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자동차 회사들은 어떤 전략일까?: 급발진 이슈
최근 대형 위기관리 코칭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클라이언트사 CEO와 임원진들과 나눌 인사이트들을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예측하기로 벤치마크 케이스 분석에 있어 토요타 리콜 케이스와 함께 자동차의 급발진 이슈에 대한 자동차 기업들의 전략과 포지션도 하나의 주제가 될 것 같다.
급발진 이슈에 대한 자동차사들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무엇일까? 만약 자동차 회사로부터 위기관리 코칭 의뢰를 받는다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코칭 할 수 있을까?
상황분석/추정
급발진은 제3자적인 입장에서 볼 때 자동차사들이 그 사실을 외부로는 공식 인정하지 않지만, 내부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 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당연히 일부에서는 그 주요 원인을 어느 정도까지도 추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상식상 현존하는 여러 유사 사례들에 대해 자동차사들이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적으로 관심이 없다거나 해당 이슈에 대해 아무 연구조차 하지 않는 다고 믿기는 힘들다. 만약 급발진 이슈가 100% 인정할 수 없는 과학적 근거 없는 이슈라면 자동차사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인식 계몽 캠페인이라도 해야 하는데…어느 누구도 그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문제는 해당 문제를 인정하는가 하지 않는가 라기 보다는, 얼마나 빨리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이 자동차 업계에서 도출되고, 그것이 제품에 실제로 적용되는가 하는 데 있겠다.
오디언스 분석/추정
현재 자동차사들에게 급발진과 관련 하여 가장 직접적인 오디언스는 급발진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급발진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단체들이 주요 대상일 것이다. 그 다음에는 정부와 일반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겠다.
이 핵심 타겟 오디언스는 사실 일반적인 인식, 태도, 이미지와 관련된 공중이라기 보다는 법적인 피해배상에 관한 대상으로 사내에서는 법무부문의 의견이 대응에 있어 뼈대가 될 것이다. 당연히 법무부문은 가능한 법정에서 이야기하고 그 곳에서 판결을 받아 처리하자 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법정(court)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거실(living room)을 거쳐야 하는데 법무부문은 그냥 빨리 이 거실을 가로 질러 뛰어 가길 원할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생각하는 종착역인 법정에서 승리한 경험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아주 검증된 위기관리 프로세스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많은 일반 소비자들이 의구심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자동차사들이 이 부분에 대해 케어 하지 못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왜 자동차사들이 다른 수많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아무런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고 있는가는 기업 철학과 커뮤니케이션 철학에 관한 이슈가 아닐까 한다.
전략/추정
자동차사들은 이 이슈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게 분명하다. 해당 이슈에 대한 솔루션이 하루 빨리 도출되어 제품에 적용되고 그 이후로부터는 이러한 이슈가 사라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그 솔루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고민의 중심일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해당 솔루션이 도출되고 적용될 때까지는 최대한 급발진 이슈에 대하여는 공식 인정 하지 않고, 법적 도움을 받아서라도 일선에서 대응 하고, 가능한 연구기간을 버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물론 솔루션이 도출되더라도 외부에 공식 발표나 이전 사고들에 대한 원인 인정 부분은 생략할 가능성이 높다. 소급이나 징벌적 배상에 대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수면하에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자동차사들에게는 당연히 유리하겠다.
포지션/추정
위의 전략에 근거하여 자동차사들의 포지션은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급발진 관련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어떠한 인정도 하지 않음. 당연히 이는 Guilty나 Not Guilty의 문제가 아님’
핵심 메시지/추정
자동차가 급발진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러한 표현도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동차 급발진이 기계 또는 전자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는 분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자동차는 엑셀러레이터에 의해서만 움직이며, 브레이크에 의해서만 제동이 된다.
사실 위 부분들이 추정이기는 하지만 국내외 여러 자동차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들을 분석해 보면 어느 정도 현실적 이야기들이 아닐까 한다.
위기관리 코칭을 할 때…
자동차 기업 내부에 들어가 CEO 및 임원진들에게 해당 위기에 대한 코칭을 하게 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자동차 급발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자사 제품과 관련 해 유사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편하시더라도 인정 하시는 게 좋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과 배려를 빨리 보여주도록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침묵하고 두려워하는 수많은 일반 소비자들입니다. 불쌍한 그들을 보면서 회사가 가지고 있는 소비자 철학을 다시 기억하십시오. 그들에게 등 돌리지 말고 마주보면서 커뮤니케이션 하려 노력하십시오.
‘우리 회사는 여러분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고 말하십시오. 그리고 그런 우려와 두려움을 없애드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고, 할 것인지를 커뮤니케이션 하십시오. 지금까지 수십 년간 그들을 사랑해 왔기 때문에 그들의 우려와 두려움에 우리도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 이야기하십시오.”
이런 방향으로 코칭을 하면 자동차사 내부에 울림이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위기관리 매뉴얼을 따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국 기업들이 제품에서 결함이나 소비자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이 발견됐을 경우 공식적인 매뉴얼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다기보다는 기업에 발생할 피해와 소비자들의 반응을 저울질하고, 때로는 오너의 의사결정에 따라 대응 결과가 크게 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동아일보]
동아일보 석동빈 차장께서 아주 정확하고 흥미로운 부분을 지적해 주셨다.
여러 기업들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매번 가장 처음 실시하는 작업이 위기요소진단 작업이다. 서베이도 실시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백미는 심층인터뷰다. 보통 경영진과 팀장급의 핵심 인사들을 주로 면대면 인터뷰 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각 업무 부문별로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는 ‘위기요소‘들이 하나 둘씩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마치 시한폭탄을 손에 들고 일을 하거나 지뢰를 깔아 놓고 일을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왜 OOOO같은 위기 요소가 지금까지 해결이 안되고 있는 걸까요?” 질문을 하면 열이면 열 모두가 왜 그런 위기 요소가 지금까지 방기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자세하게 이야기해준다.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 자신이 문제에 대해 이미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솔루션을 알고 있음에도 위기를 사전에 미리 관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왜 OOO 부분에 최근 소비자 컴플레인이 많이 늘고 있는 걸까요? 상당히 위협적인 부분인데요?”하면 “사실은…”하고 시작하는 답변 안에 솔루션이 있다. 회사의 부품 구매기준과 정책이 좀 바뀌면 나아질 것이라는 솔루션을 원인으로 틀어서 이야기 하는 거다.
“왜 이 제품의 성능에 대해서 이런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아무런 대비책이나 개선책이 없었을까요?” 할 때도 “저희는 개선하고 싶지요. 하지만 그게 사실…”하는 부분이 핵심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현실에서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거다. 오너 또는 CEO의 표출되지 않는 가치관이 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경영진의 성장 전략이 그 원인이기도 하다. 부서간의 정치적인 다툼이 매뉴얼을 뛰어 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Silo Thinking이 주된 원인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내부에서 컨설턴트에게 제시하는 솔루션 모두가 일개의 일선 부서 차원에서 뚝딱 수정을 하거나, 풀어나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일선의 그들은 누구에겐가 그런 솔루션을 실제로 제공해 달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소리들을 실제로 듣고 실행하는 ‘경영진‘들이 있는 회사들이 위기관리나 비즈니스를 진정 잘 하는 곳이 아닐까 한다.
위기관리 의사결정의 다이나믹스
A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서빙된 가든 샐러드에서 반숙이 된 3cm가량의 잘라진 뱀머리가 나왔다. 한 고객이 이 이물질을 발견하고 해당 레스토랑 종업원에게 강력하게 항의. 매니저 나와 음식물을 일단 수거 후 해당 고객에게 머리숙여 사과. 추후 보상책등을 알려주겠다고 고객 연락처를 구한 후 상황 관리 종료.
이 상황을 두고 “자…그러면 이런 위기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가장 이상적인 위기관리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하고 물어보자. 해당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위기관리 의사결정 참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위기관리 관련 학자]
A 레스토랑은 일단 해당 이물질이 진짜 뱀의 머리인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그 이물질이 뱀의 머리로 확실하게 확인되었다면, 어떻게 그 이물질이 그 음식속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를 밝혀내라. 그것이 일부 직원의 탬퍼링이었는지, 아니면 우연히 음식재료에 섞여 들어갔는지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정직하게 확인결과를 공개하고, 해당 소비자에게 사과한 후,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수립 공개해야 할 것이다. 안그러면 실패 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CEO]
아니, 뭐 이딴 일이 다있나? 내 사장생활 10년만에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그 뱀머리인가 뭔가는 어떻게 거기 들어가있나? 매니저를 불러와라.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일단 그게 뱀머리건 아니건 그리고 그게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차치하고…언론에서 기사화 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방어해라. 해당 고객에게는 어떤 보상이라도 해서 입을 막아라. 이게 공론화되고 회자되면 이번 주총에서 문제가 많다. 홍보팀과 CS팀은 밖으로 나가서 발로 뛰어라. 무슨일이 있어도 조용하게 넘어가야 한다.
[홍보임원]
기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거 골치 아프다. 최근 먹거리쪽에 기자들 관심이 많아서 오늘 내일 하고 있는데 막기 힘들다. 특히 OOO경제가 문제다. 그쪽하고 평소에 사이가 안좋은데 큰일이다. OOOTV쪽은 누가 담당할 건가? 그리고 그 고객이 블로그나 뭐 그런데다가 글 안올리게 CS쪽에서 빨리 해결을 좀 해달라. 고객이 설치면 힘들다…
[CS임원]
해당 고객을 만나봤는데…심상치가 않다. 친구가 OOOTV 기자라더라. 홍보팀에서 대처해 주었으면 한다. 고객이 그러는데…자기 아이가 놀라서 정신적인 피해보상까지도 생각 중이라고 한다. 일단 수천만원은 요구할 것 같은데…보험쪽에서 처리가능한 액수를 훨씬 웃돈다. 그리고 이 상황을 보험사쪽에다가는 뭐라고 해야 하나? 일단 무료시식권 50만원짜리를 제시해 놓았는데…반응이 안좋다.
[마케팅 임원]
아니…지금 내일부터 새로운 유기농메뉴 TVC가 나가는데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TVC내리거나 미룰수는 없다. 홍보팀에서 어떻게든 회자 안되게 막아달라. CS쪽에서도 사장님 말씀하신 것 처럼 돈을 쓰더라도 입을 막아라. 이번 TVC잘 안되면 끝장이다.
[법무임원]
홍보팀에게 말해둔다. 이번건으로 기자들과 통화하거나 이야기하지 말아라. 괜히 긁어 부스럼이다. 그리고 CS는 해당 고객이 비상식적인 금액을 요구하면 그 요구사항들을 녹음하거나 이메일로 받아라. 추후 소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 일부 찌라시같은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기사화하면 다 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 홍보팀은 그 부분을 강력하게 인식시켜라.
[구매임원]
우리 식자재는 미국 FDA승인된 업체들에서 글로벌 공동구매를 한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었다. 근데 이런 이물질은 당황스럽다. 납품업체에게 방금전 문의하니 불가능하단다. 특히 뱀이라는 생물체 부분이 나온게 의심스럽다. 이 부분은 과학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좀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기술분석 임원]
뱀머리는 일단 수거했고 분석중이다. 2주정도 걸리면 그게 어떤 종류이며 어떤 상태인지를 확실하게 과학적으로 판별할 수 있겠다. CS와 홍보팀에서는 급하겠지만…조사결과가 나올때까지는 이물질에 대해 추측하지 말아달라.
[대관부문 임원]
방금전 식약청에서 전화가 왔다. 이 소식이 들어간것 같다. 해당 고객이 찔렀는지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하는지 가이드 라인을 좀 세워야 겠다. 일단 해당 이물질 수거까지는 인정할까? 이물질 내용분석은 추후에 나온다고 하고 일단 넘어가야 하나?
[소셜미디어 팀장]
트위터에서 소스를 알수는 없는데…관련한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아마 이물질 발견 고객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던 다른 고객들이 해당 사건을 보고 트위팅을 한 것 같다. 아직 우리 회사명은 대화에 나오지 않고 있는데…향후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나?
[CEO]
아무튼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이고 해당 관련해서 언급되거나 회자되면 관련 부서들은 책임을 져라. 무슨일이 있어도 죽을힘을 다해 방어해라.
[레스토랑 매니져]
제가 책임을 지고 사직을 하겠습니다. 어떤 문제이건 제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일이고, 책임이 무거우니 제가 먼저 옷을 벗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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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를 위해 대응전략과 방법을 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서로 엇갈린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이 선행된다. 대부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주장들은 비전략적이고 본능적이다. 또한 자신의 업무 이해관계에 충실하다.
누구도 회사 전체의 시각으로 모든 의사 타진 결과들을 취합, 분석, 정렬하기 힘들다. (따라서 대부분 CEO의 직관으로 위기관리가 진행되곤 한다)
이 Chaos내에서 홍보팀이 위기관리 오너십과 리더십을 가지기는 더더욱 힘들다. 많고 다양한 내부의 이해관계자들이 학자들이 맨 위에서 이야기한데로 그대로 순순히 따를 가능성도 희박하다. 회사의 철학을 이야기하기에는…다들 정신이 없다.
One soultion fits all하는 솔류션이란 위기관리에 애초 존재 불가능하다. 그래서 외부 코치들이 필요한 것이다…하지만, 외부 코치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부 잘못된 결정을 고집을 하게되는 원인도 one solution fits all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러니고…혼동이다. 그게 위기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