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뮬레이션

6월 11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은 왜 쉽게 하기 힘들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은 왜 쉽게 하기 힘들까?

위기관리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도 많고,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해 익숙한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을까? 몇 가지 공통적인 이유들이 존재하는데, 주로 고민하는 기업 실무자 분들의 생각을 유형별로 정리해 보자.

1.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려면 CEO부터 핵심 임원들이 모두 모여 여러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일정 및 시간 확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많은 실무자분들이 이런 고민 때문에 쉽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지 못한다. 상당히 현실적인 한계라 외부 컨설턴트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런 기업들의 경우 해당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들이나 관련 작업들에 대해 최고 의사결정자로부터 전폭적 지지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이와 함께 해당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부서와 담당자들이 핵심임원들을 한꺼번에 동원(?)하거나 참석을 종용하지 못하는 정치적 입지인 경우들도 많다. 이런 경우 적절한 답이 없다. 어떤 가시적인 위해성이 증가되지 않는 이상 이 모두를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비법이 없다.

2.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할 만큼 우리 준비 수준이 발전해 있지 못합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그냥 혼란스럽게 우왕좌왕하면서 끝낼 가능성이 커요.

이 고민에 대해서는 두 가지 조언이 있다. 첫째는 컨설턴트들을 믿으라는 조언이다. 제대로 훈련 받고 경험된 컨설턴트 그룹이라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절대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시작하거나 설계 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진행이 정해지면 그 사전에 충분할 정도로 반복적인 위기관리 위원회 대상 브리핑과 코칭 그리고 사전 트레이닝들을 제공한다. 시뮬레이션은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어떤 부분을 좀 더 준비해야 하는지를 찾아내기 위해서도 진행 되기 때문에 너무 완벽한 진행만을 머릿속에 그리면 도리어 문제다. 그 다음 둘째 조언도 메인 컨설턴트를 믿으라는 것이다. 메인 컨설턴트는 절대로 해당 시뮬레이션을 혼돈의 시간으로 메우도록 위기관리 위원회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메인 컨설턴트는 그만의 시뮬레이션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충분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다.

3.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몇 년 전에 해 보았는데…당시 임원 분들이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다시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도움은 되는데 너무 힘들고 지치신다고…

잠깐만 살펴보자. 몇 년 전 해당 시뮬레이션에 참가하셨던 임원들이 아직도 모두 현직에 그대로 계신 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몇 년 전 진행했었던 시뮬레이션 이슈들과 위기요소들을 그대로 현재까지 시뮬레이션 해야 하는 상황일까? 아닐 가능성이 크다. 다른 이슈들과 위기요소들이 떠 올랐을 것이다. 시뮬레이션 기술이나 기법들도 해마다 조금씩 바뀌어 성장한다. 만약 심하게 힘들어 하셨던 임원 분들이 지금도 계신다면 그분들의 의견을 세부적으로 듣고 시뮬레이션에서 불필요하게 힘든 부분은 완화 또한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실제 위기와 위기관리 상황은 시뮬레이션보다 훨씬 더 절박하고 힘들다는 사실이다.

4.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었으니, 그냥 매뉴얼로 완료하시고 시뮬레이션은 그냥 생략하시죠. 여러모로 진행하는데 문제들이 있어서요.

상당히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고사하시곤 한다. 사실 컨설턴트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클라이언트께서 이렇게 요청하셔도 별반 아쉬울 것은 없다. 하지만,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뮬레이션 검증을 하지 않고 끝나게 되면 이 업무를 진행했던 실무자들과 컨설턴트들은 사후에도 내내 찜찜하다. 항상 ‘이 시스템이 실제로 조직 내에서 운용될 수 있을까?’하는 궁금함과 불안함만 남는 것이다. 클라이언트 실무자들도 가능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과 자기 부서의 성과를 내적으로 과시하고 추가 시스템 유지 보수 예산 등에 협조를 얻어 놓는 게 좋다. 여러 귀찮은 사안들이 많아도 일단 한번 고생하자 생각하고 실행해 보는 게 여러모로 특히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그 형식이나 수준 이전에 위기관리 서비스 중 단위로는 가장 비싼 서비스 중 하나다. 투입되는 컨설턴트들의 수와 품질 그리고 숙련도 등이 일반 위기관리 서비스와 차별화 된다. 장비와 설비, 장소, 준비기간 동안 다른 서비스에 비해 과다 할 정도로 투입이 된다.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의 수준에 맞추어 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노력은 그에 비례해야 하기 때문이다.]

5.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들은 많은데요. 예산이 너무 부담돼서 힘들 것 같아요.

공감한다. 필자도 인하우스 팀장시절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모험이었다. 참고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는 외부 컨설턴트만 십 여명이 투입되고 준비기간과 동원 장비 등이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다. 장소 배치나 설비측면에서도 기대 수준이 상당히 높다. 그냥 약식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도 일정수준 이상의 비용과 프로페셔널 피(professional fee)가 요구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단편적(ad-hoc)으로 진행하는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신 년간 플랜으로 잡아 놓고 정기적으로 해당 예산을 배분 받아 정리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특정 위기 발생이 예견될 때 급박히 구성해 사전 실행해 보는 시뮬레이션도 있지만, 이 또한 진행 후 사후에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골치거리 중 하나다. 이 문제 또한 외부 컨설턴트들이 풀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마치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처음 제치기가 어렵지, 한두 번 제치고 나면 그 속력이 붙어 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해본 기업만이 쉽게 쉽게 계속하고, 안 해본 기업들은 처음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클라이언트사 실무진들은 가능한 예산확보 능력이 있으신 임원들과 협업해 해당 프로젝트 추진을 하도록 하자. 또한 일상보다 큰 프로젝트인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예산안에 포함시켜 턴키 방식으로 진행을 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현실적인 방식을 택해 고민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로 많은 기업들이 원하면서도 시뮬레이션을 실행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추가 조언을 하자면, 일단 사내적으로 일정 수준이상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공감대만 있다면, 일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전문적으로 하는 컨설턴트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자. 컨설턴트들이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조언들 그리고 현실적인 논리들로 실무자들을 지원 해 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들’을 다루겠습니다.

6월 01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들을 위한 준비 훈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들을 위한 준비 훈련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는 한두 번 진행에 참여 해 본 컨설턴트라면 어느 정도 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단순한 경험을 기반으로 감을 가진다는 것이 홀로 새로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디자인해서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10여 회 이상 참여한 컨설턴트들도 자신이 리드해 시뮬레이션을 디자인하고 진행하는 것에는 내심 벅차하곤 한다. 오랜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기 위해 컨설턴트들은 상당히 독특한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트레이닝이 미디어 트레이닝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은 위기상황에서 언론과 대화하는 방식을 습득하기 위한 트레이닝이다.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은 한발 더 나아가 언론을 포함 위기 시 회사를 둘러싸고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하는 트레이닝이다.

왜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트레이닝 받을까? 모든 트레이닝에 있어 트레이니로서의 경험이 오래 쌓인 사람만이 좋은 트레이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경험과 반복에 의해 체득된 do’s and don’ts 개념을 보유할 수 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할 컨설턴트들은 이런 다양한 트레이니 경험을 통해 실제 시뮬레이션에서 그들에게 맞서게 되는 워룸 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겨룰 수 있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방식만을 트레이닝 받는 게 아니다. 이해관계자 역할에 맞는 깊이 있는 스터디도 함께 진행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볼 위기 이슈 등과 유사한 타기업 케이스들을 스터디 하면서 입체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포지션들과 메시지들을 분석한다. 이런 케이스에서 oo위의 포지션과 메시지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변화했었는지, 관련 부처인 ooo부처는 또 어떤 포지션과 메시지들을 전달해 왔었는지, 경쟁사들은 어땠고, 고객들은 어땠고, 언론이나 NGO들은 어떤 포지션을 견지했었는지 등을 많은 유사사례들을 통해 정리한다.

필요 시에는 이해관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별도로 청취하거나 소프트사운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모든 컨설턴트들은 하나의 위기상황을 입체적으로 처음에서 끝까지 시뮬레이션 한다. 각각의 이해관계자별로 각기 격리된 사일로(silo)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각 이해관계자들이 상호간에 연결되고 작용을 하게 포지션들을 엮어 놓는다. 그것이 현실적 여론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은 서로간의 역할과 포지션들을 상호간 점검해 보고 그에 따라 인터랙티브한 시뮬레이션 디자인을 진행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클라이언트사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는 심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트레이닝이자 경험이다. 이런 힘든 상황을 연출하는 사람들이 컨설턴트들인데, 재미있게도 시뮬레이션이 끝나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는 그렇게 싫었던 컨설턴트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들을 보낸다. 곧 자기 자신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기본적인 트레이닝과 이해관계자 스터디가 끝나면 시뮬레이션에 참여하는 컨설턴트 각자에게는 이해관계자 역할이 부여된다. 피해자, 고객들, 언론들, NGO들, 정부규제기관들, 경쟁사들, 거래처들,지역주민들, 직원들 등등의 역할이 주어진다. 컨설턴트들은 미리 숙지된 이해관계자 스터디내용들과 트레이닝 경험들을 기반으로 각자 시뮬레이션 진행 세부 플랜들을 수립한다. 각 시나리오별로 해당 이해관계자의 포지션을 설정하고, 공격해야 할 기업 내 대상과 공격 논리 그리고 주장들을 셋업 한다. 그 하나 하나에 대해 많은 질문팩들을 만들어 위기상황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디자인한다.

일정 기간 동안 각 컨설턴트들이 구성한 이해관계자별 진행 설계들과 질문팩들은 시니어 컨설턴트들의 감수를 받고, 시뮬레이션 수 일전에 내부적으로 메인 컨설턴트와 리딩 컨설턴트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적으로 리뷰를 진행한다. 일정 경험 이상의 컨설턴트들은 이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리뷰세션을 통과한다. 이 리뷰세션에서 주의 깊게 체크되는 부분은 현실성, 논리성, 통합가능성, 예측가능성 들을 확실하고 풍부하게 담보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상의 준비단계가 끝나면 그 다음은 각 컨설턴트들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상황을 전제로 리허설을 해 보는 단계가 시작된다. 언론 역할을 할 컨설턴트가 준비해야 할 장비들과 카메라 크루들 그리고 포지션과 질문방식들이 시나리오에 정확하게 일치될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 정부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도 NGO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도, 지역주민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도 모두 하나 하나 감정을 실어 리허설을 한다. 마치 드라만 사전 리딩 세션과 유사하게 디테일 하게 리뷰하고 공유 한다.

그러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위해 좋은 컨설턴트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

1.    기업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2.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이해
3.    위기상황을 전제하고 이해관계자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수 있는 롤플레잉 역량
4.    전략적으로 생각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훈련 받은 역량
5.    실제 시뮬레이션을 진행함에 있어 완전하게 이해관계자 빙의 할 수 있는 전투력
6.    모든 돌발적인 상황에도 컨설턴트들끼리 즉각 협의하면서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는 협업 역량
7.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강력한 지구력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나서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사람들이 바로 컨설턴트들이다.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박수를 보낸다. 자신들을 여러 시간 동안 괴롭게 하고, 논리적으로 압박하고, 상황적으로 난처하게 만든 사람들인데도 이 컨설턴트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반대로 컨설턴트들은 박수를 받으면서 이전의 이해관계자 역할과는 완전히 다른 상냥한 조언가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아까 그 이해관계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변화된 표정과 태도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대한다. 그들이 프로답다 느낄 때가 바로 이때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을 왜 쉽게 하기 힘들까?’를 다루겠습니다.

5월 25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결과 리포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결과 리포트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이후 리포트는 기록영상본과 진행스크립트 및 모든 시나리오 체계를 담은 ‘행사 기록 리포트’ 그리고 클라이언트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개선을 제안하는 ‘개선 리포트’로 나뉜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컨설팅사의 형식에 따라 각기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 두 가지 유형의 리포트는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공히 요청하는 형식이다.

행사 기록을 위한 리포트에는 그리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클라이언트가 각기 원하는 형식과 편집을 가미 해 멋지게 꾸며 보고하면 되는 문제다. 문제는 개선 리포트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메인 컨설턴트가 체크해야 하는 시스템 점검 분야가 50여 개 이상이 된다. 또한 실제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시스템적인 에러가 수십 가지 이상 수집된다. 마지막 정리 세션에서 클라이언트사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각자 제안한 시스템 개선안만 해도 또 수십 개가 된다. 여기에 실제 컨트롤룸에서 여러 명의 컨설턴트들이 체크하고 뽑아낸 개선 인사이트들도 수없이 많다.

이 많은 개선안들을 카테고리별로 묶고, 통합해서 정리하고, 이후 클라이언트사 실무자들과 함께 개선 가능 여부 그리고 개선 프로세스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별도로 사후 워크샵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다. 이 개선 리포트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의 가장 마지막 단계가 된다. 공히 인지하다시피 위기관리 시스템은 한번의 구축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 개선과 구동실행으로 살아있는 시스템으로 남아 성장하기 위해 이전 보다 더 많은 노력들이 소요된다. 이를 위한 개선 리포트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부 클라이언트 실무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의 마지막 단계라고 하셨는데, 실제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상당한 시스템 에러들이 발생하는 데 이 의미는 최초부터 위기관리 시스템의 설계가 잘 못 된 게 아닌가요?” 답은 대부분 “아닙니다”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사람’이다. 따라서 그 ‘사람’들이 모여 시스템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반복 경험들이 필요하다. 시뮬레이션은 그 첫 번째 노력이었을 뿐이다. 이 세상 어느 회사도 한번의 시스템 구축 작업 이후 완벽하게 시뮬레이션을 견뎌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없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해 사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공감대를 이루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후 개선 리포트는 필히 사내에서 추후 공유되어야 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했던 경영진들이 그 기억을 잊기 전에 내부적으로 개선안에 대한 빠른 공유는 필수다.

개선 리포트에는 다음과 같은 카테고리의 분석들이 담긴다.

  • 현존 위기관리 시스템의 취약성들은 무엇이고 그 원인들은 무엇인가? (수십 개의 서브 카테고리로 재 분류)
  • 그 각각에 대한 개선 방안은 어떤 것들이 될 수 있는가?
  • 그 각각에 대한 개선 방안 실행 일정들은 어떤 모습인가?
  • 모든 개선 방안들이 적용되고 난 후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 플랜은 어떻게 되나?
  • 전반적인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 예산은 어느 정도로 산정되나?
  • 누가 개선 프로그램들 각각을 지휘하고 진행할 것인가?

클라이언트 실무진들에게는 2회 차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예산을 자연스럽게 확보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도 이 개선 리포트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속적인 시스템 개선을 통해 자신들의 위기관리 업무가 점점 더 줄어든다는 느낌을 추후 받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 후 개선 리포트는 시뮬레이션이 진행 된 후로부터 가장 빠른 시일내에 사내 내부에 공유되어야 한다. 실제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위기관리 위원회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개선안 공유와 개선작업들을 위한 R&R배분 그리고 예산 확보 등을 용이하기 하기 위함이다]

일부 외국기업 클라이언트사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진행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영상들과 기록들을 영문화 해서 (동영상의 경우 영문 캡션 삽입) 본사와도 공유한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기업들의 경우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나 미디어트레이닝 또는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워크샵 등에 상당 부분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리포트의 공유는 대부분 환영 받게 마련이다. 좋은 셀링 주제다.

국내기업들의 경우 이런 방식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중견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룹사들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미디어트레이닝 정도의 수준과 워크샵을 중심으로 수요를 보인다. 하지만, 중견기업들의 경우에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수와 범위가 상대적으로 그룹사들 보다 컴팩트 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과 운용이 용이한 점이 있어 시뮬레이션을 곧잘 진행한다. 물론 중견기업들의 범위에는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대규모 외국기업들도 포함이 된다.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위기관리에 대한 니즈나 이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적인 어프로치가 그리 발달하지 않아 보인다. 그룹사나 일부 중견기업들이 10여 년 전에 거쳐왔던 그 당시 수준의 이해관계자관과 위기관리 시각을 현재도 품고 있는 기업들도 꽤 된다. 이런 기업들에는 시스템적 접근이나 이런 류의 시뮬레이션 제안은 아직 그리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차라리 위기관리와 내부 R&R에 대한 기초적이지만 현실적인 워크샵을 진행 해 보는 것이 더 적절한 처방이 아닌가 한다. 물론 중소기업의 오너분이나 CEO의 참석은 필수다. 이분들의 의지가 그 회사에서는 곧 위기관리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들을 위한 준비 훈련’을 다루겠습니다.

5월 23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이후 점검해야 할 것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이후 점검해야 할 것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마지막 한 시간 가량은 정리(wrap-up)세션이다. 모든 위기 시나리오가 종결되면 하루 종일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워룸(war room:위기통제센터)에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모두 모인다. 저 건너 컨트롤룸에서 똑같이 하루를 보낸 컨설턴트들도 워룸내로 이동한다.

필자는 먼저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를 비롯해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자신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들을 들어보곤 한다. 그들 한 분 한 분이 몸소 겪으면서 얻어낸 인사이트는 그 수준이 상당하다. 컨설턴트들은 모두 그들이 언급하는 인사이트들을 메모하고 정리해야만 한다. 일부에서는 현존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에 즉시 적용하지 못할만한 내용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스템 개선과 정리에 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메인 컨설턴트가 대략적인 논의 흐름을 이끌어 가지만, 이 정리세션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 주제는 ‘실제로 우리가 구축한 시스템이 그 설계대로 운용가능 한 것인 가?’하는 주제 주변에 머무른다. ‘만약 일부 부분이 운용되지 않거나, 운용될 수 없게 설계된 것이라면 이 부분은 어떻게 실제적으로 개선 가능할까?’를 추가 논의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전반적으로 워룸과 컨트롤룸에서 발생된 상황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메인 컨설턴트다. 시뮬레이션 마지막 한시간인 정리세션에서는 이 메인 컨설턴트가 논의를 이끌면서 현존하는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사항들을 하나 하나 파악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지난 시뮬레이션을 돌아보게 된다]

대부분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와 나의 부서가 OOO 위기 시 어떤 위기대응을 해야 하는지’ 그 역할과 책임 부분을 실제 경험해 터득하게 된다. 또한 ‘OOO 위기 시 위기 대응을 해 나가는 프로세스는 이렇게 된다’는 프로세스의 상(像)을 지니게 된다. 실제 위기가 아니었음에도 실제 위기를 몸소 경험한 것과 같은 느낌과 인사이트를 지니게 된다. 궁극적으로 평소에도 위기관리 위원회 체계를 지원하고 신뢰하게 된다. 협업능력과 오너십을 동시에 지니게 된다.

일단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인사이트들이 모두 도출 취합되면, 그 다음은 메인 컨설턴트가 이번 시뮬레이션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개선 가능한 증상들을 시계열에 따라 또는 우선순위에 따라 브리핑 한다. 최초 상황분석 과정에서의 미흡함, 상황판 작성 및 업데이트상의 문제점들, 역할과 책임 배분에 대한 이상증상들, 의사결정에 있어 논의 형태, 대이해관계자 대응준비 단계에서 발견된 문제들, 이해관계자 대응 과정에 있어서 발견된 이상 증상들, 그 이후 반복되는 시뮬레이션 활동에서 고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체계적 취약성들을 실제 관찰 결과를 기반으로 공유한다.

이를 토대로 컨설턴트들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활발하게 토론을 진행한다. 이 추가적인 토론의 핵심은 ‘어떻게 그 이상 증상들을 개선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들이다. 이런 일련의 토론들을 통해 현존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의 개선을 위한 정확한 ‘처방전’들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토론과 브리핑은 모두가 즐거운 환경에서 진행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도 방금 전 시뮬레이션을 마쳤기 때문에 홀가분하고 행복한 느낌을 보유하게 된다. 컨설턴트들도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토론에 참여하게 된다. 토론 분위기를 더욱 활성화 하기 위해 실제 시뮬레이션을 촬영한 동영상을 짧게 리뷰 하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아침의 앰부쉬(ambush: 돌발 매복)인터뷰, 워룸내의 혼돈(chaos)등을 모두 함께 시청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거다. 중간이나 말미에 진행된 언론 대응 장면도 종종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된다. NGO와의 대화 내용도 공개된다. 정부기관들과 주고 받은 공문서들도 재공유된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는 전체적인 진행적 시각을 지니지 못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도 이 세션 중 완전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시각을 잠깐이라도 경험해 보게 된다.

정리 세션 후반부에는 상호간의 수고 치하, 격려와 감사의 시간으로 마무리를 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어랜지 한 담당부서 실무자들이 나와 격려와 감사를 받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전체가 박수를 서로에게 보낸다. 마지막으로 저 멀리 컨트롤룸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수시간 동안 괴롭힌(?) 컨설턴트들과도 상호간 인사를 나눈다. 여기저기에서 “NGO역할을 하신 컨설턴트 분이 누구시죠?” “아까 저와 통화하신 정부관계자 컨설턴트 분은 어디 계세요?”하면서 즐겁게 이야기 나눈다.

모든 정리세션이 끝나면 시뮬레이션 진행을 위해 설치되었던 모든 장비들과 자료들이 철거되고 수거된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대외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메모 한 장이나 슬라이드 한 장이라도 철저하게 수거되어 파기되거나 보존된다. 장소대여회사측에서 설치한 전화장비나 여러 통신장비들도 완전하게 철거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의 기록을 위해 촬영된 동영상들과 컨트롤룸에서 수집한 워룸발 자료 일체들은 컨설턴트들의 사무실로 전량 이전된다. 이후부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개선사항들에 대한 리포트가 개발되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한 인사이트부터,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제안한 시스템 개선안들 그리고 구체적인 개선 세부들을 잘 정리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내외부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는 단체전 형식을 지닌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후에는 클라이언트사가 주최가 되어 모두 참석한 회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컨설턴트들의 입장에서는 하루를 함께 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좀 더 심도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안 청취의 기회가 된다. 물론 동시에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는 하루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즐거운 자리가 된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결과 리포트’을 다루겠습니다.

5월 18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하반부의 진행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하반부의 진행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후반부는 전반부보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활동이 훨씬 안정화된다. 반대로 위기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초반보다 훨씬 더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며, 더욱 위중하고 돌발적인 상황전개에도 확실한 역할과 책임을 기반으로 협업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경험한 90%이상의 기업들은 이 단계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하나 하나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재차 확인 해 가면서 움직인다. 계속해서 울리는 이해관계자들의 전화 하나 하나에는 담당 책임 부서 직원들이 달라 붙어 있게 된다. 방치되거나 혼란스러웠던 상황판이 시계열로 정리되고, 담당 및 처리 부서 체크들이 시작된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점차 변화해 가는 상황을 한눈에 인지하고 공감대를 유지하면서 의사결정 토론을 지속한다. 각 부서들에게 하달되는 위기대응 활동이나 상황분석 요청들이 실시간으로 정리되고 취합된다. 바깥 컨트롤룸의 이해관계자들은 더욱 더 공격의 수위를 높이지만, 워룸내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그와 반대로 더욱 더 여유를 가지게 된다.

많은 기업들은 위기 발생 시 위기 이후 상황을 이전 상황으로 다시 되 돌려 놓는 것을 심정적으로 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또는 경험적으로 돌아 보았을 때 그런 완전한 회귀는 불가능하다. ‘성공한 위기관리’라는 정의에는 기업 마다 각기 다른 무수한 정의들과 기준들을 가지고 있지만, 필자가 일선에서 보는 성공적 위기관리란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 조직이 하나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최악의 상황으로의 전이를 방지하는 것. 더 나아가 조직적 최선의 대응으로 위기 이후 비즈니스 환원 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는 ‘조직이 하나가 되는 경험’과 ‘최선의 대응을 고민하는 좋은 기회’를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한다.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도 위기 시 조직적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 그런 조직적인 하나됨에 익숙하지 않거나 경험이 없어 힘들어 하는 경우들을 사전에 방지해 보자는 것이 시뮬레이션의 목적들 중 하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위기를 한번 경험해 보았나? 나아가 위기관리에 대한 경험을 한번이라도 해 보았나? 그 위기관리의 경험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으로 진행되었던 것이었나?”하는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점차 안정되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위기대응이 시뮬레이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이상적인 수준까지 치닫게 된다. 창조적인 문제 해결방안들이 내부로부터 조합되고, 적극적인 대응활동들이 진행된다. 컨설턴트들이 아무리 시나리오를 극단까지 치닫게 설계를 해도 이전과 같은 혼란은 웬만해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메인 컨설턴트는 남아있는 체계 진단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면서 검증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지를 살피기 시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막바지에 다다르면 메인 컨설턴트는 남겨진 체계 검증 체크리스트를 들여다 본다. 만약 검증이 필요한 부분 중 CEO의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남아 있다면 일대일 또는 기자회견을 어랜지 해 보기도 한다. 이는 추후 보고 될 체계 개선 리포트에 들어갈 중요한 내용들을 도출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션 진행 과정 중 다른 모든 구성원들의 대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검증을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CEO의 위기 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체크해 보아야 하겠다 하면 CEO를 대상으로 언론 공격을 시작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지금까지의 종합적인 위기 상황을 전제로 대규모 기자회견을 어랜지 하는 형식을 빌리기도 한다. CEO를 타겟으로 하는 일대일 인터뷰 상황을 조성해 별도로 격리된 장소에서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 해 보기도 한다.

모든 점검들이 완료되었으면,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의 마무리를 준비한다. 모든 위기 상황을 가능한 위기관리 위원회의 대응방식에 맞추어 긍정적 상황으로 시나리오를 종결한다. 임금협상으로 고초를 겪었던 HR부서에게는 노조측의 입금 협상 합의 레터를 발송한다.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쩔쩔매던 홍보팀과 임원들에게는 그들의 목소리가 포함 된 비교적 긍정적인 기사들을 건네준다. 공정위나 국세청 또는 검찰측에서도 상황에 대한 긍정적 솔루션들을 공급해 온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전술적 장치들을 각각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전술적인 장치는 순수하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어랜지 하는 클라이언트사내 실무자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극한의 부정적인 상황 중 시뮬레이션을 딱 마무리 지으면 그 이후까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패배의식에 찜찜해 하곤 한다. 이런 불완전한 감정을 해소 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일부 기업들 중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CEO가 참석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규정된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CEO의 유고를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리드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CEO의 가시성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CEO의 격려 동영상을 시뮬레이션 종료 직후 서프라이즈로 상영하는 기업도 있다. 지쳐 시뮬레이션을 마무리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앞에 워룸 스크린이 밝게 켜지면서 CEO의 얼굴이 나오는 형식이다.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 여러분 고생들이 많았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떻게 위기들을 대응 관리 했는지 저도 상상이 됩니다. 상상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시는 임원 분들도 계시겠지요. 다들 잘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이번 시뮬레이션과 함께 우리회사의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인사이트들과 시스템적 개선 요소들은 추후 저와 함께 별도로 재공유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회사를 위한 여러분들의 열정과 팀워크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OO부사장께서 리드하셔서 모두 맥주한잔 하면서 회포를 푸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CEO의 배려와 관심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는 어마 어마한 힘이 된다. 실무자들도 힘을 얻게 된다. 경험적으로 보면 컨설팅은 항상 프로세스에서 가장 큰 의미를 얻는다. 그 과정에서 조직은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고, 공유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정의 성취감을 얻게 된다. 여기에 전략적인 장치들과 감성적인 터치들이 가미되면 그 이상 가는 컨설팅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컨설팅은 곧 정치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이후 점검해야 할 것들’을 다루겠습니다.

5월 17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통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통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기업 내 고위급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6시간~8시간)을 함께 하는 실습형 이벤트이기 때문에 기업내부 실무자들로서는 준비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무척 많기 마련이다. 컨설턴트들이 많은 경험들이 있다고 해도 기업 실무자로서는 하나 하나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무언가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이와 함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메인 컨설턴트가 통제해야 할 상황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한번 돌아보자. 일반적으로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 전반에 걸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심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부분적으로 개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상황이 시뮬레이션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만큼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대응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다. 이는 감정적으로 상황적으로 해당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시뮬레이션에서 제시한 위기 시나리오를 해석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대응하는 프로세스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인 컨설턴트는 이런 상황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진단을 내린다. 이런 상황이 초기에 지속된다면 메인 컨설턴트가 자율적인 시뮬레이션 진행을 일시 중단하고, 위기관리 위원회와 함께 해당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대응 프로세스 하나 하나를 가이드 해 준다. 분명한 것은 해당 위기관리 위원회가 위기대응을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가능한 메인 컨설턴트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 도중 위기관리 위원회의 활동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몇가지 예외적인 상황을 이외에는 위기관리 위원회 스스로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필요시에 한해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을 일시 중지시키고 토론을 리드하거나, 진행 코칭을 하거나, 피드백을 주면서 시뮬레이션 전반을 정상화 시킬 수 있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해당 상황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일부 핵심 임원께서 시뮬레이션 상황에 몰입하지 않으시며 블랙베리를 들여다 보시고 계신다거나, 랩탑을 가지고 오신 임원께서 사무 처리를 하시고 계신다거나 하는 경우다. 이는 사전에 CEO등의 인가를 얻어 강력하게 제한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임원들의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절대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시뮬레이션에 몰입하지 못하는 상황까지는 가면 안 된다.

일부 임원들이 시뮬레이션 시나리오가 적절하지 않거나 현실적이지 않다 비판하고 나오시는 경우들도 있다. 이는 상당히 사내 정치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뚜렷한 해결책이나 방지책은 없어 보인다. 위기관리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는 부문과 그와 각을 세우고 있는 다른 부분간의 견제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은 발생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왜 이런 시나리오를 가지고 우리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해야 합니까?” 또는 “시뮬레이션의 흐름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사건 발생이 바로 한 시간전인데 어떻게 언론이 이렇게 빨리 들이닥칩니까? 언론이 이 내용을 알 수가 없지요?” 이때 이런 질문이나 항의에는 메인 컨설턴트가 답변을 하면 안 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스스로 이런 부정적인 반응들을 자제시키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위기관리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부문의 임원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기 위해 컨설턴트들은 해당 시나리오들에 대해 최대한 현실성(feasibility) 체크를 했다는 사실이고, 여러 전문가들이 이를 검증했다는 점이다.

가끔은 CEO께서 시뮬레이션 도중에 자리를 비우시는 경우도 발생한다. 여기에서 CEO부재의 의미는 시뮬레이션의 집중도를 가시적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의 경우 CEO가 시뮬레이션 진행을 리드하실 때와 CEO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실 때 그 집중도가 확연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지속되는 시나리오별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그 이전과 다른 비효율성을 보인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CEO께서 시뮬레이션에 참가하셨으면 끝까지 함께 하시는 것이 최선이다. 대부분 시뮬레이션에 참가하신 CEO들은 다른 임원들 보다 훨씬 더 강한 몰입도와 참여열정을 보여주시곤 한다.

위기 상황 전개 플랜에 따라 시나리오들이 정기적으로 하달 되는데 이 간격이 너무 빠르거나 늦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의 변화와 전개는 늦어도 안되고 빨라도 안 된다. 이 완급에 대한 조정과 통제는 메인 컨설턴트와 컨트롤룸의 리드 컨설턴트의 핵심적인 몫이다. 메인 컨설턴트와 리드 컨설턴트는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를 통해 상황과 대응의 완급을 상시적으로 조정한다.

아주 가끔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미처 컨설턴트들이 예측하지 못한 입장과 대응활동을 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기존에 준비해 놓은 시나리오의 틀이 망가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가 컨설턴트들에게 가장 최악의 상황이다. 만약 위기관리 위원회가 정말 엉터리 같은 입장과 대응으로 정상적인 상황을 극단적으로 치 닿게 하는 경우라면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을 잠시 중단시키고, 그 대응방식들에 대해 토론을 진행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위원회가 상당한 수준의 전략적 대응을 해 시나리오 흐름을 망가뜨리게 되면 메인 컨설턴트와 리드 컨설턴트는 빠른 시간 내에 기존 시나리오들을 변경해 대응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도 완전하게 바뀐 시나리오와 이해관계들을 빨리 수정 이해해야 하고, 실행해야 한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얼마나 빨리 새로운 시나리오에 적응하는 가 하는 부분도 그들의 경력과 능력에 대한 주제가 되겠다.

돌아보면 위기라는 상황 자체가 예측 불가능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주제다. 위기관리는 더욱 혼란스러운 주제다. 거기에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그 혼란스러움은 더 말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다. 컨설턴트들과 위기관리 위원회는 이런 혼란스러움을 극복하고 조정 통제하며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그래서 시뮬레이션 이후에는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다. 경험에 의한 실질적인 자신감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하반부의 진행’을 다루겠습니다.

5월 16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위기통제센터에서 목격되는 이상 상황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위기통제센터에서 목격되는 이상 상황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할 때 목격되는 모든 현상들은 실제 위기발생 시에도 기업내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현실적으로 경험하는 상황들이다. 그래서 위기통제센터(워룸)내 메인 컨설턴트는 그 목격되는 상황 하나 하나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기록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 목격되는 대표적인 이상 상황들을 정리해본다.

첫째,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관리 그룹이 서로 엉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목격된다. 실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들여다보자. CEO와 핵심임원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실무 팀장급들이 함께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둘 중 하나다. 의사결정 그룹에 머무르며 완전하게 외부상황 변화로부터 격리가 되던지, 아니면 외부상황에 맞물려 실행을 지휘하던지 둘 중 하나다. 두 유형 모두 좋지 않다. 워룸 내부에 머무르면서 의사결정을 진행하려면 절대 외부 상황 변화와 격리된 채 있으면 안 된다. 실시간으로 외부 상황 변화가 워룸 내에 공지되어야 한다. 반대로 내부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못한 채 실행을 지휘하는 임원/팀장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구난방의 실행들이 이런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절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의사결정그룹과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의 개선과 뚜렷한 R&R등은 매우 어려운 숙제다.

둘째, 상황판이나 위기상황 업데이트에 많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워룸 내에 머무르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는 실시간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를 공유 받아야 한다. 평소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상황 정보를 입수하는 조직력의 민감성을 수백 배 더 키워 빠르게 업데이트를 취합 정리해 한눈에 들어 올 수 있는 방식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앞에 전개되어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상황 공유를 위한 내부 포털을 개설하기도 한다. 워룸 한편의 스크린에 자사의 위기관리 포털을 띄어 놓고 실시간으로 일선에서 올라오는 상황 정보들을 열람하면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밟아 나가곤 한다. 옛 방식으로 종이나 칠판형식의 상황판에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업데이트 하는 기업들도 있다. 방식이야 어떻든 중요한 것은 상황 변화 정보를 관리 보고하는 지정 인력들이 매뉴얼상에 명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다.

셋째, 완전에 가까운 위기대응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先조치 後공유 보고’는 위기발생시 상당히 위험한 對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정확한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거나 위기관리를 위한 메시지들이 완전하게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되도록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진행되지 말아야 한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연기’해야 한다. 그 기간이 길면 안되겠지만, 어떠한 상황에서건 의사결정에 선행해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워룸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들은 기록과 점검의 대상들이다. 워룸에서 적절한 개선 요인들이 상황적으로 발생하도록 만들기 위해 컨트롤룸의 컨설턴트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자극한다.]

넷째, 위기 시 자기 부서와 자기 직급의 역할과 책임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들을 보인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모든 역할과 책임관련 정보를 담고는 있다. 하지만, 돌발적 위기 상황에서 모든 해프닝들이 뚜렷하게 역할과 책임에 따라 나뉘어 발생되거나 다가오지 않는 게 문제다. 위기관리 현장에서 역할과 책임의 충돌이나 부재 또는 소실 등에 대해서는 그때 그때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거나 조정해야 한다. 만약 특정 부서의 역할과 책임 부분이 매우 적절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부여 되어 조정이 필요하다 깨닫게 되면, 시뮬레이션 후 위기관리 매뉴얼상의 역할과 책임 부분을 상호 협의하여 조정 발전 시킬 필요가 있다.

다섯째, 매뉴얼에 따른 프로세스를 건너뛰거나 무시하면서 위기관리가 이루어진다. 물론 모든 위기관리 활동들을 매뉴얼에 묘사된 대로 그대로 토씨 하나까지 따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뉴얼상에서 제시한 프로세스는 그 나름대로 실무자들이 고민해 고안해 낸 하나의 체계다. 그 체계를 무리하게 건너뛰거나 생략해 버리는 프로세스는 그리 권장되지 않는다.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부분들과 공유해야 할 대상들 그리고 정리해야 하는 정보부분들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섯째, 규정되지 않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다른 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침범하거나 대신한다. 이해관계자들에 따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할 담당 주관 유관 부서들이 지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별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는 상황이다. 훈련되거나 준비되지 않은 생산임원이 직접 기자의 전화를 받아 답변 하는 형태를 생각해 보자. NGO의 상황문의에 일반 고객상담 담당자들이 무심하게 답변을 한다. 정부기관에서 온 전화를 리셉션은 별반 생각 없이 마케팅이나 영업 쪽으로 넘겨버린다. 마케팅이나 영업은 정부기관과 통화하면서 현 상황을 전략적이지 않게 묘사하고 전달한다. 이는 뚜렷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 인식이 정착되지 않아서 발생한다. 이해관계자별 대변인 체계를 사내에서 더욱 공고하게 인식 공유 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의사결정이 이루어져 졌는데도 상황변화에 따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실행이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위기상황 발생 초기 증폭되는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는 일단 ‘연기’시키는 것으로 대응하곤 한다. 하지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빨리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위기 시 對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려는 의도와 함께 그들의 생각과 입장들을 취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황들이 재차 변화하고 의사결정 또한 함께 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능한 오버 커뮤니케이션 해서 정보의 밀물과 썰물을 잘 관리 활용해야 하는 데 그게 참 어렵다.

대표적인 현상들을 정리해 보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 목격되는 이런 현상들은 하나 하나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시뮬레이션은 점검과 개선의 기회다. 시뮬레이션을 정기적으로 실행하는 기업들이 점차 강력한 위기관리 체계를 가지게 되는 경험지(經驗知) 그룹으로 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통제’을 다루겠습니다.

5월 14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들에 대하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들에 대하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시나리오가 핵심이다. 잘 짜인 현실적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 이후에도 상당한 위기대응 체계로 남는다. 필자의 경험상 심도 있게 많은 스터디와 조사를 거쳐 개발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가 시뮬레이션 후 몇 달이나 몇 년 내 똑같은 실제 위기로 발생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클라이언트사 입장에서는 섬뜩한 일이 되겠지만, 일단 해당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기 때문에 그 클라이언트사는 좀 더 나은 대응과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데에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첫째는 현실성이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해야 한다. ‘OO년 OO일 OO시 경기도 모처에…’라는 시나리오보다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오전 7시 28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제 2공장에서…’라는 표현이 더 낫다. 사건사고를 비롯해 시뮬레이션에서 서술되는 모든 상황들은 실제 발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사건이나 사고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기술적 과학적 상황적인 사전 스터디가 충분해야 한다. 이런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을 준비하면서 관련 전문가나 사내외 전담 실무자들에게 리뷰를 받기도 한다. 그들 대부분이 ‘발생가능성은 낮지만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절대 발생하면 안되지만 말입니다’라는 조언을 끌어 낼 수 있는 현실성이면 된다.

둘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는 첫 번째 시나리오부터 마지막 시나리오까지 완전하게 선후 및 인과관계가 확보되어야 한다. 어느 한 시나리오도 홀로 동떨어져 존재하면 안 된다. 마치 일일 연속극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져야 한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들 각자의 상황해석과 입장 정리부분들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전 준비를 하면서 이해관계자 역할을 담당한 컨설턴트들은 각자에게 맡겨진 이해관계자의 시각으로 완전하게 빙의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시나리오 각부분과 단계에 있어 확실한 이해관계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셋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돌발적이지만 어느 정도 예측가능 한 두려움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초기 시나리오에 ‘공정위가 A사와 B사간 가격담합에 혐의를 두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상황이 하달되면 대부분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자신들의 실제 원칙에 기반 해 ‘우리회사는 가격담합등에 관련한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를 한적이 없으며, 공정거래관련 법률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다’는 포지션을 설정하기 마련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불확실성과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한까지 경험하게 된다. 어느 하나도 정확한 것이 없게 느껴지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악으로 치닿는 상황전개들과 예상못했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변화들이 구성원들을 괴롭힌다. 이를 견뎌내는 것 또한 시뮬레이션의 목적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서는 추후 시나리오를 통해 이런 최초 위기관리 위원회 포지션을 충분히 흔들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야 한다. ‘공정위가 가격담합의 증거로 A사와 B사 영업임원 및 팀장들간에 오고 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증거들을 입수했다고 알려졌다’는 상황이 더해지는 것이다. 분명히 이런 상황에서 위기관리 위원회는 최초 입장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새로운 상황변화에 따른 해당사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수정 요구해 오게 된다.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얼마 후 새로운 시나리오가 또 더해진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최대경쟁사인 B사가 내부적으로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져다. B사는 A사와의 가격담합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들을 공정위에 제출하고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 등을 면제받으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새로운 상황이 주어진다. 위기관리 위원회는 더욱 더 큰 압력을 받게 된다.

이후 추가되는 시나리오에는 또 이에 더해 ‘내부고발자’를 등장 시키기도 한다. 더 새로운 돌발이슈를 제시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하나의 상황을 하나의 입장으로 간단히 마무리하게 하지 않는데 키가 있다. 위기관리 위원회 스스로 입장을 정리할 때 여러 가능성들을 시나리오별로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대응 준비하게 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는 지속적으로 압력을 상승(escalating)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시나리오는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좋다. 결국 마지막 부분에 다다른 시나리오는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전략적 대응이 있었음에도 회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연결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 닿게 되는 일시 ‘좌절감’을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적절한 압력을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하면서 주목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가능한 메인 컨설턴트가 전략적으로 판단해 모든 문제가 풀리면서 마무리 짓도록 하는 게 좋다. 하루 종일 함께 고민했던 공정위 관련 이슈들과 노조파업관련 이슈들, 블랙컨슈머의 블랙메일(협박)등의 어지럽고 복잡한 이슈들이 최종단계에 가서는 공정위로부터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아내고, 노조파업이 최종 타결 되고, 악성 블랙컨슈머가 경찰에 검거되는 상황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좋다. 이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성취감을 제공하기 위한 전술적 장치가 되겠다.

이 모든 시나리오들은 클라이언트사 실무 담당자에게만 리뷰 및 공유되고 시뮬레이션 이전에는 절대 다른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공유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은 모든 시나리오에 따른 다양한 입장들을 사전에 정리하고 다른 컨설턴트들과 공유해 통합적인 외부 이해관계자관을 구성한다.

철저하게 사전 준비된 이해관계자들과 전혀 준비되지 않은 위기관리 위원회간의 전투를 상상해 보라. 얼핏 보면 백전백패일 것으로 예상되는 위기관리 위원회도 실제로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기업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힘과 위기관리 위원회의 저력을 느끼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오전 진행 방식에 대하여’을 다루겠습니다.

5월 11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진행 전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진행 전반

자, 첫 번째 위기 시나리오가 하달됐다. 이제 위기관리 위원회가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여 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움직이지 않는다. 일단 상황 시나리오만 보시고도 다들 침묵을 일정기간 유지한다. 매뉴얼상에서는 위기통제센터에 모여 있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신속하게 추가 상황을 각 부서별로 입수해 취합한다’라 명시되어 있는데도 이를 따르지 못한다. 이 블랙아웃의 시간이 시뮬레이션의 시작 그 자체다.

이 블랙아웃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클라이언트 실무자들이 있다. CEO를 비롯해 모든 핵심 임원들이 모여 앉아 블랙아웃의 시간을 몇 분 정도 겪는 것이 나중에 ‘시뮬레이션 운용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상 이 시뮬레이션 초기의 블랙아웃은 전체 시뮬레이션의 가치보다도 더 많은 의미를 지닐 수 있어 필히 권장된다.

클라이언트들에게 항상 반복적으로 말씀 드리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은 우리 자신들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지 않은가를 깨닫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라는 조언이다. 반대로 ‘우리는 아주 잘 준비되어 있다’라 자만하는 기업에게는 오히려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시스템에서는 이를 구성하는 사람이 항상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이분들이 현실을 그대로 인정해야 시스템이라는 것이 구현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아웃은 상당한 충격파로서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내적으로 인사이트를 찾기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란 생각이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일부 임원이나 CEO께서 입을 떼신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를 추가로 얻어야 하죠?” 일단 말문이 트이면 여러 임원분들이 각자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물론 그 상황설명이나 의견들이 그대로 전략적으로 조합되지는 않지만, 일종의 난상토론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위원회가 소집된다고 해서 해당 위원회가 즉각적으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원회 내에서 경험 많은 핵심 임원이 의사결정을 위한 코디네이션과 앵커링을 진행 해 주어야 한다. 내부에 경험 많은 임원이 없다면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위기관리 위원회 코디네이션을 맡기도 한다. 이런 모든 역할과 책임은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상세하고 실제적으로 정확하게 명기되어져 있어야 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한 기업의 내부에 들어가 위기관리 위원회와 함께 일하다 보면, 상당히 공통적인 상황들이 연출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흔한 상황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각자가 계속 비슷한 이야기들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추후 사회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에게 해석과 의견을 들어봐야 하겠다 생각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심각한 블랙컨슈머 관련 위기라 가정을 해보자. 영업부문 임원이 해당 블랙컨슈머의 신상과 의도 그리고 그간의 적대적 활동들에 대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설명을 한다. CEO께서 좀더 추가적인 질문을 하신다. 그러면 또 고객관리팀장이 부연설명을 하면서 방금 전 영업부문 임원이 한 설명 내용을 비슷하게 반복한다. 홍보팀 임원은 그 내용을 듣고 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이전 임원과 팀장의 이야기를 절반이상 반복해 이야기한다. 마케팅임원은 그에 대해 반론이나 추가적 의견을 내놓으면서 또 해당 내용들을 반복해 설명한다. 이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돌면서 시간이 흐른다.

이 상황에서 외부 로펌이나 위기관리 자문그룹이 중간에 조인하게 되면 처음부터 이 반복 커뮤니케이션이 다시 시작된다. 일선에서 이 상황을 공통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사람들은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그 당황스러운 상황자체를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 가능한 정확하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마치 동네 순이네 집에 불이 붙은 광경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 형식들과도 유사하지 않나 하는 거다. “순이네 집이지 저게?” “맞아 순이네 집이야 순이네 집” “아이구 어떻게 해 순이네 집 맞네” “순이네 집 큰일났네. 큰일났어” “어이쿠 저거 어떻게 해 순이네 집 다 타네 다 타~~” 이런 식의 상황 묘사와 이해 시도들이 초기 무한 반복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단순 상황정보 반복이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는 어느 정도 극복되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기본적인 반복 커뮤니케이션은 있어야 하겠지만, 과도한 반복은 위기관리에 있어 시간관리를 실패하게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선대상이다. 같은 정보공유를 반복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보 그리고 더 세부적인 정보 획득과 공유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지향해야 한다. 컨설턴트가 하달 한 상황 시나리오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끝났다면, CEO를 비롯한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은 새롭고 세부적인 상황정보를 즉각적으로 획득하기 위한 시도들을 해야 한다.

예를 든 블랙컨슈머 이슈에 있어서도 일단 해당 블랙컨슈머의 신상과 요구내용 그리고 최근 적대 활동들에 대한 정보가 1차 공유되었다면, 2차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묻고 공유하는 단계로 빨리 넘어가 주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법무팀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홍보팀은 해당 블랙컨슈머의 대언론 활동들에 대해 어떤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나요?” “고객관리팀에서 해당 블랙컨슈머와 접촉할 때 녹화나 녹취 시도를 해 보았습니까?” 등등의 추가 상황 파악 노력들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위원회내에서 이런 논의를 주재할 수 있는 특정임원을 뽑거나 CEO께서 이런 프로페셔널 한 앵커링이 가능하시다면 CEO께서 직접 진행하시는 것도 좋다. 즉,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사결정 코디네이터 또는 앵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코디네이터는 가능한 핵심임원들 중 기업 내에서 유사위기를 많이 경험해 본 분이 알맞다. 일부 클라이언트사에서는 트레이닝 받은 홍보임원이나 컨설턴트 출신의 기획이나 감사 임원 등이 주로 위기관리 위원회 코디네이션을 담당한다. 이런 분들을 다른 말로 위기관리 매니져 또는 위기관리 담당 임원으로도 부른다. 흔히 위기관리 매니저나 담당임원은 직접 위기를 일선에서 실행하는 포지션으로 이해하는 데, 실제로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위기관리 위원회의 운영을 리드하고 코디네이션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또한 누가(who) 역할과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 실제적으로 정확하게 매뉴얼상에 명시되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들에 대하여’을 다루겠습니다.

5월 10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당일 준비 점검 사항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당일 준비 점검 사항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뮬레이션 당일이 왔다. 컨설턴트들은 아침 일찍 시뮬레이션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워룸과 컨트롤 룸간의 전화선 연결과 확인작업으로 시뮬레이션 준비는 시작된다. 대형 상황판들을 워룸과 컨트롤룸에 각각 길게 붙이고, 갖가지 색상의 마커펜들을 준비한다.

두 개의 룸을 잇는 전화기는 보통 일반전화를 사용하기도 하고, 인터폰을 연결 해 단선으로 주고 받을 수 있게 설치한다. 전화기 각각에는 연결번호가 명기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워룸에 설치되는 전화기는 전화벨 볼륨을 최대화 해 설치한다. 시뮬레이션 환경 조성을 위함이다.

워룸에는 매뉴얼에서 명시한 모든 장비들을 시뮬레이션 시작 전에 세팅 한다. 클라이언트 매뉴얼에 따라 대형 지도들이 준비되기도 하고, 프로젝터와 스크린들을 3-4개 가량 준비하기도 한다. 워룸내 스피커 장치들도 필요하고, 상황판으로 활용할 갖가지 장비들도 필요하다. 화상회의 시스템, 컨퍼런스콜 시스템, 대형 TV나 CD플레이어도 필요하면 설치한다. 인터넷 라인들을 연결하는 것도 기본이다. 최근에는 모두 무선으로 설치한다. 컨설턴트들은 미리 모든 장비 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실제 간단하게 리허설을 해 보기도 한다.

컨트롤룸에는 워룸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되고, 시나리오에 따른 타임라인과 컨설턴트들이 맡은 역할에 해당하는 각각의 시나리오북들이 준비된다. 워룸에서 움직일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성함과 직책, 개인휴대폰 번호, 이메일 등이 수록된 조직도도 크게 컨트롤룸에 붙여진다. 유선전화 연결이 불가능할 경우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각각의 휴대폰에도 컨설턴트들이 전화를 걸 수 있다.

또한 컨트롤룸에는 컨설턴트들이 활발하게 상호 커뮤니케이션 가능하도록 노트북 컴퓨터과 테이블이 세팅 된다.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면 컨설턴트들끼리 많은 메모들을 주고 받고, 저 멀리 워룸에 있는 메인 컨설턴트와 연결되도록 메신저를 노트북에 켜놓고 역할극을 수행한다. 상황이 변화해 감에 따라 즉각적인 역할변경이나 메시지 변경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험이 많은 컨설턴트 그룹은 실제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면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준다. 시나리오가 다양하고 모든 가능성을 기반으로 많이 준비될수록 유연성은 커진다. 예상치 않았던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 대응 전략과 활동들에 컨설턴트들이 즉각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면 시뮬레이션이 망가진다. 따라서 예측불가능 했던 수준의 위기관리 위원회 대응이라면 이를 압도하는 이해관계자 대응이 가능하도록 메인 컨설턴트와 컨트롤룸의 리드 컨설턴트 그리고 이해관계자 컨설턴트들은 하나의 팀이 되어 움직인다.

모든 설치작업과 운용 가능 여부 확인이 끝나면, 이제 시뮬레이션에 참가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기다린다. 클라이언트들의 특성이나 요청에 따라 시뮬레이션 시나리오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워룸 입장과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일부 클라이언트는 시뮬레이션이 오전 9시에 시작된다면, 오전 7시경에 시나리오에 정해진 특정위기 상황을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전부 또는 일부에게 SMS문자 전송을 하면서 시작하기도 한다. 아침 7시 출근길에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급박한 문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OO일 오전 7시. OO공장에서 대형 화재 발생.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워룸으로 집합 ASAP’ 이런 식의 문자를 받으면서 시뮬레이션이 시작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보통 앰부쉬(ambush) 인터뷰로부터 시작된다 . 한번도 TV카메라를 동반한 돌발적 인터뷰에 대한 경험이 없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적잖은 패닉에 빠진다. 실제 위기 발생 시를 감안 해 예상치 않게 다가오는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로 언론을 경험해 보는 상황이다]

언론 역할을 맡은 컨설턴트들은 시뮬레이션이 진행 될 워룸 입구 근처나 그 건물의 주차장 또는 빌딩 인근에 대규모로 숨어있는다. 시뮬레이션에서 말하는 앰부쉬(ambush, 매복) 인터뷰를 하기 위함이다. 인터뷰는 워룸으로 향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이면 아무에게나 다가가 실시한다. TV카메라를 들고, 조명을 밝히면서 돌발적인 인터뷰를 해 보는 형식이다. 물론 인터뷰 질문은 위기관련 한 SMS문자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예상하지 못한 언론 인터뷰 시도에 적잖이 당황해 한다.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황스러움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매복 인터뷰를 위해 컨설턴트들이 체크하는 부분은 ‘미처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초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무엇인가?’이다. 상황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추측하는 부분은 없는가, 단언하거나 단정하는 메시지는 없는가, 공식적인 메시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 등등을 살펴본다. 또한 자신이 회사를 대표해 위기 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에 적절한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도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돌발 인터뷰를 거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워룸에 모두 모이게 되면 공식적으로 시뮬레이션은 시작이 된다. 일부 클라이언트는 의전형식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주최하는 부서장이 개회사를 하거나, CEO께서 직접 스피치를 하시기도 한다. 이는 클라이언트사의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

워룸을 주재하는 메인 컨설턴트는 일종의 투명인간이다. CEO나 위기관리 위원회를 주관하는 임원이 개인적으로 시뮬레이션 진행관련 정보 문의는 가능하지만,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메인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얻거나 조언을 구하는 활동은 제한된다.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 전반을 운영하는 동시에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관리 프로세스 전반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개선점들을 파악해 정리하는 데 바쁘다.

시뮬레이션이 시작되는 순간은 첫 번째 시나리오가 워룸에 상영되는 순간이다. 갑자기 암흑상태가 되고, 대형 스크린에 뉴스속보가 뜬다. 불타는 공장화면과 현장을 중계하는 리포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 동영상으로 제작된 클립에서는 육하원칙에 따른 속보성 보도가 주로 담긴다. 뉴스 속보가 끝나면 불이 켜지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각자의 앞에는 현재 위기상황을 설명하는 자세한 상황설명서가 놓여진다. 이를 각자 읽고 상황을 이해하면서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관리 활동이 시작된다. 긴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진행 전반’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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