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들에 대하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시나리오가 핵심이다. 잘 짜인 현실적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 이후에도 상당한 위기대응 체계로 남는다. 필자의 경험상 심도 있게 많은 스터디와 조사를 거쳐 개발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가 시뮬레이션 후 몇 달이나 몇 년 내 똑같은 실제 위기로 발생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클라이언트사 입장에서는 섬뜩한 일이 되겠지만, 일단 해당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기 때문에 그 클라이언트사는 좀 더 나은 대응과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데에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첫째는 현실성이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해야 한다. ‘OO년 OO일 OO시 경기도 모처에…’라는 시나리오보다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오전 7시 28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제 2공장에서…’라는 표현이 더 낫다. 사건사고를 비롯해 시뮬레이션에서 서술되는 모든 상황들은 실제 발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사건이나 사고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기술적 과학적 상황적인 사전 스터디가 충분해야 한다. 이런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을 준비하면서 관련 전문가나 사내외 전담 실무자들에게 리뷰를 받기도 한다. 그들 대부분이 ‘발생가능성은 낮지만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절대 발생하면 안되지만 말입니다’라는 조언을 끌어 낼 수 있는 현실성이면 된다.
둘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는 첫 번째 시나리오부터 마지막 시나리오까지 완전하게 선후 및 인과관계가 확보되어야 한다. 어느 한 시나리오도 홀로 동떨어져 존재하면 안 된다. 마치 일일 연속극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져야 한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들 각자의 상황해석과 입장 정리부분들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전 준비를 하면서 이해관계자 역할을 담당한 컨설턴트들은 각자에게 맡겨진 이해관계자의 시각으로 완전하게 빙의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시나리오 각부분과 단계에 있어 확실한 이해관계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셋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돌발적이지만 어느 정도 예측가능 한 두려움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초기 시나리오에 ‘공정위가 A사와 B사간 가격담합에 혐의를 두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상황이 하달되면 대부분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자신들의 실제 원칙에 기반 해 ‘우리회사는 가격담합등에 관련한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를 한적이 없으며, 공정거래관련 법률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다’는 포지션을 설정하기 마련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불확실성과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한까지 경험하게 된다. 어느 하나도 정확한 것이 없게 느껴지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악으로 치닿는 상황전개들과 예상못했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변화들이 구성원들을 괴롭힌다. 이를 견뎌내는 것 또한 시뮬레이션의 목적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서는 추후 시나리오를 통해 이런 최초 위기관리 위원회 포지션을 충분히 흔들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야 한다. ‘공정위가 가격담합의 증거로 A사와 B사 영업임원 및 팀장들간에 오고 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증거들을 입수했다고 알려졌다’는 상황이 더해지는 것이다. 분명히 이런 상황에서 위기관리 위원회는 최초 입장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새로운 상황변화에 따른 해당사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수정 요구해 오게 된다.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얼마 후 새로운 시나리오가 또 더해진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최대경쟁사인 B사가 내부적으로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져다. B사는 A사와의 가격담합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들을 공정위에 제출하고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 등을 면제받으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새로운 상황이 주어진다. 위기관리 위원회는 더욱 더 큰 압력을 받게 된다.
이후 추가되는 시나리오에는 또 이에 더해 ‘내부고발자’를 등장 시키기도 한다. 더 새로운 돌발이슈를 제시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하나의 상황을 하나의 입장으로 간단히 마무리하게 하지 않는데 키가 있다. 위기관리 위원회 스스로 입장을 정리할 때 여러 가능성들을 시나리오별로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대응 준비하게 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는 지속적으로 압력을 상승(escalating)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시나리오는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좋다. 결국 마지막 부분에 다다른 시나리오는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전략적 대응이 있었음에도 회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연결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 닿게 되는 일시 ‘좌절감’을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적절한 압력을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하면서 주목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가능한 메인 컨설턴트가 전략적으로 판단해 모든 문제가 풀리면서 마무리 짓도록 하는 게 좋다. 하루 종일 함께 고민했던 공정위 관련 이슈들과 노조파업관련 이슈들, 블랙컨슈머의 블랙메일(협박)등의 어지럽고 복잡한 이슈들이 최종단계에 가서는 공정위로부터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아내고, 노조파업이 최종 타결 되고, 악성 블랙컨슈머가 경찰에 검거되는 상황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좋다. 이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성취감을 제공하기 위한 전술적 장치가 되겠다.
이 모든 시나리오들은 클라이언트사 실무 담당자에게만 리뷰 및 공유되고 시뮬레이션 이전에는 절대 다른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공유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은 모든 시나리오에 따른 다양한 입장들을 사전에 정리하고 다른 컨설턴트들과 공유해 통합적인 외부 이해관계자관을 구성한다.
철저하게 사전 준비된 이해관계자들과 전혀 준비되지 않은 위기관리 위원회간의 전투를 상상해 보라. 얼핏 보면 백전백패일 것으로 예상되는 위기관리 위원회도 실제로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기업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힘과 위기관리 위원회의 저력을 느끼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오전 진행 방식에 대하여’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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