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매뉴얼

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2007년 여러 번 제품 유해성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적 완구 회사 마텔(Mattel). 연이은 리콜속에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던 것에는 당시 마텔의 회장이자 CEO였던 밥 에커트(Bob Eckert)의 리더십이 주효했었다.

밥 회장은 이듬 해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한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의 위기관리팀을 치하했다.

최근 필자에게도 한 대기업 회장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까요? 우리 회사가 가장 신속하게 구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스템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필자는 답변으로 마텔 밥 회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해 드렸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회장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이미 존재합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으로 정리 되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페이지가 위기관리팀 페이지입니다. 비상연락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팀이 회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중추가 되도록 하시는 것이 현재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위기관리팀이 사내에 존재한다면 그 보다 든든한 자산이 없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믿으실 수 있는 그런 강한 팀을 만드시는 것이 핵심이 되겠습니다.”

기업 임원들과 위기관리 워크샵과 트레이닝을 하면서 필자가 자주 강조하는 개념들 중 하나도 바로 ‘누가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 강조하는 ‘누가(who)’가 바로 위기관리팀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을 분석해 보면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는 기업과 임직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위기관리팀’의 존재 자체를 구성원들이 모른다.

사내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임직원들이 많은데, 그 속안에 위기관리팀이라는 것이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어렴풋하게 무언가 조직 되어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니 문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임원들이 대책 회의에 참석해서도 ‘누가 각각의 대응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여러 대응 방안들과 주제 대상들을 토론하지만, 결국 실행 단계에 있어서는 서로 그 실행 주체가 ‘누구(who)’여야 하는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거나 시간을 보낸다.

‘위기관리팀’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두 번 위기를 관리해 본 조직들의 경우가 그렇다. 오랜만에 접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니 그 속에 위기관리팀에 대한 규정과 리스트가 있다. 그 리스트를 보니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어 자기가 위기관리팀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몇 페이지를 넘겨보니 자신에게 맡겨진 위기관리 업무들이 꽤 많다. 위기 발생시 대응해야 하는 업무들도 자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근데 궁금해진다. 이 많은 업무들을 실제로 내가 해야 하는 걸까? 이걸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걸까? 이걸 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 건가? 그리고 (더더욱 우려스러운 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감이 서질 않는다. 그렇다고 위 임원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당연히 이런 경우 단순 소속감만 느끼게 될 뿐, 실질적인 시스템이나 역량 강화는 불가능해진다.

‘위기관리팀’ 다른 구성원들은 무얼 하는 걸까 궁금 해 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떻게 되가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위기관리팀 리스트에 보니 상당히 여러 부서 임직원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들이 다 무얼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해 진다. 얼핏 보면 문제가 발생한 부서가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 하라 하는 것 같은데, 그 외 문제가 없는 부서들은 왜 리스트에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경우에는 정보보안부서와 고객관련 부서들이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에 마케팅이나 영업 같은 부서가 왜 유관으로 정리되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 밖에 대부분의 문제는 언론에서 다루어지니 홍보부서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위기관리팀 리스트 자체를 의아해 한다.

이 위기관리팀 조직 운용이 ‘잘 될까?’ 의심한다

사내에 구성된 기존 태스크 포스 팀만 해도 수십 개다. 그 중 태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결과물을 내놓는데 하 세월이 걸린다. 부서간 협업? 불가능해 보인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거창한 ‘사일로(silo) 현상’ 같은 걸로 성명하지 않아도 이종의 두 부서가 의견을 정리해 한가지 실행을 하는 것 자체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통하고 협업하라, 사일로를 극복하고 쌍방향, 균형적 커뮤니케이션…여러 이야기를 해도 쉽지 않다. 각 부서장들도 힘들어 한다. 위기관리팀 리스트를 보니 덜컥 겁이 난다. 이 여러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누가 움직일 건가? 협업이라는 게 이런 규모로 가능할까?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데 이런 위기관리팀 운용이 실제 될까? 의문을 품고 두려워한다.

이런 현장의 많은 생각과 현실이 존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말 만큼 그리 쉬운 것이 아니하는 의미다. 그러나 그렇다고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축 개발 노력을 포기할 것인가?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가? 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언들을 정리 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팀이 작은 누가(small who)라면, 큰 누가(big who)를 결정하라

위기관리팀의 수장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마텔의 경우 위기관리팀의 수장은 회장이자 CEO인 밥 자신이었다. 위기관리팀 수장으로서 밥은 자신의 위기관리팀을 어떻게 리드해야 하고, 어떤 역할과 책임을 누구에게 재분배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상당히 많은 매뉴얼에서 그 큰 누가(big who)에 대한 지정과 서술이 모호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VIP들의 강한 리더십과 책임, 그리고 관여가 없이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성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큰 누가(big who)들이 먼저 훈련 받아야 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은 강력한 리더들의 작품이다. 리더들이 먼저 제대로 훈련 받지 않고서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운용할 수 없다. 리더들은 어떤 위기들이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을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각각의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어떤 상황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 진행 발전될지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의 전개에 따라 자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전략과 대안을 바탕으로 의사결정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을 쌓고 있어야 한다. 이는 실제 위기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큰 무리가 있어 평시 반복된 훈련으로 숙련된 경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알아야 리드할 수 있다.

셋째, 자주 마주 앉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관리팀의 존재를 모르는 임직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임직원, 다른 부서는 무얼 할까 궁금해 하는 임직원, 과연 많은 부서들의 협업이 가능할까 의심하는 임직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다. 정기적으로 같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만들어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논의와 토론 그리고 훈련을 반복 제공하는 길뿐이다. 이를 통해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 준비된 위기관리팀, 빠르고 강한 위기관리팀으로의 성장이 가능해 진다. 끊임없는 마주 앉음과 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뉴얼이 곧 위기를 관리 해 주지는 않는다. 강력한 리더 한 명이 위기를 깨끗하게 해결해 버릴 수도 없다. 수천에서 수만 명의 전직원들이 움직여도 관리되지 않을 위기가 있다. 위기란 원래 그런 성격의 것이다. 대신 강력한 위기관리팀이 위기를 관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은 항상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통해서야 구현된다. 수백 페이지 두꺼운 매뉴얼에서 기업의 최고 VIP가 취할 가장 소중한 페이지는 위기관리팀 연락처 단 한 장이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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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0편] 위기관리 역량을 점검해 볼 수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몇 년 전 이미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작업을 했었습니다. 여러 진단도 받고, 위기관리 매뉴얼도 만들고, 훈련도 진행 해서 일단 시스템은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것은 이 시스템이 실제로 위기 시 작동을 하느냐 입니다. 실제 역량을 점검할 방법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많은 기업들이 그와 유사한 고민과 불안감을 호소하십니다. 시스템이나 역량이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실제 그것이 존재하는지, 작동은 가능할는지, 문제 있는 부분은 없는지 관리자 입장에서는 조마조마 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는 군대의 역량에 대한 의문과도 유사합니다. 수십만 명의 군대를 구성했고, 여러 군사 훈련들을 통해 군대를 단련해 놓기는 했는데,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제대로 군대가 역량을 발휘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도 비슷합니다.

실제 역량을 점검하는 방법도 군대 차원에서 실시하는 워게임(war game)이나 대항군을 활용한 작전훈련들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이런 시뮬레이션은 일단 ‘시나리오’와 ‘대항군’이 핵심이 됩니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하는 목적이라면, 먼저 해당 기업에게 발생 가능한 유기 유형과 관련하여 실제적인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위로는 대표이사로부터 아래는 일선 직원들에 이르기 까지 시나리오를 접하면서 “실제 이렇게 될 수 있겠군” 여길 수 있는 생생한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합니다. 그 후 이를 바탕으로 실제 위기관리 활동들을 위기관리팀이나 위기관리 위원회가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그 ‘직접 해보는 활동’이 곧 ‘시뮬레이션’입니다. 시뮬레이션을 위해 그 다음으로 중요한 대항군은 실제로 해당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 한 대형 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일부 유해화학물질이 불과 연기에 섞여 주변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라는 1차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다고 해 보시죠.

이 경우 해당 기업은 일단 공장 내 사고대응팀을 통해 문제의 화재 현장에 대한 상황관리에 돌입 할 것입니다. 지역 소방서와 유해물질 확산을 차단하고 방재하기 위한 화학물질관리기업과도 협업할 것입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지역주민들과 지자체 담당자들, 경찰, 지역 언론들, 지역 환경단체들, 직원 가족들 등등이 공장 주변에 모여들 것입니다. 공장 내에서 이해관계자 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은 부서 담당자들을 사고대응팀과 달리 공장 바깥으로 나가 그들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것입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이 시나리오 배포 이후 전개됩니다.

이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대항군이라면, 앞에서 말한 소방서, 확학물질관리기업, 지역주민, 지자체, 경찰, 언론, 환경단체, 직원 가족의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위기 상황에 따라 적절한 역할을 하면서 회사의 위기관리 방식을 점검합니다. 그들이 곧 2차, 3차 진전되는 시나리오의 뼈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타입의 시뮬레이션 이외에 위기발생 정보를 컨설턴트들이 일선 조직에 전달하고, 그 이후 내부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실제 역량을 점검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일선에서 위기상황을 전달받은 후 얼마나 신속 정확하게 해당 상황이 위기관리 매뉴얼에 규정된 위기관리팀에게 공유되는지, 그리고 공유 받은 위기관리팀은 어떻게 상황파악과 초기대응을 실시하는지를 점검합니다.

컨설턴트들이 특정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면서 일선 조직을 접촉하는 방식의 시뮬레이션 형식도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과 여러 관련 규정에서 정한대로 일선 직원들이 대응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위기관리팀 핵심 구성원들을 하루 정도 회사에 나오지 않게 조치한 후, 위기 상황을 실제와 유사하게 조성해 그들 핵심 구성원 부재 상태에서 차상위 인력으로 이루어진 위기관리팀의 위기대응 역량을 점검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주 간단히는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관리위원회 역량 점검 방식으로 불시에 위기관리조직을 소집해 워룸 세팅과 참여에 까지 걸리는 시간과 참석률을 점검하는 방식도 몇몇 기업에서 실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주말 오전에 위기관리조직 소집을 실행해 보기도 합니다. 몇몇 임직원들을 무리를 해서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대해 번거롭다 사후 평가 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유효한 시뮬레이션 방식입니다. 이와 같이 여러 방법을 통해 자사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일단 시뮬레이션을 한번 실행해 점검해 보아야 하겠다는 결심은 최고 의사결정자로부터 나옵니다. 그런 결심만 있다면 위기관리 시스템 역량은 지속 관리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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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42017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8편] 사내에 위기관리팀이라는 걸 만들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모두가 사내에 ‘위기관리팀’이 필요하다고 하던데요. 부서를 하나 새로 만든다는 게 만만치가 않거든요. 실제로 ‘위기관리팀’이라는 걸 어떤 부서 형태로 몇 명이나 두어 만들어야 하는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문가분들의 조언이 기본적으로 맞습니다. 성공적 위기관리 관점에서 위기관리팀의 존재는 핵심 중 핵심이지요. 하지만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것과 새로 ‘설치’하는 것에는 조직적으로 큰 다름이 있다고 봅니다.

가끔 클라이언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위기가 매일 매일 발생하는 게 아닐 텐데, 별도로 위기관리팀을 설치하면 그 소속 직원들은 매일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건가요?” 이에 대한 답변은 여러 내용이 있지만, 이번에는 과연 위기관리팀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기존 조직과 별도로 위기관리팀을 설치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위기관리를 위한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체계를 원하는 기업은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언드릴 수 있는 것은 ‘설치’ 보다는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러 부서들의 장과 그 차상위자들을 일단 선정 해 지명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그들이 모인 부서간 ‘통합체’를 ‘위기관리팀’이라고 칭하는 구성작업이 그 다음이죠.

비슷한 예로 지역에서 구성되는 ‘자체 소방단’을 생각해 보시죠. 식료품 가게를 하는 분, 이발소를 하는 분, 푸줏간을 하는 분, 연탄 가게를 하는 분 등등이 모여 화재 시 대응 하는 자체 소방단을 구성하지요. 평시에는 각자의 일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열 일을 제쳐 놓고 일단 화재를 진압하는데 서로의 힘을 모읍니다. 이런 체계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기업 내에서도 기획, 법무, 대관, 홍보, 생산, 기술, 마케팅, 영업, 인사 등등의 부서들에서 지명된 임직원들이 하나의 통합체를 만들어 위기에 대응합니다. 이를 ‘위기관리팀’이라 부르죠. 새로 또는 별도로 팀을 구성해 매일 매일 위기관리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통합체가 최선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위기관리 매뉴얼도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구성된 위기관리팀이 움직이는 방식과 프로세스를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당연히 이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잘 훈련되어야 합니다. 이들의 민감성, 전략성, 경험, 훈련 수준, 정무감각 등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경쟁력이 됩니다.

그러면 VIP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최고임원그룹은 위기관리팀에 속해 있어야 하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어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전사적 위기관리팀장으로 CEO를 지명해 놓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떤 기업은 부사장급을 자사의 위기관리팀장으로 지명해 놓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가 이상적인가 하는 데에는 여러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팀장은 최대한 ‘권한부여’가 된 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 의사결정이 조직내에서 가능한 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기업에서 위기관리팀 구조가 옥상옥(屋上屋)으로 설계된 곳들도 있습니다. 부서별 통합체인 위기관리팀이 존재하는데, 그 위에 최고위 임원들의 위기관리 위원회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더 독특한 곳에서는 그 위에 CEO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이런 구조의 특징은 내부적으로 위기관리팀이 관리하는 수준의 위기들과 위원회 그리고 CEO를 포함한 차원의 대응 위기 유형들간에 상하 구분이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문제라면 각 팀, 위원회, CEO간 위기 발전 단계에 대한 정의가 합치되지 않을 때 혼란이 생기고, 의사결정 단계가 다층화 되어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길다는 게 문제입니다. 말 그대로 권장되지 않는 구조이지요.

기업 내 위기관리팀의 구조나 위치 등에 대해서는 회사마다의 사정과 현실에 따라 달리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필수 원칙은 참고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위기관리팀 구성원들 스스로 자신이 구성원인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함. 둘째, 그들은 부서별로 부서내와 전사적으로 권한부여가 된 자들이어야 함. 셋째, 그들은 여러 발생가능 시나리오에 근거해 반복적으로 훈련 받은 그룹이어야 함.  넷째, 위기관리팀 구성이나 위치는 각 회사의 특성에 맞추어져야 하나, 초기대응의 신속성과 역할과 책임 배분의 문제는 절대 없어야 함. 마지막으로, CEO 및 최고위임원들은 위기관리 경험(직간접)을 최대한 보유해야 함. 이상과 같은 원칙만 따른다면 위기관리팀의 설치나 구성은 각 사에서 자유롭게 결정하시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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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76편] 내년에는 뭘 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올 해에는 조금 힘들 것 같고요. 내년에는 저희 회사 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도 업데이트 했으면 하고요.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이라는 것도 받았으면 하고요. 다른 기업들은 보통 무엇부터 시작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자사의 현황을 좀 더 정확하게 체크하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다른 회사 각각에는 다양한 현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냥 따라서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PT를 받을 때도 그렇지 않습니까? “보통 몇 킬로 덤벨을 가지고 훈련하나요?” 물어서 덤벨의 무게를 정하지 않습니다. 일단 들어보고 힘들면 무게를 줄여서 시작하고, 너무 가볍다고 느끼면 그 이상의 덤벨을 선택 해 운동을 하죠.

“남들이 요즘 필라테스라는 걸 많이 하던데, 저도 필라테스를 먼저 해야 하나요?”하는 질문도 좀 우습습니다. 각각의 사람에 따라 필요하고 유효한 운동 타입들이 있는 거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그냥 따라 시작해서는 반대로 몸을 망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가 어느 수준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의 업종을 볼 때 어떤 취약성들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에 발생해 왔던 이슈나 위기 유형들을 검토 해 보았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체계라는 것이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감도 내부에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취약성 진단작업은 사내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분들이라면 누구든 고민이 가능합니다. 최고경영자그룹에서 보는 취약성들도 청취 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여러 시각들과 자체적인 평가들 그리고 정보들을 취합해서 내부 논의를 시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새해부터 이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며 열심히 운동 하면, 연말에는 이런 이런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을 거야. 몸무게, 체지방, 근육은 이렇게 변화시켜야 하겠어. 나아가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 등등에도 이런 효과가 나타났으면 좋겠군” 이런 그림이 회사 내부에서 그려져야 좀더 발전적인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가 개시되고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만약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내부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무언가 방향이나 절차를 잘 못 수행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트레이닝은 갑자기 왜 하게 된 거지?” “이 작업은 누가 지시한 거죠? 바빠 죽겠는데…” “이걸 해서 뭐하게요? 이런 거 예전에도 몇 번 했었는데? 효과가 없었거든요?” 내부 공감대가 없다는 의미죠.

일반적으로 기업들에서 잘 못된 처방을 받아 들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언론과의 접촉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 임직원들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습니다. 매장이나 지점 등의 일선 창구들이 취약하게 열려 있는 상태에서, 온라인 이슈관리 체계에 집중합니다. 최고경영자그룹의 위기관리 경험 수준이 비교적 낮아 실제 위기 발생 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지역 일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만 실행합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본사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이 빠집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홍보팀에서 과장 하나와 대리 두 명이 모여 만듭니다. 그나마 과장도 타사에서 입사한지 3개월된 분입니다. 실제 위기 대응 역량이 존재하는지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관리 의식 고취를 위한 조찬 강의를 6개월마다 어랜지 합니다. 온라인 이슈관리 체계를 강화하라고 하셔서 포탈에서 밀어내기 대행사와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체계 강화 결과 보고를 합니다. 위기 발생 시 내부 알러트와 상황공유를 위해 모바일 알러트 시스템을 만듭니다. 그런데 그 알러트를 받는 분들이 대응 의사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 알러트에 매번 홍보팀만 움직입니다.

요즘 종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누가 만드냐고 하면서, 사내 인트라넷에 연결된 쌍방향식 위기관리 매뉴얼을 디자인합니다. 그러나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서 몇 년째 프로젝트 개시가 지연됩니다. 매뉴얼에 대한 교육이라도 먼저 시켜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예전에 만들어진 매뉴얼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실무자들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이유들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고통 받습니다. 자사에 대한 정확한 사전 진단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 때문입니다. 내년 플랜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까(what)’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 ‘왜 해야 할까(why)’를 먼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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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2013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5] 일사불란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일사불란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바라는 CEO라면 일사불란한 대응을 미리 상상 또는 기대하지 말자. 아무리 준비하고 연습해도 일사불란함이란 요원하다. 개인 스스로도 갈팡질팡하는데 어떻게 큰 조직이 하나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런 막연한 기대 대신 위기대응에 문제를 일으킬 구멍을 찾는데 먼저 힘쓰자. 그게 더 현실적이다.

일사불란(一絲不亂)이라는 말이 있다. 한자 뜻 그대로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가 잘 잡혀 있어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는 의미다. 기업 CEO들은 위기 시 누구나 일사불란한 대응을 조직원들에게 기대한다. 하지만, 이 일사불란이라는 표현은 상상이나 기대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기 대응에 있어 기업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들은 무얼까? 왜 모두가 일사불란 함이 큰 가치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실행하지 못할까?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 때문이다. 평소에도 서로 대화 하고 협의 하고 미팅 내용을 공유하는데 있어 많은 누락과 오해들이 존재한다. 시각을 다투고 조직원들의 개인적 관여가 높은 위기 상황에서는 이런 평소 커뮤니케이션 오류들이 수십에서 수 백배 더 증가한다. 정확하게 하나의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니 하나의 위기대응은 불가능해지게 마련이다.

둘째 문제는 일사불란하게 대응 하려 해도 기존 대응 체계가 그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A와 같은 위기 발생 시에는 기획부서가 대응 주체가 되어 대응 지원그룹인 홍보, 법무, IR, 총무등과 협업하여 초기 대응을 실시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상에는 협업하여라 되어 있을 뿐 누가 누구를 리드하라는 지시는 생략되어 있다. 기획부서장이라고 매뉴얼상에서 명기한 지원 그룹 부서장들을 통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지원부서장들을 빼고, 또는 그들의 승인을 득해 하위 팀장그룹들과 협업하게 되도 문제는 생긴다. 협력 수위와 협력 승인 기간들이 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각 지원 부서 팀장들이 각자 부서장에게 기획부서장으로부터의 협조요청사항들을
전달 브리핑 하다 보면 시기적으로 일사불란 한 의사결정이나 대응 퍼포먼스는 이내 사라지게 된다.

셋째 문제는 일사불란함이 조직 내 개인들에게는 극도로 부자연스러움이며 제한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일사불란함이란 지시사항에 대한 규격화된 실행을 의미한다. 물리적 대응 방식과 대응주체 그리고 대응 시간대에 정확한 제한을 두고 지정된 결과를 예상 그대로 도출해 내야 하는 부담을 내포한다. 당연히 일사불란함에 대한 강조가 실무자 개인들로서는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 IR팀에서는 오전 12시 이전에 문제를 해결했는데, 홍보팀에서는 지시 사항을 오후 3시가 되도록 실행하지 못하고 있나? 이렇게 해서 일사불란 함이라고 할 수 있겠나?”하는 핀잔을 듣게 되는 걸 실무자들은 내내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렇듯 CEO에게는 일사불란함에 대한 막연한 추구보다 차라리 평소 위기대응에 있어 어떤 빈 구멍이 있을까를 발견해 하나 하나 그 구멍을 메워 나가는 체계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하겠다. 매뉴얼상에 있는 문제를 발견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개선 활동들에 시간을 투자해도 좋다. 실행 부서 별로 실제 대응 역량들을 세부 점검해 부족한 부분들을 강화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도 좋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위기 시 외부에서 우리 회사를 지원해 줄 이해관계자 그룹들을 고민하고 그들을 위해 투자해 보는 활동도 좋겠다. 평소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좋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 체계의 가장 공통적 문제점이다이에 대한 오너십 부여와 강조도 좋다.

물론 기업 CEO로서 일사불란함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는 없겠지만, 위와 같은 소소한 준비와 체계 개선 및 투자들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기초 체력이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뒤를 바꾸어 생각해 일사불란함을 해치는 체계적인 부분들을 먼저 개선해 장애물들과 험로들을 미리 개척해 놓는 것이 이롭다는 이야기다.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이야기를 한다. 진정한 일사불란함을 위해서는 그 일사불란함을 훼손하는 디테일들을 찾아 하나 하나 개선 해 나가는 준비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막연한 기대만큼 위기 시 큰 상처를 주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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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62013 Tagged with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믿습니까?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믿습니까?

 

기업이나 정부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많은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부재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곤 한다. 그래서인지 기업 경영진들은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어야 위기관리 체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도 사회적으로나 업계에 어떤 큰 사건이 있으면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이런 질문을 실무그룹들에게 하곤 한다. “우리도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경영진들이 가지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가치의 핵심은 심리적 안정감으로 보인다. 회사 직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면서 나름 많은 고민들을 하고, 체계를 돌아 보았으니,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때문인지 실무그룹들은 경영진들을 위해 위기관리 매뉴얼의 분량과 부피를 극대화 하려는 노력들을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모든 위기 유형에 맞추어 세부 대응안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두툼함을 넘어 여러 본의 별책들로까지 구성된 백과사전식 위기관리 매뉴얼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든든함이 생긴다.

 

실무 그룹들의 생각은 어떨까?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해 경영진들이 가진 것과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반응들이 많다.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에게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 보유 사실을 설명하며 잠시 홍보목적의 자신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실무자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신뢰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믿음이 없다기 보다는 좀 찜찜하다는 느낌들이 많은 것이다. 왜 그럴까?

 

실무그룹들은 일선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해본 경험들이 있고, 앞으로 위기관리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처음 위기관리 경험을 했을 때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고 이에 따라 대응 했다기 보다 부서의 경험과 본능들을 가지고 대응 했었다. 이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위기대응 경험 때문에 이후 만들어 진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들을 보이곤 한다. 한마디로 매뉴얼대로 해서 위기관리가 되는 줄 알아?”하는 생각이다.

 

또 실무그룹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비현실성과 두리뭉실함에 대해 반감을 표하기도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너무 정형화 되어 있어서, 그때 그때 대응을 달리해야 하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들을 종종 표현한다. 일부는 불이 났다고 칩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불을 정해진 담당자들이 최단시간 내에 꺼야 한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근데 그걸 누가 모릅니까?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말고 불을 세부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해야 꺼지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하면서 답답해 한다. 백과사전 분량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두고도 그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에 목말라 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심리적 안정의 도구로, 실무자 그룹들은 경영자들을 위한 보고 문건으로 간주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에서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매뉴얼을 찾지 않고 다시 종전의 단발적 위기대응으로 이어지는 이유들이 대부분 이 때문이다. 놀랍게도 많은 기업들이 위기 시 위기관리 매뉴얼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러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대신 평시에 위기관리 그룹이 위기관리 매뉴얼 내용들을 머릿속에 넣어 완전 숙지하고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분량도 아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금처럼 위기관리 매뉴얼을 몇 년마다 경영진들의 지시가 있을 때 한번씩 개정해 주는 공식 문서로만 그냥 보유 하고 있는 것이 최선일까? 현실적으로 쓸모 없다는 의견이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어쩌면 좋을까?

 

기업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어떠한 형태든 해당 매뉴얼의 수명은 어느 정도될까? 여기에서 수명이란 최초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경영진들과 위기관리 실무그룹들에게 브리핑 해 그들이 어느 정도 매뉴얼 윤곽을 기억하고 매뉴얼 존재를 기억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의 실제 수명은 6개월에서 1년을 채 넘지 못한다. 실무자들이 바뀌고, 팀장들과 임원들이 바뀐다. 조직이 개편되어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수록된 위기관리 조직도가 옛 것이 된다. 새롭게 자리가 바뀐 직원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존재 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 흔히 우리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것이 있었어? 그걸 어떤 부서에서 만들었지?”하는 이야기들을 사내에서 하곤 하는데 이 때문이다.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을 살아있게 하기 위해서 위기관리 실무그룹들은 정기적으로 매뉴얼에 기반한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경험해야 한다.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따르고 있는 아주 당연한 기업 위기관리 체계와 프로세스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가만히 놓아두면 이내 사라져 버리는 짧은 생명력을 가진다. 그렇다고 실무자들이 매일 매일 보고 묵상 하고 반복 학습 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 내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을 가진 위기관리 매니저 그룹들이 리드해서 진행하는 정기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체계의 핵심이다.

 

여기에서 명심해야 하는 것은 해당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반하지 않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마치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자칫하다가는 일선의 본능과 직관에 의한 경험들을 강화 발전 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기본적으로 기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현실적인 검증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실제적 위기상황을 설정해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위기 대응 업무들을 실행해 보는 것이 핵심이다. 위로는 경영진들이 중심이 된 위기관리위원회의 가동에서 일선으로는 상부 보고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등 전사적 대응 체계를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된 그대로 세세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 매뉴얼상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면 이 또한 이상적인 결과다. 발견된 문제점들을 개선 해 위기관리 매뉴얼을 수정하면 된다. 위기관리 조직상의 변화가 있으면 그에 따라 다시 위기관리 조직을 구성 운용 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업데이트 된 조직도로 매뉴얼을 수정하는 식이다. 미처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수록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기유형이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해 보고 그 결과를 분석해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을 강화 할 수도 있다.

 

지속 검증되고 수정되고 업데이트 되어 강화된 위기관리 매뉴얼보다 효과적인 기업 위기관리 체계가 없다. 이런 류의 매뉴얼은 공식 문서의 의미를 넘어 전사적으로 체득화 된 위기대응의 뼈대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경영진을 비롯한 위기관리 그룹들은 정기적인 위기관리 매뉴얼 기반 훈련과 시뮬레이션들을 통해 실질적 경험도 가지게 된다. 이는 비단 개인적 자신감을 넘어 조직적인 믿음으로 까지 발현된다.

 

점차 이 과정이 지속되면 실무그룹들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불신과 불만들이 줄어들게 된다. 훈련과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의견들을 개진 하게 된다. 그 의견들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리를 거쳐 위기관리 매뉴얼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된다. 스스로 만들어 운용하는 진짜 매뉴얼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위기관리 매뉴얼을 귀찮은 보고용 문서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활용하는 친근한 게임북의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경영진들은 기존 가졌던 막연한 안정감보다는 더욱 강력한 신뢰감을 가지게 된다. 위기관리 조직과 역량에 대한 신뢰감이 배가 되는 것이다. 어떤 특정 위기가 경쟁사들에게 발생했을 때 예전처럼 우리에게도 저런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우리 조직은 저런 위기가 발생하면 최소한 저 회사보다는 훨씬 나은 대응을 하도록 훈련되어 있다는 자신감이 기반이다.

 

우리 위기관리 매뉴얼을 믿습니까?”라고 직원들에게 물어보자. 지금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진짜 믿고 신뢰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돌아보자. 조금이라도 마음속에 찜찜함이 있다면 그 것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더욱 정확하게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관리하는 방식과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경영진들과 실무 그룹들에게 신뢰와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위기관리는 실행이다. 빨리 실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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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2011 Tagged with 0 Responses

어떤 매뉴얼이 필요할까? : 디테일 vs. 임파워링

사무실 복도를 걷다가 불이 붙은 휴지통을 발견했다. 이 회사직원 A군을 위해 다음 중 어떤 위기관리 매뉴얼이 필요할까?

디테일 매뉴얼

위기상황 136-1-C형 위기
평 직원은 누구나 (CEO 및 임원은 위기상황 136-1-A 매뉴얼을 적용 / 팀장급은 위기상황 136-1-B 매뉴얼을 적용) 복도(회사소유 빌딩 복도는 위기상황 178-22-A 매뉴얼을 참고 / 임대 건물 복도는 위기상황 178-22-B 매뉴얼을 참고)에서 휴지통(담배 재떨이가 설치된 휴지통의 경우는 위기상황 221-11-A 매뉴얼을 참고 / 담배 재떨이가 설치되지 않은 일반 휴지통의 경우는 위기상황 221-11-B 매뉴얼 참고)에서 화재상황을 발견 시 (완소 가능성이 있는 화재의 경우 11-2-A  / 반소 가능성이 있는 화재의 경우 11-2-B  /일부 소실이 예상되는 단순 화재의 경우 11-2-C 매뉴얼 참고)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우측으로 3M 이내에 설치된 소화기 (소화기의 종류에 따라 A형은 443-22-A / B형은  443-22-A/C형은 443-22-A 매뉴얼 참고)를 오른손으로 5초 이내에 파지하고 (5초 이내 파지가 불가능한 예외 사항 12가지는 본 매뉴얼 1,245~1,255 페이지 참조 적용) 우측 엄지와 검지 및 중지로 작동을 시도한다. (이때 소화기가 작동이 안 되는 시에는 담당자인 OOO 총무팀 소속 직원 연결 확인 휴대전화 010-XXXX-XXXX) 분사 프로세스는 우선 안전핀을 제거한 뒤 OOO압력수준을 유지하며 소화기를 OO도 좌측 전방으로 기울인 뒤 분사한다. 분사 기간은 대형 화재의 경우, 중형화재의 경우, 소형 화재의 경우 따라 각각 OO초, OO초,OO초로 달리하며, 회당 분사 간격은 대형화재의 경우 중형화재의 경우, 소형 화재의 경우 OO초, OO초, OO초를 넘지 않는다. (예외 조항은 본 매뉴얼 1989~1300 페이지 참조) 화재 소멸의 확인 방식은 별도로 본 매뉴얼 1434~1500페이지의 확인 과정과 확인사항들에 따른다. # # #

임파워링 매뉴얼

위기상황: 화재
화재상황을 목격한 직원은 누구나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한 수단과 방법 그리고 인원을 동원하여 화재를 진압한다. # # #

실무자들은 위의 매뉴얼에 안도하고, 실제로는 아래 매뉴얼 대로 움직인다. 위의 매뉴얼은 평시 안도감과 준비됐다는 느낌을 준다. 어떤 매뉴얼을 선호하는 지는 실무자와 내부 정치적, 문화적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요즘 고민 중인 이슈.

5월 13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DIY 시리즈: 시뮬레이션으로 생명을 주자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위기관리 시스템에 생명을 주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가장 흥미로운 방법들 중 하나가 바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다. 보통 하루 정도의 기간을 들여 8시간 가량 위기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위기라는 것들도 모두 자신의 회사와 연관되어 가장 발생 가능성이 높고 발생시 임팩트가 가장 큰 것들로만 연이어 경험한다.

우선 위기관리팀을 떠 올려보자. 누가 위기관리팀원들인가? CEO를 포함한 모든 임원들이 그 대상일 것이다. 회사에 따라서는 팀장급까지 포함을 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중요한 원칙은 기능(function)별로 한 명 이상이 상시 위기관리팀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람 직 하지 않다는 거다. 일종의 기능상 오너십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별로 다르지만 적게는 10명에서 20명 가량 주요 임원들로 이루어진 위기관리팀이 대상이 되겠다. 물론 이들의 역할과 책임 등은 이미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어야 하고, 각각의 구성원들에게 그 것들이 충분히 인지 되어 있어야 하겠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두개의 별도 공간이 필요하다. 하나는 워룸(war room)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위기관리팀이 위기를 직접 관리하는 공간이다. 또 하나는 컨트롤룸(contol room)이라고 해서 위기상황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머무르며 위기를 전개시켜 나가는 곳이다.

이 두 공간간의 거리는 가까워야 하며, 상호간에 여러 가지 미디어들로 연결되어야 한다. 두 공간을 연결할 수 있는 미디어들로는 복수의 유선전화, 휴대폰, PC, 팩스, 공문 등이 되겠다. 컨트롤룸에 위치할 이해관계자들은 위기관리 전문 컨설턴트들로 구성되고, 각자 언론, 정부, 사회단체, 소비자, 직원, 경찰, 소방서 직원, 피해자 가족, 노조, 테러리스트, 일반 공중 등 다양한 역할을 리얼하게 수행한다.

   
 
 

하루간의 시뮬레이션은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된다. 적게는 수개에서 많게는 십여 개 이상의 시나리오들이 제공되고, 각각에 따라 관리 활동과 커뮤니케이션이 통합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전문 컨설팅펌의 시나리오는 그 실제성과 연결 통합성에 있어서 이음새 없는(seamless) 형태를 보여준다. 또한 그 시나리오의 심각성 측면에서는 점진적 강화 형태를 보여준다. 일종의 에스컬레이팅(escalating) 구조다.

시뮬레이션은 가능한 실제와 동일한 환경을 조성한 후 이루어진다. 당연히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위기관리팀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시간적 압박, 그 중에서 이루어지는 반복적인 상황분석과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만 한다. 각자가 담당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쉴새 없이 쏟아지는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정확하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는 그대로를 실제 행위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실행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매뉴얼과 실행이 거의 동일하지 못하다는 점을 항상 깨닫게 된다는 거지만…)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면 그 중 8~9개 기업은 최초 2시간 이상 동안 상황분석과 의사결정이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서 불완전하게 이루어진다.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그 이후에는 위기관리팀간에 역할이 분담되고 토론이 시작되며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정형화되어 아주 생산성 있는 위기관리가 진행된다.

홍보팀에서 이러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기획하거나 진행하려면 미리 이 시뮬레이션 포맷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내부적으로 사전 공유하는 것이 좋다. 보통 시뮬레이션에 참가하는 임원들이 해당 시뮬레이션을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지하고 참여했다가 상당히 당황해 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 기업 CEO께서는 하루 종일 호된 시뮬레이션을 몸소 체험 하신 후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고 피드백을 주신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한가지 결론에는 모두 고개를 끄떡인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가 되지 않았는가?’하는 실제적인 깨달음이 그것이다. 물론 이를 시작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하나 하나를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시스템에 생명을 줘 보자. 그 시스템이 자라는 것을 구경해 보자.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4월 212009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시나리오 경영은 정보력이 우선

북측은 논의할 의제에 대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고만 밝힌 상태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준 단서만 가지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경우의 수를 계산하면 100가지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남측이 볼 때 ‘좋은 일일 경우’ ‘나쁜 일일 경우’
‘중간일 경우’로 쉽게 나누는 것이 편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
동아일보]



한때 위기관리 매뉴얼과 함께 시나리오 관리 경영이 유행 한 적이 있었다. 클라이언트들께서 ‘시나리오! 시나리오!’를 계속 요구들 하셨고, 그에 따라 에이전시들이 위기 유형별 시나리오들을 구성해서 매뉴얼에 수북히 쌓아 넣은적이 있었다.

재미 있는 것은 아무도 그 시나리오를 제대로 검증하거나 충분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거였다. 시나리오라는 것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한개의 시나리오 당 수천배 이상의 연관정보들이 망을 이루어 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충분한 정보 베이스 없이 작가가 소설 쓰듯 하는 게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거다. 클라이언트와 시나리오를 두고 첨삭을 하다보면 마치 작가와 PD가 드라마 스토리를 놓고 쪽대본에 창조성과 상상력을 겨루는 듯 해 보이는데…위기관리를 위한 시나리오란 그러면 안된다는 거다.

우리 주변에는 정말 제대로 된 일들이 적은 듯 하다.  

4월 06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다 먹으려다 체한다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우리 회사에 발생 가능한 위기 요소들을 서베이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모두 리스트화 하고 각각에 가산점을 주어 우선순위를 둔 맵(Map)을 들여다 보자. 이 수백개의 위기 요소들 중 최고 위험군에 속한 위기 요소들을 먼저 살펴보자.

이들은 일단 회사 직원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위기 요소들이다. 발생 빈도도 높을 뿐 아니라 매번 위기가 발생할 때
마다 회사에 아주 큰 데미지를 입히고 떠나는 골칫덩어리 들이다. 보통 기업들에 이런 최고 위험군의 위기 요소는 10개 정도가
넘지는 않는다.

이들 위험군에 속해 있는 위기 요소들의 또 다른 특징은 해결방법이 거의 없다는 거다. 회사에 자주 심한 데미지를 입히고
떠나는 위기 요소들에 대해 만약 깨끗한 해결책이나 대비책이 있었다면 아마 해당 요소가 그 위험군에 머무르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의 요소들에는 모두 구조적인 발생 원인이 존재하고, 대비할 수 없는 예측불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일단 발생되었을 경우에는 피해를 최소화 하는 데만 집중이 가능할 뿐 간단하게 해결할 수 없는 유형들이 많다.

가장 위험한 위기요소부터 점검
이들 요소들은 향후 위기관리 매뉴얼의 주제로 사용된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이러한 가장 위험한 요소들에 대한 정의와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 방식과 발생시 필요한 처리 방침들을
담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하나의 위기 요소에는 한가지 유형의 실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개의 위기
요소에는 또 다시 수백에서 수천개의 다양한 실제 위기 유형(시나리오)들이 생산 가능하다.

예를 들어 패스트 푸드 업체에 최고 위험 위기 요소로서 ‘소비자 건강 관련 논란’이 꼽혔다면, 이러한 ‘논란’의 실제 발생
유형은 수백 가지가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NGO가 패스트 푸드 내 지방과 설탕 함유량에 대한 조사결과를 가지고 이슈를 제기할
수도 있겠다. 어떤 어린이 소비자가 지나친 햄버거 과용으로 비만과 고지혈증에 시달리다 이슈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겠다. 해당
패스트 푸드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세트와 관련된 윤리적 비난 여론이 생길 수도 있겠다.

   
 
 

이외에도 정부, 커뮤니티, 의사협회, 어머니들의 모임, 환우회, 투자자, 경쟁사, 학자, 온라인 등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위기 요소와 관련한 셀 수 없이 다양한 위기들을 발생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모든’ 세부 위기 유형들을 정의하고
분석해 매뉴얼상에 명기해 놓는 것은 좋지만, 이 하나 하나에 대한 발생 후 대응 프로세스들을 모두 매뉴얼에 담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매뉴얼에 수록해야 하는 것은 실제적인 대응 프로세스 ‘전반’이다. 하나 하나의 대응 프로세스가 각기 다르고 다양하다면 일단
매뉴얼 내용들을 위기 관리 담당자들이 전부 기억하기 힘들다. 그 이전에 그 위기 관리 매뉴얼은 성경 정도의 두께와 내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성경을 전부 다 읽고 외우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담당부서별로 분류, 오너십 부여
만약 10개 정도의 위기 요소들이 가장 위험한 그룹으로
선정되었다면 각각의 요소들에 대해서는 10페이지 내외로 해당 위기 요소/유형의 정의, 모니터링 방식, 발생시 대응 역할분담,
대응 프로세스, 결과 평가 프레임 등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그 페이지수가 적으면 더 좋다.

실제로 DIY(Do It Yourself)로 회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다 보면 자꾸 비슷한 대응 역할분담과 프로세스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회사 내 위기관리팀 구성에 대한 대략적인 아웃라인 잡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공통된 역할과 분담의 주체들이 사내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과 실행의 주요 핵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최고 위험군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수 백 개의 위기 요소들은 어떻게 할까? 처리방식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사실은 큰 일이지만…) 각각의 위기 요소들을 2차 위험군, 3차 위험군, 4차 위험군으로 일단 그룹을 나눈다. 그리고 다시 각
위험군내 요소들을 하나 하나 분석해 본다.

일단 해당 위기 요소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해당 위기요소에 대해 사내 어떤 부서에서
오너십을 가지고 사전 대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본다. 예를 들어 ‘사내 성희롱’ 같은 요소라면 이는 HR부서에서 사전 관리
해야 하겠다. ‘일선 영업지점에서의 공금횡령’ 같은 이슈는 영업과 감사 부서에서 관심을 가지고 사전 관리를 강화해야 하겠다.
‘임직원들이 같은 교통 수단을 사용 중 사고 발생’ 같은 요소에 대해서는 임원들이나 직원들의 비즈니스 출장 등의 일정을 관리하는
비서들이나 총무측에서 원칙을 세워 대비하면 되겠다.

이렇게 여러 개의 위기 요소들을 그 등급에 따라 각 담당 부서별로 쪼개어 오너십을 부여하는 거다. 물론 이 과정에서
CEO의 관심과 지원은 절대적이다. 누구든 자기일 이외에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좋아할 사람들은 적다. 따라서 윗 분들을 중심으로
하는 전사적인 의지와 관심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의 가장 큰 전제조건이 아닐까 한다.

다음주부터는 본 칼럼을 통해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해 몇 회에 걸쳐 설명할 예정이다.

[공지] 필자의 이 칼럼 제목을 4월부터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으로 변경합니다. 앞으로 기업 및 조직의 위기와 이를
둘러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서 실제적인 칼럼들로 꾸며갈 예정입니다. 그 동안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칼럼을 아껴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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