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

11월 042013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4] 지시한대로 실행되리라 상상 말라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지시한대로 실행되리라 상상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대응 의사결정을 하는 워룸(war room)은 항상 현장과는 격리 되어 있다. 물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상황과는 격차가 있다. 실행 전문성이나 현실감도 현장과는 다르다. 현장으로부터 완전한 분석 보고가 공유돼도 의사결정 순간 그 현장은 다르게 변해있다. 이에 더해 지시한 대로 실제 실행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기가 발생 해 위기관리위원회가 소집되면 얼마 후 이런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그게 아직도 실행 안됐어요?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는 이유가 뭔가요?” 긴급하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실제 위기 대응을 위해 지시한 사항들이 적시에 이루어지는 비율은 일반적으로 20%도 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위기관리위원회에서는 몇 시까지 이런 이런 대응을 완료하도록 하세요라는 시간관리 조차 생략하거나 챙기지 않곤 한다.

컨설턴트들이 외부 중립적 시각으로 기업 내부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 해 있으면 이렇게 데드라인 설정이나 시간관리를 하지 않는 내부 대응 패턴에 처음에는 적잖이 놀라곤 한다. 지시 사항이 대부분 보도자료를 내야 하겠어요” “법무팀에서는 로펌과 상의 해 이 부분 확인 해 주세요” “영업에서는 대리점주들 접촉해서 부화뇌동하지 않게 하세요이런 지시 형식들이 대부분이다. 몇 시까지 완료하라는 내용이 빠져있는 것이다.

일선에서는 지시사항들을 받으면 또 이런 반응들을 보인다. “이미 늦었는데 이런 활동들을 해 무슨 소용이 있죠?” “이건 이미 했습니다. 아직 보고 못해서 그런데 일단 일선에서 진행했어요” “이 지시는 좀 위 분들이 모르셔서 그러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상황이 더 악화돼요상황 발생 직 후 오전 7시에 상황 보고를 했는데 대응 지시 사항이 일선에 내려온 시간은 오전 11시가량이라 그렇다. 일선의 반응이나 피드백이 다시 본사에 있는 위기관리위원회에 재 보고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또 그로부터 몇 시간 후다. 상황이 시속 100km로 변해 간다면 내부 의사결정과 지시 그리고 피드백이 따라서 대응하는 시간은 시속 10km인 셈이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관리한다는 표현은 그냥 수사적인 것일 뿐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시는 적시에 이루어졌다고 해도 평소 준비가 없어 실제 실행은 그로부터 상당시간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다. CEO께서 빨리 우리의 입장을 정리 해 홈페이지 팝업으로 올려 대응합시다. 가만히 있으면 안돼요하고 지시 하셨다 치자. 홍보팀이 대응문 초안을 만들고 내부적으로 보고를 통해 확정하는 데 1-2시간 이상을 소비한다이 시간 동안 초안을 쓰고, 이를 법무팀에게 리뷰를 요청하고, 임원들에게 돌려가면서 컨펌과 의견을 받아 재수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완성된 대응문 초안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데 또 1-2시간 이상이 소요가 된다. 팝업 디자인을 새로 잡고, 팝업창 위치를 내부 논의해 확정하고, 이를 업로드 하는데 드는 여러 절차들을 관련 부서들끼리 통화하면서 수정과 재수정을 거치는데 몇 시간이 소비되는 것이다. 결국 CEO가 오전 8시 적시에 지시를 하셨는데, 실제 홈페이지 팝업 대응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정오가 된다. 왜 이렇게 늦었냐 물으면 이런 답변들을 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정신 없이 빨리 움직였습니다. 위기관리 참 어렵습니다.”

CEO는 지시와 함께 그 시점에 이미 실행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하시게 마련이다. 스스로 위기대응을 빨리 했다고 자평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오전 내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회사를 바라보고만 있게 된다. 내부와 외부가 각자 서로 다른 생각과 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외부의 생각과 평가는 위기관리 성공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면 모든 위기대응을 외부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위기대응을 위한 위기관리위원회의 의사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물리적, 시간적 거리를 가능한 단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빨리 지시하는 데서 위기대응이 끝났다 생각하기 보다실행 데드라인을 설정해 지시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실행관련 시간관리를 해야 한다. 외부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이 회사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대응할 수 있을까?”라는 찬사가 나올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놓고 실행 시점을 기다리는 대응 체계도 필요하다. 경계해야 할 것은 언제나 CEO 자신이 지시한 사항이 적시에 정확히 실행될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과 믿음이다. 위기 시 더욱 더 CEO의 관리(management)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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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2010 Tagged with , , , , , , 16 Responses

우선 회사의 원칙을 말하라 : MBC의 연평도 술회식 논란

이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보도국 기자, 카메라 기자, 중계팀 등 약 30여 명이 오후 8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회식을 했고, 반주로 한두 잔 마신 것은 맞지만 해병대 홈페이지에 오른 글처럼 폭탄주와 고성방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

MBC 이진숙 홍보국장은 “듣기로는 취재팀이 며칠 동안 밥과 김치만 먹다가 회식을 한번 하자고 했고 해병대 허락을 받아 충민회관에서 30명 정도가 8시 30분부터 10시30분까지 회식했다”며 “고성방가가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사실무근이고 반주 겸 해서 한두 잔 마신 게 전부”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보통 직원들의 행위로 발생한 논란에 대해 회사는 대부분 해명을 하거나 변명을 하는 데 급급하게 된다이런 대응방식은 상당히 조직의 본능에 근거한 대응으로 별반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해당 논란이 상당한 공중 감정과 관련한 것일 때에는 이런 대응이 더 큰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맞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한 해명이 핵심 메시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중들이 일부 사실관계 여부를 따지고 있는 게 아닐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번 MBC의 연평도 회식 논란에 대해서 MBC측은회식은 있었으나 고성방가와 폭탄주는 없었다는 것을 핵심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언론기사에 인용된 메시지가 결과적으로는 곧 핵심 메시지다. 언론기사에 인용되지 않은 메시지는 모두 핵심 메시지로서 전달에 실패한 메시지가 된다)

MBC측의 메시지를 기반으로 그들의 포지션을 유추해보면 ‘Not Guilty’ 포지션이다. 회식은 했지만 간단한 반주 정도였고 회식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포지션이다.

문제는 이 포지션에 있다. 현재 국민들 대부분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조직 중심의 포지션이라는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현재 국민들이 해당 회식 논란을 바라보는 포지션은아니, 어떻게 전쟁터인 연평도에 취재하러 간 사람들이 그곳에서 회식을 할 수 있나?”하는 포지션이다. 분명 MBC측의 포지션과 다름이 있다.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그날 폭탄주가 돌았는지, 고성방가가 있었는지가 아니라…MBC는 직원들이 전쟁터인 연평도에서 회식을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사의 포지션이다.

MBC가 진짜 국민들의 포지션을 이해하고 헤아리고 있었다면 MBC측의 핵심 메시지는 일단 사과로 시작해야 했고 사과로 언론기사에 인용되어야 했다.

“MBC의 원칙은 모든 직원들로 하여금 항상 적절한 장소에서 최대한 주의 깊은 행동을 하도록 직원들 각자의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원칙을 기준으로 볼 때 이번 직원들의 행동은 MBC의 원칙에 적절하게 부합한 것이 아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의 원칙을 더욱 더 강화하고 준수토록 교육하고 노력하겠다”하는 메시지가 핵심이 되었으면 어떨까 한다.

그랬다면 최소한 MBC는 국민을 이해하고 국민과 같은 편이라는 느낌은 줄 수 있지 않았을까?

 

 

 

8월 262009 Tagged with , , , , , , , , 7 Responses

매뉴얼과 규정때문에 위기관리가 안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바이러스제 보급을 치료 거점병원과 거점약국
외에 국민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동네 병의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정부가 국가재난대책본부 등 범정부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는 복지부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신종 플루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덕형 질병정책관은 “국가전염병 위기단계가 현행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될 때 고려해 볼 문제
”라며 “심각 단계는 국내 의료체계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환자가 대량 발생하거나 그런 상황이 예견될
때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일보/쿠키뉴스]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방역당국의 한 관계자는 “신종플루 대유행을 선언하려면
계절인플루엔자 유행기준인 하루 표본감시기관 환자 수가 1000명당 2.6명 이상이 돼야 하지만 현재 1.81명에 그치고,

사망자와 중증환자 수·확산 속도 등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신종 플루에 대한 정부의 포지션을 기업으로 비유를 해 보면…

최근 급격히 무더워진 날씨 때문에 음료회사 맛나사의 콩맛나 쥬스가 냉장보관중에도 내용물이 변질됐다는 소비자 컴플레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해 영업 일선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해당 제품을 리콜 합시다’라고 위기관리 위원회에 제안 보고를 했다.

그러자 위기관리 위원회 영업기획팀장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현재 콩맛나 제품이 시장에 천만 캔이 풀려있는데…이중 현재 소비자 컴플레인은 1000개당 1.81개 꼴이다. 우리 위기관리 매뉴얼상에서 제품 리콜은 시장진열 제품수 1000개당 2.6개 이상에서 변질이 발견되어야 가능하니까…일단 기다리고 좀더 지켜보자”

CEO께서 이어 영업임원의 의견을 물으니 “영업기획팀장의 말이 맞습니다. 현재 위기관리 매뉴얼상에서 해당 제품 변질 보고 수준은 ‘오랜지 단계’니까 아직 ‘레드 단계’가 될려면 멀었고, 레드단계가 되면 그때가서 리콜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불살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책본부를 만들고 재난을선포해 좀더 적극적인 위기대응을 하자는 적극적 제안에 대한 대응 논리 치고는 너무 하지 않나 말이다. (1000명당 0.79명의 환자수가 아직 모자라 대책본부 구성이 힘들다…)

만약 VIP께서 하라 하시면 금방 취할 조치들을 규정과 매뉴얼이 붙들어 놓고 있는 건 아닌가?


 


4월 24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4 Responses

워룸이 고생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활동들이 당초 청와대가 내세웠던 목표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당장 비경상황실과 관련해
청와대는 2차 세계대전 때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운영한 ‘워룸’의 개념을 도입했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실 활동과
관련해선 청와대 일각에서 “전략은 내놓지 않고 상황만 점검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중앙일보]



기업을 대상으로 워룸을 설치하고 실제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해 보는 것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라고 한다. 기업 위기 발생시 최고 의사 결정권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상황을 점검하고, 각 프로세스별 포지션을 정하고 대응 방식을 결정해 실행조직에 대응을 지시하는 역할을 여기서 한다.

이 워룸에 대해서는 여러번 포스팅을 했었지만, 현실에서 보면 기업들은 워룸 경영 자체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워룸에서 지시 된 대응 활동들을 실제 현장에서 실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이 워룸의 가치는 아무 것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모 양주회사가 최첨단 위조 방지 기술이 적용된 양주병을 강력하게 홍보를 했다고 치자. 어느날 부산에서 모 기자가 일선 유흥업소 업주의 제보를 받아 해당 양주병이 쉽게 위조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취재했다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반향이 크다 판단이 된다면 말이다. 일단 본사 워룸에서는 CEO와 임원들이 모여 ‘어떻게 이런 단순한 기술로 우리의 최첨단 위조방지기술이 뚫릴 수 있나?”하는 상황파악을 하게 되겠다. 생산 및 기술 임원들이 허탈하게 조사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알아보니 가능하다’는 결론을 가져왔다.

그러면 그 다음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나. 워룸에서는 토론을 통해 해당 이슈를 관리하기 위한 포지션을 공유한다. CEO께서 “그러면 이 기술이 결코 위조를 근절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면 우리는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개선책을 가지고 실행을 해야 한다.”하는 포지션을 정했다.

CEO는 생산기술 임원에게 언제까지 이 위조방지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해당 임원은 ‘2주 가량’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빨리 개선책을 마련하라 지시한다. 기획 임원에게는 생산측과 공조하면서 개선된 위조 방지 시스템이 적용된 제품을 만들게 되면 얼마 정도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지 보고하라 지시한다.

마케팅 임원에게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위조 방지 기술을 강조하는 광고와 POS물들을 배포 중단하라고 지시한다. 영업 임원들에게는 해당 이슈에 대해 적절한 셀링 스토리를 만들어 공유하고 절대로 해당 이슈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지시 한다.

마지막으로 PR팀에게 ‘당장 부산으로 내려가 다음 주로 예상되는 기사 게재를 어떻게든 막아 보라’ 지시한다. 개선책이 나올 때까지 가능한 시간을 벌자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 때 부터다. 실행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생산기술 임원은 이전 위조 방지 시스템을 납품 한 외국계 제조회사 담당자들을 불렀다. 해당 업체에서는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본사 기술팀의 의견을 물어 본다 했다. 1-2주를 달라 한다. 문제는 CEO에게 2주내에 개선책을 보고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확인이 그 정도 걸린단다. 무조건 일정을 당겨서 어떻게든 개선책을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못하면 남품 계약 해지라 소리를 친다. 하지만, 이 회사말고는 납품을 하는 곳이 없다.

기획에서는 생산측에서 시간이 지연 될 듯 하다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추가 예산을 뽑을 수 있냐면서 생산이 문제라고 고개를 저으며 앉아 있다.

마케팅에서는 광고야 내릴 수 있지만, POS 배포를 중단하라면 2주 이상을 POS 출하를 중단하거나 예전 구형 POS를 대신 배포해야 하는데…브랜드 매니저들은 말도 안된다면서 생산측에 전화를 걸고 기획에게 항의를 한다.

영업에서는 ‘이미 그 이야기는 도매상들이나 업소주인들이 다 아는 상식’이라면서 아무리 셀링 스토리를 가지고 가도 말이 안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각 지점들까지 캐스케이딩이 안되고 각 지역에서는 하달한 지시가 먹히지 않는다.

PR팀에서는 PR팀장이 일단 KTX편으로 부산에 내려가긴 했는데..아무리 인맥을 동원해도 해당 기자 수배가 안된다. 해당 신문사에 가 데스크들을 만나 보았는데 갑작스럽게 왜 이렇게 유난을 떠나 하고 이해를 못한다. 광고국에서는 언제 본사에서 광고 한번 해 준 적 있느냐 되레 항의를 한다. 지점장이 나서서 학맥을 동원해 보지만…어쩌다 보니 데스크 부터 광고 국장까지 감정만 상하게 되었다.

억지로 고급 술집에서 데스크와 해당 취재팀을 묶은 접대를 제안했는데. 별반 호응이 없다. 요즘이 어떤 세상이냐면서 손가락질을 한다. 겨우 마케팅에 전화를 걸어 해당 신문사에 광고와 지역 캠페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서 올라 오는데…KTX에서 전화가 울린다. 지점장 전화인데 부산의 또 다른 소규모 신문에서 똑같은 기사를 취재하고 있다면서 기자가 지방국세청에 인터뷰를 요청했단다.

이게 워룸의 한계다. 아주 간단한 이런 이슈에도 대응하는 실행 프로세스에 한계가 있으면 아무리 워룸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실현이 되질 않는거다.

조그만 회사의 조그만 이슈도 이럴진데 국가 수준의 워룸이 100% 그 효력을 발휘하긴 힘들겠다. 모두가 다 이상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운도 좋아야 한다. 위기관리란게 그렇다.

7월 24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13일만의 대국민사과

현대아산 사장, 금강산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연합뉴스]

금강산 피격 사건 발생 13일만이란다. 대국민사과 말씀이 이렇게 느리다. 물론 북한측의 상황 파악이니…사건개요니…ccTV니…아웅다웅하느냐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이 회사가 사과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전략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이슈는 분명 아니었던 것 같은데…13일이나 흘렀다.

우리나라 위기대응이나 대국민커뮤니케이션을 분석해 보면 1-2주는 평균이다. 최근 터진 A사, H사, D사의 소비자개인정보유출이나 이메일 에러등의 사례에서 대응 타이밍은 1-2일대로 떨어졌다. 워낙 온라인상 여론확산이 크기 때문인지…대응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

반면에 굴뚝산업이나 무게감 있는 회사들의 경우 아직도 느리다. 여론환경이 빨리 변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느리다. 빠른 물고기가 큰 물고기보다 살아 남는 세상인 걸 억지로 무시하는 것 같다. 13일만에 대국민사과성명이라…우선순위가 바뀌어도 한참이다.

5월 272008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위기의 형성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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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위기에는 일정한 형성 법칙이 존재한다. 이 법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위기가 발전하는 방향과 위기에 대응하는 방향이 서로 철로길 처럼 평행을 이르기 때문이다.

먼저 위기가 발생했다고 가정을 해보자.

위기                        위기관리 주체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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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      위기 상황 파악 (놀람, 부인)

전개 ———     위기 발전 추이 파악 (회피욕구)

성장 ———     위기 대응 전략 및 방식 논의 시작 (분노, 흥분)

폭발 ———     (급박하게) 위기 대응 실행 (체념, 기원)

연속폭발 ——-   위기 전략 재 점검, 실행 방식 수정 (다시 흥분)

대폭발 ——–    사과/해결책 발표 (완전 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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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우리 아이에게 종기가 낫다고 가정을 해보자

증상                                     아빠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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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등이 빨갛고 가려움  ——  약국에 가서 피부약을 사서 발라 줌

약간 부풀어 오름  ———-  피부약을 바꾸어 보거나 병원에 데려감

아주 빨갛게 부풀어 아픔 —-  분명히 피부과에 아이를 데려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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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팔등에 종기가 나서 고름이 차고 그 고름을 방치해서 고름이 터져 흐르고, 또 그 자리가 감염이 되서 더 큰 종기 자국이 생기고,,,하는 것을 두고 보는 부모는 없다. 맨위의 위기 대응 프로세스와 아래 아이의 종기 대응 프로세스의 차이는 ‘대응 실행(개입) 싯점’의 차이다.

왜 위기 대응 실행이 그렇게 느리게 시작될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일반적 원인들은 다음과 같다.

1. 상황파악이 잘 안되는 경우
2. 이 상황에 섯부르게 개입 했다가는 안되겠다 하는 두려움
3. 그냥 지나가겠지 하는 안이함
4. 왜 우리가 나서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
5. Guilty 의식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요소를 잘 asessment를 해서 ‘이 위기가 어느정도까지 성장할 것인가?’를 파악해 그에 적절한 대응을 실행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crisis assessment는 사실 불가능한다. 모든 변수를 미리 예상하고 통제한다는 것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에 있어 과학/수학적 대응에는 현실적 제한이 따른다.

성공하는 위기관리에는 대응 실행의 속력이 핵심이다. 위기 전개 말기에서 성장 초기에 개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정확한 사실 판단하에 위기관리 전략에 기반해야 하고, 정확한 포지션과 메시지들 그리고 해결방안으로 무장해야 한다.

위기를 대비하면서 우리가 포커스를 맞추어야 하는 것은 이 반응 시간을 얼마나 줄이면서, 정확한 전략, 포지션, 메시지, 대응방안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위기 대비 시스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3월 282008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High? or 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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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최단 말미에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하이 프로파일(high profile)이냐,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이냐 하는 거다. 하이 프로파일 전술은 해당 위기가 전적으로 자사의 책임일 때나 전혀 책임이 아닐 때 공히 채택 가능하다.

 

자사의 책임일 때 하이 프로파일 전술은 자사의 개선 의지를 강조해서 소비자들로부터 그 의지에 대한 인정을 받기 위한 적극적 행동들을 실행하는 것이다. 반면, 해당 위기가 자사의 책임일 때 로우 프로파일 전술을 택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자칫 복지부동’ ‘침묵으로 비추어져서 여론을 자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 이 로우 프로파일은 위기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영향 받는 이해관계자가 극소수에 머무를 때 한정적으로 상호 이해에 기반해 채택할 수 있는 전술이다.

 

자사의 책임이 아닐 때 하이 프로파일은 한마디로 자사의 억울함을 대대적으로 호소하는 전술이다. 소비자들로부터 동정과 이해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자사의 책임이 아니면서 로우 프로파일을 선택하는 것은 앞서서와 마찬가지로 위기의 규모와 이해관계자의 규모가 크거나 많지 않을 때 없었던 일로 하자는 망각 유도 방식이다.

 

고민은 하이 프로파일에 있다. 특히 자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나서 하이 프로파일 전술을 구사하려고 한다면 과연 어떤 것들이 하이 프로파일 활동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실무자들의 고민이다. 이 하이 프로파일 활동들을 해야 하는 핵심 목적은 무엇인가? 자사의 개선 및 재발 방지 의지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시각에서 위기가 목격되었으면 가장 먼저 그 책임자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겁니까?” “앞으로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무엇을 할 겁니까?” “믿어도 됩니까?” 이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주고 더 한발자국 나아가서 그 질문을 상회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하이 프로파일 전술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80년대 초 미국 타이레놀 사건과 2007년 미국 완구 회사 마텔 사건을 들 수 있다. 소비자 일반의 기대수준을 상회하는 대응방식이어야 효과가 있는 타입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이 프로파일 활동을 전개함에 있어서도 각종 미디어들을 통해 하이 프로파일 커뮤니케이션을 동시에 진행해야 시너지가 있다.

 

수많은 실패 사례들은 거의 로우 프로파일 전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부분적인 리콜이라던지, 지역적인 리콜이 그 사례들이다. 이러한 로우 프로파일 전술에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 또한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한정적인 활동과 커뮤니케이션이 그 효력을 발휘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와중에 또 다른 변수가 작용하거나, 다른 사건이 더해지면 그 다음은 더욱 통제 불능이 된다.

 

이는 곧 늦장대응으로 비춰지며, ‘쉬 쉬가 된다. ‘안이한 대응이 되며 복지부동으로 공감대를 이룬다. 따라서 위기시의 로우 프로파일 전술은 어느 정도 폭탄을 안고 가는 형국이 되므로 그렇게 권장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우리가 이야기하는 하이 프로파일이 한 명의 기자가 호기심으로 물어온 잠재적 이슈에 대해 출입기자 전체에게 대대적으로 사전 경고 또는 설명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기자들이 모르고 있던 우리회사의 부정적인 이슈들을 끌어 내서 떠들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이 프로파일이냐 아니냐 하는 판단의 핵심은 오디언스의 부정적인 반향의 수준,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크기와 수에 따라 그에 적절하거나 그들을 ‘압도’하는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야 이것이 진정한 위기 대응이나 위기 관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