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레이어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국 기업들이 제품에서 결함이나 소비자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이 발견됐을 경우 공식적인 매뉴얼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다기보다는 기업에 발생할 피해와 소비자들의 반응을 저울질하고, 때로는 오너의 의사결정에 따라 대응 결과가 크게 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동아일보]
동아일보 석동빈 차장께서 아주 정확하고 흥미로운 부분을 지적해 주셨다.
여러 기업들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매번 가장 처음 실시하는 작업이 위기요소진단 작업이다. 서베이도 실시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백미는 심층인터뷰다. 보통 경영진과 팀장급의 핵심 인사들을 주로 면대면 인터뷰 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각 업무 부문별로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는 ‘위기요소‘들이 하나 둘씩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마치 시한폭탄을 손에 들고 일을 하거나 지뢰를 깔아 놓고 일을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왜 OOOO같은 위기 요소가 지금까지 해결이 안되고 있는 걸까요?” 질문을 하면 열이면 열 모두가 왜 그런 위기 요소가 지금까지 방기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자세하게 이야기해준다.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 자신이 문제에 대해 이미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솔루션을 알고 있음에도 위기를 사전에 미리 관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왜 OOO 부분에 최근 소비자 컴플레인이 많이 늘고 있는 걸까요? 상당히 위협적인 부분인데요?”하면 “사실은…”하고 시작하는 답변 안에 솔루션이 있다. 회사의 부품 구매기준과 정책이 좀 바뀌면 나아질 것이라는 솔루션을 원인으로 틀어서 이야기 하는 거다.
“왜 이 제품의 성능에 대해서 이런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아무런 대비책이나 개선책이 없었을까요?” 할 때도 “저희는 개선하고 싶지요. 하지만 그게 사실…”하는 부분이 핵심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현실에서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거다. 오너 또는 CEO의 표출되지 않는 가치관이 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경영진의 성장 전략이 그 원인이기도 하다. 부서간의 정치적인 다툼이 매뉴얼을 뛰어 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Silo Thinking이 주된 원인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내부에서 컨설턴트에게 제시하는 솔루션 모두가 일개의 일선 부서 차원에서 뚝딱 수정을 하거나, 풀어나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일선의 그들은 누구에겐가 그런 솔루션을 실제로 제공해 달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소리들을 실제로 듣고 실행하는 ‘경영진‘들이 있는 회사들이 위기관리나 비즈니스를 진정 잘 하는 곳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