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3]
훈련된 대변인은 위기 시 천군만마와 같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 이후 이해관계자 대부분은 그 위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였는지 보다 해당 기업이 그 위기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더 기억한다. 모든 상황관리가 이상적으로 되어 위기가 소멸되었어도 적절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다면 전혀 실패한 위기관리가 된다. 이를 위해 훈련된 대변인은 위기 시 엄청난 힘이 된다.
위기관리는 세부적으로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뉜다. 많은 사례에서 보면 위기 시 기업이 상황관리만 잘해 성공한 위기관리가 없고, 반대로 커뮤니케이션 관리만 잘해 성공한 위기관리가 드물다. 두 관리 부분이 서로 협업해 완전함을 이루어야 제대로 성공한 위기관리로 기억되는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또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할 때 그 중 가장 핵심인 역할과 포지션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대변인(spokesperson)’이다. 간단히 그 역할을 정의하자면 ‘기업을 대표 해 위기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다. 대형 위기 시에는 대변인이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인 오너나 CEO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위기를 위해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대변인’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놓는다. 꼭 한 명이 아닐 수도 있고, 위기 유형에 따라 각기 서로 다른 부문의 대변인들이 그룹을 이룰 수도 있다. 평시 회사의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담당하던 대변인이 위기 시에도 일관되게 그 역할을 연장할 수도 있다.
대변인은 기업을 대표하는 커뮤니케이터다. 이 표현에 기반해 보면 해당 대변인은 기업 자체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있는 사람이어야하는 동시에, 전문적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부 위치로는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의중과 방향성을 완전히 이해하는 위치의 사람이어야 한다. 위기 시 발생하는 모든 상황과 이해관계자 반응들을 통합적으로 들여다 보며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에 더해 해당 위기의 특수성을 완전히 파악 할 수 있는 실무 전문성까지 보유한 사람이면 더욱 더 이상적이다.
물론 이렇게 완벽한 자질과 경험과 정치력을 가진 사람을 지명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사내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스펙일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각각의 자질에 맞게 대변인 그룹을 운용한다. 홍보실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기 때문에 위기 시에도 일종의 대변인 그룹 역할을 하곤 한다. 하지만, 위기의 중대성, 위기의 특수성과 전문성 등으로 인해 대변인 그룹은 여러 부문 책임자들의 그룹으로도 업그레이드 되기도 한다.
문제는 홍보실 외 여러 부문 책임자들이 평소 전략적이고 전문적인 커뮤니케이션 경험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문 이해관계자들 즉, 정부, 규제기관, 조사기관,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연구 단체, 언론, 국회, 투자자, 고객, 거래처, 직원등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해 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부문 책임자들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위기 상황에 처해 급박하게 전략성을 발휘하는 압력을 경험 해 본 책임자들은 더더욱 희귀하다.
해외 선진 기업들은 이미 여러 위기를 경험하면서 사내에서 주요한 직책 이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전문적 대변인 훈련을 제공 해 오고 있다. 임원에 오르려면 최소한 언론과 대화하는 전략을 훈련 받는다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라고 불리는 대언론 대변인훈련이 그것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그룹사와 기업들은 핵심 부문 임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대변인 훈련을 실시한다. 이는 사내 위기관리 매뉴얼 상 역할과 책임에 기반한 전문적 대변인 훈련이다.
위기매뉴얼 상 상무급 공장장에게는 위기 시 지역 정부, 시민단체, 언론, 공장주변의 주민 그리고 공장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변인 역할이 맡겨지고 이에 기반한 전문 훈련이 제공되는 식이다. 정부규제기관과 국회를 담당하는 대관 부문 임원에게는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훈련이 제공된다. 고객과 거래처들을 담당하는 부문 임원에게도 그에 맞춘 대변인 훈련이 제공된다.
이런 시스템에 있어 핵심은 해당 기업이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대변인들을 얼마나 보유하는가 하는 것이다. 훈련 받은 대변인 한 명은 위기 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훈련 받은 대변인 하나 하나가 통합되어 성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 위기를 잘 관리한 기업으로 영원히 이해관계자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천군만마는 하루 아침에 마련되지 않는다. 이를 기억하는 CEO들이 많이 지기를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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