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연락망

4월 172010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실제로도 연락들이 잘 안된다: 비상연락망

하지만 안보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합참이 가장 먼저 공식 보고해야 하는 라인 중 하나가 위기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청와대 위기상황팀이다. 청와대 해명대로 합참이 위기상황팀에 막 보고를 하려던 참이었다 해도 공식 보고가 휴대전화를 통한 비공식 내용 전달보다 늦었던 것이다. 특히 합참 관계자가 개별적으로 청와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할 시점까지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이를 몰랐다는 점에서 군 보고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동아일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이 바로 보고체계와 공유체계다. 이슈나 위기 발생시 보고와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대응활동이나 조치들이 시쳇말로 ‘미친년 널 뛰듯(네이버 국어 사전)’된다.

기업 홍보실에서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때도 항상 좌절 비슷하게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이 보고/연결 체계다. 오늘같이 토요일 이른 아침에 보통 CEO나 주요 임원들에게 연락을 하면 연결되는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골프장에 계시거나, 사우나 중이거나, 심지어 휴대폰을 차나 집에 놔두고 외출중인 경우들도 있다. 평일 저녁 늦게도 마찬가지다. (사실 술자리에서 폭탄 말면서 또는 밴드에 노래를 하면서도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들은 일부 홍보실 일선 직원들 밖에 더 있나? 일요일에도 휴대폰 쇼파 옆에 충전시켜두면서 들여다 보는 직원들은 항상 홍보팀 사람들뿐이다…)

어떤 직장인이 이슈나 위기를 항상 예상하면서 휴대폰 옆에 상시 대기를 하겠는가?

문제는 문제를 가장 먼저 접한 홍보실 직원이 이런 원활한 보고 체계가 가동하지 않을 때 취할 수 있는 초기 대응 조치 등이 상당히 제한된다는 데 있다. 휴대폰 연결을 수십 번 시도 했으나 받지 않으시는 CEO, 지금 이 시간에 소재 파악 조차 되지 않는 임원, 심지어…핸드폰이 오늘따라 고장 나셨다던 홍보팀장이 나란히 사라져 버릴 때도 있다. 이때 누가 무얼 어떻게 할 수 있나.

시스템적으로 비상연락망/보고체계는 메인 라인과 서브라인으로 가능한 복수화 (다선 보고) 하는 것이 옳다. 상위자에게 전하는 일대일 단편적인 보고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상위자가 보고를 받아 적절하게 차상위자에게 보고 하지 않거나, 누락보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이슈관리나 위기관리 보고체계에 있어서는 중요한 한가지 전제를 기반해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지금 시간. 아무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도 그러니까.

 

 

 

4월 21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2 Responses

OO했었더라면…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다면…바로 이거다.

“우리가 이전에 OOOOO 했었더라면…”


예를들자면:

  • 우리가 평소부터 블로그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 우리가 평소에 트위터나 미투데이를 통해 대화들을 해 왔었더라면…
  • 우리가 홈페이지 게시판을 위기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 우리가 평소에 팝업창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알고만 있었더라면…
  • 우리가 비상연락망을 업데이트 해 놓았었더라면…
  • 우리가 한번이라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더라면…
  • 우리가 미디어 트레이닝을 한번 받아 봤었더라면…
  • 우리가 이런 소비자의 협박에 대해 조금이라도 대책을 세워 놨었더라면…
  • 우리가 작년에 이와 비슷한 논란이 있었을 때 개선을 했었더라면…



이런 OOOO했었더라면…이라는 말은 위기관리에서 가장 흔하게 듣지만, 가장 안타까운 말임에 틀림없다.

위기가 발생하고 코칭을 하게 되면 이에 연관된 반응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 블로그를 통해서 우리의 대응 메시지들을 소비자들과 빨리 공유하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진작 블로그를 하나 만든다 만든다 하면서 아직 만들지를 못했어요. 블로그만 있었어도 이렇게 허망하게 당하지는 않을텐데…”

아니…왜 이렇게 임원분들이 소집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무슨 다른 일이라도?

“글쎄..그게요. 비상연락망이 작년꺼라서 임원들 리스트가 옛날 정보들이더라구요. 전화번호가 바뀌신 분들도 많이 계시고. 비서들도 최근에 바뀐 사람들이 있고해서요. 진작 좀 업데이트를 했어야 했는데…”

벌써 TV 기자와 인터뷰를 하셨어요? 저희가 와서 사전 코칭을 조금 해드릴려고 했었는데요…

“아이구…그래서 걱정이 많아요. 말실수들을 조금 했는데 그 기자에게 사정을 했지만 도통 먹히는 분위기가 아니구요. 인터뷰전에 조금이라도 미디어 트레이닝이나 코칭을 받고 들어갔어야 했는데…”

이 이슈는 작년 이맘때 저희가 한번 겪었던 똑같은 이슈 아닌가요? 그 때 저희가 공식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한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렇지요. 근데 사실 그때 이후로 개선을 하지 못했어요. 뭐…여러가지 여건이 허락하질 않아서. 올 해는 그냥 어떻게 넘어가나 했는데 이렇게 또 걸렸네요. 그 때 그냥 개선을 해 버렸어야 했는데…”


문제는 이 OOOO했었더라면…하는 key learning들이 또 잊혀질 때다. 한번 이상 이런 말들을 반복하게 되면 그 기업이나 실무자들에게는 별로 기대하기가 힘들다.

학교 다닐때 선생님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던 걸 기억한다.

“틀린문제를 다시 한번 풀어봐. 왜 틀렸는지를 알아야 다음번에 똑같은 문제를 잘 풀수 있어”


당시 나 자신도 틀린문제는 다시 쳐다 보기 싫었다. 그리고는 다음 시험때 비슷하거나 거의 똑같은 문제를 떡하니 다시 틀리곤 했다. 기업도 초등학교 5학년짜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곳들이 많다.


4월 20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불사르자!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어떤 정부부처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 두께와 분량이 가히 한 사람이 나를 수 없을 정도다. 어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실무자
책상에 꽂아 놓고 비치하기에는 부피가 너무 크고 튀어 부서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다. 5년 전 힘들게 만들었던 위기관리 매뉴얼은
얼마 전 펼쳐보려니 ‘쩍~!’하는 소리가 난다. 몇몇 페이지는 인쇄면이 서로 붙어 글자들이 두세 줄로 보인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불사르자. 기업이나 조직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위기가 더 위기로 다가오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분명히 해두자.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를 위한 보험이나 안심을 위한 도구가 절대 아니다. 실무자로서 자신의 실적을
사내적으로 팔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공유되거나 업데이트 되지 않으면 그리고 궁극적으로 실행으로 검증
받지 못하면 매뉴얼 자체는 쓰레기와 별반 다름이 없다.(심한 표현이지만 현실이다)

위기관리의 분량은 얼마나 되어야 할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원칙은 있다. 해당 위기를 실제 관리할 의사결정권자들과
실무자들이 해당 ‘매뉴얼’ 없이도 위기 대응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 만큼의 분량이어야 한다. 위기관리 담당자들이 매뉴얼을
펼쳐보지 않은 채 눈감고도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그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대형백화점인 이세탄(伊勢丹)은 1988년부터 사내에 위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본사 및 전국 매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요소들을 점검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백화점의 매뉴얼을 들여다보면 ‘과연 위기관리 매뉴얼은 어떤
형식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이 보인다.

이세탄 백화점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A4용지로 총 3페이지다. 어떤 기업같이 300페이지나 3000페이지가 아니다. “도움이
되는 매뉴얼이라는 것은, 다음의 3개 요건을 채우고 있는 것이겠지요. 첫째는 예측성, 둘째는 환경에 맞추어 수시로
메인트넌스하는것. 셋째는 그것이 사내에 보편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것”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던 이세탄 담당자는 이렇게 말한다.

   
 
 

각각의 페이지를 보면 첫째 페이지는 이세탄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의 분류들로 채워져 있다. 위기관리 요소진단의 결과를 아주
간결하게 리스트화해 놓았다. 두 번째 페이지에는 해당 위기의 예측으로부터 실제 조직적 대응 부분이다. 해당 위기들의 모니터링
방식과 해당 위기에 대한 대응 조직명을 명기하고 리스트화 해 놓았다. 마지막 페이지는 의무 페이지다. 각 위기 대응 조직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리스트화 해 놓았다.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 없는 작품(?)으로 생각되는 데 이세탄의 담당자는 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이 이상 담을 것이 또 무엇이 있나?”

몇 년 전 연이은 리콜 사태를 경험했던 세계적 완구회사 마텔의 밥 에커트 회장은 모 대학교 특강에서 지난 리콜 사태들에
대해 마텔이 어떻게 대응했고 어떤 배움이 있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후 한 학생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밥 회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상연락망입니다. 저는 세계 어디를 가던 위기시 내가 연락해야 할 모든 사람들의 연락처 리스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죠. 연락망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다. 우리가 생각할 때에는 세계위인전기전집 같이 무언가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매뉴얼이 우리 회사의 위기를 잘 설명해주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들을 사전에 수립해서 알려줄 것만 같은데 이까짓
‘비상연락망’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하지만, 막상 위기를 겪어 본 기업들이나 조직들은 이 밥 회장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최고의
의사결정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적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수집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수준 높은 내외부
카운셀러들의 의견을 듣고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것 자체가 바로 위기관리다. 당연히 이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는 비상연락망이 가장
소중한 위기관리 매뉴얼인 셈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 실무자들인 우리 머릿속에 없는 매뉴얼은 아무 가치가 없다. 기존의 매뉴얼을 오늘
한번 펼쳐보자. 혹시 비상연락망에 이미 퇴사한 전직 임원의 이름은 없는지 한번 살펴보자. 혹시 해당 부서가 없어졌는데도
매뉴얼상에 생존하지는 않나? 3년 전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출입기자의 이름과 휴대폰 정보는 거기 없나? 올해 초 새로 지은
공장은 그 리스트에 있나?

수백에서 수천 페이지의 매뉴얼 속에 진정 필요한 정보는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한번 하나 하나 추려보자. 매뉴얼을 위한
매뉴얼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진정한 매뉴얼은 어떤 모습일지 한번 생각해 보자. 오늘 당장 두툼한 매뉴얼을 한장 한장 살펴보자.
진정 회사를 위해서…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