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이후 점검해야 할 것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마지막 한 시간 가량은 정리(wrap-up)세션이다. 모든 위기 시나리오가 종결되면 하루 종일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워룸(war room:위기통제센터)에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모두 모인다. 저 건너 컨트롤룸에서 똑같이 하루를 보낸 컨설턴트들도 워룸내로 이동한다.
필자는 먼저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를 비롯해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자신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들을 들어보곤 한다. 그들 한 분 한 분이 몸소 겪으면서 얻어낸 인사이트는 그 수준이 상당하다. 컨설턴트들은 모두 그들이 언급하는 인사이트들을 메모하고 정리해야만 한다. 일부에서는 현존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에 즉시 적용하지 못할만한 내용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스템 개선과 정리에 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메인 컨설턴트가 대략적인 논의 흐름을 이끌어 가지만, 이 정리세션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 주제는 ‘실제로 우리가 구축한 시스템이 그 설계대로 운용가능 한 것인 가?’하는 주제 주변에 머무른다. ‘만약 일부 부분이 운용되지 않거나, 운용될 수 없게 설계된 것이라면 이 부분은 어떻게 실제적으로 개선 가능할까?’를 추가 논의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전반적으로 워룸과 컨트롤룸에서 발생된 상황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메인 컨설턴트다. 시뮬레이션 마지막 한시간인 정리세션에서는 이 메인 컨설턴트가 논의를 이끌면서 현존하는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사항들을 하나 하나 파악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지난 시뮬레이션을 돌아보게 된다]
대부분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와 나의 부서가 OOO 위기 시 어떤 위기대응을 해야 하는지’ 그 역할과 책임 부분을 실제 경험해 터득하게 된다. 또한 ‘OOO 위기 시 위기 대응을 해 나가는 프로세스는 이렇게 된다’는 프로세스의 상(像)을 지니게 된다. 실제 위기가 아니었음에도 실제 위기를 몸소 경험한 것과 같은 느낌과 인사이트를 지니게 된다. 궁극적으로 평소에도 위기관리 위원회 체계를 지원하고 신뢰하게 된다. 협업능력과 오너십을 동시에 지니게 된다.
일단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인사이트들이 모두 도출 취합되면, 그 다음은 메인 컨설턴트가 이번 시뮬레이션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개선 가능한 증상들을 시계열에 따라 또는 우선순위에 따라 브리핑 한다. 최초 상황분석 과정에서의 미흡함, 상황판 작성 및 업데이트상의 문제점들, 역할과 책임 배분에 대한 이상증상들, 의사결정에 있어 논의 형태, 대이해관계자 대응준비 단계에서 발견된 문제들, 이해관계자 대응 과정에 있어서 발견된 이상 증상들, 그 이후 반복되는 시뮬레이션 활동에서 고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체계적 취약성들을 실제 관찰 결과를 기반으로 공유한다.
이를 토대로 컨설턴트들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활발하게 토론을 진행한다. 이 추가적인 토론의 핵심은 ‘어떻게 그 이상 증상들을 개선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들이다. 이런 일련의 토론들을 통해 현존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의 개선을 위한 정확한 ‘처방전’들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토론과 브리핑은 모두가 즐거운 환경에서 진행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도 방금 전 시뮬레이션을 마쳤기 때문에 홀가분하고 행복한 느낌을 보유하게 된다. 컨설턴트들도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토론에 참여하게 된다. 토론 분위기를 더욱 활성화 하기 위해 실제 시뮬레이션을 촬영한 동영상을 짧게 리뷰 하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아침의 앰부쉬(ambush: 돌발 매복)인터뷰, 워룸내의 혼돈(chaos)등을 모두 함께 시청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거다. 중간이나 말미에 진행된 언론 대응 장면도 종종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된다. NGO와의 대화 내용도 공개된다. 정부기관들과 주고 받은 공문서들도 재공유된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는 전체적인 진행적 시각을 지니지 못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도 이 세션 중 완전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시각을 잠깐이라도 경험해 보게 된다.
정리 세션 후반부에는 상호간의 수고 치하, 격려와 감사의 시간으로 마무리를 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어랜지 한 담당부서 실무자들이 나와 격려와 감사를 받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전체가 박수를 서로에게 보낸다. 마지막으로 저 멀리 컨트롤룸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수시간 동안 괴롭힌(?) 컨설턴트들과도 상호간 인사를 나눈다. 여기저기에서 “NGO역할을 하신 컨설턴트 분이 누구시죠?” “아까 저와 통화하신 정부관계자 컨설턴트 분은 어디 계세요?”하면서 즐겁게 이야기 나눈다.
모든 정리세션이 끝나면 시뮬레이션 진행을 위해 설치되었던 모든 장비들과 자료들이 철거되고 수거된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대외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메모 한 장이나 슬라이드 한 장이라도 철저하게 수거되어 파기되거나 보존된다. 장소대여회사측에서 설치한 전화장비나 여러 통신장비들도 완전하게 철거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의 기록을 위해 촬영된 동영상들과 컨트롤룸에서 수집한 워룸발 자료 일체들은 컨설턴트들의 사무실로 전량 이전된다. 이후부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개선사항들에 대한 리포트가 개발되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한 인사이트부터,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제안한 시스템 개선안들 그리고 구체적인 개선 세부들을 잘 정리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내외부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는 단체전 형식을 지닌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후에는 클라이언트사가 주최가 되어 모두 참석한 회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컨설턴트들의 입장에서는 하루를 함께 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좀 더 심도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안 청취의 기회가 된다. 물론 동시에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는 하루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즐거운 자리가 된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결과 리포트’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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