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에서 최근 재난관리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예전 국가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하면서도 내심 느낀 점들이지만…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공통적 개선점이랄까…문제점이 있다면 이 시스템이 책상위에서 만들어진 문서작업들이라는 데 있겠다.
또한 내용의 품질적인 측면에서는 대부분 가이드라인과 R&R 편성에만 관심을 둘 뿐 진짜 활용해야 할 필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소방방재청이 항상 교육하고 싶어하는 “지진 발생시에는 지하로 대피하지 말고 건물 밖으로 나와야 안전하다.”는 행동요령은 기본적으로 가이드라인 일 뿐 시스템이 아니다. 실행에 필요한 충분요건도 갖추질 않았다.
국민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읽고 궁금해 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답안을 제시해야 그게 시스템이라는 거다. 지진이 일어나면 누가 지하로 대피하나? 아주 사물감각이 제한된 노약자들이나 어린아이 빼고는 지진이 발생해 혼란이 오는데 구태여 지하로 찾아 들어가게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건물밖으로 나왔다고 치자 건물밖으로만 나오면 전부인가? 건물밖이라는 것이 어디라는 의미인가?
또, 건물밖으로 나왔다면 어디로 가서 안전하게 대피해야 하는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 OO동에 살고 있는 홍길동 국민은 지진이 나면 12층에서 계단으로 신속하게 내려올 것이고…그 이후 아파트 건물에서 나와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 알고 싶다는 거다. 압구정 초등학교로 가야 하나? 인근 고수부지로 가야 하나? 아니면 압구정로 길가에 가서 서 있어야 하나 말이다.
적의 공습이 있으면 지하로 대피하라고 하는데…지하 어디로 가야하는가? 지하철역 지하에 모여야 하나? 아파트 보일러실로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동네 인근에 어디 지하대피소가 설치되어 있나 말이다.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출처: 소방방재청 홈페이지]
위기관리 시스템은 국민들이 위기발생시 기존에 정해진 규칙과 정보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는 틀이다. 하지만…지금 거의 모든 국민은 어디로 가야할찌를 모른다.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분명히 우왕좌왕할테다)
적의 공습시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귀와코를 막고 입을 벌린채 탁자 아래 들어가 있기만 하면 안전할까? 도대체 지하대피소는 어디에 처밖혀 있나 말이다. 비상시 휴대용 음식이나 물은 얼마나 준비해야 하고, 정부에서 배분하는 량과 기간은 어떻게 되나 말이다.
가장(家長)에게 진짜 필요한 시스템은 정부의 그것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데스크 문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시스템을 좀 공유하자는 거다.
P.S. 이런 주장에 대해 적의 공습시 대피는 소방방재청 관할이 아니라 민방위재난통제본부의 일이니 그쪽에 알아보라 말한다면…더더욱 할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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