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응

11월 212013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5] 일사불란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일사불란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바라는 CEO라면 일사불란한 대응을 미리 상상 또는 기대하지 말자. 아무리 준비하고 연습해도 일사불란함이란 요원하다. 개인 스스로도 갈팡질팡하는데 어떻게 큰 조직이 하나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런 막연한 기대 대신 위기대응에 문제를 일으킬 구멍을 찾는데 먼저 힘쓰자. 그게 더 현실적이다.

일사불란(一絲不亂)이라는 말이 있다. 한자 뜻 그대로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가 잘 잡혀 있어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는 의미다. 기업 CEO들은 위기 시 누구나 일사불란한 대응을 조직원들에게 기대한다. 하지만, 이 일사불란이라는 표현은 상상이나 기대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기 대응에 있어 기업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들은 무얼까? 왜 모두가 일사불란 함이 큰 가치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실행하지 못할까?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 때문이다. 평소에도 서로 대화 하고 협의 하고 미팅 내용을 공유하는데 있어 많은 누락과 오해들이 존재한다. 시각을 다투고 조직원들의 개인적 관여가 높은 위기 상황에서는 이런 평소 커뮤니케이션 오류들이 수십에서 수 백배 더 증가한다. 정확하게 하나의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니 하나의 위기대응은 불가능해지게 마련이다.

둘째 문제는 일사불란하게 대응 하려 해도 기존 대응 체계가 그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A와 같은 위기 발생 시에는 기획부서가 대응 주체가 되어 대응 지원그룹인 홍보, 법무, IR, 총무등과 협업하여 초기 대응을 실시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상에는 협업하여라 되어 있을 뿐 누가 누구를 리드하라는 지시는 생략되어 있다. 기획부서장이라고 매뉴얼상에서 명기한 지원 그룹 부서장들을 통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지원부서장들을 빼고, 또는 그들의 승인을 득해 하위 팀장그룹들과 협업하게 되도 문제는 생긴다. 협력 수위와 협력 승인 기간들이 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각 지원 부서 팀장들이 각자 부서장에게 기획부서장으로부터의 협조요청사항들을
전달 브리핑 하다 보면 시기적으로 일사불란 한 의사결정이나 대응 퍼포먼스는 이내 사라지게 된다.

셋째 문제는 일사불란함이 조직 내 개인들에게는 극도로 부자연스러움이며 제한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일사불란함이란 지시사항에 대한 규격화된 실행을 의미한다. 물리적 대응 방식과 대응주체 그리고 대응 시간대에 정확한 제한을 두고 지정된 결과를 예상 그대로 도출해 내야 하는 부담을 내포한다. 당연히 일사불란함에 대한 강조가 실무자 개인들로서는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 IR팀에서는 오전 12시 이전에 문제를 해결했는데, 홍보팀에서는 지시 사항을 오후 3시가 되도록 실행하지 못하고 있나? 이렇게 해서 일사불란 함이라고 할 수 있겠나?”하는 핀잔을 듣게 되는 걸 실무자들은 내내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렇듯 CEO에게는 일사불란함에 대한 막연한 추구보다 차라리 평소 위기대응에 있어 어떤 빈 구멍이 있을까를 발견해 하나 하나 그 구멍을 메워 나가는 체계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하겠다. 매뉴얼상에 있는 문제를 발견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개선 활동들에 시간을 투자해도 좋다. 실행 부서 별로 실제 대응 역량들을 세부 점검해 부족한 부분들을 강화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도 좋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위기 시 외부에서 우리 회사를 지원해 줄 이해관계자 그룹들을 고민하고 그들을 위해 투자해 보는 활동도 좋겠다. 평소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좋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 체계의 가장 공통적 문제점이다이에 대한 오너십 부여와 강조도 좋다.

물론 기업 CEO로서 일사불란함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는 없겠지만, 위와 같은 소소한 준비와 체계 개선 및 투자들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기초 체력이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뒤를 바꾸어 생각해 일사불란함을 해치는 체계적인 부분들을 먼저 개선해 장애물들과 험로들을 미리 개척해 놓는 것이 이롭다는 이야기다.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이야기를 한다. 진정한 일사불란함을 위해서는 그 일사불란함을 훼손하는 디테일들을 찾아 하나 하나 개선 해 나가는 준비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막연한 기대만큼 위기 시 큰 상처를 주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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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불사르자!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어떤 정부부처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 두께와 분량이 가히 한 사람이 나를 수 없을 정도다. 어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실무자
책상에 꽂아 놓고 비치하기에는 부피가 너무 크고 튀어 부서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다. 5년 전 힘들게 만들었던 위기관리 매뉴얼은
얼마 전 펼쳐보려니 ‘쩍~!’하는 소리가 난다. 몇몇 페이지는 인쇄면이 서로 붙어 글자들이 두세 줄로 보인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불사르자. 기업이나 조직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위기가 더 위기로 다가오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분명히 해두자.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를 위한 보험이나 안심을 위한 도구가 절대 아니다. 실무자로서 자신의 실적을
사내적으로 팔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공유되거나 업데이트 되지 않으면 그리고 궁극적으로 실행으로 검증
받지 못하면 매뉴얼 자체는 쓰레기와 별반 다름이 없다.(심한 표현이지만 현실이다)

위기관리의 분량은 얼마나 되어야 할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원칙은 있다. 해당 위기를 실제 관리할 의사결정권자들과
실무자들이 해당 ‘매뉴얼’ 없이도 위기 대응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 만큼의 분량이어야 한다. 위기관리 담당자들이 매뉴얼을
펼쳐보지 않은 채 눈감고도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그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대형백화점인 이세탄(伊勢丹)은 1988년부터 사내에 위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본사 및 전국 매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요소들을 점검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백화점의 매뉴얼을 들여다보면 ‘과연 위기관리 매뉴얼은 어떤
형식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이 보인다.

이세탄 백화점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A4용지로 총 3페이지다. 어떤 기업같이 300페이지나 3000페이지가 아니다. “도움이
되는 매뉴얼이라는 것은, 다음의 3개 요건을 채우고 있는 것이겠지요. 첫째는 예측성, 둘째는 환경에 맞추어 수시로
메인트넌스하는것. 셋째는 그것이 사내에 보편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것”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던 이세탄 담당자는 이렇게 말한다.

   
 
 

각각의 페이지를 보면 첫째 페이지는 이세탄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의 분류들로 채워져 있다. 위기관리 요소진단의 결과를 아주
간결하게 리스트화해 놓았다. 두 번째 페이지에는 해당 위기의 예측으로부터 실제 조직적 대응 부분이다. 해당 위기들의 모니터링
방식과 해당 위기에 대한 대응 조직명을 명기하고 리스트화 해 놓았다. 마지막 페이지는 의무 페이지다. 각 위기 대응 조직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리스트화 해 놓았다.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 없는 작품(?)으로 생각되는 데 이세탄의 담당자는 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이 이상 담을 것이 또 무엇이 있나?”

몇 년 전 연이은 리콜 사태를 경험했던 세계적 완구회사 마텔의 밥 에커트 회장은 모 대학교 특강에서 지난 리콜 사태들에
대해 마텔이 어떻게 대응했고 어떤 배움이 있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후 한 학생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밥 회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상연락망입니다. 저는 세계 어디를 가던 위기시 내가 연락해야 할 모든 사람들의 연락처 리스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죠. 연락망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다. 우리가 생각할 때에는 세계위인전기전집 같이 무언가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매뉴얼이 우리 회사의 위기를 잘 설명해주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들을 사전에 수립해서 알려줄 것만 같은데 이까짓
‘비상연락망’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하지만, 막상 위기를 겪어 본 기업들이나 조직들은 이 밥 회장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최고의
의사결정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적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수집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수준 높은 내외부
카운셀러들의 의견을 듣고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것 자체가 바로 위기관리다. 당연히 이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는 비상연락망이 가장
소중한 위기관리 매뉴얼인 셈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 실무자들인 우리 머릿속에 없는 매뉴얼은 아무 가치가 없다. 기존의 매뉴얼을 오늘
한번 펼쳐보자. 혹시 비상연락망에 이미 퇴사한 전직 임원의 이름은 없는지 한번 살펴보자. 혹시 해당 부서가 없어졌는데도
매뉴얼상에 생존하지는 않나? 3년 전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출입기자의 이름과 휴대폰 정보는 거기 없나? 올해 초 새로 지은
공장은 그 리스트에 있나?

수백에서 수천 페이지의 매뉴얼 속에 진정 필요한 정보는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한번 하나 하나 추려보자. 매뉴얼을 위한
매뉴얼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진정한 매뉴얼은 어떤 모습일지 한번 생각해 보자. 오늘 당장 두툼한 매뉴얼을 한장 한장 살펴보자.
진정 회사를 위해서…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12월 142008 Tagged with , , , , , 2 Responses

뭐가 다른가?

도요타, 대형 투자 속속 보류 [연합뉴스]

중국, 브라질의 공장 신·증설 연기

  • 도요타는 230억엔을 들여 중국측과 공동으로 텐진(天津)에 추진중이던 자동차 생산 공장의 건설을 일단 보류
  • 브라질과 인도에서도 주력 소형차인 카로라 등을 증산키로 했던 계획도 보류
  • 미국 미시시피주에 건설중인 신공장의 가동도 당초 예정이던 2010년에서 2011년이후로 연기 검토

일본내 주력 공장에 대한 투자 보류

  • 일본 내에서도 아이치(愛知)현 다카오카(高岡)공장에서 진행중이던 로봇 도입을통한 생산 라인 개선 작업 보류
  • 수백억엔을 들여 아이치현 도요타시본사 공장내에 건설중인 생산기술연구동의 가동도 내년에서 2010년으로 연기

임원 보너스 삭감

  • 올 하반기 영업이익이 1천억엔의 적자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임원들의 보너스를 전액 삭감
  • 이는 적자 반전에 대한 경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성역 없는 비용 삭감’이란 원칙을 사내외에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것
  • 동시에 도요타측은 임원들의 보수 삭감도 검토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토요타가 최근 위와 같은 위기 대응책을 내 놓았다. 그렇지만…가만히 보면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이미 토요타는 수년간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것이 경영전략이었다. 토요타의 노조는 수조엔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임금동결을 선언해 왔고, 토요타 경영진은 토요타의 위기 의식을 경영전략과 철학으로 설파하고 다녔었다.

그러한 토요타의 PR 활동에 한국의 언론들과 대기업들도 고개를 끄덕였고, 적극적으로 벤치마킹을 하려 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도요타는 지난해 120억 달러의 사상 최고 이익에도오히려 위기의식을 갖고 의식개혁과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윤 부회장이 월례사마다 성과가 좋을수록 도요타를 배우라고 강조하고있다”고 소개했다. [서울경제, 2004. 6. 29. 도요타 배우기 열풍]

토요타는 위기의식에만 머물지 않고 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도전해 왔다. 1950년대부터 일찌기 일반적인 의미가 아닌, 제너럴모터스(GM)와 차이를 손익으로 인식해 손익계산서를 만드는 방법으로 조직의 목표를 설정하는 경영을 해왔다. GM을 따라잡자 원가절감의 목표를 한국으로, 최근엔 중국으로 바꿨다. [머니투데이, 2004.7.29. 체질 강한 기업이 되려면-LG경제硏]

도요타위기의식 배워라”  헤럴드경제 경제 | 2005.10.24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은 잘 나갈때 위기 의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토요타는 이 점에서 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기업이다. [머니투데이, 2006.12.10, 잘 나가는 토요타 “신발끈 더 조인다”]

잘나갈 때도 노사가 위기의식 공유. 끊임없는 위기의식도 ‘도요타 파워’의 원천으로 꼽힌다. 도요타 노조는 이익이 최고치 경신행진을 하는 2003~2005년 3년 연속 ‘춘투(일괄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인상 요구를 포기했다. 2005년 초에는 순이익이 2년 연속 1조 엔을 넘을 것으로 확실시됐으나 한국과 유럽계 자동차들이 도요타를 급격히 ¤아오고 있어 경쟁 환경이 밝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동아일보, 2007.5.9, 자동차업계 세계최강 ‘눈앞’ 도요타 왜 강한가]

하지만, 최근과 같은 상황에 처함에 있어서 수년간 위기의식을 가져오고 그에 대한 완화작업을 했다는 토요타는 그와 반대되던 다른 자동차 기업들과 별반 다른 대응책을 내 놓지를 못한다.

간단히 말해서…그 만큼 의기 의식을 가지고 완화작업을 해 왔었다면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및 브라질의 생산 시설을 꿋꿋이 증설하고, 일본내에서도 변함없는 활동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러한 위기 의식을 꾸준히 고취해 오고 완화작업을 이끌어 온 임원들에게 특별 상여금이라도 퍼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럴려면 왜 위기의식을 고취 해 왔나?

그렇지 않은가..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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