미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솔루션을 알고 있음에도 위기를 사전에 미리 관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왜 OOO 부분에 최근 소비자 컴플레인이 많이 늘고 있는 걸까요? 상당히 위협적인 부분인데요?”하면 “사실은…”하고 시작하는 답변 안에 솔루션이 있다. 회사의 부품 구매기준과 정책이 좀 바뀌면 나아질 것이라는 솔루션을 원인으로 틀어서 이야기 하는 거다.
“왜 이 제품의 성능에 대해서 이런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아무런 대비책이나 개선책이 없었을까요?” 할 때도 “저희는 개선하고 싶지요. 하지만 그게 사실…”하는 부분이 핵심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현실에서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거다. 오너 또는 CEO의 표출되지 않는 가치관이 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경영진의 성장 전략이 그 원인이기도 하다. 부서간의 정치적인 다툼이 매뉴얼을 뛰어 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Silo Thinking이 주된 원인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내부에서 컨설턴트에게 제시하는 솔루션 모두가 일개의 일선 부서 차원에서 뚝딱 수정을 하거나, 풀어나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일선의 그들은 누구에겐가 그런 솔루션을 실제로 제공해 달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소리들을 실제로 듣고 실행하는 ‘경영진‘들이 있는 회사들이 위기관리나 비즈니스를 진정 잘 하는 곳이 아닐까 한다.
제발 그렇게 하자.
참여정부 시절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가 주축이 돼 국가적 위기상황을 33개 유형으로 분류해 부처 별 실무 매뉴얼과 현장 별 구체적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위기관리센터도 청와대가 종합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전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위기관리 매뉴얼이 과잉이고
실효성도 없다며 관련 기구를 대폭 축소했다. [한국일보]
당시는 2004년이었다. 우리 모두는 매뉴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남들은 몇 번 가보지 못할 곳의 경내에 표찰을 달고 들락거렸다. 당시에는 무언가 큰일을 하고 있다는 자랑스러움이 있었다. 비록 그
일을 마무리 짓다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지만 아쉬움만큼 애정도 컸다.
만 5년이 지났다. 그 당시
그 매뉴얼들은 이미 사망했다. 사실 매뉴얼의 생존기간은 납품일 당일뿐이라는 이야기가 맞다. 원래 거의 모든 매뉴얼은 하루살이다. 한국일보 사설을 보니 정부에서
다시 위기관리 시스템을 수립하고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한가지만 제안하면…
매뉴얼을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매뉴얼을 하향식으로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는 거다. 매뉴얼을 정 만들어야 한다면 먼저 실제 현장에서 현장 인력들이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그에 따라 초기 조치사항들을 정리해서 그 다음 상위그룹으로 넘기고 집대성하는 상향식으로 만드는 게 좋다.
진짜 살아있는 매뉴얼을 만들려면 그렇게 하는 게 좋다.
더욱이 그 매뉴얼을 야근할 때 베개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그 매뉴얼을
기반으로 실제 대응 훈련을 수십에서 수백 번 실행하는 것이 좋다. 그 매뉴얼에게 지속적인 CPR을 하라는 거다. 이를 통해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백년이 걸려도 좋다.
힘들게 지어 놓았던 모래성을 허물더니 또 다른 모래성을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모래성은 모래성일 뿐이다. 모래성을 바라보면서 저 모래성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는 페티시즘에서 떠날 때도 됐다. 제발 그렇게 하자.
매뉴얼과 규정때문에 위기관리가 안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바이러스제 보급을 치료 거점병원과 거점약국
외에 국민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동네 병의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정부가 국가재난대책본부 등 범정부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는 복지부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신종 플루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덕형 질병정책관은 “국가전염병 위기단계가 현행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될 때 고려해 볼 문제”라며 “심각 단계는 국내 의료체계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환자가 대량 발생하거나 그런 상황이 예견될
때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쿠키뉴스]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방역당국의 한 관계자는 “신종플루 대유행을 선언하려면
계절인플루엔자 유행기준인 하루 표본감시기관 환자 수가 1000명당 2.6명 이상이 돼야 하지만 현재 1.81명에 그치고,
사망자와 중증환자 수·확산 속도 등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신종 플루에 대한 정부의 포지션을 기업으로 비유를 해 보면…
최근 급격히 무더워진 날씨 때문에 음료회사 맛나사의 콩맛나 쥬스가 냉장보관중에도 내용물이 변질됐다는 소비자 컴플레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해 영업 일선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해당 제품을 리콜 합시다’라고 위기관리 위원회에 제안 보고를 했다.
그러자 위기관리 위원회 영업기획팀장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현재 콩맛나 제품이 시장에 천만 캔이 풀려있는데…이중 현재 소비자 컴플레인은 1000개당 1.81개 꼴이다. 우리 위기관리 매뉴얼상에서 제품 리콜은 시장진열 제품수 1000개당 2.6개 이상에서 변질이 발견되어야 가능하니까…일단 기다리고 좀더 지켜보자”
CEO께서 이어 영업임원의 의견을 물으니 “영업기획팀장의 말이 맞습니다. 현재 위기관리 매뉴얼상에서 해당 제품 변질 보고 수준은 ‘오랜지 단계’니까 아직 ‘레드 단계’가 될려면 멀었고, 레드단계가 되면 그때가서 리콜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불살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책본부를 만들고 재난을선포해 좀더 적극적인 위기대응을 하자는 적극적 제안에 대한 대응 논리 치고는 너무 하지 않나 말이다. (1000명당 0.79명의 환자수가 아직 모자라 대책본부 구성이 힘들다…)
만약 VIP께서 하라 하시면 금방 취할 조치들을 규정과 매뉴얼이 붙들어 놓고 있는 건 아닌가?
왜 일반적인 사람들을 자극하나?
서울역 역무실이 갑작스러운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시민들의 항의는 더욱 거세졌다. 역무실 직원들은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사고 현황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으며 정확한 사고 경위나 복구 시간 파악에 혼선까지 겪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오전 10시30분에 응급 복구가 완료돼 일부 열차의 운행이 재개된다는 소문이 들리자 2층 매표소에서는 승차권을 발권했지만 1층 매표소에서는 표를 끊어주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다. 1층 매표소의 코레일 직원은 “지침이 확실하게 내려온 것이 없어 일단 발권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
(7/6일 발생 사례)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함에도 어떻게 이렇게 단순하고 전형적인 위기가 관리되지 않는지 진짜 마법같아 믿어지지가 않는다.
코레일측에게 가장 흔하고 가장 심각한 위기들 중 하나를 꼽으라 하면 이번 사건과 같은 ‘운행지연’이 가장 높은 우선 순위를 보일 것이다.
사건이 충정로역에서 발생했건 어디에서 발생했건 코레일의 상황관리팀에서는 실시간으로 정확한 상황 업데이트를 받는게 당연하다. 이에 따라 의사결정이 내려지고, 해당 사고가 운행 지연상황인지, 운행불가 상황인지를 가늠하는게 당연하다. 이에따라 적극적인 탑승객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하고 환불 또는 교환등을 진행하는 게 당연하다. 초등학생도 가만히 고민하면 할 수 있는 위기대응이 아닌가? (사실 이런 101 프로세스를 매뉴얼에 넣는것도 민망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 상식의 수준 아래에서 맴돈다. 상황파악이 더디고, 책임 질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반복 진행된다. 확인할 수 없는 루머가 내부에서 돌면서, 또 다시 탐승객들을 화나게 만든다.
슬램독 밀리어네어에서 나오는 나라의 철도 수준도 아니고…우리나라의 코레일 위기관리 수준이 이렇다는 게 또 이렇게 항상 반복된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매뉴얼은 당장 불살라 버려라.
P.S. 탑승객들의 10% 가량은 지연이 되면 일정상 다른 교통수단으로 즉각 이전한다. 또 그 반대 10%는 항상 운행사측에 끝까지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힘들게 하는 그룹이다. 나머지 80%가량은 운행사측이 정확한 운행재개 일정만 알려주면 불편해도 믿고 기다리거나, 기다리다 상황을 보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일반적인 그룹이다.
운행사가 이번과 같은 위기시 항상 자극하는 그룹이 있는데 바로 그 80%의 일반적인 탑승그룹이다. 이들을 비전략적으로 자극해서 운행사를 힘들게 하는 진상(?) 탑승객들로 변화시킨다. 시스템의 부재로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거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들 아닌가? 그렇지 않나?
![위기관리 가이드라인과 시스템은 다르다](https://i0.wp.com/jameschung.kr/wp-content/uploads/1/1215881602.jpg?fit=995%2C1202)
위기관리 가이드라인과 시스템은 다르다
소방방재청에서 최근 재난관리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예전 국가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하면서도 내심 느낀 점들이지만…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공통적 개선점이랄까…문제점이 있다면 이 시스템이 책상위에서 만들어진 문서작업들이라는 데 있겠다.
또한 내용의 품질적인 측면에서는 대부분 가이드라인과 R&R 편성에만 관심을 둘 뿐 진짜 활용해야 할 필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소방방재청이 항상 교육하고 싶어하는 “지진 발생시에는 지하로 대피하지 말고 건물 밖으로 나와야 안전하다.”는 행동요령은 기본적으로 가이드라인 일 뿐 시스템이 아니다. 실행에 필요한 충분요건도 갖추질 않았다.
국민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읽고 궁금해 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답안을 제시해야 그게 시스템이라는 거다. 지진이 일어나면 누가 지하로 대피하나? 아주 사물감각이 제한된 노약자들이나 어린아이 빼고는 지진이 발생해 혼란이 오는데 구태여 지하로 찾아 들어가게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건물밖으로 나왔다고 치자 건물밖으로만 나오면 전부인가? 건물밖이라는 것이 어디라는 의미인가?
또, 건물밖으로 나왔다면 어디로 가서 안전하게 대피해야 하는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 OO동에 살고 있는 홍길동 국민은 지진이 나면 12층에서 계단으로 신속하게 내려올 것이고…그 이후 아파트 건물에서 나와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 알고 싶다는 거다. 압구정 초등학교로 가야 하나? 인근 고수부지로 가야 하나? 아니면 압구정로 길가에 가서 서 있어야 하나 말이다.
적의 공습이 있으면 지하로 대피하라고 하는데…지하 어디로 가야하는가? 지하철역 지하에 모여야 하나? 아파트 보일러실로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동네 인근에 어디 지하대피소가 설치되어 있나 말이다.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출처: 소방방재청 홈페이지]
위기관리 시스템은 국민들이 위기발생시 기존에 정해진 규칙과 정보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는 틀이다. 하지만…지금 거의 모든 국민은 어디로 가야할찌를 모른다.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분명히 우왕좌왕할테다)
적의 공습시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귀와코를 막고 입을 벌린채 탁자 아래 들어가 있기만 하면 안전할까? 도대체 지하대피소는 어디에 처밖혀 있나 말이다. 비상시 휴대용 음식이나 물은 얼마나 준비해야 하고, 정부에서 배분하는 량과 기간은 어떻게 되나 말이다.
가장(家長)에게 진짜 필요한 시스템은 정부의 그것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데스크 문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시스템을 좀 공유하자는 거다.
P.S. 이런 주장에 대해 적의 공습시 대피는 소방방재청 관할이 아니라 민방위재난통제본부의 일이니 그쪽에 알아보라 말한다면…더더욱 할말이 없다.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안해 보면 못한다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8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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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에 대해 몇 회에 걸쳐 이야기를 했었는데, 최근 기업들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패턴을 보면 점차 매뉴얼 중심에서 트레이닝 중심으로 바뀌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로 몇 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째 이유는, 이미 일반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다음 스텝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트레이닝,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등의 트레이닝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매뉴얼 구축에는 많은 시간과 인력 그리고 예산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매뉴얼에 비해 적은 시간과 인력 그리고 예산이 소요되는 트레이닝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 외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본사에서 구축된 매뉴얼을 부분적으로 현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트레이닝 기회들을 정기적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이유도 하나가 되겠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매뉴얼 베이스로 편중되는 것도 바람 직 하지 못하지만, 매뉴얼 베이스의 시스템 구축이 부실한 상태에서 단편적인 트레이닝들만 집중 실시하는 것도 권장할 만 하지는 않다. 모든 것에는 균형과 상호 통합이 중요하다. 위기관리 트레이닝에 대해 또 일선 실무자들이 잘 못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도 있다. 트레이닝을 교육과 혼동하는 경우가 그 중 하나다. 일방적인 교육은 아주 기본적인 개념 정립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하지만, CEO나 임원 분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일방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면 실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경영자 조찬 강의류의 위기관리 트레이닝은 한 두 번이면 족하다) 트레이닝에 대한 또 다른 오해들 중 하나는 ‘여러 강사(?)들을 초청해 짜깁기 형식으로 진행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트레이닝은 목적이 중요하고 그 결과가 담보되어야 한다. 또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은 클라이언트 하나만을 위해 테일러 메이드(주문을 기반으로 하는 특별 생산)되어야 한다. 하루를 8개 코스로 나누어 다른 이질적인 8명의 강사들이 이런 저런 일반적인 부분을 짚어주는 것은 근본적으로 트레이닝이 아니다. (기억하자. 회사를 위한 트레이닝인지, 트레이닝을 위한 트레이닝인지를) 트레이닝은 트레이니들의 참여와 현장에서의 경험을 생성해 내야 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인사이트(insight)를 그들 마음속에 심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사이트(insight)들을 그 자리에서 공유해야 성공한 트레이닝이다. 잘 된 트레이닝은 항상 그 다음 단계(next step)에 대한 공유된 트레이니들의 갈증을 유발해야 한다. 그리고 합의된 방향으로 각 구성원들이 결과를 예측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러한 트레이닝은 언급했던 바와 같이 철저하게 해당 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해당 트레이닝들이 분절화 되거나, 일부 개인들의 경험으로 단명하지 않는다. 트레이닝의 결과들이 시스템에 환류적으로 더해 지게 되면, 반복적인 트레이닝들이 더욱 완벽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일조하게 되는 법이다.
필자의 회사에서 리서치 한 결과에 의하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샘플 조사해 보니 매뉴얼에 대한 관심과 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약 6:4로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트레이닝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도 매뉴얼에 대한 비중이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좀 더 크다는 사실을 알수있다.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이 부분에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매뉴얼과 트레이닝의 균형적인 관리 개발, 매뉴얼의 현실화, 매뉴얼이 베이스가 된 트레이닝 진행 등이 되겠다. 또한 매뉴얼’트레이닝’ 매뉴얼 개선’심화 트레이닝’매뉴얼 개선’심화 트레이닝’매뉴얼 개선의 환류 관리 체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많아 져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도 클라이언트 기업들과 위기관리 워크샵을 진행했지만,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는 ‘CEO에 대한 설득’과 ‘예산 확보’다. 이 닭과 달걀의 딜레마를 빨리 풀어 낼 수 있는 실무자들과 기업들이 성공한다. 십여 년의 위기관리 시스템 지원 기간 동안 여러 클라이언트들을 바라볼 기회들이 있었는데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열의를 가지고 중장기적인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홍보담당 임원들과 팀들을 볼 때가 가장 존경스러웠다. 그 분들이야 말로 회사를 위해 우리 홍보분야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이분들이 기업내에서 우리 홍보담당자들이 회사를 위한 생산적인 일들을 하고 있다는 큰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과 함께 하는 위기관리 프로젝트는 언제나 생산적이고 그 예후가 좋다.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는 기업은 다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해 본 사람이 할 수 있다는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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